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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적 쟁점

인력 교통정리, 보상과 법적근거 확실히 챙겨라

김경연,이진국 | 87호 (2011년 8월 Issue 2)

 

 

M&A(Merger & Acquisition)에는 합병, 영업양도, 주식양도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어떤 형태를 취하건 M&A 최종 성패의 상당 부분은 인수후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MI를 적정한 시간 내에 성공적으로 완료하지 못한다면 M&A를 통해 당초 성취하려 했던 각종 시너지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이는 M&A를 위해 쏟아부었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PMI와 관련한 법률적 쟁점은 주로 인수 후 피인수기업의 인력 문제와 관련해 주로 발생한다. 이는 해외 기업을 인수한 후 통합하는 cross-border PMI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요 쟁점들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해외 기업을 인수한 후피인수기업의 핵심 인력유지방안법적 문제의 발생을 피하면서 필요 없는 인력을정리하는 방안본사 파견 인력과 현지 인력 간 갈등 없이 원만하게 인력을관리하는 방안불가피한 격지(隔地) 관리 상황에서 현지 직원들의 위법·일탈 행위에 대한 효과적인통제방안은 무엇인지의 네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 간 M&A 후 통합 작업과 달리 해외투자 프로젝트에서의 PMI에서는 보편적으로 인식·통용되는 법률적 문제나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PMI와 관련된 법률적 문제는 모두 특정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 안에서만 유효한 현지 법에 따라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원칙적으로 M&A가 일어나는 관련 국가별로 그 문제와 해결책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PMI의 법률적 쟁점이라는 주제하에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알아야 하는 국내 법적 논의를 짚어보고 한정되기는 하나 필자들의 해외투자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일부 국가들에서의 이슈와 해결책을 살펴 보편성 안에서의 개별성, 또는 개별성 안에서의 보편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우선 본격적인 주제들을 다루기에 앞서 M&A를 통한 해외투자 프로젝트의 진행, 특히 실사 과정에서 종종 부딪히는 현지 종업원들과 관련된 이슈들을 살펴본다.

 

1. 인수 진행(실사) 과정에서의 문제

(1) 종업원 이탈을 이유로 한 실사기회 제한

특정 국가,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는 어떤 기업이 M&A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해당 기업 종업원들에게 알려지면 그 순간부터 직원들이 이직을 생각하고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상당수의 매도인(피인수기업, 혹은 피인수기업 주주)은 종업원 이탈 위험을 이유로 M&A 단계에서의 실사를 극도로 비밀리에 진행하며 매수인(인수기업)의 종업원에 대한 접촉을 제한하고, 심지어 종업원과 관련한 어떠한 정보 제공도 거부하곤 한다.

 

따라서 해외 기업의 인수는 국내 기업 간 M&A에 비해 매수인과 매도인 간 정보의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인수 희망자가 제대로 된 실사를 할 수가 없으면 정보 부족으로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비협조적인 실사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각종 법률적·재무적 위험에 대해 매수인을 법률적으로 보호할 방법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충분한 실사로 인해 향후 인수자가 떠안을 수 있는 위험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계약상 매도인에게진술과 보장 (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에 의한 면책/보상(indemnification)’ 의무를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도인(피인수기업, 혹은 피인수기업 주주)이 진술한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 매수인(인수기업)이 피해를 입었을 때 매도인이 책임을 지고 보상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본래 영미법에 근거해 발달한진술과 보장에 의한 면책/보상조항에 대해 러시아와 상당수 아시아 지역에서는 자국법에 근거가 없고 이를 준수할 의무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계약상 이 조항을 명시하는 것을 당사자가 거부할 때가 많다. 설령 매도인과 매수인 간 합의에 따라 준거법을 영미법으로 정하고 진술과 보장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킨다고 해도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수기업에 보상을 해야 할 당사자(: 피인수기업 주주)의 재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매수인은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나마 현실적인 안전 장치로 매도인의 특수관계인(, 실제 영업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재력을 갖춘 특수 관계인)에게 매도인의 면책/보상 의무에 대해 보증(guarantee)을 서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통상 보증 한도가 매도대금의 일부에 그치기 마련이어서 매수인의 위험부담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2)매도인과 종업원 간 이해관계 불일치

