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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조하는 조직 만들려면…

문휘창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가장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은 뛰어난 지식을 가지는 일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조직에 전파하며,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적용시켜야 한다. 이러한 기업을 지식창조기업(knowledge-creating company)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식창조기업의 핵심 개념을 알고 있는 경영자는 드물다. 특히 지식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는 지식의 진정한 속성이 무엇인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식창조기업은 과거 일본의 대표 경영학자인 노나카 이쿠지로(野中郁次郞)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중점적으로 강조한 개념이다. 최근 그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7년 7,
 
8월 호에도 노나카 교수의 논문이 다시 실리는 등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는 지식창조기업의 속성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내고자 한다.
 
물론 노나카 교수가 지식창조기업을 가장 먼저 언급한 사람은 아니다. 기본 아이디어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교수의 저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1966년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의 발언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We can know more than we can tell).” ‘알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의 차이가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이며 이게 바로 지식창조기업의 핵심 개념이다.

 
지식창조의 패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식은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이다. 정형화되어 있고(formal), 체계적(systematic)이며, 정량적(quantitative)이다. 명시적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비교적 쉽게 알려줄 수 있고 배울 때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반면 ‘암묵적 지식’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in-formal), 비체계적(unsystematic)이며, 정성적(qualitative)이다. 암묵적 지식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달하기도, 배우기도 쉽지 않다. 암묵적 지식이 경쟁 우위의 중요 원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은 지식 전달의 방향에 따라 <그림1>과 같이 4가지 지식창조 방식을 형성한다.
 
1)명시적 지식에서 명시적 지식(From Explicit to Explicit)지식 전달의 기본 형태다. 정형화된 지식을 문헌이나 자료를 통해서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사례를 말한다. 기업이 여러 데이터를 활용해서 새로운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는 예가 여기에 속한다. 이때는 해당 기업의 기존 지식을 다른 형태로 활용할 뿐, 지식 자체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다.
 
2)명시적 지식에서 암묵적 지식(From Explicit to Tacit)명시적 지식을 습득해 새로운 암묵적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보고서 등을 통해 습득한 명시적 지식을 기업의 기존 역량과 결합해 더욱 새롭고 경쟁력 있는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즉, 습득한 명시적 지식을 활용해 기존에 보유한 암묵적 지식을 더욱 확장시키는 사례다.
 
3)암묵적 지식에서 명시적 지식(From Tacit to Expli-cit)자신이 가진 주관적 지식을 객관화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다. 한 사람의 뛰어난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정형화해서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경영 혁신을 이뤄내는 예가 이에 속한다. 이때 자신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지식을 조직의 명시적 지식으로 바꾸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4)암묵적 지식에서 암묵적 지식(From Tacit to Tacit)‘장인과 도제(master-apprentice)’ 관계의 지식 전달 방식이다. 장인의 기술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기에 이를 배우려면 도제가 오랫동안 장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조금씩 배워나가야 한다. 뛰어난 미술가의 그림 솜씨나 도자기 전문가의 도예 기술은 책을 읽듯이 쉽게 배울 수 없다. 경영 수업도 이와 마찬가지다.

 
지식창조의 과정
4가지 지식창조 방법 중 노나카 교수는 특히 3번째 형태인 ‘암묵적 지식에서 명시적 지식’으로의 변환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림2)
  
1)은유(metaphor)혼다자동차를 보자. 1978년 혼다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를 개발할 계획을 가졌다. 그러나 이 개념을 확실하게 잡지 못해 처음에는 ‘도박을 해보자(Let’s gamble)’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혼다의 경영진은 새로운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한 후 이 팀에게 2가지 임무를 지시했다. 첫째, 새로운 자동차는 혼다가 만들었던 기존 자동차 개념과는 전혀 달라야 한다. 둘째, 이 자동차는 비싸도 싸도 안 된다. 두 임무가 매우 애매모호하게 들릴지 모르나 사실은 매우 명확한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 팀의 목표는 ‘자동차 진화의 새로운 이론(New Theory of Automobile Evolution)’을 만드는 데 있었다.
 
