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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호 폭발과 집단사고

문권모 | 12호 (2008년 7월 Issue 1)

 

2003년 2월 1일 미국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텍사스주 상공에서 폭발했습니다. 임무를 마치고 지구에 귀환하기 위해 대기권에 진입하던 중이었습니다.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했습니다. 우주선의 잔해는 3개 주(州)에 흩어졌습니다.

당장 사고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원인 규명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컬럼비아호 폭발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란 점이 밝혀졌습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우주선 이륙 때 연료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서류가방 크기의 단열재였습니다. 이 단열재가 왼쪽 날개 가장자리의 탄소 강화 패널에 구멍을 냈습니다. 임무를 마친 우주선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이 구멍으로 고온의 플라스마가 들어와 폭발을 일으킨 것입니다.
 
NASA에 팽배한 집단사고
이후 미국에서는 다양한 시각에서 사고의 배경을 분석한 자료가 쏟아졌습니다. 그 중 경영학적 관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컬럼비아호 사고가 ‘집단사고(groupthink)’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집단사고는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의 어빙 재니스(Irving Janis) 교수가 만든 용어입니다. ‘조직 구성원이 의견 일치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지나쳐 특정 방향으로 결정을 몰고 가는 현상’ 정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집단사고는 다수로 이뤄진 집단이 언제나 개인보다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해 줍니다.
 
미국 웨스턴오리건 대학 클레어 페라리스 교수와 로체스터 공대 로드니 카베스 교수가 쓴 ‘NASA and the Columbia Disaster’란 논문은 우주왕복선 사업의 주체인 항공우주국(NASA) 안에 팽배한 집단사고가 컬럼비아호 참사를 일으켰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www.businesscommunication.org 참조)
 
피해 정도 알아보자” 전문가 의견 일축
논문에 따르면 2003년 당시 NASA는 집단사고를 하는 조직의 특징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었습니다. 먼저 NASA는 소수의 엘리트로 이뤄진 응집력 강한 조직이었으며, 리더들은 정해진 날짜에 우주선을 발사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발사 연기를 불러올 ‘부정적 정보’를 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런 NASA의 조직문화 때문에 집단사고가 조직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됐습니다. NASA 운영팀은 이미 수십 차례 우주선을 발사한 자기 조직의 역량을 과신하면서 사고 이전에 드러난 문제의 중요성을 무시했습니다. 컬럼비아호의 폭발을 부른 단열재 문제는 이미 이전에 애틀랜티스호를 발사할 때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NASA는 단열재 문제에 대해 “실험으로 검토해 봤으나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중에 이 실험은 충분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NASA는 이륙 때 떨어져 나온 단열재가 우주선 선체에 피해를 줬는지 알아보기 위해 천체망원경이나 첩보위성 사진을 이용하자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습니다. 자신 있게 반대 의견을 내놓을 사람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직 전체에 ‘의견의 통일성’이 강요된 것이지요. 당연히 사고를 막을 대안 모색도 없었습니다.
 
결국 컬럼비아호는 참혹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사소하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로 말입니다.
 
집단사고 사례는 우리 주변에도 아주 많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을까”, “자기들끼리만 신이 나서 설치는 것이 꼴 보기 싫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조직 구성원들이 상층부와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말하지 못하도록 내부 단속을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조직이 건강해지려면 할 말은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다양한 생물군을 가진 생태계가 건강하듯이 다양한 생각이 반영되어야 조직이 병들지 않습니다. 생각의 통일성만 강요하다 보면 컬럼비아호 폭발과 같은 파국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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