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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육군 리더십센터 단장 인터뷰

일반 기업 인재 선발 과정 너무 짧아…채용에 드는 시간•비용 아끼지 마라

DBR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채용 과정이 길수록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결코 짧은 면접이나 서류 심사로 평가하고 재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육군사관학교의 인재 양성과 리더십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김기훈 육군 리더십센터 단장(준장)이 국내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에게 던진 충고다. 동료에게 나의 목숨을 맡겨야 하고,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해올 수도 없는 군대에서는 적합한 인재를 뽑아 훌륭한 리더로 길러내는 일이 그 어느 조직보다 중요하다. 김 단장은 “3개월을 같이 지내면 그 사람의 머릿속이 보이고, 1년이 지나면 영혼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며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지원자의 속성을 낱낱이 파악하는 채용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대에서 원하는 인재의 요건은 무엇입니까?
 
“자질(be), 능력(know), 행동(do)의 3박자를 다 갖춘 사람입니다. 올바르고 유능하며 실천력이 뛰어난 사람이 바로 군대가 원하는 인재죠. 군대는 민간 기업과 달리 항상 동료와 생사고락까지 함께해야 합니다. ‘이 사람이라면 전쟁터에 나가 함께 싸울 수 있겠구나. 이 사람을 위해 내 목숨을 희생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군대가 원하는 최고의 인재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체력도 중요한 인재 평가 기준입니다. 강원도에 위치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의 훈련장에 가면, 일반 훈련과는 달리 전문적으로 북한군 역할을 해주는 부대가 있습니다. 실제 전쟁과 매우 흡사한 모의 전투를 벌이는데, 이때 모든 사람이 절실히 느끼는 게 체력 부족입니다. 전쟁터에 있기 때문에 다쳐도 치료해줄 사람이 없고, 식사도 용이하지 않으며, 어느 한쪽이 이기지 않으면 전투는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체력이 부족한 인재는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과 조직 전체에 부담을 주죠. 인재 채용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덕목이 체력입니다. 여기에는 군대와 민간 조직의 차이가 없어요.”
 
군대의 인력 채용 시스템이 일반 조직의 채용 시스템과 다른 점은 뭔가요?
 
“장교를 선발할 때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군대나 일반 기업이나 채용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단체 합숙 생활을 하기 때문에 좀더 엄격한 검증이 이뤄진다는 게 군대 채용의 장점입니다. 장교가 되려면 대학 4년, 학군단(ROTC) 2년, 3사관학교 2년을 거쳐야 합니다.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죠.
 
군대의 채용 시스템과 비교하면 일반 기업의 채용 과정은 너무 짧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류 전형, 면접, 기껏해야 하루 이틀 정도의 합숙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직에 잘 맞는 인재인지, 그 사람의 내면은 어떤지를 일일이 파악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물론 채용 과정이 길어지면 기업이 치러야 할 시간 및 비용 부담은 커지겠죠. 하지만 사람을 잘못 뽑아서 조직이 감당해야 할 위험보다는 채용 과정이 긴 편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이익 아니겠습니까.
 
저는 부하들에게 ‘3개월을 같이 지내면 그 사람의 머릿속이 보이고, 6개월을 지내면 마음속이 보이고, 1년이 지나면 영혼 속까지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군대처럼 몇 년씩 함께 합숙 생활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업들은 인재 채용 과정에서 지금보다는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의 채용 방식이 독특한 점은 또 있습니다. 군대는 필요 인력을 한꺼번에 선발하지 않고 나눠서 선발합니다. 장교의 경우 임관 2, 3년차 가운데 승진 대상자의 50%를 뽑고 4, 5년차에서는 60%, 6년차에서는 30%를 선발합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짧은 기간에만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을 뽑는 거죠. 이게 바로 채용 과정이 길수록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군인은 동료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기 때문에 평판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듯한데요.
 
“평판이 정말 중요한 조직이 바로 군대입니다. 저는 이제까지 25곳의 부대를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저와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있는 데다 그 사람들도 계속 부대를 바꾸기 때문에, 저에 대한 평판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갑니다. 다른 군인들도 마찬가지죠. 때문에 제가 어느 곳에 있는 부대를 가도, 저에 관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의 냉철한 평가를 계속 받아야 하므로 스스로에 대한 관리가 그 어느 조직보다 필요합니다.
 
지금 나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 사람을 언제, 어느 자리에서 다시 볼지 모릅니다. 설사 이 사람은 다시 볼 일이 없다 해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직장인들이 이직할 때도 제일 먼저 이전 직장에서의 평가가 어땠는지를 점검하잖아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박한 평가를 내린다면 무조건 그걸 억울해하거나 분해하지 말고, 이 사람이 왜 이런 평가를 내렸는지,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냉철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업무 능력이나 인성 면에서 자기 계발을 할 기회도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군대 조직의 특성상 팀워크가 매우 중요합니다. 팀워크가 안 좋은 인재들은 특정한 행동 유형이 있나요?
 
