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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글로벌 인재 유치 보상 전략

외국인 인재에게 연봉 많이 주면 끝?‘직장생활을 통한 성장’이 최고의 보상

김성남 | 246호 (2018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국 기업을 선택하고 일하는 해외 출신 인재들을 사로잡으려면 다음과 같은 HR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1. 일대일 멘토 등 조기 적응 프로그램 운영
2. 구체적이면서도 뚜렷한 커리어 비전 제시
3.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협업하는,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리더 육성
4. 소통 장벽을 낮추고 차이를 존중하는 조직문화 조성
5. 성과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능력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 지급


인재가 모이는 곳은 흥한다

8세기 중엽 당(唐)의 국력이 강성할 당시 수도 장안(長安)의 인구는 100만 명에 육박했다. 당시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번성하고 인구가 많은 도시는 없었다. 중국 내륙 한가운데 위치한 이 도시에는 페르시아, 아랍, 인도, 왜, 돌궐, 신라 등 세계 각지에서 이주해 온 외국인이 거주자의 5%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외국인들은 과거(科擧)를 통해 관직에 진출하고, 불교나 기독교 등에 귀의해 종교 활동을 펼쳤으며, 무역·숙박·금융 등 상업 활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성세(盛世)를 구가하는 땅에 기회를 찾아 외국인이 몰려든 결과였다. 한편으로는 민족·종교·습속이 다른 이방인들에게 자유롭게 왕래하고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 국가 번성에 도움을 줬다. 당은 290년 동안 20명의 황제에 의해 통치됐으며 중국 문명의 최고점을 찍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재가 모이는 곳이 흥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기업과 글로벌 인재는 표리의 관계다. 글로벌 인재들이 모이는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돼야 우수한 글로벌 인재들을 모을 수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미국·캐나다·남미·영국의 상장기업 366개를 조사한 결과, 인재 다양성 관점에서 상위 4분의 1에 속하는 기업들이 자국 내 동종 산업의 재무성과를 웃돌 가능성이 35% 높았다. 1 높은 전문성과 팀워크, 열린 마음과 소통 능력을 갖추고 협업하는 글로벌 인재들은 기업의 핵심 성공 요인이다.

인재를 통한 기업의 글로벌화는 자국민이 해외로 나가는 방향도 있지만 다른 나라의 인재가 우리 기업에 와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가는 것은 주로 ‘개인’ 차원의 기회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은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 삶의 터전에 들어와 일하고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직무에 대한 지식, 경험, 전문성 외에도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통해 우리 공동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세계화’를 외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대기업 그룹사를 필두로 해외 MBA 및 공대 석박사 졸업자, 특정 분야 외국인 전문가들을 대거 뽑기 시작했다. 글로벌 수출입 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액으로 나눈 무역의존도는 2011년 100%를 넘겼다가 떨어졌지만 아직 80% 이상이다. 매출의 80∼90% 정도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대기업도 있고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2017년 11월 말 기준 10대 그룹 소속 계열사 665개 중 산업통상자원부에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된 회사가 91개(12.7%)에 달한다. 이런 제반 여건들은 우리가 점차 글로벌 인재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하는 환경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재 확보 경쟁력, 괜찮은가

다양하고 우수한 해외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활용하는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세계적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와 세계 최대 HR 솔루션 기업인 아데코그룹(Adecco Group)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19개국 가운데 인재 경쟁력이 30위인 것으로 나타났다.2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인 점에 비춰 본다면 아쉬운 수준이다. 아시아·대양주 권역에서도 한국은 6위에 불과하다.3 충격적인 것은 세부 항목 6개 가운데 ‘인재 확보(Attract)’ 항목 순위가 무려 81위라는 점이다.

