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사회문화 관점에서 본 ‘꼰대’

‘정답이 있었던 시대’에 필요했던 캐릭터, 이젠 팀원 감정 관리가 업무의 성패 갈라

249호 (2018년 5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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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지난 3월 말 마크로밀엠브레인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은 꼰대의 특징으로 ‘일의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시함’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함’ 등을 꼽았다. 예전에는 그저 잔소리하고 훈계하는 ‘나이 많은 사람’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던 ‘꼰대’라는 단어가 더욱 부정적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이 정해져 있던 시대’를 살던 조직에서 ‘그 답’을 명확하게 알던 ‘권위 있고 유능한 선배’가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욜로’ 현상 등 밀레니얼세대가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그에 기반한 현상이 조직 내에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 시대,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벗어나 기존의 조직이 생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은 조직원의 ‘감정자본 챙기기’다. ‘꼰대 선배’의 최후를 막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상식 수준의 자연스러운 인간관계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당신은 ‘꼰대’일까? ‘쿨(cool)’한 선배일까? 판단이 애매하다면, 다음 사례를 잘 보고 당신의 입장을 판단해 보라.


상황 나이 많은 선배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어린 후배가 있다.

그 상황을 본 ‘나’는 그 나이 많은 선배와 동기다. 당신은 어떻게 대처를 할까?

1번. 그 후배를 몇 번 더 지켜본 뒤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직접 후배에게 가서 잘못을 얘기한다.
2번. 그 상황을 못 본 듯 지나친다/개입하지 않는다.
3번. 후배는 그냥 보내고 동기(나이 많은 선배)에게 가서 ‘요즘 젊은 후배들은 예의가 없어’라고 말한다(위로한다).
4번. 그 자리는 그냥 지나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후배의 예의 없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5번. 바로 그 자리에서 후배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잘못을 지적한다.

만약 당신이 5번(그 자리에서 후배의 잘못을 지적)을 선택한다면 당신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형적인 꼰대’라는 평가를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가장 ‘꼰대스러운 대처’방법으로 5번을 선택한 비율(37.4% - 1순위)1 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람들은 실제로 ‘현장에서 바로 지적질(5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까? 아니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그 상황의 개인적 대처법은 1번(일단 지켜보고, 반복되면 지적)이었다(63.3% - 1순위). 그다음으로 선택하는 대처방법은 그 상황에 아예 개입하지 않는 것이었다(2번, 17.3% - 2순위). 실제로 5번(현장에서 바로 잘못을 지적)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4.4%에 불과했다.

혹시나 당신이 위의 사례를 읽으면서 ‘아니, 나이 많은 선배한테 인사 안 하는 걸 그 자리에서 지적하지 않는 게 잘못이야?’ 혹은 ‘선배가 후배의 잘못을 지적하는 게 잘못이야?’라고 뭔가 불끈 치밀어 오른다면 당신은 앞으로 전개되는 글을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슬프게도(?) 당신은 거의 ‘상급 수준의 꼰대’로 취급받을 확률이 매우 높고, 현대의 조직 내부 분위기와 상당한 충돌을 유발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뜬금없게도 최근 유행하는 ‘YOLO(You Only Live Once)’에서 파생된 나비효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꼰대 개념의 변화

은어(隱語) 같기도 하고,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이 단어, ‘꼰대’는 표준국어사전에 등장하는 엄연한 표준어다. 꼰대는 사전적인 의미로 ‘늙은이’나 ‘선생님’을 비꼬는 명사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현대적인 맥락에서 이런 의미만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꼰대의 사전적 의미에 동의 - 34.3%, 비동의 5.5%). 지금의 현대인들은 전체적으로 꼰대라는 단어를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꼰대 단어의 어감 - 1순위, 나이 많은 사람을 비꼬는 부정적 느낌 57.2%, 2순위, 나이와 관계없이 부정적인 느낌 34.9%). ‘약간은 귀여운(?)’ 느낌으로 꼰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극소수(2.6%)였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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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꼰대’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 많은 사람이 생각하기에 꼰대는 소비에 관해서는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비춰진다. 유명 브랜드나 명품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꼰대는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좋아한다 - 동의 11.2% vs. 비동의 50.3%, 꼰대는 명품을 좋아한다 - 동의 7.9% vs. 비동의 53.1%), 그렇다고 ‘가성비’나 알뜰한 소비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꼰대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를 한다 - 동의 22.9% vs. 비동의 39.5%, 꼰대는 알뜰한 소비를 지향한다 - 동의 22.8% vs. 비동의 41.7%).

