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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와 인사관리

비슷해도 다 다른 사람들 조직문화에 맞춘 유연한 인사전략은 필수

박광서 | 178호 (2015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사/조직

 

 

 

 

현지화는 결국 사람의 문제다. 현지에서 고용하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고, 그에 맞는 조직문화와 규범을 구성해야 한다. 당연히 문화적 차이에 대한 분석과 통찰이 필요하다. 호프스테드 모형에 따르면, 문화적 차이는 권력거리,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 남성성 대 여성성, 불확실성 회피 의지라는 네 개의 차원으로 나뉜다. 말레이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둔 K그룹은 이 네 차원에서 각각 올바른 인사관리 전략을 짰고 적합한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또한 그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결과, 1998년 처음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6개의 공장에서 연간 약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신사업 등으로 조만간 매출액과 종업원 수 역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화는 왜 필요한가?

사람들 사이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항상 함께 존재한다. 국적, 인종, 언어, 기후 등 사는 환경이 다르더라도 사람으로서의 비슷한 점과 동시에 상이한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해야 하는 해외 진출 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은 언제나 어려움을 겪게 된다. 1970년대부터 글로벌 경영에 진입한 해외 선진기업들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던 이유다. 해외 진출 및 글로벌화의 역사가 비교적 길지 않은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 역시 빨리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선 기업의 성공을 위한 현지화란 무엇인지부터 개념 정의를 해보자. 경영현지화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국제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현지 기업으로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현지 경제 및 문화적 환경에 적합한 관리 체계를 세워 기업의 경쟁적 위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진출 국가의 상이한 문화나 경영환경 특성에 맞춰 기업 자체를 적응해 가는 과정으로, 독립된 경영주체로서 현지 사회에 정착하는 것.”

 

이 같은 경영현지화의 활동은 여러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자본의 이동을 중심으로 한 재무, 시장 확보를 위한 마케팅과 영업,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과 생산관리 등이 있으며, 현지 적응력 관점에서 중요한 요소인 조직과 인적자원(HR) 관리가 있다. 그런데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면 시장분석과 사업전략 수립에는 많은 노력과 관심을 쏟으면서 현지 적응에 가장 핵심적인 인사관리에 준비나 노력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듯하다.

 

필자는 그러나 현지화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인사에 대한 경영역량이라고 보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사업전략과 좋은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라도 이를 실행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람, 즉 인적자원들이 목표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의 경영은 국내 경영과 달리 많은 구성원들의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인사관리 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현지의 관습과 인사 노무관리에 대한 관련 법규나 규정, 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본국의 인사관리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때 갈등과 마찰이 일어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HR의 합리적 관리와 효과적인 글로벌 HR 활동의 전개가 필수적이다. (DBR minbox ‘현지화의 핵심-인사와 글로벌 인사전략참조.)

 

 

 

 

DBR Mini Box

 

현지화의 핵심-인사와 글로벌 인사전략

 

현지화 성공의 핵심요소인 인사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보자.

우선 현지 및 글로벌 인재를 어떻게 채용하고 정착시키며 육성할 것인지, 이러한 인력이 어떻게 일을 잘할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지,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문화적 이해와 적응 노력은 잘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당연히 현지화 및 글로벌 인사관리 활동을 위한 HR의 전략적 방향을 잘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노팅엄대의 경영학 교수 Kamoche. K의 글로벌 HR 전략 분류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본국중심(Ethnocentric)의 집권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본사의 인사전략과 제도를 진출한 해외 현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사 중심의 통제가 강하고 본사에서 파견된 인원이 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둘째, 현지중심(Polycentric)의 분권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본사의 개입과 통제를 최소화하고 해외법인의 운영을 현지인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따라서 본사의 인사제도와 다른 제도로 운영할 수도 있으며 현지 문화와 관습을 존중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지역중심(Regiocentric) 전략이다. 이는 전 세계를 대륙별 또는 소수의 지역으로 나누고 그 지역 중심으로 운영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으로 나눠 그 지역별로 독립성을 부여해 운영하는 전략이다.

 

 

넷째, 범세계화(Geocentric) 전략이다. 이 전략은 국적, 지역에 관계없이 전체 기업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인사제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운영하게 되는데 직원들의 국적은 별 의미가 없으며 국적에 관계없이 이동 배치를 하게 된다.

