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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노동자 힐링 방안

욕쟁이 고객 출현! 사무실이 초토화 됐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 누가 치유해주나

노주선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힐링 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

바야흐로힐링의 시대가 도래했다. 힐링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TV 프로그램에는 수많은 유명인들이 나와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아픔과 한을 이야기하고, 서점에는 힐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힐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 급작스럽게힐링 열풍을 겪으면서 이와 관련된 일련의 사회적 현상과 이슈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힐링 열풍은 힐링 코드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나 새로운 고객 접근법으로 발전되고 있다. 특히 조직 내부적으로는 조직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업무 스트레스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부 조직원, 특히 콜센터 직원이나 항공승무원처럼 직업상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해야만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심리적 힐링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접근법이나 해결책이 미흡한 상황이다.

 

TV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인 개그콘서트의정여사라는 코너는 고객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지만일 수밖에 없는 점원이 결국 눈물을 머금고인 고객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하는 상황을 잘 묘사해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자들은 과장된 고객의 요구와 희화화된 점원의 행동을 보면서 웃음을 짓긴 하지만 내심 쓴웃음과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동병상련을 느끼며 이를 시청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아마도 자신이 겪었던 수많은 에피소드와 더불어 자신의 입장에 대한 마음 아픔을 느낄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고객의 힐링과 정서적인 만족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이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고객 만족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힐링에 대한 열풍이 조직 내부 구성원들이나 서비스 관련 직무 수행자에게는 더 많은 업무적 부담과 요구를 부과하는 등 반()힐링적 현상을 유발하고 있기도 하다.이에 본 글에서는 조직의 가장 일선에서 기업의 가치와 성과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강한 감정노동과 다양한 당위적 요구에 희생되고 있는 감정노동자들의 힐링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즉 서비스직과 같이 강한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내부 직원들을 힐링하는 일의 중요성과 더불어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힐링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보다 즐겁고 만족감을 찾으면서 덜 힘들게 일하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힐링의 개념과 정의

힐링은 사실 새롭거나 혁신적인 개념은 아니다.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힐링 현상은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 유사한 여러 개념들이 있어왔으나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건강한 심리적/신체적 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치유 혹은 복원과정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의 힐링 현상은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던 심리적인 측면의 치유와 복원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조직 관리 차원에서 힐링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면업무적 및 개인적 생활상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해 원래의 건강하고 긍정적 심리상태가 되도록 치유함으로써 높은 업무 수행의 질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긍정적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이때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 힐링이란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이는 최근의 힐링 열풍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져 왔던 심리적인 측면에 대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앞의 설명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두 번째 핵심적 고려 사항은 예방 차원의 힐링이다. 힐링은 비록 치유와 회복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정의되지만 보다 적극적인 측면에서는 상처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넘어 상처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의 활동들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서비스직 종사자를 위한 감성관리 모형

서비스직의 경우 업무상 자신뿐 아니라 항상 고객이라는 외적 변인이 존재한다. 서비스직 수행자들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서비스의 질이나 만족도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고객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고객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비스직의 경우 업무 수행의 성과나 결과가 본인의 노력 여부와는 별개로 고객이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나 정서적 상태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업무 특성 및 고객과의 관계를 기초로 해 서비스직을 위한 감성관리 모형(Emotional Management Model for Service Job·EMM-S)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저명한 심리학자인 대니얼 골만(Daniel Goleman)의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 모형을 기초로 재구성한 모형이다. (그림 1) 우선 정서지능은 감정을 효율적으로 파악해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대응하는 능력으로자기(Self) vs. 타인(Other)’ 인식(Awareness) vs. 관리(Management)’라는 기준에 따라 크게 1) 자기 인식(Self-Awareness, 정확한 자기 진단) 2) 자기 관리(Self-Management, 감정 제어) 3) 사회적 인식(Social Awareness, 감정 이입) 4) 관계 관리(Relationship Management, 팀워크/협동)라는 네 가지 역량으로 구분된다. 이 틀에 따라 EMM-S를 재구성해 보면 우선 자기(Self) 차원은 서비스직 업무 수행자(Self-Oriented) 차원으로, 타인(Other) 차원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Customer-Oriented) 차원으로 각각 치환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인식(Awareness) 차원은 서비스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신 및 고객의 정서적인 상태에 대한 인식 및 통찰(Awareness & Insight), 관리(Management or Regulation) 차원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자기감정관리 및 고객감정관리로 대응시켜 볼 수 있다.

