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5. 불통의 원인과 대안

직책 대신 ‘님’자만 붙이면 수평 소통?
관리 실패의 원인은 경청 않는 것

265호 (2019년 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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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소통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소통이 잘되는 조직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나이, 학번, 입사 년도, 직급 등으로 줄을 세우는 서열문화
2. 직원들이 한두 마디 건의를 했다고 두 시간씩 설교를 하는, 잘 듣지 못하는 리더
3. 소통을 했을 때 발생하는 불이익과 피로 등 ‘소통의 비용’
4. 팀 간 소통의 장벽


CJ그룹은 지난 2000년 1월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부장·과장·대리 등 직급 호칭을 없애고 ‘님’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직원들의 창의성과 적극성을 높이고 유연하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었고 이런 변화는 다른 기업과 조직들로 빠르게 전파됐다. 하지만 호칭이나 직급 체계를 바꾸고 소통 관련 캠페인이나 근무 환경 개선 정도만으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17년 2월 우리나라 직장인 28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9.1%가 직장 내 소통 장애를 경험하고 있으며 소통 장애를 느끼게 하는 주요 대상은 직속 상사(41.5%)로 지적됐다. 직장인들이 윗사람과 소통 장애를 느낀 이유로는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하거나(55.0%)’ ‘알아들은 줄 알았는데 이후에 아무것도 반영되거나 바뀌지 않아서(39.7%)’ 등이 주로 언급 됐다.

이렇듯 많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평적인 소통 문화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이번 원고에서는 직장인들이 실제로 조직 내에서 빈번하게 겪고 있는 대표적 ‘불통의 상황’을 중심으로, 수평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4가지 원인과 그를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를 정리해보려 한다. 원고에서의 상황이 바로 며칠 전에도 겪은 듯 친숙하다면 당신의 조직 역시 소통보다는 불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줄 세우는 서열문화
Episode
“직급 대신 영어 이름 쓰는 수평적인 조직이라더니….”

‘안젤라? 제니? 크리스티나?’
눈에 확 띄면서, 창조적이면서, 인상 깊으면서, 기억하기도 쉬운 영어 이름은 없을까?’

이직한 새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가장 고민했던 것은 멋진 영어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직급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수직적인 조직에서 상사 눈치를 봐야 한다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겠죠? 아! 존댓말은 기본이고요.”

면접 당시 다정하고 정중하게 조직문화를 소개하던 임원의 이 한마디는 회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오랫동안 준비해서 취업에 성공했던 첫 직장을 불과 3개월 만에 박차고 나온 이유는 단 하나, 강압적이고 꽉 막힌 조직문화 때문이었다.

“제가 우리 회사 제품의 개발 방향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뭐? 개발… 방향? 쟤 뭐라니?”
“와∼ 직원카드에 잉크도 안 마른 신입이 벌써 입을 여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답게 뿌리 깊은 위계질서 속에서 입 한 번 제대로 떼지 못했던 그녀는 점점 낮아지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이직을 결심했다.

절치부심 끝에 새로 들어간 회사는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안녕하세요? 헤더라고 불러주세요.”

모든 직원이 대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예의를 갖추고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회사라니! 위아래 서열이 없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이 얼마나 환상적인 회사란 말인가! 하지만 그것이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헤더, 회의 자료 출력 안 했나요?”
“!! 제 것만 출력했는데요.”
“그건 원래 팀의 막내가 하는 건데… 괜찮아요. 이번엔 내가 할게요.”

“전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어? 벌써 퇴근해요? 선배들은 다 일하고 있는데… 선약이라도 있나 봐요?”
“!! 저… 그게… 제 할 일은 다 끝나서….”

“헤더, 작년 하반기 매출 보고서 좀 찾아줄래요?”
“저 오늘 연차 낸 거 아시잖아요. 사무실에 다른 직원 있을 텐데요.”
“미안한데… 그 자료만 찾아주고 쉬어요.”

존댓말로 부드럽게 전달하는 팀원들의 다양한 요구사항.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요청하니 거절하는 당사자가 오히려 나쁜 X이 되는 것 같다.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가장 큰 장점이라더니 여전히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이 느낌은 그저 혼자만의 생각일까?