 

 

이 네 가지 유형의 전략 중 어느 것이 좋은 전략이냐는 각 기업의 현지화와 글로벌 진행단계, 기업문화, 인력정책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다른 기업을 모방하거나 면밀한 분석 없이 선택하는 전략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인사 현지화의 중심-문화: K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본고에서는 많은 인사전략과 시스템 중에서 현지화의 중심이 돼야 하면서도 사실상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한문화를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설명하고자 한다. 20세기 이후 기업 경영에서 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라 기업이 다국적화되고, 이러한 다국적 기업에서 해외 자회사, 즉 현지법인의 경영관리에 어려움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세계화에 따른 문화적 거리(Cultural Distance)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경영전략을 갖고 있고 기술, 제품이 뛰어나도 현지 국가의 문화적 거리에 대한 이해와 적응에 실패하면 해외 현지법인의 경영성과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국외 연구들은 글로벌 기업 본사가 속해 있는 나라와 해외 자회사가 소재하고 있는 현지 국가 간의 문화적 거리 요인이 해외 자회사의 경영특성 및 관리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화적 거리 요인은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 투자 형태로 진출한 경우 해외 자회사의 경영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많은 학자들이문화적 거리를 줄일수록 경영성과가 높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검증해 왔다. 다시 말해현지화 경영을 통해 문화적 거리를 좁히는 전략으로 경영을 하게 될 때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국가 간의 문화적 차이를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는 모형으로서 호프스테드(G. Hofstede)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호프스테드 IBM이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이 넘는 종업원들로부터 그들이 가지고 있는 태도와 가치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이것을 많은 나라들 간의 문화적인 차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호프스테드가 문화적인 차이를 비교하는 데 사용한 네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권력거리(Power distance)

둘째,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Individualism-collectivism)

셋째, 남성성 대 여성성(Masculinity-femineity)

넷째, 불확실성 회피 의지(Uncertainty avoidance)

 

호프스테드의 기준을 활용해 국내 K기업의 현지화 사례를 분석해보자. K. Malaysia(이하 K.M으로 칭함)사는 대다수 다른 기업과 달리 문화적 거리를 줄이기 위해 합작투자 형태를 취하지 않고 1989년 말레이시아에 직접투자 형태로 진출한 이후 26년간 성공적인 경영을 해왔다. 성과 역시 놀라웠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26년 동안 K.M에서 근무한 많은 경영자 및 관리자들이 말레이시아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일관되게 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기업환경과 경영활동 사례 분석은 향후 한국의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문화적 거리를 줄이고 실제로 성공적인 현지화, 특히 인사전략에서 있어서의 현지화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사례를 들여다보자.

 

K.M 1989 5월에 East of Johor 지역에 설립됐으며 6개 공장에서 연간 평균 약 60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생산품은 철강제품으로 주로 2차 가공 및 정밀가공 제품들이며 미국, 유럽 등 7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종업원 수는 약 2000명 정도다. 새로운 공장을 또 건설할 계획을 하고 있어 매출액과 종업원 수는 조만간 약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차이 비교(Hofstede & Minkov, 2010)를 보면 < 1>과 같다.

 

K.M사는 < 1>에 나타난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줄이고 현지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을까? 즉 어떤 인사전략을 사용했을까? 구체적으로 항목별로 살펴보자.

 

 

 

 

1. 불확실성 회피의 문화적 차이 극복 노력

‘불확실성 회피란 한 문화의 구성원들이 불확실한 상황이나 미지의 상황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정도다. 이러한 느낌은 긴장감, 스트레스를 통해 표현되기도 하고 예측가능성에 대한 필요성, 성문율 혹은 불문율의 필요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판단하는 척도는 불확실성 회피 지수 UAI(Uncertainty Avoidance Index)로 나타내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강한 국가로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UAI 50개국 중에서 46(36)로 불확실성 회피 지수가 매우 낮다. 즉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국가로 볼 수 있다.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적은 말레이시아 같은 사회에서는 필요하다면 열심히 일할 수 있지만 개개인 내면의 압박감으로 업무를 끊임없이 계속하기보다는 쉬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문화권의 사람들은 미래 혹은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 걱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일하기보다는 여유롭게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쉬는 시간을 가지며 일하는 것에 익숙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한국은 UAI 85점으로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높은 편이며 말레이시아와는 무려 49점이나 차이가 난다. 한국인들이쉬면 불안한 마음이 강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서(특히 불확실성 회피 지수가 낮은 국가들) 자신의 터전을 만들고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바로 높은 UAI 점수에 기반한 정확함, 근면, 성실함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다분히 한국 사람들의 특성에서 기인한 방식이고 성공요인이다. 즉 말레이시아 직원들에게는 한국 직원들처럼 그렇게 일해야 하는 이유가 없고 갑작스레 그렇게 일해야 한다고 해서 거기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를 고려하지 않은 현지 한국 기업들이 직원 운용에서 갈등이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제 K.M사가 말레이시아의 낮은 UAI 특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진행한 활동을 살펴보자.

