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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뭐가 문제인지 잘 정리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를 푸는 첫걸음

토드 애스터,돈 키이퍼,넬슨P.리페닝 | 229호 (2017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경영진은 조직의 변화를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변화를 시도하기 전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부터 명확히 기술해 보라.
- 큰 문제는 신속하게 처리 가능한 일련의 작은 문제들로 나누어 해결하라.
- 도요타자동차가 개발한 A3 양식을 활용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화된 접근 방식을 따르라.



편집자주

이 글은 2017년 봄 호에 실린 ‘The Most Underrated Skill in Management’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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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출간된 비즈니스 서적 중 변화의 필요성을 논하지 않는 책은 거의 없다. 이런 책들이 주장하는 바는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 조직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화와 관련된 주장 중에 아직 침묵 속에 남겨진 질문이 있는데 과연 어떤 조직들이 이런 변화를 주도할 것이며, 또 어떤 방식으로 이끌 것인지 하는 문제다. 학계 연구들은 기존 작업 방식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접목하는 능력이야말로 많은 리더 중 변화의 주역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제시한다.1 대규모 조직 개편 및 변화 사업보다 실행 가능한 작은 변화들을 차례로 이행하는 것이 관리에 더 용이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다.2 많은 조직들이 지속적인 변화와 학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목표를 꾸준히 달성하는 조직은 거의 없다.3 필자 중 두 명은 20여 년 동안 변화를 연구하고 이루려고 애써왔다. 줄곧 뒤에서 서성이던 그들이 이 분야의 선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는 한 실망스런 회의를 통해 놀라운 경험을 하면서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 필자 중 한 명인 돈 키이퍼는 변화를 이끌 대형 프로젝트에 막 착수하려던 참이었다. 바로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의 엔진 공장에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이었다. 그는 관련 경험이 풍부한 하지메 오바(Hajime Oba)를 컨설턴트로 고용했다. 회의를 약속한 날, 오바는 공장에 도착해 관련 시설을 시찰한 후 돈의 사무실로 왔다. 돈은 오바에게 ‘언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나?’ ‘프로젝트가 완수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나?’ ‘예상 비용은 얼마나 되나?’ 등 여러 가지 질문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오바는 그런 질문들에 답하지 않고 거꾸로 돈에게 단 한 개의 질문을 반복해서 물었다. “키이퍼 씨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신 건가요?” 돈은 당황했다. 그는 돈을 쓸 준비가 돼 있었고 그의 사무실에는 세상에서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도 한 명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 전문가는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회의는 순조롭지 않았다. 돈은 마치 퍼즐게임 같은 상황에 짜증이 났고 오바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지친 마음으로 돈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비록 그 날은 양측 모두 좌절감을 느꼈지만 필자들은 오바가 돈에게 효과적인 변화를 이끄는 기본 기술 하나를 가르치려 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바로 명확히 문제를 기술(problem statement)하는 것이다. 오바와 만난 이후 두 필자는 수십 개의 조직에서 1000여
명의 임원들을 교육해 왔다. 심장 수술 병동의 침상을 관리하는 일부터 인간 게놈의 서열을 연구하는 데 이르기까지4 그들은 여러 조직들을 도와 아주 다양한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필자들은 그런 경험을 통해 문제 정형화(problem formulation)가 모든 경영 실천 사항 중 가장 저평가된 기술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비즈니스에서 “당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없다. 필자들의 경험에 의하면 문제를 분명한 구문으로 정리할 줄 아는 리더들은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분산되는 경쟁자들보다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룸으로써 더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명확한 문제 기술은 당신의 조직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 안에 내재돼 있는 에너지와 혁신의 잠재력을 일깨워줄 수 있다.

문제를 제대로 정형화하는 작업이 가치 있는 만큼 이를 실천하는 경우도 드물다. 심리학자들과 인지 과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이 어떤 상황에 놓이면 뇌는 잠시 작동을 멈추고 그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기보다는 해결책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결론으로의 도약’이 화재 진압이나 응급 수술처럼 극단적으로 시간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전문가가 문제를 해결할 때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변화를 모색할 때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종종 혁신의 기회를 차단하고 시간과 비용만 낭비할 수 있다. 필자들은 이 글을 통해 문제 정형화 기술을 개선함과 동시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인간의 두뇌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지난 몇십 년간 수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어떤 문제와 씨름할 때 적어도 2가지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며 그중 어떤 방법을 주로 활용하느냐는 개인이 처한 현재 상황과 주변 맥락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관련해 꾸준히 연구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 2가지 사고 모드를 제대로 구별할 때 유용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리학자와 인지 과학자들은 이 2가지 모드를 자동적 처리(automatic processing)와 의식적 처리(conscious processing)라 부른다(시스템1과 시스템2라고 부르기도 한다).5 이 두 모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속도는 각각 다르다.

