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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에서 배우는 경영

몬태나 주 연어 실종사건! 섣부른 인재 수혈, 참사 부른다

서광원 | 153호 (201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미국 몬태나 주의 글레이셔 국립공원에는 매년 가을 태평양에서 헤엄치던 홍연어들이 대거 강 상류로 올라오는 장관이 연출된다. 전국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려고 몰려든다. 몬태나 주의 어업부서 담당자들은 1980년대 후반 연어들이 상류로 쉽게 올라올 수 있도록먹이인 민물 곤쟁이를 대거 방류했다. 그랬더니 연어가 아예 사라졌다. 연어들은 낮에 수면 가까이에 있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곤쟁이들은 반대로 밤에 이 플랑크톤을 먹는다. 연어들을 도우려고 곤쟁이들을 넣어준 건데 알고 보니 치명적인 먹이 경쟁자를 넣어주는 실수를 했던 것이다. 인간의 조직도 생태계와 비슷하다. 조직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섣부르게 인재를 등용하면 성과가 아니라 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자연의 이치에서 경영인들에게 필요한 통찰력을 발견해본다.

 

미국 북서부에 있는 몬태나 주는 산봉우리가 즐비한 곳이다. 첩첩산중이 많아 보이는 곳이 산이고 물을 맑다. 당연히 아름다운 계곡들이 많고 아주 한적한 곳이라 이곳을 주로 찾는 사람은 주로 둘 중 하나다. 낚시 마니아들이나 복잡한 세상을 피해 산 좋고 물 좋은 별장을 찾는 부자들이다. 지난 2012 5월에는 인텔을 은퇴한 크레이그 배럿 전 회장이 이곳에서 작은 산장지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을만 되면 이 한적한 곳이 시끌벅적해진다. 전국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태평양을 헤엄치던 홍연어들이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흐르는 강으로 올라오는 장관을 보기 위해서다. 특히 공원 안을 흐르는 맥도널드 크릭(creek)이라는 작은 강은 폭이 10m 안팎인데 마치 물고기를 가득 넣어놓은 수조처럼 홍연어로 가득하다.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거의 전부가 홍연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4㎞ 정도의 구간은 10만 마리가 넘는 홍연어 떼로 들어차 강 자체가 빨간 색으로 변할 정도다. 좀 더 상류에 있는 플랫헤드(flathead) 호수에서 알을 낳기 위해서는 이곳을 지나야 하기에 몰려드는 것이다.

 

강에는 홍연어들이 가득하고, 강 밖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로 가득한 이때를 반기는 것은 한철 장사를 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오로지 일 년에 한 번만 오는 이날을 위해 평소에는 보기 힘든 독수리들이 근처 나무마다 가득 앉아 있고 각자 숲 속을 어슬렁거리던 곰들도 줄지어 나타난다. 곰들은 겨울잠을 자려면 엄청난 영양을 축적해야 하는데 녀석들은 그 큰 배를 이 연어들로 상당량 채울 심산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근처에 퍼져 사는 물까마귀와 코요테, 수달 같은 녀석들도 너나없이 몰려든다. 매년 되풀이되는 대목 중의 대목이다.

 

그런데 1989, 이 몬태나가 조용했다. 연어들이 알을 낳는 장소인 플랫헤드 호수로 이어지는 강과 계곡이 조용했기 때문이다. 몰려든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독수리와 곰, 갈매기와 수달들이 강과 계곡 근처로 몰려와 근처를 서성거렸지만 강물은 조용히 흘렀다. 넘칠 듯하던 연어 떼가 보이지 않았다. 그해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 연어는 겨우 50마리 정도였다.

