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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블록체인과 조직경영

채용에서 교육, 조직문화까지 신뢰도 높은 조직 만드는 블록체인

양정훈 | 250호 (2018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블록체인을 기업 경영에 적용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한마디로 ‘진실을 드러나게 해 신뢰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즉,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신뢰성 높은 조직을 만들어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사람을 채용하는 것에서 시작해 직원 교육, 프로젝트팀 구성,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 등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중간관리자 없이 신뢰도 높은 조직을 만들 수 있고 관리를 위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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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를 고민하다 보면 늘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해’ ‘우리 조직은 안 돼’ ‘저놈이 저렇게 해 먹는데 나만 원칙 지킨다고 바뀌나? 나만 손해지?’ 20년 가까이 조직 현장에 머물고 있지만 현실의 장벽은 늘 존재한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멋진 조직문화, 효율적인 경영, 가치 있는 인간의 삶이란 정말 요원한 일일까?

필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하고 하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필자는 이걸 ‘블록체인 매니지먼트’라고 정의했다. 블록체인 매니지먼트는 쉽게 표현하자면 ‘기술로 구현될 수 있는 신뢰 경영’이다. 직원들에게 창조나 열정을 강요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신뢰를 통해 최고의 헌신과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 매니지먼트 방법론을 말한다.

본 기고에서는 블록체인 매니지먼트를 크게 4파트로 나눠서 설명하려 한다. 첫째,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둘째, 블록체인을 경영(매니지먼트)에 접목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 셋째, 블록체인을 조직경영의 어떤 파트에 접목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매니지먼트를 도입하는 프로세스와 다가오고 있는 특징을 다루겠다.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블록체인을 정의하자면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술적 접근이고, 두 번째는 비즈니스적 접근이다. 기술적으로 정의하자면 블록체인이란 ‘거래기록을 삭제의 우려 없이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해 보관하는 기술’이다. 거래는 블록으로 구성된 저장소에 쌓는다. 그리고 거래된 블록들을 체인으로 연결해 같이 업데이트(싱크)한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풀어보자면 신뢰보증기관이나 중개자 없이 개인, 단체, 국가 간 가치, 자산을 신뢰할 수 있게 이동 및 거래할 수 있는 교환 비즈니스(Exchange Business)다. 비즈니스를 해본 사람은 이 말에 얼마나 무한한 잠재능력이 숨어 있는지를 안다. UN 미래보고서에 미래를 바꿀 신기술 10선으로 블록체인이 포함돼 있는 건 괜한 이유가 아니다.

간단히 [그림 1]로 설명해 보자.1 위에는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된 10대의 컴퓨터가 있다. 정상적인 블록체인 거래는 다음 단계를 거친다. A가 B에게 다음날 납품 대금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다음날 B를 만나서 물건 산 비용을 지불한다. A가 B에게 물건값을 낸 행위를 네트워크로 연결된 나머지 C부터 J까지 모두 알게 되면서 각자의 기록장부에 적어 놓는다. 가장 간단하게 예를 든 건데 어떤 계약이든, 교환이든, 거래든, 약속이든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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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보통 관계에서 일어나는 비정상 거래를 살펴보자. A가 B에게 물건값을 내기로 했는데 안 낸다거나, 혹은 B에게 물건값을 냈지만 다른 이해 관계자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거나, 혹은 B에게 물건값을 내야 하는데 C에게 내고 B에게 낸 척하는 경우가 있다. 신뢰 관계를 저버린 행위지만 현실 비즈니스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 중 하나다. 이걸 원천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게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거래 기록을 삭제하지 못하게 하고, 영구적으로 보존하며 순차적으로 쌓고, 그 내용을 함께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거래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가능하게 한 것이 중앙집권화에서 탈피한 분산 시스템의 위력이다. 물론 분산 시스템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분산 시스템의 단점

1. 조정하는 중앙이 없어서 조정을 위한 작업에 자원이 소모된다. 조정을 위한 통신 오버헤드가 발생하는 것이다. 컴퓨팅 능력의 일부를 통신 프로토콜 송수신 처리에 소모해야 한다.
2. 서로 물려야 시너지를 발휘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다.
3. 단일 시스템에 필요 없는 조정, 통신, 네트워크 처리가 필요하므로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4. 네트워크 정보 송수신 시 악의를 가진 개체가 접근하는 보안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산 시스템에는 다음과 같은 뛰어난 장점이 존재한다.

