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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위한 회의 방법론

회의는 경영이다

신종섭 | 37호 (2009년 7월 Issue 2)
강력한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성과를 낸 기업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바로 독특하고 효율적인 회의 문화입니다. 선도적 기업들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회의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직장인들 대부분은 회의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회의 문화 업그레이드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이 성공의 열쇠
우리 시대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닌텐도와 아이팟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공통점이 있겠지만, 닌텐도와 아이팟 모두 산업 내 최고의 기술을 집약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많은 사람들은 산업 내에서 최고의 기술을 활용하거나 최저가 상품을 만들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낮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을 구사해 후발주자였음에도 전자,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선진 기업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을 사오거나 모방한 후 낮은 인건비, 규모의 경제 등을 기초로 원가를 낮추고, ‘점진적 혁신’을 통해 기존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며 차별화된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글로벌화와 경쟁 격화 등으로 상당수의 기술이 범용 기술로 변했으며, 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술 평준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제 기술 개발을 통한 차별화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미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선도적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 개발 외에 신시장 창출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사실 현재의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대다수 고객들은 제품의 성능 가운데 50%도 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금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더 이상 모든 성능을 갖춘 가장 뛰어난 제품이 아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제품을 원한다. 이제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원가나 노무, 기술 개발, 생산 효율이 아니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전략을 바탕으로 한 고객 가치 창조, 즉 창조 경영이다.
 
창조 경영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끊임없는 조직 혁신과 외부 환경 변화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관행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변화와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은 변화가 매우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은 경영진이 주도할 수도 있고, 고객 접점의 작은 변화를 감지해 아래에서 위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변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어느 한 부분의 노력만이 아니라 일부에서 감지한 변화를 공유하고 이슈화해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회의다.
 
회의도 경영이다
기업은 크든 작든 항상 문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문제를 발견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회의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기업의 회의는 조직 문화의 결정체다. 이제 회의는 경영의 대상이자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집단적 의사결정은 개인에 의한 의사결정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개인보다는 집단이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단은 문제의 정의나 대안 도출, 예상되는 결과에 대한 평가 측면에서 훨씬 폭넓고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특히 회의 참가자들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의사결정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고 실행 과정에서 심정적 지지를 보낼 수 있다.
 
집단 의사결정 수단으로서의 회의는 단순히 문제 해결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한 책임감 향상, 업무 몰입도 향상 등 다양한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선도적인 기업들은 <그림1>에서 보듯 회의를 통해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 

성공한 기업의 회의 문화
기업의 회의 문화가 기업 성과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회의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는 하루 일과의 절반 이상을 회의에 사용하고 있다. 경영학자인 헨리 민츠버그가 5주간 정보기술(IT) 기업 CEO 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은 하루 평균 8건의 회의에 참석하면서 하루 일과의 약 70%를 회의에 투자하고 있었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주요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직 문화에 맞는 생산적 회의 문화 형성에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국내외 기업들의 회의 혁신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1) GE
의 회의 문화
GE의 대표적인 회의 방식은 너무도 잘 알려진 워크아웃(work-out)이다. 13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GE의 번영에는 1980년대 잭 웰치 회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81년 거대한 공룡으로 변해버린 GE의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바꿔놓기 위해 워크아웃을 제안했다. ‘워크아웃’은 문자 그대로 ‘일(work)을 몰아낸다(out)’는 의미로,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업무 처리의 비효율을 개선해 속도감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빠른 속도와 단순화, 조직원의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춘 GE 워크아웃의 성공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있다.
 
①회의 전문 진행자인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참여한다. 전문 퍼실리테이터가 참여하고, 리더는 임무를 부과한 후 자리를 떠남으로써 솔직한 의사소통 문화 속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②스폰서의 역할이 명확하다. 스폰서가 회의 자리에서 곧바로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에 GE도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GE의 워크아웃에서는 회의 중 나오는 제안의 75%에 대해 의사결정자가 그 자리에서 ‘예스’나 ‘노’라고 답하고, 나머지 25%에 대해서는 추후 기간을 두고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③구체적인 회의 내용과 목표를 제시한다. GE는 워크아웃을 시작하기 전에 회의 참석자들에게 회의에서 다루는 사안의 구체적 내용과 달성 목표를 제시해 효율적인 회의 진행이 되도록 방향을 정해줬다. 그리고 채택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그 실행 과정을 정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측정 지표를 사용해 누구나 결과를 알 수 있게 했다.
 
④조직원에게 확신을 심어준다. 확신과 신뢰가 없으면 좋은 결과도 나올 수 없다. 워크아웃은 전 직원에게 자신감을 심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접근하기 쉬운 문제 해결에서부터 시작해 직원들 스스로 업무를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또 의지를 갖고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CEO와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관리자들의 리더십 및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구성원들의 참여가 성공의 핵심이었다(이희균, 2004).
 