대중 소비자들이 보는 관점에서 꼰대의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은 ‘타인의 인생에 개입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려고(과시) 하는 특성’에 있었다. 꼰대들은 유독 자신이 산 상품을 ‘과시’하는 것에는 관심이 많아 보인다(꼰대는 자신이 산 상품을 과시하기를 좋아한다 - 동의 44.2% vs. 비동의 30.2%). 다만, 유명 브랜드나 명품 소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주변의 타인(주로 자신보다 낮은 지위나 위치에 있는 타인)’에게 개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이런 특성은 조직 상황에서 잘 드러난다.

사람들은 꼰대들이 일의 내용보다는 형식을 더 중요시한다(과시적 특징)고 생각했으며(꼰대는 일의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요시한다 - 동의 67.0% vs. 비동의 16.4%), 강한 사람 앞에서는 약하지만(꼰대는 강한 사람들에게 약하다 - 동의 67.8% vs. 비동의 14.8%), 후배나 부하직원들 앞에서는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꼰대는 후배나 부하직원들 앞에서만 강한 척한다 - 동의 70.6% vs. 비동의 15.1%). 실제로 많은 사람은 ‘타인의 인생’에 개입하는 것이 꼰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보고 있었고(타인의 인생에 개입하는 것이 꼰대다 - 동의 49.7% vs. 비동의 33.6%), 그 모습이 상당히 ‘권위주의’적이라고 느끼고 있었다(꼰대는 권위적이다 - 동의 87.0% vs. 비동의 8.5%).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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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소설에도 등장했고, 표준어에도 등재돼 있는 이 ‘꼰대’라는 단어는 더 이상 과거 ‘선생님’이나 ‘완고한 나이든 어른’을 표현하는 뜻은 아닌 것 같다. 2018년 현재, 이 단어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소신’도 없고(꼰대는 소신이 있다 - 동의 35.4% vs. 비동의 42.5%),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도 아니며(꼰대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다 - 동의 7.8% vs. 비동의 71.4%), 도덕적이거나 친근하지도 않은(꼰대는 도덕적이다 - 동의 5.1% vs. 비동의 72.6%, 꼰대는 친근하다 - 동의 4.1% vs. 비동의 84.5%), 그저 ‘후배나 약자의 인생에 과하게 개입하는 오지랖 넓은 권위적인 선배’라는 이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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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의미 변화의 이유: 권위에 대한 불복, 정보의 불확실성

그렇다면 이 ‘꼰대스러운 선배’는 조직 내부에서 도대체 어떤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조사를 통해 살펴본 결과 많은 사람은 꼰대 성향이 강한 사람의 특징으로 강한 서열성(서열(나이, 지위 등)에 의한 옳고 그름 판단 - 58.1%)과 자기 중심성(자기 생각에 대한 강한 확신 - 58.5%)을 꼽고 있었는데, 이것이 조직생활에서도 그대로 문제가 되는 특징의 1순위와 2순위로 꼽고 있었다(조직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꼰대의 특징 - 1순위, 서열에 의한 옳고 그름 판단 59.7%, 2순위, 자기 생각에 대한 강한 확신 55.8%). 이외에도 조직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꼰대의 특징으로 ‘조직의 성과보다는 서열 중시(48.7%, 3순위)’ ‘후배세대에게 충성 강요(43.1%, 4순위)’ ‘후배세대로부터 비판을 참지 못함(30.7%, 5순위)’을 꼽고 있었다.(그림 4) 즉, 대중소비자의 인식상에서 보면 서열성이 강한 ‘꼰대의 소통 형태(말이 소통이지 일종의 명령에 가까운)’는 현재의 조직문화에서는 매우 부적응적인 특징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현대인들은 ‘어른(꼰대)’의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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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권위 있는 사람이 주는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의심’이다.