분산 시스템의 장점

1. 계산 능력이 더 뛰어나다. 연결된 모든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합쳐져 발휘된다.
2. 비용이 절감된다. 동일 능력 슈퍼컴퓨터 제작, 유지, 운영 비용보다 저렴하다.
3. 공격이 분산되므로 훨씬 더 안정적이다. 개별 컴퓨터가 고장 나도 전체 네트워크는 계속 작동한다.
4. 확장이 자연스럽다. 시스템에 컴퓨터를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읽다 보면 감이 왔겠지만 연결된 컴퓨터가 많아질수록 분산 시스템 비용은 줄어들고 성능은 막강해진다. 분산 시스템으로 제일 먼저 비즈니스 시장을 뒤흔든 게 P2P 모델 ‘냅스터2 ’다. 무형의 상품이거나 데이터 전달 비용이 낮을수록 분산 모델은 더욱 궁합이 잘 맞는다.

다시 현재를 돌이켜보자. 혹시 컴퓨터 없이 조직에서 일하는 직군이 얼마나 남았는가? 고도화된 직업 중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 직업이 몇 개나 있을까. 마지막으로 분산 시스템은 서로 보완해 주는 네트워크의 작동이 필수적인데 네트워크는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가? 더 빨라지는가, 아니면 더 느려지는가. 하나씩 체크를 하다 보면 점점 더 분산 시스템의 세상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블록체인이 조직경영에 접목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가?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어려운 만큼 진실을 드러나게 한다. 선진국일수록 모두 개인 간, 지역 간, 국가 간 신뢰가 높다. 불신은 경제성장과 분배 모두에 악영향을 준다. 많은 학자가 신뢰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여러 경로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사회의 신뢰수준이 국민소득과 양의 관계가 있음을 증명했다.3 현재 한국에서 각종 갑질 논란과 신뢰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홀드업(하청업체가 생산성을 높여 마진율을 올리면 원청기업이 기술을 가로챈다거나 단가를 마진율 높인 만큼 깎아버려서 하청업체가 스스로 연구 기술 개발 등의 투자를 하지 않는 현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4

블록체인은 소유권 관리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술 혁신이다. 인간 사회나 조직구조를 들여다보면 결국 소유의 개념과 소유권 강화가 핵심 요소란 걸 알 수 있다. 지적재산, 은행, 보험사, 관리인, 변호사, 법무사, 법원, 영사관, 행정업무 대부분이 소유권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일이다. 우리가 서로를 믿고 쉽게 소유권 관리 방식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1.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생각해보자. 인터넷 사이트에서 중고물품이 거래되던 초기에 옥션이 떴던 이유는 단 하나다.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사람의 물건이 제대로 된 것인지, 사려고 하는 사람이 물건만 받고 잠적하는 건 아닌지 등에 대한 서로의 불신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어디 이것뿐일까? 우리가 물건을 살 때는 판매자의 신뢰를 확인하고 물건의 신뢰도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게임에 참여한 이들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를 유통하는 중간매개자(Middle man)가 여전히 인터넷상에서도 중요한 이유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신뢰를 인증한다. 평판은 지울 수 없다. 좋은 거래 내역이든, 나쁜 거래 내역이든 쌓이고 공유된다. 미들맨이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축소되는 만큼 거래비용을 더 줄일 수 있게 된다.5

2. 보안이 강화된다.

