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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팀 리더는 재즈의 즉흥연주자

다이앤 코투(Diane Coutu) | 40호 (2009년 9월 Issue 1)
지난 수십 년간 팀을 구성해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 세계 각국 기업에 유행처럼 번졌다. 미국처럼 개개인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도 팀 활동은 신성 불가침의 진리처럼 여겨질 정도다. 팀을 이뤄 업무를 진행하면 창의성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믿음이 너무나도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도전적인 업무에 직면한 많은 리더들이 별다른 고민도 없이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팀을 꾸려 업무를 진행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이유다.
하버드대의 사회조직 심리학 교수이자 팀 활동 연구 부문의 석학인 J 리처드 해크먼 교수는 이와 관련해 팀이 최고라는 결론을 너무 성급하게 내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팀에 관해 널리 알려져 있는 상식을 탐구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선임 편집위원 다이앤 코투는 팀에 관한 해크먼 교수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그를 인터뷰했다.
해크먼 교수는 팀워크가 엉망인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는 이유는 팀원들이 팀에 할당된 업무 자체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때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팀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일은 전적으로 리더의 몫이다. 때문에 리더는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개인적, 업무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리더가 어떤 사람을 팀에 넣을지, 팀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그 팀이 훌륭한 성과를 낼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다음은 코투가 해크먼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편집한 것이다. 


 몇 년 전 저서 <성공적인 팀의 5가지 조건 (Leading Teams)> 서두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집을 지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에 관한 퀴즈를 내셨습니다. 당시 ‘빨리 끝난다, 더 오래 걸린다, 끝내 완성할 수 없다’는 3개의 보기를 내놓으셨는데요.
 

오하이오 주에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 시험에 낸 적이 있는 문제입니다. 재미있죠? 물론 당시 그 시험에서 답은 당연히 1번 ‘빨리 끝난다’였죠. 저는 이 일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릴 때부터 팀워크의 장점만 배운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팀을 구성해야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팀을 꾸리면 마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우수함이나 아름다움을 지닌 비범하고 집합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죠.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팀 구성이 오히려 저조한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조화나 동기 부여에 관한 문제들이 협동의 장점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팀원 간의 결속력이 강하고 응집력이 있어도 다른 팀과의 경쟁 때문에 조직 전체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때도 있습니다. 즉 팀을 이루면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고, 아예 팀을 구성하지 않았을 때보다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팀이 성공하려면 진정한 팀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팀의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팀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팀 구성원이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 발표한 제 책 <고위 리더십 팀(Senior Leadership Teams)>에서 저는 루스 웨이지먼, 데브라 누네스, 제임스 버루스와 함께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120개가 넘는 팀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했습니다. 조사 결과 당연하게도 거의 모든 팀이 해당 팀의 업무에 관한 명확한 경계를 세워뒀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계를 설명해보라고 했을 때, 팀의 범위에 대해 일치하는 의견을 보인 팀원은 10%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조사 대상은 대부분 고위 경영진으로 구성된 팀이었습니다. 놀랍지 않으세요?
팀의 경계가 모호한 건 최고경영자(CEO) 때문일 때도 많습니다. CEO는 자신이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 혹은 다른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불필요한 사람들마저 팀에 넣을 때가 있습니다. 이건 최악이죠.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팀이 만들어지니까요. 효율적으로 팀을 꾸리려면 팀원을 뽑을 때 냉정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인물을 상대방이 원한다고 팀의 일원으로 넣어주면 절대 안 됩니다. 반대로 그 팀에서 원치 않는 사람이라도 필요하다면 강제로라도 팀에 넣어야 합니다.
대형 금융 서비스 업체의 사례를 보죠. 그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팀에 악영향을 미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습니다. 때문에 최고집행위원회에서 배제됐죠. 실제 그 CFO는 팀워크가 부족했고, 팀원들과 협력해 공동의 해결 방안을 찾아내길 원치 않았습니다. 때문에 그가 참여하는 팀은 모두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이 CFO는 개별 경영진으로서의 업무는 훌륭히 수행했죠. 결국 CEO는 문제가 되는 CFO를 경영진의 자리에 앉혀두되, 최고집행 팀에서는 배제시켰습니다. CFO도 처음에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지루한 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빠지고 나서 팀이 더욱 훌륭한 성과를 낸다는 사실에 만족했습니다.
이 방식이 먹혔던 이유는 CEO가 최고집행위원회 회의를 전후로 CFO와 많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입니다. CEO는 CFO의 의견을 충분히 숙지하고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덕분에 그 CFO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후부터 해당 기업의 최고집행위원회는 진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죠.”
