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5. 스타트업과 KB국민카드의 오픈 이노베이션

외부 조직 활용해 혁신 비용 절감
선발 단계부터 현업 부서 참여해야

박유진 | 274호 (2019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KB국민카드가 외부 스타트업과 함께 추진한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1.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중장기적인 협업을 이끌어낼 전담 조직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2. 전략 과제를 선정하고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단계부터 개발, 영업, 기획 등 전 이해관계부서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3. 성급한 성과 창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고경영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4. 시장 검증 결과물이 상용화되거나 연구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내지 말아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OI)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업 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한 지 오래다. 짧아진 제품수명주기로 인한 수익 감소와 증가한 개발/혁신 비용이 기업의 수익성을 잠식해가고 있는 가운데 외부 조직을 활용해 혁신의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OI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KB국민카드가 전문 자문기관인 로아인벤션랩 및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한 2년여에 걸친 퓨처나인의 여정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 기업에도 다양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퓨처나인, 카드업계의 생존 위기에서 출발

2017년은 카드업계에 위기의 해였다. 수수료 인하와 더불어 IT기업이 경쟁적으로 출시한 지불 결제 솔루션이 인기를 끌면서 기존 사업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 경쟁사와 유사하게 KB국민카드도 상품 출시, 신규 카드 발급, 이용 확대, 카드 대출 증대라는 전통적인 사업 목표를 뛰어넘는 고객 데이터 기반 마케팅 기업(Data Driven Company)으로 거듭날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풍부한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적용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역설에 빠져 있었다. 데이터 기반 마케팅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자체 역량만이 아닌 외부 혁신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외부의 혁신 조직과 손잡는 OI는 이처럼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KB국민카드는 우선 자사 사업모델과 관련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 선발, 협업하기 위해서 외부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 OI 자문기업이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로아인벤션랩과 손을 잡았다. KB국민카드의 OI 전담조직 담당자들은 로아인벤션랩 측과 수차례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KB국민카드가 스타트업과 함께할 수 있는 분야와 영역을 논의했다.

아마존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10년 뒤에 무엇이 변할지를 예측하지 말고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 아마존의 역량을 강화했다.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가장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카드업의 특성이자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가치다. 따라서 카드업 내부의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에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KB국민카드는 핀테크에 집착하지 않고 주거, 음식, 여행, 결제 등 9가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영역을 정의해 이를 퓨처나인(FUTURE 9)이라고 명명했다. 해당 영역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작은 규모에서부터 협업 성공 사례(Small Wins)를 만듦으로써 양자 간 신뢰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새로우면서 변하지 않을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국내 카드사 최초의 OI 프로그램인 퓨처나인 1기가 2017년 7월 시작됐다.



조직적 저항에 부딪힌 1기의 시행착오2기는 스타트업 중심으로 개선

2017년 퓨처나인 1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KB국민카드는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선 사업의 빠른 안착을 위해 단기간 성과 도출이 가능한 팀 중심으로 성급하게 공동 사업을 진행한 게 문제였다. KB국민카드가 지닌 당면 과제와의 정합성(Fit)을 가진 팀보다는 빠른 시간 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팀 선발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전체 프로그램의 고른 성장 대신 일부 스타트업과의 공동 사업에만 역량이 집중됐다.

또 투자 집행 과정에서 일부 스타트업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혁신 과제에 대한 조직 내부의 저항으로 협력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특히 자사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외부 조직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두고 견해차가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일부 현업 부서의 이해가 미흡해 협업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이 생겼고 스타트업들도 공동 사업이 개방형 혁신이 아니라 하청 과제에 그치는 것 같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시행착오는 퓨처나인 프로젝트만이 겪은 문제는 아니다. 영국의 싱크탱크 기관인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NESTA)이 글로벌 대기업의 혁신 담당 임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OI의 성공을 가로막는 요소는 조직 내부에 전략, 문화, 절차, 조직역량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존재한다. (그림 1) 특히 보수적 기업 문화, 경직된 절차, 조직 목표와 OI의 비정합성 등은 구글, 델, 시스코, SAP 등 거대 다국적 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2018년 출범한 2기는 1기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개선한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우선 시장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미래 라이프 스타일 영역부터 재정비함으로써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2기에 지원한 전체 스타트업 비율 중에서 특히 반려동물/교육/키즈/실버 등을 포괄하는 웰니스가 18%, 여행/취미/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도 14%에 달했다는 점에서 시장 변화를 수용하는 데 성공했다.