블록체인은 고도로 발달된 암호기술을 사용하고, 네트워크에 장부를 분산하기 때문에 중앙 집중 공격을 원천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든다. 거래 장부를 위·변조하려면 참여한 네트워크의 절반 이상을 장악해 가장 긴 체인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일정 수준의 참여자가 확보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이는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 된다. 외부 공격뿐만이 아니다. 내부에서도 일부 정보를 독점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장부에 접근해서 거래기록을 바꾼다든가 삭제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원천적으로 어려워진다. 참여자 모두 함께 쓰는 장부가 되기 때문이다.

3. 새로운 생태계, 조직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가 처음 본 사람, 처음 몸담은 조직, 처음 함께한 비즈니스에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담보될 수 있다면 우리에겐 어떤 일이 생길까? 좀 더 신뢰 있는 사람, 신뢰성 높은 조직과 함께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비즈니스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미션이나 사명이나 매출이 허언이 아니고, 고객에게 한 약속, 직원에게 한 약속이 허언이 아니며, 직원들이 이루겠다고 만들어가는 성과가 허언이 아니고, 팀장과 팀원 간의 그럴듯한 블러핑(카드게임에서 뻥치면서 허세를 부리는 것)이 더 이상 의미 없는 하루. 안 나갈 만큼 주고, 안 쫓겨날 만큼만 일하는 직장 문화가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세상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회는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조직이 자연스럽게 살아나고 그런 조직이 모여 서비스한 상품에 믿음을 주는 구매자가 생기지 않을까? 반대로 직원에게 거짓 약속을 하고, 약속을 어겨도 책임지지 않으며, 조직원 간의 신뢰 저하로 인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의료정책을 추진했던 미국 연방정부의 의료 정책 실장인 파자드 모스타샤리(Farzad Mostashari)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The Data never lies.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6

블록체인을 조직경영의 어떤 분야에 접목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은 불투명한 관계를 언번들링(해체)시키거나 약화시킨다. 이를 통해 권력의 재편이 이뤄진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판별하는 비용을 다수에게 분산시키고 그 대가를 함께 나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는 블록체인으로 연결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IBM과 협력하고 있고, 골드만삭스는 간행물 『금융의 미래(Future of Finance)』 에 다양한 블록체인 보고서를 싣고 있다. 시티은행은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기술을 배포하는 개별 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 통화 거래 시스템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비트코인과 동등한 기술인 시티코인(Citicoin)을 개발해 테스트하는 중이다.

금융권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 및 판매 1위 기업인 도요타는 기존 완성차 사업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자율주행과 공유경제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산하 기관인 미디어랩과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차 주행 데이터 공유와 카셰어링 공유, 차량 사용정보 저장 등을 위한 블록체인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7 자율주행기술과 블록체인이 연결되면 자율주행자동차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해킹 위험이 차단되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IBM 등 글로벌 기업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자사 비즈니스와의 연계 및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8 MS는 블록체인 개발 선도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거래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스마트 계약 기능’을 상용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스마트 계약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계약 조건을 코딩하고, 조건에 부합하면 계약 내용이 이행되는 디지털 계약 방식을 일컫는다. 상대방이 좋든 싫든, 일정한 조건을 서로 충족했다면 효력이 발생할 수 있게 만든 계약이기 때문에 다양한 거래 및 계약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에너지 산업(태양광) 분야를 보자. 자가발전 시스템(태양광)을 집에 갖추고 집에서 만든 전기를 인근 주민에게 판매하고 싶다면? 과거에는 한전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전기를 얼마나 생산할지 정하고 이 전기를 이동시키고 정산을 해주는 미들맨이 필요했던 것.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같이 협약을 맺은 모든 이가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사용량만큼 투명하게 요금을 지불하고 중앙 시스템(조정자: 한전)이 없어도 실시간으로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진다.

헬스케어 분야는 어떨까? 메디컬 분야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의료 정보를 접목한 블록체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9 각종 진료, 검사 관련 정보를 모두 종이 문서로 발급받는 번거로움을 없앨뿐더러 기관별로 인증받아야 하거나 위·변조되는 걱정을 덜 수 있다. 게다가 내 진료 기록을 블록체인에 보관하면 내가 인가해준 사람만 세계 어디서든 열람하고 내 허락하에 업데이트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는 막고 데이터 자체는 쌓아서 공유할 수 있다. 연구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비슷한 질환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 세계가 같이 정보를 업데이트 받고 함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약품이 쓰였는지도 동시에 알기 때문에 부작용을 조기에 발견하고 막을 수 있다.

