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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커뮤니케이션

어깨에서 힘빼는 순간, 공감의 세계로 스르르∼

우종민 | 156호 (2014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HR

공감은 투자하는 시간이나 에너지에 비해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므로 기본적으로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파워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을 막고 조직 내 단합을 높이며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등 공감의 효과는 막대하다. 공감능력은 다음과 같은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대화할 때 자신의 판단이나 대안을 먼저 드러내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남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생각한다. 심리적으로행동하는 나관찰하는 나를 분리해 생각한다.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이런 방법을 습관화하면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감은 왜 어려울까

공감은 자신의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고 구별한 후 이 정보를 활용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공감을 잘하는 관리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사정을 바로 파악한다. 다른 직원들의 입장과 고충을 먼저 생각한다. 직원이 새로 배치되면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지도한다. 결근하거나 휴가를 간 직원의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해주는 리더를 싫어하는 조직원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고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기업을 싫어할 소비자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직원에게 공감하는 리더, 고객에게 공감하는 기업이 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학적 논리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공감은 투입 자산이 많이 필요한데 그에 비해 기대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데 비해 경제적 이익이나 실적 향상은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공감은 힘든 작업이다. 남의 마음에 공감하는 일은 내 생각을 주장하는 것보다 몇 배 더 힘들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우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요점만 간단히 논리 정연하게 얘기한다면 시간이 덜 걸리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중언부언하는 상대에게 공감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인지적으로 부하가 걸린다. 쉽게 말해 뇌가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상대방이 겪은 상황을 이해하려면 직접 겪은 것처럼 가정하고 연상 작용을 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 상태를 같이 느끼려면 즉석에서 상대방과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야 한다. 인지기능상의 유연성이 필요할뿐더러 실시간으로 다층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셋째, 감정적으로 부하가 걸린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이입을 깊게 하다보면 나도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 때로는 흥분하고 때로는 말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화가 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어떤 일이 연상되면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남의 사정에 공감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많이 투입되는 자산에 비해 얻을 기대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면 공감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공감이 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공감은 왜 필요할까?

 

 

조직에서 발휘되는 공감의 효과

성공한 조직일수록 리더와 직원들이 공감을 잘한다. 남이 무엇을 느끼는지 모르면 제대로 소통할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있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의 조직행동 및 심리학 교수 리처드 보이애치스와 펜실베이니아대 교육대학원 교수 애니 맥키는 저서 <공감 리더십>에서 리더들이 조직을 조화롭게 이끌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마음과 희망, 공감과 같은부드러운요소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유니레버,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많은 사례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감성의 끈을 연결하는 공감이 조직에 만연한파워 스트레스(Power stress)’의 부정적 효과를 극복할 수 있다고 증명한다.

 

파워 스트레스란 무엇 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에서 혼자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들이 받는 스트레스다. 이것이 심해지면스트레스희생부조화더 큰 스트레스더 큰 희생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 일어난 불을 끄면 저기 또 불이 일어나고 그걸 끄고 나면 또 다른 불이 일어난다. 밤에는 쓰러져 잠들기 바쁜 날들이 지속된다. 결국 체력이 달리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며 탈진한다. 눈 가린 말처럼 앞만 보고 뛰기 때문에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되니 공감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을 밟을 여유가 없다. 결국 가까웠던 사람들이 어느 새 떠나버리고 조직 내 불화가 커지며 성과도 나빠진다. 소위희생증후군(Sacrifice Syndrome)’에 빠지게 되며 불안과 공포, 신경과민 때문에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는 뇌 회로가 차단된다.

