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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영입 or 육성:외부인 같은 내부인도 필요하다

최병권 | 101호 (2012년 3월 Issue 2)
 
 
 
기업경영에서 경쟁력의 원천으로서의 사람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탁월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인재 확보 여부는 기업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재를 확보하는 방식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직이 원하는 인재를 직접 육성하는 소위 ‘내부 육성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의 노동시장에서 조직의 전략 등에 부합하는 인재를 데려오는 ‘외부 영입 방식’이다. 그런데 인재의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 방식은 각기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는 점에서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에서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정확히 내리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인재 확보 전략으로서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의 의미와 인적자원관리(HRM)에 대한 시사점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최근 기업들의 인재 확보 동향 및 이슈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후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이라는 인사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기업들이 유의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인재의 외부 영입, 추세와 이유
‘인재 확보 전쟁(War for talent)’이라는 말로 대변되듯이 최근 외부에서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경쟁 기업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수립하고 새로운 가치가 담긴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첨단기술 및 제도를 도입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변화의 몸부림은 경영 시스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시키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과 병행된다. 최근에는 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들을 신입으로 채용해 육성하는 내부 육성 방식보다 외부에서 경력 사원을 수시로 데려오는 인사정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평생 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보다 가속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목적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외부의 지식/스킬 흡수를 통한 조직 역량 강화를 들 수 있다. 이는 기존 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스킬로는 급변하는 사업 및 기술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영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직으로 변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도 외부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또 오랜 역사 속에서 관행/관습이 고착화돼 있는 기업들은 외부 변화에 둔감하거나 변화를 수용하는 면에서 약하기 때문에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외부인을 데려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에게 건강한 위기감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전통적으로 내부 육성을 강조해 온 기업들의 경우 ‘기업이 망하지 않는 한 외부 사람을 데려오지 않는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구성원에게 줄 수 있다. 이 경우 구성원들은 ‘적당히 일해도 괜찮다’는 안이한 사고에 빠질 수 있다. 이때 외부 인재 영입은 구성원에게 ‘변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기업들
외부 영입은 모든 계층이 그 대상이 되나 특히 경영층이 주요 관심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전체적인 경영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기업 성과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경영진을 외부에서 영입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내부 승진’ 인사 정책을 회사의 자부심으로 여겨왔으나 급변하는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기술 및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수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정책의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CEO인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2005년 온라인 서비스 사업과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머트 사업을 비롯해 COO, CFO에 이르기까지 주요 경영층 포지션을 외부 사람에게 열어 줬다. 2008년부터는 아예 외부 영입 대상을 동종 업계뿐만 아니라 소매업이나 제조업 분야까지 확대했다. 디즈니(Disney)와 GM 출신의 토니 스콧(Tony Scott)을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GE의 인재 전략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GE도 전통적으로 내부 육성 및 승진을 인사의 기본 정책으로 전개해 왔으나 제프리 이멜트(Jeffrey R. Immelt) 회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외부인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이멜트 회장은 효율 중시, 비용 절감, 높은 업무 강도 등으로 표현되던 잭 웰치 시대와는 달리 미래는 성장을 위한 창의적 사고와 혁신, 그리고 고객 가치가 중요한 시대라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로의 개혁을 위해 이멜트는 신사업 개발 프로젝트에의 투자 확대, 고객 만족도 및 매출 성장률과 연계한 보상 강화 등과 더불어 인적 쇄신을 추진했다. 외부 전문가를 많이 영입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조직 변화를 가속화하고자 한 것이다.한 예로 시니어 경영진 포스트에 마케팅 전문가가 한 명도 없어 제품 출시 및 광고 등에 있어서 고객이나 전략의 개념이 거의 없는 상태였던 GE에너지의 경우 ABB 출신의 데이비드 슬럼프(David J. Slump)를 최고마케팅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로 영입했다.
 
