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계획 실행 솔루션

돌발적 CEO 공석? 후배육성 잘됐다면 두렵잖은 사태!

98호 (2012년 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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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Bank of America)의 최고경영자(CEO) 켄 루이스(Ken Lewis)의 사무실 한쪽 벽면에 있던 화이트보드엔내가 여기서 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Lewis’ days are numbered)”라고 큼지막하게 손으로 쓴 글씨가 적혀 있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이로 인한 압박으로 당초 임기인 2010년 말보다 빨리 회사를 떠날 결심을 굳히고 있었던 루이스가 자신이 임기보다 일찍 퇴임할 수 있으니 회사는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후임을 찾아 임명해야 함을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쓴 글이다. 이사회에 6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CEO 선임위원회(CEO Search Committee)’는 물론 ‘CEO 승계절차 및 기준(CEO Succession Planning Process)’까지 갖추고 있던 BOA는 과연 루이스의 조기퇴임에 적절히 대응했을까?

 

승계계획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상시 운용이 필요한 제도

 

루이스가 조기 퇴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했건 하지 않았건 BOA는 켄 루이스가 CEO 자리에 오름과 동시에 적어도 차세대 CEO 승계 후보군을 선정, 이들을 관찰하고 육성해 왔어야 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운영 조직이 있다 해도 상시적으로 늘 후계자 후보군을 선정하고 육성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예상치 못한 공백에 대비하기 힘들다.

 

루이스는 취임 초반부터 이른바스타 CEO’로 각광을 받아왔다. 글로벌 금융산업에서도 조직의 후광 때문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매우 영향력이 큰 유명 인사였다. 특히 2009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돼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부에 대응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그가 2010년 말까지 보장된 임기를 수행할 것으로 짐작한 BOA 이사회는 안 그래도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했던 루이스를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승계 후보자들을 찾고 키우려는 노력을 시급한 우선순위로 생각지 않았다. 심지어 루이스의 조기 사퇴 시사에도 불구하고 승계프로세스의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승계 후보자군을 발굴해 놓지도 않은 상황에서, 즉 승계프로세스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루이스가 임기보다 10개월이나 일찍 사임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승계 후보자를 찾기 시작했지만 세계 최대 금융기관의 수장을 짧은 시간 내에 찾아 임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구나 당시 찾아온 금융위기로 인해 조직 내·외부를 막론하고 유능하다고 판단되는 인재들이 권한보다는 책임과 위험이 커 보이는 금융기관의 CEO 자리를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BOA는 무려 10개월이나 수장자리가 공석이 된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로 인해 주가하락은 물론 투자자와 고객들로부터 신뢰와 능력을 의심받게 된 것은 물론이다. 특히 이사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은 전반적인 BOA의 전략과 조직역량에 대한 회의, 나아가 이들에 의해 새롭게 임명된 CEO인 브레인 모이니한(Brain Moynihan)의 적합성에 대한 의구심으로까지 이어지며 이후 최고경영진과 이사회가 내리는 주요 의사결정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투자자들과 고객들로부터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한마디로 무능한 이사회가 지배하는 무능한 조직이라는 인식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승계 계획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 여부가 누가 승계 후보자냐보다 중요

 

