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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이 답이다

고객 만족도 높이고 싶다면 ‘초크포인트(choke-point)’마다 오너십 부여하라

김정수 | 174호 (2015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인사, 마케팅

 

 

 

고객 감동을 실현하기 위한 해법

고객 만족을 좌우하는 초크포인트(choke-point)를 파악하라

회사와 고객 간 수많은 터치포인트 중 고객 만족을 좌우하는 결정적 터치포인트, 이른바초크포인트파악

고객 만족도 조사를 터치포인트(touch-point)별로 세분화하라

단순히이 회사의 상품/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식의 두루뭉술한 질문에서 탈피, 주요 터치포인트별로 고객 만족도 조사 실시

초크포인트별로 명확한 오너십을 부여하라

초크포인트 해결에 대한 책임은 이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현업 부서에 맡길 것

 

편집자주

조직원 모두에게 오너십, 즉 주인 의식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업무 효율성과 성과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김정수 파트너가 생생한 기업 사례들을 통해 조직 내 오너십 확산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소개합니다.

 

신용카드회사 고객만족팀을 맡고 있는 박 팀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매년 고객만족도 점수가 조금씩 하락하더니 올해는 급기야 업계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이다. 오늘은 조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실리고, 친절하게도 업체 간 고객만족도 점수를 비교하는 그래프까지 컬러로 나왔으니 출근하자마자 여기저기서 호출이 끊이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매출 경쟁에서 뒤처질 때마다 고객만족도가 낮아서 그렇다는 책임이 고스란히 돌아올 터.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거나 고객만족도 점수가 현격하게 좋아질 때까지는 박 팀장이 이 멍에를 짊어지고 가야 할 처지다.

 

박 팀장이 고객만족팀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보지 않은 건 절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처음 고객만족팀장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는 정말 의욕적으로 많은 일을 해 봤다. 당시에도 고객만족도 점수는 업계 하위권에 있었고, 팀장 발령 다음 날부터 그간의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높은 벽에 부딪혔다. 고객만족도 조사라고 하는 것이 대체로지금 쓰고 계신 카드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1점부터 10점을 주도록 물어보고 있기에 정확히 무엇 때문에 낮은 점수를 줬는지는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좀 더 상세한 질문이라고 해도지금 쓰고 계신 카드의 포인트 제도나 부가 서비스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라는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도대체 왜 우리 회사가 경쟁사보다 5점이나 낮은 점수를 받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것은 공식적인 평가기관으로서 신용카드뿐 아니라 수십 개 업종에 대해서 대표성이 있는 표본을 추출해 조사를 진행하려다 보니 마음처럼 조목조목 물어볼 수도 없을 것이고, 질문에 응답하는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들려다 보니 자세하거나 어려운 내용은 다 제외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새로 부임한 고객만족팀장으로서 점수는 하위권이고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단서는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심 몇 가지 심증은 있었다. 신용카드회사 고객들의 만족도가 낮다면 몇 가지 중 하나의 이유가 아니겠는가? 첫 번째로 짚이는 것은 높은 할부 이자였다. 얼마 전 수익성이 점점 악화된다면서 할부 이자를 조금씩 올렸는데 고객들은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할부를 주로 사용하는 여성 고객들은 이자율 0.5%p 차이에도 엄청나게 민감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차피 지갑 속에 신용카드 서너 개는 가지고 다니는 점을 생각하면 당장 할부 거래에는 우리 카드를 안 꺼내 들었을 거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포인트 사용처가 대폭 축소된 것도 마음에 걸렸다. 역시 여성 고객들은 편의점에서 물건 하나를 사도 꼭 포인트를 적립하고 1000원짜리 물건 하나라도 포인트로 구매를 하면 공짜로 세상을 얻은 것처럼 뿌듯해 한다. 그런데 마침 지난번 카드 시스템 개편 때 돈 안 되는 고객들이 주로 포인트를 많이 이용한다는 자체 분석 결과에 따라 포인트 사용처를 대폭 줄였다. 당연히 마음이 상했을 수 있다. 포인트에 민감한 고객들일수록 고객만족도 조사에도 더 적극적으로 응하고 자기 생각도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고객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도 우리가 경쟁사보다 열위에 있는 부분이다. 다른 카드사들은 1000원당 적립해 주는 1마일을 우리는 1500원마다 적립해 주고 있으니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마일리지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면 우리 회사 카드를 쓸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일단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이 세 가지 문제만이라도 해결하면 어느 정도 점수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하나하나 담당 부서와 협의를 해서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했다. 우선 찾아간 곳이 할부 이자율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금융서비스관리팀이었다. 다행히 금융서비스관리팀장과는 입사 동기이기도 했고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던 터라 문제는 잘 해결될 것 같았다. “이번에 우리 회사가 고객만족도가 또 최하위인건 들었지? 사장님께서도 매일 나만 찾으시고 아주 힘들어. 내 생각에는 우리가 할부 이자율을 높인 것이 제일 큰 원인인 것 같은데 이참에 이자율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려서 고객만족도를 좀 높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아. 협조해 줄 거지?” 요즘 같은 시절에 전사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만족도를 높이자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을 걸로 생각하고 말문을 열었다.