의료 정보는 단순히 병원이나 제약회사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보험청구 절차가 간소화될 수 있다. 또 국가 차원에서 장려하는 헬스케어, 국민의료 차원에서의 건강 비즈니스 분야에서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과 IoT(사물인터넷)가 결합하면 어떤 신뢰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반으로 계약서에 상호 동의를 하고 차량을 렌트한다고 가정해 보자. 임대하는 소비자가 차를 렌트하고 매달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지불이 완료되기 전까지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할 수 있다. 굳이 돈을 내 달라고 독촉할 필요가 없다. 고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30일 내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환불해 달라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되면 전화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거나 법정 다툼을 할 필요가 없다. 인증받은 정비소에 가서 불량이라고 판정만 받으면 스마트 계약은 차량을 소지한 고객에게 즉시 전액 환불 조치를 취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불량 차를 멀쩡한 차인 양 고객에게 팔거나 렌트해 주는 얌체 업체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렌털 산업은 정수기, 안마의자, 심지어 회사 데스크의 안내 로봇에도 적용되고 있다.10 지역기반 차량 공유 산업을 상상해 보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차를 블록체인으로 연결한다면 우리 마을 전체가 쏘카(카세어링 서비스업체) 사업자이자 고객이 되는 셈이다. 매개자 없이도 투명하게 가격을 정할 수 있고, 신뢰가 낮은 사람을 걸러낼 수 있다. 하나의 마을, 도시가 준자급자족의 공유경제화가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다.

블록체인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블록체인이 기업 경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의 저자이자 성취예측모형을 진행했던 최동석 교수는 자신의 워크숍에서 이렇게 말한다.

“경영학의 존재는 평등하게 실존하는 인간과 불평등하게 존재하는 (노동자로서의) 인간 현실을 어떻게 하면 조화시킬까의 실천적 학문이다.”

많은 한국의 경영자가 고민해볼 만한 화두다. 블록체인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변화들을 조망해보자.

1. 조직 내 인적자원 개발에 활용

인사 조직의 관점에서 좋은 플랫폼은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정신적·물리적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만 정리하면 경영자 입장에서의 한계와 고충도 분명히 생긴다.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했더니 뒤통수를 친다든지, 잘해줘 봐야 소용이 없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의 성과를 측정할 때 인사관리 측면에서 KSA, 즉 지식(Knowledge), 기술(Skills), 자세(Attitude)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세 가지 중 지식과 스킬은 늘릴 수 있어도 자세,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은 잘 바뀌지 않는다. 보통 ‘사람 잘 안 변해’라고 말할 때 이 안 변하는 게 바로 ‘자세’다. 필자도 HRD와 관련한 교육이나 컨설팅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채용에 비중을 많이 두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초반에 어떻게 알 수 있나. 알면 벌써 뽑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블록체인 매니지먼트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여간해선 잘 바뀌지 않는 성품을 시스템 전체적으로 보완할 수만 있다면 스킬과 지식의 함양으로 더 나은 조직과 역량,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 내부에서 TFT를 시도할 때

