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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질병’ 무임승차를 막아라

문권모 | 16호 (2008년 9월 Issue 1)
우연한 기회에 소프트웨어 관련 웹사이트 한 곳에 들르게
됐습니다. 대학생 회원들의 활동이 활발한 곳입니다. 대학 4학년생 한 명이 ‘팀 프로젝트에 무임승차(free-riding)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민’이란 글을 올렸더군요. 그는 아무 기여도 안하고 놀기만 하는 팀원들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이 ‘독박’을 써야 한다며 한탄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었습니다. 약 50개의 댓글이 달렸고, 그 중 다수가 비분강개하는 내용의 장문(長文)이었습니다. “그런 인간들은 사회악이다” “밥이라도 사게 해야 한다” “나 같으면 가차 없이 잘라버리겠다” 등 많은 사람이 공감과 분노를 나타냈습니다. 무임승차한 사람을 응징하기 위해 발표 자료에 ‘팀원 OOO(연락 두절)’이란 문구를 넣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그러나 제 입장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이것이 과연 학교에서 팀 프로젝트를 할 때만 생기는 문제일까요?”란 질문이었습니다.
 
리더십 약하면 무임승차 기승
실제로 직장생활에서도 무임승차 문제는 심각합니다. 저도 민간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할 때 무임승차자들과 여러 번 함께 일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자기 일을 동료에게 맡기고 개인용무를 보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네 명의 팀원 중 시니어 두 명이 노는 상태에서 제가 후배 한 명을 데리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적도 있습니다. 정말 기분이 나쁘고 일할 맛이 안 나더군요. 이렇게 무임승차는 다른 팀원들의 의욕과 사기를 꺾어 조직을 병들게 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저하시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조직에 해를 끼치는 무임승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조직 전문가들은 무임승차가 팀원 사이에서 일어나기는 하지만, 사실은 팀장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고 입을 모읍니다. 팀장은 모든 팀원이 업무에 최선을 다하게 관리함으로써 성과를 이끌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리더십이 약하면 무임승차가 기승을 부립니다.
 
무임승차 줄이려면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임승차는 여러 조건 아래에서 발생 빈도가 크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성과에 대한 관심과 인정, 보상입니다. 특히 관심과 인정은 직접적으로 보상을 줄 수 없는 일선 팀장이라 하더라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업무가 진행되는 틈틈이 팀원들과 개별적으로 중간 체크 미팅을 하면서 팀장이 개인성과를 집계하고 있으며, 이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세요. 그러면 팀원은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팀장은 누가 다른 사람에게 일을 미루고 요령을 부리고 있는지를 관찰해 당사자에게 따끔한 지적을 해 줄 책임도 있습니다. 무임승차를 방조하면 팀워크가 붕괴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팀을 소그룹으로 더 작게 쪼개는 것도 좋습니다. 조직행동에 대한 많은 연구는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무임승차 경향이 커진다고 지적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학생들도 팀원이 5명 이상이면 무임승차자가 자주 생기지만, 2,3명으로 팀을 나누면 무임승차가 적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더군요.
 
일에 대한 팀장의 확실한 기대치와 도전적인 목표를 주는 것도 무임승차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아울러 팀장은 일과 책임을 확실히 배분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부 팀장들의 경우 대략적인 목표만 지정해 주고 세부적인 업무 배분을 하지 않아 본의 아니게 무임승차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전문 산악인들은 조그만 저울을 들고 다닙니다.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골고루 배분해 일부 팀원이 탈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지요.
 
무임승차는 조직을 병들게 하고, 팀워크를 해치며, 조직의 성과를 저하하는 암세포와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조직의 비효율 중 상당 부분이 무임승차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에서 무임승차가 없어져 동료 모두가 함께 노력과 성취의 기쁨을 느끼는 건실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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