한 나라의 인재 경쟁력 지수4 소득 수준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그림 1)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상위 25위권에 16개의 유럽 국가가 포진돼 있는 이유다. 나라들을 소득그룹별로 나누면 한국은 ‘고소득 국가군’으로 분류되는데 해당 그룹에서 한국의 인재 경쟁력 지수는 최하위였다. 상위권 국가에는 스위스, 싱가포르,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일본, 카타르, 이스라엘 등이 있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한국의 경제 규모는 추격 전략에 기반한 성장에 성공한 덕분인데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재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재 부족의 미래가 다가온다

인재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관점에서 미래는 밝지 않다. 2012년 글로벌 컨설팅사 타워스왓슨(Towers Watson)과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가 낸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필요 인력에 비해 공급이 9.3% 부족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5

이런 결과는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언론에서는 높은 청년실업률과 구조조정으로 길거리에 내몰린 사람들, 경력 단절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여성들을 언급하며 일자리 부족이 문제라고 하는데 일할 사람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산업 수준이 고도화할수록 노동시장의 수급은 총량으로만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모순돼 보이지만 취업난과 구인난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고, 실제 존재한다. 인재 수급의 미스매치다.

예를 들어 보자.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졸 취업준비생이 첫 직장에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13개월이다. 어렵게 취업을 하고도 이직은 빠르다. 한국경제인총연합회가 발간한 『2016년 채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입직원의 3년 내 퇴사율은 27.7%에 달한다.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청년 구직자들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이 18개월에 불과하다는 통계청 조사도 있다. 많은 인력을 고용해 왔던 조선, 자동차, 기계 등의 산업에서 대량 실직으로 길거리에 내몰린 인력은 상당한 직업훈련을 통하지 않고는 다른 업종으로 흡수되기 어렵다. 경력 단절 여성들 역시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외국어 능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인력은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으려고 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공지능 전문가 등 4차 산업혁명 유망업종에 필요한 국내 인재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부족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인재 부족에 시달릴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앞선 조사에 따르면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의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 캐나다 등의 북미 국가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의 인재 부족이 예상된다. 우수 인재 확보를 놓고 글로벌 유수 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일본은 기업 경영자, 연구자 등 특정 분야 인재에 대해 1년 만에 영주권 취득이 가능한 제도를 2017년 3월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유능한 글로벌 인재들이 과연 미국, 독일,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의 일자리를 마다하고 한국에 와서 일하려고 할까?

인재 확보 경쟁력의 세부 지표

2017년 IMD 조사를 살펴보자. (표 1) 세계 여러 나라의 국제경쟁력 연감을 발간하는 IMD 국제경쟁력센터는 각 국가들의 인재 확보 경쟁력 순위에 대한 조사도 해오고 있다. 가장 최근 발간된 2017년 보고서에서는 총 63개국을 조사했는데 한국에 대해 평가한 여러 세부 항목 중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표로 모아봤다. 숫자들을 읽다 보면 우리 사회의 단면이 잘 나타난다. 예를 들어 중학생들의 학업 능력은 조사 대상 국가 중 세계 9위로 매우 높지만 대학교육이나 관리직의 역량 및 글로벌 경험 등은 50위 전후로 바닥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임원급에 대한 보상 수준은 14위로 꽤 높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이 수치들을 외국인 인재들이 본다면 어떨까? 우선 한국은 소득세가 매우 낮은 나라다. 관리직이나 전문기술을 보유했거나 기타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이라면 세후 소득 측면에서 꽤 유리하다. 하지만 생계비가 뉴욕에 맞먹을 정도로 많이 들고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만약 한국인 상사 밑에서 일한다면 글로벌 마인드나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 밑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인지 삶의 질이 별로 좋지 않다. 젊은 대졸 직원의 역량이 높지 않은 편이라 일 시키기도 쉽지 않고 외국인 학생들도 많지 않다. 종합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에서 매력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인재라면 굳이 한국에 와서 일하고 싶어 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외국인 인재들이 바라보는 한국 기업

앞서 살펴본 거시지표 측면에서의 인재 유치 및 유지 경쟁력은 단기간에 좋아지기 어렵다.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려면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노력이 더 절실하다. 한국 기업에서 실제 일해 본 인재들은 대체로 ‘한국 기업은 오래 다니기 어렵고 잠깐 거쳐 가며 경력을 쌓는 직장’으로 인식한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영입했던 외국인 임원들이 짧게 일하고 떠났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이런 문제점은 한 국내 그룹사에서 몇 년 전 계열사 소속 외국인 인재 수십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표 2)