매각 대상기업이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M&A를 당했거나 재무적 투자자가 대주주로 있는 경우 해당기업의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이해관계에 크게 차이 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년간 해외 펀드들이 국내 기업 인수에 나섰고 3년에서 5년 정도 지난 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해당 기업을 재차 매각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자본 이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에 의한 M&A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주 이뤄진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특정 영업자산의 소유회사와 운영회사를 분리해 설립한 후 과거부터 해당 영업에 실제 종사해왔던 임직원들이 운영회사를 소유하거나 경영하도록 하는 구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소유회사는 운영회사와 별도로 계약을 맺고 운영회사의 영업수익은 가져가면서도 정작 운영회사의 영업에 필요한 자본 투자는 충분히 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다. 심지어 소유회사에서 운영회사 경영 감시를 목적으로 파견한 일부 임원에게는 파격적인 고액 연봉을 지급하면서도 운영회사 종업원의 복지, 처우 문제를 소홀히 해 운영회사 임직원들의 반감을 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운영회사 또는 대상회사의 임직원 측에서 인수 후보자에게 매도인과는 별도의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계속 고용을 전제로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협조 제안은 인수희망자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이고 고무적이다. 결국 대상회사 영업의 상세한 내용은 소유회사나 주주가 아니라 직접 대상회사를 운영하는 운영회사 내지는 그 회사 임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인수 후 대상회사의 운영 역시 이들의 도움 없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 실사 전 매수자와 매도자 간 체결되는 비밀유지약정(NDA·non-disclosure agreement)에 위배되는 사실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원칙적으로 NDA의 주된 내용은매도인이 제공하는 매도인 및 대상회사에 관한 정보를 비밀로 유지한다는 것이지만 정보의 접근 통로 및 방법과 관련해 매도인이 허락하지 않는 대상 기업 임직원과의 접촉 및 자료에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항이 들어가는 예도 많다. 따라서 매도인의 통제하에 있지 아니한 이러한 접촉은 자칫 당사자 간 계약 위반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당해 M&A 자체를 결렬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2. 인력의 유지: 인수 후 기업 운영에 필요한 핵심인력의 고용관계 지속

M&A 형태에 따라 매수인이 매도인 회사나 대상회사의 인력을 포괄적으로 승계해야 할 의무를 가질 수도 있다. 한국 법에 따르면 합병 후 존속회사는 소멸회사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소멸회사 근로자에 대한 포괄적 고용승계가 이뤄지고 적법하게 변경되지 않는 한 고용 승계된 소멸회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도 합병 전과 동일하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23185 판결 등). 소멸회사 근로자 보호를 위해 존속회사와 소멸회사 간 합병계약을 통해서 위와 같은 포괄적 고용승계를 배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법적으로는 포괄적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영업양도의 경우에도사업 목적을 위해 조직화되고 유기적 일체로서 기능하는 재산 전부를 총체적으로 유상으로 이전함과 아울러 영업활동의 승계가 이뤄지는 계약을 영업의 양도로 이해하는 법원의 입장을 고려하면(대법원 1994. 5. 10. 선고 9347615 판결 등 다수) 사실상 인력도 승계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 매수인에게 승계 의무를 부담시키는 계약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인력의 포괄승계의무의 측면에서 인수 당사자가 이러한 의무를 피하고자 할 경우 선별적 자산양수도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합병, 영업양수도, 자산양수도 어느 쪽이든 특정 기업을 인수 한 후 회사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력을 통합된 회사에 잔존시키는 것이 매수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왜냐하면 존속회사에 포괄적 고용승계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소멸회사 근로자, 특히 근로계약기간상 의무복무 제약이 없는 근로자는 M&A를 전후해 자유롭게 사직할 수 있고 존속회사가 소멸회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근로를 직접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M&A 시 핵심인력 잔존과 관련한 문제는 결국 해외 M&A에서도 고스란히 발생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1 피인수기업의 기존 핵심인력을 인수 후에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cross-border M&A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외국 기업의 경우 직급이 오르거나 나이가 많아져도 전직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나 저항감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자신의 직장에 대한 충성도는 순전히 직장에 대한 만족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직장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급고하를 막론하고 전직을 고민한다. 이는 국내 기업의 차장, 부장, 이사급 임직원들의 경우 설령 소속 회사의 M&A 결정으로 불만이 생겼더라도 그동안의 지식 및 경험을 살려 전직할 수 있는 대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해외 M&A 전 이미 핵심인력 보유를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인수회사로서는 우선 핵심인력의 직급이나 역할 또는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면) 정확한 성명을 기재하고 이들의 M&A 후 계속 근무 각서 등을 받는 것을 인수계약상 매도인의 의무 및 종결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이 후 M&A 거래가 마무리되면 신속하게 핵심 인력 이탈 방지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에는 기본급 인상과 승진 외에도, 존속회사의 사정에 따라 (i)스톡옵션(stock option·주식매수선택권) (ii)스톡그랜트(stock grant·무상주식부여) (ii)리텐션 보너스(retention bonus·회사 잔류를 조건으로 제공하는 보너스) (iii)각종 성과급 지급 조치 등을 고려할 수 있다.

