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활성화시킬 승진자 심사, 과거 업적보다 미래에 주목하라

234호 (2017년 10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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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남 김성남
김종식


Article at a Glance

승진은 거의 모든 직장인의 관심사다. ‘조직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인사제도지만 직원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에 기업 리더들에게도 큰 관심사이자 고민거리다. 기업들이 현재 실행하고 있는 승진 제도 관행은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바로 연공형, 경쟁형, 포지션, 인증형, 핵심 인재 중심 승진제도다. 이 다섯 가지는 각각 장단점이 명확하기에 기업마다 업의 특성과 조직문화, 인원 구성을 고려해 적절히 선택하고 때로는 혼합해 활용해야 한다. 효과적인 승진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직 여건을 감안해야 하며 엄격한 직책 승진이 필요하다. 또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지속적인 인재 리뷰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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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승진제도는 조직의 필요를 우선시한다

승진.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두 글자다. 조직 구성원의 대부분이 크게 관심을 갖고 있기에 그 원칙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논란도 많이 발생하고 불만도 많이 나온다. 승진 관련 인사발표가 나면 다들 수군거린다. ‘음모론’과 ‘권력암투설’ ‘줄서기론’ 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게 승진이지만 개개인의 직장인이 아닌 조직과 기업 리더십의 입장에서 ‘제도와 절차’ ‘원칙’으로서의 승진을 고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당장 대형 서점에만 가도 ‘어떻게 하면 승진할 수 있는지’를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은 많지만 조직의 입장에서 승진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말해주는 책은 찾기가 힘들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바로 그 조직의 입장과 기업의 경영자와 리더의 관점에서 승진이라는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승진은 조직의 필요에 따라 준비된 직원을 상위 직책 또는 직급으로 상향 이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상향 이동이 ‘조직의 필요’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이다. 언제 몇 명을 승진시키고, 누구를 승진시킬지에 대한 결정은 조직이 자산을 어떻게 투자 및 운영할지에 대해 결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즉, 경영진의 책임과 권한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개인 입장에서는 다소 마뜩잖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승진은 채용과 더불어 조직의 인적자원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경영상 의사결정이다. 승진은 조직구조뿐 아니라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은 물론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적시에 적임자를 임명하고 이동시키는 승진 인사를 해두지 못하면 인재의 파이프라인이 약화될 수 있고, 승진을 남발하면 역피라미드형의 기형적 조직 구조와 인사 적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8월21일 대법원은 ‘승진 제도 개선과 관련한 사항은 공무원 단체협약으로 정할 사항이 아니다’는 판결을 냈다. 법원공무원노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아무래도 형평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 조직에서조차 승진 의사결정은 조직의 필요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승진이 직원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승진은 기본적으로 조직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는 승진 인사도 문제는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승진은 직장인들에게 있어 평가, 보상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2015년 말 국내 직장인 541명을 대상으로 새해 목표를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꼴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승진’을 꼽았다. 물론 이런 수치를 굳이 들먹이며 말하지 않더라도 직장인들에게 승진이 지대한 관심사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어떻게 승진할 것인가’ 참고.)

기업들 역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한 카드로 승진을 활용해 왔다. 노동경제 분야의 전문가인 영국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 제임스 말콤슨(James Malcomson) 교수는 “기업이 개별 직원의 생산성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울 때 인센티브 계약 방식보다는 우수한 근로자 일부를 선별적으로 승진시키겠다는 약속을 통해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1


직장인들이 승진에 매달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연봉구간 상승 또는 승진가급 형태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진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조직 안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한편 승진에는 가중된 책임, 업무량 증가, 스트레스도 함께 따라온다. 그래서 직책 승진을 하지 않고 일반 팀원으로 은퇴할 때까지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2 따라서 승진에 대한 직장인들의 태도를 단순히 ‘이익 추구’ 관점으로만 보면 안 된다.

승진한 직원들은 하급자로서 겪었던 다양한 불합리 및 불이익들을 완화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지위(status)’에 대한 본능적 욕구가 함께 작용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미국 UCLA 연구팀이 직장 내 사회적 관계로 인한 고통의 5가지 주요 원인을 찾아냈는데 그중 하나가 사회적 지위에서 오는 불안감(status anxiety)이었다.3


조직 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대표적 상징물(artifacts)이 바로 직위와 호칭이고 이를 결정하는 것이 승진이다 보니 주요 대기업 정기 승진이 발표되는 연초에는 사무실 건물 밖에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승진에 대한 얘기를 나누거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좌절감을 달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앞서 말했던 온갖 음모론과 권력암투설이 안줏거리로 오르는 것도 볼 수 있다.