 

파워 스트레스-희생증후군의 대표적인 사례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유니레버 CEO로 재직했던 니얼 피츠제럴드(Niall FitzGerald). 그는 가족관계 등 개인의 삶에서 균형을 잃었고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이 줄면서 외로움이 심해졌다. 하지만 다행히 경고음을 빨리 알아차렸다. 큰 기대를 걸었던 세제 개발이 참담하게 끝난 사업상 실패가 첫 번째 경고음이었다. 결정적이었던 두 번째 경고음은 오랜 친구가 병에 걸려 사망한 사건이었다. 니얼의 친구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깨달은 것은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다는 거야. 이게 전부지. 나는 이제야 이걸 알았지만 자네는 아직 늦지 않았네. 개인 생활이나 직장에서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반드시 바꿔야 하네. 내게 약속해줘.” <공감 리더십>의 저자들은 깨어 있는 마음, 희망, 공감 등의 요소들이 생리학적, 심리적 변화를 가져와 파워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희생증후군을 이겨내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공감이 잘되면 상대방의 마음과 서로 연결된 느낌이 든다. ‘보다우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당연히 협업과 의사소통이 잘된다. 조직이 한마음으로 뭉쳐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데 속도가 붙는다. 반면 공감이 안 되면 상대방의 마음과 연결되지 않고 겉돌게 되며우리라는 의식이 생기기 어렵다. 같이 회의를 했는데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리는 식이다. 상대방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것뿐인데 모두 흔쾌히 합의했다고 혼자 흐뭇해한다거나 모든 이가 만족스러워하는데 혼자만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좀 더 심한 경우에는 작은 차이에도 민감해져서 마음의 문을 닫고 화를 내기도 한다.

 

공감능력은 리더로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업적을 이루는 데도 중요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회의원 레케사 트세놀리는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다 오랫동안 구금 생활을 했다. 이 기간에 그는 교도관들을 적대시하지 않고 그들의 가정생활이나 개개인의 일상에 귀를 기울였다. 교도관들은 사실 직업인으로서 생계를 위해 일하는 소시민일 뿐이었다. 공감하는 대화를 통해 교도관들은 마음을 열었고 그와 친해졌다. 이를 통해 그는 물론 동료들의 수감 생활이 크게 개선됐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리더로 명성을 얻었다. 뛰어난 공감능력을 토대로 그는 최근까지 농지개혁을 추진하고 지역개발부 장관보를 맡는 등 큰 업적을 이뤄가고 있다.

 

공감능력을 발휘하면 적을 동료로 바꿀 수도 있다. 갈등 조정 전문가로 유명한 대니얼 샤피로 하버드대 협상학 교수는 1998년 페루와 에콰도르 사이의 국경 분쟁 해결 사건을 종종 성공적인 갈등 조정 사례로 인용한다.1 페루와 에콰도르는 오랫동안 국경을 둘러싸고 충돌을 빚어왔는데 1998년 하밀 마후아드가 에콰도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페루와 평화협정을 추진하기로 결심했다. 이때 마후아드 대통령이 발휘한 것이 바로 공감의 힘이다.

 

마후아드 대통령은나는 우리나라 국회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우리 둘이 합의해도 각자 나라의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소용없지 않습니까? 후지모리 대통령, 당신은 대통령을 10년 가까이 했으니 국회를 상대하는 노하우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국회에서 추궁하면 제가 뭐라고 대답하면 좋겠습니까라고 페루 대통령에게 말을 건넸다. 이는우리 둘 다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까다로운 국회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끼리는 적대하지 말고 지혜롭게 서로 도와서 국회를 잘 설득합시다. 그러면 둘 다 훌륭한 업적을 이룰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는 의미다. 둘 다 대통령이라는 직분에서 국회를 상대해야 하며 이것이 쉽지는 않지만 성공했을 경우 큰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킨 것이다. 그는 같은 위치에서 공동 운명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미지도 동원했다. 정면으로 마주 보고 악수하면 원수지간 결투를 앞두고 의례적으로 나누는 인사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옆으로 나란히 앉아서 함께 서류를 들여다보는 사진을 찍어서 각 나라 일간지 1면에 실리도록 했다. 옆으로 나란히 앉은 사진은 양국이 공동의 과제를 향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임을 잘 보여줬다. 결국 양국 간 오랜 분쟁에 마침표가 찍혔고 두 정상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특히 공감능력은 짧은 시간 안에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때 유용하다. 공감과 경청을 많이 하는 리더는 그렇지 않은 리더보다 평소에 조직원들에게 쓰는 시간이 많다. 이렇게 시간을 쓰고 경청하는 습관이 계속되면 결국 다른 사람의 정서나 욕구를 빨리, 더 강렬하게, 더 풍부하게 비유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2 즉 누적된 정보와 습관을 통해 뇌의 회로가 바뀐다. 돈이 돈을 낳듯 공감은 공감을 낳는다. 공감의 뇌 회로가 발전하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협상이나 일상 커뮤니케이션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 중요한 미팅에서 상대방의 호감을 얻을 수 있고, 협상에서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으며, 조직원들의 사기도 높일 수 있다.

