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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신뢰

지상 48m 외줄 위의 곡예사에게 목숨을 맡긴 신뢰의 원천은 무엇일까?

정동일 | 149호 (2014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HR

 

리더십에서 말하는 신뢰

1) 저지에 기초한 신뢰(deterrence-based trust)

상사의 신뢰를 저버렸을 때 반대급부로 돌아올 제재나 처벌, 복수가 두려워 상사를 따르는 신뢰

2) 역량에 기초한 신뢰(competence-based trust)

최고 역량과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을 부하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얻는 신뢰

3) 지식에 기초한 신뢰(knowledge-based trust)

리더의 가치관, 행동 양식 등 그 사람에 대해 축적된 지식을 통해 얻게 된 예측가능성에 기반한 신뢰

4) 일체감에 기초한 신뢰(identification-based trust)

부하들이 리더의 꿈과 가치관을 단순히 아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일체화시킴으로써 발현되는 신뢰

 

신뢰의 7가지 빌딩블록(Building Block)

: 솔선수범, 명확한 가치, 희생 정신, 열린 소통, 명확한 의사결정, 약속 실천, 일과 조직에 대한 헌신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한숨을 내쉬거나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호흡했다. 그리고 많은 스타가 탄생했다. 스타는 스포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수많은 분야에서 우리는 요즘 쉽게 스타를 만날 수 있다.

 

올림픽과 영화시대 이전 최고 스타였던 블론딘과 그의 줄타기

 

올림픽과 월드컵, 프로 스포츠, TV, 영화 등이 생기기 이전 스타는 누구였을까? 이들보다 훨씬 오래 전 대중의 관심과 환호를 받았던 스타는 곡예사들이었다. 이들은 몸을 묶은 상태에서 깊은 물속이나 금고에서 탈출하고 타오르는 화염 속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등 위험한 행동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인기를 얻었다.

 

누구보다 위대한 스타는 182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줄타기 곡예사 찰스 블론딘 (Charles Blondin, 1829∼1897)이었다. 그는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장대 하나에만 의지한 채 밧줄 위에 서서 온갖 위험한 동작들을 해냄으로써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1859 630. 그는 나이아가라폭포 위에 로프를 설치하고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한다. 높이는 무려 48m. 특별 열차를 타고 블론딘의 곡예를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은 40파운드의 막대기로 균형을 잡은 채 한 발 한 발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너는 그를 바라보며 숨을 죽인다. 드디어 맞은 편에 블론딘이 도착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열광하는 관중들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뒤로 걸어서 건너기, 안대를 하고 건너기, 자전거를 타고 건너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이아가라폭포를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한다.

 

모든 곡예가 끝날 때쯤 되자 블론딘은 모여 있는 관중들을 향해 소리친다. “당신들은 내가 사람을 등에 업고 이 폭포를 건너갈 수 있다고 믿습니까?” 그러자 관중들은그럼요! 우리는 당신이 사람을 업고도 충분히 건너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블론딘은그럼 내 등에 업혀서 나와 같이 이 폭포를 건너갈 사람 한 분만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외친다. 하지만 관중들은 이내 침묵 속에 잠겼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등에 업힐 사람을 찾던 블론딘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만다. 아무도 없다고 판단한 블론딘은 관중 가운데 서있는 한 남자에게당신은 날 믿습니까?”라고 묻는다. 그 남자는 조금도 주저 없이난 당신을 믿습니다. 기꺼이 당신 등에 업히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블론딘의 등에 몸을 맡긴다.

 

남자를 등에 업은 블론딘은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로프에 올라가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의 등에 업힌 남자가 스스로의 생명을 바쳐 자기를 신뢰했다는 사실을 군중들에게 알려주듯이 그의 얼굴에서는 강 건너편에 반드시 도착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선명했다. 마침내 블론딘은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너는 데 성공했고 이를 숨죽이고 지켜보던 관중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들이 몰랐던 것은 블론딘의 등에 업혀 폭포를 건넌 사람은 해리 콜코드(Harry Colcord)였고 그는 블론딘의 매니저였다는 사실이다.

