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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와 기업문화

할리우드 스타커플보다 잘 깨진단 M&A. 조직문화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라

지승영 | 165호 (2014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HR

 

기업 간 M&A가 실패하거나 생각만큼 큰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적 충돌이다. 문화적 차이를 경시하거나 문화적 통합 작업을 너무 늦게 시작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1) 조직문화는 생명체의 DNA와 같다. 두 조직을 통합한다고 해서 문화도 쉽게 섞이진 않는다.

2) 변화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상대방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3) 서로를 이해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업무적으로 어깨를 부딪혀봐야 한다.

4) 새로운 제도는 새로운 기업문화와 연계돼야 한다.

경영자는 이런 문제점들을 이해하고 M&A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문화적 차이점을 파악해야 한다. 또 문화적 통합을 M&A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변화과정으로 생각하지만 말고 평소부터 고치고 싶었던 기존 조직의 문화적 단점들을 일거에 없앨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M&A는 재혼과 같다. 이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다시 희망을 갖는 것이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기업 간 인수합병의 실패 비율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혼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적어도 M&A 사례 중 절반 이상은 주주가치가 오히려 하락했으며 3분의 1가량은 합병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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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흔히 두 회사의 결합을결혼에 비유하곤 한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성장해 다른 특성을 가진 남녀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보완해가면서 하나의 가정을 이뤄가는 과정은 M&A를 통해 서로 다른 두 개의 회사가 하나의 회사로 변해가는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신혼에 대한 기대감에서 벗어나 결혼생활이 안정화되기까지 많은 갈등을 경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해 나가게 되는 것처럼 M&A 역시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불안과 실망으로 바뀌는 과정을 극복하고 하나의 회사로 변화해갈 수 있어야 성공적인 M&A가 가능하다. 그런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M&A를 유독 재혼(second marriage)에 비유한 이유는 두 회사의 통합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은 과정인 것으로 충분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회사들이 M&A에 대한 환상 혹은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 간 문화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점

기업이 M&A를 추진하는 이유는 사업 다각화를 통한 조직의 경쟁력 확보 및 외형적 성장, 규모의 경제를 통한 운영 비용 절감 등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M&A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더 크기 때문이며, 특히 우수 인재 확보, 다양한 채널 등 사업의 핵심 성공요인을 비교적 단시간에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업체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이뤄진 전 세계 M&A 규모는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350개 기업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베이커&맥킨지, 2014)에서도 조사대상 기업의 30%는 향후 2년 이내에 M&A를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M&A에 대한 높은 기대와 그에 따른 M&A 규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M&A를 경험한 다수의 기업들은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또는 M&A 추진이 실패였다고 인식하고 있다. 딜로이트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M&A를 경험한 기업의 60% M&A 검토 및 실행 과정상의 이슈로 인해 M&A가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실행 과정에서의 문화적 차이가 주요 실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1. 기업문화는 DNA. 쉽게 변하지 않는다.

기업문화는 구성원 간에 공유된 가치와 신념 체계이며 이는 조직 구성원의 행동 규범을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 생명체의 유전자 정보, DNA와 같다. 단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방식, 리더십 스타일, 의사결정 방식과 절차 등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돼 구성원에게 내재화된다. 따라서 기업의 문화를 단기간 내에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업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조직 내 다양한 요인, 즉 리더십, 조직구조, 일하는 방식 등을 하나의 방향으로, 함께 변화시켜야 한다. 복잡한 과정이다.

 

기업문화는 기업이 경영환경의 변화를 극복하고 적응하면서 해당 기업에 최적화된 유형으로 형성된다. ,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위기 상황 등으로 인해 구성원 스스로 기업문화를 바꿔야겠다는 변화 의지가 발생하거나, 혹은 기존 사업과 다른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기존의 기업문화가 걸림돌이 되거나 맞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의도적인 변화를 추진하지 않는 한 조직문화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기업문화는 다양한 제도, 프로세스, 조직 운영 체계에 반영돼 지속적으로 강화되므로 단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재의 기업문화가 갖는 익숙함과 자연스러움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기업문화를 새로운 회사에 맞는 새로운 문화로 통합해나가는 과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되고 추진돼야 한다. 일반적인 M&A 과정에서 통합 후 100일이 경과하면 기업문화 통합의 중요성이 희석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문화 통합 프로그램은 M&A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의돼야 한다. M&A가 시작되는 ‘Day 1’ 시점부터 새로운 제도와 조직구조가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Post Day 1’, 이후 3년까지 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2.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방에 대한 거부감으로

M&A를 결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오랜 기간 연애해서 서로 잘 아는 사람끼리 결혼을 해도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마치 부모님에 손에 이끌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과 하는 결혼 같아요.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은 없는데 무조건 잘살 것이라고 하거든요. 상대방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도 없고 또 나와 어떻게 다를지, 다 맞춰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막막하고 걱정되죠.”