팀은 언제나 명확한 방향을 필요로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방향을 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팀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데 정답은 없습니다. 방향을 정하는 책임이 팀 리더에게 맡겨질 때도 있고, 같은 조직에 속하기는 하되 팀원이 아닌 사람에게 맡겨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팀 전체나 이사회에 책임이 맡겨질 수도 있죠.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건, 팀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려면 권위를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감정적으로 몹시 힘이 드는 사안입니다. 권위를 행사하는 중에는 권위를 행사하는 사람과 권위에 복종해야 하는 사람 모두 불안감과 동요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감정적으로 성숙한 리더는 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불안감을 일으키는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요. 하지만 때로는 이 과정에서 팀원들의 저항이 극심해 리더의 자리 자체가 위험해질 때도 있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몇 해 전 경영진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팀이 나아갈 방향을 성공적으로 제시하는 리더들은 팀에 할당된 임무에 관해 자신이 직접 책임을 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리더의 예로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언급했죠. 예수 또한 자신이 지휘하는 팀의 목표를 정하기 위해 수많은 팀 회의를 열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때 한 세미나 참석자가 제 말을 끊고는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교수님, 방금 암살당한 두 리더와 십자가에 못박힌 리더에 대해 얘기하셨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HBR TIP팀을 구축하는 법
 
J 리처드 해크먼 교수는 저서 <성공적인 팀의 5가지 조건(Leading Teams)>에서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조직의 리더가 효과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유지해 나가기 위해 충족시켜야 할 5가지 조건에 대해 제안한다.
 
진정한 팀을 구성해야 한다.누가 팀원이고, 누가 팀원이 아닌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팀의 경계를 명확히 정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팀에 명확한 방향성을 부여해야 한다.주어진 일이 무엇인지 팀 구성원들이 정확하게 알고, 그 일에 동의해야 한다. 리더가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 각기 다른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게 될 위험이 있다.
팀에 도움을 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주어진 역할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만큼 팀원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람을 팀원으로 뽑거나, 비효율적으로 팀을 구성하거나, 팀 내 행동 규범이 모호하거나 강제성이 없으면 문제에 부딪힌다.
팀을 지원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보상 시스템, 인사 시스템, 정보 시스템 등 팀워크에 도움을 주는 조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전문가의 코칭이 필요하다.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코칭 프로그램은 대부분 개인의 성과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팀워크 개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팀워크를 높이려면 팀을 꾸려나가는 과정, 특히 팀 발족 초기, 운영 중기, 팀 프로젝트 말기에 팀 전체를 대상으로 코칭을 해야 한다.
 
팀에 대한 일반적인 오류에는 어떤 게 있습니까?
첫째, 사람들은 대개 서로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협력하는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더욱 생산적이며 우수한 성과를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향악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성미가 까다로운 팀원들이 모여 연주하는 교향악단이 팀원 모두가 즐거워하는 교향악단에 비해 약간 나은 성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인과관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과는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원인과 결과를 바꿔 생각합니다. 즉 실제 공연에서 어떤 성과를 나타냈는지가 공연 전에 팀원 간 분위기가 어땠는지보다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팀원들은 생산성을 높이거나, 무언가 훌륭한 일을 해내거나, 그 결과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을 때 만족감을 느낍니다.
둘째 오류는 규모가 큰 팀이 더 많은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팀에 비해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겁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팀의 규모가 커지면 관리의 대상이 되는 팀원들 간의 관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팀에 방해를 주는 팀원들 간의 관계를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불필요한 소모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학생들에게도 팀을 짤 때 한 팀의 구성원이 6명이 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팀의 규모가 커지면 모든 구성원이 시간을 손해 볼 가능성이 큽니다. 아예 팀을 만들지 않는 게 CEO에게 직접 보고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팀을 구성하는 일보다 나은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팀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어느 순간이 되면 팀원들이 서로를 편안하고 익숙하게 여기기 때문에 다른 팀원의 결점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 성과가 저하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딱 한 종류의 특수한 팀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팀에서도 이 가정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연구개발(R&D) 팀이 창의성과 새로움을 유지하려면 늘 새로운 인재를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3, 4년에 1명꼴로 새로운 팀원을 보충하면 충분합니다. 팀 분위기가 진부해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팀 분위기가 안정될 기회가 없어 문제가 생길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면 새롭다는 게 오히려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이에 관한 연구 결과에는 반론이 전혀 없을 정도입니다. 민간 항공기에 탑승하는 승무원을 보세요. 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비행 팀이 처음으로 함께 일한 날 전체 사고 중 73%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경험을 통해 함께 일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팀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겁니다. 특히 이 중 44%는 첫 비행에서 발생했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 결과에서도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온 비행 팀 구성원들은 피곤에 찌든 채로 비행을 하더라도, 이전에 함께 일해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한 팀이 비행할 때보다 사고를 낼 확률이 절반에 불과하다고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항공사에서 비행 팀 구성원을 계속 바꾸는 이유는 뭔가요?
