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와 조직 불안

팀장: ‘혼냈으니 술 사주며 풀어줘야지’
팀원: ‘혼난 것도 힘든데 제발 놔주세요’

252호 (2018년 7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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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회식, 야유회….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세대가 회사 내 조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들이다. 대부분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부서장이 주도하는 회식 자리에 참여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상사를 ‘꼰대’라고 비난한다. 상사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같이 일하는 동료끼리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사적인 네트워킹도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밀레니얼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방적인 소통 방식일 뿐이다. 밀레니얼세대의 성장 배경, 심리상태 등을 통해 이들의 ‘멘탈’을 이해해보자. 밀레니얼세대와 함께하는 기업만이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밀레니얼세대에 투자하라. 디지털 시대 기업의 승패는 이들을 사로잡는 데 있다.”

2018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글로벌 HR포럼 2018’에서 글로벌 HR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기업 운영을 위해서 주목해야 할 차세대 인사 관리 비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포럼에서 제니퍼 응(Jennifer Ng) SAP 부사장은 옥스퍼드대와 함께 연구한 결과를 공유했다. 그들은 향후 10년 뒤 지구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구로 대두될 밀레니얼세대에 주목했다.

밀레니얼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다른 세대보다 개인적인 성향을 보이는 동시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로 전 세계를 넘나들며 사람들과 투명하게 교류하는 것을 좋아한다. 2025년이 되면 밀레니얼세대는 지구촌 노동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더 많다. 제니퍼 응 부사장은 “무려 65%의 밀레니얼 인력이 아태 인력 시장을 차지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그 때문에 이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밀레니얼세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조직에서도 2010년을 전후로 밀레니얼세대들과 같이 일하기 위한 새로운 HR 접근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밀레니얼세대의 특성에 대한 글들이나 밀레니얼세대에게 통하는 리더십에 대한 요구들도 최근 많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성세대와 밀레니얼세대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기성세대는 밀레니얼세대가 개인주의적이고 조직에 충성심이 없어 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한다. 기성세대는 조직을 위해 몸 바쳐 청춘을 보냈다. 퇴직이 몇 년 안 남은 현재에도 남은 모든 열정을 조직에 쏟아붓느라 퇴직 이후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밀레니얼세대에 기성세대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밀레니얼들은 기성세대의 열정과 애사심을 높이 평가하지만 ‘나는 저렇게 조직만을 위해 평생을 스트레스받으며 살고 싶지는 않다. 5년 후 나는 이 조직과 상관없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사석에서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도 당당히 말한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또 다른 영역은 회식과 야유회 등 소통의 시간에 대한 것이다. 기성세대는 같이 일을 하려면 일만으로는 안 되고 인간관계가 필요하니 회식과 야유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는 일하면서 윗사람이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나고 같이 술 마시면서 속 얘기를 하면 마음속의 앙금이 사라진다고 믿는다. 그런데 요즘 애들은 혼내기도 어렵고 혼낸 후에 풀어주려고 술 먹자고 하면 일이 있다면서 거절한다. 도무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한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들에게 ‘회식하자’는 말을 하기도 무섭다고 말한다.