의식적 처리. 의식적 처리는 뇌에서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가리킨다. 당신이 무언가를 생각할 때 이를 스스로 인식한다면 당신은 의식적 처리 모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의식적 인지는 강력하면서 정확하다. 이는 현재 처한 상황을 뇌에서 사진으로 찍은 다음, 이전에는 한 번도 발생한 적 없을지라도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처리 방식이다.6 이런 능력을 통해 인간은 다른 종에게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혁신하고 학습할 수 있다.

이런 강력한 힘에도 불구하고 의식적 처리는 적어도 3가지 측면에서 ‘값비싼’ 모드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의식적 처리는 자동적 처리에 비해 속도가 훨씬 느리다. 둘째, 의식적 처리를 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한 가지 문제를 처리하기로 결정한 경우 동시에 또 다른 문제를 처리할 역량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의식적 처리는 인간이 피곤하거나, 배고프거나, 산만할 때는 아주 적은 에너지를 내거나 그 능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높은 비용 때문에 인간의 두뇌 시스템은 정말 필요할 때를 위해 의식적 처리 능력을 ‘저장’해 놓은 채 가능하면 ‘저렴한’ 자동적 처리 모드를 사용하는 식으로 진화해왔다.



자동적 처리. 자동적 처리는 의식적 처리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인간은 그것을 통제할 수 없고 심지어는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신에 그 결과만 인식할 뿐이다. 어떤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든지, 운전할 때 앞 차가 갑자기 정지하면 브레이크를 밟는 물리적 반응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자동적 처리 기능에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없다. 그 대신 당신의 두뇌에 일종의 ‘백 오피스(back office)’를 만든다.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의 해법이 몇 시간이나 며칠 후 갑자기 떠오른다면 그건 당신의 자동적 처리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문제를 의식적으로 해결할 때 우리는 문제에서 해결책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경로를 구축하는 논리적인 진행 방식을 취한다. 반대로 자동적 시스템은 연상(association) 혹은 패턴 매칭(pattern matching)이라고 알려진 기능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의식적 처리기(automatic processor)는 현재 부딪친 도전 과제를 이전에 발생했던 상황과 매칭함으로써 과거 경험을 행동의 지침으로 활용한다. 정지 신호에 매번 본능적으로 반응하거나 엘리베이터에 들어갈 때 먼저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하기 위해 자동적 처리 모드의 패턴 매칭 기능에 의지한다.

우리의 ‘연상 기계(associative machine)’는 환경 안의 미묘한 패턴도 놀라울 만큼 능숙하게 식별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자동적 처리 기능은 우리 뇌에서 테니스나 야구 경기 중 날아오는 공을 쳐 낼 수 있을 정도로 빨리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다. 심리학자인 게리 클레인(Gary Klein)은 외과의사나 소방관처럼 엄청난 시간적 압박을 받으며 일하는 숙련된 전문가들이 아주 짧은 순간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때 자신의 과거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연구해 왔다.7G.A. Klein, “Sources of Power: How People Make Decisions”(Cambridge, Massachusetts: MIT Press, 1998). 이런 작업 조건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깊이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거의 즉각적으로 연결해 낸다.

그러나 자동 처리 모드는 경험을 통해 식별한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솔루션 대신 기존 방식에 안착하려는 편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때때로 그 분야에 대해 ‘더 잘 알아’라고 자부할 정도로 충분한 경험이 없는 신규 멤버에게서 나오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혁신이란 보통 이전에 쌓은 이질적인 견해와 경험들을 서로 결합할 때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8 더군다나 이전 경험에 의존하려는 경향은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에서 발생한 원전폭발 사고 같은 대규모 산업 재해로 연결될 수 있다. 새로운 상황을 기존에 구축한 패턴으로 섣불리 해석한 후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경우에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9

따라서 무의식적 처리 또한 혁신을 이루는 데 중대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에는 거기서 한 걸음 물러나 잠시 다른 일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인큐베이션(incubation)’ 과정에 정말 효과가 있다는 증거들도 일부 존재한다. 뇌의 무의식적인 처리 기능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을 결합했을 때 새로운 혁신을 더 잘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10 그러나 의식적 기계의 도움 없이는 그런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 아이디어가 ‘아하!’ 하고 떠오르기 전에 당면한 문제에 몰두하고 관련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통찰력의 섬광이 터진 다음에도 발생한 조합들을 평가하기 위한 의식적인 집중력이 다시 한번 요구된다.