 

블론딘의 스토리에는신뢰의 본질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이 숨겨져 있다. 관중들은 그의 묘기를 봤고 그가 얼마나 줄타기를 잘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블론딘을 믿는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등에 업혀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너려 하지는 않았다.

 

신뢰의 본질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 상대방을 믿는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상대방을 믿고 이를 바탕으로 혹시라도 감수해야 할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다. 말로만 블론딘을 믿는다고 소리쳤던 군중들과 48m 높이의 밧줄 위에서 자신의 목숨을 블론딘에게 맡겼던 콜코드 사이에는 근본적인 믿음에 차이가 있었다.

 

 

 

신뢰란 무엇인가?

 

신뢰의 사전적인 의미는굳게 믿고 의지함이다. 여기서 심리적인 갈등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누구를 (리더를) 믿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그 대상을 의지한다는 행위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진정성, 태도, 역량, 경험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누구를 신뢰한다는 행위는 이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나 스스로를 취약한(vulnerable) 상황으로 몰아 넣는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상황이나 의사결정에 대해 내가 100% 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나의 이해관계(혹은 내가 속한 단체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결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부하가 리더를 신뢰한다는 것은 리더에게 모든 걸 맡기고 스스로를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도 그 리더가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그래서신뢰란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이다라고 많은 리더십 학자들이 단언한다. 결국 신뢰란 효과적인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리더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하들이 믿고 행동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제공해줘야 한다.

 

리더십에서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부하의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인 신뢰는 리더십에서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활발히 연구됐던 대상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필자가 수년 전에 진행한 연구에서 리더가 아무리 멋진 비전을 이야기해도 리더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으면 부하들은 리더의 비전에 몰입하지 않게 된다는 결과를 발견했다.1  그리고 부하들이 리더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조직의 성공을 위해 남을 돕는 행동을 하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결과도 있다.2  수백 명의 리더와 수천 명의 부하들을 인터뷰한 리더십의 석학인 쿠제스(James Kouzes)와 포스너(Barry Posner) <리더십 챌린지(Leadership Challenge)>란 책을 썼다. 필자들은 이 책에서 성공한 리더들이 지니고 있는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법칙(모델을 제시하라, 공통의 비전을 고취시켜라, 틀에 박힌 과정에 도전하라,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라, 사기를 높여주라)을 이야기한다.3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부하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credibility)를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리더가 아무리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잘 제시하고 공통의 비전을 고취시키려 해도 부하들의 믿음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Place to Work)> <포천>과 함께 선정해온 미국의 GPTW Institute도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의 리더들에 대한 신뢰다라고 결론 내린다.4  이렇듯 부하가 가지고 있는 상사에 대한 신뢰는 리더로서 성공하는 데도 중요하지만 좋은 조직을 만드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부하들은 상사를 과연 얼마나 신뢰할까?

 

그렇다면 부하들은 함께 일하고 있는 자신의 상사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한 미국의 컨설팅 회사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나는 내 상사를 신뢰한다(I trust my manager)”라는 질문에 75%의 응답자가동의한다, 혹은 강하게 동의한다와 같은 긍정적인 답변을 줬다고 한다.5
 
재미있는 사실은나는 우리 회사의 임원을 신뢰한다(I trust senior leaders in this organization)”란 질문에는 57%의 응답자만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상사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리더들은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 보인다. 예를 들면 한국 GWP KOREA 에서 2013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일하기 좋은 기업을 평가한 항목 중상사에 대한 신뢰에서 한국 부하들은 52.9%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는 온라인 직원 채용 회사인 잡코리아에서 몇 년 전 조사한 설문에서 무려 40%의 직장인들이자신의 상사를 믿지 못한다라고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결과다. 이런 결과들은 한국의 많은 상사들이 아직도 자기중심적이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일들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콜코드가 블론딘을 신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럼 블론딘(리더)은 콜코드(부하)로부터 어떻게 자신의 생명까지 걸 수 있는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까?