조직 내부에서 TFT(Task Force Team)를 만들어 구성할 때 블록체인 기술은 유용하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적절한 사람이,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한 업무 배분을 하며 진행하는지, 약속된 기한 안에 결과물의 완성도를 충족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을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컨트랙트(계약)로 합의하고 시작할 수 있다. 이후 결과나 기한, 품질 등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해질뿐더러 초반에 내부 고객, 혹은 외부 고객과의 품질 타당성 검사 시 초기에 합의했던 문구의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이전에 다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사례가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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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모 제철회사에서 신규 제품 개발 TF를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신규 합금철을 만드는 프로젝트라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고객이나 예상 고객에게 투자제안을 한다. 건설사든, 조선사든, 자동차 제조사든 철강을 수요하는 고객사는 최종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생산물을 나눠 가지는 프로젝트에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참여할 수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팀을 보유하고 있는 모기업 신뢰도가 있어 투자가 부담스럽지 않다.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하면서부터 공생의 관계에서 좋은 품질이 개발되면 자신의 기업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기술개발 및 마케팅 측면에서 단순히 고객의 입장을 넘어 적극적인 피드백과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도 상관없다. 단순한 파트너십을 통해서도 이익 공유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실행할 수 있다.

3. 인력 채용 시 지원자 스펙 검증

급하게 인력 보충이 필요한 L 서비스 회사 마케팅 부서 사무실 풍경.

“우리 회사에 들어오겠다고 해서 서류 전형을 통과한 이 사람 말이야. 자기소개서에 올린 내용, 이거 자기 이야기 맞는 거야? 요즘 자소서가 자기 소설서라고 하던데. 올린 것만 보면 못하는 게 없구먼. 실제로도 그런지 알 수가 있어야지? 면접 시간은 짧고, 위에서는 급하게 결정하라고 하고. 그렇다고 미적거리자니 우리 팀원들도 허덕거리고….”

회사는 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또 나가는 공간이다. 들어온 사람이 관련 업무를 잘할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경력자라면 같이 일을 해본 사람의 평판을 조회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전 직장이 문을 닫았거나, 업무보다 회사 상사들과의 관계에만 신경 쓴 사람의 경우 인재의 역량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직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수많은 구직 사이트에 매번 다른 이름으로 들어가 비슷한 포맷임에도 일일이 다른 요청에 맞춰서 양식을 바꿔야 한다. ‘나란 사람은 열심히 일했고, 잘 준비돼 있고, 실적도 이만하면 괜찮은데 왜 이렇게 번거롭게 매번 조금씩 다르게 올려야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자료나 면허, 이전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내용들을 블록체인화한다면(예를 들어 기존 직장에서 만들었던 프로젝트 기록들이나 링크트인에 올린 기록들을 블록체인화한다면) 개별적으로 정보를 확인하거나 새로 옮긴 쪽 조직의 서버에 새로 정보를 저장할 필요가 없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저장 비용과 관리 비용도 당연히 줄어든다. 게다가 그 사람이 다른 곳으로 떠나도 옮긴 회사에서 우리 회사로 자료를 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없다. 해당 자격증의 유효성과 최신 프로젝트 정보들이 계속 업데이트되는 게 그 사람과 일했던 모든 조직과 인터넷에 한꺼번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블록체인의 핵심인 암호화는 중복, 사기 항목 등을 방지하기 때문에 레코드 관리에 대단히 유용하다. 또 인사 계약을 할 때 블록체인을 사규와 계약서에 함께 적용한다면 분쟁 발생 시 사태를 파악하고 조정하기가 쉬워진다. 당사자 간의 계약(근로 계약)을 블록체인에 명시하면 위변조가 불가능해지며 분쟁 소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4. 아이디어나 콘텐츠에 대한 로열티 확보

조직에서 자신이 일군 성과를 다른 부서 사람이나 자신의 상사가 가로채는 사례가 많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아이디어나 지적저작물을 보호할 수 있다. 조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경우 ‘스마트 자산’으로 기록하면 전용 우려를 막을 수 있다. 이는 서비스의 형태나 성격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다.