문제 정형화의 원칙

두뇌의 연상 기계는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경험에 기반한 해법으로 바로 넘어간다. 이런 재빠른 사고를 좀 더 신중한 접근법으로 보완하기 위해 구조화된 문제 해결 기능은 관측된 데이터를 문제의 근본 원인과 연결해서 궁극적으로 해법에 이르는 논거를 개발한다. 이런 논리적 경로를 개발하면 의식적 처리 모드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면서 무의식적 돌파구를 발전시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효과적인 논리 사슬은 문제를 명확하게 기술하는 일로 시작되지만 필자들은 경험상 이 영역에 대한 조직들의 노력이 가장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좋은 문제 기술에는 다음과 같은 5가지 기본 요소가 포함돼 있다.

● 조직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인지 검토하고, 그 요인을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로 연결한다.

● 현재 상태와 목표 사이의 명확한 격차를 포함한다.

● 목표, 현재 상태, 그리고 그 격차라는 핵심 변수들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 문제에 대한 진단이나 해결책에 대해 가능한 중립적인 관점을 갖는다.

● 문제의 범위가 빨리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작다.

당신의 문제는 중요한가? 구조화된 문제 해결의 첫 번째 원칙은 정말 중요한 이슈에 큰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문제 기술에서 시작해 당신 조직이 가진 전체적 미션과 목표로 향하는 직접적인 경로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현대 디지털 컴퓨팅의 아버지 중 한 명이자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교수였던 고(故)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는 자신의 글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보다 해결 방법이 조금 더 어려울 뿐이다.”11 처음부터 ‘실행’ 측면의 주변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함정에 빠지면 정말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그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할 것이다.

격차를 생각하라. 수십 년간 수행된 연구 결과를 보면 인간은 분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목표가 주어졌을 때 더 열심히 일하고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12 좀 더 최근 연구 사례에서 심리학자들은 ‘현재의 정신 상태’를 ‘원하는 정신 상태’와 비교하는, 소위 ‘정신적 대비(mental contrasting)’ 프로세스를 이용하면 단지 미래나 현재 당면한 도전에만 집중할 때보다 더 쉽게 변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13 최근 연구들을 보면 사람들은 일이 진전되고 있음을 느낄 때, 즉 자신의 노력이 문제의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높은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한다.14 따라서 좋은 문제 기술은 당신이 채우려고 하는 문제와 목표의 간격이 명확히 포함돼야 한다.



측정할 수 없는 것까지 정량화하라. 현재 상태와 당신의 목표 사이의 격차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면 효과적인 프로젝트 진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즉각적이고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한 조건에서도 구조화된 문제 해결 방식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 많은 속성들이 객관적으로는 측정되지 않을지라도 주관적으로는 측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속성의 정량화란 단지 그 속성에 분명한 방향이 있어서(그 속성을 강화하는 것이 좋은지 혹은 나쁜지) 그 속성의 강도를 낮추거나 높이도록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많은 조직들은 고객 만족도나 직원 신뢰도 같은 소위 ‘소프트’ 변수 때문에 고민한다. 이런 속성들은 측정하기 어렵지만 정량화가 가능하다. 고객 만족도나 직원 신뢰도 같은 경우에는 둘 다 높을수록 좋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게다가 어떤 문제를 일단 파고들면 처음에는 명확하지 않았던 측정 방법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필자들이 가르치는 임원 MBA 과정에 속한 한 학생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주간 회의를 개선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학생은 직원들이 느끼는 회의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고자 온라인 설문조사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조사를 통해 정량 데이터를 신속히 얻을 수 있었다.

가능한 중립적인 관점을 가져라. 문제 정형화를 할 때에는 그 문제가 왜 존재하고 적절한 해법이 무엇인지를 가능한 미리 정해 놓지 않아야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완전히 중립적인 문제 기술문은 사실상 드물다. 만약 당신이 “매출 실적이 목표 대비 22% 부진함”이라고 문제를 기술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이 문제가 당신 조직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문제를 실행 가능한 방식으로 기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중요한 목표에 이르는 분명한 경로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범위가 충분히 적은가? 마지막으로 좋은 문제 기술문을 보면 당신이 관심을 기울이는 큰 이슈가 구체적 현상들로 그 ‘범위가 축소’돼 있다. 우리의 두뇌는 새로운 패턴들을 매칭하길 좋아하지만 패턴 매칭은 행동을 개시한 후 그 결과를 경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을 때만 효과적이다.15 잘 구조화된 문제 해결 방법은 큰 문제를 빨리 해결 가능한 작은 문제들로 나눔으로써 피드백을 신속히 얻으려는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이용한다. 12개월짜리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는 것보다 1개월짜리 프로젝트 12개를 수행했을 때 당신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빨리 발전할 수 있다.