Commentary
“호칭만 바꾼다고 다가 아니야.”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요인은 뿌리 깊은 서열 의식이다. 사람의 능력이나 열정, 아이디어 자체보다는 나이, 직급, 연차 등을 기준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것이다. 이런 기준은 회사에서 일 잘하는 것과 상관관계가 없으며 단지 소통을 왜곡할 뿐이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이유도 이런저런 기준으로 사람을 상하로 나누고 구분하는 서열 위주의 사고방식과 관행이 잘 안 바뀌기 때문이다. 흔히 연차가 높은 남성 관리자들이 이런 의식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몇 달 전 인터넷상에 ‘젊은 꼰대’라는 표현이 유행했는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람을 만나면 몇 년생인지부터 확인하고 나이가 한 살만 자기보다 어려도 말부터 놓고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실리콘밸리가 혁신에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직급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자기 생각과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종, 출신, 나이, 종교 등의 배경으로 인한 차별이 없고, 먼저 입사했다는 이유로 텃세를 부리는 일도 없다. 오히려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고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은 능력과 적극성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 한국 대기업에서 IT 경력을 쌓고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회사로 옮기는 사람들이 처음에 고전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한국 기업에서는 상사나 선배 직원이 시킨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 우수 직원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책에 관계없이 자기만의 의견과 관점이 있어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말하고 설득하는 사람이 우수 직원으로 인정받는다.

그렇다면 누구나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투명한 문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님’ 호칭을 통해 수평적인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름을 부르더라도 상대방이 팀장이고 임원이라는 사실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직급 호칭을 없앴다가 몇 년 후에 조용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도 외면적인 호칭은 없어졌지만 실질적인 리더들의 행동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자기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진짜 이유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수평적 소통 문화를 가로막는 두 번째 장애요인은 리더들의 경청 부족이다. 다음 에피소드에서의 리더 하 팀장이 대표적 예다.


잘 듣지 못하는 리더
Episode
“언제는 아이디어 내라더니….”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하 팀장의 스트레스는 풀리고, 이 대리의 스트레스는 쌓이는 시간이다. 별다른 이슈가 없어도 취소되지 않고 꼬박꼬박 시간을 채우는 주간 회의. 안건이 없는 게 차라리 낫다. 그런 날에는 하 팀장이 늘어놓는 소소한 자랑거리에 진심을 가득 담은 반응만 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부자 처가에서 받은 선물을 자랑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지 구구절절 설명을 하던 하 팀장. 자고로 남자는 장가를 잘 가야 한다는 일장 연설에 ‘어머, 대단해요∼’ ‘그럼요, 그럼요’ ‘부러워요∼’로 시간을 때울 수 있었는데 오늘은 다르다.

매출 하락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방향을 세워야 하는 회의. 부서 직원들 모두 근엄한 표정으로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하 팀장만 바라보고 있다.

“자, 자유롭게 의견들 이야기해보자고.”

여전히 숨 막히는 정적 끝에 이 대리가 어렵사리 입을 연다.

“이번에는 타깃마케팅”
“(말 끊고) 왜?”
“네?”
“왜 타깃마케팅을 하냐고.”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동안 진행했던 타깃마케팅이 효과를 보지 못했으니까 마케팅 방향을 완전히 바꿔보는 건….”
“(말 끊고) 뭐? 바꾸자고? 누구 맘대로?”
“저, 그게… 제 판단으로는 매출 하락의 원인 중에 잘못된 타깃마케팅도 있는 것 같아서요.”
“판단? 이 대리, 자네 판단은 확실한 건가?”
“그렇진 않겠지만 지금 이 자리가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라서 드린 말씀입니다.”
“지금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케팅 방향을 바꿨다가 효과가 없으면 그건 누가 책임지지? 이 대리, 자네가 책임질 건가? 나 대신?”
“…”
“됐고! 그냥 하던 대로 해!”

그때, 이 대리의 지원군인 박 과장이 나선다.

“마케팅 방향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자고, 그렇게 말씀하신 게 팀장님이신데요?”
“내가? 내가 언제?”
“지난주요. 팀장님 선물 받은 시계 이야기하시면서 그 시계처럼 완전히 새롭고 쌈박한 아이디어 갖고 오라고….”
“(또 말 끊고) 그게 타깃을 바꾸자는 건 아니잖아!!”

또다시 찾아온 정적. 하 팀장은 아무 말 없는 직원들을 그저 한심하게 쳐다볼 뿐이다.

“아니, 이렇게들 생각이 없나?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 없어?”


