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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조직문화 개선 방법론

교육, 전담 부서만으론 문화 절대 못 바꿔. 성공 재정의하고 전략, 구조 개편하라

이재 | 248호 (2018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이 조직문화를 바꾸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는 여전히 20세기 ‘효율성’ 위주 경영전략을 추구하면서 조직문화만 따로 떼어내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이 신봉하는 대원칙은 인간은 정서적·경제적 압박이나 타성에 의해 행동할 때보다 과제에 대한 즐거움, 의미, 성장 동기를 가질 때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한다는 관점이다. 이는 구성원 간 경쟁을 유도하고 경제적 인센티브로 동기부여를 하는 등 기존 성과주의 철학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했다. 그 때문에 효율성 중심의 성과주의 전략을 가져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의 변화가 기업인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4차 산업혁명의 유행과 함께 최근 경영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조직문화라는 점이다. 10년 전, 말콤 그래드웰이 저서 『아웃라이어』를 통해 한국 항공사의 위계적 조직문화가 불러온 비극을 전 세계에 해설할 당시 한 해 동안 6만여 건 검색되던 ‘조직문화’ 키워드는 지난 한 해 33만여 건으로 훌쩍 뛰었다.1 미디어 노출도 같은 시기 10배가 넘게 늘었다. 인사조직 컨설턴트인 필자의 체감으로는 이보다 더하다. 좀 더 효율적인 조직관리 방법을 찾던 고객들은 어느새 ‘좀 더 나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적어도 기업 리더와 구성원은 정확히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어느새 대세가 된 조직문화에 대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방법을 찾고 있다.

대체, 4차 산업혁명과 조직문화가 무슨 상관일까. 왜 기업들은 조직문화를 바꾸려 하는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과거와는 다른 변화들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한 IT가 바꿔놓은 대표적 변화 중 하나가 ‘평평화(Flat)’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정보와 자본의 교류가 확대됐고 호모 스마트쿠스(지식의 상향 평준화)를 탄생시켰다. 개인화 성향도 강해졌다. 이제 조직의 젊은 구성원들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든 회사를 박차고 나가 창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더 이상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서 회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뜻이다.

‘평평화’로 인해 회사의 정보 통제도 쉽지 않다. 최근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임직원들의 폭로전이 대표적 예다. 구성원은 마음만 먹으면 정보가 사실인지, 명령이 합리적인 것인지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수단과 역량을 가졌다. 그들에게 ‘인위적인 권위’는 독이다. 문제는 조직 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의 경영진과 스태프들 간 생각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불확실성의 극대화’다. 더 이상 경제는 과거와 같은 극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경기 예측은 더욱 어렵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동시에 저성장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시대다. 전문가들은 3차 산업혁명 시대 정신인 ‘기계적 효율성’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판을 뒤흔드는 ‘파괴적인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학문적 사조 중 하나인 ‘근거 기반의 연구’에 따라 우리가 그간 맞다고 인식하거나 행했던 것들에 오류가 있음이 실증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고전 경제학의 가정을 무너뜨렸다. 심리학은 ‘의미’가 ‘압박’보다 인간의 동기부여에 더 효과적임을 밝혀냈다. 구글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리적 안정감은 곧 ‘문화’다.

조직 구성원들의 성향이 변하고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응해 조직의 불안을 잘 관리하며 파괴적 혁신을 일궈나가고 있는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최근 이 같은 어려움을 헤쳐나갈 원동력을 조직문화 개선에서 찾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이들 글로벌 선도 기업이 문화에 매달린 것은 그것이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항상 실패하는 이유: 조직문화의 우상과 이성

문제는,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 비해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은 항상 실패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접한 대다수 기업은 ‘문화가 중요하다’는 명제에 동의하면서도 문화를 다루는 법을 잘 모르고 있다. 항상 변화를 꾀하면서도 변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조직문화를 교육을 통해 바꾸려 한다.

