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창업가 4인에게 듣는 ‘새 기업문화’

“리더가 때론 어리숙해야 인재 몰려”
“재택근무 늘리려면 정보 격차 없애야”

268호 (2019년 3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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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지우(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 ‘미생’의 이 명대사처럼 오늘도 수많은 직장인이 전쟁터와 지옥의 갈림길에서 두 가지 선택지를 저울질하며 출근길에 오른다. 냉혹한 취업난에 사회 진출 문턱조차 못 넘은 청년들의 현실은 더욱 답답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는다 해도 가까스로 들어간 직장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일도 부지기수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문화, 낡은 가치관과 관행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아무리 힘들게 구한 일터라 할지라도 ‘코드’가 맞지 않으면 주저 없이 다시 지옥으로 뛰어든다. 조직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을 요구하고 규율, 위계를 강조하던 기존 기업문화로는 자의식이 강해진 개인들을 붙들 수 없다는 의미다. 지금 이 순간 젊은 인재들을 유치하고 조직의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들에 가장 필요한 건 과거와의 결별일지도 모른다.

지난 2월11일, 창간 11주년을 맞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앞으로의 기업문화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의 젊은 창업가 4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동요 ‘상어가족’으로 글로벌 음원 차트와 유튜브를 휩쓸고 있는 ‘핑크퐁’ 제작사 스마트스터디의 이승규 공동 창업자 겸 최고재무책임자(45),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동대문 패션을 전 세계 도매상에 나르고 있는 링크샵스의 서경미 대표(38), 국내 최대 자유여행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33), 영미권에서 웹소설계 넷플릭스로 떠오르고 있는 래디쉬의 이승윤 대표(29)가 그 주인공이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로부터 개인들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조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비결을 들어봤다. 현재진행형인 이들의 도전과 시행착오, 그 과정에서 얻은 경영 수업들을 일부 공유한다.



1교시. 인재의 유치
“때론 리더의 어리숙함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스타트업을 이끌면서 주로 언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체감하나.
이동건 공동 창업자들만 있을 때는 원래 죽이 잘 맞고 믿는 사람들끼리 함께 창업했으니 생각보다 문화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이미 일종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공동창업자 이외의 사람들을 채용할 때부터는 ‘우리 회사가 외부에 어떻게 보일까?’ ‘우리 문화는 어떻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특히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개발자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더 좋은 조건에 갈 수 있는 회사가 많다 보니 문화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서경미 요새 가장 큰 고민이 조직문화와 인사다. 기업 문화가 외부에 알려졌을 때 자칫 회사의 단면이 전체인 양 왜곡될 수가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람을 구하는 데 애를 먹을 수가 있다. 인원이 많으니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쉽게 떠나기도 하고, 어떻게 좋은 사람을 뽑고 남아 있게 할지를 고민하다 보면 언행 하나하나를 조심하게 된다.

이승윤 조직문화로 유명한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Masters of Scale)’이라는 토크쇼에서 ‘문화에 대해 언제부터 생각했나’는 질문에 ‘우리는 손익분기점(BEP·break-even point)을 넘을 때까지는 그런 거 한 번도 생각 안 했다’고 답했다. 초반에는 조직의 단기적 생존에 올인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고, 그 단계를 지나면 조직의 존속을 위한 문화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좋은 인재를 모으고 머물게 하려면.
서경미 최근 간편 송금 서비스 스타트업 토스가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stock option)을 줘서 화제가 됐다. 나도 능력만 되면 그렇게 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스타트업에서 일했을 때 혜택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면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대기업을 포기하고 오게 할 방법은 결국 보상밖에 없다. 스타트업에 올 인재들의 숫자는 한정돼 있고, 우리가 한 명을 데려오면 다른 곳에서 한 명이 모자라게 된다. 결국, 좋은 인재를 오게 하려면 최고의 보상을 줘야 한다. 금전적인 게 크다.

