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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강상무를 구하라

[좌충우돌 강상무를 구하라] ‘이 정도 비용은 꼭 필요.. 더 잘할게요’ 어, 깎으려 했는데 꼬이네!

김연희 | 206호 (2016년 8월 lssue 1)

 

 

 

 

 

현재 시각 오후 310.

 

지금 나는 회사 인근 카페에 홀로 앉아 있다.

 

10분 전. 외주 업체와 시제품 제작을 위한 미팅이 예정돼 있었는데 약속 시간인 3시가 되도록 담당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유 과장은차가 너무 막힌답니다, 죄송하지만 10분 안에 도착한다고 하네요라고 전했다.

 

그런데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흠…. 잠시만 나갔다 올게요. 도착하면 연락 줘요.”

 

그렇게 사무실을 나와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나 혼자만의 기 싸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입사 시부터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신제품 개발에 매달려 왔고, 수많은 시도와 포기, 연구와 실험을 반복하던 끝에 드디어 모바일 원격 진료 시스템이 장착된 스마트 보디키트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시제품 제작을 앞둔 시기였다.

 

어찌 보면 나의 첫 작품이지만 성공 여부는 확신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제품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나보다.

 

계획된 예산은 개발 과정에서 이미 초과된 상황. 시제품 제작에서라도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부담이 조금은 감소할 것 같았다. 소형 바이오 분야 전문 제작 업체라는 유 과장의 추천에 일단 한번 만나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다.

 

그런 첫 만남 자리에, 하청을 받을()’의 입장인 외주 업체가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조금 더 늦을 거라는 전달에 순간적으로 나도 차라리 늦게 나타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왜 그랬을까? 아마도기다리면 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기다려주고 미안한 마음을 갖게 했으면 주도권을 쥘 수 있었을 텐데….’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나중에 되돌려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을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담당자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사무실로 되돌아갔다.

 

“본부장님,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차 막힐 걸 예상하고 일찍 나왔어야 되는데 그만…. 정말 죄송합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는 담당자 얼굴에는 아직도 땀이 고여 있고,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뜨끔해 진다.

 

“아닙니다. 요즘 교통 상황이 워낙 예측불가니까요. 앉으세요.”

 

기획팀의 전 과장과 디자인팀의 유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진 회의에서 외주업체 담당자는 충실하게 준비한 자료를 제시했고, 우리 제품에 대한 이해도도 제법 높았다. 여기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추가 제작이라는, 꽤 흡족한 제안도 해주었다.

 

제안 내용도 마음에 들고, 이제 제일 중요한 가격 협상만 남았는데…. 업체 측에 미리 전달한 예상 견적이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낮은 가격을 새로 제시할 계획이었다.

 

“좋군요. 그럼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시제품 제작 단가 말인데요.”

 

“네, 본부장님. 저희가 고민을 해봤는데요. 디바이스에 애플리케이션 제작까지 하려면 저희에게 말씀해 주신 단가에는 맞추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혹시, 예산을 조금 더 책정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니, 나는 더 적은 금액을 제시할 생각이었는데(!!)

 

“아, 아니그건 좀우리가 생각했던 금액이 따로 있어서요.”

 

“예, 압니다. 그런데 그 가격으로는 수량과 일정을 다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요.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다른 업체에 맡기셔도 이만한 액수는 나올 겁니다. 어쩌면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죠. 그럴 바에야 저희와 함께하시는 게 낫지 않으시겠습니까?”

 

‘딩동∼’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본부장님,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수락하시죠?’

 

사실 전 과장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까지도 내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예산을 깎을 수 있을까? 너희 말고도 할 업체는 많다고 할까?’

 

“흠…. 그러면 우리가 제시한 가격에 애플리케이션까지 맡아 주시죠. 물론, 다른 업체들에도 견적을 의뢰했기 때문에 아직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요. 이번만 ‘OK’ 하고 다음에 더 좋은 조건으로 잘해봅시다. 우리가 이것만 하고 끝낼 것도 아니잖아요?”

 

“잘해주신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부장님. 그런데 다음에 잘해주실 거, 이번에 잘해주시죠. 책임지고 잘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이 정도 실력 가진 회사 찾기 힘들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저희는 이번에도 잘하고, 다음에는 더 잘해드릴게요.”

 

어라!?!? 이게 아닌데…. 왜 자꾸 저 말이 맞는 것 같지?

 

전문가 인터뷰: 연세대 박헌준 교수

 

 

 

 

 

기업 활동에 있어협상이 왜 중요한가.