최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한국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예전 직장 동료 K를 만났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그는 대외 홍보 및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는데, 최근 업계에서 ‘조직문화’ 개선 바람이 불면서 자신이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고 했다. K는 필드에서 잘 알려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섭외해 조직문화 솔루션을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컨설팅 회사로부터 최신 진단 ‘프레임 워크’를 자문받아 구성원 대상 설문과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도출한 핵심적인 이슈를 바탕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및 소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커뮤니케이션 캠페인도 진행할 것이라고 의욕적으로 이야기했다. K는 진단 과정에서 구성원 간의 신뢰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고, 의사소통의 장벽이 커서 매우 놀랐다고도 했다.

K가 진행 중인 프로세스는 기업들이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밟는 가장 일반적인 프로세스다. 그런데 교육을 통해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정보 공유의 불투명성, 정보처리 및 리포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 동료 및 부서 간 협력 부족, 권위주의의 만연과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업무 비효율, 비생산적인 회의,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사내 분위기 등은 조직진단을 통해 흔히 나타나는 문화 영역의 이슈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대체로 조직 간 의사소통 이슈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K의 회사도 조직 문화 과제를 사내 커뮤니케이션 담당 조직에 맡겼을 것이다. 어쩌면 문화라는 단어가 가진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인식이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르겠다.

조직문화를 다루는 기업들의 자세는 대체로 이와 같다. HR 컨설팅 회사들도 그저 제안받은 대로 자신들만의 프레임워크로 문화를 진단한 후 교육이나 워크숍 같은 다양한 액션 플랜을 고안하는 것이 전형적인 루틴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절대 문화를 바꿀 수 없다.

2. 전담 조직, 담당자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문화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이 HR 부서 내 ‘조직문화’ 전담 조직이나 담당자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권한은 시작부터 제한돼 있다. 조직 전략을 바꾸거나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은 이들에게 없다. 조직문화 개선 프로젝트에 개인 행동 변화 중심의 캠페인이나 교육, 행사들만 난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문화 전담 조직은 경직된 조직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전문가를 섭외해 임원, 팀장들을 모아 교육한다. ‘칭찬합시다’ 등과 같은 사내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컴퓨터 잠금 화면용 페이지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캐릭터를 개발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상을 주기도 하고, 구성원들이 직접 듣고, 보고,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워크숍이나 타운 홀 미팅을 개최하기도 한다. 정기적 설문, 진단은 필수다. 하지만 전담 조직이나 전담 인력이 있으면 조직문화가 바뀔까? 필자는 ‘조직문화’를 별도로 전담하는 조직 혹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 회사가 조직문화를 제대로 혁신할 수 없다는 근거라고 감히 주장한다.

몸에서 열이 날 때가 있다. 발열 증상은 그 자체로 해롭기 때문에 급하게 찬 수건, 해열제 등으로 열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인 처방은 아니다. 많은 경우 발열은 그 자체가 질병의 원인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결과적 증세다. 그 때문에 치료를 위해서는 발열을 일으킨 근본적 원인을 진단해 처방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조직문화를 대하는 방식은 전자에 가까웠다. ‘발열 증상’에 대해 진짜 문제를 찾고 조직이 총체적으로 노력하기보다 ‘발열 증상’ 자체가 문제인 것으로 보고 전담 조직이나 담당자를 통해 그저 열을 내리기 위한 노력만을 경주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조직문화 담당자 K는 자신이 조직문화를 전담하는 순간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오히려 ‘문화’ 이슈로부터 멀어졌다고 자조했다.

“초반엔 정말 문화를 제대로 바꿔보고 싶어서 HR 전체적으로 깊이 있는 논의도 하고, 타 부서와도 협업해서 근본적인 대안을 찾고 싶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HR 헤드에게 부탁해서 그의 주관으로 사람들을 모아 회의를 해도 그 순간뿐, 그가 자리를 뜨면 모인 사람들의 마음도 떠나버렸다. ‘내 KPI가 아닌데? 네가 알아서 잘해봐’라는 식이다. 이런 문화가 회사의 제도/구조적 문제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해서 헤드에게 의견을 구하면 ‘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잖아, 제도나 전략은 네 영역이 아니야.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라는 식의 피드백만 돌아왔다.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니 나 역시 ‘진짜 문화를 바꾸고 싶고, 또 바꿀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하기로 한 일을 하자’라는 태도로 일하게 된다.”