 

1년 내내 기대하고 고대하던 잔치가 사라져버리자 독수리들은 더 남쪽으로 날아가야 했고 배부른 겨울잠을 꿈꾸고 있던 곰들도 어리둥절한 채 근처를 배회했다. 몰려든 사람들 또한 조용히 흐르는 강물 앞에서 영문을 모른 채 고개만 갸우뚱했다. 시끌벅적함을 만들어냈던 강물이 조용해지자 떠들썩했던 몬태나의 가을도 조용해져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전 해까지 매년 어김없이 찾아왔던 그 많던 연어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무도 몰랐다. 연어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몬태나를 먹여 살리던 젖줄이 사라져버리자 몬태나 주 당국이 급히 조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이 긴급 투입되면서 얼마 후 원인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주범도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그 많던 연어를 사라지게 했을까? 혹시 누군가 몰래 나쁜 짓을 했던 걸까?

 

놀랍게도 이 사태를 일으킨 주범은 몬태나 주의 어업 관련 부서들이었다. 관련 부서라면 연어들을 담당하는 주무부서인데 그들이 왜 이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을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일들이 있었다.

 

사실 이 담당 부서들은 어떻게 하면 연어의 수를 늘릴까 하는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연어가 많아지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것이고, 그러면 주의 경제가 활성화될 것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짜내던 그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연어들은 저 먼 태평양에서 이곳 상류까지 올라오느라 분명 지쳤을 것이다. 그러니 지친 연어들을 위해 먹이를 공급해주면 어떨까? 실제로 상류까지 올라오는 연어들을 보면 민물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거의 식음을 전폐한 까닭에 피곤에 절은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 그게 좋겠다. 이들은 당장 이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겼다. 연어들이 좋아할 만한 민물 곤쟁이를 구해다가 상류에 대거 방류했다. 새우를 닮은 곤쟁이는 사람 손톱만한 아주 작은 갑각류다.

 

그런데 이 좋은 생각이 문제였다. 연어들은 대개 해가 있는 낮에 수면 가까이에 있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곤쟁이들은 반대로 낮에는 바닥 쪽에 있다가 밤이 되면 수면 위로 올라와 이 플랑크톤을 먹는다. 방류된 곤쟁이들이 늘 하던 대로 밤마다 수면으로 올라와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날이 밝아오면 다시 강바닥으로 내려갔다. 날이 밝았으니 이번에는 연어 차례가 됐다. 어떻게 됐을까? 이런 날들이 이어지자 먹을 게 있을 리 없었다. 곤쟁이들이 다 먹어버린 것이다.

 

연어들을 도우려고 곤쟁이들을 넣어준 건데 알고 보니 치명적인 먹이 경쟁자를 넣어주는 실수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먼 태평양에서 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연어들은 거친 물살을 헤치고 상류까지 올라갈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상류 쪽 강물은 조용해졌다. 문제는 강물만 조용한 게 아니라 독수리와 곰들이 사는 생태계는 물론 주의 경제까지 커다란 타격을 입어야 했다는 점이다. 제대로 알고 도움을 줘야 하는데 모르고 하다 보니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일어나는 실수는 절대 사소한 게 아니다.

 

 

 

앞으로 이 코너에서 자주 (사실은 많이) 강조하겠지만 모든 생명체들에게 적용되는 자연의 이치가 있다. 살아가는 원리는 같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런 일들이 우리들의 삶에서, 그리고 경영의 현장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던 한 회사의 사장이 인재 한 명을 영입했다. 회사가 커지다 보니큰물에서 경력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외부 활동을 하면서 몇 번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 인재를 영입한 것이다. 대기업에서 팀장을 맡고 있던 그 인재는 인사성이 밝아 사장의 마음에 들었다. 실력도 괜찮은 것 같았다. 여러 번 만나던 차에 제의를 하자그러면 한번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참에 선진경영을 해보겠다는 사장의 생각과새로운 일을 마음껏 해보겠다는 인재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사장은 기획팀을 신설해 그에게 맡겼다. 내부의 반발이 있었지만 인재를 데려오려면 그만한 대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보고와 달리 제대로 된 성과물이 없었다. 9개월이 되자 그런대로 유능하다고 평가받던 기존 직원 두 명이 회사를 떠났다. 대기업으로 가는 직원들이 가끔 있었던지라 그러려니 했다. 두 달 후 또 한 명이 떠났다. 1년이 안 돼 새로 영입한 인재가 이끄는 부서의 절반이 떠난 것이다. 급히 전말을 알아 보니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조직이라는 생태계의 생리도 똑같다. 그 조직 출신이라도 승진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생태계의 한 단계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순간 생태계는 출렁거린다. 잘하면 별 무리가 없는데 잘못하면 아주 복잡한 드라마가 조용히 소리 없이 시작된다.

