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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줘야 충성한다

윤경은 | 68호 (2010년 11월 Issue 1)
 

직원들이 회사 일을 내 일처럼 열심히 하게 만들기’는 모든 경영진의 꿈이다. 오너 경영인들은 일과 회사에 대한 애착과 로열티를 넘어 오너에 대한 로열티까지 바란다. 그건 어쩌면 그저 꿈일지도 모른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일찍이 명쾌하게 정리했듯,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단순 계약관계다. 직원은 특정 업무를 수행하고 성과를 내면 그뿐이지, 회사에 대해 “어떠한 로열티도 애정도 빚지지 않은” 존재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끝없이 직원들의 로열티를 구애하고 직원들이 일에, 조직에 온전히 몰입하길 원한다. 최근 발표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에서도 ‘직원 몰입도 높이기’는 전세계 100여 개국의 인사 담당자들이 꼽은 ‘우선순위 HR 과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선택받은 소수’를 위한 리더 육성, 핵심인재 관리가 예년과 다름없이 1, 2위이긴 했다. 그러나 뛰어난 리더를 키워내고 슈퍼스타가 맘껏 역량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 못지않게, ‘평범한 대다수’가 신나게 몰입해서 일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오늘날 기업에서 심각하게 다룰 중요한 문제라는 얘기다.
 
얼마 전, 한 기업의 해외법인 인사 담당자 수십 명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도 직원 몰입도 높이기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문제는 ‘어떻게?’였다. 나는 일단 조직원들이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알게 하고 믿게 하는 게 그 시작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건 정말 시작일 뿐이다. 멀리 보았을 때 내가 하는 일이 조직의 웅장한 비전과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령 믿을지라도, 당장 매일매일의 업무 속에서 내게 그럴 만한 힘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몰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법이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상사에게 허락을 받거나 힘있는 부서의 승인을 구해야 하는 것에서 좌절을 느끼던 직원들의 얘기를 떠올리며 나는 ‘평범한 대다수’인 중간관리자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힘과 도구를 쥐어주라고 했다.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업무에 대한 자율권을 주면, 주어진 업무를 훌륭하게 처리할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요구되지 않았던 것까지 해낸다는 것은 여러 경영학, 심리학 스터디에서 되풀이되어 나타난다. 권한을 주고 자율을 주고 성과만 관리하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간단한 해법인데 실천은 왜 안 되는 것일까. 바로 두려움이다. 기본적으로는, 크든 작든 내가 가진 ‘파워’를 남에게 넘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또, 남에게 맡기면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못할까 봐 염려하는, ‘잘못됨’에 대한 두려움이고, 혹 성과가 좋을 경우 그 공이 남에게 돌아갈까 봐 조바심 내는, ‘잘됨’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경우 두려움의 반대는 믿음이다. 그 정도의 권한은 넘겨줘도 나는 건재할 것이라는 믿음, 남도 나만큼 할 수 있다는 믿음, 조직 전체가 잘 되면 내게도 좋다는 믿음이다.
 
두려움을 버리고 믿어주는 대가는 상상외로 클 수 있다. 몰입하면 훨씬 높은 성과와 효율을 낸다는데 ‘잃어버린 잠재력’이 아깝지 않은가. 회사와 직원은 로열티를 운운할 관계가 아니더라도, 특정 업무와 성과를 구매하는 단순한 계약관계라 하더라도, 지불하는 돈보다 더 많은 가치를 벌어들이는 방법이 있다는데 한번 시도해볼 법하지 않은가.
 
매일 읽고 결재할 서류가 300페이지라는 걸 자랑으로 알면 안 된다. 엄연히 예산을 줘놓고 집행할 때마다 일일이 간섭하는 걸 적절한 컨트롤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과감하게 믿고 맡기는 거다. 그래야 몰입한다. 꿈처럼 충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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