3. 조직의 전략과 조직문화는 별개다?

많은 경영자가 범하고 있는 실수 중 하나가 회사의 전략과 조직문화를 따로 생각하는 것이다. ‘문화=전략’이라는 명제에 대해 여전히 많은 기업 리더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마음은 ‘침대는 과학입니다’와 같은 클리셰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는 기업의 방향성,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취하는 조직운영 전략 및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별개 사안으로 인식한다. 다시 말해 기업의 가시적 성장, 재무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조직에 강력히 요구하며 이행하는 일련의 조직운영 과정과 구성원의 몰입, 동기부여, 신뢰를 추동하는 조직문화는 전혀 다른 이슈라 생각하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결국 조직문화는 전자에 비해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전자로 인해 부정적인 조직문화 징후가 발견됐다 해도 이 기업은 전자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 전략이 문화를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문화는 언제나 부분적으로 다뤄지며 시스템에 대한 접근은 제한된 채 변화의 초점을 구성원 개개인에게 돌리는 것이다.

경영진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HR 컨설팅을 요청한다면 그 방향성과 결과도 사실상 미리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적인 컨설팅 회사는 두 가지 모듈로 컨설팅을 진행할 것이다. 한 모듈은 ‘성과주의 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통해 가시적 성과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 구성원 간의 엄밀한 성과 측정과 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 강화, 효율화 관점에서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구성원을 견제하고 채찍질하는 제도적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반면 ‘조직문화’ 모듈은 ‘GWP(Great Work Place)’의 관점에서 구성원이 서로 어떻게 하면 신뢰(Trust)하고 조직에 자부심(Pride)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Fun) 고민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다양한 최신 이벤트 프로그램을 유형별로 정리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 적용하라는 제안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효율성 중심의 성과주의 전략을 기본적인 HR 시스템으로 운영하면서 조직문화적 관점에서는 즐거움이나 의미를 추구하도록 한다는 어정쩡한 타협만으로 조직문화를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성과주의에 기반해 성장을 추구하면서 이와 별도로 구성원의 몰입도 제고와 동기부여 신뢰 수준 향상을 추진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4. 문화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

기업이 집중해야 할 이슈는 ‘문화’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문화 이슈는 오히려 기업이 취하고 있는 근본적인 조직 전략과 구조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직문화 이슈는 의학에 비유하자면 어떠한 질병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증상이다. 그 때문에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문화 자체보다 근본적인 ‘조직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2012년 7월, 미국 월간지 베니티페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Microsoft’s lost decade)’이라는 기사가 실렸다.2 작가 커트 아이헨월드(Kurt Eichenwald)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현직 임직원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진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MS의 실패가 ‘야만적인 문화’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직원들은 내부 경쟁에 사로잡혀 더이상 구글, 애플 등 당시 새롭게 부상하는 혁신 기업들과 경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구성원은 조직 내 유능한 인재를 오히려 배척하거나 함께 일하기 꺼리고, 리더들은 내부 권력 투쟁에 사로잡혀 줄 세우기를 조장했다. 결국 조직, 리더, 구성원 간 무너진 신뢰 관계와 비협력적 조직 문화가 조직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리포트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만약 이런 수준에서 분석이 끝났다면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지극히 평범한 리포트로 여겨졌을 것이다. 이 리포트가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유는 ‘그렇다면 왜 야만적인 문화가 MS를 지배했는가?’라는 문제 제기와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MS 구성원과 내부 분석 자료는 ‘야만적인 조직문화’를 창조한 주범으로 ‘스택 랭킹(Stack Ranking)’ 시스템을 지목했다. 스택 랭킹은 GE의 ‘랭크 앤드 양크(Rank and Yank)’ 시스템과 함께 1990년대 말부터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할 ‘성과주의’ 철학 기반의 성과관리 프레임이다. 직원들을 정규분포 곡선에 따라 상대화·서열화해 고성과 그룹과 저성과 그룹을 나누고, 이에 따른 차등적 보상을 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골자다. 다수의 기업이 최근까지도 성과 관리 전략의 정석이라 생각하고 실행하고 있는 바로 그 시스템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정답’이 사실은 조직문화를 병들게 하고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공을 막는 주범이라는 폭로는 매우 충격적인, 그러나 진실에 가까운 주장이었다.