 

3. 인력의 정리: 인수 후 불필요한 인력의 해고, 정리

인수 시, 특히 합병의 경우 존속회사와 소멸회사 간 인력 및 조직상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소멸회사가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존속회사와 합병했을 때 인력 감축 필요성이 커진다. 더욱이 합병은 비밀리에 준비되고 실행되는 사례가 많고 합병 전 구조조정을 실행할 때 소멸회사 노동조합 등의 강력한 반발로 합병 자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합병 후에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다만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력의 정리 문제는 국내 기업 간 M&A보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기업을 M&A하는 경우에 더욱 고민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같은 업종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기업이 인력을 배치·운용하는 방식과 외국 기업의 방식은 판이할 때가 많으며 그 과정에서 인력 감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필요 인력의 잔존 문제는 해당 인력과 회사 간 합의에 의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대체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력을 해고하거나 정리하는 것은 현지 노동법 위반 가능성이나 해고에 앙심을 품은 현지 인력들의 돌발행동(: 해당국 노동법이나 비자 관련 행정규정 위반 사실을 당국에 신고) 등으로 인해 골칫거리가 될 때가 많다. 이런 위험 소지를 막으려면 문제가 되는 현지 직원을 해고하면서 해당 국가의 법률 및 업계관행에 맞춰 적절한 위로 보상금을 지급하되 해당 근로자의 근로 시 위법사실이나 각종 비위사실 등이 있다면 따로 기록을 확보하고 퇴직 시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동시 수령하는 방법 등을 취할 필요가 있다.

 

4. 인력의 관리: 고용 유지 시 현지 관련 법령의 준수

(1) 현지인과의 고용평등 문제와 본사 파견 임직원의 보수 지급 방안

해외 M&A가 이뤄지면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한국 본사 인력을 현지로 파견해야 한다. 우호적인 현지 인력의 협조는 필수불가결한 요건이지만 기술 이전이나 관리상 필요로, 혹은 본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라도 본사에서 파견된 인력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이때 현지의 임금·복지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높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지만 현지 수준이 우리나라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현지 인력 임금을 본사 파견인력 수준으로 올리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파견인력의 임금 수준을 현지 수준으로 낮추게 되면 당장 파견에 응할 인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본사에서 파견되는 인력이 중간 관리자급 이상일 때 더욱 커진다. 직급이 높아짐에 따라 현지 인력과 본사 파견 인력 간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현지인과 외국인 간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규도 존재한다. 가령 카자흐스탄 근로법에 따르면 ‘(업무의 속성이나 국가 정책상 필요로 요청되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성별, 연령, 신체 장애 여부, 종족, 국적, 모국어, 물질적·사회적·공무상 직책, 주거지, 종교적 성향, 정치적 신념, 부족, 사회적 계층, 공적 단체의 소속 여부에 따른 차별 금지를 명확히 하고 있으며, 특히 모든 광권계약서(mining contract)에는 임금을 포함한 내·외국인 근로조건 차별금지조항 명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서상 표면적으로는 차별금지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불가피하게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과 현지 직원 간 차별적인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이때 정부의 근로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아 위반사항 적발 시 시정 조치, 나아가 형사적 처벌까지 받을 위험이 있다. 또 차별적 취급을 받은 현지 근로자의 배상 청구 등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 본사로서는 표면적인 현지 임금 수준을 동일하게 유지하되 부득이 다른 방법으로 파견인원의 부족한 임금 등을 보전해주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한 현실적 방안으로는 크게 (i)한국 본사가 본사 파견인력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안과 (ii)현지 회사의 관련 법인이 본사 파견 인력에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2  