 

1) 콜코드가 블론딘의 등에 업혀서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널 수 있었던 용기는 친구에 대한 무한 신뢰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의 매니저로서내가 이 순간에 저 친구의 등에 업혀 강을 건너지 않는다면 수많은 청중들이 실망하게 될거야…. 그러면 아마도 우리 비즈니스는 끝날지도 몰라….” 하는 지극히 계산적인 마음에서 나온 용기이자 신뢰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내가 타인을 신뢰한다는 것은 역으로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거나 신뢰가 깨졌을 때 내가 감당해야 할 부정적인 결과들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

 

이를 가리켜 리더십에서는 저지에 기초한 신뢰(deterrence-based trust)라고 이야기한다. 저지에 기초한 신뢰는 상대방이 내게 가지고 있는 신뢰를 저버렸을 때 내가 감수해야 할 제재나 처벌 혹은 복수가 두려워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 노력할 때 생기는 신뢰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이를 제제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감수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나 암묵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10개의 약속을 하고 5개를 실천하는 리더보다 3개를 약속하고 3개를 실천하는 리더에게 더 신뢰가 간다. 부하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리더는 약속에 인색하고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

 

저지에 기초한 신뢰는 깨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런 유형의 신뢰를 리더와 부하 간에 쌓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신뢰로 분류한다. 신뢰를 깨뜨리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했을 때 내가 감수해야 할 부정적인 결과보다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크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에 해당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부하직원들과 열심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다른 기업에서 좋은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프로젝트 추진 도중에 회사를 옮기는 행위에 대한 부하직원들의 실망, 배신감, 비난 등의 부정적인 결과보다 그 기업에 들어가서 내가 누릴 수 있는 혜택, 예를 들면 더 높은 연봉, 경력상의 좋은 기회와 경험, 출퇴근 시간의 절약 등이 크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신뢰의 유형이 될 수 있다.

 

2) 콜코드가 블론딘을 신뢰해 자신의 목숨을 맡긴 두 번째 이유는 아마도 블론딘이 가지고 있는 줄타기에 대한 뛰어난 역량일 수 있다. 이를 역량에 기초한 신뢰(competence-based trust)라고 한다. 매니저로서 콜코드는 블론딘이 여러 해에 걸쳐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봤을 것이다. 그리고 블론딘이 가지고 있는 줄타기에 대한 역량을 그 누구보다도 확신하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블론딘이 가지고 있었던 뛰어난 줄타기 역량은 콜크드가 블론딘을 신뢰할 수 있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둘 사이가 아무리 친했고 블론딘이 아무리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어도 그의 줄타기 역량에 조금이라도 확신이 덜했다면 세기의 줄타기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자상하고 성격이 좋은 상사라 할지라도 업무에 대한 최고의 역량과 목표달성에 대한 확신을 부하들에게 줄 수 없다면 부하들은 그 상사를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더로서 신뢰를 하고 따라가지는 않게 될 것이다. 성격 좋은 것과 리더로서 신뢰를 받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1년쯤 전에 필자는 한 은행 PB센터의 부센터장과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필자: “이번에 센터장님이 새로 오셨다죠? 어떤 스타일의 상사가 제일 일하기 좋으세요?”

 

부센터장: “(필자를 말없이 몇 초간 보다가) 새로 오신 분이 어떤 스타일의 상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성과만 잘 내게 해주시고 센터장으로 역량이 뛰어난 분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부하가 리더를 신뢰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이 사람만큼은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믿음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부하들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업무에 대한 탁월한 역량과 지식 경험 등을 통해 그들에게이 일만큼은 당신이 최고다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보자. 리더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역량을 바탕으로 한 신뢰는 특히 조직이 위기에 빠지거나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더욱 빛을 발한다.

 

3) 콜코드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블론딘을 신뢰할 수 있었던 세 번째 이유는 오랜 기간 동안 그의 매니저로 일하며 그를 지켜보고 얻은 축적된 지식 때문일 수도 있다. 이를 지식에 기초한 신뢰(knowledge-based trust)라고 부른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정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면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게 된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살아가며 어떤 행동을 주로 하는지 등이다. 이렇게 축적된 그 사람에 대한 지식은 그 사람이 미래에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주로 할 것인지 짐작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하면 그 사람에 대한 축적된 지식은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게 되고 이는 신뢰로 이어진다.

