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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수행 관리 기법

‘루저’ 양산하는 평가 제도, 조직 망친다

오세진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기업 경영의 미래는 효율적인 인적 관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미래는 조직 구성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는가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최근 인사 평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인사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면 조직은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인사 평가는 임금 결정, 임금 인상, 승진, 해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조직 내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준다. 이를 기반으로 한 승진은 조직 구성원들의 불만을 최소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들의 동기부여에도 크게 기여한다. 또한 인사 평가는 경력 선택부터 강점 개발까지 개별 구성원들의 의사결정 품질도 향상시킨다. 정확한 평가 피드백은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며, 구성원들의 직무 만족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이러한 효과는 인사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한다. 인사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오히려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는 저하된다. 조직의 생산성도 낮아진다.
 
기업들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사 평가 제도에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것이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현재 인사 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직무 수행 관리 측면에서 고찰하고 대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성과와 행동을 모두 평가
비즈니스에서는 성과 창출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성과가 저조한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인사 평가도 마찬가지다. 인사 평가를 통해 성과가 창출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평가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사 평가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평가 대상은 생산량, 판매량, 품질, 비용, 순이익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평가 대상들은 대부분 조직원들이 수행하는 행동의 결과다.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명제에 비춰보면 성과에 초점을 맞춘 평가 제도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성과를 중심으로 하는 인사 평가의 한계도 적지 않다.
 
성과란 행동의 최종 산물이다. 성과가 나올 때쯤이면 그 결과를 초래한 행동은 이미 발생한 상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성과 중심의 평가는 ‘사후약방문’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미 행동이 이뤄지고 결과가 나온 뒤 문제 행동을 찾아내 수정하는 것은 조직의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평가가 성과에만 초점을 맞출 때 나타나는 또 다른 부정적 결과도 있다. 예를 들면 조직 내 비윤리적인 행동을 양산할 수도 있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성과 만능주의가 팽배하고, 과잉 경쟁이나 비윤리적인 행동, 이기주의가 만연할 수도 있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동과 성과를 모두 평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모든 조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조직에 가치 있는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며, 이런 성과를 내려면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조직이 이루려는 최종 결과가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직원들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핀포인팅(pinpointing)해야 한다.
 
 
잘못보다는 잘한 점에 주목하는 정적 강화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보유한 역량을 최대한 행동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인사 평가를 실시하는 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다. 조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인사 평가 제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조직 구성원들은 일반적으로 인사 평가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직원들이 싫어하는 평가 제도를 운영하면 생산성을 극대화하거나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평가 제도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직원들의 긍정적인 결과나 행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잘못된 결과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행동분석적 관점(behavior analytic per-spective)에서 볼 때 인간 행동은 2가지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 하나는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다.
 
두 종류의 강화가 모두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도 있다. 부적 강화란 어떤 행동이 발생했을 때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더 강력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세일즈맨이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을 때 올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 것이 한 예다. 부적 강화의 문제점은 일단 어떤 행동을 해서 부정적 결과가 뒤따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더 이상 행동이 추가적으로 일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예에서 세일즈맨이 목표량을 채우고 나면 부정적 결과가 초래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노력하지 않을 수 있다. 즉,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인사 평가 제도를 운영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가진 최대의 역량을 이끌어내기 어렵다.일단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면 더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조직원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적 강화의 특성은 직무 수행에서 J커브의 형태를 띠게 된다.(그림1)
 

 
 