 

아차, 싶었지만 일은 생각 이상으로 커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회사를 더 키워볼까 하는 마음에 별 생각 없이 인재를 들여온 것이 화근이었다. 영입한 인재가 실력이 없거나 사장을 속인 게 아니었다. 괜찮은 인재였다. 하지만 회사가 바라는 것과 그 인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차이가 있었던데다큰물에 있었으니 데려다 놓으면 뭐라도 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 더구나 그동안 외부 영입이 거의 없었던 조직이라 조직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것과 함께 영입한 인재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줬어야 했는데 이걸 생략했다. 어려운 일을 지시하면 처음에는 도리질을 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듯이 그렇게 수용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장이 알아서 해보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자 반발하던 조직의 심리는 조용히 사장이 아닌 새로운 기획실장으로 향했다. 드러나지 않게끔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인재를 고립시키는 조용한 저항을 시작한 것이다. 사장의 방치와 조직의 암묵적 반발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기획실장은 실장대로 성과를 내야 하니 갈등과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성과는커녕 조직이 망가지는 쪽으로 악순환이 시작됐다. 적합성 여부를 좀 더 알아보거나 시간을 두고 적합성을 키워가야 했는데 마음이 앞선데다 연결까지 소홀했던 것이 큰 화를 부르고 만 것이다. 별 생각 없이 강물에 곤쟁이를 넣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내가 리드하고 있고 잘 알고 있는 조직이라고 해도 새로운 존재를 조직에 들이는 일에는 조심성이 필요하다. 이런 일은 몬태나 주에서 일어난 일처럼 기존의 생태계에 낯선 존재를 들여 넣는 일과 같다. 자기 관점이 아니라 생태계의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잘못하면 결과는 치명적으로 나타난다.

 

자연의 생태계에서 이런 일은 커다란 혼란을 일으킨다. 1890년 하와이 주민들은 들끓는 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천적이 없는 쥐들이 밤만 되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설탕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몽구스(Small Indian mongoose)를 들여왔다. 설치류를 주로 사냥하는 이 녀석은 코브라까지 즐겨 사냥하는용맹성이 있었기에 정신 없이 설치는 쥐들 정도는 쉽게 제압해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예상대로라면 쥐가 줄고 몽구스가 늘어야 하는데 둘 다 사이 좋게(?) 늘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연어와 곤쟁이의 사례에서처럼 몽구스는 낮에 활동하고 쥐는 밤에 활동하는 특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만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승부를 벌이겠는가? 서로에게 기회(?)가 없었다.

 

조직이라는 생태계의 생리도 똑같다. 그 조직 출신이라도 승진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생태계의 한 단계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순간 생태계는 출렁거린다. 잘하면 별 무리가 없는데 잘못하면 아주 복잡한 드라마가 조용히 소리 없이 시작된다. 이 조용한 드라마는 부작용이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절정을 향해 치닫는 특성이 있어 그때가 되면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을 때가 많다. 이상한 것은 아래에서는 이런 일들이 잘 보이는데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생태계는 쉽게, 그리고 순식간에 망가지거나 왜곡될 수 있지만 복구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사라진 연어 떼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몇 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해야 했던 몬태나 주처럼 말이다. 생태계는 고정된 것이 아닌 살아 있는 유기체들의 연결과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생각 이상으로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이 코너를 통해 이 연결과 조합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집중적으로 탐구해 보고자 한다.

 

서광원 생존경영연구소장 araseo@naver.com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

  • 서광원 |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
    araseo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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