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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관료주의 조직문화 혁신하려면

인재 넘치는데 파괴적 혁신 왜 안 될까?
상시적 혁신이 가능한 토양 만들어야

양혁승 | 274호 (2019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대기업이 자금력과 우수 인재 등 혁신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도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관료주의 조직문화 때문이다. 기업은 제로-섬 경쟁을 강화하는 개인 인센티브 제도를 철폐하고 상시적 혁신에 유리한 역피라미드형 조직 운영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특히 창의성을 촉진하기 위해 혁신 활동을 주도할 여유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을 위한 독립적 조직 운영 체계를 구축하며, 상대평가는 실질적 성과 향상 및 역량 제고에 기여하는 수시 피드백 제도로 대체하고, 집단성과급 제도와 인정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리더 스스로가 변화 챔피언으로서 구성원들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상시적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

전통적인 산업과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파괴적 혁신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던 업종이 통째로 위협받는 상황이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아마존(Amazon)이나 알리바바(Alibaba)로 대표되는 온라인 소매유통업이 월마트(Walmart)나 타깃(Target) 같은 오프라인 소매유통업을 위협하고 있으며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등 차량 공유 서비스가 택시업의 생태계를 뒤바꾸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은 블록버스터(Blockbuster)와 같은 오프라인 영상유통업을 시장에서 축출했으며 유튜브(YouTube) 등 동영상 공유 서비스 플랫폼은 1인 방송 시대를 열면서 전통적 대중매체의 독점적 지위에 금을 내고 있다. 높은 접근성과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수많은 산업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들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새롭게 부상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해서 앞으로 계속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오늘날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의 속도를 감안하면 새로운 파괴적 혁신이 언제, 어디서라도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라 해도 장기간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요컨대,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주도된 파괴적 혁신에 당할 수밖에 없는 혁신 기반 경쟁생태계가 대두했다. 상시적 혁신을 이뤄내면서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갖췄는지에 따라 기업 경쟁력의 지속성 여부가 판가름 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혁신 추구 기업이 직면하는 딜레마

새로운 경쟁 생태계의 부상으로 많은 기업이 상시적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신사업부 혹은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혁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그에 대한 창의적 솔루션을 찾기 위해 혁신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한 기업들은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나 벤처 창업의 경험을 가진 우수 인재들을 적극 채용하거나 창의적 인재를 보유한 벤처 기업들을 인수합병함으로써 상시적 혁신 역량을 확충하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그런가 하면 경직된 관료주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관리자층을 모두 없애고 조직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율관리 체계에 따라 일하게 하는 홀라크라시(holacracy) 조직 체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애자일(agile) 조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1


문제는 그런 혁신 역량 강화 노력의 열매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른 성공적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2 우리 주변의 기성 조직들 중에서 찾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주변에서 종종 접하는 파괴적 혁신 사례는 기존 기업들보다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생 스타트업들의 주도로 이뤄진 사례들이 주를 이룬다. 자금력과 우수 인재 등 혁신에 필요한 자원 확보 면에서 기술 스타트업보다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들이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지 못하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관료주의 조직문화 때문이다.

기술 혁명은 그 자체로서 기대하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그러한 새로운 기술을 혁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와 혁신을 진작하는 조직 토양, 즉 조직문화가 만날 때 비로소 혁신의 열매를 맺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조직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혁신 조직으로 탈바꿈하려는 기업의 리더들은 일차적으로 조직문화를 변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회사 문화를 쇄신하는 것을 자신의 첫 번째 사명이라 밝히면서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혼을 다시 찾는 새로 고침(Hit Refresh)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의 취임사 일부를 살펴보자.