과거의 조직 리더 입장에서 보면 선배들은 후배들과 취하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다르고, 판단의 경중도 다르고, 책임의 크기도 다르다. 전통적인 맥락에서 보면 ‘상명하복의 소통방식’은 대단히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선배는 ‘답’을 알고 있었기 (또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답이 정해져 있을 때’ 후배는 그저 선배만 바라보고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된다. ‘내가 뛰고 있는 이 트랙이 맞나?’ 이런 존재론적 의심은 이들에게는 낭만적이며 시간 낭비다. 이때 후배는 ‘권위 있는 선배의 명령’에 큰 신뢰를 보내고, 상황 판단에 대한 권한을 선배에게 위임한다. 왜냐하면, ‘권위 있는 선배’의 우산 아래에 있으면 여러 가지 분명한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이었지만 실험 당시 굉장한 윤리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키며 이후에 같은 실험이 금지된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1933∼1984)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1963년)’은 우리가 ‘권위’라는 시스템 아래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밀그램의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터무니없는 명령’에도 실험 참가자의 10명 중 7명 가까이(65%)가 전기충격을 주는 존재였다. 그리고 아무리 터무니없는 명령에도 ‘권위의 시스템’ 안에 있다면 사람들은 권위자가 주는 안락한 ‘이익(보상)’을 취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만약 ‘권위 있는 선배’가 제시한 방향이 잘못된 길이거나 정답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면, 그 선배의 권위는 유지될 수 있을까? 여기서 사람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는 추가적인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본래의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에서는 피험자에게 전기 충격을 명령하는 ‘권위자’가 한 명인 경우를 가정했다. 하지만 여기에 권위자를 ‘한 명 더’ 투입하면 어떻게 될까? 즉, 나에게 명령하는 사람이 ‘두 명’이고 각 권위자의 명령의 방향이 다른 경우다. 여기서 매우 극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전혀 상반된 해석을 하는 두 명의 명령자(권위자)가 생겨 상황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자 초기의 대다수 피험자는 ‘진짜 권위자’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논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피험자는 진짜 권위자를 찾는 노력 대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전기 충격을 포기한다.2 그렇다. ‘권위의 시스템’은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대중들의 ‘동조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이것은 동조 실험으로 매우 유명한 솔로몬 애시(Solomon Asch, 1907∼1996)의 상황의 압력에 의한 동조실험에서도 밝혀졌다. 솔로몬 애시의 동조실험에서 완전히 오답인 것을 알면서도 10명 중 6명은 상황의 압력에 못 이겨 정답을 알면서도 오답을 얘기했지만(실험 종료 후 피험자는 자신이 오답을 얘기했다고 솔직히 답했다), ‘딱 한 명’의 다른 의견이 존재하면(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동조율은 거의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다(5.5%).3

최근의 시대 상황은 이런 ‘상황의 불확실성’과 딱 맞아떨어진다. 많은 상황에서 대중들은 전문가의 권위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정보를 찾아서 스스로 판단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의 권위에 대한 신뢰는 많이 떨어진 상태다(나는 평소 전문가들의 의견/말을 잘 믿지 않는다 - 동의 14.8% vs. 보통 56.5% vs. 비동의 28.7%).4 그래서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가의 권위에만 의지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문제가 생길 때 해결책을 찾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한다 - 동의 54.5% vs. 비동의 8.3%,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가에게만 의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 동의 39.3% vs. 비동의 19.6%).5

정리하면 ‘답이 정해져 있는 시대’를 살던 조직에서 ‘그 답’을 명확하게 알던 ‘권위 있고 유능한 선배’는 이제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답이 없고, 불확실성이 큰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그 ‘옛날 선배’를 ‘자기중심적이고, 오지랖 넓은, 권위적인 불통의 아이콘, 꼰대’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꼰대 선배’가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유: 욜로의 나비효과와 #미투운동