 

 

작게는 구매협상에서부터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이 협상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해 불허 방침을 밝혔는데 이 역시 큰 틀에서는 SK텔레콤의 협상 실패라고 볼 수 있다. CJ헬로비전을 좋은 가격에 사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M&A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인수효과는 물론 인수가 무산됐을 경우의 경제적 타격과 부정적 결과 등을 전달하고 이해시켜야 했다. , 인수 승인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더 크고 중요한 협상이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부 등 M&A로 인한 독과점을 우려하는 상대방에게 이번 인수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해 제대로 피력했어야 한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협상의 큰 그림을 보고 판을 읽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협상을 단순히 테이블에서내가 더 가지느냐, 덜 가지느냐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다보면 판이 오히려 작아진다. 판을 키워야 상대방을 이기게 해주면서 내가 더 크게 이길 수 있다. 구매협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얼마를 더 싸게 산다는 데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윈윈할 수 있을지를 찾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가격 때문에 협상이 제자리걸음일 때 협상 물량이나 기간을 늘림으로써 자연스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전체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도 이를 협상 상대방에게 피력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 맞는 호의적인 협상 파트너를 만났는지도 큰 틀에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협상 파트너에게 기술 관련 제안을 한다면 제대로 대화가 통할 리 없다. 그럴 때는 파트너를 바꾸거나 나의 메시지를 바꿔야 한다. 내 눈 앞의 협상파트너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A업체가 B, C업체의공공의 적이라고 하자. 내가 B업체와 먼저 파트너십을 맺고공공의 적, A를 물리치기 위한 것이라며 C업체에 제안서를 내밀면 내 손을 쉽게 잡기 마련이다. A업체와 협상을 진행하며 동시에 A의 경쟁업체인 B, C와도 협상을 진행함으로써 A업체에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것들 모두큰 그림을 보려고 할 때 파악되는 부분이다.

 

 

 

자신에게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상대방과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가 없을 때 협상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배트나’가 없는 경우란 없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상황을 뒤집어보면 배트나가 보일 수 있다. 최근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들과 벌인 용선료 협상도 그런 사례라고 본다. 용선료를 깎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가게 되는, 다시 말해 선주들과의 협상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 상황을 거꾸로 뒤집어 협상의 지렛대로 삼았다. ‘너희가 용선료를 깎아주지 않으면 우리 회사가 법정관리로 치달아 결국 망가질 것이다. 그땐 우리도 피해를 입겠지만 너희는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라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우리에게 미칠 타격(damage)이 너희에겐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현대상선에 배트나로 작용했다. 이렇듯 대안을 가지고 있는 데도 그것을 대안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눈에 안 보였던 것뿐이지 배트나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협상 도중 감정싸움에 엮이게 돼 더 이상의 협상 진행이 어려울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상대방이 논리 이해가 부족하고 자꾸 떼를 쓰거나, 일방적인 주장을 할 때의 대응전략은?

 

 

사실 협상에서 감정싸움을 이용하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다. 미국의 경우, 일부러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협상을 할 때 협상단 대표로 여성, 그것도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을 앉힌다. 그런 여성 대표가 호통을 치고 문서를 집어던지면 상대편에 앉은 협상단 대표가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협상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싸움이을 넘어 제대로 된 협상진행이 어렵다면 공백을 가지는 게 좋다. ‘Go to the balcony(발코니로 나가라)’라는 협상용어가 있는데 공백을 가진 뒤 다시 협상장에 앉으면 대체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공백을 가져도 효과가 없다면 아예 협상 대표자를 바꿀 수도 있다. 사람이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Educate the other party(상대방을 교육시켜라)’도 유용한 전략 중 하나다. 계속 떼를 쓴다면 상대방을 교육시켜야 한다. 처음에는 부정해도 계속해서 반복해 교육한다면 서서히 납득시킬 수 있다. ‘Role reversal(역할 전환)’, 상대방과 입장을 바꿔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구매협상을 진행 중이라면 내가 물건을 사는 쪽이 아니라 파는 쪽이 돼서 저들이 가지고 있는 패가 무엇인지,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협상능력에 대해서 해외와 비교해 어떻게 진단하는가.

 

 

미국에서는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싸우면 협상을 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먼저 1분 동안 장난감을 가지고 놀 경우, 참고 기다린 친구는 2분을 가지고 놀게끔 하는 식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듯 협상을 자연스레 배우는데 우리는 그런 훈련이 다소 부족하다. 문화 자체도 굉장히 수직적이다. ‘이라고 하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만 있지 않느냐. 그렇다보니 수평적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협상훈련이 부족하다.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제일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야도 바로 협상영역이다. 게다가 기업 임원들의 경우, 지금껏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만 전문성을 쌓아오다가 모든 것을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하는 협상에 임하게 될 경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합리적인 사고능력, 즉 협상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

 

 

협상도 결국 훈련이다. 과거의 협상사례를 계속해서 복기하다 보면 학습효과에 의해 협상전략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의 기보를 수없이 복기함으로써 승리했듯이 말이다. 1997년 외환위기 후 정부는 제일은행 매각일정을 미리 잡아두고 시한에 쫓겨 서둘러 매각을 진행했다. 당연히 협상력은 약해졌고 헐값 매각이 불가피했다. 그때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올해 정부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과 관련해서는 데드라인을 못 박지 않고 유연하게 가져갔다. FTA도 이 나라, 저 나라와 해보니 노하우가 생겼다. 이제는여기에서는 이런 걸 준다던데 너희는 안 주느냐는 식의 줄다리기를 할 수 있게 됐다. 협상이라고 하는 게 결국구조(architecture)’를 짜는 것인데, 다양한 협상을 복기하고 경험하다보면 자연스레 협상능력을 키울 수 있다.