필자들은 적절한 프로젝트 범위를 정하기 위해 MIT 시스템 다이내믹스 분야의 동료이자 부교수인 존 캐리어(John Carrier)에게서 배운 ‘범위 축소 트리(scope-down tree)’ 기법을 활용한다. 이 기법을 통해 사용자는 큰 문제와 그 안에서 재빨리 처리될 수 있는 세부 징후들 사이에 분명한 경로를 그릴 수 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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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들이 함께 일하는 관리자들의 경우에는 이를테면 60일 만에 30% 정도 개선 가능한 영역으로 프로젝트 범위를 좁히는 원칙을 이용함으로써 종종 뛰어난 성과를 창출한다. 이렇게 일정을 단기로 잡으면 빨리 이행할 수 있는 일련의 구체적인 해법들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작은 승리’ 전략은 조직 관리 분야에서 많은 학자들이 논의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별로 실행되지 않는 분야다.16



조직이 흔히 범하는 4가지 실수

이 주제를 다양한 분야에서 가르쳐 오면서 필자들은 조직에서 흔히 범하는 4가지 실수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실수를 피함으로써 당신은 효과적으로 문제를 기술할 수 있고, 당신과 당신 조직에 정말 중요한 문제들에 집중할 수 있다.

1. 문제 정형화 단계 뛰어넘기. 조직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문제 정형화 과정을 완전히 건너뛰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이미 문제에 동의했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급급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상황이 그렇게 명확한 경우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2. 진단이나 해결책으로서의 문제 기술. 흔히 일어나는 또 다른 실수로 문제를 기술할 때부터 그에 대한 진단이나 해결책을 미리 정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를 미리 진단하는 기술문의 경우에는 보통 ‘문제는 우리의 IT 역량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같은 형태로 나타나며 해결책을 미리 가정하는 기술문은 ‘문제는 우리가 IT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데 있다” 같은 식이다. 둘 다 조직에 정말 중요한 목표나 타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문제 기술문이라고 할 수 없다. 보통 이런 기술문에 포함된 목표는 함축적인 경우가 많고, 작성자가 문제를 규명하기보다는 진단이나 해결책으로 바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를 기술할 때 그에 대한 진단이나 해법을 슬며시 집어넣는 것은 논리 사슬 안의 한두 단계를 건너뛰는 꼴이며, 그 결과 의식적인 인지 처리 과정을 밟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 필자들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런 실수는 기존 논쟁을 더 강화하고 조직 내 세력 다툼을 더욱 악화시킨다.

3. 명확한 격차의 부재. 세 번째로 많이 일어나는 실수는 현재 수준과 목표의 격차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문제 기술문은 ‘브랜드를 개선해야 함’이나 ‘매출 제고가 필요함’ 같은 형태를 갖는다. 명확한 격차가 안 보이면 사람들은 분명한 정신적 대비 과정을 겪지 못하므로 2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은 언제 목표를 달성했는지 모르므로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둘째,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기술문을 기초로 문제를 처리하려 들면 광범위하고 범용적인 만병통치약 같은 접근법을 취함으로써 바람직한 결과를 내기 힘들다.

4. 규모가 너무 큰 문제. 문제 기술문들을 보면 규모가 너무 큰 경우가 많다. 광범위한 규모로 정리된 문제들은 몸집만 크고, 값비싸며, 속도가 느린 프로젝트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날카롭고 구체적인 징후들에 집중한 문제 기술문은 학습과 확신을 높이면서 빠른 성과를 이끈다. 존 캐리어의 범위 축소 트리를 통해 당신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는 문제의 구체적 징후들을 찾아라.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당신의 조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안착할 수 있다.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는 기술은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연습이 필요하다. 그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동료의 제안 사항을 활용한다면 더 좋은 문제 정형화 기술을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다. 당신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명확하게 기술하는 것은 보통 까다롭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당신은 다른 이의 노력만 쉽게 비판하려 들 것이다.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한 투자도 충분히 하지 않은 데다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강의 시간에 학생들끼리 짝을 지어 코칭 실습을 자주 하는데, 단 30분 만에 그들의 문제 기술 능력이 극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구조화된 문제 해결

