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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볼 줄 알아야 내가 산다

박광서 | 11호 (2008년 6월 Issue 2)
‘MBA 출신으로 6개월 전에 입사한 고민 대리에게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전략보고서 작성을 맡겨놨는데, 이제까지 해온 것을 보면 솔직히 기대 이하다. 게다가 그 친구는 다른 팀원들과 어울리려는 의지마저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나를 슬슬 피하는데 뭔가 미심쩍다. 이런 태도를 보인 친구들은 결국 퇴직하던데, 무엇이 문제일까?’
 
백구주식회사 마케팅팀의 마동탁 부장은 요즘 들어 인사팀의 인력 채용결과에 불만이 많아졌다. 해외 MBA 공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마 부장의 팀에 배속된 고 대리 때문이다. 고 대리는 업무 성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뭔지 모를 불만이 있어 보인다.
 
마 부장은 답답한 마음에 입사 동기인 오혜성 부장을 찾아가 문제상황을 설명했다.
 
잘못된 채용은 모두에게 불행
“우리 팀에 배속된 고 대리 말이야. 뽑을 때는 어땠어? 오 부장도 알다시피 지난해부터 우리 팀에 굵직한 과제가 많이 떨어지잖아. 그래서 자네에게 마케팅 전문 경력자를 뽑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한 것이고. 그런데 요즘 그 친구를 보면 능력은 둘째치고 회사 다닐 의욕도 없는 것 같아.”
 
마 부장은 오 부장에게 실망스러운 인재 채용 결과에 대해서 불만을 먼저 토로했다.
 
“음, 자네 말을 듣자니 고 대리가 조직 적응에 문제가 있나 보군. 그 친구가 꽤 똑똑해 보여서 자네 부서에 우선 배치한 거야. 마케팅팀은 누구나 다 가고 싶어하는 부서 아닌가? 원래 본인은 홍보팀을 지원했지만 말이야.”
 
“그랬군. 이제야 감이 좀 잡히는 것 같아. 그렇다면 고 대리를 그냥 방치하면 안 되겠는걸. 일에서 마음이 떠난 사람을 어떻게 하겠나. 내 생각에는 홍보팀도 인력이 부족해 보이는데 지금이라도 고 대리를 그쪽으로 보내주는 게 어떨까? 그리고 내가 직접 면접을 볼 테니 마케팅 전문인력을 한 명 더 소개해줘.”
 
“미안하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 우수 인재 선발이나 이동은 경영위원회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데, 정기 경영회의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거든. 게다가 사장님이 요즘 글로벌 차원의 제품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케팅 분야 핵심인재 확보를 엄청나게 강조하고 계셔. 마케팅 부문의 필요 인력은 무조건 해외 인재로 채우라는 지침을 직접 내리셨다네.”
 
“그렇다면 고 대리가 그만두면 누가 책임지겠나? 자네가 책임질 거야? 나도 부서장으로서 인력 손실을 감내해야 하고, 분명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내 제안대로 한다면 모든 사람이 행복할 게 아니겠나!”
 
오 부장은 회사의 조직 운영 원칙을 얘기하여 마 부장을 설득했다. 하지만 마 부장은 절대 자기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은 고 대리 개인에게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으며, 인력 충원을 통해 업무 경감을 기대한 팀원들의 불만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 대리 채용에서 회사가 잘못한 점은?
그날 퇴근 무렵 마 부장은 고 대리를 불러 간단한 티타임을 가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 대리의 마음을 떠봤다.
 
“고 대리, 입사할 때부터 홍보 일을 하고 싶었다지? 지금도 그 마음 여전해?”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네, 사실은 제 적성이 그쪽에 더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홍보 쪽으로 쭉 경험을 쌓아왔고요.”
 
갑작스러운 팀장의 질문에 놀랐지만, 고 대리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은 오늘 인사팀장에게 자네를 홍보팀으로 보내줄 수 없는지 물어봤다네.”