 

직위와 승진이 갖는 한국적 특수성

승진은 어떤 나라의 어떤 조직과 기업에도 존재하는 절차이자 제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승진이라는 변화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 발견된다. 승진이 조직 내 구성원 간의 상대적 관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적 특수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개념이 바로 ‘갑질’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갑질’이라는 한글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2014년 11월을 기점으로 검색량이 폭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림 1)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때문이다. 그 이후로 ‘갑질’이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 ‘취준생’에 대한 회사의 갑질, 힘없고 백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고위층의 갑질, 서비스 직원에 대한 고객의 갑질, 부하직원에 대한 상급자의 갑질. 한국 사회에서 갑질이 2014년에 생긴 것은 아니다. 거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최근에 생겼을 뿐이다.

한국 직장인에게 승진이 중요한 것은 조직 내에서 갑질을 조금이라도 더 적게 당하는 위치로 조금씩 옮겨가는 수단이라는 점 때문이다. 과거에 “억울하면 출세하라”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압축 성장을 거치는 사이 우리 모두는 입시 경쟁, 학점 경쟁, 취업 경쟁을 통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분투했다. 기업에서의 승진 경쟁 역시 그러한 무한 경쟁과 승부의 맥락 안에 존재했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은 그 이전의 모든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성공 가도를 밟아온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승진에서 탈락했다는 것은 커다란 정신적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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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복잡하고 불투명한 인사제도

조직과 개인에게 이렇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승진 제도는 여러 인사 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복잡하고 불투명한 것 또한 사실이다. 다른 여러 제도 및 조직 요인들과 복잡하게 연관돼 있고 승진 결정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승진 규모는 사업 성장, 인력 계획, 조직 설계의 영향을 받는다. 사업 및 조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승진제도를 운영할 경우 지나친 고직급화로 인해 조직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 승진자 결정은 두 가지 면에서 ‘복잡성’이 발생한다. 첫째, 결정 요인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고직급 승진으로 갈수록 그렇다. 현재 직급에서의 체류 기간, 부서 실적 달성도, 최근 2∼3년간의 개인 업적 및 역량 평가 결과, 교육훈련 실적, 직무 전문성, 외국어 능력, 조직 내 평판, 리더십 스타일 등 수많은 요소가 고려된다. 둘째, 최종 의사결정이 고위임원의 정성 판단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직속 관리자와 인사부서가 나름대로의 알고리즘에 따라 후보자를 추천해도 최종 결정은 임원과 CEO의 낙점에 따라 이뤄진다.

복잡하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승진자를 축하하고 탈락자를 위로하는 것은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왜 누구는 승진하고, 누구는 탈락했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과거에 승진을 흔히 ‘블랙박스’로 비유했던 이유다. 즉, 투명성이 낮다는 얘기다. 그런데 인사 제도의 투명성이 부족한 것은 큰 문제다. 실제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승급 및 표창과 제재 등 임금과 인사에 대한 사안을 취업 규칙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거가 불투명한 승진 운영은 나중에 노사 이슈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노사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투명성 부족은 조직 신뢰를 낮추고 조직 몰입을 떨어뜨린다. 기업문화와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존 칠드러스(John Childress) N2그로스 회장은 본인의 저서에서 “직원들은 회사가 어떤 사람을 선발, 승진, 해고하는지를 보고 기업문화에 대해 판단한다”고 했다.4 많은 기업들이 직원 의견조사 시 승진 제도의 형평성에 대해 꼭 묻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승진의 두 얼굴: 보상 vs. 선발

