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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우상(偶像)과 이성(理性)

경력직 채용은 덧셈뺄셈 아닌 화학작용
눈을 가리는 세 가지 오류 체크 먼저

상효이재 | 257호 (2018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력직 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영진이 장기적인 인재 육성보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섣부른 채용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경력직 채용은 장기이식과 흡사하다. 무게감이 큰 포지션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무리 다른 신체 내부에서 잘 작동하던 장기도 이식 후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장기이식을 우리가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처럼 조직에 경험 많은 누군가를 영입하는 것 역시 그래야 한다. 후보자가 가진 스펙, 직무 전문성 등만으로 더하기 빼기식 단순 셈을 하기보다 기존 조직 맥락에서 그가 불러일으킬 문화적 화학작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편집자주
필자들이 컨설팅 및 기업 생활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국내 기업의 실제 케이스를 바탕으로 조직 운영상 흔히 범하기 쉬운 우상과도 같은 편견과 실수, 그로 인한 실패에 대해 되짚어 보고 탐색적으로 대안을 모색해봅니다.




Case story
스펙에 치중한 ‘답정너’ 채용의 실패 사례
어느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 강소기업 N사 인사팀장 K 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회사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인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인력의 수급 및 관리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얼마 전 인사팀장에게 최대한 빨리 경력직 해외영업팀장을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요구사항도 일러줬다. S사나 L사 등 대기업 출신으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영어가 능통해야 하며, 마케팅 업무 경험과 개발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동시에 보유한, 리더십 있는 스타급 인재를 채용하라는 것이었다.

회사가 다루는 기술이 소위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라 미디어와 주변의 관심도 높아지고, 외부 투자 역시 물꼬가 트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라는 핸디캡과 내부적으로는 생존에만 집중한 나머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취약한 인력 운영 체계와 인프라가 발목을 잡고 있어 경영진이 요구하는 스타급 인재 영입이 사실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K 팀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더 나아가 그런 인재가 회사 상황에 적합한 인재인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확신이 없다. 하지만 이의 제기를 하자니 사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질 듯해 방법을 찾기로 한다.

K 팀장은 일단 경영진이 지시한 내용을 JD(Job Description)에 담아 급히 헤드헌터들에게 보낸다. (표 1)

며칠 후, 평소에 거래하던 헤드헌터가 이력서를 보내온다. 헤드헌터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며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그에 준하는 인재를 확보했다는 자신감도 내비친다. K 팀장이 받은 후보의 이력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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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후보: 명문 S대 출신, 총 유관 경력 8년(전략/마케팅 경험 3년, 해외영업 경험 5년), S전자 출신(과장), 영어 가능(중상)
B 후보: 해외 대학(UC 계열) 출신, 총 유관 경력 10년(해외영업 경험만 10년, 직접적 마케팅 경험은 없으나 유관 부서와 협업, TF 경험 보유, 출신: 대기업 2년, 중견기업 8년-팀장), 영어 능통(상)
C 후보: 지방 국립대 출신, 총 유관 경력 7년(해외영업 3년, 마케팅 경험 3년, 소프트웨어 기획 경험 1년, 출신: 중소기업/스타트업 전략마케팅 팀장), 영어 가능(중상)

