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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 스마트스터디의 ‘슬기로운 재택근무’

‘충분한 자율’ 구성원 간 신뢰가 필수, 클라우드 서비스와 협업 툴을 가까이

최정호,배미정 | 293호 (2020년 3월 Issue 2)
‘핑크퐁’을 만든 글로벌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는 2010년 창업 이래로 자율 출퇴근, 무제한 휴가, 재택근무 등을 활용해 구성원ii 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고 본인에게 최선의 업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있다. 물론, 이런 자율적인 의사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구성원들은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방식에 따라 각자 자신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재택근무’ 같은 제도는 구성원 각자가 스스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스터디가 창업 이래 지켜온 ‘자율’과 ‘책임’의 문화는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에 이어 최근 코로나19 위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 위기가 발생했지만 구성원들은 혼란 없이 자연스럽게 재택근무를 선택하면서 스스로를 외부 위험 요소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업무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만 해도 70여 명에 불과했던 구성원은 2020년 현재 250여 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현재 180여 명, 즉 전 직원의 75%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개선하면서 최대의 업무 효율을 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위기에 많은 기업이 ‘리모트 워크’의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스터디가 구축한 자율과 책임의 문화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동료 간 신뢰가 자율과 책임을 뒷받침

자율적인 재택근무가 성공하려면 동료들 간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즉, 모든 구성원이 충분한 자율을 바탕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고 있다는 서로 간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스마트스터디는 구성원들 간의 협업 범위와 빈도가 매우 높은 회사다. 협업을 통해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가 두터워진다. 나와 내 동료가 모두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일한다는 신뢰가 보장돼야 구성원들은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더라도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최소한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재택근무 시에는 업무 시작과 종료 시에 팀원 혹은 협업 구성원과 인사팀에 메일로 알리도록 정하고 있다. 재택 시작 메일에는 일과 중 진행 예정 업무를, 재택 종료 시에는 진행 완료 업무를 기재한다. (그림 1) 이를 통해 동료들은 내가 회사로 출근하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 업무를 진행 중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업무 공유는 재택근무하는 구성원을 모니터링하거나 성과 평가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 결코 아니다. 근무 시간도 따로 체크하지 않는다. 재택근무자 스스로 하루 단위로 목표치를 설정하게 하고 이를 동료들과도 공유하게 함으로써 자율에 따른 책임을 북돋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일 뿐이다. 동료들은 서로 업무 상황을 공유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서로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신뢰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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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연한 자산 관리

재택근무를 도입하지 못하는 회사들의 의외의 공통점은 회사에서 데스크톱을 사용하고 있어서 재택근무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그룹웨어 보안 프로그램이나 사용 중인 ERP 시스템의 한계가 더해지면 근본적으로 재택근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스마트스터디는 전체 인원의 90% 이상이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휴대성이 높은 노트북을 활용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즉각적인 업무가 가능하다. 또 구글 G Suite의 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일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라인, 슬랙, 행아웃, 위챗 같은 다양한 협업 툴을 활용하고 있다. 모든 회사가 당장 모든 장비를 개선하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자산을 정비해 나갈지는 한번쯤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마트스터디의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전사적인 재택근무 이후 직원들 대상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직원이 비효율로 꼽은 점 중 하나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었다. 예컨대, 온라인으로 음원이나 영상 리뷰 회의를 할 때 끊기거나 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연결했을 때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다. 회사는 느린 접속 속도에 따른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2020년에는 전문 UTM(Unified Threat Management) 장비를 도입해 회선 속도를 증가시켰다.

또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무실에서 활용하던 업무 자산을 자택으로 반출할 수 있도록 전격 지원했다. 직원들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재택근무 기간이 늘어나자 집에 데스크톱이나 듀얼 모니터 등의 하드웨어 장비가 없어서 불편해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코로나19 위기에는 사내 워크스테이션 내에 있는 장비를 집으로 가져가서 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3. 축적된 경험을 통한 개선

재택근무가 모든 면에서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스마트스터디 또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하면서 재택근무의 근본적인 비효율도 확인했다. 특히 재택근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시기였기에 가족들이 이해하지 못해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예컨대, 부모님이 휴가로 착각하고 집안일을 시키거나, 자녀가 함께 놀아달라고 보채거나, 가족들로부터 회사에서 잘렸다고 오해를 받는 일도 생겼다. 집이기 때문에 회사보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한계도 있었다. 사실 이런 개인적인 상황과 여건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회사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개선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구성원들 스스로 오랜 실험과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각자가 최선의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우선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2015년 재택근무 후기를 담은 보고서와 데이터를 포함해 2020년 버전의 재택근무 가이드를 사전에 준비해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했다. 이를 통해 구성원 스스로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대비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노력할 수 있었다. 예컨대, 집에 어린 자녀가 있는 구성원의 경우 재택근무가 도저히 힘들어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례도 있다. 또 협업의 특성상 화상회의와 콘퍼런스콜이 많은 점을 감안해 특정 시간에는 가족과 공간을 분리해 쓰는 방식 등으로 스스로 규칙을 정하기도 한다. 어떤 팀의 경우 한두 시간 정도 집중적인 회의를 위해 사무실에 잠시 출근하는 사례도 있다. 다시 말해, 일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스마트스터디의 구성원들은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재택근무의 노하우를 쌓으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조직문화에 적합한 근무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6년 스마트스터디에 합류한 필자도 그전까지 명확한 기준과 확고한 프로세스, 엄격한 모니터링과 같은 통제를 바탕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율과 책임이 조직 안에서 과연 잘 운영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조직 안에서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일해본 결과,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큰 혼란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했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나 악용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새로운 형태의 근무 제도가 잘 운용됐을 때의 효율과 내부 직원들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민해보면 어떨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근무 방식과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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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최정호 스마트스터디 Chief Life Officeri 2011년 신세계 HR 매니저, 2015년 쿠팡 리크루팅 매니저를 거쳐 2016년부터 스마트스터디의 CLO(Chief Life Officer)로 일하고 있다. CLO는 인사뿐 아니라 조직문화 등 내부 구성원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pooh@smartstudy.co.kr

정리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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