또 1기 선발 시에 나타난 공동 사업화에 대한 시각 차이와 투자 유치 논쟁을 해결하고자 2기에서는 모집 단계에서부터 스타트업을 두 영역으로 나눴다. 투자 유치의 필요성이 적은 반면 이미 독자적인 수익모델과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빠른 공동 사업화가 가능한 ‘협업형’과 선발 직후 시드 투자와 함께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팅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당장의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잠재력을 지닌 ‘혁신형(육성형)’으로 나눠 선발한 것이다. 그리고 현업 부서가 중심이 되는 사전 추천과 서류심사 및 1차 대면 평가를 진행함으로써 선발 단계에서부터 현업 부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했다. 특히 선발 직후에는 전사 핵심 실무자를 대상으로 선발 기업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실질적인 공동 사업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현업 부서의 선발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를 사전에 높일 수 있었고, 3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빠른 공동 사업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림 2)



선발 단계부터 현업 부서 참여, 혁신 문화 전파

퓨처나인은 2017년 출범 당시 생존의 위기를 타개하고 혁신하기 위해 다소 급박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2년이란 짧은 기간이 지난 현재는 조직 내부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 2기에 핵심 실무진으로 활동했던 당시 미래사업부 박원규 선임 차장(현 라이프비즈부 미래Biz팀장)에 따르면 퓨처나인은 OI의 특성상 초기에 하향식으로 시작하면서 조직 내부에 혁신 문화를 이식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협업은 결국 실무자들이 하는 것이다. 퓨처나인은 혁신 문화를 조직 전반에 전파하기 위해 스타트업 선발 심사 단계부터 주요 포스트의 현업 실무자들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켰다. 1, 2기 각각 50여 명 이상의 임직원들이 서류, 1차, 2차 대면 심사에 참여해 치열한 선발을 진행했다. 선발 후에는 내부 기업설명회 개최를 통해 스타트업의 사업모델 소개 및 프로그램 기간 중 KB와 진행할 협업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고, 이를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 증진 및 협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제 KB국민카드 임직원들은 협업할 스타트업이 없을지를 먼저 문의해오기도 한다.

2기 최종 선발 후에는 20개 현업 부서에서 총 82개, 기업당 평균 8개씩의 공동 사업화 모델을 도출했다. 2018년 하반기에는 바로 실행 가능한 모델의 경우 현업 부서 실무자가 담당 스타트업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기획-보고-의사결정 체계를 단축하고 빠른 실행-검증-개선의 린스타트업(Lean Startup)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실무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4개의 협업형 스타트업은 최종 데모데이 때 국내 최초로 스타트업과 대기업 담당자가 공동으로 피칭하는 이색적인 모습으로 이어졌다. 인테리어 리빙 플랫폼 스타트업인 ‘집꾸미기’와 함께 데모데이 무대에 오른 체크카드사업부 김영서 계장은 “KB국민카드의 한 직원이 아닌 대표자이자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라는 마음으로 3개월간 함께 사업모델을 만들어 왔기에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는 고객 확보와 투자 유치 기회

초기 성장 동력이 절실한 스타트업들에도 퓨처나인 프로그램은 좋은 기회가 됐다. KB국민카드 같은 대기업과의 공동 사업화를 통해 스타트업 독자적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구매력을 갖춘 타깃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선정 기업들은 1800만 KB국민카드 고객 중에서 자사의 핵심 타깃층이 될 수 있는 대상을 선별해 자사 서비스와 프로모션을 안내하는 문자 발송 서비스를 지원받았다. 그 결과 기존 문자 마케팅보다 훨씬 높은 최대 32%의 반응률을 보였는데, 특히 자유여행 숙박 플랫폼 스타트업 ‘트립비토즈’가 실시한 제주 신라호텔 특판 프로모션이 30분 만에 완판돼 국민카드 담당자들 또한 놀랐다고 한다.