“우리 업계는 전통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우리 업계는 혁신을 존중합니다. 우리 모두 모바일 퍼스트와 클라우드 퍼스트 환경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존의 경쟁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해온 기업 문화와 전통은 조직구성원들의 업무수행 방식과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 속에 내재화돼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조직문화로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환경이 도래하면 오히려 그때까지 강점으로 작용했던 기업 문화가 해당 기업의 변화적응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예측 가능성이 높은 안정적 환경에서 효과적인 가치와 내부 프로세스로 효율성에 기반한 경쟁력을 유지해온 기업이 불확실성이 크고 상시적 혁신을 기반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더욱더 그렇다. 그동안 기업의 성공을 이끌어왔던 가치와 내부 프로세스가 해당 기업으로 하여금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성공의 덫’으로 작용하는 현상이다. 과거의 시장과 기술 환경에서 통했던 성공 공식을 근본적으로 변화된 시장과 기술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고자 고집할 때 환경의 반격을 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이유 때문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조직문화를 통해 압축성장을 달성한 국내 대기업들이 신사업부나 사내 벤처창업, 기업 M&A 등을 통해 조직 내부의 혁신 잠재력을 지속적인 혁신으로 연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낭비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의 기준을 중심으로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운용돼온 조직 안에서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과감한 실험적 시도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을 DNA로 하는 벤처나 혁신 활동이 제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대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은 “한 조직의 경쟁력은 보유 자원, 업무 처리 프로세스, 주요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데 해당 조직의 경쟁력이 자원에 기반한 단계를 넘어 프로세스와 가치에 의존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갖춘 인적자원을 확보하더라도 그들을 통해 파괴적 혁신을 이루기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3


상시적 혁신에 기여하는 역피라미드형 조직

창의성과 혁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직의 토양이 중요하다. 창의성과 혁신의 발현은 정교하게 짜인 제도적 틀에 의해 제품이 제조되듯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영양분이 풍부한 토질에서 자라난 나무에서 양질의 열매가 맺히듯이 창의성과 혁신을 장려하는 조직 토양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나 열매를 맺는다. 4 이 점이 관료적 조직 운영 시스템에 익숙한 경영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과 효율성 중심으로 운영된 관료적 조직 운영 시스템하에서 관리자들은 개인의 성과와 연계한 조건부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조직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독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창의적 혁신은 기존 해법에 대한 비판적 사고, 조직구성원들의 주도적 탐색, 낯선 것들과의 적극적 대면, 실패를 무릅쓴 과감한 시도, 동료들과의 원활한 협업, 선의의 실패에 대한 관용과 지지 등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얻어지는 열매다. 관리자가 정해진 매뉴얼과 인센티브 제도를 가지고 독려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조직 토양은 스트레치 5 , 신뢰, 지원, 자기 기율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6 조직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존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으로는 감히 달성할 수 없는 대담한 스트레칭 목표를 세우고 도전할 수 있는 조직 토양이 형성될 때 그들 안에 내재돼 있는 창의성과 혁신이 자극을 받는다. 자그마한 실패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통제된 조직 토양에서는 조직구성원들이 혁신적인 실험적 시도를 하려 하지 않는다. 조직구성원들 간 신뢰가 부족할 때도 상시적 혁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호 협력과 아이디어 공유를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조직구성원들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시도 노력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고, 조직구성원들의 역할 수행을 타율적으로 규율하기보다는 그들이 조직의 핵심 가치를 따라 자율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 토양이 형성돼 있을 때 내재적 동기에 기반한 혁신 활동이 활성화된다.

