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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과 리얼옵션

인턴制·소셜 채용·인력풀 운영…인력 공백을 피해갈 틀을 갖춰라

김기령 | 176호 (2015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사/조직

 HR 부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리얼옵션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주요 보직이 비었을 때 후임자를 신속하게 선발할 수 있도록 미리 인력풀을 구성해 이들이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평소에 투자했다가 공석 발생 시 적임자를 골라 후보자로 선발하는 방식을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또한 공채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인턴제도를 운영한다든지 소셜 채용을 통해 경력직 채용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비즈니스에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대가 되면서 불확실성을 회피하기보다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불확실성을 차별화 요인으로 활용하는 리얼옵션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한번 승자가 영원한 승자일 수 없으며 매번 새롭고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야 하는 현 경영환경 아래에서는 리얼옵션과 같은 접근 방식이 비즈니스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리얼옵션 전략은 HR 부문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보상 부문에서의 옵션 전략

1) 장기 인센티브: 스톡옵션

리얼옵션이라는 용어는 금융옵션에서 유래됐다. 금융옵션 중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주식매수선택권(stock option)인데, 스톡옵션은 인사 부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기 인센티브 수단이다. 장기 인센티브는 1년 단위로 운영되는 단기 인센티브와 달리 최소 3년 이상의 실적에 근거해 제공하는 동기부여 수단을 말한다. 3년 동안 미리 설정한 목표치를 얼마나 달성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이다. 목표치는 단순하게 주가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매출이나 이익률, 주가수익률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성과 측정치를 특정한 무엇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결국 이를 제공받는 임직원에게 집중해야 하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과 같다. 예컨대 주가를 목표치로 제시해 보상의 기준으로 설정한다는 것은 임직원에게 주가 등락에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는 메시지와 동일하다. 스톡옵션은 주요 임원에게 현 주가를 기준으로 주식행사가격을 산정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 보유자가 권리를 행사해 차액을 취할 것이고, 주가가 떨어지면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된다. 결국 스톡옵션을 제공받은 주요 임원이 주어진 기간 동안 얼마나 열심히 주가를 상승하도록 만드느냐에 따라 과실의 정도가 결정된다. 이 같은 구조는 이런 인센티브를 통해 주요 임원이 주가 하락의 위험(하방 위험·downside risk)은 줄이고 주가 상승(상방 가능성·upside potential)을 추구해 더 많은 과실을 얻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경영진의 노력이 주가에 반영되는 산업에서는 스톡옵션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최고경영자를 선임했을 때 나타나는 최고경영자 효과(CEO effect)나 실적이 개선됐을 때 주가가 오르는 것이 그 예다. 가장 일반적인 스톡옵션의 사례는 벤처기업에서 사업가 기질이 뛰어난 직원이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유인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다. 신규 벤처기업은 자금을 투자해야 할 곳이 많으므로 대기업 수준만큼 직원들에게 현금 보상을 제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능한 사람을 유치해야만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대기업만큼 보상을 지급할 수는 없지만 몇 년 고생을 참고 사업에 성공해 회사가 잘되면 이를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옵션이다. 즉 기업은 주요 임원이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게 만들거나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

 