 

1) ‘투명업무처리 시스템과 커뮤니케이션

K.M사가 말레이시아에서 현지화를 빨리 할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본사인 K그룹의 CEO H 회장의투명한 업무처리시스템과 커뮤니케이션을 꼽을 수 있다. H 회장이 말레이시아에 K.M사를 설립하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철학이기도 했다. 여기에서 투명성이란 부패에 반대되는 개념이라기보다 실제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이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현지 직원들을 이해하는 것도 좋고 그들에게 맞는 방식의 기업 운영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는 것은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특히 제조업에서는) 분명 비효율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 말레이시아처럼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낮은 사회는 아이디어를 본격적인 실천단계까지 발전시키는 데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K.M사는 행사나 축제 등의 방식으로 현지 직원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되 동시에 그들이 조금 더 효과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했다. 그래서 K.M사에서 강조한 것이 바로 투명한 업무처리 시스템 도입과업무의 명문화였다. UAI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현지 직원들은 더 많은 열정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자기가 해야 할 일, 혹은 지시받은 업무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현지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빠뜨리거나 잘못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업무는 구두가 아니라 문서화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K.M사는 직원들의 어떠한 반발이나 불편함 없이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실수나 경영 손실을 충분히 줄일 수 있었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K.M사는 윤리적인 것은 물론, 명확하고 원칙적으로 경영하는 것을 그 신조로 삼고 있다. 이른바투명경영과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경영철학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성공요인일 수 있으나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다른 국가들보다 더욱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리해보면, K.M사가 이러한 현지 직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투명성과 명료성 및 정확성을 강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투명경영과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 이 회사의 경영철학이 말레이시아에서의 K.M직원들에게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한국 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현지 식당에서만 식사를 했고

돼지고기나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종교와 문화에

동화되도록 생활했다는 의미다.

 

2) 유사노조

K.M사는 KSKK(K. SPORTS & WELFARE CLUB)라는임직원 스포츠와 복리후생 클럽 2002년부터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이라는 형태의 조직을 국가에서 허용하지 않고 집회 또한 사전적인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노동자들이 불만을 표시하거나 싸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지의 다른 기업들의 경우 굳이 노사 간의 자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피하려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K.M사의 경우 일부러 이러한 규칙과 소통공간을 먼저 만들어줬다. KSKK는 현지 직원들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이나 그들의 복리후생 및 각종 건의사항 등을 수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하나의 노사협의체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는 직원들과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그들이 K.M사에 가치와 노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러한 K.M사의 선제적인 명확한 경영방식을 통해 현지 직원들은 K.M사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온 것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1997년에 K.M사에 입사한 말레이시아인() 공장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규모도 크지만 직원들의 안정과 건강을 고려해 수준 높은 복지를 통해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2. 권력거리의 차이 극복 노력

권력거리란 조직의 힘없는 구성원들이 권력의 불평등한 분포에 대해 수용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기업 환경에 반영해본다면권력거리가 크다는 것은 부하직원의 상사에 대한 종속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 사회 자체에서 존재적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며 상사와 부하를 서로 같지 않은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직 내 급여체계에 있어서도 고위 간부와 하위 직원 간에 격차가 크고 권한 또한 소수에게 집중화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권력거리가 크다는 것은 부하직원에게 있어서 상사와의 불평등을 인정하고 그들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부하직원들이 상사로부터 등을 돌릴 경우 반(anti)종속성도 매우 극단적이 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다시 말해, 권력거리가 커서 상사의 의견과 지시에 전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이지만 친밀감이 없기 때문에 만약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존경할 수 없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완전하게 반대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PDI 점수(Power Distance Index)가 조사대상 50개국 중에서 1(104)를 차지할 정도로 권력거리가 매우 크다. 조직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권력관계가 명확하며 부하직원들은 이를 인정하고 상사에게 높은 종속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직원들의 업무태도는 이 권력거리와 매우 밀접했다. 오랜 기간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이고 사회적 불평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도 말레이시아 현지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상사들에게 높은 종속성을 보인다. 하지만 종속성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상사를 인정하고 종속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지 무조건 복종한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앞서도 말했듯 PDI가 높은 국가들에서 상대적으로 종속과 반종속 간의 양극화 현상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자칫 직원들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오히려 직원들의 부정적인 태도가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말레이시아 직원들은존경이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특히 K.M과 같은 외국계 기업과 그 관리자들에 대해서는 전쟁의 점령군처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들이 인정하고 존경하지 않으면 결코 적극적이거나 헌신적으로 따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기업들 대부분은 현지 직원들의 이러한 생각들을 이해하지 않고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말레이시아가 위계질서가 뚜렷하다는 것을 알고 본국에서 파견 온 관리자들이 현지 직원을 무시하며 자신의 권한이 더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등부정적인 위계질서적 성향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M사가 행한 구체적인 활동을 알아보고 시사점을 찾아보자.