사실 승계계획의 힘은 예상치 못한 공석이 생겼을 때 발휘된다. 계획된 퇴임 또는 퇴진이라면 평소 승계 후보자군이 없더라도 후보자를 찾기 위한 시간이 충분하고 후보자의 기준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할 수 있다. 물론 최종 후보자의 역량에 따라 경영 리스크, 특히 CEO가 누구냐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좌우되는 CEO 리스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상되고 계획된 공석이 가져오는 CEO 리스크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최소한 CEO직 수행을 위해 약간이라도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자 및 고객에게도 모든 게 사전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새로운 승계자가 CEO로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공석은 때로 엄청난 경영 리스크를 초래한다. 특히 CEO 1인의 경영능력이나 영업 네트워크에 과하게 의존했던 조직, CEO가 핵심 경영 노하우, 기술 및 특허 등에 관련된 지식을 온전히 아는 유일한 인물인 경우 CEO의 카리스마와 리더십 스타일에 의해 조직이 통제되고 조직문화가 형성된 조직일수록 그 리스크가 매우 크다. 다시 말해 CEO 개인이 조직과 동일시되는 경우일수록, 그리고 제도와 체계보다는 리더 개인의 역량과 스타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조직일수록 리스크가 크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CEO 포지션 공백 리스크를 더 많이 가지는 조직일수록 우수한 제도와 시스템, 뛰어난 구성원과 중간관리자 풀을 기반으로 승계 후보자를 발굴·육성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라는 유일무이한 스타에 의존해온 애플(Apple)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애플의 주가는 잡스의 건강 악화가 회자된 2011 6∼7월께 주가가 300달러 정도까지 하락했지만 그해 8월에 팀 쿡(Tim Cook)을 후계자로 임명하고 잡스가 사임한 후 오히려 안정적으로 상승해 420달러에 이르고 있다. 조직과 동일시되던, 일종의애플의 신이었던 잡스의 사임과 그 이후로도 애플이 안정적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신속한 승계 후보자의 임명투자자와 관련 업계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안정적 후계자 선정준비된 절차에 따라 체계적으로 잡스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는 인식을 적극적으로 투자자와 언론에 심기 위해 노력한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후계자인 팀 쿡의 능력과 역량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상관없이 승계계획 자체가 작동되고 있어 CEO 포지션의 공백 없이 영속성 있는 기업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승계계획의 수립 및 운영의 일차적 목표라 할 수 있다.

 

머서(Mercer)가 전 세계 주요 다국적기업 중 2010년 기준으로 과거 3년 전 CEO 교체가 있었던 10여 개 기업의 이익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교체 당해 년도에는 평균적으로 이익이 전년 대비 약 2% 정도 감소하는 반면 교체 이후 2년간은 8∼10%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CEO 교체기의 실적하락은 어느 정도 피치 못할 상황일 수 있음으로 어떻게든 CEO 교체기와 그로 인한 과도기를 단축하는 게 기업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상시 승계계획과 운영을 통해서 CEO 포지션 공백을 방지하고 후보자의 준비도를 높여 적응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실질적으로 CEO 교체기를 단축시키는 효과를 줄 것이다. 이는 기업의 영속적 성장이나 후퇴 없는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다.

 

승계계획의 출발 - 직무 및 자격·역량 정의

 

승계계획의 초점은누구를 임명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떤포지션에 공백이 발생하는가에 우선적으로 맞춰져야 한다. 해당 포지션의 향후 주요 목표와 임무가 현재와 같은지, 혹은 지금과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매우 중요하다. 중간관리자 포지션이 아니라 상위직급, 특히 CEO 포지션에 대한 승계계획의 경우 현재와 다른 차세대 포지션 프로파일(position profile)을 명확히 준비하는 게 필수적이다. 상위직급일수록 일상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기보다는 조직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전략적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한다.

 

2010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기업지배구조센터(Rock Center for Corporate Governance) 연구팀이 전 세계 140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CEO 승계계획 현황 조사 결과, CEO 승계계획 과정에서 현 CEO와 다르게 차세대 CEO의 역할 및 요구 역량·요건을 규정한 다국적기업의 비중이 무려 70%로 나타났다. 특히 요구 역량·요건에 있어 리더십 스타일, 대인관계 및 과거 이력 측면에서 현재 CEO와 차세대 CEO 간의 차이를 두고 있는 기업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림 1)

 