Commentary
경청하지 않는 것은 리더의 최대 실수

경청이 잘되지 않는 것은 중간관리자 실패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 기관인 블랜차드(Blanchard & Co)는 글로벌 기업들의 임원 14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중간관리자 실패의 주된 요인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이때 전체 응답자의 81%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못하는 것”을 꼽아 두 번째 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경청이 어려운 이유도 알려져 있다. 성인들은 모국어로 소통할 때 읽으면서 이해하는 속도가 말하는 속도의 4배 정도라서 남의 말을 듣고 있을 때 지루하고 답답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집중해서 남의 말을 들으려고 노력하면 체내에서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체온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경청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들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있다. 존중하는 태도를 가장 중요한 리더십 자질로 강조하는 미 조지타운대(Georgetown University) 크리스틴 포라스(Christine Porath) 교수는 존중을 당위적 존중(owed respect)과 획득적 존중(earned respect)으로 나눈다. 특히, 당위적 존중은 모든 구성원에게 동등하게 부여돼야 하는데 리더들이 이를 실천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경청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위적 존중을 받지 못할 때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차별, 불신, 소외, 분노, 좌절 등 부정적인 것들이며, 이런 감정을 느끼는 직원들에게 있어 수평적 소통은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새겨듣지 못하는 리더들의 대표적인 행동은 듣기보다 자기 말을 하는 것이다. 직원이 용기를 내서 한마디 하면 몇 배로 되돌려준다. 회의에서 발언을 독점하는 것도 다반사다. 더 심한 경우는 부하의 말을 자르는 경우다. “아, 그건 당신 생각이고…” “됐고” 이 한마디면 직원들의 소통 의지는 조용히 사그라진다.

듣기는 하되 피드백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소통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오가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듣기만 하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직원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기 때문이다.



소통의 비용
Episode
“소통하고 나니 더 피곤해졌다….”

오늘 아침, 최 주임은 출근길이 유난히 상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드디어 마음이 맞는 사회 친구 한 명을 사귀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휴학으로 인해 취업 시기가 늦어졌던 최 주임은 나이는 같지만 직장 상사인 김 대리와는 데면데면하게 지내오던 참이었다. 필요한 말 이외에는 대화도 잘 나누지 않고 서로에게 관심도 두지 않던 두 사람. 그런데 우연찮은 기회에 대학 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교양 수업을 같이 들었던 인연까지 더해지면서 어제저녁에는 둘만의 술자리까지 만들었다.

알고 보니 최 주임과 김 대리는 너무 잘 맞았다. 마치 10년 만에 해후한 ‘절친’처럼 두 사람은 그동안 못다 했던 이야기보따리를 쏟아냈다. 이제 사석에서는 서로에게 말을 놓자면서, 술 한 잔을 걸치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사생활과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거부감 없이 나누게 됐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싶고, 더 많은 것을 같이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최 주임은 그렇게 생각했다.

회사에서 최 주임이 그렇게까지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처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더 신경 쓰고 챙겨주겠다는 김 대리. 조만간 김 대리의 소개팅을 주선하겠다고 학교 후배의 연락처까지 전달해 준 최 주임.

‘아∼ 이제 회사 다니는 게 재밌을 것 같아! 이제 내 편이 생겼어!’
“좋은 아침입니다.”

유난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선 사무실. 먼저 출근한 김 대리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자리에 앉자 동료 여직원이 최 주임에게 다가온다.

“부장님이 찾으세요. 그런데… 분위기 안 좋아요.”
“?? 왜요?”
“그러게… 왜 그러셨어요. 쯧쯧”
“??”


의아한 얼굴의 최 주임을 맞이하는 화가 잔뜩 난 부장님.
“최 주임. 내가 임플란트는 몇 개 했어도 틀니는 아직 안 했거든?”
“네?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틀딱이라며!!! 정말 고마워∼ 덕분에 애들 쓰는 신조어도 찾아보게 해주고!!”
“!!!”


최 주임은 그저 어제 술김에, 안주 삼아 김 대리한테 가볍게 던진 이야기인데…
멍한 기분으로 돌아 나오는 최 주임을 싸늘하게 스쳐 지나가는 부하 여직원.

“최 주임님, 제가 생수 통 좀 들어 달라는 게 그렇게 싫으셨어요? 주임님은 물 안 마셔요?”

아니, 그건 그냥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김 대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서….

