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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le Operations

제품 설계부터 기민성을 포함하고 신입사원부터 유연성 교육해라

송승헌 |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자연재해, 거시경제 상황의 변화, 급격한 소비수요 혹은 생산능력의 감소 등 기업이 항상 갖고 있는 운영 측면의 리스크에 대해서 경영자는 미리 준비하기보다는 관망적인 자세를 취하기 쉽다. 특히 본인의 임기 중에 성과가 날지, 안 날지 모르는 리스크 대응 능력 확보에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운영의 기민성(agility)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히 위기 회피용이 아니라 경쟁사 대비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 확보 측면에서 봐야 한다. 수요 하락의 리스크를 완화할 뿐 아니라 수요 상승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또 상시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임직원들이 항상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생각하도록 신입사원 때부터 장려해야 한다.

 

기업의 공급사슬(supply chain)이 전 세계로 커지면서 기업들이 운영의 위기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 반대편에서 홍수 또는 화재가 발생하면 핵심 공급업체의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순식간에 생산이 중단된다. 경제위기, 지진, 화산, 원전 사고, 원자재 가격의 변동, 정치적 불안정, 테러 등 지난 수년간 세계 각지에서 줄줄이 이어진 사건들은 공급사슬에 차질을 빚고, 비용을 높였으며, 수요의 극적인 변동을 야기해 기업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비즈니스 환경의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이 커지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글로벌화 및 상호 연결성이 증대돼 있으므로 기업들은 10년 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혼란에 노출돼 있고 이를 피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뿐 아니라 협력사에 미치는 영향 및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전 세계적 확산 현상까지 신경 써야 한다. 자연재해의 경제적 영향도 커지고 있다. 재보험사 Munich Re에 따르면 폭풍, 홍수, 지진, 쓰나미, 화산 폭발, 이상기온 등 자연재해들의 연간 발생 빈도가 지난 30년 동안 150% 증가했다. 이런 상승의 주 요인 중 하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다.1

 

물론 한편으로는 글로벌화 덕에 기업이 다양한 공급선을 확보하기 쉬워진 측면이 있다. 이것은 원재료와 부품의 저가 공급 등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동시에 공급선이 다양한 나라에 걸쳐 있으면 통제 어려운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즉 글로벌화는 기업의 평시 경쟁력을 높여주는 동시에 위기 리스크를 높여주고 있다. 위기 시 글로벌 공급사슬의 대체 공급선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이미 피해를 입은 이후 또는 피해를 입을 것이 예상될 경우 사후 조치로 취해지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기업들 사이의 경쟁의 본질까지도 바꿔놓고 있다. 시장에 혼돈을 초래하는 급격한 변화는 공급 시장에서(: 1년 만에 면화 가격 2배 상승), 고객에서(: 갑작스러운 소비자 신뢰의 저하로 인한 자동차 및 고가의 가정용품에 대한 수요 억제), 기업 내부에서(: 노동자의 파업), 또 환경적 변화에서(: 후쿠시마 원전 재난) 등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것들을 경쟁사들보다 더 빨리 감지 및 평가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더 나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빠르고 유연하고 비용효과적으로 변동성을 감지, 평가 및 대응하는 능력을 맥킨지는기민한 운영(Agile Operations)’이라 부른다. 이는 기회를 포착하는 동시에 리스크는 완화할 수 있는 기업의 초()부서적 역량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 자동차, 건설, 화학, IT, 제약 등 다양한 산업의 일부 기업은 이미 기민성(agility)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들이 단지 공급사슬상의 리스크를 파악 및 완화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높아진 변동성을 이용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왜 충분히 기민하지 못한가?

 

기업의 COO 또는 각 기능별 리더(공장장, 구매본부장 등)들에게 최근 및 현재 우선순위에 관해 물어보면 대개 유연성(flexibility)과 기민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낭비(waste)와 가변성(variability)을 줄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상황을 감안해서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비용 절감 및 제품 품질 개선의 이점은 비즈니스 여건과 무관하게 즉각적, 가시적인 효과가 나온다. 그러나 기민성은 정의를 내리기도 힘들고, 눈으로 보기도 어려우며, 인지할 때가 되면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 맥킨지의 경험에 의하면 기민성의 효과적인 실행을 막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오해다.