 

 

 

박헌준 연세대 교수등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으며 한국협상학회 회장 등을 지낸 협상 분야 전문가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객원 연구교수를 지냈다. 

 

 

 

 

 

 

임원 미팅노트

 

 

매년 이맘때쯤이면 이듬해 최저임금 인상안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협상이 난항을 겪곤 합니다. 특히 올해는 조선업 구조조정과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대형 악재가 불거진 까닭에 최저임금 인상보다 일자리 유지가 시급하다는 인식도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노동계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며 이 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동반 사퇴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요청했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중간의 정부, 각자 나름의 입장이 있겠지만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은 7.3% 오른 647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이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13년 연속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로 꼽힌, 협상 코스(Negotiation Course)를 이끄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Stuart Diamond) 교수는협상은 사실상설득이나의사소통혹은영업과 같은 말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일상의 모든 일들이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리고 상황에 맞는 대응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동일한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필자 또한 사내에서 실무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소모품 구입 시 가격을 협상하는 것에서부터 수개월짜리 경영컨설팅 용역 비용을 협상하거나 발주처와 공사금액을 협상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중간 단계에서 1차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뒤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그러나 임원이 되고 나서는 협상이 좀 더 진중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내 자신의 의사결정이 프로젝트의 최종 수익성을 결정하고 회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게 된다고 생각하니 협상이 단순히 금액을 올리고 내리고 하는 과정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고 전략과 계획 수립도 수반돼야 한다는 판단이 든 것입니다.

 

 

이번협상편에서 자문을 맡아 주신 박헌준 교수님은협상은 단지 나와 상대방 간의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다.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어젠다를 되도록 많이 발굴해 더 커진 가치를 서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좀 더 큰 그림(Big Picture)을 그리게 되면 그것이 새로운 구조(Architecture)가 되고 가치를 키우는 협상이 된다는 논리인데요. 이를 위해서 협상 양자 간의 선호도(Preference)를 고려한딜 디자인(Deal Design)’이 필요하다는 발상은 매우 신선하게 들렸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가격 외에 시간이나 물량 개념을 도입하거나, 가치사슬(Value Chain)을 이용해 가치를 키울 수 있는 협상 포인트를 추가하면 됩니다.

 

 

필자도 최근 D사와의 전략적 제휴 협상 시 처음에는 단순히 서로의 상품을 교환 사용(Barter)하는 것에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D사 측이 오랫동안 직접 관리하던 유지관리 서비스를 외주화해서 우리 업체가 경쟁력 있는 가격에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양사 간 제휴의 폭을 넓히고 또 다른 사업기회까지 창출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필자가 가장 궁금해 했던 질문 중 하나는 협상 시 배트나가 없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박 교수님은 매력적인 배트나는 되지 못할지라도 우리의 손실과 함께 상대방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네거티브 배트나또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사례는 제 주변에도 있었습니다. 해외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지 정보와 네트워킹의 한계로, 계약 조항과도 위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린 적이 있었습니다. 국내라면 어떻게 해서든 당사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보거나 적합한 조력자를 찾아 해결할 텐데 아무래도 해외 현지에서 발생한 일인 터라 대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회사가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법적 대응을 통해 우리도 손실을 입게 될 터이지만 이 손실이 결국 상대방의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간접적 위협 메시지를 보내 국면을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협상이 계속 난항을 거듭하는 경우 잠시 휴식기(break)를 가진 후 협상을 새로운 분위기와 구도로 바꿔보는 것(Go to the balcony and Deframe)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이 결국복기에 있었다는 분석도 협상을 준비하는 임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대국에 앞서 프로기사 16만 개의 기보를 통해 3000만 수를 학습했다고 합니다. 결국 비즈니스 세계에서 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되도록 협상의 현장 경험을 많이 쌓고, 많이 듣고,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협상의 기보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협상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이제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앞서 말한 노동계, 경영계 간의 최저임금 협상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최저임금 금액 결정만을 두고 양자가 충돌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밖에 장기적 관점에서 총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더 많은 업계 이슈를 도출해 최저임금 협상의 새로운 구조(Architecture)를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노동계와 경영계뿐만 아니라 신뢰도 높고 영향력 있는 제3(Right Party)가 같이 참여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상을 만들어보는 것도 시도할 만합니다. 더구나 매년 거쳐야 할 협상이라면 수년간의복기를 통해 대립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노사화합의 이벤트처럼 진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단순히 필자의 아름다운 상상에만 그쳐야 할까요?

 

 

 

강효석 상무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SKK GSB에서 MBA를 취득했다. 전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본사 경영관리담당 차장으로 근무하다 골프존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골프존에서 해외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직장인의 성공에너지 배움> <직장인 서바이벌 업무력> 등을 공저했다. 네이버 블로그 ‘MBA에서 못 다한 배움 이야기도 운영하고 있다.

 

스토리 = 김연희 작가samesamesame@empal.com 인터뷰 정리 =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미팅노트 = 강효석 상무 truef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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