반면 밀레니얼세대는 혼내는 것을 듣는 것만도 힘든데 회식까지 가자고 하는 기성세대 상사를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 혼내고 나서 술 마시자고 하는 상사를 보면 속으로 ‘차라리 한 대 딱 때리세요’라고 말하고 싶다고 농담처럼 털어놓기도 한다. 상사의 꾸중을 듣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상사가 마음을 풀어주겠다며 몇 시간이고 과외 시간을 가지려고 하면 이럴 바에는 차라리 한 대 때리고 나를 놔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물론 밀레니얼들이 실제로 육체적 폭력을 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한 대 때리는 정도로 짧은 시간 상사와 접촉하고 그 일에서 풀려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런 밀레니얼세대에게 퇴근 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회식이나 긴 시간 조직의 눈치를 봐야 하는 워크숍은 소통을 위한 시간이라기보다 참아내야 하는 시간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심리적 간격은 조직에서 많은 소통 장애를 낳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전에 기고했던 글(DBR 249호,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태도가 화근, 책상 앞에만 붙어 있는 당신, 꼰대 지름길!’)에서 필자는 꼰대의 3대 멘털리티를 다룬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밀레니얼의 3대 멘털리티를 다뤄보려고 한다. 우선 밀레니얼의 특성이 아니라 밀레니얼의 멘털리티를 다루는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다. 행동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그 세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이해 없이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더욱 부각시켜 오히려 감정적으로 더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를테면 “요즘 애들은 역시 나와 달라” 또는 “저 세대는 역시 꼰대스러워”라고 생각하는 데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밀레니얼세대가 겪어온 시대적, 심리적 배경을 알고 그로 인해 형성된 현재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다 보면 밀레니얼세대가 현재 보이는 특성들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소통이란 본질적으로 나의 언어가 아니라 상대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나의 언어로만 시도되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간섭이고 통보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말로 시작하는 말 치고 가슴을 후벼 파지 않는 말이 없다. 의도는 좋지만 결과가 상처로만 남는다면 그것은 소통이라기보다 권력구조를 등에 업은 폭력이다. 일을 가르치려는 열정으로 후배들을 방으로 불러 혼을 내는 임원들도 내적 의도는 후배가 더 잘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방으로 불려가 몇 시간이고 머리를 조아리며 상사에게 꾸중을 들어야 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그저 괴롭기만 한 폭력적인 시간일 수도 있다. 조직에서 더 나은 소통을 하고 밀레니얼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3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밀레니얼 멘털리티의 키워드는 나르시시즘이다. 자기애라고도 번역하고 자존감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나르시시즘은 자신 위주로 생각하고 자신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일정한 정도의 자기애를 가지고 산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인생을 자신 있게 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밀레니얼세대는 특히나 이런 자기 중심성이 강한데 이를 뉴욕타임스는 “Me Me Me generation”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러한 나르시시즘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밀레니얼세대의 강한 자기애 뒤에는 모든 것을 풍족하게 제공하려고 했던 부모 세대의 욕망이 있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세대는 전쟁 후에 태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내고 산업화를 겪으며 급속하게 성장하는 한국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노력이 경제적 안정으로 보답받았던 시대다. 이러한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베이비부머세대는 자녀인 밀레니얼세대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에는 궁핍해 받을 수 없었던 것을 무엇이든 충분히 주고 싶어 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가정마다 자녀를 1∼2명 정도 두게 되면서 베이비부머세대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대가족, 많은 형제자매 사이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물질과 관심이 밀레니얼 자녀들에게 집중됐다. 특히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경험한 부모 세대는 자신의 자녀가 자신의 못다 한 꿈을 이뤄줄 용이 될 것이라는 Omnipotent wish(전지전능한 욕구,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욕망)를 자녀에게 투사해 자신이 받고 싶었던 최고의 교육,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다. 어느 나라보다 높은 교육열은 이러한 부모 세대의 욕망이 분출된 것이다. 이런 뒷받침 속에 밀레니얼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특별하고 뛰어나다는 인식을 하며 자랐고 모든 것을 자신 위주로 생각하게 됐다. 더불어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 나르시시즘이 다른 세대보다 강하게 발달했다.

둘째, 밀레니얼 멘털리티의 키워드는 나르시시즘의 손상이다. 가정에서의 집중적인 지원, 풍부하고 안정적인 경제적 배경 속에서 자라난 밀레니얼들은 성인으로 접어들면서 IMF와 외환위기, 그리고 저성장의 기조 속에 높은 청년 실업률을 맞닥뜨리게 된다. 88만 원 세대, N포 세대라는 말이 이 세대를 규정하는 사회적 단어로 등장했다. 어려운 취업 전쟁을 겪으며 입사한 조직에서 밀레니얼들은 조직의 말단으로서 자신들이 더 이상 특별하거나 탁월하지 않으며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도 요구한다고 해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차가운 현실 앞에서 다시 한번 좌절을 경험한다. 자기애적 손상(Narcisstic injury)을 입는 것이다. 마치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생각으로 천동설(세상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처럼 성장해 왔는데 성인이 돼 마주한 현실은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지동설(세상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충격과 비슷하다.

어느 세대나 사회에 편입되면서 이러한 정서적 충격을 어느 정도는 경험한다. 그러나 밀레니얼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자기중심성이 높은 만큼 현실적인 인식을 조정하는 과정이 몇 배 큰 좌절감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이러한 내적 자존감의 손상은 외부에서 인정받아 자존감을 채우려는 노력으로 나타난다. 그동안의 자존감이 부모와 환경에서 주어진 것인 만큼 외부의 무언가로 자신의 자존감을 다시 만족시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밀레니얼세대는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한 동시에 또래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하다.