2)유추(analogy)이 태스크포스 팀은 우선 ‘자동차라는 기계와 사람이라는 생명체를 어떻게 최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근본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답은 ‘사람은 최대, 기계는 최소(man-maximum, machine-minimum)’ 였다. 이 단계의 성공 요인은 ‘사람과 기계처럼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듯한 2개의 분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가?’다. 은유나 유추는 개념을 구체화하는 과정일 뿐 실제 제품을 만들려면 문제를 더 풀어야 한다. 사람은 생명체이고 자동차는 기계이니 이를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3)모델(model)자동차를 크게 만들면 내부 공간이 넓어져서 사람에게는 편하겠지만 무게 중심이 바뀌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할 수 있을 때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만들어진다면 이게 바로 ‘암묵적 지식에서 명시적 지식으로의 발전’이다. 이 개념을 구체화한 자동차는 ‘키가 크고 길이가 짧은(tall and short)’ 자동차인 혼다 시티(Honda City)였다. 혼다 시티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새로운 자동차 모델로 자리 잡았다.

 
지식창조의 전제 조건
지식창조의 핵심이 암묵적 지식을 명시적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이해한다면,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는 조직 구조를 생각해봐야 한다. 해답은 ‘중복적 조직(redundant organization)’을 구축하는 일이다. ‘중복(redundancy)’은 대화와 교류를 촉진하기 때문에 지식창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중복적 조직을 낭비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잘 중복된 조직은 공통의 화제를 가지고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책임만 공유할 수 있다면 정보를 빨리 유통시키면서 새로운 지식창조를 촉진시킬 수 있다. 또 적절한 중복은 경쟁 심리를 유발시켜 조직 전체의 건전한 긴장과 경쟁을 부추긴다. 때에 따라서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2개 이상의 팀을 운영할 수도 있다.
 
중복을 만들기 위한 다른 방법은 조직 구성원들을 다양한 부서로 순환근무시키는 일이다. 순환근무는 다양한 각도에서 조직을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다른 부서의 업무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지식 교류도 수월하게 만든다. 일본 기업에서는 10년 동안에 3개의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일이 매우 흔하다. 이때 모든 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통합하고, 구성원들이 이 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효율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
 
정보 제공 측면에서 현장 근로자는 CEO나 임원 못지않은 중요한 공헌을 할 수 있다. 제공되는 정보의 중요성은 정보 제공자의 계급이 아니라 그 정보가 얼마만큼 조직의 지식창조에 공헌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른 구성원들은 이 정보를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식창조기업이 주의할 점
노나카 교수는 지식창조를 위해 명시적 지식보다는 암묵적 지식을 더 강조했다. 이는 일본 기업의 성공 사례를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아직 한국 기업의 현실을 보면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세계적 일류 기업이 아니라면 암묵적 지식보다 명시적 지식을 우선 습득해야 한다. 세계적 기업이 아닌 기업이 기존에 없는 새로운 지식을 찾기만을 추구한다면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기업이 창조하려는 새로운 지식은 이미 다른 일류 기업이 소유하고 있을 때가 많다. 따라서 아직 일류가 아닌 기업은 우선 일류 기업으로부터 쉽게 배울 것은 가능한 많이 배워야 한다. 모든 일의 기본인 명시적 지식을 우선 받아들여 기초부터 튼튼히 다진 후, 기타 명시적 지식들을 통합하고 다음 단계로 암묵적 지식을 개발해야 한다.(그림3) 사실 일본도 경제 발전 초기에는 서구 선진 기업의 명시적 지식 습득에 주력했다. 당시 일본 기업의 주 전략은 미국이나 유럽 기업의 제품을 모방해서 이를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었다(명시적 지식). 어느 정도 기초를 확립한 후에야 새로운 지식을 개발해서 일본식 신제품을 만들었다(암묵적 지식). 한국이나 대만 등 신흥 산업국가들의 기업들도 이러한 패턴으로 발전해왔다.
 
