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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파이랩’ 사례 분석

“피플 애널리틱스는 목적이 아닌 수단
인사이트보다 구성원 신뢰에 초점”

박원철 | 271호 (2019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카카오는 2015년 피플 애널리틱스 조직 ‘파이랩’을 만들었다. 다양한 학력과 경험을 지닌 5명의 팀원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들은 직원 개인 특성과 팀워크에 대한 요소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한 인식, 조직문화 등 다방면을 조사한다. 이를 면밀히 분석해 팀원 간 협업 강화, 팀 효과성 증진 등 의미 있는 데이터를 도출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피플 애널리틱스팀’
카카오의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 조직 ‘파이랩(PiLab, People&Innovation Lab)’은 회사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의 원인과 이유를 찾기 위해 시작됐다. 파이랩은 2015년 처음 조직이 구성되고 현재까지 크루들(카카오에서는 직원들을 ‘크루’라 부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지금은 팀워크, 조직장, 관계, 피드백, 시간 관리 등 분석 대상과 수집 데이터 폭이 상당 부분 넓어졌다.

조직원의 대부분은 조직 내 인간 행동에 대해 기본적이고, 직관적이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직관과 상식은 잘못된 경우가 많다. 또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꽤 있다. 예로 조직의 크고 작은 이슈에 대해 면밀한 분석 없이 ‘결국 리더 문제야’와 같이 일반화하거나 퇴사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해 ‘결국 돈 때문이겠지’같이 보상 문제로 귀결시키곤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들은 특정한 상황이나 조건에서만 유효한 가정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믿는 가정을 하나의 원칙으로, 그대로 적용한다면 경우에 따라 조직 구성원과 회사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카카오의 크루들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세상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는 일 자체가 혁신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카카오의 각 계열사는 사업 자체만 아니라 일하는 방법도 재정의하고 있다. 이 혁신의 근원은 크루들의 주도적인 행동과 상황에 제한받지 않고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카카오는 일방적인 결정이나 관계에 따른 결정은 지양하고, 데이터에 의존한 결정과 선택을 존중한다. 희미한 느낌이 아닌 근거에 기반해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파이랩은 크루들의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 전체의 생각을 추정한다. 조직과 관련된 다양한 가정, 추정, 가설들이 좀 더 사실에 가까운 값에 도달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한다.

카카오 파이랩은 서로 다른 배경과 기술, 관심 분야를 가진 팀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따라 데이터 수집과 분석, 데이터 해석 및 커뮤니케이션, 적용(경험 설계)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직심리학, 긍정심리학, 경영학, UX 등 다양한 이론적 배경을 갖추고 있고, 경력도 조금씩 다르다. 피플 애널리틱스에 있어서 조직의 다양성은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데이터를 보더라도 한 가지 시점에 집착하지 않고, 복수의 관점에서 가설을 세우고 분석할 수 있게 한다. 팀원들의 공통점을 한 가지 뽑자면 ‘의심이 많다’는 것이다. 기존 관행, 또는 일반화된 의견 등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논리적 관계나 과학적 통계에 기반한 데이터로 답을 찾고자 한다. 궁금한 점을 데이터의 관점에서 다시 정의 내리고, 확인하고자 노력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피플 애널리틱스 조직에 적합하다.


DBR mini box: 카카오 파이랩(PiLab), 피플애널리틱스 조직 소개

비전 : 크루 관련 의사결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지는 회사를 만든다.
미션 :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분석을 통해 크루의 경험을 변화시켜 나간다.
피플 : 2015년 2명으로 시작해 현재 구성원은 5명(긍정심리학, 산업조직 심리학, UX, 경영학으로 다양한 배경)이다. 구글 본사 근무, UX 사용자 조사 프로젝트, 제조업에서 협업 관련 데이터 수집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프로젝트 : 선순위로 가장 영향이 큰 프로젝트부터 시작했다. 1단계 ‘회사 수준 피플 애널리틱스’로 크루들의 인식/정서를 측정하고 인사이트 공유 체계를 구축했다. 2단계 ‘팀 수준 피플 애널리틱스’로 효과적 팀의 특징 도출 및 팀별 분석(해석 및 지원)을 진행했다. 3단계 ‘협업/커뮤니케이션 허브(hub)’로 생산성 등 주요 KPI와 관련된 분석과 개선을 이뤄냈다.