수만트라 고샬(Sumantra Ghoshal)과 크리스토퍼 바틀렛(Christopher Bartlett)은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조직 토양 조성을 뒷받침하는 조직 운영모델로 전통적인 피라미드형 조직 운영과 대비되는 역피라미드형 조직 운영을 제시한 바 있다. 역피라미드형 조직은 고객 및 시장과 접점에 있는 일선 조직구성원들이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탐색하며 추진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역피라미드형 조직에서는 일선에서 일하는 조직구성원들이야말로 상시적 혁신의 주체들이다. 중간관리자들은 감독자의 역할에서 탈피해 일선 조직구성원들을 지원하고 코칭하며 필요한 자원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고경영자는 예산배분권을 가지고 조직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에서 탈피해 창의성과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조직 토양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역할로 삼는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 안에 내재된 잠재력과 창의성을 얽어매고 있는 피라미드형 조직 운영 틀과 관료주의적 제도들을 철폐하고 역피라미드형 조직 운영 틀과 그에 적합한 제도들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관료주의적 제도의 철폐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조직 토양을 조성하기 위한 첫 단계는 기존의 관료주의적 제도들을 우선적으로 철폐하는 것이다. 그 차원에서 철폐 대상 목록의 최상위 우선순위에 자리 잡고 있는 제도가 조직구성원들 사이에 제로-섬 경쟁을 강요하는 상대평가 제도와 개인 인센티브 제도이다. 혁신 조직으로의 변신을 추구하는 많은 글로벌 조직이 GE의 전 CEO 잭 웰치가 활력곡선이라 칭하며 확산시킨 강제배분율 상대평가 제도를 철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7 8 피라미드형 관료주의 조직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린다 그래튼(Linda Gratton) 교수도 상대평가 제도와 개인 인센티브 제도는 조직구성원들 사이에 내부 경쟁을 부추기고 조직 안에 경쟁적 규범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듦으로써 해당 조직을 블루 스폿(blue spot) 9 으로 이끌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 인센티브 제도는 창의성 발휘를 제약하고 억제한다. 10 큰 인센티브가 걸린 경쟁적 상태에서 특정한 문제 해결 과제가 주어지면 참여자들은 이전에 자신이 사용해보지 않았던 참신한 방법으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과거에 자신이 시도해서 효과를 본 적이 있는 익숙한 방법을 활용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제에 걸려 있는 큰 인센티브가 오히려 주어진 문제해결 과제에 대한 창의적 접근법을 제약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창의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널리 알려진 테레사 애머빌(Teresa Amabile)도 창의성은 외재적 동기가 아닌 내재적 동기가 작동하는 조건에서 활성화된다고 갈파했다. 11

관료적 위계구조하에서 이뤄지는 승진을 위한 제로-섬 경쟁도 철폐의 대상이다. 관료적 위계구조는 중층적 결재 라인을 통해 조직 일선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혁신적 아이디어가 조직 안에서 활발하게 소통되고 발휘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러한 위계구조하에서 동기 제고 목적으로 활용되는 승진제도는 구성원들 사이에 제로-섬 경쟁과 승진을 둘러싼 사내 정치를 강화한다. 사티아 나델라도 과거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상태를 언급하면서 “계급과 서열이 조직을 지배하면서 자발성과 창의성이 고통받았다”고 지적한다. 조직구성원들이 승진을 위해 자신들의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지 말고, 자신들의 업무와 조직을 혁신하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홀라크라시 조직 체계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모닝스타(Morning Star)에는 위계질서도 없고 직함도 없기 때문에 승진을 위한 경쟁이 없다. 대신 변화와 기여를 위한 경쟁을 한다. 그 조직에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과 동료들의 업무성과 향상에 대한 기여를 중시하고 그것을 급여에도 반영한다. 홀라크라시와 같은 급진적 조직 체계까지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직급과 직책을 분리함으로써 조직구성원들이 승진을 위한 경쟁이 아닌 실질적인 일과 혁신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료주의 제도에 익숙한 관리자들은 통제를 해제하면 조직구성원들이 게을러지고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거라 염려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부정적 관점 때문이다. 침체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열정을 잃어버린 직원들을 어떻게 자극할지 고민하던 사티아 나델리에게 “당신이 간과하는 점이 있어요. 사실 직원들은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라고요. 하지만 상황이 계속 방해하는 거죠”라고 조언한 그의 참모 질 니콜스(Jill Nichols)의 통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열정 및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조직구성원들은 그들 안에 열정과 창의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관료주의 인사제도의 틀 안에 갇혀 수동적 존재로 대우받은 결과로 학습된 무기력감에 빠져 있다고 봐야 한다.