또 일부 스타트업은 퓨처나인을 통해 시드 투자 혹은 후속 투자 유치를 받게 됐다. 2기 혁신형 3개 기업은 선발 즉시 8000만 원 이상의 시드 투자를 받았으며, 이미 시리즈 A 이상 단계인 협업형 기업은 KB증권 및 KB인베스트먼트와 같은 금융 관계사로부터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스타트업은 이런 시드투자 및 관계사를 통한 후속투자 연계를 통해 KB그룹사와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전담 조직, 전사적 지원, 성과 관리

2017년 퓨처나인 1기부터 올해 진행할 3기를 준비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본 OI의 구현 단계는 [그림 3]과 같다. 우선 OI를 추진할 수 있는 전담 조직과 예산이 결정되는 게 중요하다. 협업 성과는 단기간에 나오기 어려운 만큼 중장기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전담 조직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전담 조직이 결정된 이후에는 조직 내부에서 당면한 전략 과제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전사적 참여가 요구되는 만큼 개발, 영업, 기획, 재무 등 이해관계부서 모두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전사적 관점에서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반영한 당면과제가 정렬된 후에는 전문기관과의 논의를 통해 시장 관점에서 다시 한번 과제를 정렬한 후 다양한 채널과 방법을 통해 외부 혁신 조직을 발굴하고 선정해야 한다. 혁신 스타트업이 결정되고 나면 전담 조직-현업 조직-혁신 조직-전문 조직 등 4자간의 협업을 거쳐 진행된 시장 검증(PoC, Proof-of-Concept) 결과물이 조직 내에 공유, 내재화돼야 한다. 특히 이 단계에서 성급한 성과 창출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려면 최고경영진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PoC 결과물이 상용화되거나 연구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단발성 프로젝트로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2년간의 운영 경험을 통해 KB국민카드는 6단계의 OI 구현 프로세스를 전담 조직뿐 아니라 전사에 내재화했다. 올해 6월부터 진행되는 퓨처나인 3기는 더욱 빠르고 파급력 있는 공동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3기에는 시드 투자 규모를 늘려서 선발된 초기 스타트업이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빠른 고객 지표 획득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KB국민카드가 지닌 자체 플랫폼과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등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제공할 예정이다.


혁신은 자신에게 위협적인 수준까지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은 내부적으로 다음과 같은 철학을 공유한다. “만일 우리가 페이스북을 끝장낼 무엇인가를 만들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만들 것이다.” 혁신은 자기 자신에게 위협적인 수준까지 도달해야만 진정한 혁신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카드업계는 업체 간 경쟁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다른 업종들이 처한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부 조직에서 창출되는 매번 비슷하고 관행적인 제품, 경쟁자를 따라 한 미투(me-too) 제품 또는 단기적인 바이럴 효과에 기댄 컬래버레이션만이 혁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조직 내부에 새겨져 온 전통적 성공 공식을 기반으로 한 폐쇄적 혁신만으로는 성공은커녕 생존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외부 혁신 조직과의 OI가 필수적이다. 외부 요인에 따른 생존의 위협에 맞서고자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시작한 KB국민카드의 퓨처나인 사례가 당장 OI가 절실한, 위기에 처한 많은 기업에 시금석이 되길 기대한다.