1. 조직의 탄생
2015년 카카오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파이랩을 만들었다. 조직의 혁신 모델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구글이 파이랩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하는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초기 2명(처음 2명조차 전담이 아니었음)이 피플 애널리틱스 분야를 맡았다. 당시 기반도 없었다. 분석 또는 리포팅 시스템이 없었고 사실상 피플 애널리틱스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도 없었다. 보유하고 있거나 관리하는 데이터도 거의 없었다.

보유한 데이터가 전무한 상황이다 보니 기존 인사 데이터에 접근하게 됐다. “분석을 잘할 수 있으니 데이터 좀 주세요”라고 인사 관련 부서에 요청했는데 이는 사실상 도발에 가까웠다. 인사 데이터에는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거나 보안 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권한에 따라 접근 범위도 달라진다.



사실 HR 애널리틱스에서 분석해 보고 싶은 주제와 관련된 데이터는 평가, 보상 등 보안이 유지돼야 한다. 무턱대고 분석을 목적으로 데이터에 접근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설득이 안 되기도 하겠지만 조직의 존재 목적 자체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조직이 만들어진 뒤 몇몇 단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해산되거나 다른 조직에 흡수된 사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다.

초기 1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최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조직의 명확한 방향성, 목적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데이터로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분석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팀원들의 명료한 공감대가 갖춰져야 한다. 이는 조직에 대한 오해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지만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할 것인가’, 즉 수행 프로젝트의 우선순위 결정에도 큰 도움을 준다.




2. 분석 대상 및 데이터 종류
방향을 정한 뒤 무엇부터 해야 할지 결정이 필요했다. 먼저 어떤 대상을, 어떤 종류의 데이터로 분석할지 고민했다. 그러려면 분석 대상을 확실히 정하고,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수집하고 관리해야 할 데이터 세트)부터 정해야 했다.

먼저 크루가 속한 회사(제도, 문화, 업무 등)와 팀(팀워크 등), 관계(협업, 네트워크 등) 등을 조사했다. 분석을 위해 인지, 정서, 행동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개인의 특성 데이터(성격, 일하는 스타일 등)와 인사 현황 데이터(근속 연수, 직군, 평가 피드백 등)를 연계해 분석하기로 했다. 크루들의 행동을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성격, 기분, 동기부여 같은 개인의 특성뿐만 아니라 1차적으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일, 팀 환경 등)과 회사의 제도, 문화 같은 2차적 환경을 모두 분석해야 한다. 이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도식화하면 [그림 2]와 같은 모형이 나온다. 이 모형에 맞게 이해를 돕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발의/수행했다. 각 수준에 맞는 데이터가 수집되면 의미 있는 시사점이 도출될 수 있다. 원 가장 바깥에서 관찰되는 데이터(퇴사율이 낮아지고 있다 같은 회사 표면에 드러나는 현상)의 발견도 의미 있지만 긍정적인 요소를 강화하거나 부정적인 현상의 개선이 이뤄지려면 원인과 이유와 관련된 근거들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조직에서만 근무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퇴사 확률이 차이가 난다 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은 가장 안에 위치하는 원(개인 수준)까지 파고들 수 있을 때 명확해진다.