태권도 무술을 배우는 과정을 유추해보자. 개인적 운동신경과 상관없이 태권도를 잘하려면 태권도의 기본 발차기, 권법, 품새 등을 우선 있는 그대로 익혀야 한다. 아직 미숙한 태권도 수련생이 자기 스타일의 독특한 태권도 기술을 만들어낸다면 매우 이상한 형태가 될 것이다. 지식창조 과정도 마찬가지다. 자기 분야에서 명시적 지식들을 충분히 습득한 후에 암묵적 지식 개발에 나서야 한다. 
사례 연구: 르노자동차의 아시아 전략
프랑스의 르노자동차는 파격적 디자인, 안전 관련 기술, 경주용 자동차 등으로 유명하다. 과거 르노는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시장 조사를 단행했고, 그 결과 아시아 시장은 유럽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숫자로 나타나는 명시적 지식에서도 차이가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태도 등 암묵적 지식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 르노자동차는 아시아의 주요 자동차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르노는 우선 일본에서는 닛산자동차와 제휴를 맺었다. 르노와 닛산은 생산 설비를 공유하면서 양쪽 회사의 기술자들이 함께 일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르노는 닛산의 기술과 제조 방법의 노하우를 습득해서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 수 있었고, 이 노하우를 르노의 다른 생산 공장에까지 전달시켜 습득하게 했다. 여기에는 명시적 지식뿐 아니라 두 회사 기술자들이 함께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암묵적 지식도 포함됐다. 르노는 이 협력을 생산 공장뿐 아니라 디자인 분야 등 다른 부서들로 확대시켰다. 그 결과, 르노는 일본 시장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내놓을 수 있었다.
 
르노는 이와 유사하게 한국에 진출할 때는 삼성자동차와 제휴하기로 결정했다. 삼성과 합작한 르노는 짧은 기간 내에 한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성공한 르노자동차는 이제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식을 습득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현지 기업과 제휴를 택했다는 사실이다. 흔히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스스로 지식을 개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른 기업으로부터 지식을 획득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경영 전략에서 협력은 경쟁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다. 물론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두 회사의 직원들이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통합 팀을 만들고, 각자의 업무를 서로 관찰하여 피드백을 주고, 서로의 지식 수준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암묵적 지식보다는 명시적 지식 습득이 우선이다. 르노-닛산 사례를 보면 르노뿐 아니라 닛산도 제휴를 통해 많은 혜택을 누렸다. 르노로부터 많은 기술과 지식을 전수받은 닛산은 유럽시장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출시해 성공했다. 만약 두 기업이 제휴를 하지 않고 각자 자기 나름의 암묵적 지식만 개발하려 했다면 이만 한 성공을 이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업이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방식으로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낼 게 아니라, 이 분야에서 이미 많은 경험이 있는 기업이나 사람으로부터 배우기 쉬운 명시적 지식을 우선 습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르노는 과거 삼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후에도 삼성 브랜드를 한동안 사용할 것이며, 기존 공장의 생산라인을 이용해 기존 자동차 모델을 계속 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수 후 부품 및 협력 업체의 안정적인 부품 공급, 애프터서비스의 지속을 위해 이 분야에서 기존의 삼성 조직을 그대로 유지해달라고도 요구했다. 무조건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기존 분야를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후에는 다음 단계로 나가겠지만 일단 기존 경쟁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데 주력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암묵적 지식이 명시적 지식보다 가치 있을 때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의 우선순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때문에 실무 현장에서는 암묵적 지식과 명시적 지식 모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식창조의 초기에는 암묵적 지식보다 명시적 지식을 습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암묵적 지식을 잘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명시적 지식부터 잘 습득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편집자주 전략 경영 이론의 의미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전에서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전략 경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 성과를 내온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코너를 통해 경영 전략 이론의 분석 틀과 그 올바른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고전 이론뿐만 아니라 최신 경영 이론도 함께 소개하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 문휘창 문휘창 |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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