2) 단기 인센티브: upside opportunity 확대

스톡옵션 외에도 보상 부문에서 옵션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단기적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옵션을 보상 구조에 포함할 수도 있다. 단기적 보상 차원에서 옵션을 활용한 모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보자. 이 기업은 업무에 따라 다양한 보상 옵션을 활용한다. 특히 영업직에게는 매년 목표를 설정할 때 기본급의 일부를 포기하는 옵션을 선택하면 연말 실적에 따라 기본급의 40%에 해당하는 영업 인센티브를 추가해 upside potential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적용한다. 기본급 포기의 범위는 상방 가능성 보너스 크기와 연동해 기본급을 많이 포기할수록 더 많은 보너스를 수령할 수 있다. 또한 상방 보너스는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커지며 상한이 없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더 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가치가 커지는 옵션의 특성에 기초한 구조다. 만약 이 직원이 목표보다 더 많은 실적을 달성하면 다른 직원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목표에 미달하면 총 금액에서 손해다. 이런 위험을 선택하고 싶지 않은 직원은 기본급을 모두 받으면서 추가 실적에 대한 영업 인센티브만 받으면 된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이와 같은 보너스 옵션을 선택할 직원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일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변형된 형태가 국내 기업 중 일부에서 활용된다. 이런 구조는 직원들이 업무에 몰두해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만한 방법이다.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한 국내 기업의 경우 기본급의 5%를 포기한 후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기본급의 2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도입 초기에는 참여자가 많았다고 한다. 이후 옵션의 리스크를 점차 늘리니 지원자가 줄어들어 이 기업은 당분간 기본급의 10%를 포기하는 수준까지만 운영할 계획이다. 즉 옵션은 기업의 사정과 경제 환경에 맞게 적절히 조절해가며 운영할 수 있다.

 

주요 보직 선발 과정에서의 옵션 전략

실제 주요 보직을 선발하고 결정하는 인사위원회 또는 이에 상응하는 회의 모습은 어떨까? 어떤 내용의 토의가 진행되고 무엇을 근거로 선발이 이뤄질까? 구체적인 예로 스티브 잡스 사후에 팀 쿡은 어떤 과정을 거쳐 최고경영자로 선임됐을까? 이런 과정은 기업마다 중시하는 가치나 업의 특성이 다르므로 기업에 따라 절차 및 토의내용이 매우 상이하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기업의 모습과 바람직한 모습을 비교해보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리얼옵션이 HR 부문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또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주요 임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 절차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A기업을 보자. 어쩌면 현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의 기업일 것이다. A사는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소유주인 ㄱ 회장이 설립 및 운영하다가 해외 비중 매출이 늘고 신소재 사업이 주축을 이루면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의 일부를 위탁하려고 신임 최고경영자를 선임하려고 한다. 인사 담당 임원이 여러 헤드헌팅 업체에 요청해 복수의 지원자를 추천받았고, 과거 경험이나 학력, 평판 등을 관찰한 후 최종 지원자를 3명으로 추려 ㄱ 회장에게 보고했다. ㄱ 회장은 3명의 지원자와 일대일로 면접을 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 신소재 사업에 대한 이해도, 비즈니스 감각, 조직 적응력, 인품 등을 체크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거나 함께 판단하는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세 명 중 한 명을 선택했다. 이런 기업에서는 회장의 판단에 따라 인사가 결정되므로 어느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A사에서 다음에 이런 인사 선발 이슈가 발생하면 비슷한 과정이 되풀이될 것이다.

 

B사는 섬유업계에서 시장점유율 2∼3위를 차지하는 중견 업체로 주요 보직자를 선정할 때 인사위원회를 개최한다. 참석자는 ㄴ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ㄷ 부회장, 새로 선임된 ㄹ 사장, 경영지원본부장인 ㅁ 부사장이다. 선임 과정에서 주로 논의되는 내용은 사업에 대한 가능성보다는 하방 위험 쪽에 가깝다. “김 전무에게 해외사업본부장을 맡기면 그 친구 영어실력으로 제대로 의사소통이나 하겠어?” “이 상무는 다 좋은데 영업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사업본부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겠나….” “정 전무는 그동안 지원부서에서 뼈가 굵었는데 아무리 본인 의욕이 높아도 신사업을 말아먹을 거야.” “이번에도 조 전무를 국내사업본부장으로 연임하는 것은 절대 반대야. 물이 고이면 썩게 마련이거든.”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되면 결국우리 회사에는 인물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DBR Mini Box

주요 보직 선발과정에서의 리얼옵션 전략 실행단계

- 리더들이 평소 자기 밑에 있는 부하 직원들을 파악해 장단점을 기록, 인재 현황 풀을 만들어라.