많은 사람이 ‘꼰대 선배’가 조직생활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 중요한 이유를 하나 살펴보자. 앞서 ‘권위 있는 사람이 주는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의심’이 현 ‘반꼰대문화’의 한 가지 이유라 밝혔는데 이번엔 그 두 번째 이유라 할 수 있다. 핵심은 대상(꼰대) 자체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는 시대적인 분위기에 대한 판단에 있다. 이제 사람들은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조직 내 일원으로서 대의를 위한 희생에 의미 부여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재의 대중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 그리고 ‘지금 이 순간(Here and Now)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 드러난 현상이 바로 ‘YOLO(욜로, You Only Live Once)’다. 실제 조사에서도 먼 미래보다 현재 시점에서의 나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늘어나고 있었다(먼 훗날의 행복보다는 지금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 54.5%(2001) → 57.1%(2016) → 61.9%(2017)).6 현재를 즐기려고 하는 경향은 매우 뚜렷하고 강하다.

만약 당신이 ‘욜로’의 의미를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마케팅 용어로 알고 있다면 당신은 현상의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셈이다. 이 현상의 핵심은 ‘지금 당장의 나의 경험, 그리고 감정’이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개인적인 ‘각성’에 있다. 그리고 바로 이 감정이 현재 한국 사회, 그리고 조직 속에서의 ‘개인의 감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배경이다.

일상 속에서 개인들이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차적으로는 일상적인 활동에서 내 주변의 ‘다른 사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결정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기보다(혹은 다른 사람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속해 있는 보다 큰 단위의 ‘집단(일반적인 조직이나 국가 단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향점과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향점은 달라진다. 즉, ‘각자의 감정적 경험’이 최우선인 시대에서는 과거처럼 ‘조직이나 국가의 대의명분을 위한 개인의 희생 강요’는 옛날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시대착오적 소재’가 될 수도 있다. (그림 5) 개인의 ‘감정 중심적 판단’이 조직문화에 영향을 주게 되는 흔적이 일상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는 최근에 있었던 중요한 이벤트인 ‘평창올림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국가의 순위나 ‘국가적 의미’를 부여하고 올림픽을 관람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현재 한국의 대중소비자들에게 올림픽은 ‘개인적 재미’를 추구하는 관람의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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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바뀌었을까? 일단 ‘국가’에 대한 태도가 살짝 바뀌고 있었다. 이제 올림픽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응원하는 사람은 적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대중소비자들은 올림픽에서의 매달 순위에 덜 집착하고 있었고(나는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메달 순위가 높게 되는 것이 자랑스럽다, 84.2%(2014) → 70.3%(2018)),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 위주의 시청 태도도 감소했다(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 위주로 시청할 계획이다, 77.3%(2014) → 64.0%(2018)).7 심지어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경기를 잘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근소하게 늘어나고 있었다(나는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8.4%(2014) → 12.0%(2018)).8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확인한 것처럼 올림픽의 흥행에는 국가의 금메달 성적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개인의 스토리’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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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중소비자의 관심은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몇 개 따고, 얼마나 높은 순위를 차지했는가가 아니다. 현재 대중소비자들은 자신의 슬럼프를 넘어선 노장 선수의 투혼을 응원하고, 국가 간 갈등과 경쟁을 넘어선 선수들의 우정에 울컥하며, 승패에 관계없이 참가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선수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대중은 나와 공감하는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가에 더 직접적으로 관심이 있다. 즉, ‘내가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나의 관심이라는 자원을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상적인 차원에서 ‘개인의 감정’은 조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관리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구성원 ‘개인의 감정’이 관리되지 않으면 최근과 같은 탈권위적인 시대 분위기에서 ‘#미투(Me Too)’9 와 같은 통제 불가능하고, 폭발력 강한 사회운동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한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조사에서도 ‘그동안 쌓여 있는 성폭력/성희롱 문제가 워낙 컸다는 인식(그동안 쌓여 있던 성폭력/성희롱 문제가 워낙 컸기 때문에 56.4%, 1순위)10 ’이 강했다. (그림 7) 이에 못지않게 상당수의 대중은 ‘한국 사회의 권위적인 문화’가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인식도 동시에 존재했다(그동안 한국 사회가 매우 권위적인 문화였기 때문에 50.3%, 3순위). 여기에 최근 ‘개인의 가치’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인식(개인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48.5%, 4순위)도 더해졌다. 이런 문제 인식에 대한 집단적인 공감(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공감해주기 때문에, 55.9%, 2순위)이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이유로 판단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현상이 더 통제 불가능한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불이익’을 감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대중소비자들은 이 현상(미투 운동)의 확산 이유 중 하나로 불이익을 감수하려고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불합리한 것을 참고 당장의 이익을 보는 것보다는 다소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올바른 일이기 때문에 - 39.1%, 5순위), 그래서 미투 운동의 본질을 권력자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미투 운동의 본질은 권력자의 이해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 54.7%).11 (그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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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다.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 문화로 인해 파생된 문제(특히 성폭력, 성희롱 문제)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현재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개인이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권력자와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이것을 ‘집단적으로 공감’해주는 사회적 정서(Social Mood)가 존재한다는 점이다.12 그래서 지금까지 피해를 받고도 웅크리고 있던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고, 미투 운동은 그 휘발성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사업적 판단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로 인한 전문가(선배 리더) 권위의 추락. 그리고 (대체로 리더 집단이 설정한) 국가나 조직의 목표를 공유·공감하기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이를 집단적으로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꼰대 ≒ 불통이고 오지랖 넓은 권위주의 선배’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현시대, 권위적인 조직이 생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 ‘감정자본’ 챙기기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는 개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집단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기업에서도 내부 직원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자연스럽게 개인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사회라고 하는 느슨한 공간’이 아니라 집단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 조직이라는 ‘고밀도의 공간’의 관점에서 보면 ‘권위 있는 꼰대 선배’는 분명 한몫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왜냐하면 집단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명하복과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를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기존 ‘올드한 리더십(꼰대 리더십)’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꼰대 선배’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기업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점은 사회적 변화보다 훨씬 더 먼저 제기됐다. 왜냐하면, 꽤 오래 전부터 ‘사업적으로(혹은 영업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감정이 훨씬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서비스 산업의 확대와 관련이 있다.