최근 국내 HR 분야에서는 ‘승진을 선발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5 필자는 이 주장에 반만 동의한다. 우선 이 주장의 핵심 논지를 살펴보면 조직 관점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리더를 보임하는 것이므로 직책(관리자/임원)으로의 승진만이 진짜 승진이고 사원에서 대리, 대리에서 과장, 과장에서 차/부장으로 올라가는 것은 승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직책으로의 승진이 아닌 직급의 향상은 ‘승격’이라고 표현하는데 연차, 경험, 능력 향상에 따라 직급은 올라가지만 직원 개인 자격으로 공헌한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팀원으로서 성공적인 직원들이 역할이 달라졌을 때도 꼭 성공적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과거 일 잘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의 승진을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수행할 역할에 대해 준비가 잘된 사람을 뽑는 식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필자가 동의하는 부분은 역할에 본질적 차이가 있는 상위 직책으로 승진을 시킬 때는 그 사람의 기존 업무 성과만 보지 말고 새로운 역할을 맡았을 때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따져보고 승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승진에 있어 진짜 중요한 부분이다. 직책 승진자를 잘못 고르면 부하 직원들을 고생시키고, 성과를 갉아먹고, 조직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여러 조사 결과,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는 진짜 이유의 70% 정도는 상위 직책자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임 리더들이 실패하는 것도 팀원으로 일할 때의 성공 경험, 즉 성공의 함정에 빠져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필자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직책으로의 승진이 아니면 승진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승진과 승격을 나눠 부르는 것도 그리 일반화된 관행 아니다. 영어로 바꾸면 둘 다 프로모션(promotion)이다. 학문적으로도 승진을 설명하는 이론은 ‘토너먼트(tournament) 모형’과 ‘직무배치(job assignment) 기능 모형’이 있다. 전자는 승진이 직원 간 내부 경쟁을 통해 최대한의 노력을 이끌어내려는 인센티브 수단이라고 보고(Lazar-Rosen, 1981), 후자는 회사가 직원의 역량과 능력을 파악해 승진 여부를 결정한다고 본다(Gibbons & Waldman, 1999).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 개념에도 ‘능력 있는 자가 승진한다’는 의미와 ‘성과를 낸 사람이 승진한다’는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

승진이라는 당근으로 지나치게 직원들을 유혹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당근을 완전히 없앨 이유 또한 없다. ‘내가 몇 년 정도 있으면 이 조직에서 부장이 되겠구나’는 기대를 가지고 입사했는데 팀장 승진만 승진이고 다른 승진은 없다고 하면 회사 다닐 맛이 안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자율적, 수평적 문화로 정평이 나서 ‘일하기 좋은 직장’에 수차례 선정되고 아마존(Amazon)에 1조5000억 원에 인수됐던 자포스(Zappos)조차 직위와 승진이 없는 홀라크라시(Holacracy) 체계를 선언 후 불과 몇 달 만에 20%에 가까운 직원들이 퇴사를 해버렸으니 말이다.6


 

승진제도의 대표적 유형

승진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단순하게 보면 두 가지다. ‘얼마나 승진시킬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다. 그런데 얼마나(몇 명 혹은 몇 %) 승진시킬지는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비즈니스 규모, 현재 조직 구조, 향후 성장 전망 등의 변수에 따라 상당 부분 결정이 된다. 따라서 승진 제도는 어떻게 대상자를 결정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관점에서 기업들이 실행하고 있는 승진 제도 관행을 종합해 보면 아래의 대표적 유형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1. 연공형 승진제도

해당 직급에서 정한 연차를 채우면 자연히 상위 직급으로 승진되는 방식으로 가장 단순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림 2) 징계, 근태, 고과 등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한 탈락자가 없다. 이 제도하에서 HR 부서 역할은 결격자를 걸러내고 승진 발령을 내는 정도에 한정된다. 직속상사 역시 승진 결정 과정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 이 제도는 업무 능력이 연차에 비례한다는 암묵적 가정 위에 있으며 구성원 간의 형평성을 가장 중시한다. 과거 산업 고성장기 숙련 직원 수급이 어려운 제조업에서는 꽤 적절한 방식이었고, 호봉제 급여방식과도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조직에서 연공형 승진은 고직급화, 인건비 증가, 경쟁력 저하 등으로 조직을 위험에 빠뜨린다. 처우가 하향평준화되면 우수 인력은 이탈하고 전반적인 조직 역량도 낮아지는 등 악순환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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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쟁형 승진제도

기준에 따라 승진 후보자 풀(pool)을 먼저 정한 후 일정 비율을 승진시키는 방식으로 승진율에 의한 조직구조 관리에 유리하나 탈락자가 다수 발생한다.7
 (그림 3) 포인트 방식으로 후보 풀을 선정하는 관행이 이미 대기업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다. 승진율 관리, 후보자 평가, 부서 간 조정, 사내 커뮤니케이션 등 프로세스 전반에 있어 HR 부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탈락자에 대해 직속 상사들이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며, 고과가 승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므로 상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연공형 승진 대비 연차의 중요성이 낮은 대신 역량 평가, 교육, 자격 등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된다. 또한 경쟁형 승진을 운영하는 회사는 대개 발탁 승진도 함께 운영한다. 연봉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복잡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사무직 중심의 대규모 조직에 적합하다. 이 방식은 치열한 내부 경쟁을 야기하고 승진 탈락에 따른 직원 이탈 및 사기 저하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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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지션 승진제도