흥미로운 것은 급여나 복리후생에 대한 불만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애로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얘기가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국 기업에서 제공하는 보상이 나쁘지 않고 다른 나라에는 없는 복리후생이 제법 많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문화, 일자리, 취업 팁 등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호주인 마이클 코켄은 처음 한국 기업의 복리후생 제도들을 접했을 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서 놀랐다고 쓴 바 있으니 말이다.6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서 보편화된 대표적인 복지만 해도 아래와 같이 수십 가지나 된다. 따라서 우수한 해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보상이나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

● 각종 보험: 여행자보험, 실손보험, 생명보험 등
● 의료·건강 관련: 정기 건강검진, 입원 실비, 외래 실비, 사내 간호사, 심리상담사 등
● 자기 계발 관련: 사내 도서관, 영어학원비, 사내 영어선생님, 헬스장 및 전문 트레이너 등
● 업무 편의 관련: 출퇴근 버스, 영업용 차량, 주유카드, 택시비, 휴대폰 통화료 등
● 축하·경조사 관련: 장기 근속 포상, 생일/결혼/회갑/사망, 장례 용품 지원 등
● 리프레시 관련: 휴가비, 리조트 회원권 및 할인권 등
● 팀 빌딩: 회식비, 콘서트/영화/페스티벌 입장권 등
● 가족·생활 관련: 자녀 학비 지원, 사내 어린이집, 무이자 대출

오히려 놀라운 것은 이렇게 훌륭한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는 데도 우리 기업이 외국인 인재들에게 인기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혹시 외국인 인재들이 물질적 보상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닐까?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주는 연구가 있다. (표 3)

컨설팅 기업 타워스왓슨이 2012년 전 세계 28개 국가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재들이 현재 직장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 순위를 정리한 것인데, 한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상위 5대 요인 중 ‘승진 기회’ ‘학습 기회’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 결과가 오히려 예외적이다. 외국 인재들은 월급을 많이 주고 복지만 잘 해주는 것보다는 직장생활을 통해 성장하고 배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급여, 복지, 사무실 위치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해외 우수 인재를 확보,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음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외국인 인재들을 확보, 활용, 유지하는 데 주의해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1. 조기 적응 프로그램 운영

새로운 직장으로 옮길 때 사람은 누구나 기대와 걱정을 함께한다. 출근 첫날, 처음 일주일, 처음 한 달이 특히 중요하다. 해외 인재라고 다를 리 없다. 한국 회사가 처음이라면 더 큰 부담을 느낄 것이다. 입사 후 1년 안에 퇴직하는 경우는 조기 적응 실패로 본다. 채용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런 조기 퇴직을 막고 싶어 한다. 신규 입사자 교육을 통해 회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각 부서를 소개하며 조직 생활에서 알아야 할 것들을 주지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입사 후 6개월 안에 집합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신입직원들의 이직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고, 언어장벽 때문에 이런 조기 적응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렵게 뽑은 인재를 단지 언어장벽 때문에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어려워하는 요인 중 하나는 회사의 조직문화와 업무방식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눈치껏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외국인 직원들에게는 어렵다. 따라서 기업 형편에 맞는 조기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GS건설은 신규 입사 외국인을 위해 일대일 멘토 지도를 운영한다. 회사 생활 전반에 대한 안내도 하고, 개인적 친분도 쌓고, 조직에 연착륙하도록 돕는다. 도요타는 매년 우수 외국인 인력 약 120명을 선발해 본사에서 2주간 합숙훈련을 진행한다. 이때 ‘문화 통역사’를 투입해 회사의 핵심 가치나 문화 등을 일대일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한다.

국내 사업장에 직접 채용되는 해외 인재들은 신분상 주재원이 아니기 때문에 주재원 수준의 제반 수당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 인재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착 및 생활 지원을 통해 이국 생활에 따르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취업 비자, 이주비 지원, 주택 보조 등이다. 가족을 동반하는 직원의 경우 가족에 대한 체류비자 지원도 필요하다. 통상 인사, 총무 부서의 담당자가 처리하지만 외국인 직원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는 별도의 ‘글로벌 헬프 데스크’를 갖추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헬프 데스크를 운영하며 입사가 확정된 외국인 직원의 비자, 주거, 이사뿐 아니라 조직 생활 및 은행 업무 등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줘 불편을 최소화한다.