- 인재 현황 풀에 근거해 직원들이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교육하라.

- 공석이 발생하면 풀을 활용해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강점을 중심으로 선발 과정을 진행하라.

- 선발된 자에게는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상방 가능성을 극대화하라.

- 선발되지 못한 자들의 경력 관리를 지원해 새로운 옵션을 준비하라.

 

 

인사를 내는 것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하는 일이므로 하방 위험보다는 상방 가능성 쪽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후보자가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이번 해외사업본부장 역할에 가장 중요한 요건이 뭐야? 그 요건을 갖춘 사람이 누구지? 그 사람을 선임할 때 고려해야 할 위험요인이 있을까?”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면 하방 위험보다 상방 가능성에 대한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 “김 전무가 해외사업본부장을 맡는 게 좋을 것 같아. 김 전무는 워낙 대인 이해력이 높아서 외국인이라도 금방 친해질 거야.” “정 전무를 대신해서 김 상무를 국내사업본부장으로 추천하고 싶네. 김 상무는 향후 우리 회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신소재 분야에 대한 시장 전문가이기도 하고 그동안 맡았던 영업팀 성과가 좋았던 걸 보면 국내사업본부에도 획기적인 비약을 가져올 거야.” 이처럼 건설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위원회를 열기 전에 각 후보자가 맡은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이 철저해야 한다. 그리고인사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하방 위험보다는 상방 가능성을 열어놓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C사는 하이테크 산업에 속한 기업으로 시장의 리더다. C사는 앞의 두 회사처럼 공석이 생기거나 조직 개편에 즈음해서 승진 및 배치를 고민하지 않는다. 매년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주요 보직의 후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한다. 이처럼 정기적인 승계계획(succession planning)을 갖고 있지 않았던 시절에는 C사도 매번 공석이 생겼을 때 실시하는 대체계획(replacement planning)만 진행했다. 대체계획을 통해 주요 보직을 결정하다보니 사내에 적절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되면 외부 충원을 도모했다. 그러다보니 내부 인력들의 불만이 커졌고 새로 부임한 인물이 내부에서 배격을 당해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특히 내부 인력들의 불만은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내부에서 발탁하지 않고 자꾸 외부에서 불러들이느냐에서 시작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는그 자리에 가려면 어떤 능력과 요건이 필요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러 인턴(옵션)을 뽑아 이들에 대한 교육과

업무배치(일정 부분의 투자)를 통해

회사생활이라는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후 이들 중 우리 기업과 가장 잘 맞고

조기 퇴직(하방 위험)을 하지 않을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형태다.

 

 

 

 

C사는 이런 근원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승계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보직에 요구되는 요건을 정리하고 이를 기초로 현 보직자의 한 단계 밑에 있는 직원들을 진단했다. 이런 진단자료를 근거로 현 보직자가 자기 밑에 있는 직원을 코칭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지원하며 양식을 만들어 현 인력상황을 꼼꼼히 기록하도록 했다. 예컨대 김 부사장은 사업에 대한 경험과 역량이 풍부하지만 전략적 사고가 다소 부족하고, 정 전무는 오랜 기간 지원부서에서 업력을 쌓아 전략적 사고 및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잡는 능력은 탁월하나 고객과의 관계 형성이나 영업 노하우가 부족하고등이다. 이렇게 하면 여러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는데 우선 갑자기 공석이 발생했을 때 역량과 능력에 따라 후보자 풀을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평소 여러 후보자에게 조금씩 투자해 그들이 부족한 면을 채워가며 상급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수 있다. 공석이 발생하면 이들 중 가장 잘 준비된 자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것은 상시 다양한 프로젝트에 조금씩 투자했다가 결단의 순간에 어느 한 옵션을 선택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리얼옵션의 구조를 인사 부문에 차용한 것이다. C사의 경우 국내사업본부장이 갑작스럽게 공석이 됐을 때 이 역할에 누구를 보임하는 것이 위험성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를 공개적으로 인사위원회를 통해 논의했다. 논의 절차는 먼저 후보자들 중 요건을 가장 충족하는 사람부터 순서대로 살피고, 그들이 가진 장점과 공석이 된 자리가 얼마나 잘 매치되는지 파악한 후, 후보자가 선임된 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논의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보직의 경우 현 보직자를 포함해 공개적으로 논의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현 보직자보다 후보자가 더 훌륭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면 현 보직자는 후임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거나 외부에서 역할을 찾는다. 특이한 점은 내부 인력으로만 승계계획을 진행하면 인력의 질적 향상이 더딜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일부 보직은 내·외부 인력을 함께 고려하도록 한 점이다. 이런 보직은 내부에서 축적되는 경험에 대한 중요성이 낮고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대체 인력의 충원이 가능한 자리다.