외부 인재 영입 정책의 이슈들
이처럼 우수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정말 영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리크루팅 회사의 평판조회(Reference Check)나 시장의 명성, 과거에 이룬 성과 등 다소 피상적인 정보에 의해 영입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관에 맞는지, 그리고 진정으로 탁월한 전문성이나 변화 관리 역량이 있는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또 높은 보상을 주고 영입한 사람들은 자칫 자신의 시장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데에만 주된 관심을 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관이나 장기적 성장 문제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1980년 위기에 봉착했던 미국의 타이어회사 파이어스톤(Firestone)은 구조조정을 위해 외부에서 CEO를 영입했다. 새로 부임한 CEO는 14개의 공장 중 5개를 즉시 폐쇄했으며 주요 고객과의 오랜 관계를 끊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기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의 예산 수립 프로세스 역시 상명 하달식으로 바꿨으며 주요 경영 포지션을 외부인들로 채웠다. 이와 같은 경영 혁신 프로그램은 파이어스톤의 파산을 막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당장의 불씨는 껐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회사의 미래 성장 근간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외부 영입 인력으로 구성된 팀들은 내부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망한 사업들을 매각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타이어 매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의사결정을 했다. 파이어스톤은 결국 몇 년 후 일본의 브리지스톤(Bridgestone)에 매각됐다.
 
외부 영입 인재의 장기적 성장 기반 훼손 문제와 더불어 그들의 단기적인 성과 창출 능력 자체에 대한 의문의 시각도 있다. 내부 출신의 CEO가 외부 영입 CEO에 비해 높은 성과를 발휘한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부즈알렌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북미 기업들의 내부 출신 CEO의 2007년 주주수익률(Shareholder Return)은 3.0%로 외부 영입 CEO의 마이너스 1.4%보다 높다. (그림1) 10년 평균적으로 보더라도 내부 출신이 외부 출신에 비해 1.0% 더 높은 주주 수익률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CEO의 평균 재임 기간 관점에서도 내부 출신은 6.4년, 외부 영입은 4.8년으로 나타나 내부 출신 CEO가 경영의 안정성을 기하며 더 오랫동안 재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외부 영입을 통한 인재 확보 정책 추진 시에는 그 당위성에 대해 보다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분명한 영입 이유가 존재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보다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자사의 전략과 문화 등에 적합한가를 살피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설픈 영입은 비용 낭비와 내부 구성원과의 부조화 문제를 초래할 뿐이다.
 
내부 육성 정책을 고수하는 기업들
한편 조직 변화의 해법을 외부 영입에서 찾는 기업들과는 대조적으로 내부에서 인재를 키우고 이들을 주요 포스트에 승진시키는 내부 육성 정책 중심의 기업도 적지 않다. 택배 회사인 UPS는 부사장급 경영진의 약 80%가 비정규직 출신일 정도로 내부 승진 정책을 중시한다. UPS는 내부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훨씬 더 강하고 윤리와 성실로 대변되는 조직 문화를 체화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UPS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영속하는 힘이 된다고 믿고 있다. 제록스의 CEO 앤 멀케이(Anne Mulcahy) 역시 1976년 영업직 대표로 출발해 2001년 CEO로 선임된 내부 사람으로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던 제록스를 회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업들이 내부 인재 육성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 신속한 조직 적응 및 안정화 효과
통상적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사람은 일과 조직, 그리고 내부 분위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이전 조직에서 자신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같이 오거나 새로운 경영 기법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경영 방식이나 내부 사람들과의 사고 방식의 차이로 마찰을 빚게 돼 조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내부 출신은 불필요한 적응 기간과 갈등 요인을 최소화하고 빠른 기간 내에 조직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 사업과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
내부에서 육성된 사람은 오랫동안 해당 회사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사업 특성 및 조직 문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 보다 회사에 맞는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조직이 복잡하거나 사업 영역이 다양할 경우에는 내부 출신이 외부 출신에 비해 훨씬 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와튼스쿨(Wharton School)의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교수도 “내부 출신 인재는 그 기업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성장 비전 제시를 통한 충성심/애착 증대
마지막으로 내부 육성 정책은 ‘열심히 하면 나도 경영진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사람을 영입하게 되면 승진을 앞둔 사람들의 사기는 떨어지게 된다. ‘이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는 승진하기 힘들겠구나’ ‘새로 영입한 사람이 나를 내보낼 수도 있겠구나’ 등과 같은 불안감이 싹트게 된다. 반면 내부 출신의 사람을 승진시킬 경우 구성원들은 나름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희망으로 회사에 충성심과 애착을 더욱 갖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
 