재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돈만 생각하면 각 비행기와 개별 파일럿을 하나의 개별 생산 단위로 간주하고 그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자본재 및 노동력에서 최대한 많은 걸 얻어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파일럿들도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비행을 위해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때문에 단 하루 만에 1명의 파일럿이 2, 3개의 승무원 팀과 호흡을 맞춰 여러 번 비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당연히 이는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항공사 운영 연구 전문가에게 2명의 항공사 직원이 함께 비행을 한 후 다시 비행기에서 함께 일하려면 평균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물어봤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5.6년이라고 답하더군요. 안정성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 반대의 예로 미 전략공군사령부(SAC)를 들 수 있습니다. SAC는 냉전 동안 핵폭탄을 운송하는 역할까지 담당했습니다. SAC 팀은 지금껏 살펴본 그 어떤 비행 팀보다 뛰어난 성적을 보였죠. SAC 팀들은 하나의 팀으로 함께 훈련을 받았으며, 함께 근무하는 동안 우수한 실적을 냈습니다. 실시간으로 함께 일해왔고 그 어떤 실수도 없었다면, 팀 구성원을 계속 바꾸는 것보다 오랫동안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팀 구성원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면, 팀원들이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팀원들이 자기만족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가 바로 ‘괴짜’입니다. 모든 팀에는 괴짜가 필요합니다. 과도하게 동질성을 추구하는 성향은 창의성과 학습에 큰 장애가 됩니다. 괴짜는 이런 성향에 이의를 제기해 팀에 도움을 주죠.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잠깐만,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 거지? 반대로 생각하거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떨까?’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물론 나머지 팀원들은 대개 ‘말도 안 돼. 정말 터무니없어’라고 반응하죠. 하지만 어떤 부분이 말도 안 되는 건지를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금융 서비스 회사의 CFO는 논의 자체를 방해했기 때문에 팀을 파멸로 몰아갔습니다. 하지만 이 CFO와는 달리 일반적인 괴짜들은 팀원들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는 연구에서 독창적인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팀과 그저 평균적인 것만 생산해낸 팀을 관찰해봤어요. 그 결과 괴짜가 있는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엉뚱한 생각이 뛰어난 혁신의 원동력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규범에서 벗어나는 괴짜는 때때로 개인적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괴짜는 다른 사람들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사안에 대해 기꺼이 입을 열 수 있습니다. 그러한 행동은 매우 용감하지만 동시에 팀원들의 불안감도 높입니다. 조류에 쓸려 배가 떠내려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멈춥시다. 방향을 바꾸는 편이 좋겠군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무척 용감하지만, 그 상황에서 팀원 중 누구도 그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을 겁니다. 때문에 많은 팀의 리더들은 괴짜를 엄하게 대하고, 심지어 팀에서 내쫓기도 하죠. 하지만 괴짜를 잃어버리면 특별한 게 없는 평범한 팀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HBR TIP팀을 잘 꾸려가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마이클 베슐로스
 
J 리처드 해크먼 교수의 설명처럼 팀을 처음 시작하는 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미 그 일을 잘해냈다. 그는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부 고위 관료들을 임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던 순간 전 세계가 엄청난 위기에 직면한 점을 미루어볼 때, 신속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속도를 낸 탓에 빌 리처드슨, 톰 대슐 등 문제가 있는 사람을 택하는 우를 범한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짐 존스를 백악관 안보 보좌관에 임명하는 등 성격이 강하고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팀을 구성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로 다른 의견을 융합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남다른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을 미국의 2인자인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건 오바마가 과거 정적들의 능력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의 이런 행동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 부시의 측근들은 2000년 공화당 경선 당시 존 매케인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자 “미안하지만 줄을 잘못 섰으니 어쩔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물론 오바마는 강하고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고용한 대가도 치르고 있다. 그는 앞으로 심판 역할을 하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할 것이다. 기질이 강한 인재들을 정부 요직에 앉힌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루스벨트는 내분을 좋아하는 성향을 타고났다는 점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경쟁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지녔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부하 직원들이 고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겼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구성원들이 일치단결하는 쪽을 선호한다. 또 행정부의 주요 프로그램들을 뒤흔드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충성이라고 생각한다. 리처드 닉슨은 베트남전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비서였던 월터 히켈을 해고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지휘하는 행정 팀에도 베트남전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반대 세력(해크먼이 ‘괴짜’라 부르는 유형)이 있었다. 