 

오해 1  관망이 최선의 정책이다

세계는 어차피 위험한 곳이다. 냉정히 따져보면 기업들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잠재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일부 경영자들은 이런 리스크에 대비하기는커녕 리스크를 나열하는 것이 시간낭비라 우려한다. 어차피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에 대비하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대신 실제 변동성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 조치를 취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다음의 사례들은 이 생각이 오해라는 것을 보여준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강타했을 때, P&G가 보유한 커피 공장 두 군데가 문을 닫아야 했다. 인근에 있는 수백 개의 다른 공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필수적인 전력, 수도 및 운송 네트워크의 차질에도 불구하고 P&G의 두 공장은 다른 많은 사업장들과 달리 허리케인이 발생한 지 불과 며칠 안에 부분 재가동됐다. 6주 후엔 전면 재가동됐다. 이런 효과적인 대응은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이 공장들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 상세한 재난복구계획을 구비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그런 사건에 대비하는 연례 리허설에 참가했다.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에 진입하자 신중하게 계획된 일련의 응급대응 절차가 실시됐고 직원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고 복구 절차를 빠르게 개시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제품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켰고, 주요 정보들을 본부의 시스템에 백업했다. 사전 계획에 따라 새로운 공급선을 3주 내에 모두 확보했고, 공장이 재가동하기 전에 다른 P&G 공장에서 차질 없이 생산을 하게 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P&G의 재난대응계획이 단지 사전에 정의된 절차를 직원들이 단순히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회사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한 경우 현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일부(: 임직원들의 가족들의 대피처를 마련하거나 새로운 우물을 파서 생산에 필요한 물의 공급을 유지하는 등)는 공장이 살아남는 데 요긴한 역할을 했다.2

 

보다 덜 극단적인 사건의 경우를 보자. 한 화학업체는 핵심 원료의 가격 상승 및 가격 변동성 증가로 인해 중요한 제품군에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대체 투입 재료를 찾아서 경제성을 평가하고, 이 새로운 원료를 수용하기 위해 기존 배합 및 제조 공정에 변경을 가할 것을 R&D팀에 요구했다. 이렇게 시작한 연구의 결과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비용은 25% 더 저렴한 대안 제조공정을 찾아냈다. 또 기존 투입재료 가격이 하락할 경우 다시 기존 재료 및 제조 공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손쉽게 생산라인이 전환되도록 했다.

 

오해 2  기민성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행동하는 것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받아들인 리더들이라고 해도, 기민성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성과가 나타난다 해도 오랜 시간이 경과할 것을 우려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들이 갖고 있는 단기목표 위주의 인사평가 및 인센티브 시스템은 이런 우려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그런 단기적 인센티브가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해당 임원 본인의 임기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할 우려가 있는 부분에는 투자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

 

기민성을 높이는 몇 가지 방식에는 분명히 돈이 든다. 하지만 변동성이 현실화되지 않아도 높은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Lean) 생산역량이 그중 하나다.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에 지속적인 변화를 가하도록 장려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린 생산 역량은 비용절감 및 품질개선을 달성하고, 외부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오해 3기민성은 너무 방어적이다

공격적 성향의 COO는 기민성이 방어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과도하게 보수적이고 위험 회피적인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경쟁사들에게 앞서 나갈 여지를 줄 가능성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부정적인 사건의 영향을 축소하는 것만큼이나 변동성으로부터 상승 기회를 확보하는 것도 기민성이다. 예를 들어, 자라와 같은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한 시즌 중 여러 차례에 걸쳐 상품 구색을 갱신함으로써 고객들이 매장을 지속적으로 재방문하도록 유도한다. 또 글로벌 컴퓨터 제조사들은 주문생산 역량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HR 운영 측면에서도 기민성을 공격적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직원을 채용할 때 근무시간 기준으로 고용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회사가 한가할 때는 근무시간을 짧게 가져가고, 수요가 높을 때는 근무시간을 길게 가져간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요 증가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 과거와 비교해 시간외 근무에 따르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노동 이슈는 국가별 규제와 회사별 문화가 다르므로 꼭 같은 방식의 적용은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렇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Agile Operations의 성공적인 사례들

 

기업 운영의 기민성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몇 개의 기업을 소개해보겠다. 효과를 보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회사를 유리한 입지에 올려놓을 역량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사례 1하락 리스크 완화(Mitigate downside risks)