 

 

1) 현지 문화 적응과 리더로 인정받기

13년간이나 K.M사에서 근무한 L 사장은 이례적으로 말레이시아 현지 직원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은 상사다. 그도 처음에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는 보통 한국에서 온 관리자 중의 한 명으로 인식됐다. 말레이시아 생활을 하던 L 사장은 기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지 직원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상사가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현지에 완벽한 적응을 하기 위해서 가족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혼자 살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그는 이후 10여 년의 기간 동안 혼자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직원들과 함께 생활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한국 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현지 식당에서만 식사를 했고 돼지고기나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종교와 문화에 동화되도록 생활했다는 의미다. L 사장은 또한 사내에서 태권도 강좌를 개설하고 배우길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일과 후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때 태권도 무술만 가르치지 않고 태권도 정신함양에 중점을 두는 한편 함께 땀을 흘리며 본인도 어울렸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는 축구가 국민 모두가 대단히 선호하는 스포츠인데, 축구를 좋아했던 L 사장은 함께 축구를 즐기면서 사내 축구팀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러한 L 사장의 노력과 모습을 통해 현지 직원들은 그를 단순히 똑똑하고 능력 있는 경영자에서 똑똑한데다가 운동도 잘하고 자기들과 함께하고자 하는존경스러운사장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사에 대한 존경이 생겨나자 PDI가 높은 말레이시아 현지 직원들은 그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게 됐다. 이는 K.M사의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및 전략실행을 가져오는 데 도움을 줬고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철강회사가 되는 기반이 됐다. 이러한 성공이 거듭되면서 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파견되는 직원들이 빠른 현지 적응을 위해 초기 적응기간 6개월 동안은 가급적 철저한 현지 생활을 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기도 했다.

 

2) 수출 및 말레이시아 수상의 인정

K.M사는 대정부 및 MIDA(말레이시아 산업진흥청), Johor Bahru 주요 관공서 등과의 협력적 유대 및 우호관계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한 많은 제품들을 한국으로 역수출하기도 하고 미국, 유럽 등으로의 수출을 늘려가면서 말레이시아의 외화 유입을 증대시켰다. 이러한 노력은 말레이시아 경제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K.M사는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는 한편 기업 경영에 있어서 끊임없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디어에서는 우호적인 기사를 싣고, 심지어 말레이시아 수상이 K그룹의 H 회장을 환대할 정도로 국가에서도 K.M사의 공헌을 인정했다. 이는 역으로 말레이시아 현지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고, 이것이 다시 회사와 경영자들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3. 남성성-여성성의 문화적 차이 극복노력