실제 그 이후에 행해진 많은 연구는 전형적인 성과주의 프레임이 오히려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5년, 경영학-신경과학 융합 관련 선도 연구기관인 뉴로리더십 인스티튜트(Neuro Leadership Institute) 역시 30여 개의 기업 연구를 통해 성과주의 시스템의 오류를 지적한다. 성과주의 시스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구성원 간의 과도한 경쟁과 갈등 유발, 경직된 분위기 조성, 생산성과 몰입 저하 등이 꼽혔다. 공식적인 서열화를 폐지하고 비공식적 피드백 제도를 강화한 기업이 오히려 구성원 간의 생산적 대화를 촉진하고 업무 몰입과 역량 개발, 보상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고 분석했다.3

MS는 ‘잃어버린 10년’ 리포트 발행 이후인 2013년, 스택 랭킹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철학인 ‘하나의 MS’에 맞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이를 폐지했다. 인위적 서열화를 반대하고, 사전에 정해진 예산에 직원들의 성과를 끼워 맞추지 않고, 예산을 유연하게 확보해 구성원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제이 W. 로시 교수와 에밀리 맥타그 연구원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새로운 전략, 구조, 프로세스 개선을 시행한 후에 비로소 문화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밝혔다.4 문화를 원인이나 개선의 대상이 아니라 어떤 문제에 따른 결과로 보는 것이 좀 더 직관적이고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바티스, 포드, 노스웨스트 등의 기업 분석을 통해 기업이 문화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의사결정 구조(조직구조), 성과관리(평가, 보상 포함) 등과 같은 시스템을 개선했을 때, 결과적으로 조직문화도 진화한다고 강조했다.

5. ‘문화’는 리더십이다.

조직문화를 더 이상 기업의 부분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문화를 바꾸려면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제대로 권한도 주지 않은 채 조직문화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기업은 문화와 경영 최상위 개념인 전략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전략, 리더십, 문화의 ‘통합(integration)’이 필요하다.

성과관리 전문가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는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Primed to perform)』를 통해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과와 잘 디자인된 조직문화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했다.5 단기적 성과를 위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구현해 놓고, 한편으로는 조직의 ‘문화’가 문제이니 구성원 간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은 ‘모순’이라는 것을 기업들은 인식해야 한다.

6. ‘통합(Integration)’을 위한 전략,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강조되는 것이 거버넌스의 중요성이다. 부분적인 조직, 혹은 소수의 의사결정자 단독으로 문화를 창조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 거버넌스 차원에서 리더십 그룹이 합의를 도출하고, 상호 공감할 수 있는 구조, 의사결정 프로토콜을 설정해야 한다. 이 그릇을 통해 조직의 전략, 리더십, 문화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나누고, 분절하고, 그 안에서의 전문화를 추구해 ‘부분의 정답’을 찾지 말고 연결하고 연대함으로써 ‘전체의 정답’을 도출하는 시스템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거버넌스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기업의 C 레벨과 가치사슬(Value Chain) 각 부분을 대표하는 조직의 리더가 모여 ‘수평적’ 논의 그룹을 구성한다. 이 논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 참고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 자료 등을 지원하고 논의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를 담당할 ‘간사 그룹’을 둬 논의의 생산성과 실효성을 높인다.