따라서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측해 이에 대응하고 선도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업무영역을 예상한 후 해당 업무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구체적 목표 기준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서화된 기준은 공백이 발생할 포지션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screening)하는 데 쓰이게 된다. 승계계획의 핵심은 단순히 우수한 인재 (outstanding talent)를 발굴하고 임명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공백이 생길 해당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인재(right talent)를 육성해 적시에 배치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의료진단기기 개발업체인 퀘스트다이어그노스틱스(Quest Diagnostics)는 뛰어난 재무적 지식과 경영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체질개선에 수완이 있는 CEO 케네스 프리먼(Kenneth Freeman) 덕에 1996년 이래 수차례의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성장일로에 있었다. 하지만 조직이 일정 규모에 이른 2000년께 프리먼은 의료진단장비산업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수합병에 의한 성장보다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R&D 투자와 신기술 개발이 향후 지속성장의 핵심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미래의 CEO는 자신과는 다른, 즉 재무나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보다는 의료진단기술 및 제품개발과 관련해 통찰력을 가지고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전문가여야 한다고 판단, 이에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어 이사회와 공유했다. 이후 일정기간의 보완을 거쳐 2002년 말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수르야 모하파트라(Surya N. Mohapatra) 박사를 후계자로 잠정 선정해 여러 중책을 맡기며 육성과정을 거친 후 2004 CEO로 선임한다. 당시 프리먼은 53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차세대 CEO 직무요건에 인수합병 전문가인 자신보다는 진단기기 관련 기술 및 시장전문가인 모하파트라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모든 경영상의 기득권과 권한을 포기하고 차세대 CEO로서 적합한 후계자에게 위임한 것이다. 모하파트라 박사는 여전히 CEO로서 퀘스트다이어그노스틱스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고 있으며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경영진 변화로 여전히 의료진단기기 및 관련 정보서비스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도이치뱅크(Deutsche Bank)의 경우 2010년까지는 모든 주요 포지션의 승계자를 내부에서 우선 발탁해왔다. 이는어떤 포지션이냐보다는누구냐의 관점에서 승계계획을 운영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1 CEO 조셉 아커만(Josef Ackermann)은 이를 구태의연한 방식(old way)이라고 규정하고 차세대 CEO CEO에게 요구되는 사명과 역할이 어떠한가에 따라 내·외부, 금융·비금융에 관계 없이 가장 적합한 인물을 복수로 선정해 충분히 개발하고 검증할 프로세스를 거치며 승계자를 결정하는 새로운 방식(new way)를 도입할 것임을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생각하기 이전에 차세대 CEO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무엇이며 이에 가장 잠재적으로 적합한 사람은 누구인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위 사례들과 조사결과에서 보듯 승계계획은 단순히 현재 리더의 건강악화나 사임에 대한 대비라는 수동적 의미를 넘어선, 미래 경영 및 경쟁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적극적인 경영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승계계획을 선제적 대응으로 확대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세대 전략의 방향에 맞춰진 차세대 주요 포지션 리스트를 준비해 둬야 한다. 또한 현 주요 포지션의 주요 직무목표와 역할이 차세대에도 유효할지, 또한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정의해 둬야 한다. 이사회 내 CEO임명위원회처럼 승계계획을 운영하거나 후보자를 결정하는 기구나 사람들이 차세대 환경하에서 수행하게 될 포지션과 잠재 후보자 간의 적합성을 알아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방법들을 세밀하게 짜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조직에 전략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승계계획을 위한 첫걸음이다

 


승계계획의 절차 및 각 단계별 준비

 

승계계획은 리더십 수요(leadership demand), 리더십 공급 (leadership supply), 리더십 전개 및 실행(leadership deployment) 3가지 관점에서 구성될 수 있다. (그림 2)

 

①리더십 수요

 