남성적 문화는 사회적 남녀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사회의 문화로, 남성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거칠고 물질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반면, 여성은 전통적인 가부장제하의 조용한 삶을 수용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여성적 문화는 사회적 남녀역할이 중첩되는 사회로, 남성과 여성이 모두 겸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삶의 질에 관심을 두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문화다. 이를 판단하는 척도로 남성적 지수 MAS(Masculinity index)를 사용하는데 MAS 수치가 클수록 상대적으로 남성적인 국가를 뜻하고 낮을수록 여성적인 국가를 나타낸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MAS 50개국 중에서 정확히 중간인 25(50). 사실 말레이시아는 매우 보수적인 국가로, 남녀 구분이 뚜렷하지만 이 나라 국민들은 뚜렷한 남녀 역할 구분과 별개로 국민들 대부분이 온화하고 순진한 성격을 지닌다. 말레이시아에서 일했던 L 사장, H 사장, L 부사장과 S 사장에 따르면, 이는 말레이시아의 기후적 특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자원이 매우 풍부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여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가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안정된 국가라는 점도 여성적 특성을 형성하는 데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직장인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남성적 문화에서 중요한 요인들이수입’ ‘인정’ ‘승진’ ‘도전이고 여성적 문화의 요인들은경영자(직속 상관)와의 좋은 관계 유지’ ‘협동’ ‘거주지역’ ‘고용 안정성인데 말레이시아 직원들은 후자의 가치와 요인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말레이시아는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남녀의 업무 구분은 명확하나 지리적 특성 및 사회 문화적 특성들로 인해 실제 남성적인 업무를 하는 남성들에게조차도 온화하고 부드러운 여성적 문화의 특성이 발견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중첩된 특성을 가진 말레이시아에서 K.M사는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인사 정책(주인의식과 승진)

한국인 L 사장은 말레이시아에 들어오고 얼마 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취임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K.M사를 단순히 외국계 회사에서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회사라고 생각하십시오. 나중에는 사장인 저도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여러분들이 직접 이 회사를 경영하시기 바랍니다.”

 

현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회사, 우리 회사라는 마음으로 회사 업무에 참여하길 촉구하는 취임사였다. 실제로 K그룹 회장과 K.M L 사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최초로 현지 직원 중에서 임원을 선출했고 회사가 안정된 후 본국 직원들도 소수만 남기고 돌려보냄으로써 현지 직원들이 K.M사를 외국 회사가 아니라 본인들의 회사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결국 직원들의 주인 의식을 키워 현지화를 실현한 것이다.

 

 

2) 한국연수프로그램과 복리후생

애사심을 키우기 위해 K.M의 한국 연수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K.M사는 사업 초기부터 말레이시아의 현지 사무·기능직 직원들에게 한국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단순한 연수를 넘어서서 한국 직원들과의 인간관계를 키울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다. 특히 기능직 직원들은 약 3개월 동안 한국으로 파견돼 OJT를 받았는데 그동안 K그룹의 기업문화와 한국 문화 및 한국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갖게 된다. 일례로 20여 년 전, 당시 매우 비싼 제품으로 여겨졌던 한국에서 제조한 나이키 운동화를(당시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나이키 운동화가 매우 귀한 제품이었다) 한국에서 연수를 받는 모든 현지 직원들에게 선물로 제공했다. 그들은 모두 말레이시아로 돌아가 이를 동료들에게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규정을 충족해야 하는 신용카드 발급 등도 재정이 튼튼한 K.M 직원이라는 이유로 남들보다 용이했고, 가족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현지 직원들은 K.M사가 자국의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갖게 됐다. 또한 회사를 진정 가족처럼 인식하게 됐다.

 

3) 인간적 관심

K.M사 경영진은성과에 대한 집착이나 욕망같은 남성적 성향이 비교적 크지 않은 현지 직원들에게 업무적인 접근보다는 업무 외적인 접근(여성적 성향의 접근방법)을 더 많이 시도했다. K.M사에서 근무했던 L 사장과 S 사장, P 사장의 경우 인사기록부를 수시로 읽으면서 직원들의 인적 상황을 끊임없이 파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결혼식, 장례식 등의 경조사를 비롯해 개인적인 일들에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행동은 결국 현지 직원들의 마음을 열었고 이는 경영진과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특성은 K그룹의 기업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K그룹은 보수적이면서 동시에 가족친화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임직원들 또한 주로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이러한 K그룹의 기업문화는 H 회장이 말레이시아로 진출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H 회장은 말레이시아 현지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고자 노력했다. 회장이 직접 현지 직원들과 어울려 볼링을 치고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거리감 없이 대화하는 등 K그룹의 가족적인 문화를 현지 직원들에게 인식시키고자 노력했다. 외국 기업으로서, 특히 단독 투자기업으로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고 현지화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말레이시아의 문화와 K그룹의 문화가 잘 어울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점이 똑같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했으나 현지화에 실패한 다른 수많은 외국 기업들과의 차이일 수 있다.