요약하면 조직의 급속한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사업의 영속과 조직의 안정화가 중요하거나, 사업 및 조직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통찰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거나, 내부 구성원에게 성장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 시기에는 내부에서 육성한 인력을 요직에 활용하는 정책이 외부 영입에 비해 효과적일 수 있다.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의 성공 조건
절대적으로 더 바람직한 인재 확보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두 방식 다 나름의 필요성이 있고, 또 성공과 실패 사례도 공존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반드시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표1) 하지만 급변하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인적 구성의 혁신과 변화는 불가피하며 또한 구성원들의 갈수록 낮아지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높임과 동시에 조직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기업들이 선택해야 할 대안은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의 조화일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람을 영입하고 그와 동시에 내부 인력의 육성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의 성공적 조화를 위한 주요 포인트를 짚어보도록 하자.
 
 
1.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른 외부 영입 및 내부 육성 전략의 선택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은 각기 나름의 기대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갖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어느 한 가지 인재 확보 정책이 우월하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따라서 회사가 지향하는 전략적 방향성이나 처한 상황부터 충분히 고려한 후 그에 맞는 최적의 인재 확보 정책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표2) 예컨대 기존 사업과는 다른 사업/제품 영역으로 다각화를 추진하거나 기술 변화가 빠른 하이테크 사업, 기존의 경영 관행에서 탈피해 새로운 조직 변화를 시도하는 조직 등의 경우 외부로부터 신선한 아이디어와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내부 인재 육성을 기본 원칙으로 생각하는 P&G도 전문적 스킬이 반드시 필요한 포지션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반면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려 하거나 성과 창출에 있어서 구성원의 팀워크/조화와 충성심/몰입이 중시되는 조직의 경우 내부 육성 방식이 바람직하다.
 
 
경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외부 영입 및 내부 육성 전략을 전략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외부 영입 또는 내부 육성 중에서 어느 한 가지만 고수하면 환경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휴렛패커드(Hewlett-Packard)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HP는 수십 년 동안 신입사원을 채용해 이들을 중심으로 인력을 육성,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신생 하이테크 기업들과 경쟁하게 되면서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과 스킬을 가진 외부 사람들을 영입할 필요가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고 그 결과 최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 ‘조직의 성공’ 관점에서 외부 영입 여부 판단
외부 인재 영입 시 영입 대상자의 학력, 출신, 과거 성과 등 외형적인 것에 현혹되기보다는 철저하게 ‘조직의 성공’ 관점에서 후보를 판단해야 한다. GE가 모범적인 사례다. GE는 2004년 영국의 분자 진단학 분야의 아마샴(Amersham)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GE헬스케어(GE Healthcare) 사업부에 편입시켰다.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GE 출신 경영진이 약 14조 원 규모에 달하는 GE헬스케어를 책임지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의료기기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GE헬스케어가 아마샴 인수 후 진단 분야에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영진의 변화는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GE 출신이 아닌 인수 기업 아마샴의 CEO였던 윌리엄 카스텔(William M. Castell)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GE헬스케어의 경영을 맡겼다. 통상 내부에서 승진한 사람이 경영진으로 보임되던 그간의 관행에 비춰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였다. 더욱이 당시 GE 출신으로 부회장까지 오른 사람은 단 2명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카스텔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내부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사실 카스텔은 기업 경영보다는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GE의 DNA라 할 수 있는 6시그마를 잘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이멜트는 출신을 따지기보다는 혁신을 통한 성장이라는 GE 전략의 달성 및 조직 변화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과감히 실천한 것이다.
 