좀 더 복잡한 문제들을 다룰 때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화된 접근방식으로 좋은 문제 기술문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구조화된 문제 해결은 과학적 방법론의 핵심 요소로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실험실 외부 세계의 복잡성을 감안해 조정한 통제된 실험으로 확인하는 반복적 사이클을 말한다. 전사적 품질 경영(total quality management)의 할아버지 격인 W. 에드워즈 데밍(W. Edwards Deming)과 그의 멘토인 월터 슈하트(Walter Shewhart)는 아마 이 법칙이 공장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들일 것이다. 데밍의 PDCA 사이클, 혹은 계획(Plan)-실행(Do)-평가(Check)-개선(Act) 사이클은 명확한 가설을 규명하고(계획), 실험을 수행하며(실행), 그 결과를 평가하고(평가), 다음으로 그 결과가 향후 계획에 어떤 정보를 반영해야 할지 확인한다(개선). 데밍의 작업 이후로 구조화된 문제 해결 접근법의 여러 변형 모델들이 제안됐는데, 이들은 모두 가설을 명확히 밝히고 그 가설을 실험한 다음, 실험 결과를 통해 다음 가설을 개발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기본적 가치를 강조했다. 필자들은 경험상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구조화된 문제 해결 방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0년 동안 필자들은 유명한 모든 방법들을 사용해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이와 같은 방법으로 1000여 개의 학생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코칭했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구조화된 문제 해결 방법을 지도하고 보고하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개발했다. 이 접근법은 도요타의 유명한 A3 양식을 제조업 외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변형한 버전이다.17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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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A3 양식은 도요타자동차가 구조화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을 한 장의 양식으로 요약해서 공장 직원들에게 지식을 공유하고자 개발한 것이었다. 물론 A3 양식에도 대개는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보충 자료들이 딸려 있어서 한 장으로 요약한다는 프로젝트의 본질을 희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3 보고서는 작업자의 사고를 매우 명쾌하게 만든다. A3 양식에서 구조화된 문제 해결 프로세스는 큰 사분면으로 표시되는 4개의 주요 단계로 나눠지며, 단계마다 사분면의 점선 아래 영역에 해당하는 하위 단계가 존재한다. 첫 번째 단계(왼쪽 상단)는 명확하게 문제를 기술하는 것이다. 배경 영역(문제 기술 단계의 점선 아래 영역)에서 당신은 기술된 문제를 조직의 큰 미션과 목표에 명확히 연결하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배경 영역은 당신이 문제 해결에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디자인 관찰하기. A3 프로세스에서 다음 단계는 작업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해당 프로세스에 대한 현재 디자인을 기록하는 것이다. 자동적 처리 모드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이 일을 어떻게 이행하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패턴 매칭을 통해 그동안 완전히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일련의 습관적인 행동들과 틀에 박힌 반응들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당신은 관리자로서 그 일이 완수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가능한 문제 중심에 가까이 가야 한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다이치 오노(Taiichi Ohno)는 경영진이 매일 작업장에서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방법으로 겜바 워크(Gemba walk, 겜바는 일본어로 ‘현장’을 의미)를 개발했다. 이는 의료 시술을 하는 의사나 간호사, 디자인 회의에 참석한 엔지니어, 혹은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사원을 지켜보는 것을 의미한다. 고위경영진은 자신이 관리하는 조직의 일상 업무에서는 대부분 배제된다. 따라서 현재 작업 현황을 관찰하고 철저히 이해하면 개선 기회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필자들은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이런 노력을 기울일 때 지침이 되는 효과적인 법칙 하나를 알려준다. 만약 업무를 시찰하면서 어떤 사실을 발견하고 당황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건 현장을 아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들은 인보이스 발행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한 팀을 도왔다. 인보이스가 발행되는 과정 전체를 관찰하면서 팀은 각각의 인보이스마다 원장 코드를 받는 데 며칠씩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조사 결과 그들이 처리하는 인보이스 종류의 원장 코드는 항상 동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보이스 양식에 미리 찍혀 있어도 되는 정보를 위해 매번 며칠씩 시간을 허비했던 것이다!

근본 원인. 작업을 곁에서 면밀히 관찰하면 종종 다양한 선입견을 없앨 수 있다. A3 양식을 작성하는 다음 단계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한 후 관찰한 내용을 기술된 문제에 명시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당신의 의식적 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근본 원인 분석에 지침이 되는 기법과 분석틀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이 중 아마도 가장 유명한 것은 도요타의 창업자인 사키치 도요타(Sakichi Toyoda)가 제안한 ‘5 why’일 것이다. 이는 조사자가 관찰한 문제에 대해 5가지 수준에서 ‘왜?(why)’를 반복해서 물음으로써 문제의 실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후 가오루 이시카와(Kaoru Ishikawa)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질문들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어골도(漁骨圖, fishbone diagram)’를 개발했다.18 이후 개발된 구조화된 문제 해결 방법론은 문제의 근원을 밝혀내는 데 있어 이런 기초 방법론에 한두 가지를 변형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19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모든 접근법의 목적은 담당자로 하여금 관찰된 문제가 기존 작업 시스템 디자인에 어떻게 뿌리 내렸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유형의 사고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문제를 발견하면(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패턴 매칭 덕분에) 그 원인을 쉽게 눈에 띄거나 문제와 근접해 있는 존재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 문제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나 고장 난 브래킷처럼 눈에 가장 잘 띄는 기술적 이슈를 그 원인으로 돌리는 것이다. 우리의 두뇌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개인이나 고장 난 브래킷을 애초에 만들어 낸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한다. 하지만 시스템 차원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즉각적인 문제들을 처리한다 할지라도 향후 문제의 징후들을 근본적으로 막을 순 없다.