 

필자가 기업의 M&A 프로세스를 도우면서 임직원으로부터 종종 듣는 이야기다. 기업 간 M&A를 종종 결혼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뤄가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앞서 언급했다. 그러나 결혼과 M&A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M&A는 임직원 개인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았던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며, 그 자체로 M&A에 대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타의에 의한,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변화는 결과가 아무리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더라도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M&A는 조직 구성원이 기업문화적 변화를 단시간 내에, 가장 큰 폭으로 경험하는 사건이다. 서로 다른 두 회사가 한 회사로 합쳐지고 하나의 새로운 조직운영 체계를 갖게 된다는 것은 조직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구성원들은 M&A 과정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견하게 된다. 따라서 M&A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 하더라도 전혀 다른 기업문화를 가진 구성원들과 하나가 돼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호기심과 두려움, 변화 과정에서의 혼란은필요한 변화로서의 M&A에 대한 인식을내가 선택하지 않은 변화로 전환시킨다. 이는 변화에 대해 수동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수 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 과정이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진행될 경우 변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수동적 태도는 일하는 방식, 사고방식 등의 차이를 우열의 관점에서 판단하게 만든다. 우리 조직과 상대 조직이 다른 점이 있다면 둘 중의 하나가 우월하고 다른 하나는 열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는 곧 열등감 혹은 우월감으로 이어진다. 이런 시각은 한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발적이고 효과적 협업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통합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인식이 이미 형성된 경우, 상대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단순한 오해에 기인한 것인지, 또는 해당 기업의 역사나 일하는 방식에 기인한 것인지를 직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도 불필요한 오해와 선입견으로 인한 거부감과 배타적 인식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통합 과정에서 보여지는 부정적 인식은 대부분 구성원이 직접 경험한 것이기보다는 상대 회사의 특정한 개인 또는 특수한 상황을 조직 전체의 이슈로 과장해 인식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새로운 회사가 달성해야 할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얻게 될 결과물이 무엇인지를 반복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슈와 변화에 대한 불만에서 벗어나 공동의 목표에 몰입하게 해야 한다. 현재가 아닌 미래에 집중할 수 있어야저들로 나누는 이분법을 넘어우리가 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사례 1 ‘증권사 간 합병 사례참조.)

 

모든 기업문화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서로의 기업문화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기업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함께 공유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지켜야 하는지, 왜 또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인식하게 되면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슈와 변화에 대한 불만에서

벗어나 공동의 목표에 몰입하게 해야 한다.

현재가 아닌 미래에 집중할 수 있어야

‘나’와저들로 나누는 이분법을 넘어

‘우리’가 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사례1. 증권사 간 합병 사례

증권사인 A사와 B사는 같은 산업 내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차이가 확연히 존재했다. A사의 경우 외국계 증권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세련되고, 자유분방하고, 개인주의적인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B사는 국내 금융그룹의 계열사로 그룹의 보수적인 문화가 퍼져 있었고 조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다.

 

인수합병은 A사가 B사를 흡수 합병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A사의 자산규모가 B사보다 크고 성과 역시 높았지만실질적으로는 그룹 계열사인 B사가 주도권을 잡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형성돼 있었다. B사보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던 A사로서는 이 합병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 구성원 간 인식의 차이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젊은 경영자들의 효율적인 경영 방식과 성과중심의 인사제도에 기반해 형성된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있었던 A사의 직원들은 자신들이 B사와 같은 보수적 문화로 변화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그룹 편입에 따라 양사 간의 합병은 명확한 시너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합병 후 조기에 이를 달성하고자 했으므로 서로의 문화적 차이가 합병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즉각적으로 실행됐다.

 

통합작업을 담당한 실무진은 두 조직 간에 서로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나 언행이 화합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문화 융합을 위한 Dos & Don’ts’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실행하도록 했다. 특히 ‘Don’ts(하지 말아야 할 것)’ 중엔 파벌형성을 막기 위한 지침들이 중심이 됐다.