이승규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금전적인 보상으로 답을 풀려고 하면 나중에 금전적인 보상에서 밀리면 인력이 다 나가버린다. 사람마다 바라는 게 다르기에 정답은 없다. 누구는 회사의 미션(mission) 때문에 올 것이고, 누구는 대표의 ‘어리숙함’ 때문에 올 것이다. 대표의 인간적 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가 너무 세련되고 지나치게 똑똑하면 오히려 주변에서 실망하고 떠나버릴 수도 있다. ‘내가 이 사람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이 사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느낌을 줘야 한다. 회사든, 대표든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삼국지』를 예로 들면, 사람들이 항우보다는 유방, 조조보다는 유비 같은 리더를 따르지 않나.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다는 느낌, 그런 여백이 있어야 한다.

이승윤 나보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유치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약점을 노출하면서 확실하게 상대를 필요로 하고, 전적으로 믿고 밀어주겠다는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최근 경영진으로 영입한 미국 ABC 전 부사장의 경우 1억2500만 다운로드의 스토리텔링 게임 스타트업을 육성한 경험이 있는 분이고, 회사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 판단했다. 6번에 걸쳐 계속 만나고, e메일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끈질기게 설득했다. 일단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흥미를 느끼도록 한 다음에 ‘내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경험이 부족한데 제발 도와달라’고 했더니 마음을 열더라. 처음에는 약간 경계해도 상대를 존중한다는 신호를 지속해서 전달하면 상대도 호감을 느끼고 귀를 기울인다.


사람을 채용할 때의 기준이 있나.
서경미 예전에는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주로 뽑았다. 아무래도 여유롭고 삶에 만족하면 열정이 식는 분들도 있으니까. 그런데 너무 성공에 굶주린 사람들은 일을 했을 때 ‘이건 내 거야’ 하면서 성과를 빼앗는 경우가 있더라. 한번은 IT 담당자를 믿고 중개 플랫폼 개발을 맡겼다가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었다. 회사의 중요한 자산인 플랫폼의 도메인 명의를 바꿔서 훔쳐 간 것이다. 데이터베이스(DB)도 전부 다 들고 갔다. 갑자기 나이 서른하나에 엔지니어로서 실리콘밸리에서 꿈을 펼쳐보겠다며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당시 미국에서 서비스가 돌아가고 있었고 이미 미국 직원이 50명, 한국 직원 30명이었기 때문에 여파가 컸다. 미국 직원들은 지인, 대학 친구 할 것 없이 회사가 무너지니까 곧바로 소송을 걸었고 온 집안의 돈을 끌어와서 해결해야 했다.

이 사고를 겪으면서 개인 장사와 회사는 다르고, 꿈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너무 큰 자산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는데도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더라. 아주 비싼 값을 내고 사람에 대해 배웠다. 이제는 경력도 중요하지만 자세를 더 중점적으로 본다. 결국은 성과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유연하고 열린 사고가 중요한 것 같다. 회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팀이나 사업팀의 경우도 동대문시장에서 업자들과 직접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경우가 많아 대인관계가 핵심이다.

이승윤 이것보다는 약하지만 비슷한 종류의 경험을 하고 나니까 다음부터는 검증된 사람들 위주로 찾게 되더라. 옛날에는 특이하고, 열정적이고, 특출 난 사람을 보면 막 가슴이 떨리고, 그런 휘어잡는 매력이 있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은 시들해지고, 본인이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꾸준히 뭔가 키워본 사람들을 선호하게 됐다. 20대 창업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성장 단계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초기 멤버나 스타트업에서 잔뼈가 굵은 리더급이 경영진으로 합류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에 얽매이는 것은 좋지 않지만 스타트업을 성장시켜 본 경험은 실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빨리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일수록 이게 중요하다. 경험이 없지만 열정만 있는 사람에게 일을 가르치며 갈 시간이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잃을 게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예전에 어떤 창업자가 했던 말이 있다. ‘전략이나 시장 상황, 이런 것들은 회사를 죽이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이 회사를 죽인다(one person kills business).’

이승규 같은 생각이다. 잃을 게 있는 사람들과 일해야지,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은 정말 무섭다.