다리에 힘이 풀린 채,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김 대리를 보면서 자리에 앉는 최 주임의 뒤통수가 따가운 이 알 수 없는 기분은 대체 뭘까?

그런 최 주임에게 동료 여직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김 대리님이 우리 회사 스피커인 거 모르셨어요?”
으아∼ 이 나쁜 XX!! 내가 이러려고 어제 술값을 낸 게 아니라고!!


Commentary
직원들이 ‘얘기 안 한다’고 말하기 전에 안심하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가로막는 또 다른 원인은 소통의 비용이다. 소통의 비용은 쉽게 말해 직원 입장에서 ‘어떤 말을 함으로써 개인적으로 겪게 되는 모든 부정적 결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례를 들어보자. 팀장과 팀원들이 음주를 겸한 회식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대화 시간을 가진 다음 날 아침, 팀장이 조용히 불러서 “김 대리, 잠깐 와봐. 어제 말 잘하더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것.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에서 상사가 좋은 아이디어 없냐고 다그쳐서 평소 고민했던 방안을 털어놓았을 때 ‘그럼, 자네가 한 번 해봐’ 식으로 덤터기를 씌우는 것. 평소 회사 운영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을 선배 한 명한테만 얘기를 했는데 모든 부서로 소문이 나서 ‘불만이 많은 친구’로 찍히는 경우 등 다양하다. 상황과 이유는 제각각이라도 결국 말을 한 사람에게 부정적 결과가 집중된다는 면에서 공통적이다.

조직에서 소통을 개선하라고 하면 관리자들이 생각해내는 방안은 대개 천편일률적이다. 티타임, 호프데이, 멘토링 프로그램 등 주로 상하 간 소통의 ‘기회’를 확대하자는 제안이 많은데 막상 해보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소통이 안 되는 원인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소통할 시간과 기회가 부족한 경우라면 이런 접근이 맞지만 사실 소통이 잘 안되는 주된 이유는 이런 ‘양’보다는 ‘질’에 있는 경우가 많다. ‘소통의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통을 하라고 하는 경우다. 자기 생각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의견을 얘기해 보라”고 해도 직원들이 한두 번 이상은 속지 않는다.

꽉 막힌 소통, 무사안일, 변화 저항, 세대 갈등 등 여러 가지 조직문화 이슈로 컨설팅을 받았던 한 기업의 경우 이런 소통의 비용 문제가 심각했다. 직원과 관련한 어떤 이슈가 있으면 팀장만의 단톡방에서 그 내용이 공유되고, 보안이 필요한 인사 사항이 최종 결정도 나기 전에 소문이 돌고, 어떤 팀이 어제저녁 회식에서 무슨 얘기를 했다는 것이 다음 날 아침 출근 엘리베이터에서 오갈 정도였다. 소통을 열심히 하라고 아침마다 팀 티타임을 갖게 하고, 사내 동호회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다면평가도 열심히 했지만 소통의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보니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공개적 소통과 비공개적 소통이 분리돼 상하 간의 불신과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이 ‘얘기 안 한다’고 하기 전에 소통의 비용을 만드는 관행과 습관을 찾아서 먼저 없애 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 단순히 기회만 늘리면 소통이 ‘겉돌게’ 된다. 진정한 소통은 불편한 진실도 토론하고, 건설적으로 다투기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다. 소통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도 리더의 노력이 먼저 요구된다. 소통의 비용을 제일 많이 만드는 사람 역시 직장 상사이기 때문이다. 구글(Google)에서 분석을 했더니 높은 성과를 내는 팀 구성원들일수록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느낌은 ‘내 생각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말해도’ 그로 인한 불이익이나 불편함이 없을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들이 똑똑하고 잘난 상사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찾아와서 불평이나 고민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간 장벽
Episode
“TFT도 해야 하고, 다른 부서도 견제해야 하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TFT로 차출된 지 한 달째.

그런데 임 대리는 여전히 원소속 부서인 영업팀으로 먼저 출근하고 있다. 팀장님에게 전날의 회의 결과를 전달하고 오늘의 ‘전투 지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제부로 제품 컨셉은 마무리됐고 세부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는 거지?”
“네, 팀장님. 기획팀에서 디자인 시안을 몇 개 준비해서요. 그걸 토대로 구체화할 겁니다.”
“시안 받은 거 있어?”
“네.”