간사그룹은 통상적으로 조직전략을 담당하는 COO(Chief Organizational Office) 산하 HR 조직이 담당하되 성과관리/평가 체계 등 기획을 담당하는 실무 리더와 구성원의 교육/소통을 담당하는 실무 리더를 간사로 지정해 조직문화에 대한 논의가 조직의 구조 개선부터 적응 과정까지 유기적으로 다뤄 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혹 기업이 조직운영의 실무 영역에서 외부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고 있다면 전문가 그룹을 핵심 논의 과정에 참여시켜 객관적 관찰자 및 전문가로서의 시사점을 제공하고 간사그룹을 도와 논의 그룹이 어젠다를 충분히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거버넌스 구성에서 기업이 고민해야 할 또 다른 요소는 ‘아래로부터의(Bottom-Up) 의견’을 어떤 식으로 수렴하고 의사소통할 것인가다. 연례행사나 설문이 그 역할을 담당해서는 안 된다. 건축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BIG(Bjarke Ingels Group)은 ‘진정한 능력주의(True Meritocracy)’를 위한 원칙 중 하나로 조직 구성원이 자유롭게 회사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전하고 싶은 대상에게 피드백할 수 있는 언로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원칙(문제제기하는 태도, 톤 앤드 매너 등)에 대해서도 조직구성원들 간 합의를 도출했다.6

7. ‘성공’을 재정의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만능이 아니다.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때문에 인간의 생각, 의견, 심각한 편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 캐시 오닐에 따르면 “알고리즘은 무계획적인 데이터 수집과 허위상관(spurious correlation, 실제로는 전혀 상관없는 두 변수가 수치상으로 상관성을 갖는 경우)에 의해 작동하고, 제도적 불공평(institutional inequity)에 의해 강화되며,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에 의해 오염된다”.7

캐시 오닐은 수학적 모형이 성공적인지 판단하는 것조차 개인적인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모든 알고리즘 모형의 핵심 요소는 ‘성공에 대한 정의’라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기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다시 인간에게 그 길을 묻는다.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성공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기업 경영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성공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던 재무 성과 중심의 단순 KPI 지표 외에 비재무적인 성공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중으로 함께 논의해야 한다. 물론 핵심 가치, 행동강령, 윤리, 리더십, 인재상 등 비재무적인 성공 요인을 규정하지 않은 기업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기업 홈페이지나 규정상에만 존재한다. 재무적 성공과 더불어 조직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비재무적 성공을 함께 정의해야 한다.

8. 문화는 ‘디테일’이다.

결국 조직문화는 새롭게 정의한 기업 고유의 성공 기준(재무적 차원의 성공 + 비재무적 차원의 성공)을 어떻게 균형 있게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결과로 정의(定義)된다. 기업은 재무적 성공과 비재무적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두 가치의 충돌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어떤 원칙을 가지고 논의하며 의사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준비해야 한다. 그 답의 수준이 곧 기업 문화의 ‘결’과 ‘질’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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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 전 GE 회장이 자신의 커리어 후반기에 자사의 조직전략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500명의 관리자들에게 한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왜 작년에 좋은 수익을 낸 4명의 간부들을 해고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그들을 떠나 보낸 이유는 회사의 가치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8

기업 문화는 거창한 미사여구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일상의 작은 가치충돌 상황에 대해 책임 있고 일관된 대답을 할 수 있는 태도와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문화는 결국 그 ‘디테일’에서 잉태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조직문화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본 문화적 이성의 법칙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Microsoft’s lost decade)’ 기사 이후 약 6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야만적인 문화’에 사로잡혀 침몰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 회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재미있게도 MS는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인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에 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부활에 성공했다. 극적인 것은 실패의 이유가 조직문화에서부터 비롯됐듯 조직이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었던 이유도 조직문화에 있다는 점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2014년 취임 당시 자신의 첫 번째 사명을 ‘문화를 바꾸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채 5년도 되지 않아 회사는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있었던 고유의 영혼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조직문화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물음에 정확한 답이 될 순 없겠지만 조직문화로 인해 실패와 성공을 동시에 겪은 MS의 경험과 교훈은 살펴볼 가치가 있다. 나델라는 조직문화의 ‘우상’을 제거하고 ‘이성’을 조직에 이식했다.

첫째, 문화적 논의를 위한 거버넌스를 강화했다. 매주 한 번씩 CEO를 포함한 시니어 리더십 팀(Senior Leadership Team·SLT) 미팅에서 비즈니스 전략, 기회와 함께 새로운 문화 창조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둘째, 논의의 질적 향상을 위해 소통을 전략적으로 리드했다. SLT 내 수평적이고 질적인 논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심리학자(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논의 주체 간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을 제거하고 소통을 강화했다.