 

공감을 막는 행동의 오류

다정(多情) 개인의 신상이나 용모에 대해 쓸데없이 자세하게 언급해서 듣는 이의 속을 뒤집는 경우다. 가령결혼 왜 안 하니라든가특별한 사람 없다, 눈 낮춰라등이다. 자기 딴에는 개인적으로 다정하게 관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독이 된다.

 

“아이고, 몇 달 사이에 체중이 늘었나봐?”

 

“아, . 뭐 비슷해요.”

 

“아냐, 내 눈은 정확해. 3㎏쯤 늘었겠는데, 얼굴도 좋아지고.”

 

(으이그, 이렇게 눈치가 없기는. 남들 듣는데…) , 그런가요?”

 

(쏙 들어간 아랫배를 보여주면서) 나는 독하게 운동해서 살을 뺐는데 방법 좀 알려줄까?”

 

“아니에요. 요즘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아냐, 아냐. 내가 효과 본 방법 알려주지. 내가 처음에 다이어트 할 때….”

 

다른 사람 눈도 있고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려고 하는데 혼자 신나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옆에서 보기엔 선을 넘을까봐 아슬아슬하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독주형이다.

 

통제상실형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고 갑자기 강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잦다. 상대방과 관계가 나빠지고 주변 분위기가 차갑게 식는다. 평소 다혈질이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누군가 공감이 잘 안 되는 의견을 내거나 자신이 예상한 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으면 강하게 질타하거나 욱하고 화를 낸다. 이런 사람들은 술을 과도하게 마셔서 알코올 의존상태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마 안쪽에 있는 대뇌의안와전두엽에는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데 습관성 음주 때문에 이 부위의 뇌 세포가 손상되면 자기 욕구에만 흥분해서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가리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가혹한 자기 기준 조직에서 윗사람이나 먼 사람에게는 잘 대하는데 아랫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에게는 공감하지 못하고 혹독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가까운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이 정도는 당연히 이해해주겠지라고 기대했다가 어긋나면 사람들은 크게 실망하기 마련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유난히 엄격한 사람들은 대개 어린 시절에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남에 대한 공감을 배우고 익히기보다는 자기 생각과 감정, 자기 욕망을 채우는 것이 훨씬 더 급한 심리상태다. 이럴 때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이런 강퍅한 마음이 저절로 좋아질 수 있다. 그렇게 급하게 서둘러야 할 만큼 다급하지 않은 위치가 됐기 때문이다. 소위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경우다. 본인의 능력도 더 잘 발휘할 수 있고 주변 사람도 편해지기 때문에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풀려갈 수도 있다. 지나친 완벽주의가 계속될 때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초자아(superego)’가 너무 가혹한 경우다. 대개 엄한 부모의 양육을 받았거나 애정 결핍이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무엇이든 자기 기준에 만족스럽지 않으면 화가 나고 마음이 급해진다. 가령 직원들이 보고서를 제출할 때 형식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으면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지적한다. 상대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 상대방이 백기를 들게 만든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기준을 고집하다가 다른 직원들과의 협업에 실패한다. 아랫사람들의 불만이 크고 이직률이 높아진다.

