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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SCHOOL

팀 간 갈등, ITB로 풀어라!

김성완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보이지 않는 갈등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뭐야, 박 대리?”
“우리가 개발 납기를 어겼다고 중국 H사에서 지체 보상금을 요구한답니다.”
“납기를 못 지켰다고? 분명 생산관리에서 납기를 맞출 수 있다고 했었잖아!”
“물론 시제품은 만들었는데요. 품질보증팀에서 품질에 문제가 있어 양산을 할 수 없다고 얘기를 했답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이야기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했어?”
“….”
 
 
 
 
상품기획팀 박 대리가 직속 상사인 최 팀장에게 긴급 보고를 하다 질책을 받았다. 박 대리는 잠시 머리를 싸매고 있다 품질보증팀 이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과장님, 중국 H사 신제품 양산이 연기됐다고 들었습니다. 사흘 전에 받은 양산 승인이 왜 갑자기 취소됐는지 알 수가 없네요.”
“박 대리, 그걸 몰라서 지금 묻습니까? 박 대리가 우리한테 H사에서 보낸 품질 변경 요건서를 줬었잖아요. 우린 그걸 이틀 전에 받았단 말이요. 양산 이틀 전에 품질 변경을 통보하다니 그게 말이 되요?”
 
“아니, 과장님! 그 요건서는 중국에서 사흘 전에 보낸 겁니다. 그래서 늦었지 않습니까?
“그럼 계약은 무엇으로 하는 거야? 그냥 물량만 받아오면 되느냐고?”
“과장님! 계약은 영업에서 했지 우리가 했습니까? 품질 변경 요청서도 영업에서 받은 겁니다. 영업에서는 ‘내용이 지난번 품질 요건서와 다르지 않다. 다만 단서 조항이 있는데 그것은 제품의 하자가 있을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했단 말입니다.”
 
“박 대리,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거야? 중국 업체들의 관행을 아직도 모른단 말이야? 그런 식으로 대충 넘어가면 어떡해! 계약서의 내용이 바뀌는 경우에는 개발 일정을 연기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하거나,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일찍 사전 조치를 해야지 않소?”
 
“과장님,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영업에서는 기다리라고 하고, 제품은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지난번 같이 일단 개발에 들어갔고, 시제품까지 만들었지 않습니까?”
 
“그래, 시제품 만들 때 한 번 더 요청을 했어야지. 무턱대고 제품 출하한 뒤에 그게 반송돼서 돌아오면 책임질 겁니까?”
 
“지금의 품질이 제품이 반송될 정도로 심각하진 않잖습니까? 그리고 양산 연기를 결정하실 때, 왜 우리 팀과 협의를 안 하십니까? 직접 고객과 협의하고 양산 일정까지 바꾸면 우리는 뭐가 됩니까?”
 
두 사람은 한참을 더 옥신각신했다. 결국 대화는 문제가 생긴 구체적인 이유와 대처 방안은 다루지도 못한 채 책임 공방으로 끝났다. 상품기획팀 최 팀장은 이 상황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왜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될까? 품질보증팀은 이런 문제를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고객과 협의해도 되는 걸까? 물론 품질 요건서에서 지적한 것과 다른 제품이 양산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제품에 납기가 있는데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최 팀장은 며칠을 고민하다 필자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상품기획팀과 개발팀, 품질보증팀 사이에 상호 보이지 않는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팀 간 갈등을 해결할 방안이 없는지를 물었다. (위 사례는 실제 최 팀장의 이야기를 일부 각색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필자는 최 팀장과 미팅을 갖고 상품기획팀과 품질보증팀의 이슈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일단 두 팀은 모두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업무를 한다. 상품기획팀은 제품의 특성과 개발 일정에 초점을 둔다. 반면 품질보증팀은 제품의 품질과 양산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중요시한다. 긍정적인 면에서 보면, 양팀은 조직 내에서 서로를 견제하면서 고객에게 최적의 제품을 제공하는 데 기여한다. 그런데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과 부서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계속되는 것이다.
 
필자는 사례 분석을 통해 양팀 사이의 문제를 3가지로 정리했다. 그것은 바로 ①팀의 미션과 역할의 차이 ②평가 기준의 상이함에 따른 문제 대처 방법의 차이 ③팀 간 문제 발생 시 의사소통 채널의 부재였다.
 
필자는 이 문제를 두고 두 팀이 갈등 해결을 위한 ITB(Inter Team Building)를 할 것을 제안했다. ITB란 상호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2개 이상의 조직을 대상으로 비생산적이고 효율성을 저해하는 업무들을 규명하고 개선해 조직 간 협력 풍토를 증대시키는 팀워크 증진 활동을 말한다.
 