 

4) 사회공헌

K.M사는 단순히 이익 중심적인 경영방침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경영을 했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에서 K.M사는 홍수와 같은 수재가 발생할 때마다 거액의 성금을 기탁하고 각종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물론이며 금식기간(라마단)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는 Breaking Fasting Ceremony를 개최한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결손아동 등을 초청해 식사 대접 및 장학금, 선물 등을 지급하는 행사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교육발전 측면에서도 직원들의 우수 자녀들과 인근 UTM대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며 산학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등 지역사회의 교육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 지역사회와 우호적으로 더불어 생활하고 있다.

 

4. 집단주의-개인주의 문화적 차이 극복 노력

집단주의는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주의는 집단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바로 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정도를 계산한 척도가 IDV(Individualism index)인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개인주의적인 국가를 뜻하고 낮을수록 집단주의적인 국가임을 뜻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IDV가 앞에서 언급한 PDI와 마이너스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PDI가 크면 집단주의적인 경향이 있고 PDI가 작으면 개인주의적이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PDI 점수가 가장 높았던 말레이시아의 경우도 이를 반영하는 듯이 IDV 점수가 50개국 중에서 36(26)를 나타내고 있다. , 말레이시아는 집단주의가 비교적 강한 국가에 속한다는 것이다.

 

사실 말레이시아와 비교를 해야 하는 한국의 경우(K.M사가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므로) IDV 점수가 43(18)를 차지하면서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로 평가됐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가 한국에 비해서 수치가 높기 때문에 본 사례연구에서 말레이시아를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국가 간의 수치 차이가 크지 않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36(26: 말레이시아), 37(25: 홍콩), 공동 39(20: 싱가포르/태국)에 랭크돼 있고, 한국이 43(18)에 있는 등 비슷한 점수대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집단주의-개인주의적 문화 성향에서는 실제로 두 국가 간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즉 두 국가 모두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두 문화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보다는 어떻게 K.M사가 말레이시아 직원들의 집단주의적 성향을 경영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1) 다양성 관리

말레이계(50%), 중국계(24%), 원주민(11%), 인도계(7%) 등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다문화 국가 말레이시아에는 실제로 민족 간의 장벽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족 간의 문화와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우리 민족에 대한 의식이 강하며 이러한 태도는 말레이시아의 민족을 중심으로 한소집단주의적인 성향을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는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민족 간의 차이로 인해 생각지 못했던 기업 운영의 문제들을 겪곤 한다.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한국 기업가들은 다문화 민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심지어 이해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한 K그룹의 H 회장과 L 사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협업이 필요한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을 모두 말레이계 사람들로 고용하기 시작했다. 대신에 협업보다는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업직이나 사무직, R&D 직원들은 중국계나 인도계 사람들, 그리고 타 민족도 함께 고용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협업의 과정에서, 특히 공장업무에서 종교적인 문제나 문화적인 차이로 직원들 간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집단주의적인 성향의 현지 직원들을 이해해 구성원들 간의 동질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갈등을 줄여나간 것은 말레이시아라는 국가적 특수성을 잘 고려해 적용한 현지화의 대단히 바람직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 현지인이 좋아하는 행사 및 기획

K.M사의 한국 관리자들 역시 처음에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업무 태도와 그들의 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L 사장과 S 사장, P 사장처럼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현지 직원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동화하면서 현지인에게 맞는 조직 운영방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L 사장은 현지 직원들이 즐기면서 일하는 문화를 지향하고 어떠한 행사나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기존에 해오거나 경쟁사들에서 하던 형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난 큰 규모의 이벤트를 실행했다. ‘Treasure Hunt’라고 불리는 연례행사가 바로 그것인데 전 직원이 12일에 걸쳐 야외에서 게임과 장기자랑을 한다. 이 행사는 현지 직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할 뿐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의 막대한 비용이 지원된다. 게다가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하고 이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에 착안해 대단히 파격적인 선물도 준비한다. 큰 규모의 행사를 지원함으로써 다음 행사가 기다려지게 하고 그들이 K.M사와 자신들의 업무에 더욱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현지 직원들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경영함으로써 현지 직원들과 문화적 거리를 줄일 수 있었다. 이는 현지 직원들의 특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동화하고 방식만 바꾸어 성과를 내고 현지화를 정착시킨 성공적인 사례다.