 

공감능력은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다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의 디세티 교수팀은 공감의 뇌 영상 연구에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뇌 영상 연구에서 섬엽(insula)과 전측 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 등 정서반응과 관련해 중요한 대뇌 부위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에 관여한다고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3 이는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공감능력이 반복 훈련에 의해 강화된다는 점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데이비드슨 교수 연구팀은 사랑하고 친절하며 공감하는 심성을 위주로 명상하도록 하면서 뇌 영상을 촬영했는데 반복된 명상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염려와 관심을 계속 갖도록 하면 감정처리 반응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소리로 들을 때 눈동자가 더 커지고, 감정 뇌, 즉 섬엽(insula)과 대상회(cingulate cortex)가 더 활성화됐다. 이런 반응은 초심자보다는 공감 훈련을 반복한 숙련자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공감하는 사람의 뇌에서는 분노와 공격성이 감소하고 남을 도와주려는 의욕이 강해졌다. 게다가 실행 기능과 심상화 능력, 언어 기능 등 고차원적인 지적 기능이 공감 과정을 지원하는 데 더 풍부하게 발동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다른 사람의 정서에 공감하는 능력이 후천적으로 반복 학습을 통해 강화되며 뇌를 더 똑똑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뜻한다.4

 

이런 뇌기능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우수하다. 여성은 공감능력이 발달해 다른 사람의 감정과 자기감정을 빨리 일치시킨다. 같이 웃고 같이 슬퍼하는 속도가 빠르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공감능력이 중요한 직책에는 여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조직 안팎의 공감을 높이려면

리더와 조직원 사이의 공감대화법

‘대화법’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단순히 말하는 방법 몇 가지를 익힌다고 공감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느낌을 같이 느낄 때 공감이 이뤄진다. 서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열심히 보듬어 함께 살아가자는 연대의식 같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하지만 행동상 기법을 익히면 적어도 치명적인 실수는 줄일 수 있고 뇌의학적 기전에서 살펴봤듯 자꾸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방법은 몇 가지 습득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화할 때 자신의 판단이나 대안을 처음부터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이 힘들다고 말했다면저런, 어쩌나하고 잠시 기다린다. 공감이 이뤄질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어쩌나라는 말은당신은 그것이 힘들구나. (나는 그 일이 힘들다는 당신의 판단에 반드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그 일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알겠다. 당신이 힘들어 보이고 그래서 내 마음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그게 뭐가 힘드냐라든지이러이러한 방법을 써봐라”고 하면내게는 그것이 힘들지 않다. 그런데 당신은 힘들다고 한다. 우리는 정반대다는 뜻을 내포한다. 서로 공감할 만한 것이 없다.

 

둘째,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남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생각한다. 이것은 나와 다른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소외감이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무엇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거울로 비추듯 상대를 나의 모습에 비춰본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매순간 질문해야 한다.

 

가령 의사나 엔지니어 같은 이공계 출신과 대화할 때 상당히 답답해질 때가 있다. 본인이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나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신나서 얘기하지만 상대방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것은마주하여 나누는 이야기를 뜻하는대화라고 할 수 없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내 이야기만 하기 때문이다.

 

셋째, 심리적 유체이탈을 한다. 과거 크게 흥행했던 영화사랑과 영혼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고를 당한 후 유체이탈을 해서 자기가 자신을 바라보는 상태가 됐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대화할 때는 행동하는 나(acting ego)와 관찰하는 나(observing ego)가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두 자아를 분리해서 생각하면 좋다. ‘관찰하는 나의 입장을 취해 상황에서 한 걸음 떨어져 제3자의 시각으로 나와 상대의 대화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한층 쉽게 공감을 표할 수 있다.