왜 ITB인가?
갈등이 없는 조직은 없다. 따라서 갈등의 유무보다는 발생한 갈등을 어떻게 조절하고 해결해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통 부서 간 갈등은 서로가 일을 잘 하려다 발생하며, 부서별로 입장이 다르다 보니 처리가 어려워진다. 다음은 조직 간 갈등이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ITB가 필요한 상황이다.
 
①조직 간 상호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인해 업무 누수가 생기거나 효율성이 저하될 때.
②지나친 성과주의로 인해 조직 이기주의나 우월주의가 증대하고 조직 내부의 경쟁이 심화돼 상호 불만이 커질 때.
③각 조직의 목표가 상충하거나 인식의 차이가 커 조직 간 갈등이 증폭될 때.
 
조직 내의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지나친 성과주의, 팀간 목표 충돌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자기 조직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우선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오늘날의 기업에서는 각 부문의 자율경영이나 분권화를 장려하는 추세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데이비드 아커 UC 버클리대 교수는 조직 간 협력의 어려움을 ‘사일로(silo)’란 용어로 설명했다.(▶DBR 39호 ‘이기주의로 꽉 막힌 사일로를 깨라’ 참조)
 
원래 ‘사일로’란 곡식을 저장하는 원통 모양의 창고를 말하지만, 경영학에서는 조직 내 부서 간 장벽이나 부서 이기주의를 뜻한다. 조직 내의 부서들이 외부와 담을 쌓고 다른 부서와의 협력이나 교류 없이 내부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사일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조직 안에 만연한 사일로 문제 때문에 고심한다. 아커 교수는 “사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상 체계와 직무평가 제도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경영진은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수준, 팀워크, 팀 차원의 해결책 등을 모두 고려해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조직 내의 사일로를 없애기 위한 통합적인 해결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부 경쟁과 분권화를 바탕으로 한 보상 및 평가체계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성과주의와 분권화는 분명히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따라서 사일로 문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며, 어느 정도는 용인할 필요가 있다. 진짜 문제는 조직 내의 사일로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조직 전체의 성과 저하나 고객의 불편에 있다.
 
그렇다면 사일로의 역기능이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극복하면서 모든 부서가 개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며 상호 윈윈(win-win)하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ITB가 좋은 부분은 다치지 않으면서 환부의 핵심만을 치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조직개발 대가 윌리엄 G 다이어는 그의 책 <팀빌딩(Teambuilding)>에서 ITB의 초점은 “모든 부서들을 똑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고 대조적인 부서들이 협조해 더불어 일할 수 있게 하는 통합화 프로세스(integration process)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 유형에 따른 ITB
조직이나 팀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의 유형은 다양하다. 다양한 갈등만큼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달라야 한다. 여기서는 갈등의 유형을 사람 사이의 갈등, 업무 프로세스상의 문제, 팀·조직 간 역할 충돌이나 미정립 등 대표적인 3가지로 구분해 살펴본다. 주요 갈등에 대한 ITB 진행 방법은 <표1>과 같다.
 
 
 
 
 
 
 
ITB 실행 프로세스
<표1>은 조직 내 갈등 유형에 따른 ITB 진행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실제 조직 내 갈등은 위 3가지 유형보다 더 다양할 수 있으며, 또는 여러 가지 갈등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표1>의 3가지 ITB 방법을 혼합해 사용해도 된다. 다음에서는 ITB의 가장 기본적 방법론인 ‘사전 질문 리스트 활용법’ 의 실행 프로세스를 구제적으로 살펴보자.
 
사전 준비(Pre-Meeting):이 단계의 핵심은 ITB의 필요성과 팀별 요구 사항의 파악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팀의 실무 담당자들이 직접 모여 사전 미팅을 실시해야 한다. 이 미팅에서는 우선 ITB의 기본 콘셉트와 실행 계획을 수립한다. 또 본 세션에서 논의할 양팀의 이슈 및 요구 사항을 작성한다. 요구 사항은 사전 질문 리스트인 ‘알려주기 시트’에 작성한다. ‘알려주기 시트’에는 상대 팀과 관련해 발생하는 이슈나 애로사항을 업무 단위별로 기술하고, 그에 대한 개선 방안도 써넣으면 된다. 이 시트는 ITB 본 세션의 ‘도움 마당’에서 활용된다.
 
사전 준비 단계에서는 ITB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다음 3가지 요건에 대해서도 합의해야 한다.
 