상위 포지션에 공석(결원 또는 신규)이 발생하면 적임자를 지정해 승진시키는 방식이다. (그림 4) 승진은 필요할 때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며 ‘승진율’ 또는 ‘탈락’의 개념이 없다. 예산 및 인력에 대해 절대적 권한을 갖는 부서장(라인매니저)들이 승진자를 결정하며 HR은 부서장에 대한 조언/지원 및 회사 전체 인력구조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에 한정된다. 인원이 많지 않은 글로벌 기업의 해외 지사에서 흔한 시스템으로 승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서의 실적 및 부서장 역량이다. 예산에 따라 포지션을 만들거나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조직관리 프로세스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부서 실적이 나쁘면 승진 기회가 줄고 해고 위험도 높다. 승진이 잘될 것 같은 조직에 사람이 모이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기피하며 부서 간 사일로(silo) 현상이 생기기 쉽다. 심플한 반면 투명성은 가장 부족하다. 왜 승진이 되고, 안 되는지에 대해 설명이 없고 승진이 지연되는 직원은 퇴사하거나 ‘될 대로 돼라’식으로 동기가 매우 저하된 상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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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증형 승진제도

상위 직무 능력을 인증한 후 승진시키는 방식이다. 직무 등급별 요구 능력 및 평가 방식이 미리 정의돼 있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인증은 해당 직무의 전문가 집단에 의해 이뤄진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분야에 적합하다. 기술, 연구, 전문직 분야에는 잘 맞지만 일반 사무관리직에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보통 연공형, 경쟁형, 포지션 승진 체계를 운영하면서 특정 직군에 대해 추가적으로 직능 자격을 관리하며, 경력 관리 측면에서도 전문가 트랙과 관리자 트랙을 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런 방식은 어느 정도 규모와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기업에서는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인증형 승진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회사 안에 두 가지 승진 시스템이 있으면 직원들은 어떤 것이 진짜 승진인지 궁금해 하는데 직능방식의 승진으로 인해 급여, 처우, 역할 등에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으면 유명무실해지기 쉽다. 직능자격에 대한 평가에 HR이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 경우 인사부서가 주도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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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핵심 인재 중심 승진제도

회사의 인재를 일반 인재와 핵심 인재로 나누고, 핵심 인재에 대해서는 별도로 승진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핵심 인재들은 선발부터 별도의 채널로 입사해 고속 육성 코스를 밟는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조직 내 상위 5∼10% 정도의 핵심 인재 풀(pool)에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는 승진 비율을 적용하지 않으며 ‘승진 또는 퇴출(Up or Out)’ 원칙을 적용한다. 제도의 전 과정에서 H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임원 레벨에서 직접 관심을 갖고 챙긴다. 핵심 인재들의 육성, 성과, 승진, 이직은 회사 차원의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연차는 큰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역량, 학습 능력, 리더십 자질 등이 중시된다. 유능한 리더를 많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조직에 적합하다. 핵심 인재와 일반 인재(‘B플레이어’) 간의 위화감, 일반 인재들의 상대적 박탈감 및 동기 저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제도를 가진 회사에서는 일반 인재에 대해서는 별도의 승진 기준을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상 다섯 가지의 전형적인 승진 유형과 제도를 살펴봤다. 일선 기업에서는 실제로는 한 가지 유형의 승진 체계를 기본으로 하되 다른 유형의 특성을 일부 가미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원래 연공형 승진 제도를 운영하던 회사가 성과주의 강화를 위해 승진 포인트 방식의 경쟁형 승진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에는 너무 급격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승진 후보자 풀(pool) 선정 시 연차에 대한 가중치를 다소 높게 가져가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아예 복수의 승진 체계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직원들에 대해서는 경쟁형 승진 제도를 운영하면서 직책자에 대해서는 포지션 승진 방식을 운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제조 현장의 기술인력은 연공형 승진을 유지하면서 본사의 사무직원들은 능력주의 승진 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것은 인력 특성별 세분화(segmentation)에 기반한 인사관리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승진 제도는 어떤 유형이 제일 좋다고 할 수는 없고, 조직의 필요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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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제도의 대표적 실패 사례

승진은 직장인들에게 있어 매우 민감한 이슈인 동시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하기도 어려워 운영이 쉽지 않은 제도다. 승진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승진 제도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를 짚어보자:

1. 대책 없는 고직급화

성장기에 승진 자격이나 승진율 관리를 방치하고 연차만 차면 모두 승진을 시켜주다가 사업 성장세가 둔화되면 신규 인력 채용을 억제하는 조직은 머지않아 대책 없는 고직급화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이 회사의 급여, 복리 수준이 높고 고학력자들이 많은 회사일 경우 있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일을 안 하는 분위기 속에 서서히 망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결국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렵다.