K 팀장은 3명의 후보 이력서를 보고 일단 안도했다. 경영진이 선호하는 대기업/ 명문대 출신도 포함돼 있고, 다른 후보들의 경력도 회사의 요구와 동떨어지지 않은 범주에 있었다. 3명 모두 면접 대상으로 올리기로 하고 경영진에게 보고한다. 경영진 역시 만족했다. 그중에서도 역시나 A 후보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대단했다. K 팀장이 배석한 가운데 세 후보 모두 경영진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A 후보자는 본인이 대기업 출신이라는 점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지금 회사 내에서도 성과를 인정받는 인재지만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좀 더 주도적으로 커리어를 개척하기 위해 도전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기업의 체계적인 영업 프로세스와 마케팅 전략을 이 회사에 적극 도입하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대기업의 특성상 팀장급 리더로서의 경험은 없으나 실질적인 실무적 리더 역할을 지금 팀에서 담당하고 있고, 평소 성과를 위해 리더로서 부하직원들에게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연봉과 복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B 후보자는 인상이 좋고 호감형의 외모를 지녔다. B 후보자는 전형적 영업맨으로 호감형 인상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마음을 단기간에 사로잡는 것이 본인의 전략이자 특기라 밝혔다. 미국 UC 계열 출신으로 영어가 능통한 수준이고 중국어 역시 수준급인 것으로 보였다. 다만 마케팅 전략 수립이나 기획 부분에 있어서는, TF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명확히 이해하거나 자신이 있어 보이는 눈치는 아니었다. 필드형 리더로 팀원 및 주변 유관 부서와 협업 시 형님 동생 하면서 공-사 경계를 특별히 두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회사에 궁금한 점에 대해 B 후보자 역시 연봉도 중요하지만,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C 후보자는 비슷한 규모의 유사 업종에 종사해서 그런지 N 사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았다. 회사가 스타트업일 때 합류해서 회사가 커가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부서 간의 경계 없이 이슈를 다루고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자신의 자산이라고 밝혔다. C 후보자는 구성원에 대한 ‘동기부여’가 리더로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팀원들이 진심으로 내켜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하에 코칭과 피드백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밝혔다.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도 인상 깊었다. 회사의 비전과 현재의 영업 전략의 문제점에 대해서 물었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진은 그에 대해 오히려 당황한 눈치였다. 아직은 합류가 결정된 것이 아니기에 보안사항이라는 이유로 두루뭉술한 비전 정도로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갈음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셋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이 기업의 경영진은 A 후보를 택했다. 사실 인터뷰 전부터 A 후보자만 좋다면 합격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경영진은 해당 후보자를 맘에 들어 했다. 경험 등 외연도 그렇거니와 자신감 있고 성과 지향적인 적극적 태도가 경영진에게 어떤 확신을 부여한 것 같았다. 경영진은 기존의 가족적인 문화에 A 후보 같은 적극성 있는 인재가 들어와 조직을 좀 역동적으로 변화시켜주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어쩌면 답은 면접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경력직 채용의 결과는 어땠을까. A 후보는 팀장 부임 후 1년 만에 “이런 체계도 없고, 원칙도 없는 회사를 들어오다니 내가 미쳤지”라는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회사를 떠났다. 경영진 역시 그를 영입할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로 “뭐가 그리 잘났다고 버르장머리 없이.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해”라며 A를 비토했다. 어떤 직원들은 A의 퇴장에 쾌재를 부르고, 어떤 직원들은 씁쓸히 그의 퇴사를 마중한다. A와 경영진은 어느새 직원들의 냉소적인 뒷담화 안주가 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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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찾는 경영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
-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1 과 확증편향
1999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건물에서 한 가지 실험이 진행됐다. 연구팀은 6명의 학생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에게는 검은색 셔츠를, 다른 한 팀에게는 흰색 셔츠를 입게 한 뒤 농구공을 패스하게 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실험의 핵심은 농구공 패스가 아니었다.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한 학생이 농구공을 주고받는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 나온 뒤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실험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패스 횟수가 몇 개였느냐”가 아니라 “고릴라를 봤느냐”였다.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학생 중 약 절반이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학생을 보지 못했다. 아무리 농구공 패스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약 절반이 이처럼 뜬금없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참가 학생들 스스로도 믿기 어려워했다.

이는 인간이 가진 인지력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다. 인간은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쉽게 편향돼 정작 중요한 정보를 어이없게 놓치곤 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의, 하지만 조금 더 심각한 인식의 오류가 ‘확증편향’이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해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것이다. 쉽게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이다. 많은 기업 채용의 관행과 프로세스를 직간접적으로 바라보면서 제대로 된 경력직 채용을 위한 첫걸음은 어떤 대단한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주체(주로 경영진)가 암묵적으로 가진 지배적인 편견을 되돌아보는 것이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타인의 시선에서 성공한, 혹은 성공의 길을 달리는 경영자는 끊임없이 구성원에게 ‘혁신’과 ‘창조’를 입버릇처럼 주문하지만 정작 경영자야말로 스스로 구축한 성공 경험이라는 탑에 갇혀 닫힌 인식과 의사결정,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력직 채용은 특히나 관행·구조상 갖가지 관문으로 켜켜이 쌓인 신입사원 채용보다 기업 및 경영자의 편견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작동하기 쉽다. 대표적인 세 가지 오류·편향(Bias)은 다음과 같다.