 

금융서비스관리팀장의 반응은 뜻밖에 너무나 냉랭했다. 금융서비스관리팀은 많은 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할부 서비스를 통한 이익 확보가 가장 중요한 부서였다. 그동안 많은 실험을 해본 결과 할부 이자율을 높이는 것이 이익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지난 번 어렵게 경영진을 설득해서 이자율을 높인 이후에 부서 이익이 늘어나서 전 부서가 한동안 한껏 고무돼 있었는데 확실치도 않은 이유 때문에 이자율을 낮추라니 다시 생각해 볼 필요도 없어 보이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박 팀장은 전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사장님도 당장 모든 개선 방안을 찾아보라고 한 마당에 이자율을 다시 낮추는 방안에 대해 단칼에 냉정하게 반대를 하는 금융서비스관리팀장의 태도가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할부이자율이 낮은 고객만족도의 원인이라는 점을 증명할 방법도 없고, 이자율을 낮췄다가 이익은 줄고 고객만족도는 개선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도 뚜렷한 답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인트 점수를 담당하는 부서와 마일리지 적립을 관리하는 부서도 찾아가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박 팀장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고 왜 이전의 고객만족팀장들도 하위권 점수 때문에 전전긍긍하다가 그 자리를 벗어나 다른 팀으로 발령받기만을 학수고대했는지 궁금증이 풀렸다.

 

그러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만족팀장은 고객만족도 점수나 설문 조사 등을 관리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높거나 낮은 점수가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들은 고객만족팀장이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금융서비스관리팀은 높은 할부 이자를 받는 것이 부서의 목표이고, 포인트 관리팀이나 마일리지 관리 부서는 각자의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데 1차적인 목적이 있다. 고객만족도 점수는 애당초 이 부서들의 우선 순위 관심사가 아니었다. 전사의 고객만족도 점수가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은 모든 조직원들에게 안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내 부서의 목표보다 고객만족도를 더 우선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내 부서의 업무가 그 원인이라는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부서의 핵심 평가 지표를 포기할 사람이 없는 것도 당연했다. 결국 고객만족도에 대해책임감도 있으면서개선 권한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근본 문제였다.

 

모든 이익이 다 좋을까?

과거 소비자들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고 선택의 폭도 넓지 않았다. 예를 들어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볼 때 특별히 어떤 상점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어려웠고, 어느 정도 불만족스럽더라도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그 상점에 가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몇 가지 큰 변화 요인들이 생겼다. 우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대형화다. 슈퍼마켓이나 빵집을 비롯해 아이들 유치원에 이르기까지, 적게는 특정 도시에서 크게는 전국을 무대로 하는 대형 브랜드들이 생겨났고, 이들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커졌다. 온 국민이 자신의 경험을 단숨에 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인터넷이라는 수단이 활성화된 게 가히 혁명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이 일반화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는 업체의 물건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아무리 동네 가까운 곳에 있어도 만족스럽지 않은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제 고객에게 감동을 주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근근이라도 사업을 해나갈 수 없는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이익을 내는 것이 늘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좋은 이익(good profit), 나쁜 이익(bad profit)도 될 수 있다는 인식들이 만들어 졌다.