우선 조직 내 차세대 승계에 대한 상시 계획이 요구되는 주요 핵심 포지션은 무엇인지, 특히 현재는 없으나 향후에 신설돼야 하는 포지션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상시 승계 관리가 필요한 중요한 포지션에는 단순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포지션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나지 않거나 직무와 연관된 위험도가 높아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포지션아프리카 국가의 언어와 같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포지션전략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더라도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포지션이나 비어 있는 포지션 등에 대한 승계계획도 중단 없는 경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실제 최근 중동의 모 에너지 그룹은 대규모 예산을 들여 컨설팅 회사 등을 통해 2년 후 경영환경을 고려한 포지션 체계를 구축하고 승계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포지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회피하고자 하는 포지션(: 당국으로부터 철저히 규제와 감독을 받는 독극물 관리 시설의 책임자)의 승계가 더욱 어렵고 때로는 경영의 영속성에 영향을 크게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포지션에 대한 정의가 끝났다면 이러한 포지션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요건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요건과 기준은 조직의 역사, 전략, 포지션의 특성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직무전문성(technical competency) 측면, 리더십 측면, 과거성과·업적 측면, 과거 경력경로와 경험, 인구통계적 측면(연령, 성별, 건강, 국적 등) 등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각종 잠재역량 및 성향 평가 방법이 개발되면서 과거에 성취한 기록보다는 잠재적으로 미래에 해당 직무를 수행하며 표출될 잠재적 성향이나 성과를 치밀하고 세밀하게 예측 평가해 직무적합도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 아무리 과거에 화려한 성과를 올렸던 잠재후보자라 하더라도 잠재역량 평가결과 글로벌 마인드세트, 개방형 리더십, 적극적 소통 스타일 등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는 후보자라면 승계 후보자로 선택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반면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즉 변화를 읽고 대응하는 능력인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림 3) 한순간에 가치가 없어질 수도 있는 기존에 보유한 지식과 기술보다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신속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여 경영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력 및 경험 요인을 평가할 때 유사업종이나 산업경험을 중시하던 경향에서 이업종 및 전혀 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거의 대부분의 업무에서 융합화(convergence)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 때문이라 판단된다. 실례로 2011년 포춘 상위 150개 기업 중 적절한 승계계획 및 절차를 통해 새로이 임명된 CEO의 약 55%가 타 업종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통계적 특성은 최상위직급 승계 후보자 선별 및 선정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총점의 일부가 아니라 초기 후보군 선별 단계에서 탈락을 결정하는 자격요인(eligibility)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 모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차세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필수 자격 중 하나로 65세 미만을 포함시켰다. 이는 회장의 임기를 고려할 때 전략을 수립해 완성할 수 있는 기간은 3∼5년인데 65세가 넘어 회장에 임명되면 미처 수립된 계획을 실행하기도 전에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 퇴임할 수도 있어 전략의 불완전성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라 판단된다. 더불어 상기 논의된 바와 같이 학습 민첩성이 중시되면서 최상위직 승계 후보자의 연령대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② 리더십 공급

 

리더십 공급관점에서 필요한 준비를 보면 전체 직원 중에서 핵심 포지션의 승계 후보자군에 포함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기준, 프로세스 및 후보군의 규모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승계 후보자가 아닌 후보군에 포함될 인재를 선발하는 것임으로 일반적으로 역량과 업적의 발달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연히 핵심인재 선발 절차와 별도로 운영되기보다는 핵심인재 관리와 같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볼보(Volvo)의 경우 최상위 1% 직원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의 경우 중간관리자 중 10% 정도를 핵심인재로 운영하는 등 기업마다 크게 차이가 있으나 보통 전체 직원의 5∼10% 규모로 운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③리더십 전개 및 실행

 

핵심 포지션 승계 후보군에 포함된 인재가 해당 포지션이 요구하는 역량과 요건을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단계다. 한마디로 리더십 육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리더십 육성은 경험 축적을 통해 핵심 포지션이 요구 하는 요건과 경험을 축적시킬 수 있도록 하는 직무순환과 이동, 교육, 육성결과에 대한 피드백과 코칭 등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리더십 수요 관점에서 정의된 핵심 포지션의 목적, 역할, 요구요건 및 역량, 그리고 리더십 공급관점에서 관찰된 인재의 역량과 업적에 기초해 서로 간의 차이를 파악, 그 격차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GE의 경우 보통 CEO에 오르기 위해서 후보군에 포함된 후 최소 6년의 육성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적어도 다른 3가지 영역, 예를 들어 영업, 개발, 재무와 같은 다른 영역에서 최소 2년간 임원으로서 경험을 쌓은 후 조직을 총괄하는 CEO가 되는 게 이상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씨티그룹도 상위 포지션으로 올라갈수록 다양한 포지션 경험의 유무가 승계자 임명 기준의 중요 요건으로 부각된다. 따라서 중간관리자단계에서부터 핵심인재를 대상으로는 전문가 트랙(expert track)보다는 다양한 직무경험을 해볼 수 있는 일반관리 트랙(generalist track)을 활성화하고 있다.