채용의 눈을 가리는 세 가지 편견
1.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 ‘외연’에 대한 오만과 편견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후보자가 가진 스펙과 같은 외연적인 요소를 중요시한다. 필자의 경험상 특히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소기업(스타트업 포함)이나 중견기업은 심리적으로 좀 더 그런 경향을 보이는 듯하다. 그동안 영세한 규모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처우, 취약한 운영 인프라 등으로 제대로 된 인재를 영입하지 못했다는 인식과 이런 조직의 체계를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인식, 거기에 경영자 개인의 인사권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구조 등이 맞물려 경력직 채용에서 외적인 조건들이 중시되곤 한다.

물론 시스템이 갖춰진 유명 대기업 출신이 작은 기업에 와서 조직의 체계를 세우고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명문대 출신의 경험 많은 사람이 정말 똑똑하고 센스 있게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의 핵심 인재로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동일한 논리, 확률로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동시에 작은 기업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 구성원이 기업의 긍정적 변화를 이끈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 에 게재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더급 혹은 외부에서 영입한 ‘스타급’ 인재의 46%는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이전 직장의 성과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낸다. 또한 30%가량이 2년 내에 조직을 떠난다고도 덧붙인다. 더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랭크 슈밋(Schmidt, F) 아이오와대 교수와 존 헌터(Hunter, J.) 미시간주립대 교수의 논문 ‘인사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 3 에 따르면 구직자의 학력과 성과의 상관관계는 0.1, 경력 연수는 0.18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 구직자의 실력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요소는 실제 채용 시 맡길 업무나 역할의 일부를 시켜보는 작업 테스트 (0.54)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우리 회사에 와서 실제 역할을 훌륭히 해낼 사람을 찾는 것이 채용의 본질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런 사람은 외연적으로 이런 사람이야”라는 조건을 만들어 두고 정작 그 본질을 놓쳐버리기 일쑤였다. 편견을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조직 내 ‘오만’에 대해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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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프트 스킬은 채용의 본질이 아니다?
- 문화적 적합성(Cultural Fit)에 대한 무지
경력직 채용에 있어서 우리가 매우 쉽게 놓치는,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위험한 편견은 바로 ‘소프트 스킬(Soft Skill)’에 대한 것이다. 일에 있어 ‘하드 스킬(Hard Skill)’은 직무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 기술 등 가시적 결과물을 의미한다. 반면 소프트 스킬은 그 사람이 가진 인격, 의사소통 능력, 감성적 지능, 공감력 등 문화적 요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경력직 채용에 있어 소프트 스킬을 간과해왔다. 특히나 성과주의가 기업 전반적으로 강조되면서 외연상으로 좋은 결과물을 냈던 경력이 있는 스타급 인재라면 그 사람이 가진 인성이나 조직에서 구성원들과 관계를 맺는 양상 등 문화적 속성은 따로 확인해볼 것도 없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혹여 이를 중시한다고 말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다수는 이를 ‘적극성’ ‘대인 관계’, 조직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 ‘정치력’ 정도로 한정해 강조할 뿐이다. 더욱이 앞의 케이스 스토리처럼 리더(팀장)급 경력직을 뽑는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과거 경력에 묻히는 것이 현실이다.

채용과 관련한 최신 이론과 양상은 사람이 가진 소프트 스킬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사람이 조직의 문화적 맥락에 잘 맞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 SHRM)는 기업이 인건비의 약 50∼60%를 문화적 적합성 이 맞지 않는 이직자들의 부적응과 이로 인한 손실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4

그렇다면 문화적 적합성이란 무엇일까? 이 역시 함부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슈지만 필자는 조직적합성에 대해 ‘회사 고유의 문화, 조직 맥락에 비춰 후보자의 외연을 넘어선 속성 혹은 태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DBR mini box
생각해 보기 : 학벌과 채용 상관성에 대하여

P이면 Q이다.(P → Q) 그렇다면 Q이면 P인가(Q → P)?
논리학 기초 질문이다. 우리가 ‘명제’라는 이름으로 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운 내용에도 포함돼 있다. 많은 분은 자신 있게 정답을 맞혔을 것이다. 정답은 ‘거짓’이다. 논리학적으로 두 문장은 유사해 보이나 큰 관계가 없다. 이것을 ‘후건 긍정의 오류’라고 한다.