3.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인가’를 따져봐야
외부 영입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 고려해야 할 또 한 가지 요소는 ‘조직 문화와의 적합성’이다. 뛰어난 전문성 및 성과 창출 능력, 시장에서의 높은 명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영입하는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문화와 맞지 않는다면 내부 구성원의 불만과 반발을 초래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업체 홈데포(Home Depot)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홈데포는 1979년 애틀랜타에서 사업을 시작한 후 창립자의 사상에 따라 내부 승진 정책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1996년 홈데포는 홈 디자인 센터, 편의점 사업 등 5가지 신사업을 시도하면서 ‘비록 외부인이라도 사업을 잘 이끌 사람을 뽑겠다’며 외부 인재 영입 강화를 천명했다. 이후 스웨덴 가구 체인 업체인 이케아(Ikea)의 최고운영책임자(COO), GE의 최고재무책임자, 디즈니(Disney) 출신의 관리자 등을 영입했고 2000년에는 GE의 잭 웰치의 후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밥 나델리(Bob Nardelli)를 CEO로 영입하기까지 했다. 나델리가 소비자 대상 사업 경험은 없었지만 공급업체와의 협상력이 좋았고 다양해지는 여러 사업부를 관리하기 위한 적임자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델리는 철저한 수익 중심 경영, 강력한 실행력 등으로 높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홈데포의 문화적 가치와 잘 맞지 않았다. 홈데포는 창업자 시대부터 지점 관리자들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매장을 경영하며 스스로 사업 기회를 만들어가는 기업가적 문화(Cowboy Culture)를 표방했고 이는 창립 이후 20년 넘게 지켜온 전통이자 어느 다른 소매업체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나델리는 중앙 통제적 리더십으로 홈 데포의 기업가적 문화를 훼손했다. 예컨대 전임 CEO가 산하에 10명의 보고라인으로부터 분기별 사업 현황을 보고를 받았던 반면 나델리는 산하에 21명의 보고라인으로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12시에 주요 실적 현황 및 개선 대안에 대한 세세한 보고를 받았다. 이러한 독재적 리더십과 더불어 지나친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은 고객 서비스 약화와 구성원의 불만을 초래했다.
 
이러한 문화적 부적합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서 영입 대상자가 조직의 가치나 문화와의 적합성을 미리 경험하도록 해 회사에 맞는지 여부를 스스로 느끼고 입사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UPS는 전문성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외부 인재 영입을 하고 있는데 이때 영입 대상자가 UPS 조직 생활을 먼저 경험토록 하고 있다.
 