2. 뚜렷한 경력 비전 제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직무 기반으로 인사 관리를 하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는 조직 충성심이나 근속연수보다는 직무 수행능력으로 판가름 난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재들은 미래의 커리어와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 조바심을 가진다. 이런 경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더 심해진다.

외국인 인재들은 회사를 몇 년 다녀도 배울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회사를 옮긴다. 급여, 복지가 훌륭해도 장기적으로 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자국에서의 익숙한 환경과 인적 네트워크 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온 것이므로 본인의 경력에 대한 기대 수준이 국내 인재들보다 높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일수록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며, 오래 근무한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한국 기업에는 신입 공채, 순혈주의, 연공주의 관행이 존재해왔고, ‘꿀직장’에 입사하면 은퇴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 당연하다는 문화가 있었다. 외국인 인재들은 이런 직장보다는 진짜 실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경력 가치를 높이는 직장을 더 고맙게 생각한다. 이때 좋은 방법은 구체성 있는 커리어 프레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조직 안에서 어떤 단계를 거쳐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과제도 맡겨서 회사와 함께 커나간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격려와 멘토링을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막상 외국인 인재들을 인터뷰해보면 한국 기업에서 경력 비전을 찾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인재들을 장기적 관점에서 키운다기보다는 실험 삼아 써보고 안 맞으면 갈아치우거나 당장 눈앞의 현안을 해결해주는 ‘단기 용병’ 개념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서운함은 외국인 임원들도 다를 바 없다. ‘글로벌 인재라더니 별거 없네’ 식의 평가가 내려지면 정보 공유나 의사결정에서 따돌려 사실상 제 발로 조직을 떠나도록 종용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이런 조직은 아직 해외 우수 인재를 데려다 쓸 수준이 안 된 것이므로 인재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답이 없다.

3.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리더 육성

해외 인재가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것과 다른 나라 기업에서 근무하는 데 가장 크게 다른 것을 꼽는다면 바로 상사(boss)일 것이다. 물론 국가와 지역을 막론하고 인간이 만든 조직에는 항상 상사로 인한 갈등과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하물며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성장해 습관이나 가치관이 상이한 사람이 상사라면 그 스트레스가 더할 것이다. 학교 선후배 관계, 군대 경험, 공채 제도 등을 통해 체화된 상하관계 경험은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만큼 이질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들에는 아무리 개방적인 문화를 가졌다고 해도 한국적 사고방식과 인간관계를 전제로 관리하는 리더가 많다. 어려서부터 개인주의, 성과주의, 합리주의에 기반을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몸에 밴 외국인들에게 상하관념이 강하고 지시 일변도인 관리자의 모습은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 직원들은 그런 상사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뒤에서 욕하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외국 직원들은 직설적으로 이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국인 관리자들은 이런 일이 생소할 수밖에 없고 결국 상호 관계가 껄끄러워진다.

외국인 인재들이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관리자들의 리더십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 부하와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보기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관계로 봐야 한다. 부하직원의 인격과 개성을 존중하고 지시일변도로 업무를 던지기보다는 업무의 배경과 목적을 명확하게 공유하며 방법에 대해서는 권한을 충분히 위임해야 한다. 소통 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e메일로 명확히 적어서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고 애매모호한 표현보다는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요구해야 오해가 없다.

한국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이 거의 예외 없이 지적하는 것이 ‘무의미한 장시간 노동’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의미’라는 수식어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싸 가서 일할 수도 있지만 할 일이 없는데 상사나 다른 팀원들이 퇴근하지 않기 때문에 나도 못한다는 것은 독특한 한국적 정서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 기업들은 직무를 명확히 개인별로 구분해 한정하지 않고 팀의 업무를 함께 나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 풍토 속에서 이런 방식은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고 젊은 한국 직장인들도 기피하는 방식이므로 기존의 관행에 변화를 가할 필요가 있다.

