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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이질적인 협상팀의 위력

DBR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2008년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적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오바마는 수개월간 가시 돋친 말을 주고 받았던 힐러리에게 충성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오바마의 위험한 선택은 훗날 탁월한 방법이었다고 평가를 받을까, 아니면 역효과를 불러올까?
 
일각에서는 1860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당선된 후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자신과 경쟁을 벌였던 경쟁자 3명 모두를 내각의 일원으로 임명했던 일화와 오바마의 선택을 비교한다. 저술가 도리스 컨스 굿윈은 <권력의 조건(Team of Rivals : The Political Genius of Abraham Lincoln)>에서 링컨의 리더십을 조명했다. 링컨은 경선 시절 자신의 적수였던 이들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역사가 제임스 오크스는 링컨이 임명한 과거의 적수들이 툭하면 링컨에게 반론을 제기하고, 질투심을 불태웠으며, 내각의 일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해내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링컨이 이 적수들 덕분에 대통령으로서 성공한 건 결코 아니라고 덧붙였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협상할 때는 같은 팀 구성원 간의 경쟁 및 의견 차이가 팀 전체에 도움을 주는지를 판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협상에 관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팀의 화합 및 응집력의 중요성을 살펴보자.

 
팀워크의 장단점
미국 코넬대의 엘리자베스 매닉스 교수는 다양한 지식, 능력, 경험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협상을 진행할 때 혼자 모든 일을 해내려 하지 말고, 팀을 꾸리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에 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한 개인이 협상을 할 때보다 팀을 꾸려 협상을 할 때 더욱 효율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물론 팀원 간에 불협화음이 있거나 제대로 된 계획이 없다면 협상 팀이 잠재력을 실현할 가능성이 낮고,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팀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무엇일까?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한 답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UC 어바인대의 크리스틴 베파 교수, 밴더빌트대의 레이 프리드만 교수, 노스웨스턴대의 진 브렛 교수와 노련한 팀 협상가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팀 내부의 역학관계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팀 내부에서 발생하는 대립의 형태가 팀의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해관계, 우선순위, 목표 등 협상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에 관해 팀원들의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이 대립을 해결하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반대로 구성원 간의 대립이 상대에 대한 비난, 위협 등 사적인 감정으로 변질되면 팀의 성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립이 발생한 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
협상 팀 내의 대립이 팀을 약화시키지 않고 생산적인 대립으로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우정이 아닌 친밀함을 추구하라.
미국 스탠퍼드대의 데보라 그루엔펠드 교수와 마가렛 닐 교수, 노스웨스턴대의 캐서린 필립스 교수, 코넬대의 엘리자베스 매닉스 교수는 연구를 통해 이전에 같이 일했던 경험이 없는 팀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를 한곳으로 잘 모으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팀을 구성했을 때는 손쉽게 정보를 모으고 문제도 쉽게 해결했다. 매닉스 교수는 팀원들 간의 친밀함은 정보를 쉽게 교류하게 만들고,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건설적 대립을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말이 친한 친구들을 모아서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슷한 관심사나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친구가 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을 모아 팀을 구성하면 까다로운 협상을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 및 경험의 다양성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서로 친하게 지내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팀을 만들지 말라. 이전에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으며 이따금씩 서로 부딪히기도 하는 다양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로 팀을 만들어야 한다.
 
2. 사전에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논의하라.
매닉스 교수는 팀 내에서 발생하는 대립이 팀 전체의 목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협상 장소에서 필요한 시간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 사전에 협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상대가 가진 무기의 허점을 언제라도 이용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다. 때문에 사전에 미리 팀원들 간의 차이점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해두는 게 좋다.
 
우선 팀원들끼리 협상 장소에서 다룰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해야 한다. 최종 목표와 현재 합의한 내용을 대신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 팀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 등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한다. 이후 비슷한 시간을 투자해 상대편에서 생각하는 목표, 배경, 대안,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 등에 대해 토의해야 한다. 만일 이 주제에 관해 합의점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베파 교수와 동료들은 연구를 통해 이런 부분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팀원들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개개인의 성향 차이로 인한 마찰은 어떨까? 베파 교수가 참여한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지나치게 대립하거나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팀 구성원을 상대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일부 협상 팀은 어떤 행동을 보일지 모르는 팀원의 행동을 지도하고 통제하기 위해 협상 장소에서 나눌 대화를 사전에 연습하는 방법으로 이를 극복했다. 팀 구성원의 의견 차이로 문제가 발생할 조짐이 보일 때 그 즉시 협상을 중단하는 것보다는 제멋대로 구는 팀원을 제재하기 위한 은밀한 신호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엉뚱한 행동을 하려는 팀원에게 멈추라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팔을 뻗어 보이는 등의 신호를 사용하는 식이다.
3. 역할과 책임을 할당하라.
매닉스 교수는 협상에 임하기 전, 팀원들이 갖고 있는 각기 다른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상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의 말에 가장 귀를 잘 기울이는 사람이 누구인가? 경청 능력이 뛰어난 팀원에게는 상대 팀 구성원들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고 생각을 읽어낸 다음 휴식시간 중 관찰한 내용을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 협상 경험이 가장 풍부한 팀원은 누구인가? 협상 경험이 풍부한 팀원을 나머지 팀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임명하는 게 좋다. 의사전달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은 누구인가? 팀 전체의 의사를 대변할 사람은 리더 및 팀 전체의 협상 계획을 따를 의향이 있으며 차분하고 조리 있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협상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하고 실전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에 대한 역할을 분담해 미리 연습해둘 필요가 있다. 상대와 마주한 자리에서 다양한 방안들을 놓고 비교하고 평가할 때 어떤 의사결정 원칙을 따를지도 미리 얘기해둬야 한다. 만장일치에 이르기란 쉽지 않다. 다수결의 원칙을 선택할 수도 있다.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중요한 역할을 나누고, 의견의 차이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를 존중하면 팀원들이 갖고 있는 차이점을 활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다시 오바마 행정부 얘기로 돌아가보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및 다른 내각 구성원들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 멀리 내다보고 대통령과 미국인들을 위해 효과적으로 협상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www.pon.harvard.edu)’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Negotiation)>에 실린 ‘The Surprising Benefits of Conflict in Negotiating Team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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