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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세대를 위한 ‘잡 크래프팅’

일의 의미 느끼게 해야 조직이 큰다

백수진 | 268호 (2019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백수진 박사가 잡 크래프팅 이론의 행동 전략을 소개하는 연재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잡 크래프팅은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특히 조직 내 세대 간 문화 격차를 줄이면서 팀워크를 향상하는 데도 유용한 이론으로 주목할 만합니다. 구성원과 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유용한 인사이트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지금하고 있는 일에 스스로 만족하고 의미를 느끼고 있는가? 일을 생계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신 있게 “일에 만족하고 의미를 느낀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 추구와 가치 실현이 가능해지려면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 사람은 일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자존감과 자기 만족감을 통해 일의 의미를 느끼고 싶어 한다. 1 이렇게 일하는 직원들이 업무몰입도뿐 아니라 성과도 좋다.

그런데 구성원이 조직에서 일하는 이유가 변하면서 일에 만족하는 방식 또한 달라지고 있다. 과거 구성원들은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일했다. 조직이 요구하는 일이 곧 나의 일이었다. 조직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을 의미했으며, 직원들은 강한 충성심을 느끼면서 조직이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승진, 급여, 기타 혜택에 만족했다.

하지만 경영 환경이 변화하고 세대도 바뀌면서, 조직 구성원들의 가치관 역시 변했다. 조직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는 등식은 더 이상 절대적인 법칙으로 작용하지 않게 됐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싶어 하는 구성원들은 더 이상 조직에 충성을 약속하지 않는다. 그들은 조직보다 자신이 하는 일 자체의 가치와 본질, 일의 의미를 더 중요시한다. 2

‘일의 의미’란 일이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3 일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일의 의미는 일하는 환경에 특정한 조건을 부여함으로써 향상될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정리한 대표적인 모델이 해크먼과 올덤(Hackman & Oldham, 1980)의 ‘직무특성모델’이다. 직무에 5가지 특성, 즉 과업 중요성, 과업 정체성, 스킬 다양성, 자율성, 피드백이 있으면 구성원은 일의 의미를 향상시키고 동기부여가 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같이 직무와 과업의 환경적, 맥락적 특성을 변경시켜 일의 의미를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구성원 자신의 긍정적인 경험에 집중해 일을 가치 있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일의 의미를 느끼는 3단계
일에서 의미를 느끼는 데에는 3가지 단계 4 가 있다. (그림 1) 첫째, 구성원 개인이 일을 중요한 것으로 인식(personal significance)하는 단계다. 자신이 수행하는 일의 긍정적 의미를 경험하는 단계로 일이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으로 판단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자기 일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본인이 싫으면 어쩔 수 없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인 것과 같다.



둘째, 일을 개인의 성장(personal growth)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서는 일의 의미를 인생 전체의 의미와 연결해야 한다. 일은 인생의 일부분이므로 인생의 의미가 없다면 일도 의미가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일의 의미가 인생의 의미가 되도록 주도적으로 일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단계다.

마지막은 본인이 하는 일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greater good)을 제공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단계다. 우리는 자기 일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때 가장 큰 보람과 의미를 느낀다. 5 그러므로 일의 의미를 더 크게 느끼기 위해서는 자기 일이 외부 세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잡 크래프팅 개념과 행동 전략
일의 의미 만들기란 일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꾸는 내면을 변화시키는 프로세스 6 다. 이러한 일의 의미 만들기를 위해 필요한 행동이 바로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다. 잡 크래프팅은 최근에 대두된 직무재설계에 초점을 둔 개념으로 구성원이 자신의 욕구, 능력, 선호도에 맞도록 스스로 직무의 과업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직무 설계가 상사 등이 직무의 범위, 활동, 결과물을 사전에 정해 직무기술서에 명시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잡 크래프팅은 구성원이 스스로 과업, 관계, 역할 등을 본인의 니즈와 선호도에 맞게 변경시키는 주도적인 업무 행동이다. 상사나 조직이 구성원에게 직무의 과업을 변화시키라고 요구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이 스스로 직무의 과업을 변화시켜 자신의 선호도와 직무 간의 적합도를 높인다. 개인의 경험과 성장에 초점을 두고 일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개성과 특성이 중시되는 경영 환경 변화에 유용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잡 크래프팅에는 3가지 행동전략이 있다. 7 (그림 2) 첫째, 과업의 경계를 변화시키는 것(task crafting)이다. 이를 통해 과업의 내용과 접근방식을 다르게 수행할 수 있다. 둘째, 관계적 경계를 변화시키는 것(relational crafting)이다. 즉, 업무상 발생하는 관계의 질과 양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셋째, 인지적 경계를 변화시키는 것(cognitive crafting)이다. 직무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 이러한 3가지 행동전략이 일의 의미를 발견하고 업무 몰입을 강화해 성과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




잡 크래프팅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을 꼽을 수 있다. 구글은 직원들이 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업무에 몰입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잡 크래프팅을 활용했다. 2012년 마케팅, 회계, 운영, 인사(HR) 등 다양한 직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무작위로 차출해 잡 크래프팅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워크숍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강점, 가치, 흥미에 따라 현재 맡은 과업을 추가, 확대하거나 축소, 삭제해 직무를 재설계하고(과업 만들기), 새롭게 만든 과업 수행에 필요한 조직 내 관계도 재설정했다(관계 만들기).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일을 재정의했다(인지적 변화 만들기).


사진

예를 들어, 잡 크래프팅 워크숍에서 자신의 강점이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people skill)이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때 동기가 부여되고 열정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한 직원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과업 중 주요 이해관계자와 네트워킹하는 과업을 좀 더 확대하고(과업 만들기), 대신 다른 사람에게 위임 등의 관계 재설정을 통해 서류 작업을 축소했다(관계 만들기). 그리고 자신의 일을 ‘구글의 구성원들에게 서로 도움이 되는 유용한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8


구글은 잡 크래프팅 워크숍 결과가 조직에 기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사람과 혁신연구소(people and innovation lab)’를 통해 참가자들이 작성한 잡 크래프팅 계획과 조직 성과와의 연계성도 조사했다. 6주 후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재설계한 과업의 수행 결과를 매니저와 동료들에게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평가 결과는 기대한 대로였다. 매니저와 동료들은 워크숍 참석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져 업무 효과성, 즉 과업의 수행결과가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잡 크래프팅이 조직 성과에 기여했다는 의미였다.

잡 크래프팅을 통해 구성원들이 일의 의미를 다시 느끼고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경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잡 크래프팅 워크숍은 구글 외에도 로지텍, 버츠비와 같은 다른 글로벌 기업도 도입해 그 효과가 검증됐다. 현대엔지니어링, KGC인삼공사, 경기도시공사 등 한국 기업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조직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비결은 한 가지로 귀결될 수 있다. 조직의 뿌리 역할을 수행하는 구성원들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구성원 스스로 본인의 직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잡 크래프팅이 좋은 솔루션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백수진 SM&J PARTNERS 수석 연구위원 sjbaik@smnjpartners.com
필자는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앙대 인적자원개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인재개발원, LG패션, 멀티캠퍼스에서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교육 컨설팅사인 SM&J PARTNERS에서 수석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문제 해결 프로세스’ ‘퍼포먼스 컨설팅에 기반한 HRD전략’이 주된 연구, 강의 분야다. 관련 논문을 저술했으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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