CASE: 다양한 수준의 연결을 통한 인사이트 도출
파이랩은 팀과 개인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며 조직별 데이터 해석 및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팀에서는 유연성, 실행, 상호 보완,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주요 팀워크 구성요소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을 측정한다. 개인 수준에서는 성격 Big-5 데이터(성격심리학 모형으로 인간의 성격을 신경성, 외향성, 개방성, 우호성, 성실성 등 5가지 상호 독립적 요인들로 설명), 일하는 스타일 데이터를(점진적 변화 지향 vs. 혁신 지향) 취합했다. 그랬더니 조직 중에서 전년 대비 모든 팀워크 결과가 크게 개선된 K팀이 있었다. 구성원들의 상호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3.0∼5.0)도 5.0으로 가장 높았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우리는 그 답을 K팀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이 팀에서 공유받은 데이터(팀워크, 일하는 스타일 1 )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중 상호 일하는 스타일에 대한 인지적 공감(차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K팀의 구성원 중에서는 일하는 스타일이 서로 다르게 나오기도 했는데(점진적 계획적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 a, 혁신적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 b), 이들이 공유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한 것이다. 팀원에 대해, 팀워크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 변화해야 하는지,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팀원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메신저 단체 대화방의 대화량에서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기도 했다. 데이터를 통해서 인식 변화가 일어났고, 맥락을 공감한 구성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팀워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팀 수준에서 발견되는 현상) 팀의 목표, 자원, 환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구성원의 관계, 업무 행동, 구성적 특성 등에서 더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에 근거한 변화는 분석 수준이 회사 수준에서 팀 수준, 개인 수준으로 점차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그 힘이 더 커진다. 현상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려면 회사, 조직, 구성원 개인 수준까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3. 첫 프로젝트: 회사에 대한 크루(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데이터 분석을 실시할 때 ‘작게 시작해 크게 키우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세스 개선이나 퇴사자 예측모델링 같은 통계 예측 모형을 활용해 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반대로 피플랩은 규모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이 높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새로운 개념을 연구하거나 기존 경험이 부족했던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회사에 도움이 되는 기능, 역할이라 할지라도 그 조직이 유지되려면 경영진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동의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동의와 협력을 얻어내려면 영향력이 큰 프로젝트부터 착수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번에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발의했다.


회사에 대한 크루들의 생각은 어떨까?
회사의 문화나 제도 등에 대해 유효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크루들의 피드백’이다. 인식이나 정서 같은 피드백은 크루들의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다. 이 같은 데이터를 확보하면 조직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타운홀미팅의 참석자가 줄어들고 있다 등)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프로젝트에는 총 25명이 참여했으며 수행하는 데 약 1년 5개월이 걸렸다.

2016년 8월부터 파이랩 및 HR 리더 중심으로 발의준비팀을 구성했다. ‘옐로나이프 프로젝트(Yellowknife Project)’로 이름을 붙이고 개략적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직군별, 조직별 협업 팀원(서포터즈)을 모집했다. 최종적으로 총 25명의 TF 팀원이 구성됐다. 팀은 크루들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측정 도구를 개발했다. 최초 측정은 2017년 11월에 실시했다. 데이터 정리 후 인사이트가 포함된 리포트는 2017년 12월 공유됐다. 이후 지난해 2월까지 데이터 기반 해석, 변화 관리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데이터 측정
우선 문제를 명확히 정의했다. ‘빈도와 강도’를 중심으로 회사에서 이야기되는 이슈를 정의하고 측정을 통해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문항들을 만들었다. 25명이 함께 매주 1∼2회, 점심시간에 모여 회사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토론했다. 이슈를 최대한 수집한 후 우선순위를 함께 분류했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 또는 강화가 필요한 이슈를 선택하고 이와 관련된 조직 내 대표 행동들을 다시 수집했다. 예를 들어, 조직장의 동기부여와 관련 대표 행동(내가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준다)을 수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표 행동 풀(pool)에서 가장 보편성(조직 특수성이 배제되고, 보편적으로 통용되는가)과 효과성(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행동의 영향력이 높은)이 높은 것을 재선별해 이를 문항으로 만들었다. 문항으로 만드는 과정 또한 25명이 모여 함께 작업했다. 특히 중점을 뒀던 것은 회사에서 자주 회자되는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 결과 ‘회사의 성장 방향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내 일과 관련된 정보나 히스토리를 사내 업무 툴(아지트, 지라, 위키, 깃헙 등)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등의 카카오만의 고유 문항들이 도출됐다. 구성원들이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수준 정도와 원인, 이유,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측정 문항이 만들어진 것이다.



환경은 변화하고, 조직은 매년 달라지기에 측정 구조 또한 기본적으로 매년 수정된다. 전체 질문 가운데 긴급한 쟁점들을 토대로 해마다 30∼40% 정도 바꾸지만 나머지는 유지하면서 시계열적 추이 분석을 용이하게 관리하고 있다. 크루들의 주도적 행동을 중심으로 동료, 의사결정, 일하는 문화, 인정 제도 등의 영향 방향 및 영향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측정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70개 내외의 문항들이 주어지는데 예를 들어, ‘내가 하는 일은 가치 있다’ ‘나는 더 나은 결론을 위해 상대방과 다른 의견이라도 제시한다’ ‘내 주변에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동료들이 많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우리 회사에서 계속 일할 계획이다’ 등 객관식 문항과 ‘카카오에서 일하며 경험한 좋은 사례를 써달라’ 같은 주관식 문항이다.