“정말입니까? 부장님께는 죄송스럽지만 앞으로 회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최종 결정은 경영위원회에서 내리는 거야. 지금은 인사팀에서 경영위원회의 조기 개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야. 그건 그렇고 자네 같은 경우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내가 몇 가지 질문을 할 테니 자네가 경험하고 느낀 부분을 빠짐없이 말해줘. 먼저 우리 회사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아, 사실 지원자로서는 일단 기업 이미지가 좋은 곳을 선택하게 마련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지원을 했는데 합격을 했다는 말이군. 하긴 자네 정도의 학력과 경험이라면 어딜 가더라도 합격할 수 있지. 그렇다면 우리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와 관련해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일단 해당 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뽑기보다는 단순히 감으로 우수 인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뽑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MBA 학위와 뛰어난 영어실력, 성실한 자세 등 다소 일반적인 기준을 가지고 인재를 뽑아 회사의 입맛대로 부서를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죠. 본인의 의사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자네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어떤 일을 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한가? MBA에서는 경영 전반을 배우잖아. 또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급여 문제에 아주 민감하다고 하던데 말이야. 우리 회사는 급여가 좀 센 편 아닌가?”

“제 MBA 동기들 중에도 어디든 직장을 골라갈 수 있는 우수 인재가 꽤 있습니다. 더구나 마케팅 분야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입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돈보다는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곳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기서 고용 안정성은 평생고용이라는 단순한 개념과는 좀 거리가 있어요. 원하는 만큼 원하는 일을 하며 머물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급여가 적더라도 자신의 커리어플랜을 잘 받쳐줄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것이지요.”

“그렇겠군. 경력을 잘 쌓으면 어차피 몸값이 높아질 테니 말이야. 우리 회사가 또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우수 인재들에게는 어떤 사람들과 같이 일하게 되느냐는 점도 회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구글에 우수 인재들이 모이는 이유는 같이 일할 동료들이 뛰어나서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인재들이 안 떠나고 회사에 계속 머무르는 것을 보면 회사가 인재육성에 관심이 있다고 믿게 됩니다.”

“자네 말을 듣고 보니 회사 주장만 내세우면서 우수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나선 것이 어불성설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
 
다양한 선발도구 사용해야
마 부장은 고 대리와의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인사팀에 새 인력의 채용을 요구하려고 하니 뭔가 더 체계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고교시절 단짝이자 유명 다국적 기업에 마케팅 담당 부장으로 있는 친구 나전문으로부터 오랜만에 저녁을 같이 먹자는 연락이 왔다.
 
“동탁아, 요즘 어때? 얼굴을 보니 걱정이 많아 보여. 내가 들어줄 테니 무슨 일인지 얘기 좀 해봐. 혹시 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말도 마라. 요즘 인력채용 때문에 골이 아파 죽겠어. 회사에 내가 직접 우수 인력을 채용한다고 큰 소리쳐 놓고는 막상 정식으로 요구를 하려고 하니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말이야.”
“힘들겠군. 내가 해결해줄 테니 오늘 밥은 네가 사. 인터넷에서 우수 인재 채용 기업을 찾아보면 우리 회사가 대표 사례로 나오는 걸 몰라?”
“그랬나? 알았으면 진작에 너한테 연락했지. 어서 얘기 좀 해봐.”
 
순간 마 부장에게는 나 부장이 구원자로 보였다.
“나도 본사에서 채용교육을 받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중간관리자에게 채용은 아주 중요한 과제야. 중간관리자는 단위 조직을 리드해 그 성과를 책임지는 사람이잖아. 결국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올바른 부하직원들(right people)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중간관리자가 맡은 첫 과제이며 중요한 사명이라고 할 수 있어.”
“그래, 나도 이제 그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봐.”
 
마 부장은 빨리 해답을 얻고 싶었다.
“급하기도 하지. 너도 알겠지만 올바른 채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개인의 특성이 조화로울 때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이야. 물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어떤 역량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지를 정의하는 일이지.

인력채용을 잘 하는 기업을 살펴보면 채용과 관련한 고유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 심지어 회사 내의 하부조직별로 다른 방법을 쓰는 곳도 꽤 있지. 하지만 공통적인 점은 지원자의 자격을 충분히 검증하고, 지원자의 기대를 항상 염두에 둔다는 사실이지. 우리 회사의 경우 통신 관련 비즈니스라서 노동시장이 경쟁적이야. 예전엔 무엇보다 적절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지. 하지만 몇 년 전 새로운 채용기준과 도구를 개발해 적용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어.”

“역시 우리 기업들이 현재 겪는 시행착오를 이미 과거에 경험했군. 이래서 앞서가는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거로군.”
 