글로벌 제약업체 A사는 심각한 운영상 어려움에 직면했다. 공급사슬 상류에서 원료 공급 부족으로 생산 지연 및 고객의 불만이 야기됐고, 품질 관련 제품 리콜을 앞두고 있었다. 이 모든 문제가 결합돼 이 회사의 이익 및 평판이 위기에 노출돼 있었다. 게다가 문제 해결에 착수한 고위 임원들은 조직의 기존 업무 프로세스가 공급사슬 리스크를 완화하기는커녕 그 잠재적 원인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 기회에 임원들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회사의 재무 상태와 공공보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가장 큰 우선순위 제품을 조사하는 한편 제품개발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공급사슬상 이들 제품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나열했다. 이 접근방식을 통해 팀은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 팀은 또 공급체인상의 중요한 세 가지 목표인 ‘QCD(Quality, Cost, Delivery)’에 미치는 리스크 항목들과 그들의 영향을 평가했다. 예를 들어 제품 X가 현재 한국의 Y라는 도시에 있는 공장 하나에서 생산돼 전 세계에 공급되고 있다면 그것을 리스크 항목 1개로 카운트했다. 이 평가내역을 단순한 수치로 환산하는 평점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팀은 전사 및 사업부들, 기능들별로 리스크 노출도를 비교하고 회사의 리스크 수용도를 논의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A사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제품들이 제품생애주기(product lifecycle)의 어떤 단계에서든 단일 공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사의 거대한 글로벌 공장 네트워크를 감안할 때 이는 고위급 임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특정 사업부에서 만든 수십 종의 제품 중 4분의 3에 단일 공급업체의 원재료가 포함돼 있었다. 특정 단일 공급업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공보건 및 회사의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견이었다. 이는 수요 예측 실패 또는 생산능력의 제약과 같은 문제로 매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A사 경영진은 이 결과를 분석해 운영상의가드레일로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리스크 기준을 작성했다. 매출의 일정 비율 이상이 특정 공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복수의 공급업체를 사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해당 리스크를 50% 이상 줄였다. 마지막으로, 공급사슬/마케팅/재무 등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로 새로운 상근 팀을 설립했다. 이 팀은 리스크 관련 사안을 정기적으로 추적하고 보고하는 일을 맡았다. 이들이 만드는리스크 대시보드는 리스크를 논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제공하고, 잠재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게 했다.

 

사례 2상승 잠재력 파악(Spot upside potential)

운영의 기민성이 강화될 경우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 이상의 이점이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운영의 대응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데 성공한다면 종전에는 달성할 수 없었던 상승 잠재력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B의 사례를 보자. 자동차 업계에서 신차 개발 및 투자 사이클은 일반적으로 수년에 이른다. 이렇게 긴 사이클은 글로벌 경기 변동의 전개 속도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부정적일 수도 있다. 경영진은 경기 변동 가능성에 대한 회사의 유연성과 대응능력을 파악했다.

 

이들은 회사가 가지고 있던 수요 예측 모델은 경기 변동성이 클 때보다는 안정적인 거시 경제적 여건에서 높은 예측능력을 보여왔음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경영진은 업계가 직면한 수요 변동의 원인을 다시 광범위하게 들여다봤다. 20여 가지의 변동성 요인을 파헤친 결과,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네 가지 원인에 도달할 수 있었다.

 

(1) 두 개의 핵심적 신흥시장에서 성장

(2) 이들 시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규제

(3) 기존 시장의 지역화된 하락 시나리오

(4) 과거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 세그먼트와 관련된 변동성

 

경영진은 다양한 시나리오의 전개 가능성을 논의하다가 최선 및 최악의 시나리오에 기반한선형 외삽법(Linear Extrapolation)’을 활용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한계가 있으며 미래를단일한 예상 지점이 아니라여러 결과의 확률분포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석팀은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및 그 밖의 해석 기법을 활용해 각종 수요 시나리오를 모델화했고, 이 방식을 통해 약 15000가지의 시나리오가 포함된 수요확률분포를 도출했다. , 15000개의 시나리오는 각각이 모두 발생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그런 다음, 15000여 개의 시나리오별로 예상되는 고객 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고객 수요를 모두 대응할 수 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기존에 회사가 얼마나 많은 매출 상승 잠재력에 대해 선제적으로 준비해서 대응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미래에 보다 긍정적인 수요 시나리오(수요 상승)가 현실화될 경우 얼마나 쉽게 성장 가능성이 무산될 수 있는지도 볼 수 있었다.

 

 

 

 

<그림 2>는 그 결과를 보여준다. 통계방법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차근히 살펴보자. X축은 각 시나리오별 예상되는 수요량이다. Y축은 그런 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확률분포다. (bell) 모양의 커브가 그려진다는 얘기는 수요가 아주 적거나 아주 많을 확률은 낮음을 말해준다. 또 위쪽 커브는 전체 시나리오의 확률분포이고, 아래쪽 커브는 회사에서 대응 가능한(생산 가능한) 시나리오의 확률 분포다. 즉 이 두 커브의 차이가 회사가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경우인 셈이다. 이 회사는 세계 여러 지역(미국, 중국 등)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었는데, 한 지역에서는 생산시설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도 있었다.