우리가 만든 설문 조사에는 전체 크루 중 70% 이상이 참여했다. 크루들에게 준비 상황과 배경, 프로젝트 기대 효과 등을 공유해 참여를 독려했다. 곳곳에 포스터를 배치하고 메신저 등도 활용해 최대한 많은 크루가 참여하도록 노력했다. 파이랩은 이 설문 조사를 매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조직 내 문제와 관련된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확보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가설을 검증, 분석하고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탐색적 자료 분석, EDA Exploratory Data Analysis, 통계적 추론, 모형 설명을 실시하고 회귀분석, 클러스터링, 차원축소 등의 통계 기법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와 분석 결과는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수집된 데이터와 분석 결과는 크루 전원에게 2주 내에 공개한다. 조직별로 정리된 리포트도 시스템을 통해 공유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크루들이 제기하는 조직 내 문제와 이와 관련된 증거 및 근거들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변화시키는 주체는 누구일까? 우리는 크루 모두가 문제의 변화 주체라고 정의했다. CEO로부터 팀원까지 모두가 변화의 주체인 것이다. 이 데이터를 기반한 의사결정은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시각화는 또 다른 큰 산이었다.

사람은 데이터가 옳다고 해서 꼭 이에 따라 실행하지는 않는다. 개인 행동의 변화는 개인의 몫이다. 또 개인의 결정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객관적인 현실이 아니라 해당 사람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다. 그 과정에 외부 압력과 영향이 개입되면 행동 변화가 있었다 하더라도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된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여주고,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결과를 전체 공개하면서 보여주는 방식에서 슬쩍 ‘너지(nudge)’를 줬다. 우리는 결코 데이터가 크루들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랐다. 우리가 택한 방식은 해당 주제에 대한 ‘자기 인식’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었다. 현재 조직에 대한 나의 인식, 전년 대비 추이 변화 등 개인이 회사 각 요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우선적으로 보여줬다. 리포트 시스템에 접속, 사내 ID/PW를 입력한 후 처음 나타나는 페이지는 ‘나의 응답 요약’이다. 가장 먼저 자기 응답을 확인한 후 다른 사람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기 인식’을 기반으로 타인의 인식과 비교해 인식 차를 발견할 수 있도록 결과를 공유한 것이다. 스스로의 인식에 다양한 시각이 더해지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관계나 알지 못했던 내용을 새롭게 읽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기대했다. 어떤 현상을 편협한 시각이 아닌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해줌으로써 자연스러운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선택한 데이터 시각화 방법은 좋은 계기가 됐다. 다양한 관점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자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이 나왔다. 집단의 결과와 나의 결과가 다르면 그 차이에 대해 고민했고,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면 공감의 위안을 얻었다. 인식 차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들도 마련됐고 이를 잘 해석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예를 들어,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조직장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여긴 행동이 생각보다 효과가 없음을 발견했다. 인식 차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고, 팀원들에게 보다 나은 리더십을 위해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자리까지 마련했다. 자연스러운 인식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도 이뤄졌다. “내가 바꿔야 한다” 같은 강요나 압력에 의한 변화가 아닌 “무엇이 인식 차를 일으켰을까? 함께 이야기해보자”같이 데이터 기반으로 서로 이야기하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분석프로세스별 파이랩의 접근과 시사점
분석은 ‘의심’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또는 쉽게 회자되는 것이라도 그것이 사실인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으면 힘들게 데이터를 구해 분석하더라도 활용되지 못하는 결과를 맞이한다. 궁금한 점을 데이터의 관점에서 다시 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뛰어난 동료가 퇴사하면 주변 조직원들의 이직 의도가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란 현상이 발견됐다고 생각해보자. 우선 뛰어난 동료에 대해 정의할 필요가 있다. 고성과 직원, 조직의 리더, 기술적 리더십을 갖춘 시니어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데이터 관점에서 정의하면 이렇게 된다. ‘뛰어난 동료를 사내 피드백 데이터에서 큰 영향력을 갖춘 직원으로 보고, 그 허브들의 이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보자.’ 하나의 ‘의심’을 데이터의 관점에서 다시 정의 내린 것이다.