제대로 된 근본 원인 분석은 당신이 분석하고 있는 작업 시스템이 당신의 연구 대상인 문제를 어떻게 정상적인 작업 환경의 일부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조사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 만약 근본 원인 분석을 통해 다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다수의 특수한 사건들이 확인된다면 그건 당신이 문제를 충분히 파고들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관련 문제들은 대개 사례마다 성격이 다르며, 담당자는 “어쩌다 한 번 생긴 사고예요. 두 번 다시 일어날 리 없어요” 같은 핑계를 둘러댄다. 하지만 사고를 좀 더 깊이 파고들어 가 보면 문제의 원인이 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교육 프로세스의 결함이나 비일관적인 고객 온보딩(on-boarding, 고객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역주) 프로세스로 드러날 수 있다. 좋은 근본 원인 분석은 조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술된 문제와 연결함으로써 기존 시스템이 어떻게 그 문제를 이례적 경우가 아닌 일상 업무의 일부로 만들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타깃 디자인. 일단 작업 시스템의 특징들을 당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연결했다면 이번에는 업데이트된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A3 양식의 타깃 디자인 섹션을 이용해보자. 대개는 간단한 변화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20 타깃 디자인 섹션에서는 더 효과적으로 기능할 업데이트된 작업 시스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 일은 “지금부터 인보이스 양식에 일반 원장 코드를 인쇄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만큼 간단할 수도 있지만 교육이나 온보딩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는 것처럼 좀 더 복잡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신규 사업을 벌이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변화는 구체적이어야 하고 근본 원인 분석을 통해 드러난 수정사항들을 반영해야 한다.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하려 애쓰지 말라. 당신의 목표를 향해 재빨리 진척될 수 있는 최소한의 변경사항들을 제안하는 게 효과적이다.

목표 및 리더십 지침. 타깃 디자인 섹션을 완성하려면 2가지 요소가 추가로 필요하다. 첫째, 개선 목표를 세워라. 이는 당신이 제안하는 변화가 얼마만큼의 개선을 가져올지 예측하는 것이다. 좋은 목표 기술문은 바로 문제 기술문으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변화를 통해 얼마만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또 격차를 좁히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모두 예측해야 한다. 만약 당신의 문제가 ‘우리 서비스 활동의 24%가 고객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음. 이는 5%라는 목표보다 훨씬 높음’이라면 ‘부정적인 서비스 활동 수치를 60일 만에 50% 줄이기’가 개선 목표가 될 것이다. 명확한 목표는 높은 동기부여를 이끌고 분명한 예측은 효과적인 학습을 촉진한다.

마지막으로 리더십 지침을 설정하라. 지침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가드레일’ 역할을 한다. 지침은 위반할 수 없는 한계와 제약 사항들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둔 프로젝트를 위한 리더십 지침은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 품질을 절충하지 않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혁신 방안을 파악하게 한다.

실행 계획. 다음 단계는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A3 양식의 우측 하단에 있는 실행 계획의 오른쪽 영역에는 제안한 디자인을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넣는다. 이때 계획을 분명하고 개별적인 활동(예를 들어 인보이스 양식에 일반 원장 코드를 넣어 다시 인쇄한다든지, 품질 문제들을 검토하기 위해 일별 회의를 소집한다든지)들로 나눠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또한 각 활동에는 책임자와 목표 완수 시점이 들어가야 한다.

이제 계획을 실행하고 당신의 목표를 달성하라. 하지만 실행에 돌입한다 할지라도 아직 의식적 학습 과정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교훈들까지 확실히 흡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각 활동을 완수 시점에 맞춰 추적하고 일정이 뒤처지는 활동들은 그 상황을 기록하라. 이런 격차 또한 구조화된 문제 해결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단계에 중간 프로젝트 보고서를 간단하게 작성하라. 실행 책임자는 자신의 이행 항목이 일정보다 앞서 있는지, 아니면 뒤처져 있는지, 최근 수행한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중간 보고서에 명시해야 한다.

