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관리의 정석

뛰어난 CEO는 ‘권한 위임의 전문가’

264호 (2019년 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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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최근 인사 관리에서 중시되는 ‘임파워먼트(권한위임)’는 상사가 업무에 대한 자신의 공식적인 권한을 부하직원에게 사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 환경의 변화가 너무 빠르기에 부하직원이 상사의 결재 없이 자신의 뛰어난 지식과 전문성을 활용해 직접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해 부하와 상사 간 신뢰감을 높이며 상사부하 관계의 질(LMX)을 높이는 관계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낮은 LMX 단계에서는 자기 이익을 중심으로 사고하지만 중간 단계의 LMX에서는 상대방의 이익도 고려한다. 가장 바람직한 고단계 LMX에서는 ‘공유되는 가치’를 ‘이익’의 위치에 놓고 일을 하게 된다.

편집자주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조직관리와 HR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변화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근본 원리와 ‘정석’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조직이론과 HR 분야의 전문가인 전정호 교수가 최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직관리, HR, 리더십의 변하지 않는 원칙을 연재합니다.



서론: 신뢰와 권한 위임, 그리고 LMX
조직에서 상사와 부하의 관계의 기본은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 돼야 할까? ‘신뢰’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 같지만 여기에는 사실 상당한 ‘거래의 합리성’이 숨어 있다. 상사와 부하는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자신의 취약한 정보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대방이 배신했을 경우에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한다. 실제 상사의 실수나 잘못은 그가 가장 믿는 (상사의 정보를 가장 많이 아는) 가까운 부하가 폭로하는 게 일반적이다.

‘임파워먼트(권한 위임)’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임파워먼트는 상사가 업무에 대한 자신의 공식적인 권한을 부하직원에게 사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임파워먼트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현장의 변화에 빨리 대처하기 위해 부하직원은 상사의 결재 없이 즉시 판단해 행동할 필요가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 현장 직원은 상사의 판단과 지시를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부하직원의 지식이나 전문성이 뛰어나 상사를 능가하거나 향후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뛰어나 특별히 육성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많다.

셋째, 사람에게는 누구나 일터에서 자기가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을 보면 이건희 회장이 그룹의 거시적인 전략 방향 설정을 주도했지만 황창규, 권오현 등 자신이 믿는 능력 있는 부하직원에게 회사의 일상적 경영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다. 이 회장도 회사 운영과 관련해 의사결정을 하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많은 연구자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이런 신뢰와 권한 위임의 문화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임파워먼트는 어떤 효과를 발휘할까? 적절한 권한 위임이 이뤄질 경우 상사-부하 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상사의 임파워먼트가 이뤄지면 부하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또 상사는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업무의 부담을 덜게 되고, 아직은 역량이 부족한 부하직원이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공식적인 권한은 여전히 상사에게 귀속되기에 일에 대한 책임은 상사가 진다. 좋은 상사는 업무의 성과는 실제 업무를 수행한 부하직원에게 돌리면서 업무 실패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진다. 나쁜 상사는 그 반대다.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과정에서 부하직원의 능력과 일에 대한 성과가 확인되면 부하직원에 대해 더 큰 신뢰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권한의 일부를 위임해 가면서 상사와 부하관계(Leader-Member Exchange, 이하 LMX)의 질을 높인다. 업무에 대한 사적인 위임을 통해 상사와 부하직원은 공식적인 관계에서 ‘질이 한 단계 높은 비공식적인 관계’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의 질이 높아지면 어떤 판단이 상사의 판단이고 어떤 판단이 부하의 판단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부하직원은 상사의 신뢰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지만 자신의 업무를 확장하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관계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부하직원은 상사가 부여하는 중요도와 난도가 높은 일들을 처리하면서 상사와의 관계가 보다 긴밀해지고 업무에 대한 재량과 함께 상사로부터 전폭적인 정서적, 물질적 지원을 받게 된다. 최근에 많이 언급되고 있는 심리적 임파워먼트(psychological empowerment)는 부하직원이 상사로부터 업무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공식적인 사실보다는 부여받은 업무를 통해서 본인이 일에 대해서 느끼게 되는 유능감(competence)이나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 일의 의미(meaning), 중요성(significance)과 같이 부하직원이 느끼는 심리적 측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하직원이 일에 대해서 유능감이나 의미를 많이 느낄수록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향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임파워먼트는 인사 분야에서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조직에서의 권한 위임 문제: 전문성과 코드
부하직원의 능력이 커지면 상사의 부하직원에 대한 권한위임의 폭과 깊이도 확대된다. 따라서 권한 위임은 부하의 전문성에 대한 상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사실 권한위임은 상사가 부하직원보다 높은 전문성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때로는 조직의 상사보다 부하직원의 전문성이나 역량이 더 뛰어난 경우가 있다. 가령,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조직의 CEO로 왔을 때에는 오랜 실무경험이 있는 부하직원이 상사보다 업무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 이럴 경우에는 주요 이슈에 관해서 상사가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부하직원의 전문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역사적으로 위대한 CEO는 자신이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전문성이 뛰어난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의 능력에 맞는 권한을 위임한 인사 전문가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삼성 이건희 회장의 권한 위임이 대표적인 예다. 만약 부하직원보다 회사의 각 세부 사안에 대한 전문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회장이 자신의 판단을 더 신뢰해 부하직원의 판단을 뒤엎고 무리한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삼성은 지금 수준까지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조직의 많은 상사는 능력을 갖춘 적임자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기보다는 조직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사례가 흔하다.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이 주요 이슈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권력을 가진 실력자가 주요 이슈를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 국내 모 주류회사는 회사 핵심 역량인 유통망을 타 중소업체에 모두 개방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사내에서 유통망 전문가들이 끝까지 반대했지만 CEO가 본인의 의지대로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는 해당 회사의 주류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다. 이런 일은 한국은 물론 해외 기업, 글로벌 기업에서도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쇤(Schon, D. A., 1983, The Reflective Practitioner)에 따르면 지식의 교환이 이뤄지는 교육의 세계에서는 지식의 수준에 따라서 스승과 제자의 역할이 정해지지만 실제 조직에서는 개인이 가진 지위와 권력에 따라서 역할이 정해진다. 따라서 조직의 상사는 어떤 문제에 관한 주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능력이 뛰어난 부하직원보다는 자신과 코드가 맞거나 정서적으로 신뢰하는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자신의 지시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재벌의 가족경영(nepotism)에서 이와 같은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최근 직원들에 대한 ‘갑질’로 문제가 된 한진가의 회장이 해운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 ‘제수씨’에게 사업 권한을 위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공직에 자신의 딸과 사위를 참여시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자신의 지시를 충실하게 수행할 대리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부하직원의 능력이 뛰어나면서 동시에 상사의 신뢰까지 받으면 좋겠지만 능력이 뛰어난 부하직원은 어떤 사안에 대해 상사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수행하기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믿고 독자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사의 미움을 살 확률이 높다.