이동건 우리는 ‘프로들의(professional) 집단’을 지향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반 때 창업을 해서 사회경험이 없었고, 동아리 외의 조직을 경험하지 못했다. 자연히 처음 맞닥뜨린 현실적인 문제가 대표를 포함해 직원들이 회사를 동아리처럼 다니고, 공동의 비전이 없다는 것이었다. 창업 후 초기 5년간은 주로 다른 스타트업에서 좋다는 제도와 시스템을 따라서 도입만 할 뿐 이를 뒷받침하는 인재상이나 인사 철학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흉내 내기’에 그쳤던 것 같다. 그러나 한 2년 전부터 정직원이 30명을 넘어가면서 인재상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우리 조직에서 좋은 평가와 높은 보상을 받는 직원들의 유형을 살펴봤다. 그랬더니 업무 성과가 ‘프로 정신의 유무’에 달려 있더라. 우리 회사가 원하는 프로는 남이 쳐다보든 안 보든, 집에 있든 회사에 있든 자기 할 일을 완수하는 사람들이다.




출퇴근 등 근무 형태는 자유롭게 하는 편인가.
이동건 우리는 재택근무를 전면 도입했다. 프로들의 집단이라는 인재상이 정해지고 나니까 일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정착이 되더라. 주변에 보면 재택근무제도를 시행했다가 상처받은 대표들도 많다. 재택근무한다 해놓고 놀러 가는 남용 사례들을 자꾸 보다 보면 제도를 철회하거나 사실상 쓰기 어렵게끔 절차나 규칙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프로들의 집단을 표방하고, 프로라면 어디에 있든 업무 성과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하니 재택근무제도가 지탱될 수 있는 것 같다. 현재 전 직원 100%가 다 제도를 써봤고, 가장 많이 쓰는 분은 지난해 근무일 200여 일 중 70일 정도를 썼다고 한다. 다만 반드시 신고는 해야 한다. 유일한 규칙이다.

이승윤 미국과 서울에 각각 사무실이 있는데 둘 다 재택근무를 허용한다. 사실 개발자 직군은 너무나 투명하게 코딩으로 결과가 다 보이니까 재택근무가 쉬운 집단이다. 반면 콘텐츠 에디팅의 경우는 하나하나가 다 다른 일이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래도 결국엔 다 업무를 하고 있다고 믿고, 에디팅도 계속 방해받으며 회사에 앉아만 있는 것보다야 카페에 한 9시간씩 있으면서 혼자 하는 게 훨씬 몰입도가 높고 아웃풋도 많다. 해야 할 일(objective)과 도출해야 하는 핵심 결과(key result)만 잘 정리해주면 되는 것 같다.

이승규 우리도 출퇴근이 자유롭고 휴가도 무제한이지만 무조건 재택근무가 기존 ‘9 to 6’의 엄격한 규율보다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휴가 일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상한선을 정해놓으면 모두 가능한 한 다 쓰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 팀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서로 동의를 구하는 선에서 자유롭게 쓰도록 한다. 1년에 30일까지 쓴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게 꼭 정답도 아니다. 업종에 따라, 회사 단계에 따라, CEO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자율과 신뢰를 강조하다가 개인의 일탈과 배신을 못 막으면 일을 더 크게 그르칠 수 있는 것 아닌가.
서경미 그렇지만 이런 위기를 겪고도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 또다시 무한 신뢰를 줄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는 사람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런데 내가 IT도 모르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개발자가 될 수도 없으니 또 파트너를 찾을 수밖에 없다. 대신 검증은 철저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잘 없는 문화지만 미국처럼 평판 조회(reference check)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은 하더라도 대충 하지 않나.

이승규 사람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마음을 안 주면 사람이 안 온다. 자유를 보장하고 신뢰하지 않으면 인재를 뽑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겠나. 대기업이라는 소위 꿀단지를 놔두고 더 많은 시간을 바쳐서 일하는 스타트업으로 오려면 그만한 이유는 있어야 한다. 단, 단계별로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는 접근은 중요하다.