 

또 통합 후 한 달간 새로운 사명이 새겨진 셔츠 입기 캠페인을 통해 모두가 하나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비전 선포식을 위한 절차와 준비는 양측의 직원들이 함께 참여한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내는 등 직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불식시키도록 했다. 그 결과, 합병 후 목표했던 기간보다 훨씬 일찍 기대했던 시너지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3. 서로를 이해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업무적으로 어깨를 부딪혀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들은 M&A 시 기업문화의 통합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 구성원 간 친밀감의 형성에서 출발한다고 인식한다. 이에 따라 <사례 1>에서 보듯이 서로 다른 회사의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융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 캠페인 등을 제공해 서로에 대한 이해(‘Knowing each other’)의 기회를 부여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PMI 과정에서 다양한 스킨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뤄졌다고 믿는 다수의 기업들 역시 기업문화의 충돌과 차이에 따른 혼란을 경험한다. 상호 이해의 기회가 일회성 이벤트 또는 즐거운 행사(fun activity)로 진행됨에 따라 단순한 친교의 기회로 전락하거나 구성원 개개인 간의 이해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그치기 쉽기 때문이다.

 

M&A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문화적 차이를 가장 크게 느끼게 되는 경우는 같이 놀 때가 아니라 같이 일할 때다. 공동 업무 수행, 협업과정에서 상대방의 일하는 방식을 경험할 때다. 서로에 대한 이해 역시 일하는 방식의 차이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둬야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기업문화 통합이 가능하다.

 

따라서 즐거운 행사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이뤄지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기업문화 통합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충분한 상호 이해가 이뤄진 후 협업 및 공동 업무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구성원들이 실제 업무 현장, 일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질감과 공통점을 직접 부딪혀보면서 느낄 때 기업문화가 통합돼야 한다는 사실을 지각하게 된다. 이는 곧 문화 통합을 위한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변화의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사례 2. IT 기업 간 통합

IT 기업인 C사와 D사의 합병은 비즈니스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부분이 명확해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 시너지 창출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역사가 오래된 C사와 규모는 작지만 해당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한 D사 간의 통합이라 기업문화적 차이가 존재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존재했다.

 

초기에는 양사 모두 IT 기업답게 수평적이고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문화적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경영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비슷한 문화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각 회사의 고유한 특성의 차이가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아이디어 공유를 장려하는 문화는 양측이 비슷했지만 C사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중시해서 커뮤니케이션 시에도 상대방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는 반면 D사는 솔직하고 도전적인 소통 방식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특성이 있었다.

 

 

이런 미묘한 차이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잘 인지되지 않았다. 양측 구성원들이 업무 외적으로 만나고 얘기할 때는 충돌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무와 관련한 협의나 회의에서는 서로의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게 됐다.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통 방식은 낯섦과 충격을 줬다.

 

 

이에 경영진은 양측이 함께 참여하는 업무 기회를 제공하는 단계를 당초 계획했던 시점보다 앞당겼다. 그리고 이런 기회들을 빠르게 확대함으로써 실제 일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차이를 직원 스스로 인식하도록 했다. 직원들은 새로운 회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할 것인지, 서로 간의 차이점을 어떻게 좁혀나가야 할지를 깨닫게 됐고 이를 통해 초기에 예기치 못했던 양사의 차이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4. 제도와 기업문화는 같이 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M&A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보상이나 복리후생, 직급 변경처럼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직접적 영향을 주는 이슈들, 이른바 ‘Me Issues’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특히 회사 간 조직구조, 인사제도 등의 차이가 크게 존재하는 경우 어떤 제도를 도입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각 사의 구성원 간 혹은 경영진과 구성원 간의 갈등을 초래하기 쉽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기업들은 M&A 과정에서 갈등과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사제도의 도입에 초점을 두고 통합 과정을 진행하게 되며, 모두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기만 하면 구성원 간 화학적 통합도 가능하다고 믿게 된다.

 

그런데 리더십, 일하는 방식, 인사제도 등은 기업문화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성원들에게 조직이 지향하는 문화가 어떤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따라서 새로운 회사가 지향해야 할 기업문화와 관련이 없는, 또는 이에 반하는 조직운영 체계 및 제도의 도입은 구성원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결국 새로운 회사의 비전과 전략 달성을 저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는 회사가 많은 단계의 의사결정 구조, 상급자의 강력한 평가 권한 등을 유지한다면 구성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수평적 문화라는 것은 단순한 구호에 그치게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회사를 위한 제도와 조직 운영 체계를 설계할 때는 단순히 양측 구성원들의 불만사항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새롭게 추구하고 달성해야 할 가치, 즉 기업문화가 무엇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불만사항을 없애는 데만 집중한다면 조직원들의 단기적인 불만은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M&A의 궁극적인 목적인 시너지 창출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통합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연계(align)되고 또 이를 강화하는 제도와 체계가 구성돼야만 조직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활동에는 리더십, 인사제도뿐 아니라 다양한 캠페인과 내부 커뮤니케이션 정책들도 포함된다.