 

 

 

EMM-S는 대상자 차원과 솔루션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으며 대상자 차원은 본인(Serving Person)과 고객(Serviced Person)으로, 솔루션 차원은 정서적 단서들에 대한 인식과 통찰 정도 및 정서적 상태에 따른 대처와 관리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념적 분석틀에 따라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수행해야 하는 주요 감성관리 영역을 구분하면 1) 자기감성인식 2) 고객감성인식 3) 자기감성관리 4) 고객감성관리 등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그림 2) 즉 자기감성인식 능력은 업무 중 발생하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부정적 혹은 긍정적 정서를 인지하고 파악하는 능력을 말하며, 고객감성인식 능력은 업무 중 고객의 부정적 혹은 긍정적 정서를 인지하는 역량이다. 한편 자기감성관리 능력은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해결하고 긍정적 정서를 향상시키기 위한 능력을 가리키며, 고객감성관리 능력은 고객의 감성적 상태에 따른 적절한 대응 및 고객과의 갈등이나 대립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과 관련돼 있다.

 

 

 

 

 

 

상처 많은 우리 직원들을 힐링하기: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힐링 전략

그렇다면 과연 매일 고객에 대한 고품질의 서비스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결국 자신의 스트레스나 마음 건강을 관리하지 못하는 감정노동자들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지금까지 살펴봤던 개념을 고려해 그들을 효과적으로 힐링하고 필연적인 업무상 스트레스를 이겨내 보다 긍정적인 삶의 질과 업무상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들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다.

 

고객감성관리: 고객 이해를 통한 업무 스트레스 감소

사례 1고객을 응급실까지

A씨는 얼마 전 가슴 철렁한 사건을 겪었다. B사의 제품 배달을 담당하고 있던 A씨는 벌써 세 번째 TV를 반품하는 고객 C씨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고 있던 중이었다. 40인치 TV를 구입한 C씨는 A씨가 제품 배달을 가면 TV를 켜놓고 30분 이상을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를 체크했고 사소한 문제로 두 번이나 반품을 했다. 결국 A씨는 상사로부터다시 한번만 반품을 받으면 너도 잘릴 줄 알아!”라는 욕까지 먹은 상태였다. 결국 문제는 세 번째 배달을 가서 터졌다. 이번에도 C씨는 제품에 흠집이 나 있다는 핑계로 다시 반품을 한다고 했다. 결국 A씨와 고객 C씨는 언성을 높였고 그 와중에 고객 C씨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당황한 A씨는 119 구급차를 불렀고 병원 응급실까지 C씨와 동행했다. C씨가 쓰러진 게 자신의 책임인 것 같아서 내내 괴로워하던 A씨는 얼마 후 C씨 남편의 태도와 발언으로 인해 황당함을 느꼈다. 병원에 방문한 C씨의 남편은 쓰러져 누워 있는 아내를 보고 전혀 당황하지 않으면서괜찮아요. 저러다가 한 시간만 쉬고 나면 금방 일어납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C씨가 다른 전자제품은 물론 가구류 배달도 서너 번씩 반품시키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례 2문제고객 다루기의 달인