최근 서비스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은 일반적인 조직 내부의 구성원들을 내부 고객으로 정의하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대하고 있다.13 이런 배경에서 ‘내부 마케팅’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는데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이 개념을 ‘조직의 구성원을 최초의 고객으로 보고 그들에게 서비스 마인드나 고객지향적 사고를 심어주며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내부 직원의 감정 관리가 중요해 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외부적으로는 서비스 산업의 확장에 따른 서비스 상품 경쟁이 치열해 지는 시대 상황과 관련이 있다. 서비스 조직의 구성원들이 실제 체험하는 감정이 긍정적이어야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이유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의 급격한 발달과 관련이 깊다. 과거와는 달리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터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정서들을 끊임없이 공개하고, 기업은 이것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워진 상황과 관계가 있다.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2001년에 파산한 거대 에너지 기업 엔론(Enron) 사례를 분석했는데14 엔론의 CEO인 케네스 레이는 엔론 파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은 여섯 건의 사기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전까지 케네스 레이는 자선재단을 설립해 250개가 넘는 단체에 25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상당한 사회적 신뢰를 쌓은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애덤 그랜트는 이 사례를 분석하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이 사회적으로는 좋은 평판을 가지게 된 것은 소셜미디어가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의 모습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소셜미디어가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조직 내부 구성원들의 솔직한 평판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감정자본(emotional capital)’이다.15

케빈 톰슨(Kevin Thomson)이 정의한 감정(정서)자본의 최초 정의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감정도 회사의 자본이라는 차원으로 다소 모호하게 정의됐지만16 최근에는 기업과 기업의 운영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선의의 감정(정서)로 구체화됐다.17

최근 서비스산업의 성장은 더 높은 서비스 품질 관리라는 기업의 요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외부로 표출되는 감정뿐만 아니라 서비스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감정 관리가 중요해 진 것이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 내부의 상황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조직 구성원들의 감정을 ‘선의의 감정’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생겨나고 있다.