 

이처럼 주요 보직에 대한 선발과 승계계획 과정에서도 리얼옵션의 개념을 적용해 하방 위험보다는 상방 가능성에 초점을 둘 수 있다. 회사의 설립자 등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외부 충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내부 인력 상황을 미리 살펴보고 후보자 풀을 구성해 이들이 자신의 부족한 면을 채워 더 역량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후보자의 약점부터 논의하기보다는 강점을 근거로 논의해야 훨씬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잠재적인 위험에 눈을 감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먼저 내부에 확보된 강점을 최대한 이끌어내면서 강점을 근거로 후보자를 선택하되 잠재적 위험은 그 다음으로 논의해 작업의 우선순위를 바꾸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선발된 사람이 아닌 다른 후보자, 즉 선택을 받지 못한 사람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에는 해당 보직에 선임되지 못했지만 갖고 있는 잠재력이 커서 1∼2년 후면 현 보임자보다 훨씬 잘할 수 있는 인력이 퇴사하면 얼마나 손해가 큰가. 따라서 승계 계획은 평상시 꾸준히 진행돼야 하며 회사 내부 인력이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사 부문에서 리얼옵션 전략을 가장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채용에서의 옵션 전략

과거 우리나라 대기업의 채용은 ‘To Make’ 전략을 통해 실행됐다. 구체화하면 어느 정도 잠재력을 가진 인력을 뽑아 이들을 잘 가르쳐서 자격을 갖춘 인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반면 많은 중견 및 중소기업에서는 ‘To Buy’ 전략을 활용해왔다. 이는 요건을 갖춘 인력을 채용해 바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이런 전략들이 서로 섞이는 추세인데, 대기업에서도 특정 직무 전문가가 필요하면 경력직 채용을 통해 자리를 채우고, 중소기업도 신입인력을 공채로 채용해 기업문화와 직무에 맞게 길러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채용의 주요 이슈는 적합한 인재를 뽑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에 잡아둘 수 있을 것인가로 확장된다. 자격을 갖춘 외부 인력을 선발해 전문성을 확보하더라도, 또는 의욕 있는 신입을 뽑아 기업에 맞게 잘 교육시켰더라도 이들이 금세 조직을 이탈해버린다면 그동안의 시간이나 비용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인력 유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착된 채용관행 중 하나가인턴제도의 활용이다. 과거 인턴제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다니던 학생들이 방학 중 직장이나 직무를 맛보기 위한 목적으로 많이 시행됐다. 이렇게 운영되는 인턴제는 회사에 대한 홍보 또는 미래 고객 확보 등의 효과는 있었을지 모르나 채용 자체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인턴은 A사에서 하고, 실제 구직은 B사에서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A사에서 해당 인턴을 마음에 들어 했더라도 그 당시 채용계획이 없으면 채용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오늘날 인턴제는 이와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리얼옵션 구조다. 구체화하면 여러 인턴(옵션)을 뽑아 이들에 대한 교육과 업무배치(일정 부분의 투자)를 통해 회사생활이라는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후 이들 중 우리 기업과 가장 잘 맞고 조기 퇴직(하방 위험)을 하지 않을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형태다. 실제로 이런 인턴제를 통해 채용한 인력은 회사생활에 훨씬 잘 적응하고, 업무성과가 높으며, 이직률이 훨씬 낮다는 통계가 있다(상방 가능성). 평소 인턴을 뽑아 관리하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자해 다양한 인력풀을 확보했다가 그들 중 가장 성과가 좋고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빠른 적응과 보다 큰 성과를 노리는 동시에 공채 채용 후 시행착오나 이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채용의 또 다른 관행인 소셜 채용도 살펴볼 만하다.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때 헤드헌팅사를 통해 인력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인력들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거나 스스로 이직을 원하는 사람일 때가 많다. 