2.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는 승진

승진은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더 강한 동기 유발 요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하지만 승진을 시켜놓고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승진과 보상을 별개로 하는 경우다. 승진을 해서 책임과 권한은 커졌는데 급여는 예전과 같다면 오히려 동기를 깎아 먹는 효과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승진을 기피하는 경향도 생긴다. 승진 때문에 지나치게 보상을 높여주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안 높여주는 것도 승진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3. 승진 탈락자의 이직

어차피 승진은 경쟁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승진은 다른 사람의 탈락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승진의 형평성이 낮을 경우 탈락한 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되는 것은 떠나는 직원이 실제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인 경우다. 승진에 ‘물 먹고’ 그만두는 사람은 ‘내가 다른 곳에 가면 승진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고 실제로 그 정도의 인재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잃어버린 인재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서는 또 외부에서 충원을 해야 한다.

4. 승진자 선발의 오류

선발 오류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한 가지는 선발 결과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는 경우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승진했지?’ 하는 반응 말이다. 대개 선발 절차나 기준 자체가 매우 잘못돼 있거나 승진 과정에 정치적 고려요인이 작용했을 때 이런 반응이 나온다. 두 번째 오류는 일 잘하고 촉망받던 사람을 승진시켰는데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내거나 뜻밖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회사의 승진자 선발 체계가 너무 과거 성과에 치우치고 미래 행동에 대한 예측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다.

5. 관리자들의 남용

승진 결정권을 관리자에게 일임하는 사례를 제외하면 승진은 회사 차원의 일관된 기준에 따라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 관리자는 부하직원에 대한 객관적인 업적, 역량에 대한 평가를 통해 승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에서는 이 당연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 일부 관리자들은 평가권을 넘어 승진까지 자신의 의사대로 쥐락펴락하려고 한다. 가장 흔한 것이 승진자 몰아주기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직원이 승진하는 게 아니라 승진을 시키기 위해 평가를 높여주는 주는 것으로,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격이다. 자신이 승진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한 직원을 정해놓고 ‘내가 올해 승진시켜줄 테니 열심히 해라’는 식이다. 다른 직원들은 승진뿐 아니라 평가에 있어서도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게 돼 불만이 커진다.

 

효과적인 승진제도를 위한 제언

1. 조직 여건에 맞는 제도 적용

승진에 대한 구성원의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에 의한 승진’이 아니라 ‘제도에 의한 승진’이 이뤄져야 한다. 사람이 승진을 좌우하면 직원들은 조직의 이익보다는 그 사람에게 충성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제도가 있으면 그런 문제가 완화된다. 모든 상황에서 최선인 제도는 없다. 따라서 몸에 맞는 제도를 선택해야 한다. 직원 10명의 스타트업 회사라면 창업주의 결정이 최선의 의사결정일 수 있다. 한 해 50만 명 이상의 여행객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 전문기업 ‘여행박사’는 팀장이나 회사의 대표 자리까지 직원들이 1년에 한 번,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고 한다. 제조업의 승진과 금융업의 승진이 같을 수 없고, 학교나 공기업의 승진 제도 역시 다를 수 있다. 다만, 한 번 만든 승진 제도를 너무 자주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다양한 승진 방식의 장단점을 가려서 가장 적절한 방식을 선정하고 단점은 보완하면 된다.

 