마 부장은 나 부장의 설명에 무척이나 감탄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어. 선발도구 얘기를 자세히 해볼 테니까 잘 들었다가 나중에 적용해봐. 선발도구는 먼저 신뢰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해. 즉 선발도구를 통해 측정한 결과가 실제 직무성과를 예상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지. 우리 회사는 선발도구를 통해 얻은 결과와 몇 년간 종업원들의 실제 성과를 측정해 얻은 결과의 상관관계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매년 선발도구를 개선하고 있어.”

나 부장은 메모지에 표를 하나 그려 마 부장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림2)

“이런 방법들이 있었군. 그럼 내 경우에는 행동기반 인터뷰와 사례연구를 적용하는 게 낫겠어. 우리 부서에서 필요한 전문지식과 역량들을 확인해볼 수 있으니 말이야.”

마 부장은 뭔가 가닥이 잡힌 듯해서 신이 났다.
“그렇지. 나도 우리 부문에 필요 인력을 채용할 경우 그렇게 하고 있어.”

나 부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건 그렇고, 기업들이 아직까지 면접을 선호하는 이유는 뭐야? 내가 듣기론 면접자의 오류 때문에 문제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채용교육에서 배운 건데, 서구에서도 오래 전부터 선발에서 면접을 중요시 해왔다고 하더군. 아이러니컬한 점은 선발도구로서 면접의 예측 타당도를 객관적으로 밝힐 수가 없지만 아직까지 면접의 비중이 크다는 거야. 면접이 개인과 조직의 적합도를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

“오늘 만난 보람이 있었네. 방법을 알았으니 어떤 내용을 채울지는 내 몫이네. 나중에 또 부탁할게. 오늘 저녁은 내가 사도록 하지.”

“참, 한 가지 더. 인사팀에서 해줄 수도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자네 부서에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인재가 필요하며, 어떻게 뽑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우선 확인하고 해당 채용 틀에다가 필요한 내용을 채우는 거야.”
 
며칠 후 인사팀은 마 부장에게 고 대리의 재배치와 관련한 경영위원회가 열린다고 통보했다. 개최일자를 앞당겨 열린 경영위원회는 다소 술렁거리는 분위기로 시작했지만, 위원들이 인사팀 오 부장으로부터 현재 채용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애초에 인사팀과 마케팅팀에 책임을 추궁하려던 위원들도 오히려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내놓았다.
 
위원회는 고 대리의 의견을 존중해 홍보팀 근무를 승인했다. 또 향후 인력 채용 시에는 현업 부서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적절한 채용 프로세스와 평가 방법을 이른 시일 안에 개발하자는 데 합의했다.

[DBR TIP] 용도에 맞는 인재를 뽑아라

중간관리자들이 채용과 관련해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새로 채용하는 인재의 활용처를 명확히 하고 ‘용도’에 맞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전략가를 뽑을 것인지, 육탄전에 필요한 전사를 뽑을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모든 면에서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여러 기준을 동원하고 있다. 표준 인적성 검사부터 어학능력, 발표능력, 봉사경력에다 진취성, 도전성, 성실성, 창의성 등 모호하고 때로는 상반되는 가치를 갖고 면접을 통해서 인재를 검증하고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지원자는 물론 조직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보다는 모든 분야의 지식을 조금씩 갖춘 ‘두루뭉실한’ 인재를 뽑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1에서 제시한 것처럼 바람직한 채용을 위해서는 단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말고 비즈니스 니즈와 전략, 조직의 미션, 직무 적합성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채용에 실패하는 기업 중 다수는 대부분 표준 채용방법을 통해 인력을 채용하는 경향이 높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일반적 채용 프로세스는 보통 서류전형-필기시험-인성 및 적성검사-면접-신체검사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표준화한 채용 방법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조직과 직무의 특성에 따라 조직적합도 테스트, 인적성 검사, 구조화한 인터뷰, 프리젠테이션, 시뮬레이션 중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필자는 세계 1위 글로벌 인사관리(HR) 컨설팅회사인 타워스페린 서울 오피스를 1996년부터 맡고 있다. 타워스페린 130년 역사에서 아시아에서 두 번째, 한국에서는 최초로 2000년 글로벌 사장(global managing principal)에 올랐다. 풍부한 컨설팅 경험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HR 전문가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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