첫째, 양팀 리더는 ITB 실시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를 해야 한다. 여기서 합의란 ‘하면 좋다’라는 방관자적 입장이 아니라, ‘이것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꼭 참석하겠다’라는 적극적 의지의 표명이다. 실제로 양팀의 리더가 거부하는 바람에 ITB 준비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둘째, 양팀의 구성원들이 ITB의 필요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그 중요성에 공감해야 한다. ITB는 어쩌다 한 번씩 의례적으로 하는 연합 회의나 회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ITB는 양팀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나 이슈를 터놓고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장’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
 
셋째, ITB 자체만으로는 실제 이슈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ITB 미팅에서 나온 결과를 어떻게 실행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사전에 꼭 합의해야 한다. 이런 합의를 본 세션이나 사후 미팅에서 논의하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본 미팅(ITB Meeting):이 단계는 3개 마당 4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감사 마당’은 상대 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자리다. 상대 팀이 진심으로 감동하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충분한 인정과 칭찬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은 ‘도움 마당’이다. 이 마당은 ‘알려주기’와 ‘제안하기’ 2단계로 나뉜다. 먼저 ‘알려주기’ 단계에서는 우리 팀이 상대 팀 때문에 겪었던 애로 사항이나 요구 사항을 전달한다. 여기서는 즉석에서 토론을 진행할 수도 있고, 사전 미팅에서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양팀이 논의를 할 수도 있다. 만약 ITB의 목적이 양팀 간의 신뢰와 팀워크, 단합 강화의 성격이 강하다면 즉석 토론이 좋다. 반면 공식적인 이슈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 사전 미팅을 통해 준비한 자료를 사용하는 편이 낫다.
 
‘제안하기’는 ‘알려주기’에서 상대 팀이 제기한 애로 사항이나 요구 사항에 대해 우리 팀이 해줄 수 있는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제안하는 단계다. 여기서는 채택, 불채택, 보류 3가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만약 불채택의 경우에는 사유를 명확히 밝혀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보류의 경우에도 언제까지 보완하여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구체화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실천 마당’에서는 감사 마당과 도움 마당에서 논의되고 합의된 사항들을 문서화하고, 실천 다짐을 하게 된다. 이 마당에서 유의할 점은 서로 합의한 사항들의 구체적 실천 아이템들이 명확해야 하며, 기간이나 담당자가 정확히 명시되어야 실천 단계에서 혼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팀이 ITB 합의서를 교환한 뒤에는 식사나 화합의 시간을 통해 정서적 교류를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사후 관리(Follow-up Meeting):이것은 본 미팅에서 합의된 사항의 실천 결과를 검증하는 단계다. 여기서는 추가로 보완할 점이나 새롭게 논의할 사항들을 협의한다. 본 미팅 이후 처음 6개월까지는 매달 1회의 실무 간사 미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ITB 검증 미팅을 통해 이전과 이후의 변화 사항 전반을 체크하고 실행 계획서를 보완해 수정 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ITB 전반을 평가해보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험을 볼 때, 실제 현장에서는 본 미팅은 잘 됐지만 사후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사후 관리가 흐지부지해지면 약속 사항들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사실 바쁜 일상과 많은 과제 속에서 지속적으로 합의 사항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므로 과제의 실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시스템이나 구조, 프로세스의 개선을 제도화하는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리더들의 관심과 지속적인 확인으로 약속된 사항들이 지켜지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도 있다. 초기에는 이런 약속 사항들이 습관이 되지 않아 조직원들이 낯설어한다. 그러나 이것이 관행이 되고 습관이 되면 자연스런 변화가 일어난다.
 
지금까지 ITB의 배경과 필요성, 운영 방법, 실행 프로세스 등에 대해 살펴봤다. 앞서 ITB의 성공적인 운영에 필요한 3가지 요건에서 언급했듯이 ITB 자체만으로는 결코 문제나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ITB가 성공의 열매를 맺으려면 리더와 참가자들이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현업 담당자들이 ITB 활동 결과를 부단하게 실천해야 한다. 조직 문화 개선의 성패는 형식이 아니라 실천에서 갈린다.
 
필자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 HRD 현업지원 팀 파트장이며,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저서로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을 하나로 만드는 마음매니지먼트>가 있다.
 
  • 김성완 김성완 | 통코칭 대표

    필자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 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LG디스플레이 HRD 현업지원팀 파트장을 지냈다. 현재 통코칭 대표로 리더십과 조직 개발, 기술 창업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리더의 마음혁명』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장의 품격』 등이 있다.
    coach@tongcoach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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