 

직무와 인재 간 적합성 검증 통해 승계 후보자 결정

 

리더십 육성까지 끝났다면 이를 통해 해당 포지션의 승계가 지금 당장 가능한지, 혹은 지금 당장 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준비도가 향상됐는지, 더 개선해야 하는 영역은 없는지 등을 검토해 향후 승계계획을 위한 정기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때 단순히 기록과 평가결과를 공식에 대입해 준비도나 적합도를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실용성도 매우 떨어진다. 다양한 다면적 평가결과와 기록을 참조해 승계자를 결정할 의사결정자들이 직무와 인재 간의 적합성을 논의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더불어 이러한 토론을 통해 리더가 본인 휘하는 물론 타 동료 휘하 인재들의 능력과 경험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며 이해도가 높아지는 부수적 이점도 있다. 더 많은 조직 내 인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승계 후보자를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지정할 수도 있으며 인재의 활용범위를 넓힐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평가와 수식을 통한 기계적 선발과정에서 토론과 합의, 조정과 과제 부여가 가능한 세션(Talent/People Session)으로 전환하고 있다.

 

세션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포지션 프로파일, 인재 프로파일(직무 및 주요 개발 이력, 역량 및 업적평가 결과, 인구통계학적 데이터), 일차적인 인재 후보군의 적합도 평가결과 등이 준비돼야 한다. 이를 근거로 최고의사결정자의 주관하에 개별 포지션에 현재 포지션을 맡은 사람과 후보자들 중 누가 더 적합한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결론 및 추후 액션플랜이 수립된다.

 

한국 기업의 경우 민간기업은 현 포지션 수행자의 상사가 대부분 이들을 옹호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공기업에선 직속 부하직원에 대한 평가에 매우 인색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사부서가 반드시 이러한 평가자들의 성향을 미리 파악해 이들이 구태의연하게 펼 논리를 반박하고 최고의사결정자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이른바 반박리스트(attack list)를 준비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머서(Mercer)의 리더십 파이프라인관리 기반 승계계획

머서는 지난 60년간 글로벌 선도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경영환경 변화에 연계된 새로운 인사전략 및 체계를 보급해온 회사다. 따라서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라도 먼저 회사 내부적으로 적용해 보고 외부 클라이언트에 대한 적용 가능성과 유용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리더십파이프라인관리와 핵심포지션승계계획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10년간 조직 내부적으로 적용하며 지속적으로 보완해 왔다. 또한 유수의 다국적기업에 머서가 진행 중인 방식과 유사한 방식을 도입, 그 효과를 보고 있다.

 

머서는 승계계획을 6개월에 한번씩 수정·보완한다. 주요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목표 달성에 핵심적인 포지션을 도출하고 각 포지션의 달성목표와 핵심 요구사항을 확인 또는 수정한다. 둘째, 해당 핵심 포지션을 수행 중인 인재의 이탈 가능성과 적합성 여부를 리더십 다면평가 데이터, 전문역량평가 데이터, 직무적합도 데이터, 업적 달성도 변화(6개월 주기)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한다. 셋째, 해당 포지션 수행자로 하여금 본인 수행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후계자를 리더십 후보군에서당장/1년 내/3년 내/5년 내 승계 가능과 같은 승계에 필요한 시간을 분류 기준으로 삼아 지정하도록 한다. 이때 두 번째 단계에서 만들어진 승계 후보자군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해 참고하도록 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승계 후보자가 반드시 하위 직급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동료나 상사인 경우라도 해당 포지션과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승계 후보자로 지정할 수 있고 동일 국가 내 또는 동일 사업본부 내의 인재가 아니라도 적합한 인재가 있다면 지정할 수 있다. 넷째, 6개월에 한번씩 지역별 내부 미팅에서 지역 헤드와 지역 인사최고책임자 주관하에 모든 핵심 포지션 수행자들이 모여 지정된 승계 후보의 적절성 여부를 토론해 수정한다. 머서는 지역조직이기 때문에 사업본부와 지역책임자가 상이한 의견을 내는 경우도 많지만 오히려 이러한 난상토론 과정에서 리더십파이프라인상 우수 후계자들에 대한 정보가 리더들 간에 공유되고 오히려 균형 잡히고 잡음 없는 후계자 선정 결과가 탄생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토론 과정에서 인사책임자는 최근 6개월간 인터뷰하거나 지원한 외부 우수 인재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내부 승계 후보자와 외부영입 가능 후보군 간의 비교도 가능하도록 유도한다.