B씨는 서비스업 10년 차 종사자로 B마트에서 총괄 매니저로 일하며 매장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업무들을 다루고 있다. 오늘도 서비스에 불만을 표현하는 고객을 대응해 해결한 후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예전을 회상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고객들을 잘 다루었던 건 아니었다. 10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사건들을 겪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은 고객의 입장에 대해 끊임없이 역지사지하고 이를 표현하는 것과 절대로 개인적 감정을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에는 고객이 화를 내고 심한 경우 욕을 하거나 하면 자신도 인간인지라 화를 참지 못해 소위맞짱을 뜰까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고객과의 갈등 시지금 고객은 일시적으로 화를 내고 흥분하는 것이며, 나 개인에 대해 화를 내는 게 아니다라고 되뇌며 업무상 나와 개인적 나를 구분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나니 훨씬 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고객의 입장에 더 공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고객님 입장에서 많이 화가 나실 만한 것 같네요. 그 점은 저희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말이 쉽게 나오게 됐고, 예상 외로 그 말에 쉽게 화를 푸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A씨는 심하게 불만을 표현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VIP실이라고 명패를 붙여 놓은 고객상담실로 정중히 모시고 가 상석에 앉혀 놓고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가끔씩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약간의 울먹임을 섞으면서 토로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고객이 직원을 뭐라고 하기 전에 매니저인 자신이 나서서 직원을 혼내는 경우, 때로는 고객이 이를 말리기도 하거나 자신이 민망해서 화를 푸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됐다. 물론 그 후 꾸지람을 받은 해당 직원에게는 상황상 일부러 그런 식의 연출을 한 것임을 알리고 그 직원을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감정노동자들은 서비스 현장에서 온갖 다양한 고객들을 만난다. 특히 위에 제시한 사례 1과 같이 어떤 고객들은 때로 상식과 예측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사례 1은 강박증 성향을 가진 고객과의 관계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례로 강박증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매우 당황스럽고 억울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모 통신사는 고객센터로 1년에 1000번 이상 전화를 거는 고객으로 골치를 앓는가 하면, 모 이동통신사는 통화품질에 불만을 가진 고객이 고객센터와의 통화로 만족하지 못하자 자신이 타던 벤츠 승용차로 회사 현관을 들이받는 사고까지 당했다.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악성 고객(Black Consumer)들에게 시달림을 받는 현장 근무자들이 경험하는 감정노동의 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같은 감정노동자들의 힐링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고객에 대한 이해능력과 관리능력을 향상하는 일이다. 즉 다양한 고객들의 행동 패턴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 고객 행동의 원인과 과정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감정노동자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최소화시키고 업무상 감정노동 자체를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고객은 성격 특성 및 당시의 기분이나 심리적 상태에 따라 매우 다른 행동 특성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외향적 성격의 고객과 내향적 성격의 고객은 서비스와 관련된 요구나 만족 포인트 자체가 매우 다르다. 외향적 고객들은 적극적인 관계 및 교류를 요구하는 반면 내향적 고객들은 자신의 영역이 침해되지 않는 것 자체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자동차 영업사원의 경우 외향적 고객이 방문한다면 제품에 대한 설명 이상의 개인적인 측면에 대한 교류를 포함하는 적극적 교류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가 내향적 고객이라면 최소한의 개입만 하되 고객이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일반적인 고객의 성격 특성뿐 아니라 특정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의 기분과 상태 역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여행 전에 들르게 되는 면세점 고객들은 긍정적인 기분을 가지고 매장을 방문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쇼핑 과정에서 시간 지연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신체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방문하게 되는 병원의 경우에는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하거나 스트레스 상황 중에 있기 때문에 진료진이나 직원들의 사소한 문제에도 강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특히 서비스 상황에서 문제를 보이거나 큰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고객(Difficult Customer)의 경우에는 고객 이해의 필요성이 더욱 뚜렷해 진다. 고객 중 10%에 불과한 문제고객들이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 역량의 90%를 빼앗아 간다고 말할 정도로 이들과 관련된 갈등이나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어려움은 매우 심각하다.