 

(i)의 방안의 경우 그 지급의 명분은 확실하다. 본래 파견인원은 한국 본사 직원이고 파견 업무 수행 역시 넓게 보면 본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요 자금 조달 방법이다. 한국 본사가 자체 자금으로 현지 파견 임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해당 현지 회사와의 재화나 용역거래가 있을 때 그 대가 중 일부를 재원으로 삼는 방법이나 새로 현지 회사와의 사이에 경영자문계약을 체결해 그 용역대금의 일부를 재원으로 삼는 방법이 실무적으로 많이 고려된다. 물론 이 경우 해당 계약 체결의 필요성과 효용성(해당 현지 회사가 그러한 경영자문계약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것)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요건들이 모두 갖춰졌다 하더라도 이 방안에는 현지에서의 세금 문제를 비롯한 상당한 법률적 위험이 뒤따를 수 있으므로 항상 적법하고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지 회사에서 조달된 재원이 우회적으로 본사 파견인원들의 임금으로 지급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현지 회사가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을 임금과 관련해 차별 취급하고 있다는 우회 탈법행위의 주장이 제기, 인정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안인 (ii)의 경우도 그 지급 주체가 한국 본사가 아닌 현지 회사의 관련 법인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

 

(2)이중장부를 통한 임금 재원의 조달 및 탈세의 문제

한편 한국 본사와 현지 회사 간 관계로 인한 탈법이 아니라 현지에서 보편화돼 있는 탈법적인 관행을 인수 후에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때도 있다. 가령 국가에 따라서는 회사가 부담하는 종업원 관련 세금과 종업원 스스로의 임금 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 종업원에 대한 보수 지급액 중 공식적인 지급 금액과 실제 지급금액이 다를 때가 많다. 이른바 이중장부를 운영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이와 같은 비공식적인 보수 지급 체제를 통해 통합사회세(UST·Unified Social Tax) 및 개인소득세(PIT·Personal Income Tax)의 과세표준을 감소시키는 방식을 취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지급체제는 적법한 게 아니므로 과세당국이 이 사실을 적발하게 되면 해당 기업에 미납부 UST 혹은 사회보장적립금(social contributions)을 부과한다. 적발 기업은 이에 더해 신고불성실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해당 부과금액의 약 20% 수준) 부담까지 져야 하며 해당 미신고 보수 지급액에 대해 PIT 원천징수불이행가산세도 납부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M&A 후에도 이러한 탈법적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M&A 이후 과거의 탈법행위에 따른 미납세금과 가산세 등을 모두 납부해 기존 관행을 청산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대개 M&A가 일어나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도 대부분 세무당국에 의한 세무조사가 실시되기 때문에 윤리적 이유가 아닌 실질적 이유 차원에서라도 후자의 방법을 고려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조세 관련 법규를 준수해 의당 납부해야 할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는 것은 주요한 진술 보장사항 중 하나이므로 만일 M&A 후 이에 대한 위반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 진술 보장사항에 이를 명시토록 했다면 원칙적으로 매도인으로부터 (적어도 일정금액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이처럼 사후적인 보상항목으로 남겨 놓을 것인지, 아니면 향후 위반 사실 적발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해 M&A 협상 시 인수대금을 감액하는 사유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5. 인력의 통제: 회사의 영업비밀 등 보호와 compliance 통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M&A 후에는 통합 절차과정에서의 인사상 불만, 고용 불안 등으로 인해 기존 근로자 퇴사, 인력 구조조정 등이 뒤따를 수 있다. 이 같은 인력 이탈로 회사의 지적재산권과 영업비밀(trade secrets)이 경쟁회사 등 제3자에 유출될 위험도 발생한다. 특히 영업비밀이 사업 성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나지만 무형의 지식인 탓에 그 유출의 불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영업비밀 유출로 인한 손해발생 및 손해액은 더욱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수기업은 M&A 후 영업비밀 유출위험이 현실화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또 영업비밀의 유출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종업원의 규제 준수에 대한 통제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M&A를 계기로 최대한 빨리 전사적 위기관리(risk management) 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 중 최근 이슈가 되는 사안 중 하나로 회사가 근로자의 e메일이나 통화내역 등을 열람하거나 검색, 보관할 필요성과 관련한 법률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회사가 임의로 직원의 e메일이나 컴퓨터 저장 파일을 열람하는 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되는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했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형법 등의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며 나아가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돼 손해배상책임까지 물어야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최근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회사가 지급한 컴퓨터를 사용해 작성한 e메일 등의 정보는 회사 귀속이며특정한 경우 회사가 이를 접근, 검색, 열람, 보관할 수 있다는 취지로 종업원들에게 사전에 일괄적으로 받은 동의서를 회사 측이 직원들의 개인 메일 등을 검색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사유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게 됐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6243 판결).

