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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섞이면 남성 창의력 UP!

최진남 | 41호 (2009년 9월 Issue 2)
기업 경영에서 창의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 창의성은 조직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직원들의 창의성은 ‘창의적 행동(creative behavior)’으로 나타난다. 창의적 행동은 행동의 결과물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품을 생산해내는 행동 과정 그 자체다. 많은 학자들은 개인의 창의성을 진취성(personal initiative), 혁신적 행동(innovative behavior), 의견 개진 및 참여(voice), 주도적 행동(taking charge)이라는 다양한 명칭으로 연구해왔다.
 
 

 
조직원의 창의성은 기업 환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다양한 능력과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팀을 구성하는 현대 기업에서는 핵심 업무 단위인 팀이 어떤 사람들로 이뤄지느냐가 팀 전체의 창의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팀의 성별, 연령별, 직급별, 직무별 구성이 팀원 개인과 팀 전체의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조직 혹은 팀 내의 개인들은 자신의 인구 통계학적 특성을 동료들과 비교한다. 이에 따라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지 아닌지를 판단한 후 이에 근거해 행동한다. 타인과의 유사성 혹은 이질성이 한 개인의 업무 태도를 결정하는 변수인 셈이다. 달리 말하면 자신이 타인과 다르다고 느낄 때 한 개인의 창의적 행동이 제한받을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자신이 주변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끼면 친밀한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고,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일도 힘들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대기업 직원 약 3000명으로 구성된 200개의 팀을 연구했다. 그 결과 팀 구성원의 성별, 연령, 직급, 직무별 다양성이 팀원 개인과 팀 전체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표)
 
 

 
성별 다양성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팀 구성원의 성별 다양성도 증가하는 추세다. 팀 안에 여성과 남성이 같이 있을 때 팀의 전반적 창의성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단 이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경험할 수 있는 차별적 경험과 이에 따른 상이한 관점에 기인한다. 또한 서양 학자들의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됐듯 남성만으로 이뤄진 팀보다 여성이 있는 팀이 분위기도 좋고, 팀원 간 의사소통도 활발하다. 팀 내 여성의 존재가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자유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 기업에서 여성 팀원은 아직까지는 홍일점이거나 소수에 불과하다. 본 연구의 표본 3000명 중 여성 직원의 비율은 불과 11%였다. 더구나 여성 팀원은 낮은 직급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남성 팀원에 비해 여성 팀원 개개인의 창의성은 아직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림1>에도 나와 있듯 팀 안에 양성이 함께 있을 때 남성 팀원의 창의성을 100점으로 환산하면 77점이었지만, 여성 팀원의 창의성은 65점이었다. 따라서 팀 안에 여성이 있으면 남성 팀원의 창의성은 촉진되나, 아직까지 여성 팀원 본인의 창의성이 촉진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령 다양성
성별 다양성과 마찬가지로 팀원 간 연령 다양성도 다양한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팀원들의 연령 다양성은 팀 전체의 창의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는 나이와 직급을 중시하는 한국 기업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가 다른 직원들의 의사소통 부진이 연령 다양성에 의한 아이디어 촉진 효과를 상쇄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팀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비교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팀원들의 창의적 행동이 낮은 연령의 팀원에 비해 확연히 높았다. <그림2>에서 보듯 팀 안에 다양한 연령의 직원이 있을 때 팀 내 평균 연령보다 높은 팀원의 창의성은 80점, 평균 연령 이하 팀원의 창의성은 72점으로 나타났다. 한국 직장인들이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개진하는 일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뜻이다. 특히 직급이 낮은 팀원들은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장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하는 경향이 짙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직급 다양성
한국 기업의 팀은 부장, 과장, 대리, 사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조직의 인력 구조를 반영한 현상이다. 선임 직원은 자신의 업무 경험을 후임 직원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고, 후임 직원은 이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조직 학습의 기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팀 구성원 간의 직급 차이는 팀 전체의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상사 혹은 선배 직원과 함께 일하는 부하 혹은 후배 직원들은 자신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면 윗사람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에 새로운 의견을 내놓는 일 자체를 꺼린다.
 
반면 팀 내에서 높은 직급을 차지하고 있는 구성원은 팀 내 다른 구성원의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또 직급이 높은 자신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먼저 새로운 행동이나 변화를 시도한다. 그 결과 팀 내 평균 연령보다 높은 팀원 개개인은 높은 창의성을 발휘한다.
 
문제는 이 효과가 팀 구성원 중 소수의 상위 직급자에게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림3>에서 보듯 조직의 최상위 직급을 차지하는 부장 및 임원의 창의성은 상당히 높다. 그러나 낮은 직급 직원은 물론, 차상위 직급인 과장 및 차장의 창의성조차 평균과 별 차이가 없었다. 부장 및 임원 직급의 창의성은 85점이었으나, 과장 및 차장 직급의 창의성은 77점이었다. 팀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사원 및 대리 직급의 창의성은 이보다 훨씬 낮아 사원 66점, 대리 71점에 그쳤다.
 