 

문제고객은 크게 특성적 문제고객과 상황적 문제고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상황적 문제고객이 서비스를 받는 특정 맥락에서 겪게 되는 불만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라면 특성적 문제고객은 고객의 특성 자체로 인해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다. 특성적 문제 고객의 대표적 예는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영화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멜빈 유달이라는 인물을 꼽을 수 있다. 유달은 전형적인 강박증을 보이는 인물로서 이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사례 1에서 제시된 것처럼 사소한 문제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반사회적 성격까지 갖춘 고객이라면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말에 유난히 민감하고 과격하게 반응하며 심한 공격성을 보이기까지 한다.악성 고객(Black Consumer)이라 불리는 고객들 중 상당수가 이처럼 반사회적 성향을 보인다.

 

이런 류의 고객 불만에 대해 감정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CS 교육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보다 심층적인 교육인문제고객 응대교육등 전문화된 교육 프로그램이나 현장학습을 통해 고객에 대한 이해 및 관리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특성적 문제고객은 문제가 반복되고 쉽게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고객의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되는 반면 상황적 문제고객은 서비스직 수행 중 사소한 실수나 혹은 일시적인 부정적 감정에 근거해 불만을 표출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빠른 대처를 통해 쉽게 진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감정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자기감성관리: EAP와 감성리더십

사례 3부부싸움의 후유증

백화점 매장에서 근무하는 C씨는 출근하면서부터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최근 자녀 문제로 부부 간의 갈등이 심화됐는데 어제는 크게 부부싸움을 해서 잠도 설쳤을 뿐 아니라 등교하면서 오히려 성질을 내고 나가는 아들 녀석을 보면서 더욱 심기가 불편했다. 오늘따라 전철에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고 복잡해 출근길 내내 짜증이 났는데 결국 10분 정도 지각을 하는 바람에 매니저에게 지적까지 받아서 기분이 더욱 안 좋았다. 점심시간이 돼서도 기분이 풀리지 않더니 결국 오후에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중년 여성고객과 큰 다툼이 생겨버린 것이다. 오후에 방문한 고객이 살 듯 말 듯 하면서 10분을 넘게 자꾸만깎아 달라. 다른 데서는 잘도 깎아주던데, 깎아주면 사겠다등 귀찮을 정도로 가격 할인을 요구하자 결국고객님, 그렇게 돈이 없으세요?”라고 짜증을 내버린 것이다. 상황은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고객은 고래고래 소리치고 노발대발하면서뭐 이런 백화점이 다 있어? 고객을 무시하다니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온갖 불평과 불만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그 고객은 물론 다른 고객들마저 언성이 높아진 매장에서 사라져 버렸고 C씨는 고객에게 욕먹은 것의 몇 배 이상으로 고단한 오후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례 4욕쟁이 아줌마

OO아파트 CS실에 근무하는 D 사원은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 발단은 어제 방문한 고객이었다. 오늘 하루는 무난하게 지나가나 싶었던 CS실에 문이 벌컥 열리면서 사고가 터진 건 오후3시경이었다. 화가 난 표정으로 CS실에 쳐들어온 중년 여자고객은 손에 들고 있던 값비싸 보이던 코트를 자신에게 던지면서 “OO, OO, 소장 씹OO 어디 있어? 튀어나와 이 OO등 온갖 욕을 섞어 소리지르면서 순식간에 CS실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사정인즉슨 하자보수 공사 중 실수로 고객의 코트가 손상됐는데 이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결국 고객의 고압적인 태도와 위세, 그리고 난무하는 욕설에 압도돼 고객의 코트는 CS실의 책임이 돼 버렸고 원상복구해주거나 정 안 되면 새로운 제품을 구입해주기로 약속하고 겨우 고객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상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객을 돌려보낸 후 CS실 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1차 저지선, 너희들은 도대체 뭐하고 앉아 있었던 거야? 고객이 CS실로 쳐들어 올 때까지 어디서 뭘 어떻게 한 거야? 그 따위로 무능하게 일할 거면 당장 사표 써!”라는 소장의 비난과 힐책을 오랜 시간 들어야 했다. D 사원은내가 이렇게 욕이나 먹으려고 그 어려운 학교 공부와 취업공부를 했는가하는 회의가 들었으며 결국 정말 사표를 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감정노동이 강한 서비스직 현장에서는 ‘CS업무 10년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막대하기 때문에 철저한 자기관리와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일차적으로는 자신이 자신의 감정을 잘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와 같은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업무상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직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접근과 해결책 제시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핵심적인 해결방안으로 근로자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EAP)을 꼽을 수 있다. EAP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에서 유래한 제도로 처음에는 근로자의 음주 문제에 대한 전문가 상담 및 치료를 지원하는 데서 출발했다. 하지만 점차 정신건강, 가족문제, 직장폭력 등 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상담, 컨설팅, 코칭, 서비스 연계 등의 기술을 활용해 문제 해결 방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복리후생 제도로 확대 발전돼 왔다. 물론 일차적으로 스트레스 관리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본인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나름대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직 역시 내부 구성원들이 개인에게 최적화된 형태로 보다 효과적으로 감성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사례 3처럼 가정 문제 등과 같은 개인적인 이슈들이 업무 수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이 또한 EAP의 범주에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해결해야 한다.