 

이러한 소위 종업원의 정보보호권(data privacy)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도 우리나라와 대략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회사가 무단으로 종업원의 e메일 등에 접근, 열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다만 정보의 주체(종업원)가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정보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거나 사용자(기업)의 접근을 허용한 경우에는 이러한 e메일 접근, 검색 등에 대한 위법성조각사유(違法性阻却事由·정당방위처럼 범죄 조건이 갖춰져 있어도 특별히 그 행위를 위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원격지에 있는 한국 본사에서 현지 자회사 직원들의 각종 위법 행위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보고되면 적절한 사전 대처 또는 증거보전 차원의 사후 대처의 필요성이 더욱 높다.

 

따라서 영업비밀 보호 및 회사 인력의 규제 준수와 관련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전사 차원에서 표준화된 경업금지약정(NCA·Non-Compete Agreement), 비밀유지약정, 정보보호권 포기 약정 등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만일 각 부서별로 다른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인수회사 준법경영(compliance) 부서의 검토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경업금지약정이 체결돼 있을 때 당해 종업원과 본래 고용회사 및 당해 종업원이 새로 취업하기로 한 회사 사이에 법적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경업금지 약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i)대상인력의 영업비밀 접근여부, 퇴사 전 직책 등을 고려해 지역, 기간, 경업금지영역을 개별화 (ii)재직 중 경업금지약정을 받았더라도 퇴사 인터뷰 이후 다시 구체적인 약정을 체결 (iii)특히 충분한 기간의 보호가 필요한 경우 경업금지약정 체결의 대가를 지급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종업원들로부터 수령하는 비밀유지서약서상 영업비밀은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기재한다. 동시에 기타 존속회사가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사항을 포함시키고 종업원 퇴사 시 인터뷰 및 회사자료 반납 절차를 실질화, 매뉴얼화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보보호권 포기약정의 경우 회사 내의 컴퓨터나 팩스, 전화, (회사가 비용을 지급하는) 스마트폰 등은 업무용으로 사용하도록 주지함과 동시에 종업원들에게회사가 사규 위반이나 범죄 행위 등의 정황을 포착할 경우 해당 컴퓨터, 팩스, 전화 등을 확보해 e메일 등에 접근해 내용을 검색, 열람, 보관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자발적으로 서명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경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akykim@yulchon.com
이진국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jklee@yulchon.com
 
김경연 변호사는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1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하면서 기업일반과 인수합병, 해외투자 업무를 두루 담당했다. 현재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로 공정거래, 국제통상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이진국 변호사는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3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파트너 변호사로 인수합병, 금융, 해외투자 분야 법률 부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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