정리하면, 시대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조직의 감정 관리는 핵심적인 경영 관리의 대상이 됐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에서 ‘꼰대 선배’로 상징되는 권위적인 조직의 위계문화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 꼰대 선배들에게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생존법은 ‘팀원들의 감정 관리’일지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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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두 사례를 비교해보자. 두 조직의 극명한 성패는 구성원들의 ‘감정 관리’에 달려 있었다.

사례 1

○○플라자 분당점 잡화팀에서 3년째 판매사원으로 일하는 김숙영(37) 씨는 올해 들어 휴게실 사용이 부쩍 늘었다. …(중략)… ‘힐링 라운지’라는 간판을 달고 문을 연 이 휴게실은 VIP 라운지를 본떠 만들었다. …(중략)… “쉬기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우리(판매직원)를 위해 만든 공간이라는 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중략)… 성과는 직원들의 만족감뿐만이 아니다. ‘서비스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1년 만에 고객상담게시판의 소비자 불만 수는 33% 줄었고, 직원 칭찬 사례는 무려 220%가 늘었다고 ○○플라자는 20일 밝혔다. (2016. 12.21, H 언론사)

사례 2

‘사우님들 어서 오시고요. 사축(회사의 가축)이나 노무, 노조 관계자들은 나가 주세요’ △월△일 정오쯤 카카오톡에 ‘○○○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 열렸다. 제보방을 개설한 관리자는 …(중략)… 제보할 것이 있으면 말하고, 민감한 자료는 텔레그램을 통해 보내달라’고 자신의 아이디를 공개했다. …(중략)… 제보방 참가 인원은 빠르게 늘어 △월△일 현재 180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첫 번째 제보방이 정원(1000명)을 꽉 채워 두 번째 방이 개설된 상태다. …(중략)… . ○○○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은 ○○○의 갑질 영상, ○○○ 면세품 판매 수익 편취에 대한 증언도 제보방에서 시작됐다. …(중략)…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낀 ⅩⅩⅩ은 모든 직책에서 손떼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 4.29, H신문사)

어떻게 하면 조직구성원들에게서 ‘선의의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누가’ ‘어떻게’ ‘무엇을’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부분은 다른 아티클에서 제시될 전략과 프로그램 제안에 맡기고 이 글에서는 대중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대안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조직구성원의 감정 관리가 잘되지 않았던 핵심에 이른바 ‘꼰대 선배’라고 하는 ‘권위적이고 불합리한 의사소통’이 있어왔다.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의사소통은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저해한다는 단순한 분석을 넘어 조직구성원 개인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여기서 심각한 ‘감정의 손상’을 유발한다. 자, 대중들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많은 사람은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자기 성찰’이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이 틀릴 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했으며(내 가치관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57.2%), 자신도 꼰대일 수 있다는 자기 검열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일단 내가 꼰대일 수 있다는 의식을 먼저 하고 있어야 한다 - 34.6%).

대중들이 생각하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또 하나 중요한 진단은 ‘타인의 입장(특히 후배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상대방의 사생활에 참견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 - 34.6%), 장점을 먼저 보고(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본다 - 29.1%), 말을 조심스럽고 과시적이지 않게 하며, 과도한 충고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반말을 하지 않는다 - 18.2%, 충고는 상대방이 원할 때만 한다 - 16.8%, 자랑을 늘어놓지 않는다 - 9.6%, 격언, 인용구를 지나치게 사용하지 않는다 - 7.4%). 결국, 대중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꼰대되지 않기’의 핵심에는 조직 내의 인간관계 상황에서 ‘후배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조심스럽게 소통해야 한다는 관점이 깔려 있다. 그리고 늘상 그렇게 잘하고 있는지 ‘자기성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최소한 구성원들의 감정이 ‘집단적인 악의’로 변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꼰대 선배’의 최후를 막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상식적인 수준의 자연스러운 인간관계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셈이다.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 사업부 총괄부서장(이사, 문화/사회심리학 박사) dhyoon@trendmonitor.co.kr

필자는 고려대에서 문화·사회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크로밀엠브레인에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컨텐츠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 『불안 권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다』와 2016부터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매년 발간하는 『2xxx 대한민국 트렌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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