보안을 위해 프로젝트팀 내에서만 공유하기로 한 제품 디자인까지 직접 검토하는 영업팀장.

“아주 그냥, 예술하고 있네. 임 대리, 이거 다 까! 안 된다고 해!”
“네?”
“이 디자인들 좀 봐봐. 이렇게 고급스럽게 가면 제품 가격은 당연히 올라갈 테고. 가격이 올라가면 물건이 팔리겠니? 안 팔리겠니?”
“그렇긴 하지만 제품 컨셉이 반영된 디자인이라….”
“임 대리! 너 프로젝트팀이야? 영업팀이야?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안 팔리면 끝이라고!!”
“네, 그런데 이제 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팀장님이랑 자주 만난다고 말이 나오고 있어요.”


임 대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야기를 건네는 데도 영업팀장은 전혀 미동도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정도 눈총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갓 뽑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영업팀장.


“임 대리, 쩌∼∼어기 한 정거장 더 가서 있는 스타벅스 있잖아. 어제 보니까 재무팀 박 과장이 자기 애들 데리고 거기에서 회의하고 있더라?”
“아, 신제품 개발 TFT로 온 박 과장님이요?”
“그 시끄럽고 복잡한 데서, 주변 눈치까지 보면서 말이야. 회사 미래 가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당연히 해야지! 그런데 우리 영업팀 실적은 떨어지면 어쩔 건데?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사의 미래를 위해 TFT에 소속된 부하직원에게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이야기할 일이란 말인가? 그런데 묘하게 설득된다.

“절대 다른 팀에 밀리면 안 된다?? 무슨 일 있으면 그쪽 말고, 나한테 먼저 이야기하고!!”
“예, 팀장님. 지금까지 업데이트된 주요 이슈는 정리해서 자리에 두고 가겠습니다.”
“임 대리! 영업팀이라는 것만 기억해!!”


Commentary
수평적 소통이 제대로 되려면 부서 간 소통도 필수

수평적 소통은 부서 사이의 소통을 포함한다. 부서 내부에서는 소통이 잘되는 조직에서도 부서 간의 소통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패널 설문 결과에서도 팀 내 소통 점수보다 팀 간 소통 점수가 낮게 나타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편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근 호는 한 연구개발 전문 기업에 대해 HR애널리틱스 분석을 통해 회사 프로젝트팀 중 30%가 평균 대비 1 표준편차만큼만 팀 내/외부 소통을 개선해도 17일 동안 2200시간을 절약해 실제 200개의 프로젝트를 더 소화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1

수평적 소통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조직 간 소통의 장벽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대기업은 위계적인 조직 형태의 특성상 업무 라인 중심으로 지시, 보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고 직원 간, 부서 간의 직접/수평 소통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는 관점의 차이나 내부 경쟁 외에도, 인간이 원래 지니고 있는 집단폐쇄성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기능이 상이한 조직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통적으로 영업과 재무, 구매와 품질, 마케팅과 IT 부서들은 업무상 긴밀하게 협조하고 소통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앙숙인 경우가 많다.

조직 간 소통 장벽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몇 가지 시도해볼 만한 방법은 있다:

T자형 인재 육성: 한 분야의 전문성 외에 여러 분야를 두루두루 경험하고 이해하는 리더를 키우면 이들이 소통 장벽을 줄이는 선도적 역할 수행

다기능 팀 활용: 여러 부서에서 차출된 팀원들이 프로젝트 방식으로 일함으로써 소통의 문제를 자연스레 해결

공개적 소통 활성화: 타운홀(town hall), 올핸드(all-hands) 미팅 등 전사 또는 총괄 조직의 구성원이 모두 모이는 공개적 소통을 주기적으로 가짐

비공식 조직 지원: 서로 다른 부서의 구성원들이 업무 외적으로 학습, 교류, 네트워킹 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상호 이해 제고



맺으며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교수는 생전에 “커뮤니케이션은 단지 조직 활동의 수단 중 하나가 아니라 조직의 존재 양식 그 자체”라고 설파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서는 조직 내 소통 양식부터 수평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조직에 수평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어떤 장애요인이 있는지 고민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필자소개 김성남 인사 전문 칼럼니스트 hotdog.kevin@gmail.com
필자는 듀폰코리아, 타워스왓슨,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고, 최근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스토리=김연희 작가 samesamesame@empa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73호 언더그라운드 정보와 기업 전략 2019년 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