 

 

기업문화 통합, 반드시 필요한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문화의 충돌이 M&A의 주요 실패요인으로 지적되는 이유는 기업문화 고유의 특성이 M&A라는 상황적 특수성과 결합해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들,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잘못된 접근방법 때문이다. 그렇다면 M&A 과정에서 기업문화의 통합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또 필수적이라면 어떠한 방향으로 기업문화가 통합돼야 하는 것일까?

 

하나의 기업 내에서도 여러 개의 조직 간 비즈니스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거나 분리돼 있는 경우 기업문화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사 차원에서의 기업문화적 지향점은 유지하되 이러한 지향점과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 사업의 특성에 부합되는 기업문화적 속성을 구현해 가는 것이 비전·전략 달성에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드물다. M&A 후 조직이 통합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 간의 협업과 공동 업무 수행, 교차 배치 등이 필요한 경우에도 각 부서와 사업 부문이 가진 별도의 조직문화를 유지한다면 새로운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문화는 일하는 방식이자 의사결정의 기준 및 행동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서로 다른 기준과 행동 지침, 가치관을 가지고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지향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M&A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문화의 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새로운 회사의 전체적인 비전 및 전략적 목표 달성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

 

 

M&A 문화통합의 표준 프로세스

특히 향후 구현해야 할 기업문화에 대해 리더십 그룹, 최고경영진 간에 명확한 합의와 공감대가 사전에 형성돼야 한다. 인사컨설팅 업체 에이온휴잇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M&A 시 기업문화 통합이 실패한 이유로 조사 대상자의 48%가 조직문화 변화 방향에 대한 부재와 실사(due diligence) 과정에 기업문화적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 답했다. 어떤 기업문화가 회사의 비전·전략 달성에 필요한지가 불명확할 경우, 기업문화 통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소모적인 노력에 그칠 수밖에 없다. 우선 두 조직이 갖고 있는 현재의 문화를 명확히 파악해야 하며, 그런 다음 새로운 비전과 전략 관점에서 추구해야 할 기업문화가 정의돼야 한다. 일하는 방식, 조직운영 체계, 인사제도, 변화관리 프로그램 등은 기업문화적 목표와 연계돼 구축돼야 하고 동시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있어야 한다.

 

새롭게 갖춰야 할 기업문화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각 사의 기업문화에 대한 특성 파악이 가장 우선이다. M&A 프로세스가 일단 시작하면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실제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M&A에 대해 몰랐던 과거와는 다른 시각으로 자신의 조직을 바라보게 되고 문화적 특징을 상대방과 비교하면서 과장되게 인식하거나 간과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진은 M&A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각 회사의 문화적 특성을 반드시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실제 M&A 후 통합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기업문화의 방향이 갖는 중요성은 높게 인식하면서도, 현재의 문화적 특성에 대한 진단은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에 비해 강한 기업문화를 가진 경우, 자신들의 핵심가치나 조직관리 원칙을 피인수기업에 이식하는 것에 집중하는 바람에 양측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는 관심을 덜 쏟게 된다. 현재의 특성에 대한 진단 없이는 새로운 기업문화로의 변화를 위해 무엇을 가장 먼저 변화시켜야 할 것인지, 어떠한 강점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인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변화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화 추진 속도를 너무 빨리 혹은 너무 느리게 가져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M&A를 조직문화 변화의 기회로 이용하라

M&A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기업문화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지만 기업문화의 통합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문화에 투영돼 있는 그 기업의 역사와 가치의 의미, 구성원 개개인에게 스며들어 있는 인식과 행동의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큰 도전이다. 어쩌면 M&A 과정에서 직면하는 가장 큰 도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는 가장 큰 기회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기업 활동만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는 조직문화의 단점을 파악하고 있더라도 구성원들에게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해주기도 어렵고 경영진이 변화를 강제하기도 어렵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M&A라는 외부적인 충격은 이런 측면에서 기업문화의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흔치 않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경영자들은 이 점을 노려야 한다. M&A에서 추진되는 문화적 통합 과정을어쩔 수 없이 필요한 문화적 변화로 받아들이지 말고우리가 원했던 문화적 변화를 만드는 최적의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그러면 최초에 M&A를 계획하면서 예상했던 두 조직 간의 사업적, 재무적인 시너지 외에도 문화적 진화라는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승영딜로이트컨설팅 상무 seji@deloitte.com

지승영 상무는 이화여대에서 경영학 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으며 딜로이트컨설팅 S&O(Strategy & Operations)그룹, Mercer HR Consulting에서 HR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딜로이트컨설팅 Human Capital Group 상무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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