A3 양식의 결과 추적(Track Results) 섹션에서는 당신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측정하라. 예를 들어 종합적 목표가 부정적인 서비스 활동을 60일 만에 50% 줄이는 것이라면 당신의 조정 계획에 따라 주 단위로 중간 목표를 설정하라. 이 중간 목표를 결과 추적 섹션의 첫 번째 열에 넣은 다음 이를 기준으로 진척 상황을 측정해 나가라. 또 개선된 결과를 유지하고 싶다면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결과를 계속 추적해 나가는 것을 잊지 마라.

프로젝트가 완수되면 ‘배운 점’과 ‘향후 계획’ 칸에 그동안 배운 내용들을 기록하라.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당신이 습득한 가장 주된 교훈을 정리함과 동시에 프로젝트 결과 드러난 새로운 기회도 분명히 표시해야 한다. 만약 결과가 예측보다 상회한다면 이는 향후 어떤 가능성을 당신에게 말해주는 것일까? 반대로 결과가 원래 목표보다 부진하다면 작업 시스템에서 당신의 생각만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앞으로 어떤 문제를 또 해결해야 할지 따져봐야 한다. 제조업이든, 고객 서비스든, 신제품 개발이든 제대로 작동하는 프로세스는 수많은 작은 변화들이 이룬 산물이다. 또한 실질적인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들이 여러 개 연이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당신과 당신 조직이 해결해야 할 다음 문제들을 요약함으로써 A3 양식을 마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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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사례 연구

이 프로세스는 실제로 어떤 식으로 작동할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병원의 경영진이자 필자 중 한 명이 병원의 운영 성과를 향상하기 위해 이 기법을 사용했던 최근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그는 문제 정형화 및 구조화된 문제 해결 방법의 기본 원칙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토드 애스터와 그의 팀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인간의 폐를 이식하는 일을 한다. 폐 이식은 고도로 복잡한 수술이지만 수술 후 수혜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수술 자체의 복잡성은 오히려 약해진다. 인간의 신체는 종종 이식된 장기에 위험한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토드에게 부여된 중요한 임무는 환자와 긴밀히 접촉하면서 신체의 자연 면역 반응을 억누르는 데 필요한 일련의 다양한 의약품들을 신중히 조치하는 것이다.

토드의 폐 이식 팀은 일주일에 몇 차례씩 외래환자 진료소에 나가는데 이는 수술을 마친 이식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치료 방법을 조정해 주기 위해서다. 외래환자 진료는 보통 나갈 때마다 3시간 정도 진행되며 3개의 전용 검사실을 사용한다. 토드가 속한 병원의 검사 기준으로 보면 그는 한 번 진료를 나갈 때마다 총 27명의 환자를 검진(각 검사실에서 1시간당 환자 3명을 진료)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막 시작했을 당시 토드의 팀은 한 세션(3시간) 평균 7명의 환자를 검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료소의 최대 수용력을 30%도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환자 관리 수준을 잠재적으로 저하시킬 가능성도 있었고(환자들이 검진을 위해 더 오래 기다렸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병원 수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몇 번의 반복 작업을 거쳐 토드는 다음과 같은 문제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배경을 이끌어냈다.

폐 이식을 받은 외래 환자들을 위한 진료소는 현재 한 세션당 평균 7명의 환자를 검진한다. 하지만 진료소의 크기를 감안했을 때 세션당 최대 27명의 환자를 진료(환자 한 명당 20분간 치료)할 수 있다.

진료소 공간의 이상적인 활용 수준과 실제 활용 수준의 ‘격차(이상적 수준의 26%만 현재 활용)’는 많은 폐 이식 환자들이 시의적절한 진료를 받을 기회를 지연시키며 병원과 진료소의 수익 손실을 초래했을 수 있다.

문제에 대한 몇 가지 배경 정보를 추가적으로 A3 양식에 적은 후 토드는 자신들이 수행하는 일의 특징을 이해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토드가 완성한 A3 양식을 보려면 http://sloanreview.mit.edu/x/58330사이트에서 본 기사를 찾은 후 ‘추가 자료들’을 참고하라.) 그는 진료소에 방문했던 총 9개 세션, 71명의 환자들을 추적했다. 토드는 환자의 방문율과 실제 방문한 환자가 단계별로 사용한 시간을 살펴봤을 때 양쪽 모두에서 환자별로 상당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근본 원인을 조금 파헤쳐보니 진료소 운영 시스템의 모호함과 더불어 표준 방식에서 상당히 벗어난 사항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환자들의 진료소 도착 시간은 명확한 약속 시간의 부재와 병원 주변의 교통 사정 때문에 모두 제각각이었다. 실험실 검사 시간은 검사를 하루 중 언제 받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났다. 폐기능검사(PFT·Pulmonary Function Test)도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되고 있었다. 의사와 전담 간호사들 사이의 조율 또한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환자의 처방약 목록을 확인하는 데 소모되고 있었다.