 

현지화에 대한 시사점: 문화적 거리와 인사관리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어디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경영환경이 비슷하고 사람들의 문화가 같다면 기업의 현지화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환경 대부분은 나라마다 다르고 각국의 문화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다. 이 중에서도 사람과 관련된 현지화는 사업성공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현지화의 핵심이인사가 되고, 그중에서도 사람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좌우하는 문화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화적 거리와 경영성과와의 관계에 대한 많은 선행연구에 의하면 문화적 거리를 줄일수록 경영성과가 높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조인트벤처 등 국제합작투자를 하면서 먼저 문화적 거리를 줄이면서 성과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하지만 문화적 거리를 좁히는 제대로 된 방법은 소유지분형태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경영, 그중에서도 인사관리다. 현지화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이 문화적 거리를 어떻게 줄이느냐라고 한다면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얘기다.

 

1. 권력거리별 인사관리 및 제도 디자인

인간 간의 불평등은 당연하며 심지어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게권력거리가 큰 사회의 특징이다. 권력을 가진 자는 특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믿으며 고위관리자와 하위직원 간의 급여 격차가 크다. 따라서 권력거리가 큰 국가나 사회에서 기업의 현지화를 할 때는 인사 시스템과 문화를 이러한 특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직급설계를 구축할 때에 위계질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직급 수를 가급적 많이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상제도도 인센티브의 차별화보다는 기본급의 차별화를 더 많이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기업문화적인 차원에서도 수직적인 요소를 존중해주는 것이 수평적인 요소를 존중하는 것보다 더 필요하다. 권력거리가 큰 사회에서는 이러한 인사제도와 기업문화를 고려해 현지화의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은 최소화해야 하고 조직 안의 위계는 편의상 만들어진 것으로역할의 불평등을 뜻할 뿐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는 것. 그게 바로 권력거리가 작은 사회의 특징이다. 이런 사회에는 사람은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한 고위관리자와 하위직원 간의 급여격차도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상사는민주주의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권력거리가 작은 사회에서 현지화를 하기 위한 인사제도는 앞서 제시한 권력거리가 큰 사회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많은 수의 직급보다는 적은 직급구조를 만들고, 보상제도도 기본급의 큰 차이보다는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게 맞다. 상사의 권위적인 리더십보다는 민주적 리더십이 더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기업문화적인 차원에서는 수직적인 요소보다는 수평적이고 개개인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현지화가 빨라질 것이다.

 

불확실성 회피가 약한 사회의 특징은 생활에

내재하는 불확실성은 수용하면서 일상적인 생활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공격성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규칙은 가급적 적은 편이 좋으며,

규칙을 지킬 수 없다면 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2. 불확실성 회피 성향의 강약과 인사관리

불확실성 회피가 강한 사회의 일반적인 특징은 앞서도 설명했듯생활에 내재하는 불확실성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단한 위험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그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근면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 명료성과 정확성이 몸에 배어 있으며 별로 실효가 없는 규칙이라도 감정적으로 규칙을 필요로 한다. 성문화한 규제를 필요로 하며, 조직문화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고 법과 질서가 존중된다. 이러한 특징의 사회에서 기업현지화를 하고자 할 때에는 조직의 직급구조는 명료하게 인정되도록 구축하고 운용해야 한다. 회사의 규칙을 명확하게 구축함과 동시에 조직 내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명확한 요구와 지시를 하는 것이 좋다. 외국인 관리자에게 불안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현지 관리자를 활용하는 것이 좋으며 합의와 상담적 리더십이 필요하다.혁신에 대한 저항이 비교적 크고 안정과 자존 또는 소속에 의해 동기화된다. 따라서 급격한 현지화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서서히 접근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불확실성 회피가 약한 사회의 특징은 생활에 내재하는 불확실성은 그대로 수용하면서 일상적인 생활은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공격성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규칙은 가급적 적은 편이 좋으며, 규칙을 지킬 수 없다면 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게으름을 피워도 편안하게 느끼며 필요할 때만 열심히 일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현지화를 할 때에는변화에 대한 정서적 저항이 비교적 적고 위험부담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혁신적인 인사제도와 문화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근무처로서 작은 조직을 선호하기 때문에 조직설계를 이 특징에 맞춰야 한다. 권한 위임을 선호하고 외국 생활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인사제도 구축도 필요하다. 엉뚱하고 혁신적인 생각과 행동에 대해 수용적이기 때문에 기업문화의 구축도 자유롭게 하는 것이 현지화의 빠른 길일 것이다.