2교시. 수평적 관계
“관리자의 지시보다 동료의 압박(peer pressure)이 효과적”

대부분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것 같다. 수직적인 체계의 장점도 있지 않나.
서경미 우리는 개발자 조직은 자유로운 데 반해 영업 조직은 조금은 보수적이다.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있더라. 현재 우리는 직급을 떼고 ‘님’ 호칭으로 부르고 있는데 지난 1년간 리더회의 때마다 이 ‘님’ 문화가 계속 거론된다. 영업이나 일부 조직에서 이런 호칭이 성과에 좋지 않고 수직적인 군대 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영업하는 CEO가 어떻게 그걸 이해 못해주냐’고까지 한다. 그런데 또 막상 ‘님’ 문화가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동대문 형들을 ‘○○님’이라고 부르면서 어색해하면서도 즐거워한다. 서로 다른 문화가 조화를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수평적인 조직의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동건 어차피 규율하려 해봤자 관리자가 주는 압박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받는 압박(Peer pressure)이 더 건강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앞서 자율을 강조하는 토스의 경우도 동료들끼리 서로 견제하게끔 설계가 돼 있는 것 같다.

이승윤 업계마다 다른 것 같다. 가령, 사람들은 미국이 한국보다 기업문화가 좋은 줄 알지만 미국도 업종 따라 갈린다. 우리는 웹소설 사업이니까 출판업계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출판업계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대체로 느리고 분위기가 이완돼 있다. 그래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스타트업과 잘 맞지 않는다. 반면 연재 콘텐츠인 TV 일일드라마 에디터들이나 기자들은 매일 마감을 하다 보니 스타트업보다 호흡이 더 빠르다. 이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미국이 한국보다 더 수직적인 문화를 가진 경우도 많다. 대기업에서 왔는지, 스타트업을 많이 경험해봤는지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판이하고 어느 일방이 낫다고 하긴 어렵다.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게 좋은가.
이승윤 30명 안팎의 스타트업 치고는 구성이 다양한 편이다. 경영진은 나이가 많지만 팀원들은 젊고 국적도 미국인 반, 한국인 반이다. 미국인들도 한국에 오는 것을 좋아하고, 글로벌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창업을 했다. 개발자도 아니고, 콘텐츠 창작자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보는 눈을 기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국 카카오페이지 창업자나 미국 ABC 전 부사장 같은 40∼50대 초반의 경영진을 모셨다. 모든 경영진이 다 1억 달러 이상 매출의 스타트업을 5년 이상 키운 경험이 있고 엑시트(exit)를 앞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사람을 끌어들여 적재적소에 배치(align)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권한을 위임(delegate)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동건 취향이 같은 사람만 모여 있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여행 회사지만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채용 면접을 볼 때 ‘왜 마이리얼트립에 지원했냐’는 질문에 ‘여행을 너무 좋아해요’라고 답했을 때 딱히 가점을 주지도 않는다. 가령, 자유여행을 정말 선호하고 취향이 확고한 분들은 배낭여행족이 아닌 단체 여행객들의 관점을 헤아리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패키지는 진짜 여행이 아니다’는 식의 태도가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 같다.

이승규 팀 안에 공격수, 수비수, 미드필더가 다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미식축구는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 팀을 완전히 바꾼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확실히 있고, 기업의 단계(stage)마다 필요한 인력들이 다르다. 예전에 본 책에서는 CEO를 개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직이 걸음마 단계인지, 성장 단계인지에 따라 필요한 사냥개가 닥스훈트가 될 수도 있고, 코커스패니얼이 될 수도 있다. 꼭 CEO가 바뀌지 않더라도 팀에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관리하는 인사팀이나 총무팀 등 지원조직을 ‘NPC’라고 부른다. 게임에서 NPC(Non-Player Character)는 각 플레이어가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지 않나. 유기적으로 굴러가도록 물밑에서 지원하는 팀에게 너무 고맙다.