데이터 수집 및 정제: ‘팀의 최적 업무 리듬을 파악할 수 있을까?’
개인의 업무 시간이 유연해지면서 점차 크루들의 업무 리듬이 팀보다 개인의 특성 및 선호도에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업이 잘 이뤄지게 할 수 있을까? 궁금한 점을 데이터로 이해하고자 팀원들의 업무 집중 정도 데이터 수집이 필요했다.

필요한 데이터를 출근부터 퇴근까지 2시간 업무 단위별 집중 정도로 정의했는데 수집 과정에서 업무 방해를 최소화하고, 쉽게 응답하며, 응답에 고민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이와 관련, 파이랩에서는 ‘챗봇’을 개발했다. 챗봇은 이야기하듯 크루들에게 질문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업무 방해 최소화, 쉬운 응답, 응답 시간 최소화 등 3가지 목적을 달성하면서 의도에 대한 오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데이터는 챗봇을 통해 4주 단위로 ‘1) 업무 시작/끝 시간, 2) 점심시간, 3) 2시간 간격의 업무 집중 정도’를 수집 및 확보했다. 이를 정제한 후 문제 해결과 관련된 분석을 실시했다. 퇴근할 때도 그날의 감정을 수집했다. ‘즐거웠어요’ ‘힘들었어요’ ‘그저 그랬어요’ 등 그날의 감정에 따라 쉽게 3가지 버튼 중에서 고를 수 있게 했다. 관련 이유에 대해서 간단히 입력할 수 있도록 추가 추적 장치도 설계했다. 출근부터 2시간 단위의 집중도, 퇴근 및 퇴근 시 감정은 예민한 데이터일 것이다.

자칫 회사의 감시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감시처럼 보여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데이터로 해결해보고자 했던 문제는 ‘어떤 요일, 어떤 시간에 개인의 집중도가 높아질까?’ ‘팀의 중요한 프로젝트 논의 미팅은 어떤 요인/시간에 하면 효과적일까?’ 등이었고,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높은 신뢰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크루들에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과 목표를 공유하는 데도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좋은 데이터 수집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 해결도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를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EDA(Exploratory Data Analysis)라고 한다. 어떠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현황을 파악하고 흥미로운 패턴을 찾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프로세스에 따라 좋은 데이터가 수집되면 EDA를 통해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정의했던 문제에 맞춰 데이터를 수집했지만 수집된 데이터 바탕으로 문제 정의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이 발견될 수 있다. 일단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면 다양한 관점의 분석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 해결도 가능해진다.

우리는 데이터 및 분석 결과가 담긴 개인 리포트와 팀 리포트를 제공했다. 리포트에는 1. 오전, 오후로 나눠 요일별 언제가 가장 집중도가 높아지는지, 2. 어떤 요일에 집중도가 낮아지는지, 3. 같이 협업을 할 때 효과적인 관계는 누가 될 것인지 등과 관련된 결과가 담겼다. 유연근무제가 실시되면서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 및 분석 결과는 다양하게 활용됐다. 출근시간 선택에 활용한 크루도 있었고, 팀의 주간 미팅 요일 및 시간 선택에 결과를 활용하기도 했다. 개인 및 집단의 근무시간 관련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행동을 유도하는데 챗봇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렇게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와 분석 결과는 개별 크루와 팀들에 공유됐고, 업무 집중과 성과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Case: 카카오의 효과적 팀은 무엇이 다를까?
‘효과적인 팀의 팀워크에는 차별화된 요소가 있을 것이다’라는 가정을 두고 1년간, 총 93개 팀, 801명의 데이터를 연구했다. 우선 객관적이고, 정량적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기본 측정 모델을 구축했다. 기존 팀워크 관련 연구들에 대한 검토와 카카오 내의 좋은 사례들을 참고해 측정 모델을 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기본 측정 모델은 충돌 등의 행동 변수, 공유 멘탈 모델 등의 팀 기반 변수 등 총 15개 변수와 47문항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팀워크와 관련된 구성원들의 인식 및 정서 측정에는 비체계적 오류, 랜덤 에러(random error)가 발생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었다.