유명 기업의 임원과 ‘경력직 채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예전 우리나라에서 ‘학벌 타파’가 이슈화했을 때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경력직에 대한 ‘블라인드’ 채용을 했는데 뽑고 보니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어서 이전에 인위적으로 학교 배분을 하던 때보다 오히려 명문대 출신 비율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는 오히려 학벌과 채용의 상관성을 높게 인식한 계기가 됐고 회사는 다시 예전 방식으로 출신 학교에 가산점을 부여했다고 한다.

결국, 블라인드로 뽑았더니 학력이 높았고 그래서 채용 시 학력 중요도를 높게 본다는 말인데 사실 많은 분이 내심 가지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저 문장은 얼핏 매우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거기에 누군가의 경험까지 덧붙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저 주장은 여러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좋은 사람을 뽑았더니’(P) ‘명문대 출신’이 많았다.(Q)
그렇기 때문에 명문대 출신을 뽑으면(Q) (안 봐도) 좋은 사람이다.(P)
이렇게 보면 이 주장이 전형적인 후건 긍정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철저히 블라인드로 회사의 기준에 맞는 좋은 사람을 뽑았는데 학력이 높은 사람이 많았다면 그저 블라인드로 계속 채용을 하면 될 뿐 그것이 블라인드를 폐지하고 학력 중심의 채용으로 회귀할 적절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 주장의 오류를 조금 더 지적하자면 이 주장은 객관화하기엔 표본이 작다. 한 해 혹은 두 해 정도 진행한 블라인드 채용의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블라인드 과정이 어떻게 설계됐는지도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더욱이 채용과는 별개로 실제로 조직에 성공적으로 온보딩(On-boarding)한 인력에 대한 분석까지 더하면 좀 더 복잡한 문제가 된다. 여기에 다시 지금까지 고착화된 ‘학벌 중심 문화’에 기인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문제까지 곁들이면 ‘학벌은 채용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라 주장은 더더욱 증명하기 어려운 이슈가 된다.


■ 경력자가 경험한 시스템, 프로세스, 성과에 대한 맥락 다시 보기
다시 앞의 N사 사례를 떠올려 보자.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통상적으로 시스템/프로세스가 대기업만큼 체계화돼 있지 못하고 내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리소스가 적다. 이미 정비된 조직과 시스템 가운데에서 성과를 내던 사람이 위와 같은 환경에서도 그에 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더욱이 그가 경험한, 체계화된 조직과 시스템이 중소기업에 항상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경력자가 속한 조직에서 창출했다는 성과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창출되는 성과는 온전히 개인의 역량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속한 팀의 화학적 요소나 환경적 요인이 연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가 이력서 혹은 인터뷰상에서 명시한 성과가 사실은 후자에 속한 것이고 그는 단지 그 시점에 거기 속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혹자는 ‘에이 설마’라 하겠지만. 우리가 이러한 맥락을 날카롭게 주목하지 않는 이상 그 ‘설마’의 상황은 생각보다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N사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리더는 적은 리소스와 짜임새 없는 시스템 속에서도 유연하게 적응하며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 그 가운데서 N사의 환경 및 맥락에 맞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주변 구성원들과 협력하며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내부 성장 인력을 중심으로 가족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그 특징과 장·단점, 정치적 양상을 주의 깊게 살펴 구성원의 반발 및 저항을 능숙히 관리하면서 조직에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A는 대기업의 시스템 및 프로세스와 자신이 지원받던 리소스 환경을 일방적으로 회사와 동료 구성원들에게 당연한 것처럼 요구했다. A 입장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데 제대로 된 지원도 없고 체계도 하나도 안 잡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 짬에 이런 것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같은 부서도 아니고 제 기존 업무도 아닌데 다짜고짜 전화해서 이 자료, 저 자료를 이런 식으로 가공해 오라는 강압적인 명령 투로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좀 소극적으로 반응하면 제가 뭘 모른다는 식으로 핀잔을 줍니다. 우리 부서장께 여쭙고 하겠다 했더니 사장님 위임을 받았으니 그냥 해오라고 말하고 끊어 버립니다. 나중에 이를 들은 부서장은 좀 언짢아하면서도 사장님이 말씀하신 거니 해주라 하는데 솔직히 내키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실컷 야근해서 보내줬더니 고맙다는 말은커녕 나중에 들었더니 그걸 자신이 다 한 것마냥 사장님께 보고했다더군요.” (N사 타 부서 E 씨)