 

나쁜 이익이란 단기적으로는 돈을 벌었지만 이로 인해 고객들의 신뢰를 잃고, 장기적으로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해가 되는 이익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렌터카를 빌릴 때는 연료통이 가득 찬 상태에서 빌리고, 마찬가지로 연료통을 가득 채운 상태로 반납을 한다. 그런데 운전자가 시간이 없거나 귀찮아서 연료가 부족한 상태로 반납을 했을 경우 렌터카 회사들은 운전자가 이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서 시중 주유소보다 훨씬 비싼 연료 가격을 차를 빌린 가격에 더해 이익을 올렸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운전자들은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인터넷을 포함한 매체들을 통해 그 회사에 대해 나쁜 평가를 하고 소문을 낸다. 이런 나쁜 이익은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들이 회사를 떠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고객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나쁜 이익의 대표적 사례다. 예컨대 신용카드 회사들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카드 신청 시 많은 혜택과 선물을 주면서도 기존 고객들은 어차피 크게 이탈할 위험이 없다고 생각되면 서비스나 포인트 혜택을 서서히 줄여 나간다. 단기적으로 기존 고객 이탈은 눈에 띌 정도로 많지 않고 신규 고객 가입을 유도할 수 있어 현명한 전략인 것 같지만 결국은 몇몇 고객들이 이를 알게 되고, 곧 그 소문은 인터넷 등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서 충성 고객은 이탈하고 단기간의 혜택이나 무료 서비스만을 노리는 비충성 고객들만 잔뜩 확보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신규 고객을 모집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보험회사나 이동통신사 등도 이러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신용카드사, 무엇이 문제인가?

고객만족이 장기적인 기업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객만족도를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매년 고객만족도 평가 결과에 따라 포상을 주거나 책임을 추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신용카드사 박 팀장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고객만족팀은 고객만족도조사에 대해 그 방법이나 절차에 대해 온전한 오너십을 가지고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오너십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 더군다나 높거나 낮은 고객만족도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자세한 조사를 통해서 그것을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해결했을 때 매출이나 이익에 미칠 영향과 고객만족도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게다가 전사에서 고객만족팀장이 차지하는 위상은 다른 현업 팀장들보다 높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다른 부서들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라는 방향을 제시하거나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고객만족팀장은 대부분 참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자율을 높이거나 포인트 혜택을 줄이는 경우에도 결정이 이뤄진 이후에 통보만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현업 부서들은 고객만족도에 대해 오너십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현업 부서들은 각 부서의 전략 목표를 부여받게 되고, 그 전략 목표 달성 여부를 가지고 평가를 받게 된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 연말 보너스도 결정되고, 부서장이나 부서원의 인사고과, 나아가서는 승진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국 이 지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들은 관심사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고객만족도 같은 지표는 대부분 부서의 핵심 평가지표에 포함될 수 없다. 이유는 고객만족도가 어느 한 부서의 업무 수행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 점수를 혼자서 좌지우지할 수 없고, 따라서 높건 낮건 이 지표를 가지고 개별적인 부서나 개인이 평가를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일반적인 평가 이론에 따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고객만족도는 전사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고 상징적으로는 CEO나 경영진이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구도 오너십은 가지고 있지 않은 지표로 전락한다.

 

결국 고객만족도는

전사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고 상징적으로는 CEO

경영진이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구도

오너십은 가지고 있지 않은

지표로 전락한다.

 

고객 감동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객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은 누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누가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한 후 바로 그 당사자에게 오너십을 부여하는 것이다. 고객만족도처럼 전사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원인과 파급효과가 광범위한 문제일수록 아무도 그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오히려 지엽적이고 여파가 적은 사안에 대해 오너십이 분명한 것과 비교하면 역설적인 현상이다. 고객만족도뿐 아니라 브랜드 관리, 전사적인 위험 관리 등 중차대한 문제들에서 이런 문제가 오히려 흔하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회사와 실질적으로 접촉을 하는 모든 상황, 즉 터치포인트(touch-point)들을 정확히 정의하고,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터치포인트, 즉 초크포인트(choke-point·애로점)가 어디인지를 파악한 후에 이 초크포인트를 담당하는 부서들에게 명확한 오너십을 줘야 한다.