 
4. ‘외부인 같은 내부인’ 육성
외부 영입이 필요한 이유로 종종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유사성’이다. ‘내부 사람은 현재 조직 시스템이나 문화에 너무 친숙해 근본적으로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잘못된 가정일 수 있다. 내부 사람 중에서도 기존 관행에 실증을 느껴 새로운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위한 해결책의 본질은 ‘외부 사람인가, 내부 사람인가’가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변화 지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가’로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직에 대해 잘 알면서도 외부인의 시각을 견지한 ‘외부인 같은 내부인(Inside-Outsider)’을 발굴하고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조셉 바우어(Joeph Bower) 교수도 “회사의 사업과 문화를 잘 이해하면서도 기존 전통/관습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회사를 바라볼 수 있는 내부인의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조직 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흔히 리더들은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등용하고 이들을 신뢰하는 경향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런 리더들은 부하의 충성심은 얻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답습하는 복제형 부하만 배출할 뿐이다. GE의 전임 회장인 레지널드 존스(Reginald Jones)는 GE의 성공을 위해 과감히 편안함의 옷을 벗어버렸다. 그는 영국 출신으로 젊잖고 매너 있고 조리 있게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소 무례하고 거침 없는 논쟁을 좋아하는 정반대 성격의 소유자인 잭 웰치를 후임 CEO로 임명했다. GE의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과 다른 스타일의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때 사업 부진으로 위기에 직면했던 디즈니(Disney)는 새로운 CEO로 이베이(eBay)의 CEO 메그 휘트만의 영입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2005년 최종적으로 내부 출신인 로버트 아이거(Robert Iger)를 선임했다. 실적 부진으로 추출된 전임 CEO인 마이클 아이스너(Michael Eisner)의 2인자였던 아이거를 CEO로 선임한 것은 업계나 학자들 사이에서 놀라운 일이었다. 이전 CEO의 스타일과 다른 외부 CEO를 영입해야 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거는 디즈니의 사업과 문화를 잘 아는 내부 출신이면서도 외부인과 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CEO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120여 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던 코카콜라(Coca-Cola)는 2004년 내부 출신인 네빌 이스델(Neville Isdell)을 CEO로 임명했다. 사실 코카콜라는 켈로그(Kellogg)의 칼로스 구티에레즈(Carlos Gutierrez), 질레트(Gillette)의 제임스 킬츠(James Kilts)에게 CEO 자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한 바 있다. 그후에야 내부 출신인 이스델에게 눈을 돌렸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코카콜라에는 행운의 선택이 됐다. 세계 여러 국가를 오가며 40년간 근무하면서 관리자 경험이 풍부한 이스델은 CEO로 부임하자마자 회사의 부활을 위한 개혁을 추진했고 정체된 탄산음료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기능성 음료 개발 및 사업의 글로벌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같은 외부인 같은 내부인을 육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사고의 폭을 넓히고 보다 객관적 시각에서 경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 및 직무 경험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공하는 사업부서나 핵심 업무 외에 실적이 좋지 않거나 비핵심적인 업무 등도 경험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것이 외부인과 같은 사고를 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특정 사업이나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사람들을 새로운 사업이나 업무에 과감히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시각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5. 내부 인재부터 탄탄히 키워야
외부 인재 영입 정책이 분명 중요한 인재 확보 방법인 것은 확실하나 기본적으로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키워가는 육성 정책을 탄탄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버드비즈니스쿨의 조셉 바우어(Joeph Bower) 교수가 미국 대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2007년)에 따르면 약 60%의 기업이 후계자 육성에 소홀했다. 바우어 교수는 “평소 내부에서 사람을 키우는 활동에 소홀하다 정작 사람이 필요할 때가 돼서야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면 그 기업은 절대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의 안정성을 높이고 지속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 내부의 인력 파이프라인(Pipeline)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내부에서 사람을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한 채 무조건 외부로만 눈을 돌리는 것은 내부 구성원의 사기 저하를 초래하거나 막대한 비용을 소모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UPS의 CEO인 마이크 에스큐(Mike Eskew)는 내부 인재 육성에 각별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그는 신규 승진한 모든 관리자 그룹을 만나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이를 연도별로 앨범으로 만들어 서류함에 넣어두고 있다. 그는 앨범에 있는 관리자들의 이름을 대부분 기억한다고 한다. 그는 평소 모든 관리자에게 자신을 대체할 후계자로 성장할 준비를 해두는 것을 중요한 의무로 부여하고 있다. 지역 책임자 및 시니어 리더들에게도 수시로 그들의 후계자 육성 계획 및 활동을 점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컨대 12명의 시니어 경영진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 멤버들은 매달 자신이 담당하는 부서에서 자신의 후계자와 1시간 동안의 면담을 통해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UPS는 일반 구성원의 경력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약 3억8000만 달러의 예산을 교육훈련에 투자해 구성원들이 무엇이 되길 원하는지, 그들의 역량이 어떠한지, 어떤 직무에 최적으로 맞는지 등을 점검하고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인사 담당 부사장인 존 사운더스(John Saunders)는 “우리 구성원들은 경력 트랙(Career Track)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UPS 트랙(Career Track)에 탔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처럼 내부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정책은 구성원들의 미래 성장 비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 내는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외부 영입 인력과 내부 구성원과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정책도 필요
경영학자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고성과자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 스타(Star)라기보다 수많은 발광체로 이뤄진 혜성(Comet)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고성과자들의 이직 후 새로운 회사에서의 성과는 이전 회사에서와 비교할 때 약 20%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탁월한 성과를 내기까지 개인적 역량이 30% 정도 기여했다면 나머지 70%는 이전 회사의 경영시스템, 교육 훈련, 문화적 풍토 등에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이는 유능한 사람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영입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외부 사람과 내부 사람이 조직의 성공을 위해 서로를 이해하며 팀워크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각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외부 영입 인력들이 새로운 조직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사회화 프로그램(Socialization program)을 운영하거나 내부 인력들과의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워크숍 등을 운영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수 있다.
 
외부 CEO 영입에 따른 성공 사례로 IBM의 루 거스너(Louis Gerstner)가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그 이면을 자세히 보면 새로운 관점의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그는 CEO로 부임한 후 기존의 모든 임원들을 유임시켰고 대부분의 사업 운영 관리직을 IBM 내부에서 수십 년간 성장해 온 베테랑들에게 맡겼다. IBM이 CEO 교체 이후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외부로부터 온 새로운 시각과 내부 사정에 훤한 사람들 간의 조화가 배경을 이뤘다.
 
 
최병권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bkchoi@lgeri.com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경영학(조직행동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에서 경영연구 부문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리더십, 조직문화, 인력확보 및 육성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주요 저서로는 <직장상사 생존 보고서>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의 조건> <팀장 심리 프레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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