셋째, 조직의 ‘성공’을 재정의했다. 사티아 나델라가 새롭게 정의한 회사의 성공은 ‘성장하는 사고/태도(growth mindset)’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공은 손익계산과 관련된 것이 돼서는 안 됩니다. 성공은 개인의 질적 성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할과 삶에서 성장한다면 하나의 조직으로서 우리도 성장합니다. 우리는 스프레드 시트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넷째, 조직 전략과 리더십, 문화의 통합을 추구했다. 그는 구성원 개인의 동기와 회사의 역량을 ‘공감’을 통해 연결한다는 철학을 명확히 하고 이를 조직의 리더가 주도적으로 이행하도록 했다. 과거 경쟁을 유도했던 스택 랭킹 등과는 철저히 결별했다.

다섯째, 문화적 ‘디테일’에 대한 실천을 추구했다. 그는 “리더는 행동에 나서고, 편견을 뿌리 뽑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모든 사람이 실질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회사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동시에 누구나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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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코딩이나 빅데이터 분석 능력 같은 기술이 떠오르지만 정작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공감능력이야말로 호모 사피언스의 뛰어난 지혜라 말한다.9 인간에게 생존력을 부여한 것은 기술, 지식이었을지 몰라도 ‘교감’이 없었다면 제대로 작동하거나 정교해지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류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과 ‘마음의 균형(Mental Balance)’이라고 주장한다.10 이는 기업과 기업 구성원들도 예외일 수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사티아 나델라는 조직에 공감 능력을 이식함으로써 변화 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전략과 계획이라도 구성원이 공감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조직, 리더, 구성원의 감정과 생각을 관리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차를 타고 산비탈을 오르던 도중 바위가 굴러떨어져 도로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차를 잠시 세우고 ‘저 돌은 없는 거야, 허상이야’라고 되뇌며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는다면 어떻게 될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기업은 오랫동안 이 같은 실수를 범했다. 경영 활동은 조직 간, 혹은 조직 내 인간의 상호 교류와 교감 속에 이뤄진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제도를 구축하고 의사결정을 내렸다. 인간 감정의 맥락을 배제한 호모 이콘(호모 이코노미쿠스: 감정이 없고 정확하고 논리적인 경제적인 동물)의 눈으로는 애초 보이지 않는 문화를 규정하기도, 논하기도 어렵다. 지금 조직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복잡하고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조직을 구성하는 감정을 가진 주체와 교감하고 서로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 단순한 명제를 이해하고, 이행하는 것에서 성공의 씨앗이 싹틀 수 있다.

편집자주

필자의 요청으로 가명으로 기고했습니다.

이재 인사조직/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턴트 path_work@naver.com

필자는 경영의 우상(偶像)과 이성(理性)을 분별하고 조직의 ‘성장’과 ‘소통’을 탐구하는 공간인 블로그 ‘상효이재(相效利齋)’의 공동 운영자로 인사조직·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Mini Case Study: 마이다스아이티의 인본경영

스펙, 정년, 징벌, 상대평가 없애… HR이 경영의 본질

하루 세 끼 식사로 호텔식 뷔페를 제공하는 회사. 채용 시 스펙을 보지 않고 정년, 징벌, 상대평가가 없는 회사. 입사 후 5년마다 한 달간 유급 휴가를 주고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 우수 사원에게는 한 달간 고급 스포츠카를 무료로 제공하는 회사.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이 국내에 있다. 이 파격적 조직문화의 주인공은 마이다스아이티. 이 회사는 건설용 구조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고층 빌딩엔 대부분 마이다스아이티의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 아무리 전 세계 1위 기업이라 해도 매출액은 1000억 원(연결 기준) 남짓으로 결코 큰 회사라고 할 수 없다. 한 해에 수조 원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들도 못하는 파격적인 복지 제도를 매출 1000억 원대 중소기업이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이 회사의 독특한 경영철학이 있다. 이른바 ‘자연주의 인본경영’. 자연과학, 그중에서도 생물학과 뇌신경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의 특성을 연구해 연구 결과에 맞춰 경영 철학을 정하고, 그 철학에 맞는 인사 제도를 만든 것이 마이다스아이티 인본경영의 핵심이다.