“엄청 복잡해 보이는 PPT 문서를 별 설명 없이 툭 던지면서 이대로 회사에 적용하는 기획을 다짜고짜 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예전 회사에서 전략 컨설팅을 받았던 자료 같았습니다. 예전에 큰돈 주고 컨설팅받았으니 문서 자체야 훌륭할지 모르나 며칠 꼼꼼하게 읽어 보니 제품이 속한 시장의 속성이나 규모 자체도 다르고, 우리 제품에 저런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기엔 기본적으로 예산이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제한되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안 되면 되게 해야지, 왜 이렇게 방어적이야’라고 화를 냈습니다. 막막해서 가이드라도 좀 달라 했더니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해? 자네가 이 회사에 오래 있었으니 디테일은 나보다 더 잘 알 거 아니야. 아니다, 그냥 하지 마. 내가 할게’라며 한숨을 푹 내쉽니다. 참,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N사 A가 속한 부서 과장)

물론 A도 할 말이 있습니다.

“아니, 해외영업을 리딩하라고 해서 왔더니 진짜 해외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은 하나도 구비가 안 돼 있었습니다. 전략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도 이 부서, 저 부서에 따로 흩어져 있어 취합이 안 되고, 이걸 취합해 가공하라고 했더니 다들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소극적으로 나오는데 참 어처구니없었죠. 예전 회사에선 그건 기본 중 기본이었습니다. 이미 분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면 됐는데 여기선 기초 작업마저 안 돼 있으니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팀원들의 기획력도 너무 떨어지고, 그럼 적극적으로 배우기라도 해야지 귀한 자료를 줘도 그게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자꾸 가이드 달라는 소리나 하고, 우리 회사랑 안 맞는다는 소리나 하고 참 회의가 듭니다.”

채용을 통한 경영진의 기대와 A의 기대는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직원들의 스트레스, 균열 등 조직 전반의 정신적 손실까지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N사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채용’을 위해 자진해서 어마어마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 셈이다.

■ 문화적 적합성:
맥락의 겹을 관통하는 태도(Attitude)
경력직 채용을 문화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우리 회사와는 다른 문화에서 근무하고 성과를 내던 사람을 우리 회사 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앞의 N사와 같이 그 조직의 규모나 환경 비즈니스의 성격이 다른 조직은 더욱 그 차이가 심할 것이다. 경력직을 채용하려는, 특히 ‘스타급’ 리더를 채용하려는 회사는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문화적 적합성이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다만, 한 가지 독자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라는 것이 곧 ‘자신의 조직과 같거나 유사한 문화에 속해서 성과를 냈던 사람’ 혹은 ‘우리 회사에 속한 사람들과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의 차이에 대해 경력자가 취하는 태도(Attitude)다. 관련 아티클(HBR 5 )의 표현을 응용해 좀 더 구체화하면 그 태도의 핵심은 1) 경험을 뛰어넘는 정신적·지적 성숙함 혹은 현명함(Favor Potential over Experience)이자 2) 타인과 협력하고 관계 맺는 양상이다. 즉,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어떻게 성숙하게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문제와 본디 주어진 직무상의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조직구성원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자신을 포지셔닝할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 예측과 판단이야말로 경력직 채용의 핵심이다.

3. 이미 익숙해진 채용 루틴(Routine)과 속전속결 관행
앞의 두 가지 인식(외연에 치중하는 현실과 문화적 적합성에 대한 무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레 현재의 경력직 채용 관행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외연 너머의 태도를 파악하는 것이 어디 사람을 한두 번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일까. 헤드헌터 등을 통해 피상적 조건을 중심으로 사람을 찾고, 이후 한두 번의 인터뷰만으로 속전속결로 끝나고 마는 현재의 보편적인 경력직 채용 루틴 안에서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운에 기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력직 채용은 결국 장기이식과 같다. 장기이식에 앞서 의사는 그 장기가 이식자의 혈액과 각 조직에 적합한지, 그리고 그 이식자 역시 의학적·체력적으로 그 장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사하고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그렇게 해도 이식자가 장기이식에 성공할 확률은 완벽하지 않으며 적응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와 비교해 현재의 피상적인 속전속결 채용 관행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그 문제를 좀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구글은 인사 정책에서 ‘채용’이 가장 중요함을 조직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통해 밝혔다. 그 때문에 채용에 시간제한을 두지 말라고 강조한다. 6 훨씬 더 일찍이 마이크로소프트도 ‘Near Fit(엇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아닌 ‘Exact Fit(완벽히 적합한 사람)’을 추구해야 하며, 그게 아니거든 차라리 Open Slot(공석)으로 두는 것이 낫다고 밝힌 바 있다. 7 넥플릭스 역시 자신들의 기준에 적합한 ‘최고’가 아니면 채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8 자포스는 과거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인재를 채용하던 방식을 폐기하고 자사에서 처음부터 끌까지 도맡아 관리할 수 있는 채용 SNS 채널(자포스 인사이더)을 구축해 지원자들과 장기간 소통하며 채용 여부를 가늠한다. 9