즉 높은 연령에 의한 창의적 행동의 촉진 효과는 팀원의 거의 절반에서 나타나는 반면, 높은 직급에 의한 촉진 효과는 팀장 및 팀의 최선임자 등 소수의 팀 구성원에게만 국한된다. 이는 수직적 조직 문화가 여전히 한국 기업의 지배적인 특성임을 잘 보여준다.
 
직무 다양성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직무 및 기능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모아 팀을 꾸리는 추세다. 팀 구성원이 재무, 연구개발(R&D), 영업, 구매, 생산, 지원 등 서로 다른 직무 배경을 가지면 서로간의 상호 보완성이 커진다. 새롭고 차별화된 통찰력과 시각을 촉진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갖는다. 많은 조직, 특히 고난이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직이 다(多)기능 팀(multifunctional team)을 활용하는 이유다.
 
일부 혹은 대다수 팀원의 창의적 의견 개진을 제약하는 연령 다양성이나 직급 다양성과 달리, 직무 다양성은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 도출을 증가시킨다. 특히 팀원 개개인이 조직의 각 직무를 대표하거나, 혹은 그 분야의 대표 전문가로 인정받아 다기능 팀에 참여할 때 팀 전체의 창의성은 더욱 커진다. 각 팀원들이 그 분야의 대표자로서 차별화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때 남과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대한 팀 내 다른 구성원들의 반발 또한 적다. 전문가의 의견을 내놓는 일은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바람직한 업무 행동이라고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직무 배경을 지닌 직원들로 팀을 구성하면 아이디어의 양과 질 모두 개선되는 결과를 낳는다. 서양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직무 다양성이 팀 전체의 창의성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만 팀 전체의 창의성은 증진시키지만 팀원 개개인의 창의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국내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직무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이를 유지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다기능 팀을 좀더 활발하게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팀과 개인 창의성 증진을 위한 팀 구성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구성원 간의 성별 다양성 및 직무 다양성은 팀 전체의 창의성을 증진시킨다. 반면 직급 다양성은 이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팀원 개개인의 창의적 행동은 성별, 연령, 직급 등의 측면에서 개인이 갖는 팀 내의 위치에 따라 위축되기도 하고 향상되기도 한다.
 
이때 팀원 중에서 평균보다 높은 창의성을 보이는 구성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①여성이 포함된 팀의 남성 ②팀 평균 연령보다 높은 연배의 구성원 ③팀장이나 부팀장처럼 절대 다수의 팀원보다 직급이 높은 구성원이다. 이들은 성별, 연령, 직급 측면에서 다른 팀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의견이 존중되는 경향이 짙다. 어지간한 실수도 용납되기 때문에 더욱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즉 타인과의 이질성이 낳는 창의성의 차이는 그 이질성을 가져오는 특성 자체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이질성을 가져오는 힘(power)과 지위(status)의 차이에 근거한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남성 위주의 문화, 수직적 조직 구조, 높은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PDI)를 지니고 있다. 자신의 성별과 조직 내 위치가 타인과 다르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힘이나 지위의 차이를 강하게 지각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남성이 많은 팀의 여성, 연령이나 직급이 비교적 낮은 팀원들이다.
이들은 팀 안에서 약자이며 종종 사회적 장벽에 부딪힌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행동 자체가 자신의 사회적 고립이나 인간관계의 손해를 뜻한다. 이런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창의성을 발현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자신보다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구성원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거나 기존 업무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걸 꺼린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보다 위계질서나 기존 업무 관행을 더 중시하게 만드는 이런 문화는 팀원들의 창의성 발현을 제한한다. 결국 팀 구성원 간의 자유로운 상호작용 및 통합을 저해한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선결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팀을 구성할 때 팀원 간의 지위 및 권력 차이를 적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직무적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여럿 포함시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집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동일한 인구 통계학적 특성이 팀 전체의 창의성과 팀원 개개인의 창의성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팀이 직면한 과제가 팀원 개인의 창의적 노력을 요구하는지, 팀 전체의 통합적 창의성을 요구하는지 사전에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문화 특성상 성별, 연령, 직급에 의한 팀원 간 서열화와 이에 따른 의사소통 부족, 소수에 의한 아이디어 발언권의 독점을 극복하는 일은 팀 전체와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모두 증진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나기를 기원한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BDR)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과 함께 인사 조직 분야 국내 최고 석학들의 연구 성과, 경영 기법 및 이론을 게재하는 ‘서울대 MBA스쿨의 HR 특강’ 코너를 연재합니다. 서울대 최진남 교수, 이경묵 교수, 김성수 교수 등 인사 관리(HR), 조직 행동, 조직 이론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통찰력 있는 지식을 전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필자는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미국 미시간대에서 조직 심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 연구 분야는 조직 행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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