마이다스아이티의 행복경영실장을 맡고 있는 최원호 이사는 “창업 초기 벤처기업 운영을 위해 경영학을 공부하다 경영학은 왜 사람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을까 회의가 들어 뇌신경과학, 생물학, 심리학 등을 연구해 만든 것이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라며 “자연이 만든 사람의 원래 결대로 잘 육성을 해서 그 사람의 행복을 돕고, 또 세상의 행복의 총량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스펙, 정년, 징벌, 상대평가가 없는 ‘4무(無) 정책’

마이다스아이티 인본경영의 핵심은 ‘4무 정책’이다. 4무는 스팩, 상대평가, 정년, 징벌 제도가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 마이다스아이티는 채용 시 스팩을 보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을 이미 창업 초기부터 적용한 것이다. 또 직원들 간 상대평가를 하지 않는다. 상대평가가 건설적인 생산성을 유발할 수 있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상대평가 결과를 현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징벌을 하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조직원들을 위축시키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없애기 때문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승진도 4년마다 자동으로 한다. 수당도 야근 수당을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의 경쟁은 치열하고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최 이사는 “스펙, 상대평가, 징벌 등은 전형적인 20세기 성과주의 경영의 산물”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발성과 자율의 문화를 만들어내야 시대가 원하는 창의성, 협력성을 갖춘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이다스아이티는 어떻게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일하도록 동기부여할까. 답은 ‘신뢰’에 있다. 여기서 신뢰의 핵심은 부정적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 최 이사에 따르면 사람은 걱정, 근심, 불안, 공포 등 부정적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만약 회사의 근무 환경이나 조직의 경영환경에서 이런 부정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조직원은 부정적이 되고, 소극적이 되며, 업무에도 소홀해 진다. 반대로 긍정적 불확실성은 동기 유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조직이 성장하고, 희망과 비전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조직원들이 느끼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동기부여가 일어난다는 것이 최 이사의 설명이다.

최 이사는 “신뢰 경영의 핵심은 모든 문화를 설계할 때는 기회는 항상 공평하게 주고, 과정은 항상 투명하게, 보상은 항상 공정하게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평한 기회, 공정한 보상

마이다스아이티는 기회의 공평함을 기하기 위해 직급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팀장이 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물론 마이다스아이티도 사원부터 임원까지 직급은 있다. 성과가 좋은 경우에 한해서 특진 제도도 있다. 하지만 직급은 연봉을 결정하는 자료가 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직책이다. 파트장, 팀장, 프로젝트 매니저 등 직책을 맡는 것은 직급과 상관없이 리더십과 조직 관리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신입사원이어도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전문성과 리더십이 있으면 팀장이 될 수 있다. 실제 마이다스아이티 내 40여 개 팀 중 15개 팀의 팀장이 소속 팀원들보다 직급이 낮다.

최 이사는 “임원이어도 혼자 일해서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특화된 사람은 그냥 팀원으로 남아서 일할 수 있고 신입사원이라도 리더십 역량이 뛰어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및 조직 관리 역량이 있으면 팀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리더십 교육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리더십은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리더가 될 자질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런 사람을 발견하고 발탁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대부분의 기업이 리더십 교육을 한다고 헛심 쓰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제도를 시행할 때도 마이다스아이티는 톱-다운식으로 하지 않는다. 직원들을 모두 참여시켜 새로 시도되는 제도를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이를 사내에서는 ‘행복나침반 회의’라고 부른다. 이 자리에서 해당 제도나 정책을 만든 사람은 조직원들 앞에서 세부 내용을 발표하고 의견을 받아 제도를 수정한다.

최 이사는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체계나 제도가 정해지고 따라야 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의견을 내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이 될 때 사람은 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공정한 보상을 위해 개인 보상을 없애고 집단 보상을 시행 중이다. 집단 보상의 경우 단순히 상을 수여하거나 상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반기별로 페스티벌을 열고 공식적으로 시상식을 열어 상을 수여하고 축하한다.