2. 엄격한 직책 승진

일반(팀원) 승진과는 달리 팀장, 임원 등의 직책 승진은 더욱 엄격하고 공정해야 한다. 직책자는 팀, 본부, 그룹 전체의 성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리더, 부서원들의 성과를 가로채는 리더,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는 리더들이 승진하면 함께 일하는 부서원들이 고생할 뿐 아니라 조직 분위기가 나빠진다. 따라서 직책 포지션 승진은 과거 성과만 보고하면 안 된다. 리더십 스타일, 팀 관리 능력 등도 중요하다. 일례로 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경우 인수합병 후 직원 이직이 잦아지자 원인을 분석했다. 합병으로 단기간에 책임자 포지션이 늘어났는데 준비되지 않은 후보자를 보임하면서 조직 내 갈등이 커졌던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해 이직자의 83%가 관리자 보임 1∼2년 차의 신참 관리자 밑에서 발생했다. 또 디레일러(derailer)라고 부르는 경력 이탈 요인은 새로운 역할에서 결정적인 실패를 부르는 요인을 심리학적으로 검증한 것인데 이런 부분도 확인하면 좋다. 지나친 완벽주의(perfectionism), 거만함(arrogance), 가면 쓴 얼굴(passive-agressiveness)8
, 습관적 불신(habitual distrust) 등이 그런 사례다. 이런 것은 전문기관을 활용한 설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3. 평가 공정성 확보

승진 제도는 평가제도라는 기반 위에 지은 집과 같다. 승진 결정 요인에서 고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기반이 약하면 집이 무너지기 쉽듯이 평가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잘 짜인 승진 제도라도 무용지물이다. 효과적인 목표 수립 및 과정 관리뿐 아니라 직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 수용성을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절차 공정성’이기 때문이다.9
 평가 공정성 달성을 위해서는 제도와 함께 관리자(평가자) 마인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2015년 노동연구원이 50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가자 교육을 하지 않는 기업이 48%에 이른다.10
 한편 평가의 공정성을 높인답시고 성과와 무관한 요소를 비교해 승진자를 선발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관리자 승진 대상자에게 지식을 측정하는 필기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모든 대상자들이 동일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공정’하다고는 할 수 있으나 승진에 대한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4. 인재를 키우는 승진

승진 제도는 기본적으로 ‘형평성’을 우선시한다. 그런데 직원들은 저마다 강점과 약점이 다르고 배우는 속도에도 차이가 있다. 높은 잠재력을 지닌 인재들을 너무 오래 한 자리에 놔두면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가고 궁극적으로는 조직 역량이 손상된다. 따라서 잠재력이 큰 인재의 성장 속도에 맞는 승진이 필요하다. 발탁 승진이 한 가지 방법이고, 위에서 언급한 핵심 인재 중심의 승진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런 승진의 경우는 일반 인재들보다 훨씬 엄격한 평가의 잣대를 적용해야 조직원들이 수용할 수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은 대졸 신입 인재를 뽑아서 2년간 3개의 프로젝트에 투입한 후 높은 성과를 내면 관리자로 발탁을 한다. 2000년대 이후 국내 대기업 임원의 평균 연령이 꾸준히 낮아지는 것도 발탁 승진 효과와 관련이 있다.

5. 정년 60세 시대에 맞는 승진 기준

일반 인재들이 승진과 관련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승진 적체다. 유입되는 젊은 피는 적고, 연공서열식으로 승진을 시켜서 조직 전반이 고직급화돼 있으며 조직을 키울 수는 없는 상태에서 직책 포지션 바로 전까지 승진해 있는 후보자들이 너무 많은 현상은 조직원 전체를 답답하게 만든다. 그런 후보자들이 모두 유능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이런 상황은 조직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년 60세 시대에는 승진 연한에 대한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 포지션 중심의 승진 제도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기업의 경우는 40대 초반의 인사 담당 임원 밑에 50대 후반 보상(C&B) 담당 관리자가 일을 했지만 임원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함께 일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연공형 또는 경쟁형 승진 방식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승진 후보자 선정 시 연차가 갖는 가중치를 더 낮추거나 극단적으로는 아예 없애야 할 수도 있다. 연봉, 성과급 체계, 조직문화 등을 대신해 상위 직급에서 요구되는 특정 역량이나 자격 요건을 의무화하는 것도 방안이다.

6. 주기적인 인재 리뷰 실시

제도에 의한 승진은 너무 정량적으로 흐를 수가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역량과 잠재력은 몇 가지 기준에 따라 점수로 줄 세우는 것만으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정량적 접근의 한계를 보완할 방안이 필요하다. 좋은 방법이 인재 리뷰(영어로 talent review 또는 people session 등으로 부름)라고 할 수 있다. 반년 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경영진이 모여 중간관리자 이상의 인재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직원들의 업적, 역량 측면의 평가 결과 외에도 직원들의 강약점, 스타일, 육성 필요 영역, 향후 맡을 수 있는 포지션, 이직 위험성 등 인재 운영 전략의 전반적인 관점에서 토론이 이뤄진다. 과거 GE에서는 ‘세션C(Session C)’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인재 리뷰를 실시했고 이것이 널리 퍼졌다. 이러한 리뷰 프로그램은 현재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 인재 리뷰가 승진을 바로 결정하지는 않더라도 나중에 승진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김성남 인사조직전문 칼럼니스트 hotdog.kevin@gmail.com