 

넷째, ‘감정 알아채기연습을 한다. 남과 대화하기 전에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남을 공감하려고 애쓰기 전에 우선 내 마음에 먼저 공감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은여야 한다. 나와 대화할 때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단어로 전부 적어본다. 나의 마음을 알아채는 연습을 하면 관찰하는 자아가 더욱 커진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빈도가 늘고 강도가 커지면서 내 감정을 수용하는 범위가 넓어진다.

 

공감을 위한 4가지 질문법

● 실제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상황 파악)

 

●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대응)

 

● 그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느낌)

 

● 만일 상대방의 입장이면 어땠을까요? (역지사지)

 

효과적인 공감의 출발은 상대방에게 질문을 잘하는 것이다. 위의 4가지 질문을 잘 이용하면 어떤 문제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가령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조직원 A B가 있다고 하자. 당신은 리더다. 조직의 화합을 위해 이 두 사람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A를 불러 속마음을 얘기해보라고 한다. A나는 섭섭한 마음을 참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상대방은 그걸 전혀 모릅니다. 그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어야 하지 않나요?” 하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이때 A에게맞아요, 그런 것까지 다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나요. 그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죠라고 곧장 맞장구치는 것은 좋지 않다. 상황과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A에게 또는 B에게 4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도움이 된다.

 

● 실제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 어떤 상황이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 그래서 뭐라고 말했나요?

 

→ 실제로 무슨 말을 몇 번 했는지 파악한다.

 

● 그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 섭섭하고 화가 났다고 하면, 섭섭하고 화가 났군요라고 말하며 공감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면저 같아도 그런 상황에서는 섭섭하고 화가 났을 것 같아요또는저도 비슷하게 느낀 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 만일 상대방의 입장이면 어땠을까요?

 

→ 관점과 역할을 바꿔본다. “그런데 A 씨가 B 씨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그 말만 했다면 과연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요?” 등이다.

 

좋은 질문은 대답하는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조직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리더의 역할은 모든 답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고 결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조직원의 말을 경청하고 적절한 질문을 이용해서 대화를 리드하는 것이다.

 

사고 발생 시 공감의 표현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나 상대방에게 적극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아닐지는 리더들이 늘 고민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병원은 늘 예상하지 못한 비극이 발생하는 곳이다. 누구의 과실인지 판단하기 어렵거나 인간의 지식범위를 넘어서는 불가피한 상황도 벌어진다. 치료 도중 갑자기 환자 상태가 나빠져서 사망하거나 환자가 자살을 한 경우 그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도 심리적으로 굉장한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실제로 책임을 져야 할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이렇게 하지 않고 저렇게 했더라면 혹시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더 세심하게 신경 쓸 걸…’ 하면서 자책하거나 후회하게 된다. 때로는 사망한 사람에 대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적으로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미안하다(I’m sorry)”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미안하다는 말은 환자가 갑자기 나빠지거나 사망했을 때 어찌됐든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 또는 기관으로서 과실이나 책임 유무를 떠나 인간적으로 환자와 그 가족의 슬픔에 공감을 표현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말이다.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이 법정에서 의사나 의료기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의료 소송이 잦아진 미국에서다. 미국 법원에서잘못한 것이 없다면 왜 미안하다고 말했겠느냐, 의사가 자신의 과실을 인정한 증거다라고 해석해 의사에게 불리한 증거로 채택했다. 그러자 의료인들은 소송이 두려워서 방어적인 태도로 환자를 대하게 됐다. 그 결과 의료인과 환자들 사이의 소통이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오히려 의료 소송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입원 중 자살한 환자의 가족에게 의사가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이 말이 과실을 인정한 증거라고 받아들여져 크게 보상해야 한 사례가 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자 1986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에게미안하다고 말해도 법정에서 의사에게 불리한 증거로 채택하지 말자는 소위사과법(apology law)’이 생겼다. ‘미안하다는 말은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감의 표현인데 이를 과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채택해버리면 오히려 환자에게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없게 되고 결국 환자에게 손해가 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후 미국 50개 주 가운데 36곳에서 이 법을 채택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을 연방법으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전개된 위와 같은 상황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공감의 표현이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표현이 아니라 법적, 제도적, 문화적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점을 알려준다.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이 있고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으며 이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이 놓인 배경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업종이나 소비자와의 관계, 상황의 심각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직원 사이에 대형사고가 터졌거나 고객에게 직접적인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진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 있고 적극적이고 과감하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2009년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에서 수모를 겪었던 일본 도요타가 좋은 사례다. 미국 시장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안에 적극 공감을 표하면서 사과할 것에 분명히 사과하고 조기에 리콜을 단행했다면 총체적인 위기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몸을 긴장시키면 상대방의 감정을 빨리 인식하지 못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어금니를 악물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어깨에서 힘을 빼야 공감능력이 좋아진다.