 

15000여 개의 시나리오 중 어차피 정확한 것으로 판명되는 것은 하나뿐이다. 회사의 생산 자원은 유한하므로 분명 이 시나리오 가운데 일부는 어떻게 하더라도 완벽하게 대응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석 정보로 무장한 임원들은 이제 수요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운영 유연성을 확대해 상승 잠재력을 확보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개별 생산 공장 차원에서는 몇 가지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위해 해소해야 할 병목지점도 발견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라인 수준에서 직접적인 운영 개선을 통해 해소될 수 있고, 나머지는 소규모 설비 변경이 필요한 정도였다.

 

사례 3변화하는 여건에 적응 (Adapt to changing conditions)

경쟁구도의 변화는 기업들에 운영의 기민성을 요구한다. 마진이 비교적 낮고 물량 규모가 큰 제품에 전문화된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업체 C사의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몇 년 동안 이 회사는 우수한 품질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유지해왔다. 이 역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에서 효과적이었다. 최근 들어 이 회사는 핵심 사업 시장 중 일부에서 빠른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인지했다. 후발 업체들이 신기술을 가지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는데,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이 틈새 상품들이 특정 제품군 전체를 새롭게 정의할 가능성도 있었다.

 

회사의 리더들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뿐 아니라 제품 개발 단계에도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실제로 이 두 가지는 상호 연결돼 있다. 회사가 동일한 기계 및 생산 라인에서 기존 제품과 신제품을 경제성 있게 생산하려면 일부 제품 사이 부품과 디자인의 공유 비중을 늘려야만 했다. 경영진은 일부 신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초기 단계부터 이 같은 확신에 근거해 필요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될 위험도 있다.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C사는 예상 수요가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작업을 조기 중단해도 옵션 가치가 최대한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제조방식을 바꿨다. 이와 함께 회사는 신입직원이하드한 기술적 스킬뿐 아니라 불확실성을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데 필요한소프트한 스킬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소프트 스킬이란 기술적인 능력, 예를 들어 생산기술, 연구개발, 구매기법 등의 능력뿐 아니라 유연하게 사고하는 법,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 전략적인 의사결정 능력 등 경영적인 사고능력을 말한다. 이렇게 리스크를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전사적으로 갖춰야 할 마인드로 제도화한 기업은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Agile Operations의 체계적인 접근 방식

 

기민성을 전사적인 주제로 다룸으로써 기업들은 직무 간 단절을 극복하고 조율된 초부서적 행동을 통해 대응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기민성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방식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그림 3)

 

 

 

1) 불확실성의 이해 및 우선순위 부여

많은 조직들은 불확실성의 원천을 정량화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기민성으로 가는 첫걸음으로 산업, 시장, 운영 여건에 맞게 리스크 및 기회의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사건의 발생 가능성 및 잠재적 영향의 크기를 추정함으로써 이 목록에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이로부터 실행할 목록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모니터링 및 대응 메커니즘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 성과에 다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3∼5개의 우선순위 리스크 또는 기회가 정의된다.

 

예를 들어 구매 기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해봐야 한다.

 

(1) 시장 가격의 변동성: 원료 가격, 환율, 에너지 비용, 인플레이션 등

 

(2) 외부 사건에 기인하는 불확실성: 원자재 희소성, 자연재해, 정치적 위기, 규제 등

 

(3) 공급업체의 불확실성: 부도, 컴플라이언스, 품질, 생산능력 등

 

(4) 수요 단계의 불확실성: 변화하는 소비자의 선호도에 대한 대응, 투입 재료의 변화 등

 

 

2) 현재의 기민성 상황 평가

일단 우선순위 리스크 및 기회를 파악하고 나서는 이를 다룰 수 있는 회사의 현재 능력을 평가한다. 최선의 대응을 하려면 여러 직무 간에 조율된 행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에 대한 수요 대응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급이 부족한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변경하고 제품 믹스의 신속한 변경이 가능하도록 제조설비를 바꿀 수 있다. 영업부서의 행동 역시 중요하다. 일부 시장에서 특정 제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제품을 장려하는 등의 영업 차원의 행동이 필요하다.