DBR mini box

승진의 비밀

승진은 ‘누군가를 뽑아야 하는’ 기업 리더들뿐 아니라 ‘뽑히는 대상’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승진 시즌마다 술렁이는 직원들과 온갖 정보들은 그 관심도의 방증이다. 이번 호 DBR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 ‘어떤 인재를 기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필자는 여러 회사의 임원과 CEO를 지내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사람이 승진할 수 있는가’, 즉 ‘How to Be Picked’를 다뤄보고자 한다.

당신은 현재의 보직에 꼭 필요한 인재인가?

당신이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할 수 있다면 우선은 축하받을 일이다. 하지만 당신이 조직의 ‘전략적 인사 관리 대상’이 아니라면 당신의 다음 승진 확률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조직의 일반적인 속성 중 하나는 ‘보직을 자주 바꾸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모든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돌아가기를 바란다. 유고나 사고 또는 고객이나 내부의 불만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지 않으면 경영진 입장에서 잘 돌아가는 기존 시스템을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필자가 기업을 이끌 때도 그랬다. 당신이 조직에서 꼭 필요한 인재이고 몇 단계 승진의 야심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설적으로 ‘후임자를 양성’해야 한다. 본인의 후임자를 육성한다는 개념은 좋은 성과를 내는 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조직은 현재의 직위를 유력한 후보자에게 맡겼을 때 별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특정 대상자의 부서 이동이나 승진 등을 적극 검토할 것이다. 특히 중간관리자급에서 이런 의식적인 노력은 중요하다. 후임자를 육성해야 승진이나 다른 부서로의 이동이 가능해진다. 후임자를 양성하는 사람은 그만큼 본인의 경력 관리를 의식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조직은 그런 사람을 눈여겨본다.

하지만 후임자 육성에 관심을 두는 직장인들은 실제 많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최고경영자들은 본인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좋은 실적을 올렸는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고 그 성공스토리를 말하기 좋아한다. 그러나 의외로 그런 최고경영자 중에 얼마나 유능한 임직원이나 후임자를 육성했는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심지어 조직 내 유능한 부하 직원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내보내 더 오랫동안 본인의 자리를 유지하고 장수한 결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중역들도 있다. 이게 지금까지는 일부 통하는 성공공식이자 승진 공식이었는지 몰라도 4차 산업혁명 시기 급변하는 환경, 유연한 인재들이 모여 유연하게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공식이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후임자가 없는 경우 보직 이동을 통한 승진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 또 후임자가 없음에도 조직이나 상사에게 보직 이동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이기적이거나 무책임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이런 생각이 경영진의 머릿속에 강하게 입력되게 되면 승진은 더욱 힘들어 진다. 유능한 후임자가 있다면 당신은 현재 보직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조직의 인식이 바뀌게 되고 결국 자신의 경력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될 부서로의 이동이나 승진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후임자 육성은 당신의 자리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이동이나 승진을 위해 필요한 경력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필자는 2000년 당시 커민스 중국 사장이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해 자리 이동 기회가 생겼다. 다행히 나에게는 후임자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임원들이 두 명이나 있었다. 내가 책임지던 조직을 이원화해 그들이 책임자가 됐다. 그리고 나는 중국 사장으로 부임했다. 후임자들이 없었다면 본사의 중역들은 나의 중국 사장 부임을 망설이거나 다른 대안을 모색했을 것이다.

 

당신은 자기 전공 분야의 전문가인가, 여러 부서와 기능을 이해하는 통합 매니저인가?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이바라 교수는 “직장에서 승진을 하고 싶은 사람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i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질문은 ‘나는 어떤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게 이바라 교수의 얘기다. 이를 바꿔 말하면 전공에 기반을 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대해 전문가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인재다. 다시 승진을 바라는 임직원의 입장으로 돌아와보자. 어느 조직이나 항상 ‘다양한 경험과 통합적 능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인재를 대하지는 않는다. CEO가 누구냐에 따라 그 방향은 달라진다.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나 수년, 때론 10여 년 이상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다양한 역량’을 키워주고자 하는 리더는 등장하게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조직은 앞으로 어떤 타입의 리더가 이끌든지 간에, 이런 통합형 인재들을 원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조직에서 원하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통합적인 접근’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많은 글로벌 기업의 한국 책임자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리더가 됐다. 대학에서의 전공이 무엇인지, 회사 경력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 조직에서 여러 부서와 지역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통합적이고 다양한 역량을 가진 인재가 돼야 한다.