 

토론과정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것은 업적과 리더십 역량 간 괴리다. 아무리 단기 업적이 뛰어난 후보자라도 리더십 역량 평가 결과가 낮거나 같이 일해본 다른 리더들로부터 팀워크나 조직관리 능력에 대한 평가나 낮게 나오는 경우 대부분 1년 내 승계 후보자에서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교육이나 기타 다른 경험을 통해 리더십이나 협업 역량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3년 또는 5년 이내 후보군에 위치시키고 관련해 필요한 교육이나 경력개발 방법을 논의해 이를 현 포지션 수행자의 과제로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토론을 통해 결정된 사항을 다시 별도의 승계 후보자 관리 위원회에서 리뷰해 수정하지만 수정사항을 해당 포지션 수행자에게 통보하지는 않고 지역인사책임자에게만 전달하고 포지션 공백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최종안을 실행한다.

 

다음은 독자의 실질적 이해를 돕기 위해 승계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머서의 탤런트 리뷰 세션(Talent Review Session)을 지상중계 형식으로 간략히 각색한 것이다. 대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은 실명이 아님을 밝혀둔다.

 

안젤라(아시아지역 데이터서비스 총괄 책임자):저는 머서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구체적으로 누가 제 후보자가 될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습니다. 다만 지난 6개월간 업적을 보면 일본 데이터 서비스 리더가 글로벌 규모의 빅딜을 10개나 성사시켰기 때문에 그를 제 승계 후보자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니시다(일본지역법인 대표):그는 일본 기업을 상대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다국적기업 아시아지역본부 보상담당자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대부분 다국적 기업 지역본사가 싱가포르와 홍콩에 있는데, 특히 그는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합니다. 더구나 아직 일본 내에서 그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승계 후보자가 육성되기에는 적어도 3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바이런(아시아지역 인사전략자문 총괄 책임자):데이터서비스도 이제 전략적 자문 서비스와 연계되지 않으면 클라이언트가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차세대 데이터서비스 책임자는 인사전략자문 사업부에서 나오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현재 싱가포르 법인의 인사전략 자문 파트너 중 데이터서비스와의 연계에 관심이 많은 존을 승계 후보자로 추천합니다.”

 

피터(아시아지역 퇴직연금자문 총괄):저도 바이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영국법인이나 호주법인의 시니어 가운데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이먼이나 폴과 같은 사람을 아시아로 데려와서 데이터서비스를 수행토록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클라이언트 아시아 지역본부 보상담당 임원들도 최근 대부분 유럽이나 호주 출신이 많기 때문에 관계 형성에도 좋을 듯합니다.”

 

길버트(아시아지역인사책임자):최근 6개월 동안 머서 아시아 각 지역에 지원한 외부 인재 중에서 경쟁사 영국법인에서 높은 성과를 내던 인재가 있습니다. 그는 이미 홍콩으로 이주했다고 하니 일단 그를 채용해 2년 정도 두고 보면서 그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도 효용성이 있을 듯합니다.”