이때 일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상사는 부하직원이 자신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에단 호크 역)는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다. 톰 크루즈는 현장에 대한 즉각적이고 천재적인 판단과 분석력으로 상사나 조직의 지시나 명령을 있는 그대로 수행하길 거부하고, 자신의 판단하에 일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 상사의 판단보다 자신의 판단이 더 낫다고 믿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상사 또는 조직의 미움을 사게 되고 적들의 공격뿐만이 아니라 조직으로부터의 지원도 끊기면서 갖은 역경을 겪게 된다. 동서고금의 많은 조직에서 능력은 미흡하지만 상사의 말을 잘 듣는 부하직원이 승진해 권한을 위임받는 사례가 더 자주 발견된다. 결국, 능력보다는 상사에게 순응하는 자가 승진하게 되고 이런 인사가 누적되면 조직 전체의 역량이 저하된다.

조직의 상사 또는 윗선이 ‘코드’가 맞는 부하직원들만 선호해 그들에게만 임파워먼트를 하면 조직 전체가 ‘집단사고’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조직의 상사는 때로 현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때 상사의 의사결정은 현장 전문가인 부하직원들의 ‘판단’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가 자신의 소신을 굽히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전문성이 뛰어난 부하직원의 의견을 경청해 자신의 관점과는 다른 방향에서 현상을 판단해야 있다. 물론 조직에서 자신의 철학 또는 관점과 맞지 않으면서 매사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는 부하직원을 선발하는 리더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그러나 조직에서 권한 위임의 긍정적인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자신의 코드와는 맞지 않더라도 능력이 뛰어나면서 창조적인 반대를 하는 사람을 선발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이질적인 사고를 가진 집단이 자유롭게 이의를 제기하고 건설적으로 충돌할 때 창조와 융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의 업무 갈등이 생산성 저하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겠으나 상사가 자신과 관점이 다른 부하직원들과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 조직의 관점이 풍부해지고 조직 전체의 창의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 예를 들어 세종은 자신에게 늘 이견을 내던 허조를 인사를 총괄하는 이조판서로 중용했는데 인재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예방하며 인사 결정을 심사숙고하기 위해서였다. 자신과 소위 코드가 다른 부하를 중용했다는 얘기다. 세종 시대의 폭넓고 창조적인 인재 등용은 허조와 같이 어느 정도는 자신과 다른 부하직원을 포용한 세종의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DBR No. 254, 56쪽). 이와 같이 오늘날의 CEO도 자신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에게 최고인사책임자를 맡기는 것은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임파워먼트의 조건: 개인의 역량과 권력 거리 성향(power distance orientation)
임파워먼트가 시행된다고 해서 반드시 개인이나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만 생기는 게 아니다. 임파워먼트는 상사와 부하직원이 가치를 공유하는가와 함께 부하직원의 전문적 역량 수준이나 그가 가진 성향을 감안해 시행될 필요가 있다. 업무를 맡기에 역량이 미흡하거나 발전할 의지가 부족한 부하직원에게 상사가 능력 이상의 어려운 일을 맡긴다면 권한 위임은 오히려 부하직원의 업무 스트레스를 가중할 수 있고 그 결과 부하직원의 일에 대한 자신감 저하나 과부하로 인한 탈진을 초래할 수 있다. 임파워먼트는 반드시 부하직원의 역량 수준이나 성장 의지의 강도를 감안해서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부하직원의 역량 수준이 낮다면 상사의 적절한 개입과 코칭, 피드백 등이 동반돼야 임파워먼트가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한편, 임파워먼트는 개인의 역량 수준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문화적 성향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유교적 문화의 영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권력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호프스테드(Hofstede 2001)에 의하면, 권력 거리가 먼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상사의 권한을 인정하는 수준이 높기 때문에 상사와 다른 견해를 가지는 것을 꺼리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사가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을 수용하는 경향이 높다. 다시 말해서 권력 거리가 먼 문화에서 구성원들은 상사의 임파워먼트를 불편해 하고, 상사가 현안에 대해서 알아서 의사결정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의 한 연구(이현응, 전정호, (2016), 심리적 임파워먼트와 조직 몰입 및 이직 의도의 관계에 대한 권력 거리 성향의 조절 효과, 29권 12호, 대한경영학회지)는 심리적 임파워먼트가 증가할 때 개인의 성향 측면에서 권력 거리를 짧게 느끼는 경우에는 조직몰입도가 증가하고 이직 의도가 낮아졌지만, 반대로 권력 거리를 멀게 느끼는 경우 심리적 임파워먼트가 조직 몰입의 저하와 이직 의도의 증가로 연결된다는 점을 실증했다. 