이러한 모습은 SNS상에서 자신의 글이나 사진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심을 쏟고 그러한 반응에 따라 기분이 변동되는 면으로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면밀히 살핀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힙(hip)하고 개념 있는 사람으로 평가해주길 바란다. 그게 이들이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남들이 가는 맛집은 나도 가보고, 남들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좋다는 여행지를 나도 비슷한 코스로 가서 비슷한 아이템을 사 모으고, 많은 인증샷을 남기며 다녀온다. 심지어 인터넷상에는 “30대 직장인인데요. 취미를 추천해 주세요” “진로가 고민인데요. 퇴사해야 할까요?” 등 매우 개인적인 고민까지도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묻는 밀레니얼들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자신에게 적용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한 결정이 다른 사람들도 잘했다고 멋있다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무얼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나지?”라고 하는 말을 일상에서 쉽게 듣는다. 그만큼 내가 한 일을 사람들이 잘했다고 말해주면 좋겠고 이왕이면 많은 사람이 그래 주면 좋겠다는 무의식적인 바람이 담긴 표현이다.

나의 자존감이 나에게서 기인하고 튼튼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나의 자존감이 취약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잘한다고 말해주는 것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을 수시로 내보이고 더 좋은 상태를 꾸며서라도 겉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정신분석적으로 이러한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으로 유지되는 ‘거짓 자기(False Self)’라고 말한다.

셋째, 밀레니얼 멘털리티의 키워드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을 회복하려는 경향이다. 어린 시절 형성된 나르시시즘이 부모의 지지와 보호된 환경 속에서 형성된 유약한 나르시시즘과 거짓 자기라면(그래서 외부의 충격에 쉽게 깨어질 수 있는 약한 자존감이라면) 세상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려 깨진 후 회복해 만들어가는 나르시시즘은 다른 사람들이 쉽게 망가뜨릴 수 없는 강건한 자기애, 진실된 자아(True Self)가 될 것이다. 미국 밀레니얼들이 열광하는 방탄소년단에 이러한 성장의 서사가 녹아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모티브를 따 만든 ‘WINGS’ 앨범의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나 이번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한 ‘Love your self 전 Tear’ 앨범의 ‘Fake Love’라는 곡에는 거짓 자기를 버리고 진정한 내면의 자신을 찾으려 하는 성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의 서사에 언어의 장벽을 넘어 미국의 밀레니얼세대들이 열광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세대는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규정한 행복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행복을 찾아 성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나 워라밸(Work life balance),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단어들이 그러한 성향을 대변한다. 기성세대가 행복이라고 규정한 것을 자신의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 조직에서 임원이 되는 것을 성공으로, 자신의 목표로 규정하는 대신 -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 한다. 그러한 모습은 조직에서 일의 의미를 찾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2015년 메리 미커의 ‘인터넷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이었다. 2016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1년 내 퇴사자의 퇴직 사유에서 ‘조직 및 직무 실패(49.1%)’가 ‘급여 및 복리후생(20.1%)’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자신이 일해야 하는 이유와 가치가 경제적 보상이나 워라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다. 밀레니얼들은 일을 통해 자신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를 원한다. 밀레니얼들은 일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기를 바라며 그러한 욕구가 충족될 때 더 깊게 일에 헌신한다.

이상에서 밀레니얼의 멘털리티를 살펴봤다. 이러한 밀레니얼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조직에서는 어떻게 그들과 소통해야 할까?

첫째, 밀레니얼들의 자기중심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 자신만 아는 충성심 없는 이기적인 세대라고 비난하기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익숙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성장 환경과 나르시시즘을 존중해 줘야 한다. 조직에서 밀레니얼세대들을 답답해 하는 베이비부머세대들은 자신의 자녀를 자신이 어떻게 키웠는지 생각해 보면 밀레니얼들이 좀 더 이해가 될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이 낮에도 밤에도 조직에서 헌신을 하고 열심히 일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자녀에게 자신이 어릴 적 가질 수 없었던 좋은 것들을 충분하게 주고 싶기 때문 아니었는가? 그러한 양육의 결과가 부모로부터 좋은 것을 받고 자라 세상이 자신의 위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밀레니얼들의 나르시시즘의 형태로 나타난다. 리더들이 밀레니얼의 자기중심성을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존중하려 할 때 소통을 위한 기본을 다질 수 있다.