당시 국무부 차관이었던 조지 볼은 존슨의 베트남전 정책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대통령 주위에는 무조건 그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밖에 없다는 비판에 존슨이 볼의 이름을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전에 관해 고위 관료들과 의견을 나눌 때 볼은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행정부 내의 모든 사람들은 존슨 대통령이 반전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볼의 태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팀 내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루스벨트나 오바마 대통령이 택한 모델을 사용하기 바란다. 그들이 택한 모델을 활용하면 대중을 선동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뿐 아니라 팀 내의 어떤 구성원이라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으로 일했던 로버트 게이츠를 재임명한 사례 또한 오바마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오바마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하고, 국가 안보 분야에서 30년 넘게 몸담아온 게이츠를 국방장관으로 재임명했다. 그의 결정은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토머스 게이츠를 재임명하려 했던 케네디 대통령의 태도와도 비슷하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케네디도 젊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않았고, 지난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한 인재가 펜타곤(미국 국방부)에 남아 있으면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 임기 첫해 동안 국가 안보와 관련해 수많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 국방장관을 옆에 세워두면 미국인들이 민주당 출신 대통령에게 거센 비난을 퍼붓지는 않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펜타곤에 공화당 출신 국방장관을 앉히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렇게 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몇 달 동안의 행보를 보면 ‘조국과 세계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전달하고, 자신의 계획이 먹혀들 거라 생각하는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대통령이 있다는 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1년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절,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의 연설 능력은 뛰어나지만 연설 능력이 우수하다고 강한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며 그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이 연설만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실제 강인한 대통령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의 주장은 옳았다.
1933년 루스벨트의 연설과 1981년 레이건의 연설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특히 지난 2월의 의회 연설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내놓은 여러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줄이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줬다. 정부에 진력이 난 미국인들, 심지어 오바마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던 유권자들도 여전히 대통령이 국내외의 위기에 대한 설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처럼 효과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면 얼마나 불안감이 높아졌을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우리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위기가 높아지면 오바마 대통령이 훌륭하게 연설하고 효과적으로 팀을 이끄는 자신의 역할을 더욱 중요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이클 베슐로스는 대통령 리더십에 관해 총 9권의 책을 집필했다. 최신작으로 <대통령의 용기 (Presidential Courage)>(사이먼&슈스터, 2007)가 있다.
팀의 효율성을 높이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리더가 팀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훌륭한 팀은 내외부 고객을 모두 만족시키며, 시간이 갈수록 하나의 조직으로 강해집니다. 개별 팀 구성원의 학습 및 성장도 지원하고요.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리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팀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들 수 없습니다.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은 성공하는 팀의 5가지 조건을 조합해 훌륭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뿐입니다(HBR TIP ‘팀을 구축하는 법’ 참조). 5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해서 리더가 마법과도 같은 우수한 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어요. 팀의 실체를 만들어내고 팀의 운명을 통제하는 것은 팀 그 자체입니다. 팀 자체가 팀의 존재에 미치는 영향력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큽니다.
1990년 27개 조직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여러 팀에 관해 동료들이 작성한 논문을 편집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연구 대상이었던 조직은 어린이 전용 극장 운영업체, 정신건강 치료 팀, 맥주 판매 및 운송 팀 등 매우 다양했습니다. 연구를 통해 팀이 처음으로 만들어질 때의 상황이 팀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떤 사회 시스템이건 시스템을 도입한 직후의 최초 몇 분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짧은 순간 팀이 나아갈 방향, 리더와 팀원의 관계, 팀 내의 기본 행동 규범 등이 정해지기 때문이죠.
저는 보스턴의 핸델 앤 하이든 소사이어티에서 오랫동안 지휘자로 활동해온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와 만났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초대 지휘자로 뽑혔을 때 첫 번째 리허설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물어보자, 그는 그때처럼 많은 신경을 쏟은 적은 없다고 하더군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새로 온 지휘자와 함께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새 지휘자가 방해만 될 뿐인지를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합니다.