 

1) 고객만족을 좌우하는 초크포인트를 파악하라

고객과의 터치포인트는 상당히 다양하다. 자동차 보험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고객과의 터치포인트는 자동차 보험회사를 고르기 위해 고객들이 인터넷을 찾아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 회사 저 회사 보험료를 비교하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가보게 되는데 이때 차종별, 연식별로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돼 있는지부터 고객 마음속의 평가가 시작된다. 그 다음은 실질적인 연간 보험료를 계산해 보는데 이때 빼거나 더할 수 있는 옵션의 유연성에 대해 평가를 할 것이고, 실제로 보험 가입을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을 때 전화 응대의 친절도나 상담원의 전문성도 평가 요소가 될 것이다. 그 다음은 가입을 결심한 다음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복잡성이나 신뢰도, 가입 후 보험료 납입 안내의 명료성이나 친절도, 각종 서류 송부의 신속성, 사고 시 처리 대응 속도나 편리성, 계약 만기 시 연장 안내에 이르기까지 한 고객이 하나의 보험회사를 정하고, 다시 그 계약이 갱신될 때까지의 전 과정에서 회사와 접촉하는 모든 순간이 터치포인트다.

 

이렇게 터치포인트별 고객만족도를 정확히 알게 되면 자연히 고객만족도를 책임지는 부서나 사람, 즉 오너십을 정의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보험료를 납입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이 주로 불편을 겪었다면 보험료수납팀에 책임이 있다. 만약 보험 갱신이 임박해서야 이를 알려준 것에 불만이 있었다면 보험갱신팀에 책임을 물으면 된다. 이렇게 오너십을 세분화하는 것만으로도 낮은 고객만족도를 개선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터치포인트는 분류하기에 따라 5∼10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세분화 정도에 따라 30∼50개 또는 그 이상으로도 나눌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수많은 터치포인트별로 고객만족도를 모두 다 제고하려고 하는 건 어렵다. 심지어 고객들조차 자신이 정확히 어떤 문제 때문에 회사에 불만족을 느꼈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도 많다. 이럴 경우왜 불만족 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두세 번 반복하면 대부분 고객은 짜증을 낼 뿐 더 정확한 이유를 떠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이런 질문 때문에 고객만족도가 더 낮아질 위험도 있다. 이러한 고민 끝에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아주 결정적인 터치포인트, 즉 초크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자동차 보험회사의 초크포인트 사례를 보면 이렇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매우 여러 단계의 터치포인트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고객만족도를 획기적으로 좌우하는 요소는 인터넷 탐색 단계나 보험료 청구서를 받는 단계는 아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고객들이 특정 보험회사에 대해 유별나게 만족을 하거나 불만족을 표하는 터치포인트는 두세 개가 있는데, 첫 번째가 사고 처리 과정이다. 조사에 의하면 고객만족도가 매우 높은 보험사와 매우 낮은 보험사를 비교하더라도 사고 처리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고객들은 만족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반면, 사고 처리를 한번이라도 해 본 고객은 좋은 보험사와 좋지 않은 보험사 간에 만족도가 큰 차이로 벌어진다. , 사고 처리를 하면서 겪은 불편과 손해, 억울한 보상 등이 고객만족도가 높은 보험사와 낮은 보험사를 크게 갈라놓는 초크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수치상으로 사고 처리를 해 보지 않은 고객들이 좋은 보험사에 50, 나쁜 보험사에 30 정도의 점수를 줘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반면, 사고 처리를 해본 고객들은 좋은 보험사에 50, 나쁜 보험사에는 마이너스 20의 점수를 줬다는 사례가 있다. 이처럼 보험회사에 있어서는 순탄하게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입하는 과정의 편의성이 아니라 고객들이 가장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사고 처리 시 어떻게 응대하느냐가 결정적인 고객만족도의 갈림길이 되는 것이고, 이 자체로 고객만족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터치포인트별

고객만족도를 정확히 알게 되면

자연히 고객만족도를

책임지는 부서나 사람,

즉 오너십을

정의할 수 있게 된다.

