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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경영 찾기

CEO와 두목은 뭐가 다를까

안병민 | 229호 (2017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직원을 해고하지 않은 국내 메이저 여행사 여행박사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딜러기업인 ‘넷츠도요타난고쿠’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숨겨져 있다. 두 회사 모두 직원을 수단이나 도구로 여기지 않고 ‘직원의 행복’을 목적으로 두고 있으며, 직원들이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일한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지적창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생산수단이 된 지금, 우리는 이제 도구적 인간관에서 벗어나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편집자주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턱이 닳는 지방 맛집, 오랜 시간 변함없이 단골들의 사랑을 받는 작은 동네 가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각종 콘텐츠에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경영의 지혜’가 숨겨져 있습니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경영의 지혜를 쉽게 풀어내는 ‘숨은 경영 찾기’를 연재합니다.



시쳇말로 ‘카리스마 작렬’입니다. 눈빛만으로도 이미 게임은 끝입니다. 그를 건드릴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 교도소장마저 그를 어쩌지 못합니다. 명실상부한 감옥의 제왕입니다. 3월 개봉한 영화 ‘프리즌’ 속 배우 한석규가 연기한 ‘익호’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상상력은 참 흥미롭습니다. 범죄의 소멸 지점인 교도소에서 새로운 범죄가 시작된다는 설정 말입니다. 교도소 밖에서 사건을 물어오는 자와 교도소 안과 밖을 오가며 그 연락을 이어주는 자, 그리고 교도소 안에서 범죄를 기획하고 밖으로 나가 실행하는 자가 뒤엉켜 교도소는 ‘범죄의 제국’으로 새롭게 완성됩니다. 그 고리의 정점에 바로 익호가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 속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습니다. 익호의 반대파에 있던 건달 창길이 익호의 심복 홍표를 꾀는 대목입니다. 악마의 속삭임은 특별한 게 없습니다. “넌 부속품이야. 넌 쓰고 버려질 거라고.” 이 말에 익호에게 절대 충성해 왔던 홍표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립니다.

영화 얘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리더십과 신뢰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위 상황을 그대로 기업의 경영현장으로 옮겨보겠습니다. B기업의 핵심 인재 A부장에게 C기업에서 유혹의 손길을 뻗칩니다. 어차피 B기업에 계속 있어봤자 이용만 당하고 제대로 대접은 못 받을 거라고, 우리 C기업으로 오면 고위임원 자리를 보장하겠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A부장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만약 A부장이 평소 대표와 충분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 상황이라면 C기업의 유혹은 ‘소귀에 경 읽기’일 겁니다. 그런데 B기업의 대표가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리는 리더라면, 실제로 그렇게 버려진 직원들이 많다면 결론은 뻔합니다. 회사가 나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여긴다면 직원도 회사를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황의 길고 긴 터널, 그 끝이 안 보이는 요즘입니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사실 해고는 많은 기업들이 경영 위기 때마다 손쉽게 꺼내 드는 ‘전가의 보도’입니다. 하지만 국내 메이저 여행사 중 하나인 여행박사에는 창립 이래 해고가 없습니다. 여행박사라고 위기가 왜 없었을까요? “직원이 잘못해서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은 동의하기 힘들다. 그 직원은 누가 뽑았나? 그 직원이 했던 일은 누가 시킨 건가? 잘못이 있다면 모두 경영진의 잘못이다. 그런데 왜 직원들을 해고하나? 즐길 때 함께했던 것처럼 고통 또한 함께 나누면 이겨낼 수 있다.” 경영진의 책임은 도외시한 채 애꿎은 직원들에게만 눈을 부라리던 수많은 기업들을 향해 여행박사 신창연 창업주는 일갈합니다. 해고는 답이 아니라고, 꼭 해고해야 한다면 그 대상 또한 잘못됐다고 말입니다.

여기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넷츠도요타난고쿠’입니다. 넷츠도요타난고쿠는 도요타의 딜러기업으로 13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한 회사입니다. 무려 300개가 넘는 도요타 딜러회사들 사이에서 이룬 쾌거입니다. 판매 실적도 항상 상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탁월합니다. 이 회사 요코타 히데키 창업자가 이야기하는 비결은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직원 만족을 통한 고객 감동입니다. 사실 수많은 기업들이 내세우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관건은 직원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직원을 ‘도구’가 아니라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요코타 히데키 회장은 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고 역설합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들의 인생에서 승리자가 되도록 하는 게 경영의 목적이랍니다.

여기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 있습니다. 여행박사나 넷츠도요타난고쿠의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위해 일하고 회사도 이를 권장합니다. 여행박사 신창연 창업주나 넷츠도요타난고쿠의 요코타 히데키 회장의 경영철학은 그래서 ‘3.0’입니다. ‘경영1.0’은 산업화 시대, 나를 따르라는 카리스마로 무장한 리더들이 각종 규정과 방침, 통제로 회사를 경영하던 개념입니다. 경영 1.0이 직선적이라면 ‘경영 2.0’은 은근합니다. 스스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도록 직원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진작시킵니다. 무게중심이 채찍보다는 당근에 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 2.0의 중심에도 1.0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있습니다. 회사의 매출과 수익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버전 업’일 뿐입니다. 하지만 ‘경영 3.0’에서의 중심은 ‘회사’가 아니라 ‘직원’입니다. 회사 이전에 직원들을 먼저 행복하게 만들어주자는 겁니다. 경영 3.0, 위 두 기업의 사례를 보면 그 의미는 뚜렷해집니다.

얼마 전 시중 기업들이 직원들의 행복 관리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휴가 장려, 심리상담 도입, 스트레스 관리 등 반길 만한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하지만 목적은 하나입니다. 실적 개선입니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면 생산성이 올라갈 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직원을 수단으로 대하는 ‘도구적 인간관’에 있습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경영의 생산수단이 물적 요소들이었다면 지금은 지적 창의성입니다. 과거 경영의 목적이 돈이었다면 이제는 사람입니다. 인간이 더 이상 수단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라 했습니다. 사람이란 존재는 아무리 촘촘하게 그물을 쳐도 작정하면 다 빠져나갑니다. 하늘의 그물을 쳐야 합니다. 관건은 신뢰와 자존감입니다. 부하들을 늘 도구로 여기던 영화 속 조폭 두목들은 모두 파멸했습니다. 그래서 여쭤봅니다. 리더가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두목이 되시겠습니까?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 및 자문,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DBR 객원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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