3교시. 원활한 소통
“정보 격차는 사내 정치의 시작, 공유하고 기록해야”

회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많은데 회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이승윤 한 달에 한 번씩 목요일마다 전 직원이 모이는 회의를 연다. 로스앤젤레스(LA), 라스베이거스까지는 괜찮은데 뉴욕은 시차가 장난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간 미팅에 집착한다. 내 역할이 소통과 배치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믿고 따르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의는 방안 부스에서 화상으로 3∼4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각 팀의 헤드가 회사의 목표(objective)와 핵심 성과(key result)를 돌아가면서 발표한다. 가령, 목표로는 ‘모바일에서 가장 재미있는 오락 독서 플랫폼이 되겠다’라고 밝히고, 핵심 성과로는 ‘앱 다운로드 수 구글 몇 위, 애플 몇 위’라 밝히는 식이다. 직원들끼리 서로 잘 모르니 미국에서 1명, 한국에서 1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각각 15분씩 자기소개도 한다. 한국에서만 있었다면 구두로도 소통이 가능하니 굳이 문서화를 안 할 텐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최대한 다 문서로 기록하려 한다.

서경미 우리도 월간 미팅이 있다. 회사가 3교대로 24시간 깨어 있으니까 월간회의든, 리더회의든 아침, 밤, 새벽 등 시간을 바꿔가면서 진행한다. 누군가는 잠도 못 자고 일찍 나와야 하고, 누군가는 평소보다 늦게 집에 가지만 돌아가면서 양보한다. 이렇게 매달 모여 지난 실적과 월간 목표를 이야기하고, 팀장들이 신규 직원을 소개하는 자리도 갖는다. 회사에 왜 들어왔는지도 말한다. 회의를 안 하면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온도 차가 커지고 서로 알고 있는 사실들이 달라진다. 직원들이 잘못된 정보를 전해 듣고 상상하기 시작하면 회사에 균열이 생기고 불안요소가 된다. 내 목소리로 직접 목표와 실적을 말하고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이승규 우리도 새로운 직원이 오면 회의를 한다. 경력직이든, 신입이든 3개월 동안 무조건 수습 기간을 거치며 회사와 직원이 서로 케미를 확인하고 계속 근로 여부를 결정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전 직원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에서 3개월간 무엇을 했는지 영상을 찍어서 그 자리에서 발표하게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계획이 무엇인지를 녹화해서 전체 대화방에 올리고 다들 돌려 보도록 한다. 모든 직원이 참석할 의무는 없지만 한 50명 정도는 온다. 타운홀 미팅도 결국 여러 팀이 함께 일하기 위한 하나의 의식(ritual)이다.

이동건 아까 문서 얘기하셨는데 우리도 문서를 프린트하지는 않더라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업무는 전부 기록으로 남긴다. 부서별 회의를 하면 자세한 내용을 다 적는 건 기본이고, 공유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나.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회사에서는 정보 격차가 생기는 순간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소외되고 밀려나는 문제가 생긴다. 소위 ‘아웃 사이더’가 된다. 사내 정치가 별다른 게 아니다. 정보 격차가 사내의 정치적 힘을 결정하기 때문에 과할 정도로 공유와 기록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사내에서 공유와 기록을 촉진하는 노하우가 있나.
이동건 협업 툴을 쓴다. 이런 툴도 유행이 있긴 한데 우리는 주로 컨플루언스 위키(Confluence wiki)를 사용한다. 아틀라시안이란 호주 회사가 개발한 사내용 위키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마케팅, 경영 지원 직원들도 다 이곳에서 소통한다. 요새는 노션(Notion)이 가장 좋다는 평가가 있어서 한번 써볼까 생각 중이다. 우리는 과할 정도로 기록을 강조하다 보니 사무실에서는 대화를 잘 하지 않는다. 바로 옆에 있거나 마주 앉아도 협업 메신저로 대화한다.