권력 거리를 짧게 느끼는 조직 구성원일수록 권력의 평등한 배분을 추구하기 때문에 심리적 임파워먼트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커지지만 그렇지 않은 구성원은 권력의 불평등한 배분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리자로부터 직접적인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서, 임파워먼트는 수평적이고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문화, 또는 그와 같은 문화를 선호하는 개인들에게서는 실효성이 높을 수 있지만 군대나 공무원 사회와 같이 상명하복의 문화에서는 오히려 부하직원의 불필요한 업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탈진이나 낮은 조직 몰입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권한 위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과 의지뿐만이 아니라 권력 거리 성향과 같은 개인의 문화적 성향 등을 모두 감안해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뢰의 발전단계 이론
일반적으로 신뢰는 서서히 성장한다. 연구(Lewicki와 Bunker 1996)에 따르면, 초기의 신뢰는 자신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가 하는 계산(calculus-based trust)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의 신뢰는 주로 지식에 근거한 신뢰(knowledge-based trust)로서 관계를 통해 타인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에 대한 예측에서 신뢰가 시작된다. 이 단계에서의 신뢰는 자기 자신의 이익이 중심이라기보다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예측이 중심이 된다. 마지막 단계의 신뢰는 동일시에 근거한 신뢰(identification-based trust)로서 이 단계의 신뢰에서 구성원들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의 신뢰는 자기 이익과 타인에 대한 기대 모두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비전과 미션을 공유하는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팀원들 간의 신뢰라고 볼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신뢰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가령, 독립운동을 하는 의병들은 나라의 독립이라는 절체절명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포기한다. 이와 같은 신뢰의 발달 단계를 감안할 때, 상사와 부하직원 상호 간의 신뢰가 성장하면 신뢰의 성격은 자신의 이익에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거쳐서 조직의 핵심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논의한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 신뢰의 단계 이론을 적용한다면 상사와 부하의 초기 단계는 서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상사의 입장에서는 ‘특정 부하직원에게 임파워먼트를 했을 때, 자신 또는 자신의 부서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가 상호 신뢰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고, 부하의 입장에서는 ‘어떤 상사와 깊은 관계를 맺어야 자신이 조직에서 좀 더 성장할 수 있을까’가 신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사와 부하 간의 관계가 진화해 신뢰하게 되면 자신의 이익 증진보다는 상대방의 이익 증진이 신뢰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가령, 높은 수준의 LMX에서 상사는 부서의 단기적인 업무 성과보다는 부하직원의 성장과 육성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되고 부하직원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상사의 승진이나 성과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그리고 좀 더 발전해서 양자의 관계가 신뢰의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개인의 이익과 공유가치(shared value)의 경계가 흐려지게 된다. (표 1) 그러나 지금까지 신뢰와 LMX에 대한 이론들은 상호 이익에 되는 측면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을 뿐 당사자들의 이익을 초월하는 공유가치에 대한 설정은 다소 미흡한 경향이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필자소개 전정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edjohn90@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교육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소타대에서 인적자원개발(HRD)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BK 사업단과 중앙대 글로벌 HRD 대학원을 거쳐서 2011년 단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에 부임했다. 현재 인적자원관리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HRD 분야를 넘어 인적자원관리(HRM)와 조직행동, 조직관리 분야에서도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5호 소통의 품격 2019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