리더들이 자신의 팀을 특별한 팀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팀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을 모두 포용하는 겁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처럼 팀을 이끌어 나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베조스가 아니니까요. 모든 리더들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적극 활용해 팀을 이끌어야 합니다. 장점은 적극 활용하고, 자신이 없는 부분에서는 도움을 구해야죠.
팀을 지휘할 때 정답은 없습니다. 그런 만큼 특정한 리더십 모델이나 팀을 따라 할 필요도 없죠. 효과를 높이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그 환경을 유지하고, 팀원들이 환경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최고의 팀 리더는 끊임없이 즉흥적으로 노래를 만들어내는 재즈 연주자와 비슷합니다.”
 


기업들은 팀에 도움을 주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나요?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인사 부서를 갖춘 조직에서 훌륭한 팀 행동과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인사 부서는 개인의 행동을 지시하고 이끌고 교정하기에 효과적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각 직업과 관련된 기술을 찾아내고, 그 기술과 관련된 개별 직원의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산업 심리학자가 고안한 인재 시스템을 보죠. 이런 시스템을 사내에 보유한 회사에서는 인사 부서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인재를 키우기 위해 훈련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문제는 이 인재 훈련 프로그램이 모두 개인에만 치중한다는 겁니다. 연구를 통해 개별 팀원들을 교육시키는 방법은 팀의 성과를 개선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팀이 업무 성과를 내려면 개개인보다 그룹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팀 리더는 팀원들이 자신들에게 할당된 역할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첫 번째 회의를 진행하는 방법을 정확히 숙지해야 합니다. 즉 어떤 부분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부분을 지원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팀의 전략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다음 회의 때 팀원들이 각자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팀 코칭의 목적은 개별 구성원들의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팀워크를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상 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연 가상 팀은 효과적인가요? 아니면 조 프리먼이 얘기한 ‘구조 부재의 횡포(tyranny of structurelessness)’에 희생될까요?
지난 10여 년 동안 가상 팀은 나름대로 특별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저는 가상 팀이 전통적인 형태의 팀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상 팀이 등장했을 때 인터넷과 맞물려 환상이 컸지만, 가상 팀을 통해 그동안 꿈꿔온 이상을 실현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가상 팀을 운영할 때도 업무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전통적인 형태의 팀을 운영할 때와 같은 횟수만큼 팀원들끼리 얼굴을 보고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심지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팀을 운영할 때보다 더 자주 만나야 할 때도 있죠. 아무리 구조가 튼튼한 가상 팀이라도 모든 팀원이 참석해 점심식사를 곁들인 회의를 진행하고,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중간 점검하고, 보고도 실시간으로 해야 합니다. 팀 구성원이 누군지, 팀이 맡아야 하는 주요 업무가 뭔지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가상 팀을 효과적으로 꾸려나갈 수는 없습니다.”
팀이 제대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직 내에서 팀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재고해봐야 하나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팀원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게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물론 이는 잘못입니다. 개별적으로 처리했을 때 더 잘해낼 수 있는 일들이 수없이 많으며, 개별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앞서 언급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죠.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팀워크를 발휘하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혹은 ‘집을 아예 짓지 못할 수도 있다’입니다.
협동이 업무 성과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방해만 할 때도 많습니다. 특히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협동이 걸림돌일 때가 많죠. 리더에게 주어진 과제는 개개인의 자율성과 전체 행동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겁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개인주의로 나타나는 폐단에 관해 우려할 때가 대부분이죠. 물론 팀이 지나치게 강하고 지배적인 성향을 나타낼 때 개개인의 주장, 공헌도, 학습 효과가 사라져 개인주의 못지않은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극단적인 형태는 조직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연구 대상으로 관찰했던 팀에서는 팀원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가치 있게 여겨졌기 때문에, 개인들이 팀 전체의 조화를 깨뜨릴 것을 우려해 스스로의 역할을 축소시켰습니다. 업무 추진 도중 팀원 중 일부는 실패 가능성을 감지했지만 아무도 이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죠. 팀원들이 문제가 있는 관행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겁니다. 저는 금융위기가 일어난 상황도 비슷한 경로를 거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용기를 내려면 위험이 따릅니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 목소리를 높이면 이상적 세계에서건, 현실 세계에서건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옳은 일을 했다고 항상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리더, 괴짜, 평범한 팀원 그 누구라도 팀원으로서 진실을 말하는 데는 위험이 따릅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는 일이 어려운 거죠.”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월 호에 실린 ‘Why Teams Don’t Work’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HBR 선임 편집위원인 다이앤 코투가 하버드대 J 리처드 해크먼 사회조직 심리학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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