이름이 잘 알려져 있거나 스펙이 훌륭한 인력은 상당히 높은 보수를 원한다. 이직을 원하는 인력은 성과 또는 다른 면에서 문제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이런 인력을 채용했을 때 이들이 새로운 조직에 잘 적응할지, 회사에서 기대하는 만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현재 상황에서 판단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현실적으로는 이들이 성공할 가능성(상방 가능성)이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다. 뛰어난 스펙을 가진 인력은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조건이 들어왔을 때 쉽게 떠날 가능성이 크다. 전 직장에서 문제가 있어 이직을 원하는 인력은 새로운 조직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소셜 채용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 링크트인(Linked In)이나 페이스북(Facebook) 같은 SNS의 친구집단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력들은 앞서 이야기한 인력과는 다르게 직업을 열심히 찾고 있는 인력 또는 조건이 더 좋은 직장을 찾고 있는 인력인 이른바 적극적 구직인력(Active job seeker)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이직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거나 또는 본인이 찾던 직장이나 원하는 위치에 공석이 생겼을 때 직장을 옮길 수 있다. 사실 이는 어떤 직장인이든 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들과 같은 소극적 구직인력(Passive job seeker)의 마음을 잡으려면 단순한 인력채용공고(job posst)나 헤드헌팅만으로는 부족하다. 평소 기업 이미지를 관리하는 한편 이들을 향한 지속적인 구애가 필요하다. 이들에게 기업 정보를 제공하고 자주 노출하며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 고유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은 채용 시기에만 집중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작게라도 평소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채용 관련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특정 기간이 아니라 계속해서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는 옵션 구매 비용(옵션가격)으로, 상방 가능성을 시도하기 위해 불가피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직장을 바꾼 인력은 쉽게 퇴직하지 않고 조직에 잘 적응하며 보다 큰 성과를 낼 가능성(상방 가능성)이 훨씬 크다. 미국 기업의 94%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도구 중 하나로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으며 78%의 기업이 이를 통해 우수 인재를 채용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는 다양한 가능성에 씨를 뿌리는 리얼옵션적 사고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리얼옵션 전략이 인사 부문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 앞으로 기업들이 마주쳐야 할 불확실성은 더 커지면 커졌지, 절대 작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여러 옵션을 미리 확보하고 가능성을 테스트하며 의사결정을 내려 상방 가능성을 높이는 리얼옵션 전략은 다양한 업무 영역에서 점점 더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다. 하나의 특정 방향이 옳다는 선입관을 버리고 다양한 옵션을 통해 더 큰 가능성을 노려야 할 때다.

 

 

김기령 타워스왓슨코리아 대표 Charlie.Kim@towerswatson.com

필자는 뉴욕주립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머서, 헤이그룹, 에이온컨설팅, 씨엘오그룹 대표이사를 지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인사관리, 인재개발, 리더십과 조직개발 영역이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글로벌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조직과 인사 전문가다.

 

  • 김기령 김기령 | - (현) 타워스왓슨 코리아 대표
    - 헤이그룹 한국사무소 대표 역임
    - 머서코리아 대표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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