이승윤 우리는 개발자들만 컨플루언스 위키를 쓰고 사업 개발이나 마케팅, 콘텐츠팀은 아사나(Asana)를 쓴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회사들은 텔레그램(Telegram)을 쓰기도 한다. 재택근무가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협업 툴을 관리하는 일이 곧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일이다. 특히 외국에서 원격으로 업무가 돌아가는 회사다 보니 이런 도구를 어떻게 쓰는지가 문화를 결정할 수 있다. 원래는 구두로 이뤄져야 할 모든 소통이 이 공간에서 벌어지니까 어떻게 개입하는지에 따라 문화가 바뀌는 것이다. 그 안에서 규칙이 없으면 각자 원하는 대로 생각을 배설하고 기록하기 때문에 정보가 흩어진다. 그래서 그 규칙을 엄밀하게 매뉴얼로 관리해야 한다. 자율을 보장하고 싶다면 절차(process)는 오히려 더 엄격해져야 한다.

이승규 절차가 자율을 가능케 한다는 데 동의한다. 우리는 슬랙(Slack)과 라인(Line)을 쓰고, 텔레그램도 쓴다. 카카오톡을 쓰면 일상적인 대화와 업무가 섞이는 문제가 있다. 전체 대화방에서 한 명만 태그해서 호출하는 기능도 없다. 무슨 협업 툴을 쓰는지는 소통의 방법을 결정하고,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가 된다. 일종의 언어다. 예전에는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사람들이 소통에 유리했다면 이제는 협업 툴을 잘 사용하고 짤막한 영상을 잘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서경미 우리도 여러 가지 툴을 써봤지만 영어가 너무 많으면 직원들이 불편을 느껴서 레드마인(Redmine)을 쓴다.


일하는 공간도 정보 흐름에 영향을 미치나.
이동건 공간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회사 직원 수가 늘어나면서 건물 두 개 층을 써야 했는데, 한 층만 쓰기 위해 더 넓은 곳으로 이사까지 갔다. 두 개 층을 나누는 순간 비효율성이 극도로 커지고 소통이 어려워진다. 가급적 한 층에서 함께 일하는 게 좋다.

서경미 우리도 마찬가지로 한 층에 전 직원들이 칸막이 없이 일을 한다. 다만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팀과 비개발팀을 룸으로 분리하고 있다.

또한 ‘링크홀’이라고 이름 붙인 휴게 공간과 회의실은 넓은 공간에 까페처럼 만들었다. 누구든지 아무 때나 미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의 진행이 빠르고 만족도가 높다. 대표와 부대표도 자리와 책상을 없애고 주로 링크홀에서 일을 한다. 처음에는 임원들이 공용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직원들이 어색해했는데 지금은 편하게 인사하고 오히려 소통도 더 활발해 졌다.

이승규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칸막이가 없다. 임원실 같은 별도의 방도 없다. 모든 직원이 동등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



4교시. 성과의 차등
“스타트업에는 벌(罰)보다는 상(賞), 비관보다는 낙관 필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나 무임승차를 막으려면 상벌 제도가 필요할 텐데 성과 관리를 어떻게 하나.
이동건 신상필벌이 필요하지만 벌의 경우는 처음 의도와 달리 안 좋은 결과를 낳거나 실효성이 없다. 한 번은 명백하게 잘못된 행위를 한 직원에게 불이익을 준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동료들이 회사가 잘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도 저런 벌을 받게 될지도 몰라” 하면서 안 좋게 받아들이더라. 잘한 행위에 대해 상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서경미 우리도 비슷한 일로 직원을 문책한 적이 있었는데 일시적이지만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위축됐다. 그래서 벌을 주기보다는 상에 차등을 주는 게 낫다고 보고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봉급 인상률을 다르게 했다. 연봉도 아니고 6개월 단위로 기간을 짧게 해서 대부분은 올려주되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인상률을 0%로 했더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사실 1년은 스타트업 생명에서는 다소 긴 시간이다. 평가 기간을 짧게 가져가면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회사는 돈을 버는 조직이고, 그에 합당한 기여를 못하면 성과를 공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는 있다. 성과 평가는 팀장이나 주변 동료들에게 일임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사진=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69호 Gen Z 2019년 3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