그리고 조직의 업무 측면에서 밀레니얼들의 자기중심성은 조직을 건장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원료’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 방향이라고(align 된다고) 생각할 때 밀레니얼들은 다른 세대 못지않게 조직에 헌신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밀레니얼세대들은 기성세대보다 일의 가치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밀레니얼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렇게 진행하고 있는 좋은 예로 P&G를 들 수 있다. P&G는 젊은 사원들에게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 그들의 전문 역량을 키우는 인재 사관학교로 유명하다. 이렇듯 조직에서 자신을 존중한다고 느낄 때 자신의 역량을 키운다. 현재의 업무가 의미가 있다고 믿을 때 밀레니얼들은 조직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을 오픈하고 외부와 소통할 것이다.

둘째, 밀레니얼들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밀레니얼들은 자신의 경험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즉각적이고 수평적인 피드백을 받아 인정받고 싶은 내적 욕구가 강하다. 수직적인 조직, 느린 피드백, 칭찬이나 인정이 결여된 환경은 밀레니얼들의 업무 몰입도를 저해한다. 밀레니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일과 관련해 정확하고 전문적인 업무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한국 조직은 고맥락 사회다. 말보다는 분위기와 눈치로 맥락을 봐서 상사의 의중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상사가 지시한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도 되묻지 못하고 임의로 해석해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중간관리자가 대충 상사의 뜻을 헤아려 밀레니얼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게 된다. 이후 밀레니얼 직원들이 가지고 오는 중간 결과물에 대해 자신도 상사의 의중을 모르므로 정확하게 피드백을 줄 수가 없다. 우선 최종 결과물을 만들라고 하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상사에게 갔을 때 전혀 다른 방향이었음을 알게 되면 일은 다시 밀레니얼 직원에게 떨어진다. 이런 과정에서 밀레니얼 직원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중간관리자가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존중받지 않았다고 느낀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중간관리자는 이유를 알아야 움직이는 밀레니얼세대와 알아서 뜻을 파악해야 하는 상사 사이에서 적절한 중재를 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의 의미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중간관리자가 도와줘야 한다. 그들에게 왜 일을 해야 하는지, 기대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적절한 업무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파악하기 어려운 지시를 하는 상사에게는 용기를 내어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밀레니얼들에게 업무의 배경과 이유를 설명할 수 있으며 가지고 오는 중간 결과물에 대해 바르게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또한 밀레니얼들은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감독보다는 코치에게 잘 반응한다. 일을 완결한 후에 검사하고 평가를 내리는 감독보다는 중간중간 같이 생각을 나누며 방향을 조정해주는 코치를 좋아한다. 사회혁신 창업가를 육성하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 코치와 팀을 1대1로 매칭해서 집중적으로 코칭을 받으며 창업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밀레니얼들에게 인기가 있다. 빠른 피드백을 경험하며 자란 밀레니얼들에게 조직에서의 업무적인 성장도 누군가 옆에서 빠르게 반응해주는 코칭을 해줄 때 더 잘 몰입한다. 그러므로 밀레니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일을 두루뭉술하게 지시하고 결과물에 대해 빨간 줄을 그어가며 지적하고 개선 방향 없이 다시 해오라고 말하는 방식보다는 일의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중간중간 피드백을 주어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 칭찬과 인정을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 사실 한국 조직은 그동안 칭찬과 인정을 말로 하는 문화가 드물었다. 승진으로 칭찬을 대신하기도 한다. 굳이 말로 칭찬이나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경력과 관련해 팀 내·외부의 평가를 개인에게 들려주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이런 칭찬을 그동안 조직에서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팀원이나 팀장이 그 개인에 대해 잘했던 부분과 잘 못했던 부분을 적어준 의견을 직원에게 전해주면 당사자는 이런 칭찬을 일하면서 받아보지 못했다며 놀라워하고 고마워한다. 그리고 경력과 관련된 조직의 제안을 그전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힘든 일에 대해서도 자신의 성장과 관련돼 있다고 받아들인다. 결과적으로 일에 대한 동기가 높아진다. 바꾸어 말하면 잘해도 겉으로 칭찬을 하지 않는 한국 조직문화는 밀레니얼들에게는 동기부여를 저하시키는 요인인 것이다.