 

특히 일반적 사무직과 달리 서비스 직무 종사자들은 EAP 센터를 방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여기저기 다양한 현장에 펴져서 근무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본사에 상담센터 하나를 달랑 만들어 놓은 후 오프라인 형태로 이용하라고 하는 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최소한 온라인 형태나 전화 상담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보다 많은 사람들이 EAP의 효과를 경험하고 이를 업무에 활용토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개인 상담이나 개인적 접근 중심의 EAP보다는문제고객 사례회의’ ‘스트레스 클리닉등과 같은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예방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효과적인 접근은 감성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어난 문제들이나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관찰하고 상황과 맥락을 이해해 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지원과 힐링을 제공하고 동시에 동일한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이전에 유사한 상황을 수없이 경험해 문제 상황에 대해 가장 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 유사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개입과 해결이 가능한 서비스 리더들을 현장 관리자로 삼아 이들의 감성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감성리더십이 제대로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직원의 힐링은 고사하고 사례 4와 같이 오히려 업무상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맺음말

국내 모 그룹에서는 몇 년 전부터마음건강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사의 특성에 최적화된 형태의 스트레스 진단도구(일명행복지수검사’)는 물론 개개인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북과 행복하고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기 위한 감성관리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모든 그룹 근무자들이 예외 없이 검사를 받고 순차적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토록 하는 프로젝트다. 동시에 직무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사내 상담실을 이용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형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에서는 사내 감성관리 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각 근무지마다 힐링이나 상담과 관련된 기본적 소양과 자질을 갖춘 감성관리 전문가를 양성,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들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성했다.

 

지금까지는 조직원들의 심리적인 이슈에 대한 평가와 진단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신체건강뿐 아니라 마음건강과 관련해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 및 예방적 차원의 마음건강관리 프로그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실제로 신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매년 회사 차원에서 조직원들이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치료를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마음건강 관리는 특히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프로그램이다. 조직 차원의 배려와 관심을 통해 그들이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줄인다면 보다 즐겁고 활기차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고 결국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는 구성원들을 통해 조직의 성과는 더욱 향상될 것이다.

 

 

 

노주선 한국인성컨설팅 대표 noh@personality.co.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마친 임상심리 전문가다. 한림대병원 정신과 임상심리실장, 토마스인터내셔날코리아 수석 컨설턴트, 인크루트 경력개발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SK텔레콤, LG화학, KB금융그룹, OCI, 한국예탁결제원, 금융감독원 등 다수의 기업 및 공공기관을 상대로 인터뷰 및 대인관계 스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코칭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 <다름의 심리학(2004)>이 있다.

 

 

  • 노주선 노주선 | -(현)한국인성컨설팅 대표
    -한림대병원 정신과 임상심리실장
    -토마스인터내셔날코리아 수석 컨설턴트
    -인크루트 경력개발 연구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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