 

우리는오래된 친구가 믿을 만하다혹은그래도 믿을 건 오랜 직장 동료와 상사뿐이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오래 같이 일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 보니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같이 고생하고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본 사람뿐이란 말이다. “상사의 행동을 오래 지켜봤더니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래서 신뢰하게 됐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부하들에게 예측가능성이 높은, 그래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리더가 되길 원한다면 자신의 행동을 일관성 있게 하라. 일관성 있는 행동이라 함은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행동에 변함이 없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진정성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다.

 

4) 마지막으로 콜코드가 블론딘을 신뢰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블론딘이 줄타기에 가지고 있는 열정과 철학을 깊이 공유해 정신적인 동지가 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를 일체감에 기초한 신뢰(identification-based trust)라고 이야기한다. 일체감을 바탕으로 타인을 신뢰한다는 의미는 그 신뢰가 감성적인 교류, 상호 이해, 가치관의 공유 등에 기반한다는 의미다. 일체감에 기초한 신뢰와 지식에 기초한 신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뢰의 대상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것을 단순히 알고 있느냐와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체감에 기초한 신뢰는 신뢰의 대상과 내가 이런 것들을 깊은 내면에 공유하고 있어 동질감을 형성하고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신뢰유형인 동시에 가장 지속가능한 신뢰다.

 

리더십은 흔히 꿈과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이라 이야기한다. 리더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꿈과 가치를 부하들과 공유할 때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 나온다. 그런데 리더가 꾸는 꿈은 뻔한 미래에 대한 기대나 작은 노력만 하면 쉽게 달성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닐 경우가 많다. 오히려 오랜 기간의 인내와 노력, 희생이 필요한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이 오랜 여정을 지치지 않고 같이 갈 수 있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신뢰는 역으로 꿈과 가치를 공유할 때만이 가능하다. 리더십과 신뢰가 불가분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뢰의 7가지 빌딩블록(Building Block)을 실천하라

 

지금까지 블론딘과 그의 매니저 콜코드가 어떻게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신뢰를 할 수 있었는지를 신뢰의 여러 가지 유형을 바탕으로 알아봤다. 마지막으로 리더로서 나는 부하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리더가 부하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신뢰에 대한 많은 연구를 종합해보면 부하는 리더의 다음과 같은 것들을 보며 신뢰를 쌓아 간다고 한다. 리더로서 부하의 신뢰를 얻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7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 보기로 하자.

 

1) 솔선수범을 실천하라:리더의 솔선수범(leading-by-example)이야 말로 부하의 신뢰를 얻는 데 가장 좋은 특효약이다. 진부해 보이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명령과 지시만 하지 않고 앞장서서 먼저 실천하고 모범을 보이는 상사가 진짜 리더다. 부하들이 왜 자신을 신뢰하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당장 내일 아침부터 솔선수범을 실천하라. 나도 모르는 순간 어느덧 부하는 내 편이 돼 있을 것이다.

 

2) 명확한 가치로 이끌어라:부하들에게 상사인 내가 같이 일하며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만 적어보라고 하라. 부하들이 쓴 글들에 일관성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부하의 신뢰를 무척 많이 받고 있는 상사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이 쓴 단어나 문장이 제각각이라면 당신은 부하들에게이사람 정체가 뭐지하는 생각과 함께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리더일 가능성이 크다. 성공한 리더는 부하들이 한 문장에 정의할 수 있는 자신만의 명확한 가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명확한 리더의 가치와 의사결정 기준은 나의 행동을 일관성 있게 만들어 주고 여기서 예측가능성과 신뢰가 시작된다.

 

3) 개인적인 희생을 통해 그들의 영감을 자아내자:부하들은 리더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자신들을 위해 또는 조직을 위해 포기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며 자발적인 추종을 하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부하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앞으로는 그들을 위해 종종 자신의 이해관계를 살짝 접어두는 행동을 해보자. 항상 그들을 위해 희생하라는 건 아니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자기희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부하들이 느끼는 신뢰의 정도는 비슷하다. 멜 깁슨(Mel Gibson)이 주연한 영화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에서 그가 부하들을 베트남전쟁이 한창인 사지로 이끌고 가기 전에 했던 명대사를 기억하는가?