창의성 촉진을 위한 인력 배분과 조직 운영

혁신의 동력원이 될 여유 인력의 확보. 조직 안에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상시적 혁신 동력이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다. 창의적 혁신이 조직 안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려면 일상업무를 감당하는 인력 외에도 혁신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구글(Google)은 전체 인력을 7대2대1의 비율로 배치한다. 인력의 70%는 일상업무 수행에, 20%는 단기 혹은 중기 혁신과제 발굴 및 수행에, 10%는 선도적인 장기 혁신 과제 수행에 배치한다. 물론 일상업무를 수행하는 인력과 장단기 혁신 과제를 수행하는 인력을 사람을 기준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혁신 과제들 중에는 일상업무와 관계가 멀게 보이는 선도적 장기 과제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일상업무 자체를 혁신하는 과제나 일상업무와의 연계성 속에서 이뤄지는 혁신 과제도 많다. 그리고 일상업무와 연계성이 높은 혁신 과제가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조직구성원들이 일상업무 수행과 혁신과제 수행 사이를 유기적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채널을 관리하되 한 시점에서 인력 배치 단면을 봤을 때 일정 비율의 인력이 장단기 혁신 과제 수행에 참여하는 인력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혁신주도 그룹을 위한 독립된 조직 운영 체계. 조직문화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혁신을 주도하는 인력들에 대한 지원 구조를 기존의 관료주의 통제틀로부터 완전히 분리해내야 한다. 아무리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열정을 가진 구성원들을 확보하더라도 그들을 관리·통제의 관료적 틀에 가둬 둔다면 결코 상시적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혁신을 주도하는 인력들을 혁신과제 프로젝트 팀 중심으로 배치하고, 그에 적합한 별도의 인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팀원들이 도전적인 혁신 과제를 설정하도록 장려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창의적 해법을 찾아가는 접근법을 과감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선의의 실패를 관용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러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독립된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혁신 기업을 깊이 연구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도 기존 기업이 전통적 프로세스와 가치 때문에 성공하고 있다면 혁신을 이끌 인재를 기존 조직 안에 두지 말고 독립적인 기업에 둠으로써 그들이 혁신 지향적 프로세스와 가치를 만들어가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12



유연한 수시 피드백 제도로 연례 상대평가 대체. 통제형 상대평가 제도를 폐기하고 그 공백을 업무수행 진척도와 전략 실행의 효과성 검토, 개선 방안 등을 중심으로 상시적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상황 변화에 따라 목표와 전략을 재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성과관리 제도로 채워야 한다. 새로운 성과관리 제도는 조직구성원들이 평가 결과나 개인 급여에 미칠 영향을 염려하지 않고 자유롭게 동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혁신적 방안을 찾아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성과와 솔루션을 찾기 위한 솔직하고 자유로운 피드백이 상하좌우로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하려면 피드백을 평가 및 보상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 동료들 간에 이뤄지는 건설적 비판과 피드백이 당사자들의 평가나 성과급에 영향을 미칠 경우 피드백을 하는 사람도 조심스럽고 피드백을 받는 사람도 그것이 자신의 평가와 성과급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은 부하직원, 동료, 상사가 실시간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지속적 피드백 프로세스를 채택하고, 업무 프로세스가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는지, 오류는 없었는지, 혁신 방안은 무엇인지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도록 했다. 그리고 새로운 피드백 시스템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좋은 피드백의 사례들을 발굴해 보여주는 훈련을 실시하고 각 팀에 역할 모델이 될 만한 팀원들은 ‘변화 챔피언’으로 지정했다.

집단 성과급 제도와 인정 프로그램의 결합. 창의성과 혁신의 토양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상제도로는 조직 성과와 연동된 집단 성과급 제도를 들 수 있다. 이익공유제와 같은 집단성과급은 개인의 업무수행 동기를 높이는 면에서는 그 효과가 개인 인센티브에 비해 미약하지만 구성원들 사이에 제로-섬 경쟁 대신 ‘포지티브-섬’ 13 협력을 장려하는 면에서 순기능을 발휘한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면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오늘날 문제들의 특성을 감안할 때 집단지성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구성원들 간 협력 또한 그에 비례해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린다 그래튼 교수도 구성원들 사이에 창의적 에너지가 활성화돼 있는 핫스폿 조직이 되도록 하려면 개인성과급 대신 집단성과급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14