4.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직장 생활은 함께 일하는 동료, 일하는 방식, 조직 분위기, 근무 환경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국적,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공통적인 부분이다.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이 거의 예외 없이 언급하는 것이 있다. 한국은 매우 ‘동질적인(homogeneous)’ 문화라는 것이다.

삼성, LG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한국 기업의 직원은 거의 한국인이다. 외국계 회사가 아닌 경우 모든 업무를 한국어로 처리한다. 사고방식이나 일 처리도 외국인 눈에는 대체로 획일적이다. 글로벌 인재들이 적응하기에 쉬운 환경이 아니다. 이들이 잘 적응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다.

● 차이와 다양성 존중 요즘 글로벌 기업들은 조직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독립된 시각을 가지고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긴다. 선진국 근로자들을 고용해본 적이 별로 없는 우리 기업이 앞으로 일류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다양한 문화적 기반의 직원들을 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투명한 의사결정과 인사관리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다. 외국인 직원들 때문에 회사의 원칙을 바꿀 이유는 없다. 다만 원칙이 투명해야 한다. 특히 의사결정과 인사관리 측면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직원의 직장 생활과 업무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긍하기 어려운 의사결정이나 조직관리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 소통의 장벽 제거 인간은 소통의 동물이다. 한 울타리 안에서 일하더라도 소통이 안 된다면 한 팀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정보의 소외는 관계의 소외를 낳는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면 영어를 공식 업무 언어로 하는 것이 맞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 법인들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어로만 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중요 직원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은 영어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 리더십 교육 실시 대부분의 대기업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계층별 교육, 리더십 교육을 한다. 이런 교육은 회사가 직원을 단기적으로 써먹고 버리는 부품이 아니라 미래의 경영 파트너로 본다는 의미다. 외국인 직원에게도 경영,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실시하면 이런 메시지를 주고, 회사가 잠시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5. 투명한 성과주의와 능력에 따른 보상

앞서 한국 기업 리더들의 관리 스타일을 외국인 직원들이 이직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이 말을 일 못 하는 외국인 직원들도 적당히 봐주면서 데리고 있으라는 의미로 오해하면 안 된다. 서구 기업들은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성과에 대해서는 철저하기 때문에 기대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직원에 대해서는 냉정한 처분이 뒤따른다. 다만 그 전제는 투명한 성과관리 시스템이다. 목표에 대해 명시적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수시로 피드백을 받으며 업무를 추진한 결과에 대해 명확한 기준에 따라 성과를 평가한다면 평가 결과에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낮다.

능력에 따른 보상도 중요하다. 외국인 직원의 역할, 능력에 비해 보상 수준이 약하면 좋은 인재를 유인할 수 없다. 우수 인재는 한국 회사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 아시아 안에서만 해도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등 매력적인 도시와 글로벌 기업들이 많다. 다행히 한국의 보상 수준은 매력적인 편이어서 돈 때문에 우수 글로벌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문제는 글로벌 톱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는 경우다. 이때는 회사가 세워놓은 급여 테이블 기준의 보상으로 불충분한 경우가 있다.

특히 출신 국가별로 급여 기준을 정해 뒀을 때 그렇다. 여러 나라의 급여 수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낮은 직급에서는 급여와 GDP가 높은 상관성을 보이지만 직급이 높거나 전문직으로 갈수록 급여와 GDP의 상관성이 낮아진다. 즉 개발도상국 출신 인재라도 그 사람이 충분한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경우에는 선진국 수준에 가까운 보상을 받는다. 이런 인재를 두고 ‘당신은 ○○○ 출신이니 기준에 따라 우리가 줄 수 있는 금액이 ○○○만 원’이라고 제안하면 우수 인재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김성남 인사 전문 칼럼니스트 hotdog.kevin@gmail.com

필자는 듀폰코리아, 타워스왓슨,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현재 글로벌 컨설팅사 머서에 몸담고 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 김성남 김성남 | 칼럼니스트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hotdog.kev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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