응답 대상의 범위를 좁히면 좁힐수록 개인이 드러나는 위험은 증가하게 된다. 동료와의 관계, 리더십 스타일 등 조직 상황에 따라 왜곡된 응답값이 측정될 리스크가 분명 존재했다. 즉, 조직장의 성향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친 응답값이 나타나거나 또는 불편한 마음속에서 실제와 다른 응답값이 나타날 확률이 컸다. 이와 관련해 신뢰도 있는 데이터 확보가 필요했다.

몇 번의 실험을 거친 후, 우리는 신청에 기반한 데이터 수집은 왜곡을 막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팀워크 데이터 수집 후, 관련 결과 또는 인사이트 전달, 공유까지 시간 차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내 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구성원 입장에서는 결과에 대해서, 결과에 기반한 변화에 대해서 즉각적인 행동이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시간 차를 최소화하고, 조직별 데이터 기반 해석 또는 활용을 지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함을 깨달았다.

‘팀 건강성 측정’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로 2018년 한 해 동안 매일 회사의 각 팀을 만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공유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코 쉽지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를 맡은 PM의 노력 덕분에 의미 있는 데이터가 축적됐다.


Step 1. 월 단위, [팀 건강성 측정]을 희망하는 조직 신청 접수
Step 2. 팀워크, 팀 효과성 및 팀 구성원들의 특성(일하는 스타일, 성격 등) 측정 실시
Step 3. 측정 결과 기반, 조직별 결과 해석 및 활용 지원 세미나 진행


팀 건강성 측정 프로그램을 신청한 조직을 대상으로 건강성 측정과 인터뷰를 실시했고, 계획된 팀 건강성 시간에 관련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공유했다. 마지막 스텝에서는 측정 결과에 기반해 세미나 시간을 가졌다. 이는 팀 효과성과 관계가 높은 팀워크 요소에 대해 팀원들이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 무슨 원인이 있었는지, 더 개선할 여지가 없을지 등을 논의하는 과정이다. 통상 1시간 이상 논의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결정’, 즉 우리 팀은 어떤 규칙, 행동, 또는 약속을 할지를 정했다.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팀 건강성 시간의 특별한 점은 그 자리에서 ‘더 나은 팀’이 되기 위한 결정까지 이뤄진다는 점이다. 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희미한 느낌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함께 변화를 고민하는 시간은 다양한 팀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1년간, 총 93개 조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팀 건강성 측정에서는 꽤 의미 있는 데이터가 축적됐다. 관련 인터뷰를 추가적으로 실시한 후 우리는 다음과 같은 효과적인 팀의 5가지 특성을 찾을 수 있었다.

카카오 효과적인 팀의 5가지 특성을 찾은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팀이나 팀워크와 관련된 좋은 자료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좋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찾았다고 해도 실제 조직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조직과 조직원들의 특성이 회사마다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회사의 데이터, 크루들이 자신의 팀, 팀워크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사의 모든 조직에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회사의 400개 이상 조직에 적용하는 데 이질감이 없고, 효과적이며,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찾았다.



올해에는 팀 건강성 세미나의 측정 문항을 일부 바꿨다. 5가지 특성을 기반으로 문항을 소폭 변경했다. 이와 함께 5가지 특성 기반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늘렸다. 조직장들의 변화도 보였다. 5가지 특성을 기반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도 애자일(Agile)해보자’ 같은 불분명하고, 희미한 느낌의 제안이 아닌 ‘우리 팀의 유연성 향상을 위해 주간 미팅의 방법을 바꿔볼까’같이 조직에 보다 효과적인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는 수집한 팀워크 데이터를 바탕으로 몇 가지 고민에 대한 답 또한 찾을 수 있었다.

이 중 특히 조직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인 ‘조직의 적정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에 대해 의미 있는 발견이 있었다. 그동안의 조직 관리 경험을 기반으로 적정한 조직 규모를 논할 수 있다. 과거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성과가 좋았던 조직의 평균 구성원 수)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관리자의 통제 범위(Span of control)를 개략적으로 정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 던바의 수(Dunbar’s number) 같은 연구된 개념을 바탕으로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과거 성공 경험이 지속 유지되지 않을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특정 조건에서만 유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답은 없지만 조직의 문제와 고민은 조직 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거를 찾아볼 때 유효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는 수집된 팀워크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직별 인원수 구간을 나눠 분산 분석했다. 그리고 나서 변수별 유의미성이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다양한 시뮬레이션 후 팀원 수가 11명을 넘어서면 위 5가지 팀워크 특징 중 유연성, 팀 지향, 보완 행동, 팀 리더십이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미를 부여하면, 효과적인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10명 이하의 조직 구성이 10명 초과의 조직에 비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활용되지 않는 데이터 분석 결과는 무의미할 것이다. 파이랩 분석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4, 5 process)는 해석 및 활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시각화해 결과를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단계다. 아무리 대단한 분석을 했다고 해도 그것이 조직에서 활용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해석 및 활용은 피플 애널리틱스의 최종 단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시간을 쏟아보면 가장 중요한 단계 준비를 등한시하게 된다.