한편, 기여도가 높은 우수 인재에 대한 인정(認定) 제도로 집단 성과급 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평등의 원리를 성과급 배분의 기본 원리로 채택하는 집단 성과급 제도의 기본 특성을 감안할 때 조직의 혁신과 성과 향상에 크게 기여한 우수 인재들이 자신들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불만족을 가지고 조직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집단의 성과 향상에 크게 기여한 우수 인재들이 조직에 남아 높은 몰입과 열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조직의 혁신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로-섬 경쟁 토양에서는 조직의 혁신 역량과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한 우수 인재에 대한 특별 대우가 다른 구성원들의 질시와 협력 철회를 유발하지만 포지티브-섬 협력 토양에서는 그러한 반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주도적 혁신이 집단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로 인한 조직 성과의 열매를 자신들도 공유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특별 대우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인정 제도는 조건부 개인 인센티브와는 달리 내재적 동기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기 때문에 창의성과 혁신 발휘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뉴욕에 본사를 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인프라 스타트업체인 디지털오션(DigitalOcean)은 경쟁적인 조직문화의 폐해를 절감하고 협업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보상 시스템을 개편했다. 개인 성과급을 폐기하고, 동일 노동에 대한 급여 격차를 줄였으며, 회사의 실적에 기반한 집단 보너스를 시행하면서 상위 1%에 해당하는 뛰어난 인재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전적 포상을 제공한다.

한편, 관료주의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들을 운용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계와 서열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제도의 운용이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이 돼야 한다. 건설적인 피드백 제공에 중점을 둔 새로운 평가 제도는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주는 하향 피드백에 국한하지 않고, 동료들 간의 수평적 피드백과 부하직원들의 상사에 대한 상향 피드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도록 하고,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인정 제도 또한 상사가 부하직원 중에서 인정 대상을 선발하는 하향식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업무 관련 피드백을 주고받는 수평적 관계에 있는 동료들이 상시적으로 인정 대상을 추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때 비로소 역피라미드형 조직 운영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으며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조직 토양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보상이 곁들인 인정 제도를 운용할 때는 현장 중심의 즉석 보너스(spot bonus) 형태의 인정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업무 수행에 도움을 준 동료에게 즉석 토큰을 제공함으로써 감사를 표현하거나 동료를 인정 대상으로 추천하는 제도를 운용하게 되면 동료들 간에 서로의 장점을 보고 감사하거나 격려하는 조직 규범이 자리 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기여도가 높은 우수 인재들에게 동료들의 사회적 인정과 더불어 추가적인 보너스가 제공되는 채널을 열어줌으로써 그들이 조직에 머물러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변화 저항자에서 변화 챔피언으로

마지막으로, 변화 노력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벤처 기업가정신과 상시적 혁신이 숨 쉬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려는 기업이 직면하는 가장 근원적 딜레마는 수만트라 고샬과 크리스토퍼 바틀렛의 “제1세대 관리자가 제2세대 조직구조 안에서 제3세대 전략을 수행하려 한다 15 는 언급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기존 조직의 프로세스와 가치를 몸에 익힌 관리자들이 몸에 맞지 않는 새로운 조직구조를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지만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파괴적 혁신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산업화 시대의 관료주의 조직 운영 패러다임에 젖어 있는 관리자가 디지털 신세대의 창의적 역량을 조직의 상시적 혁신 역량으로 승화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그들은 과거의 조직 운영 관행과 성공 공식을 고집함으로써 디지털 세대가 신기술을 활용해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개연성이 더 높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혁신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변화 관리 책임자는 기존 조직 경영 패러다임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과 역피라미드형 조직 운영 패러다임에 대한 확신을 갖고 변화관리 과정에서 조직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가 돼야 한다. 관료주의에 젖어 있는 관리자일수록 역피라미드형 조직으로의 전환이 현재 위계적 구조에서 큰 권한을 누리고 있는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하고 변화 챔피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변화 저항자의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양혁승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hyang@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 사회복지학 학사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고 미네소타대에서 인적자원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조직학회 이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 연세대 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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