교육 시장에서도 이런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콘텐츠를 만든 사람은 자신의 컴퓨터에 콘텐츠를 보유하고 필요한 사용자에게 정보 등록 및 사용 현황, 비용 관리 계약을 맺고 판매하면 된다.11 유통횟수도, 거래도 투명하게 정산되므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12

5. 불미스러운 거래 방지

이중 계약, 이면 계약, 리베이트. 뉴스에 끊이지 않고 나오는 비리 사건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다. 외부 고객과는 실제로 90억 원짜리 계약으로 합의해 놓고 담당자와 짜고 우리 쪽 조직에 와서 100억 원짜리 공사라며 비용을 10억 원 과다 청구하면서 뒷돈을 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해외 사업을 한다고 해 놓고 실제로는 페이퍼컴퍼니와 계약한 뒤 매년 막대한 유지비용을 손실처리한 뒤 외국 회사를 부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면 이해관계자들은 큰 손해를 봐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 비용도 상승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외부에서 제3자와 계약을 체결했을 때 이면계약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또 조직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6. 물품의 오남용 및 도난 방지

독일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 마모루는 IoT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전거를 누가 빌렸고, 자전거가 지금 어디 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그 덕에 자전거를 빌리고 돈을 내지 않거나 자전거를 훔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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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이 보장되면 범죄율은 낮아진다. 기업 운영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회사 비품도 내 물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막 쓰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비품이나 소프트웨어가 어디에 오남용됐는지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감사(audit)가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암호화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품 사용이 적법, 적합하게 사용되며 그만큼 경비가 절감된다. 동선, 출장 이력, 경비 내역, 보고서 등을 구성원 모두(인턴부터 임원)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경영자, 투명한 조직원이라면 두려울 게 없다. 회사의 신뢰 경영, 투명 경영이 말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고 기술 기반으로 구축이 가능해 진다.

블록체인 매니지먼트를 준비해야 할 시기

필자가 1년 전쯤 블록체인 워크숍을 진행하다가 은행 간부에게 블록체인에 대해 물어봤을 때 그는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블록체인이란 단어가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그 본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블록체인 하면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는 “비트코인? 그거 사기잖아?”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신뢰가 형성되다가 크리티컬 매스(혁신이 지속, 가속화되기 위한 사용자 수)를 넘어서면 관련 산업이 폭발할 것이다. 임계점을 넘기 전 먼저 준비하는 선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 내에서 블록체인 매니지먼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함께 준비해 보려면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까? [그림 4]와 같이 크게 4단계 (Ⅰ-Ⅱ-Ⅲ-Ⅳ), 그리고 12개의 세부 순서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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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정보 비대칭성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치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은 가장 뛰어난 학습사회다.14 196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GDP는 1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단 2배 증가했을 뿐이다. 아시아의 신화라고 불리는 말레이시아도 6배다. 오늘날 말레이시아의 1인당 GDP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우리의 성공은 학습능력 및 응용력과 상관관계에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의 문맹률은 78%였다. 지금 대한민국의 비문해율은 1%대다.15 이제는 글을 읽는 걸 넘어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야 한다. 『부의 미래』를 쓴 저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배운 것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이 지구상에서 멸종하지 않고 여기까지 생존과 번영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상상력’과 ‘조직화’다.(이 조직화는 ‘언어’라는 툴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종교, 신념, 돈, 가치 등 많은 사람이 함께 믿으면 현실이 된다. 다 같이 믿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라진다. 수많은 이가 걸어가면 길이 된다. 보이지 않는 걸 함께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문명은 진보했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며 개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개인은 무엇을 열망하고 있을까? 더 강력한 개인화(Privacy), 더 쉬운 접근(Access), 더욱 광범위한 분권화(Distributed), 더 열린 기회들(Open)의 갈증이 다음 10년을 지배할 것이다. 블록체인은 이런 변화를 주도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양정훈 『블록체인 매니지먼트』 저자 bolty@naver.com

필자는 경제통상학을 전공한 후 다우데이타에서 파트너 솔루션 사업부, 대우정보시스템에서 시스템 통합 사업부를 거치며 소프트웨어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포스코 인재혁신실에서 포스코 ICT와 함께 조직 문화 및 스마트워크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블록체인 매니지먼트를 연구하며 적용 모델과 기법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 양정훈 | - 포스코 사내전문코치
    - <내 책은 하루 한 뼘씩 자란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나만의 첫 책쓰기>, <9to6> , <블록체인 매니지먼트> 저자
    bol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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