 

“우리는 이제 힘들고 필사적으로 싸우는 적군과 전투를 하러 떠납니다. 나는 제군들이 모두 살아서 돌아오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신에게 맹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전투를 하러 갔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전쟁터에 발을 디딜 것이고 가장 나중에 그곳을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제군들이 생존해 있든지 전사했든지 간에 단 한 명도 그곳에 남겨놓고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비록 영화지만 이런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은 부하들에게 영감을 주고 신뢰를 자아낸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자기희생의 방법을 고민해 보자.

 

4) 열리고 진실된 소통을 하자:열리고(open) 진실된(honest) 마음을 가지고 소통해보라. 특히 부하들이 다가오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 열린 마음으로 진실된 소통을 한다면 그들의 닫혔던 마음의 문도 열리게 된다. 부하들이 먼저 다가와 소통을 하길 기대하는 것만큼 잘못된 생각도 없다. 상사인 나는 부하들에게 두렵고 어려운 존재라는 걸 깨닫고 항상 먼저 다가가 그들에게 관심을 보여주려 노력한다면 신뢰는 어느덧 내게 다가올 것이다.

 

5) 명확한 말과 행동으로 이끌자:리더로서 본인의 생각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명확한 행동을 보여줄 때 부하는 상사를 신뢰하게 된다. 그래서 부하로부터 신뢰를 얻는 상사는 화려한 미사여구와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소통하는 상사가 아니라 부하들에게 자신의 의견과 방향을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소통하는 상사다.

 

요즘 경영학 관련 강의가 유행하다 보니 부하들과 소통하면서 경영학자처럼 이야기하는 리더들이 많아 걱정된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자비할 정도로 잔가지를 쳐내고 본질을 명확하고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창업자인 허브 켈러허는 그래서 직원들에게우리 회사는 저가 항공사입니다. !”이란 식으로 소통했다. 잭 웰치도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주지 않고 의사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리더들이 제일 싫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명확한 행동과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6) 약속을 남발하지 말자:고의적으로 부하들에게 거짓말을 일삼는 상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약속을 지키려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 필요한 경우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키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신뢰라는 측면에서 리더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항이 약속을 남발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가 참 알 수 없는 것이 10개의 약속을 하고 5개를 실천하는 리더보다 3개를 약속하고 3개를 실천하는 리더에게 더 신뢰가 가는 법이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팀원들이 안쓰럽고 고마워서이 일만 잘 끝나면 이거 해줄게, 저거 해줄게하는 식으로 약속을 남발하는 리더는 결국 자신이 가졌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신뢰가 가지 않는 상사라는 낙인이 찍히기 쉽다. 그래서 부하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리더는 약속에 인색하고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

 

7) 일과 조직에 대한 헌신(commitment)을 보여라:상사가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고 소통을 잘해도 본인 스스로가 일과 팀 혹은 부서에 대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부하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신뢰에 대한 연구를 보면 리더가 보여주는 일과 부서에 대한 헌신은 부하들이 그 리더를 신뢰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수다.6  리더가 부하에게 보여주는 일과 조직에 대한 헌신이 신뢰에 중요한 이유는 신뢰의 정의에 포함돼 있는기회주의적이지 않을 것이다란 문구 때문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헌신적인 리더를 보며 부하는 리더에게서 진정성을 발견한다. 같이 일하는 상사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목표달성을 위해 나를 좀 괴롭히더라도 부하들은 상사의 행동이 자신의 승진과 성공이 아닌 우리 모두의 성공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부하들을 채찍질하기에 앞서 스스로 일과 조직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기 바란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매일매일 일관성 있고 부지런하게 하나둘 신뢰라는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집어 넣을 때 내가 쌓은 신뢰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것이다. “눈에 안 보이는 것일수록 자꾸 측정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오늘부터 당장 리더로서 내 신뢰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나만의 돼지저금통을 하나씩 마련해보면 어떨까?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jung@yonsei.ac.kr

필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미국경영학회 서부지부로부터올해의 유망한 학자상을 받았다. 2010년 리더십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의올해의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매일경제 선정 한국의 경영대가 3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주 연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행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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