 

 

2) 고객만족도 조사를 터치포인트별로 세분화하라

그렇다면 어떤 터치포인트가 결정적인 초크포인트인지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앞서 얘기한 것처럼 고객들은 그저나는 A사가 너무 싫다라고 얘기할 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문제 때문에 싫어졌는지를 명확히 알려주는 경우는 드물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만족도 조사 자체가 고객의 터치포인트별로 이뤄져야 한다. , 고객이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한 직후에도 만족도를 물어보고, 가입 서류를 받은 후에도 물어보고, 보험료를 납입한 후에도, 또 사고 처리를 한 후에도 물어보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굳이 고객들이 무엇 때문에 만족도가 높거나 낮았는지를 얘기해주지 않더라도 어떤 터치포인트에서 고객 간 만족도가 크게 갈리는지를 회사 스스로 알 수 있고, 그 결과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평균적인 노력을 할 게 아니라 어떤 특정 초크포인트에 집중하면 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앞서 박 팀장이 일하고 있는 신용카드 회사로 돌아가 본다면 우선이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라고 단순하게 묻는 기존 질문부터 고객 터치포인트별로 나눠서 물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회사와 고객 간 주요한 터치포인트를 우선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신용카드를 가입하기 위해 카드사 간 상품을 비교하는 단계에서 신청서류를 받아 제출하고, 신용 상태에 대한 평가를 하고, 카드를 받아서 사용하고, 각종 포인트 등을 활용한 서비스를 받고, 카드값을 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각 터치포인트를 방금 거친 고객들에게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서 실제로 어떤 포인트에서 고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갈리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3) 초크포인트별로 명확한 오너십을 부여하라

초크포인트를 정확히 알았다면 그 다음부터의 개선은 오너십을 명확히 부여함으로써 획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애매하게 고객만족팀에게 조사와 개선의 책임을 부여하고 정작 이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다른 부서들은 명확한 오너십 없이 부서의 비용과 효율만 따지도록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앞에서 언급한 자동차 보험회사의 경우라면 사고처리팀이 사고 처리 과정에서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데 대해 명확한 오너십과 책임을 갖도록 하면 된다. 고객만족팀은 터치포인트별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결정적인 초크포인트를 파악하는 데 오너십을 갖고, 그러한 초크포인트를 책임지고 있는 부서들은 각 시점에서 명확한 개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오너십을 가지도록 하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박 팀장이 일하는 신용카드 회사도 마찬가지다. 과거 조사에 의하면 신용카드 고객들은 평소 카드를 잘 사용하고 카드값을 낼 때는 큰 차이가 없지만 한번이라도 연체를 경험하고 연체 독촉 전화를 받아보면 카드사 간 만족도가 크게 달라진다. , 그때까지 한번도 연체를 하지 않은 고신용 고객이 여행을 가거나 업무가 바빠서 단 한번 연체를 했는데 즉시 전화를 해서 신용불량자 취급을 하면 다시는 그 카드를 쓰지 않는 심한 불만 고객이 돼 버리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객만족팀을 닦달해 봤자 별 소용이 없다.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연체관리팀에 이 부분을 해결하도록 명확한 오너십과 책임을 주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김정수 베인&컴퍼니 파트너 Jungsu.Kim@bain.com

필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산업자원부에서 국제통상 업무를 담당했다. 공인회계사이며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베인&컴퍼니 도쿄 및 시드니 오피스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서울 오피스 파트너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중공업 및 금융 부문의 포트폴리오 전략과 성장전략, M&A PMI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김정수 | - (현) GS칼텍스 전략기획실장(부사장)
    -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 산업자원부 사무관
    jungsu.kim@gscalt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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