 

어디에서 기업이 대응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가 높은 리스크 및 기회,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레버들, 그리고 그 레버를 활용할 수 있는 현재의 준비 수준을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하는히트맵을 작성할 것을 권한다.

 

3. 어디서, 어떻게 기민성을 강화할 것인지 결정

 

1)선제적 기민성(Preemptive Agility)

불확실성의 잠재적 영향을 줄이거나 대응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마련하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레버에는 특정 부품을 자체 생산할지, 아니면 외부에서 구매할지의 결정, 공급업체 풋프린트 의사결정, 단일 소싱 또는 멀티소싱과 같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포함된다. 또한 원료 가격의 일시적인 하락으로 인한 이점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재고 또는 추정재고를 마련하는 등 보유 재고의 수준 및 입지에 관한 선택도 여기 포함된다.

 

그 밖의 핵심적인 선제적 전략으로는 공급업체 행위규범(codes of conduct) 및 윤리기준(ethical standards), 해당 규범의 준수 여부 검토 및 감사, 주요 공급업체의 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공급업체 발전 프로그램 등이 있다.

 

선제적 기민성의 또 한 가지 핵심 요소는 원료 리스크를 줄여주는 방향으로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 및 사양에 변화를 가하는 것이다. 상이한 원료 유형 간 전환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특정 시점에서 가장 비용효과적인 소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설탕을 원재료로 쓰는 식품회사라면 액상, 잉곳, 결정 및 파우더 형태의 설탕 중에서 상호 교체가 가능한 공정을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라면 배기가스 촉매변환기에 사용되는 백금, 팔라듐, 로듐의 조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2)탐지적 기민성(Detective Agility)

잠재적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있음을 더 빨리 파악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탐지적 기민성을 위해서는 시장 상황(: 고객사 및 경쟁사의 성과, 신제품 출시, 규제), 기술적 진보, 원재료 가격 상황 전개, 주요 사건 및 잠재적 부실 지표를 포함한 공급업체 소재지의 정치, 경제 및 환경적 변화 등 광범위한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탐지적 기민성을 구축하기 위해선 외부(애널리스트, 브로커, 저널, 보도자료, 경쟁사 정보) 및 내부(재고 수준, 수주 잔량, 시장 반응) 데이터 수집 역량과 해당 데이터로부터 관련 인사이트를 신속하게 도출하기 위한 IT 인프라 및 분석역량이 필요하다.

 

3)대응적 기민성(Responsive Agility)

계획은 세워뒀으나 사전에 정의된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실행하지 않는 조치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응적 레버는 다양한 직무와 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취해야 하는 행동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플레이북의 형태를 띤다. 일본의 한 전자업체는 2008년 이와테현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그러한 재난 대응 전략을 구축했고, 2011 3월 도호쿠 지진의 영향을 받은 일곱 개의 생산 공장 전부가 불과 한 달 만에 생산설비를 100% 재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 업체는 생산라인의 일부를 적격 외부 업체로 이관하고, 주요 공급업체들과 계약해둔 대로, 혹은 사전에 훈련한 절차대로 전력, 수도 및 기타 인프라를 회복했다. 사전에 협의된 사항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4. 기민한 조직 운영 구축

 

조직의 기민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핵심적 리스크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런 변화에 따라 리스크 완화 계획 역시 발전하고, 진화하는 조직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Way Forward

 

향후 수년간 기민성은 기업의 핵심적인 전략이자 차별화된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민성을 숙달하는 것은 진정으로 전사적인 도전과제다. 기업이 상품개발에서 구매, 생산, 영업 등 기업 운영의 모든 측면에 걸쳐 새로운 업무 방식을 고려하고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 4)

 

 

 

 

기민성은 진정한 CEO COO가 다뤄야 할 주제다. 최근의 각종 사건들이 안겨준 어려움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할 것이다.

 

송승헌 맥킨지 서울사무소 파트너 seungheon_song@mckinsey.com

 

송승헌 파트너는 KAIST에서 물리학 학사를, MIT에서 물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삼성전자에서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을 리드했으며 2002년 맥킨지 서울사무소에 입사했다. 글로벌 선진 자동차, 전자, 조선 업체의 운영 혁신, 성장 전략, 신사업 전략 등의 컨설팅 업무를 해왔다. 맥킨지 아시아 운영 프랙티스 및 자동차/조립산업 프랙티스의 공동 리더이다.

 

  • 송승헌 | - KAIST에서 물리학 학사
    - MIT에서 물리학 박사
    - 맥킨지 아시아 운영 프랙티스 및 자동차/조립산업 프랙티스의 공동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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