토드는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변화를 제안하기 위해 2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첫째, 진료소에 방문한 환자가 거치는 모든 단계에서 차이들이 발견됐지만 그는 문제의 범위를 진료소 안에서 일어나는 프로세스로만 국한해 집중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다른 공간(실험실이나 방사선 검사실)에서 일어나는 프로세스에 비해 토드와 팀원들은 진료소 안에서 진행되는 프로세스들을 더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변화를 이루기도 더 용이했기 때문이다. 둘째, 토드는 행정직 직원부터 전문의까지 팀원 전부를 문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변화를 제안하는 작업에 참여시켰다. 여러 사람들을 폭넓게 투입하면 직원별로 자신이 담당하는 영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들을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근본 원인 분석을 마치자 여러 변화 사항들이 제안됐다. 행정직 직원은 약속된 날짜 1주일 전과 하루 전에 각각 환자에게 전화로 진료 일정을 알려주고 교통편과 주차에 대한 조언도 함께 제공하자고 했다. 폐기능검사는 어떤 경우에 정밀 검사가 필요한지 더 명확하고 표준화된 지침을 세웠다. 가능하면 병원 방문 하루 전 환자에게 전화로 처방약 목록도 확정해 줬다. 마지막으로 전담 간호사와 의사는 환자에게 같은 질문을 두 번씩 하지 않도록 미리 업무를 조율했다. 토드는 이런 변화를 통해 마침내 세션별로 총 18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큰 목표를 세운 후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환자 2명씩을 더 진료하는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 토드는 더 나아가 일련의 명확한 지침들을 세웠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어떤 일이 있더라도 환자 치료의 질이 나빠지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인상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기존에 평균 7명을 진료했던 환자 수는 프로젝트 진행 후 7주 차가 되자 최대 17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토드가 세운 18명이라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기존 진료 환자 수의 2배가 넘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완수된 후에도 폐 이식 진료소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마침내 세션별로 최대 18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목표에 도달했다.

진료 환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몇 가지 긍정적인 혜택이 더 나타났다. 먼저 진료소는 환자들에게 전보다 더 낫고 더 시의적절한 치료를 해 줄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축된 진료 대기시간과 더 일관적이고 좋은 치료를 받는다는 인식 덕분에 환자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병원의 수익 또한 크게 개선됐다. 또한 덜 분명하지만 중요도 면에서는 밀리지 않는 개선 요인으로, 진료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진료소에서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덕분에 성장 중인 이식 수술 프로그램에 상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토드의 의료팀은 자신의 일에 더 높은 동기부여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업무를 통제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조직개편에서 실제 학습으로의 변화

필자들은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자신들이 가르치는 임원급 학생들에게 늘 이런 질문을 한다. “여러분이 속한 조직 중 18개월에서 24개월 단위로 조직 개편을 하는 곳은 얼마나 되나요?” 이 질문을 하면 보통 한 학급당 반 이상의 학생이 손을 든다. 이제 변화는 거대한 비즈니스가 됐으며 컨설턴트라면 누구나 당신 회사의 다음 조직 개편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느라 지친 고위경영진의 관심이 또 다른 빅아이디어로 옮겨갈 때쯤 당신의 프로젝트는 제 무게에 눌려 무너지고 말 것이다. 부족한 자원들을 정말 중요한 이슈들에 집중해 빠른 학습 사이클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그럴 때 좋은 ‘문제 정형화’와 ‘구조화된 문제 해결 방식’, 이 두 가지는 고통스러운 조직 개편이나 잔뜩 부풀려져 있기만 할 뿐 결과가 나오지 않는 ‘변화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넬슨 P. 리페닝·돈 키이퍼·토드 애스터

넬슨 P. 리페닝(Nelson P. Repenning)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시스템 다이내믹스와 조직연구 분야의 석좌교수이자 컨설팅 회사인 시프트기어 워크디자인(ShiftGear Work Design)에서 수석 사회과학자로 재직 중이다.
돈 키이퍼(Don Kieffer)는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오퍼레이션 경영 분야 조교수이자 시프트기어 워크디자인의 매니징 파트너를 맡고 있다.
토드 애스터(Todd Astor)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폐 및 심장-폐 이식 프로그램의 원장이자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교수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8330에 접속해 남겨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란다.
  • 토드 애스터 |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폐 및 심장-폐 이식 프로그램의 원장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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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키이퍼 |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오퍼레이션 경영 분야 조교수
    -시프트기어 워크디자인의 매니징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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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넬슨P.리페닝 |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시스템 다이내믹스와 조직연구 분야의 석좌교수
    -컨설팅 회사인 시프트기어 워크디자인(Shift Gear Work Design)에서 수석 사회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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