 

공감의 전제는 긴장 풀기

최근 네덜란드 레이덴대의 스텔 교수와 네이메헌 라드바우드대의 반 니펜베르그 교수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는 준비된 얼굴 사진을 잠깐 본 뒤 사진의 주인공이 긍정적 감정 상태인지, 부정적 감정 상태인지 판단해 버튼을 누른다. 참가자 중 절반은 아무 제약 없이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은 사진의 표정을 따라하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어깨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제약 없이 버튼을 누른 참가자들에 비해 버튼을 누르는 속도가 훨씬 느렸다. 사진에 나타난 얼굴 표정을 보고 그 감정 상태를 판단하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의미다. 즉 몸을 긴장시키면 상대방의 감정을 빨리 인식하지 못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어금니를 악물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어깨에서 힘을 빼야 공감능력이 좋아진다.

 

1∼2분만 일을 멈추고 편안하게 규칙적으로 호흡하면 자연스럽게 이완이 된다. 어깨에서 힘을 빼고 입을 살짝 벌려서 편안하게 미소를 지으면 공감능력이 좋아진다. 마음에서도 긴장을 풀어야 한다. 평소 문학이나 예술을 가까이 하는 것도 좋다. 음악을 듣고 따라 하면서 흥얼거리거나 댄스 동작을 따라 하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 마음이 얼마나 편안한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주기적으로 던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마음이 긴장되고 굳어지면 남의 마음을 함께 느낄 여유가 사라진다.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수첩처럼 자주 보는 곳에 이 질문을 적어놓고 한번씩 자문해보면 좋다.

 

조직 차원에서 공감을 잘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가령 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잘 공감하게 하려면 직접 환자 입장을 경험하게 하는 방법이 제일 좋다. 건강한 사람을 일부로 병에 걸리게 할 수는 없으니 수련 과정에서 대리 체험하게 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아예 환자복을 입혀서 정신과 병동에 입원시키기도 한다. 상당 기간 병동에서 숙식하며 입원 환자와 동고동락하도록 하기도 한다. 직접 체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우게 하거나 의료윤리 강의를 받게 하는 방법은 별로 효과가 크지 않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타깃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비즈니스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령 당신이 스타벅스 직원이라면 카페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태블릿 PC로 업무를 보는 고객의 생활 습관을 경험하지 않고는 왜 그들이 무료 인터넷 서비스가 잘되는 카페로 몰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직원들이 휴식 시간에 조깅을 하고 농구나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업무 공간에 운동센터를 설치한 나이키가 좋은 예다. 조깅을 하지 않는 사람이 좋은 조깅화를 개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공감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과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투자의 몇 배 이상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jongmin.woo@gmail.com

필자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MPH)를 취득했다. 현재 인제대 부속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신의학과 비즈니스 활동을 잇는 강연과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치며대한민국 리더들의 심리주치의이자직장인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힐링닥터로 이름을 얻었다. 저서에 <우종민 교수의 심리경영> <스트레스 힐링> <마음력> 등이 있으며대한민국 10대 명강사’(동아일보 소개)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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