우리도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좋은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공유하는 것이 업무의 최종 단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멋진 인사이트를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 우리가 깨달은 것은 분석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분석 그 자체가 아니라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가 제도, 문화, 프로세스에 반영되는 것이다.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피플 애널리틱스를 활용하는 주체는 컴퓨터나 기계가 아니라 사람,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다짜고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들이대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명령같이 느껴질 수 있다. 기분이 안 좋아지고 때로는 반발심이 생겨서 그 뒤로는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을지 모른다. 개인과 관계성이 약한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것도 효과가 없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데이터 분석 결과가 도출됐다고 하자. 문제 인식부터 측정, 그리고 결과 공유의 시차가 발생하게 되면 분석 결과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통해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나 드러나지 않았던 관계를 보여주면서 그 문제가 개인과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취해야 할 행동이 무엇이고, 그 문제가 해결될 때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일관된 흐름으로 보여줘야 한다. 개인의 행동 변화는 철저히 개인의 몫이지만 적어도 그런 환경 조성은 피플 애널리틱스 조직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신뢰(Trust)
피플 애널리틱스 조직이 지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분석기술이나 대단한 인사이트보다 조직 구성원들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신뢰’는 사실상의 성공적 분석 프로젝트의 기반이다. 신뢰가 없으면 데이터 수집, 유지, 분석 및 데이터 기반 행동 변화 모든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선행 기술이라고 해서, 또는 글로벌 기업들이 HR 혁신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서, 피플 애널리틱스를 특권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조직 구성원의 데이터를 다루는 부서는 무엇보다 ‘투명해야 하고,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크루들의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익명이 유지되나요?” “의도와 다르게 활용되는 것 아닌가요?” 같은 질문들을 받은 적이 있다. 또 피플 애널리틱스에 대해 “크루를 은밀하게 감시하는 것 아닌가요?” 같은 의심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피플 애널리틱스의 목적을 선언하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유지, 관리하는 것을 확실히 알릴 필요가 있었다. 우리 스스로 조직 내 통계 오류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었고, 개인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는 분석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2015년 조직이 만들어지고 첫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데 급급했던 우리는 2017년이 돼서야 가장 중요한 신뢰가 무너져서는 안 되는 것에 공감대를 같이했다. 그래서 우리가 지킬 원칙들을 만들었다. 원칙을 우리 팀의 사내 업무 공간에 붙여두고, 수행하는 모든 분석프로젝트에서 재차 강조하고 있다. 물론 원칙만 세운 후 지키지 않는다면 원칙이 없었던 때보다 더 나쁠 것이다. 파이랩 팀원 모두 스스로 이 원칙을 지키며 맡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매주 주간 미팅 전 테스트를 보기도 하며 자주 강조한다. (테스트는 카카오 크루 답게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했다. 주간미팅 전 정해진 시간에 각자의 핸드폰에서 실시하고 있다.




돌아보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한 일들도 많았지만 우리가 잘해왔다고 자부하는 것은 우리는 피플 애널리틱스가 목적이 아닌 수단임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직 한국에는 피플 애널리틱스를 수행하는 전담 조직이 많지 않다. 만약 조직으로 이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면 우선 ‘문제’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어떤 데이터로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그 과정은 어렵지만 의미 있고,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이다. 어렵게 수집, 분석한 데이터에서 새로운 관계, 알지 못했던 내용을 발견할 때의 쾌감은 더할 나위 없다. 장담한다. 향후 전담 피플 애널리틱스 조직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박원철 kakao PILab 팀장 charles.vplus@kakaorocorp.com
필자는 고려대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을 전공하고, 카카오에서 국내 유일 피플 애널리틱스 조직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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