“윗사람에게 아부는 잘하지만 실제 업무 성과는 별로인 사람, 부서 이기주의가 강한 사람, 편법을 부리거나 정도(正道)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행동 유형이 사격 시험에서 점수를 속여 올린다거나, 다른 부대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부대에 인력 및 물자 지원을 몰아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가족 관리를 잘 못하는 사람도 팀워크가 나쁩니다. 특히 부하 직원의 부인들에게 자신도 상관인 양 행세하는 부인을 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일으킵니다. 군대의 불문율 중 하나가 ‘가족이 진급을 도와줄 수는 없어도 하루 아침에 망칠 수는 있다’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왔겠어요.
 
팀워크가 왜 중요하냐고요? 똑똑하고 우수한 한 명보다 똑똑하지도 우수하지도 않은 여러 명이 뭉치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특전사에서만 실시하는 ‘천 리 행군’이라는 지옥 훈련이 있습니다. 완전 군장으로 무려 400km를 일주일 안에 주파해야만 하죠. 아무리 훌륭한 군인이라도 혼자서는 도저히 400km를 걸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부대원과 협력하면 누구나 이 고된 훈련을 완수합니다. 힘이 좋은 친구들이 약한 친구들을 도와 쌀, 총 등을 대신 메주니까요. 힘이 아주 좋은 친구들은 대여섯 명이 일주일간 먹을 분량을 넣고 다니기도 합니다.”
 
체력 조건 등 군대가 원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좋은 평가를 받는 인재들은 어떤 유형인가요?
 
“불평불만이 적은 사람입니다. 근무지나 보직에 민감한 군인들이 좀 있어요. 언제나 좋은 부서, 대도시에 가까운 근무지에 배치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유달리 이런 걸 따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남들이 굳이 하지 않으려는 보직이나 근무지를 맡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연히 후자에게 더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죠.
 
근무 평가 발표 후 ‘상관이랑 궁합이 안 맞아서 열심히 일하고도 인정받지 못한다’ ‘나는 성격이 활발한데 상관은 너무 내성적이어서 내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안 좋게 본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 몰라도 결국 상관도 바뀝니다. 현재의 상관과 영원히 함께 일하는 건 아니거든요. 지금 내성적인 상관을 만나 점수를 잘 못 받았어도, 다음에는 활발한 상관을 만나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억울하더라도 겉으로 이를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국 좋은 평가를 받아요.
 
사병들의 배치 상황을 보죠. 과거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아들을 군대에 보냈던 많은 부모님들이 ‘밥이라도 배불리 먹도록 우리 애를 취사병으로 보내달라’며 난리였습니다. 요즘에는 행정병으로 보내달라는 부탁이 많아요. 어떤 분이 소총병 보직을 받은 아들을 행정병으로 보내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더군요. 들어줄 생각도 없었지만, 행정병 업무가 많아 밤에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렵다고 말해줘도 제 말을 안 믿었습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난 후 아들이 행정병이 싫다고 하니 그제야 소총병으로 보내줄 수 없느냐고 다시 묻지 뭡니까. 이 모든 게 다 남의 떡만 커 보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예산과 인사권이 몰려 있는 부서, 윗사람과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부서에 가고 싶어 하죠. 하지만 그 인기 부서라는 것도 결국은 돌고 돕니다.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은 게 모든 윗사람의 마음입니다.”
 
일반 기업의 인사 담당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대 조직이라고 해서 무조건 상관이 자신의 의견만 밀어붙이는 건 아닙니다. 제 계급이 준장이지만 이등병에게조차 업무 시간 외에 다른 일을 시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부하들에게 강압적으로 지시하면 물론 시키는 일이야 하겠죠. 하지만 부하의 마음이 본질적으로는 바뀌는 건 아니거든요.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일과, 제가 시켜야 하는 일의 타협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항상 자신이 아닌 수요자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고 조직도 건강해집니다. 아침 회의를 8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죠. 제 입장에서야 8 회의를 시작하는 게 별문제가 안 되지만, 지방에서 오는 참석자 중에는 새벽 3시에 일어나야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회의 시간을 약간 늦춰야 되죠.
 
인재 채용에서도 이런 원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 구직난이 워낙 심하다 보니 사람을 뽑을 때 ‘우리가 당신에게 수혜를 베푼다’는 태도를 보이는 기업들도 있는데, 이런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김승환 인턴연구원(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김기훈 단장은 육사 36기로, 대전대 행정대학원 석사다. 1공수특전여단장, 연합사 지구사 작전처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등을 지냈다. 2009년 4월부터 육군 리더십센터 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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