 

당신에게는 내부와 외부의 비즈니스 멘토가 있는가?

조직에서는 탁월한 실적을 내는 사람들이 승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능력이 있을 것 같거나 ‘일을 잘할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들이 승진을 한다. 조직원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든데다 최고경영진의 주관에 의해 인사가 이뤄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인하고 싶더라도 이건 분명한 현실이다. 따라서 실제 성과보다 더 큰 역량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동료나 상급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승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자도 본사의 고위 중역들이 멘토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에 오르고 18년 동안 한 회사에서 지역 사업 책임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중 처음 몇 년간은 운 좋게 아주 좋은 성과를 올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중역이나 최고경영자로 승진하려면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고위직으로의 승진에는 성과 외에 다른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본사의 여러 중역들에게 ‘내가 잘한 프로젝트’를 직접 설명할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또 나의 긍정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입소문을 내준 본사의 고위임원이 없었다면 필자의 경력도 달라졌을 것이다. 조직에서 장기적으로 재임해 영향력이 크고 존경받는 고위 중역 중 한두 명이 당신을 자신의 멘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고위직으로 승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게 바로 누구나 잘 알지만 밖으로는 얘기하지 않는 조직 생태계의 비밀이다.

물론 고위 중역들이 특정 부하직원을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이유는 아마도 한때 당신이 탁월한 성과를 냈거나, 상사의 고민거리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형성된 신뢰를 갖고 있기에 당신의 팬이 됐고 내부 세일즈맨이 된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람들이 외부 멘토다. 이들은 당신을 좋아하고 지원을 하며 당신의 성공을 지원한다. 어떤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닌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유대 관계가 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거래 관계가 아닌 정서적 유대감을 가진 사람 중에 당신의 진로나 커리어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경륜과 지혜을 가진 멘토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가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내부 멘토가 당신의 승진을 돕고 커리어를 이끌어 주는 Pull 역할을 한다면 외부 멘토는 당신이 분별력 있고 현실감을 가지고 행동하도록 하는 Push 역할을 한다. 외부 멘토는 내부 멘토와 달리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이 중요하다. 내부 멘토는 같은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성과와 평가 등의 인사 관리 시스템이나 기업 문화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외부 멘토는 이런 관계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좀 더 객관적이고 넓은 시야로 조언이나 코칭을 해줄 수 있다. 성공한 직장인이 되려면 두 명 이상의 지속적인 멘토가 있어야 한다. 이런 관계를 유지하려면 멘토와 멘티 모두 상당한 물리적 정신적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에필로그: How I did It
 

넒은 직장에서 좁은 전공에 집착하다 보면 안목을 키울 수 없다. 당연히 승진도 힘들어 진다. 필자의 경우 공학박사라는 전공을 연구소 생활 3년여 만에 자발적으로 버렸다. 경영이라는 분야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이다. 방향을 현실화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제품기획 부서로, 다음엔 해외마케팅 부서로 이동했다. 쉽지 않았지만 필요한 경력 진화의 과정이었다. 매니저에서 디렉터라는 직급으로의 승진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됐다. 디렉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필자에게 다가온 기회, 즉 내 상사의 잘못된 의견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면서 오히려 그 회의에 참석했던 상급자(수석 부사장)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회의와 각종 보고회 등에서 우리는 이 같은 결정적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결코 인위적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평소에 많은 공부를 하고 확신을 갖는다면 기회는 반드시 한 번 이상 오게 돼 있다. 이렇게 경영진이 나를 눈여겨볼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잡아야 한다. 나를 눈여겨본 수석 부사장은 그 사건 이후로 나의 내부 멘토의 역할을 해줬다.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좋은 성과도 내고 조직의 다른 책임자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경영진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은 당신의 몫이고 능력이다. 이런 능력에 긍정적인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팀원들을 잘 육성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정말 뛰어난 직장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식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jongkim2000@gmail.com

김종식 교수는 1986년 <포천> 500대 기업 중 하나인 미국계 글로벌기업 커민스(Cummins)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해 1991년부터 2009년까지 커민스의 한국 투자법인인 커민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과 커민스 중국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인도계 글로벌기업 타타그룹(Tata Group)의 한국 투자법인 타타대우상용차의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 공대와 퍼듀대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39호 2017 Business Cases 2017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