DBR mini box : KB국민카드와 스타트업의 다양한 협업
“서재 찍어서 올리면 책을 분석해드립니다”

퓨처나인을 통해 스타트업은 고객 접점 확보 및 고객 확대의 기회를 얻고, KB국민카드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윈윈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퓨처나인 1기 라이앤캐쳐스의 모바일 앱 서비스 ‘비블리’는 모바일 서재 및 취향 기반 도서 추천 서비스다. 비블리의 사용법은 책이 몇 권이 있든지 상관없이 서재를 찍어서 앱에 올리기만 하면 자동으로 가진 책이 무엇인지를 리스트로 만들어준다. 물론, 단순 정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의 주제어를 분석해 새로운 책을 추천해주며 4대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취합/반영한 판매 순위도 보여준다.

KB국민카드는 퓨처나인 1기 기간 중 최근 1년간 20만 원 이상 도서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DB를 선별해 5만 원 이상 도서 구매를 한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비블리’ 서비스를 안내하는 스마트 오퍼링(SOS, Smart Offering System)을 진행했다. 약 2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문자를 받은 고객 중 약 13%가 반응하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타 마케팅 반응률 대비 3배 이상의 효과였다.

다른 한편, KB국민카드가 스타트업을 오히려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퓨처나인 2기 ‘집꾸미기’는 인테리어 매거진으로 시작한 인테리어 소품 중심 플랫폼으로 약 600만 명의 SNS 팔로워를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KB국민카드 체크카드사업부는 체크카드 이용 활성화를 위해 집꾸미기가 제공하는 인테리어 스타일링(약 100만 원 상당)을 경품으로 하는 프로모션을 집꾸미기 SNS를 통해 진행했다. 이 프로모션의 반응률은 역대 최고 수준인 38.7%를 기록했고 체크카드 매출 또한 2배 이상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도 실험해보고 있다. 퓨처나인 1기 스타트업인 사운들리는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비가청 영역) 고주파 음파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송수신 기술 및 관련 특허(低전력 등)를 보유했다.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여러 대기업을 만나 자사 기술을 대기업이 보유한 고객 인프라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신규 개발 요청을 받을 뿐이었다.

퓨처나인을 통해 김태현 사운들리 대표와 KB국민카드의 OI부서(舊 미래사업부) 및 현업 부서 실무자들은 양사 간 협업 모델을 도출하기 위해 수차례 만났다. 우선 음파를 활용한 TV 광고를 실시했다. KB국민카드의 알파원카드 TV 광고에 자사 음파기술을 삽입했고, 광고가 끝나는 시점에 앱 푸시를 통해 카드 사용방법 등을 추가로 광고한 결과 20만 명이 해당 푸시 광고를 시청해 일반 광고 대비 약 10배 높은 반응률을 달성했다.

다음 단계로 음파를 활용한 결제 모델도 고려했지만 현실적인 난제가 많아 후순위로 미뤘다. 대신 파급력, 효과성, 현실성, 즉시성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한 끝에 ‘비가청 음파 기반 데이터 전송 기술’을 KB국민카드 앱에 접목해 마트 등에서 고객의 폰이 특정 음파를 감지했을 때 관련 이벤트를 기획/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대역의 음파를 쏘면 각 고객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에서 이를 탐지, KB국민카드만의 프로모션을 안내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마트에 방문한 고객이 전단지, 입간판, 안내방송 등을 통해서만 프로모션을 인지할 수 있어서 타기팅이 어려웠던 부분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아쉽게도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보안 정책 이슈로 개발을 완료했음에도 시장에는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협업을 통해 KB국민카드는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필자소개 박유진 로아인벤션랩 사업개발팀장 eugene@roailab.com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미디어 석사를 전공하고 삼성전자와 KT 경제경영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로아인벤션랩(ROA Invention Lab, 대표 김진영)에서 사업개발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KB국민카드, 현대모비스 등과 함께 스타트업과의 개방형 혁신을 진행해왔으며 삼성화재, 현대자동차, 현대산업개발 등의 사내 벤처를 육성하고 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