 

3. 남성성과 여성성, 그리고 조직문화

남성적 사회의 특징은 앞서 언급했듯물질적 성공과 발전을 지배적 가치로 삼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 사회의 사람들은 금전과 물질 중심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 강한 자에게 공감하는 성향이 강하고 경영자에게는 단호한 결정을 원한다. 동료 간의 경쟁, 업적을 강조하고, 투쟁을 통해 경쟁자를 물리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려는 특징이 있다. 남성은 자기주장대로 행동하고 여성은 교양 있고 차분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사회에서의 현지화 과정에서는 강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직무부여나 이동 배치 시에는 남녀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하고, 교육의 내용도 업적 달성에 필요한 요소를 위주로 하는 게 좋다. 남녀는 각각 다른 교육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 이를 고려한 교육제도 운영도 생각해볼 만하다. 인사제도도 역량평가 등 주관적이거나 부드러운 요소보다는 뚜렷하고 계량적인 업적 위주의 제도를 구축하고 운용하도록 한다.

 

사람들과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는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과 보호하는 것. 이게 바로 남성적 사회와 대비되는 여성적 사회의 특징이다. ‘사람 중심 사고를 하며 남성과 여성이 모두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경영자는 직관을 이용하며 합의점을 찾아나서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동등함, 단결, 작업생활의 질을 중시하고 작은 것, 느린 것을 아름답게 생각한다. 갈등해결은 화해와 협상에 따른 것을 선호한다. 현지화의 초점은인간화된 직장 만들기가 될 것이다. 상호 도움과 사회 접촉을 많이 하도록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지향할 필요가 있다. 직무의 구성은 집단을 통합하도록 해야 효과적이고, 업적 위주의 제도보다는 역량 위주의 인사제도가 더 효과적이다. 조직은 또한 종업원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도록 인사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많은 여성이 높은 자격, 높은 급여의 일에 종사하므로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4.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와 조직문화

개인주의 사회의 특징은 정체성의 근원이 개인 안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을 집단에 우선시하는 풍토가 있다. 고용주와 종업원 간의 관계는 상호이익에 기반을 두는 일종의 계약이라고 생각한다. 고용 여부와 승진 결정 등은 오로지 기술과 규칙에 근거해서만 이뤄진다. 관리자는 인생의 목표로서 쾌락, 애정, 안전을 선호하고 회사로부터의 심리적인 독립을 원한다. 이러한 사회에서의 현지화는 관리자의 리더십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직무설계에 있어서 자유와 도전을 중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대기업 형태의 현지화보다는 중소기업 형태의 현지화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 관리자는 최근의 정보를 몸에 익히고 현대경영이론을 도입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기업문화도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구축하고 유도하며, 개인의사를 존중하고 낮은 맥락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집단주의 사회의 특징은 정체성의 근원은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적 그물망에 있다는 점이다. 공동체에 기초를 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의 심리적 의존이 강하며, 관리자는 일체감과 질서를 강조한다. 직무에 있어서 훈련과 기능의 발휘를 중시한다. 고용주와 종업원과의 관계는 가족관계와 유사한 형태를 띤다. 집단적 결정은 개인적 결정보다도 우선한다. 이러한 사회에서의 현지화는 문화적으로 언제나 조화가 유지돼야 하며 직접적인 대립은 피해야 한다. 높은 맥락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회사는 가족과 같이 직원을 돌봐야 하며 조직이 그 구성원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면 그들은 소외된다고 느낀다. 조직이 보호하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외부 채용보다는 내부 승진을 많이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고, 평가나 보상제도도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에 의한 것을 선호하므로 이에 맞게 인사관리를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문화적 거리의 네 가지 차원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K그룹의 사례를 살펴본 뒤 일반적인 적용원리를 제시했다.

 

문화의 적응을 통한 경영현지화가 기업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하지만 반드시 모든 문화를 현지에 맞추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더 나은 경영성과를 위해 필요하다면 현지의 문화를 자신의 기업이 가진 바람직한 문화로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지화의 노력과 바람직한 문화 창출의 최적화가 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다. 현지화와 진출 기업 특유의 문화, 그 적절한 균형점에서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성공, 현지화 인사전략의 성공이 시작된다.

 

 

박광서Pay Governance CEO/부회장 ryan.park@paygovernance.kr

박광서부회장은 호주 모나시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다. 글로벌 인사/경영컨설팅 업체인 타워스페린과 타워스왓슨 사장을 지냈으며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의 상임고문 등을 역임했다.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이며 현재는 약 30년의 인사컨설팅 경험을 살려 글로벌 컨설팅사 페이 거버넌스의 아시아 총괄 부회장 겸 CEO로 일하고 있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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