매달 이달의 인재를 선정해 포르쉐 스포츠카를 한 달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마이다스아이티만의 문화다. 기름값과 세차비 등도 회사에서 지원한다. 해당 직원은 포르쉐를 이용한 후기만 남기면 된다.

최 이사는 “이런 제도 자체가 내가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는 자신감을 구성원에게 심어주고, 그 성과를 조직에서 인정받았다는 인정욕, 존재감을 느끼게 해 자존감을 고양시켜주는 것”이라며 “금전적 보상 같은 외재적 동기보다 이런 내재적 동기가 조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맞춤형 동기부여

앞에서 설명한 대로 마이다스아이티엔 상대평가가 없다. 절대평가만이 있을 뿐이다. 절대평가는 연초에 팀이나 조직에서 세운 목표를 가지고 평가를 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매달 다면평가를 실시한다는 점이다. 다면평가 결과는 팀장에게 공유되고 팀장은 모든 팀원과 의무적으로 월 1회 면담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회사에 보고한다. 그 결과가 정리돼 리포트 형식으로 CEO에게 공유된다. 이 리포트에는 조직원들의 성과, 열정 상태, 애로사항 등이 포함된다.

이 리포트의 장점은 CEO가 모든 직원의 현 상태를 알 수 있고 맞춤형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출산한 직원에게는 CEO가 리포트를 토대로 출산 선물을 보낸다거나 하는 식이다. 팀장들에게는 팀원들의 작은 일들까지 알아내는 역할이 부여된다. 물론 초기에는 리더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 일할 시간도 모자란데 언제 매달 면담을 하냐는 불만이었다. 그러나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의 철학은 확고했다. 리더는 성과를 내고 실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팔로어들이 성과를 내고 실행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원칙이었다. 결국 초기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시행 3년째를 맞고 있다.

최 이사는 “이 리포트를 통해 개인의 성과가 떨어지면 그 원인이 역량의 문제인지, 사람과의 관계의 문제인지, 개인사에 대한 문제인지 등을 알 수 있게 돼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밥이 복지다

마이다스아이티의 인당 1년간 식비를 추산해 보면 대략 1000만 원 남짓. 하루 3끼 5성급 호텔 뷔페를 무료로 제공한다. 한 끼 식비가 5만 원 정도고 직원 수가 350명 정도니 계산하면 연간 35억 원 이상이 식비로 들어간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 비용을 줄여 이익을 늘리고 싶은 유혹이 들고도 남을 액수다. 그러나 마이다스아이티는 창업 초기부터 직원들의 먹는 것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최 이사는 밥에 대한 집착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밥은 우리 회사 복지의 상징이고, 복지는 신뢰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사람이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은 본능적으로 좋은 사람과 맛있는 걸 먹을 때다. 그래서 식사할 때만큼이라도 직원들이 행복하게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이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본경영

4차 산업혁명 시대 마이다스아이티가 시도 중인 인본경영이 왜 중요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더 이상 인간에게 효율성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효율성을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효율이 높아지면 인간 개개인의 창의, 취향, 체험, 경험과 관련된 산업이 발전하게 될 것이고 기업 역시 이런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런 시대에 과거 방식의 성과 평가 및 금전적 보상 시스템은 유용하지 않다. 오히려 물질적 보상보다는 동물적 생존, 사회적 성장, 정신적 완성이라는 세 가지 욕망을 충족시키는 환경을 제공해줘야 지속적으로 조직원들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고취할 수 있다. 그래서 이영하 대표는 마이다스아이티의 인본경영에 대해 자신감에 찬 어조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뇌 시스템을 연구해보면 물질적 가치에 반응하는 부분은 ‘안와전두피질’이라 곳이다. 안와는 도파민 회로와 직접 연결돼 쉬 달아 올랐다 식어버리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금전적 보상은 만족을 주는 요소지만 효과가 2박3일 정도만 지속된다. 물질적 보상은 시동을 거는 모터일 뿐이다. 사람을 목적지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은 신뢰와 성공 경험이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 이재 | 인사조직/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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