반면, 정적 강화는 최대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정적 강화는 행동 이후에 나타나는 결과가 긍정적이어서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앞의 예에서 세일즈맨이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을 때의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정적 강화를 사용하게 되면 세일즈맨은 지속적으로 목표량을 늘려나갈 것이다. 왜냐하면 세일즈맨의 강도 높은 행동이 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적 강화는 결국 세일즈맨의 역량 발휘를 극대화한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적 강화는 부적 강화처럼 J커브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직무 수행 수준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정적 강화를 사용하면 원하는 행동의 증가뿐만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게다가 사람들은 정적 강화인(reinforcer)을 얻고자 노력하므로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매우 효과적이다. 처벌을 앞세우지 않기 때문에 긍정적인 책임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인사 평가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부정적인 결과나 행동보다는 바람직한 행동과 결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처벌보다는 칭찬을 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보다는 바람직한 행동을 평가하게 되면 조직 구성원들은 인사 평가를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인사 평가와 함께 사회적, 물질적, 일과 관련된 다양한 강화 요인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표1)
‘상대 평가 만능주의’를 경계
인사 평가 제도에서 흔히 상대 평가 제도(employee-comparison methods)가 적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강제 분류 방식(forced-distribution method)을 들 수 있다. 이 방법은 직원들의 직무수행이 정상 분포를 이룬다고 가정하고, 이 분포를 5∼7개의 범주로 나누어 직원들을 이 범주 중 하나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의 특징은 각 범주에 미리 정해진 비율의 직원들을 강제적으로 할당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사 평가 방법은 적어도 2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직원들 중 소수만을 ‘우수’ 집단으로 평가하게 되고, 나머지 대다수의 직원들을 ‘우수하지 않은’ 집단으로 평가하게 된다. 선발 과정을 통해 입사한 직원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우수한 인재다. 그런데도 상대 평가는 대다수의 직원들을 ‘능력이 모자란’ 직원으로 취급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성공적인 기업에는 ‘우수한’ 직원들의 수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상대 평가 제도하에서는 기업 내의 ‘위너 서클(winner circle)’보다는 ‘루저 서클(loser circle)’이 더 커지게 된다.
 
둘째, 강제 분류에서 간신히 우수 등급에 들어간 직원과 아깝게 들지 못한 직원의 역량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우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성과는 우수하지만 아깝게 우수 등급에 들지 못한 직원의 관점에서 이는 매우 처벌적인 제도로 비춰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제 분류는 최고의 노력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조금 더 노력한 사람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낮은 등급에 속한 직원들이 우수 등급으로 진입을 거듭 하면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최상위 수행자들 또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최상위 수행자들은 자신과 가장 유사한 경쟁자보다 조금 앞선 위치를 유지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강제 분류식 인사 평가 제도하에서의 경쟁은 한 사람의 성공이 곧 다른 사람의 실패를 의미한다. 따라서 조직 문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상대 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사전에 직무 수행 기준과 목표를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하게 정하고, 그 이상의 수준에 이르면 좋은 인사 평가와 대우(정적 강화)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위너 서클’이 넓어지며, 조직의 경쟁력도 올라간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 주 달라스에 본사를 두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3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메리케이 코스메틱(Mary Kay Cosmetic)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성공적으로 성장했다. 메리 케이는 누구나 노력하면 포상(핑크색 캐딜락)을 받을 수 있도록 평가 체계를 구성했다. 회사가 매년 얼마나 많은 캐딜락을 지급했는지에 의해 그 회사의 그해 성과가 결정되는 셈이다(얼마나 적게 지급했는가가 아니다). 이 방법을 통해 메리 케이는 빠르게 성장했다. 메리 케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포상의 종류와 범위를 더 다양하게 확대했다. 이 회사 조직 문화에는 직원들은 누구나 노력하면 긍정적인 포상을 받을 수 있으며 긍정적인 포상이 많아질수록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도 즐거워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효율적 인사 평가의 필요성
<직무수행관리(Performance Mana-gement)>를 쓴 A. 대니얼스 박사는 인사 평가 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법적인 목적을 고려한 문서화의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연단위 인사 평가는 시간낭비다.”
 
이는 인사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잘못된 인사 평가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조직에서는 인사 평가 제도가 효율적이지 못한데도 인사 평가를 자주 시행하는 것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인사 평가 제도를 자주 시행하면 할수록 더 많은 문제가 생겨난다. 인사 평가 제도는 조직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행동과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가능하면 많은 조직 구성원들이 위너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런 효율적인 인사 평가 제도가 도입된 기업만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필자는 중앙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웨스턴미시간대 심리학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직무 수행 관리 분야와 관련된 번역서와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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