솔직히 ‘완벽히 적합한’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또 그 ‘완벽히 적합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우리가 별개로 논의해야 할 어려운 이슈임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시사하는 바는 ‘채용’은 ‘장기이식’처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땐 사람이 없어서 일단 뽑았어’라는 말은 ‘그땐 당장 맞는 장기가 없어서 일단 되는 대로 이식했어’라는 무시무시한 말과 비슷한 맥락임을 인식해야 한다.

여전히 대다수 기업이 채용을 고민하면서도 지원자 수, 지원자의 출신 대학, 지원자의 경력, 지원자의 언변 등 쉽게 드러나는 외연을 채용 성과지표(KPI)로 삼고 속도전을 펼친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디자인처럼 올해의 ‘채용 컨셉’을 매년 달리해 가며 화려하게 광고하기도 한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잠시 멈춰 그 내면에 채용의 ‘본질’이 담겨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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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도의 전환, 좀 더 나은 경력직 채용을 향한 첫걸음
N사 케이스는 작은 편견에서 비롯됐다. 명문대 출신이 일을 잘할 것이라는 편견, 큰 조직을 경험해본 사람이 조직을 잘 이끌 것이라는 편견,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것이 무조건 좋다는 편견, 그가 문서상 적어 놓은 경험이 온전히 개인의 경험이자 성과의 산물일 것이라는 과도한 믿음, 경영자의 경험 많은 직관이 곧 정답에 가깝더라는 신화 등이 경영진의 시야를 가렸다.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도사린 작은 편견을 점검할 기회와 프로토콜이 없는 조직에서는 설령 우연히 해외영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진짜 ‘고릴라(인재)’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그곳 경영진은 자신들이 이미 그려놓은 프레임에 갇혀 그를 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인지행동 이론에 따르면 자신에게 암묵적으로 내재된 편견이나 왜곡된 인식에 대해 한 번 생각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로 발현되는 상황 앞에서 의식적으로 그 인지적 과정(편견이 편견임을 인정한 경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실체적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인용하자면 경력직 채용 개선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은 채용 스킬의 개선이나 변화가 아닌 경력직 채용에 대한 경영자의 태도 혹은 관점 변화일 것이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채용을 진행하기 전에 언급된 세 가지 오류에 대해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것만으로도 고릴라를 보지 못할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상효이재는 조직의 소통과 성장을 탐구하고, 경영의 우상과 이성을 분별해 더 나은 조직 운영 방법을 찾고자 하는 지식 소사이어티의 이름이다. 서로 본받고 배움으로써 이로운 공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상효이재(相效利齋) path_work@naver.com
상효는 상효이재 공동 대표 운영자. 대기업에서 영업, 전략, 마케팅을 경험하고 기술 강소기업의 전략마케팅 리더를 거쳐 현재 기업교육·조직개발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이재는 상효이재 공동 대표 운영자이자 기술 스타트업의 인사(People & Communication) 리드를 맡고 있다. 기업 위험·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및 대정부 커뮤니케이션(Public Affairs) 전략 컨설턴트, 조직인사 컨설턴트를 자유롭게 오가다 현재 80여 명 규모의 제조 인더스트리 딥러닝 기반 기술 스타트업에 재직 중이다.
  • 상효이재 | 기업과 컨설팅 회사에서 조직인사, 기업 위험/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퍼블릭 어페어즈(Public Affairs) 전략 컨설팅 영역을 두루 경험했다. 포스트 테일러리즘 철학 기반의 조직, 문화, 전략, 변화 관리에 관심을 두고 조직과 개인의 실질적인 성장과 통합을 돕고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사 부문을 리드했고 현재 핀테크 스타트업 피플&컬처(People &Culture) 실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네이키드 애자일(미래의창, 장재웅 공저)』이 있다.

    re.ja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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