셋째, 밀레니얼들이 선호하는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확산시켜야 한다. 조직적으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들이 많다. 영어식 이름을 도입하거나 ‘-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고 팀장-팀원으로 직제를 단순화하며 SNS와 인터넷을 통한 스마트워크를 통해 수평적 소통을 하는 등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인 변화와 더불어 의식적인 변화가 같이 진행돼야 한다. 이름은 영어인데 여전히 뒤의 직함이 따라붙는다든가(ex: 앤드루 사장님) 팀장-팀원이지만 외부에 자신을 소개할 때는 기존의 직함을 꼭 소개하는 것은 아직 전반적인 의식의 변화가 제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질문이나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회의나 회식에 가서 리더 위주로 발언시간이 다 채워진다면 수평적 제도를 도입한 것과는 별개로 조직의 의식은 여전히 수직적인 의사소통 방식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조직 문화 개선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과 담화를 한 적이 있었다. 위아래 직급이 다 모여서 한국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리더가 늦게 시간을 내어 참석을 했다. 리더가 온 이후로 대화 양의 80%를 리더가 주도했다. 대화 지분을 보면 조직의 수평성이 가늠된다. 리더라서 더 오래 이야기하고 다른 직급은 고개 숙이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면 그런 자리를 수평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수직적인 사람인지, 수평적인 사람인지 간단하게 아는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나와 같이 일하는 아래 직원의 근황에 대해 내가 잘 기억하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나의 생각이나 취향, 좋아하는 음식 등에 대해서는 아래 직원이 잘 아는데 나는 그 직원이 최근 직장에서 무슨 고민이 있는지, 어떤 업무를 하는지 바로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래서 지난번에 물었던 것을 이번에 다시 물어본 적이 있다면, 그동안 식사 시간이나 업무 중에 모든 대화가 나 위주로 수직적인 방식으로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수평적인 의사소통은 어떤 호칭을 쓰고,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는지 형식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 존중하는지 관한 의식의 문제로 결정된다. 밀레니얼세대는 자기중심성이 중요한 세대다. 회식에서도, 야유회에서도 부장님의 이야기를 듣느라 목을 끄덕이기만 해야 하는 들러리라면 그 시간을 기성세대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DBR mini box: 밀레니얼세대에게 통하는 회식과 야유회의 팁

1. 회식과 야유회는 가고 싶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방식으로 가자. 낮 시간에 맥주 한 잔 곁들인 식사가 훌륭한 회식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니라 소통의 내용이다.
2. 대화량의 지분은 되도록 공평하게 갖자. 회의 시간도 아니고 회식 때도 나이순, 직급순으로 대화량을 차지하면 밀레니얼들은 자신들이 들러리라는 느낌만 받는다.
3.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끊지 말고 최대한 들어주자. 말을 끊고 하는 지나친 충고는 꼰대 인증일 뿐이다.
4. 부장님이 주말에 할 일 없다고 주말이 워크숍으로 좋은 시간은 아니다. 되도록 업무일, 업무 시간 내에 워크숍도, 야유회도 해결하자.
5. 회식과 야유회가 평소 멀어진 관계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매직타임은 아니다. 평소에 친근하게 지내자.

밀레니얼의 심리적 특성과 그에 따르는 소통 방식에 대해 살펴봤다. 소통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해 그들에게 맞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밀레니얼들에게 맞는 소통을 하려면 날을 잡고 하루 멀리 가서 단합대회를 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업무 현장에서 그들의 존재를 존중하고 그들의 자기중심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밀레니얼들의 인정받고 싶고,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배려한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하다. 부부 간에도 불화가 생기면 남편은 하루 여행을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싼 여행지를 검색한다. 그러나 감정이 해결되지 않은 부부는 여행 가서 더 크게 싸우고 돌아온다. 중요한 것은 매일의 현장에서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지 여행 한 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가족 여행이나 회사의 야유회는 이미 좋은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이 가서 친밀함을 확인하는 시간이지 없던 친밀함을 새롭게 만드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밀레니얼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면 어려운 시간을 내서 한 번에 몰아 술의 힘을 빌려 이야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일하는 현장에서 날마다 접촉하는 순간에 진정성을 담아 상대에게 닿으려는 노력하기를 권한다. 나와 다른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 할 때 관계의 진정성이 생겨난다.

상대방도 나와 동일하게, 성장을 원하며 애쓰고 있는 실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더 이상 ‘꼰대’와 무책임한 ‘요즘 것’으로 나뉘지 않는다. 그저 같이 일하고 같이 성장하는 동료로서 마음의 비전을 품고 실현하기 위해 조직에서 애쓰고 있는 서로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럴 때 갖는 회식과 야유회는 서로를 보듬는 훈훈한 소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이경민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공동 대표 kmlee@emerging.co.kr
이경민 이머징인터벤션즈 공동 대표는 정신과 전문의로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 갈등 치료 전문가다. 이 대표는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이 대표는 용인병원 진료 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 등을 역임했다.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이자 학회지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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