 

안젤라:그렇다면 일단 제 1년 이내 승계 후보자는 바이런이 추천한 존과 피터가 추천한 폴을 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길버트가 언급한 지원자의 채용이 확정되면 그를 2년 이내 승계 가능 후보군에 올려 두고 모니터링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력 데이터를 검색해 보니 존은 업적은 뛰어나나 다면평가 결과가 별로 좋지 않네요. 혹 리더십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요?”

 

바이런:그는 이제까지 주로 몇몇 소수의 사람들과 일을 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지만 성과는 좋았습니다. 아마도 그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의 평가 결과가 그리 높지 않아 그럴 수 있겠네요. 일단 제가 그에게 2∼3팀 정도와 협업하는 과제를 주어 그의 협업 리더십을 파악해 그 결과를 안젤라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일단 승계 후보자에 등록하되 물음표를 달아 놓으시죠.”

 

던컨(아시아지역총괄책임자):일단 안젤라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협의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승계 후보군을 등록하도록 합시다. 다만 안젤라는 다른 지역법인장이나 사업본부가 보는 데이터서비스 총괄 책임자로서의 적합성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승계자 관리는 물론 현재 업무의 방향에도 적극 반영하시기 바랍니다. 본 토론에서 나온 의견은 후계자에 대한 관점뿐만 아니라 현재 해당 책임자들이 더욱 분발하고 보강해야 할 부분에 대한 시사점도 있으니 이를 적극 반영해 업무를 수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길버트:저는 존의 리더십역량 보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폴의 정년연장 및 아시아로의 재배치 관련 절차, 그리고 논의 중 거론된 외부 지원자와의 채용 절차를 다음 1개월 내에 마무리해 안젤라와 던컨에게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

 

한국 기업이 승계계획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개선돼야 할까? 우선 승계계획은 나와 내 동료(동기)들을 위협하는 후배들을 키우는 것, 즉 나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필자가 진단한 수많은 조직문화 프로젝트에 의하면 긍정적 역동성(organizational dynamics)이나 활기(organizational vividness)가 넘치는 조직의 경우 선·후배 간 선의의 경쟁이 장려되고 구성원들이 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또한 같은 직무군이나 조직 내 유능한 후배를 육성하는 게 자신의 성과에 득이 되며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보다 더 가치 있는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고 믿는 관리자가 많았다. 하지만 입사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입사하고 나면 생존 긴장감이 낮은 조직, 평생고용이 보장되는 조직, 타 조직으로의 이직이나 외부 영입 비율이 매우 낮은 조직 등에서는 후배를 경쟁자로 보는 관리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어느 정도 능력을 보이는 후배나 부하직원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높았다. 이런 조직에선 자연히 후배들에게 정당한 개발기회를 준다거나 좋은 평가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이러한 풍토에서는 자신 또는 자신의 동료가 수행하는 업무를 지금 당장 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수행할 수 있는 후계자를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게 자살행위로까지 인식되곤 한다. 이런 기업은 독점적 지위 등을 활용해 근근이 생존할지는 모르지만 경쟁이 심화되면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된다. 당연히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기도 힘들어진다.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인재와 포지션 간의 적합성에 대한 활발한 토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퇴근 후 술자리에서 비공식적으로 상사, 동료 및 부하직원에 대해 평하는 것에는 매우 익숙하면서도 부하직원이나 타인에 대해서 여러 사람과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협의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자신의 동료와 부하직원은 물론,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정착이 승계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누가 후계자인가에 대한 논의와 관심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승계계획을 체계적 제도로 확립하고 일상적으로 작동시키면서 각 주요 포지션의 미래지향적인 역할을 끊임없이 찾고 이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것, 즉 승계계획 자체를 고도의 전략적 활동으로 인식하고 전개해 나가는 태도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투자자와 고객, 나아가 사회로부터 믿고 투자해도 안전한 조직, 미래 발전의 가능성이 크고 항상 노력하는 조직으로 인식될 것이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andy.park@mercer.com

 

필자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테네시 주립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앤더슨 컨설팅과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머서의 한국 지사장 겸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글로벌 인재관리 전략, M&A 후 인사통합 및 성과관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73호 언더그라운드 정보와 기업 전략 2019년 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