(2) 구글의 회의 문화
구글은 회의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즉 회의란 ‘회사 혹은 상품 개발의 방향을 설정하는 의사결정 시간이며,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참석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존경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동시에 각 팀의 업무와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하고 실행 가능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회의의 목표다. 마리사 메이어 구글 부사장은 성공적인 회의의 기본 원칙으로 다음 6가지를 제시했다.
 
①명확한 회의 주제 회의 시작 전에 참가자들이 명확한 회의 주제(agenda)를 공유해야 한다. 이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회의를 통해 이뤄야 할 목표를 명확히 해주며, 얻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②회의록 작성 이는 다른 회의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구글의 회의에서 회의록은 또 하나의 기능을 가진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줄여준다는 점이다. 구글의 회의실 벽에는 각종 디스플레이가 걸려 있다. 한쪽 벽면에는 발표 자료, 바로 옆에는 작성 중인 회의록 화면이 떠 있다. 이를 동시에 보면서 회의를 진행한다. 잘못된 점이나 모순된 내용을 그 자리에서 바로잡기 위해서다. 회의를 하면서 서로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오해하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구글의 회의록은 이렇듯 중요한 내용을 서로 공유하지 못하거나, 구두 발언을 다르게 해석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줄이기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팀원들도 회의록을 통해 회의 내용과 결정 사항, 전략적 방향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③자투리 시간 활용 많은 기업들이 회의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반면, 구글에서는 ‘마이크로 미팅(micro-meeting)’이라는 이름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꼭 회의할 문제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 작은 주제를 다룰 때, 혹은 큰 주제를 세부 주제로 나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주제에 따라 5∼10분 혹은 업무 중간의 짧은 시간 동안 소규모 미팅을 할 수 있다. 회의 대기 시간을 줄이면 업무의 흐름이 끊기거나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④오피스 아워 운영 메이어 부사장은 매일 오후 4시부터 90분간 ‘오피스 아워(office hours)’를 갖고, 먼저 찾아오는 순서대로 회의를 진행한다. 이 시간 동안 최대 15건의 회의(1건당 약 6분 소요)를 할 수 있다.

⑤정치 지양, 데이터 활용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회의에서는 개인적인 호불호, 혹은 사내의 정치 구도에 따라 의사결정이 좌우되곤 한다. 그러나 구글에서는 철저히 데이터에 의한 판단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결정하는 회의에서는 디자인의 장점과 성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명확히 정의된 매트릭스를 활용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단순히 ‘느낌이 좋다’ 식의 판단이 아니라, ‘10% 성능 개선 가능’ 등의 명확한 근거로 디자인을 결정한다.
 
⑥시간 준수 구글의 회의실 벽에는 큼직한(4feet tall) 타이머가 비치돼 있다. 회의가 시작되면 대형 화면에 타이머가 카운트다운 되면서 남은 시간을 분 단위로 보여준다. 이 타이머는 회의를 정시에 끝내라는 미묘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그만큼 타이트한 회의로 집중력을 높이고, 참석자들도 각자의 스케줄을 지킬 수 있다.
 
(3) 삼성의 회의 문화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2004년 7월 26자)는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속도 경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속도 경영의 성공 요소 중 하나는 효율성으로 대표되는 회의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의 회의 문화는 간단히 ‘337 원칙’으로 정리할 수 있다. 회의에 필요한 3가지 사고(3 ways of thinking), 3가지 원칙(3 principles), 7가지 지침(7 rules)을 뜻한다.
 
①3가지 사고는 계획된 회의를 위한 준비 단계다. 모든 일에는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하듯, 회의를 잘하려면 준비가 잘돼야 한다. 즉흥적인 회의를 하면 참가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들어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또 제대로 준비가 안 돼 효과적인 회의가 진행되기 어렵다. 3가지 사고는 다음과 같다.

-
꼭 필요한 회의인지 점검하라. 이 회의는 꼭 필요한 회의인가?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 것은 아닌가? 회의 외에 더 좋은 수단은 없는가?
- 회의가 꼭 필요하다면 가급적 간략히 하도록 노력하라. 참석자를 줄일 수 없는가? 빈도, 시간, 배포 자료를 줄일 수 없는가? 좀더 원활하게 운영할 수는 없는가?
- 일단 회의를 하기로 했다면 다른 회의와 통합하거나 위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 다른 회의와 겸할 수 없는가? 권한 위임으로 해결할 수 없는가? 다른 회의에서 해도 좋은 내용은 아닌가?
 
②다음 3가지 원칙을 잘 활용하면 회의의 비생산성과 폐해를 막을 수 있다.
- ‘회의 없는 날’을 운영한다.
- 회의 시간은 한 시간을 원칙으로 하고, 최대 한 시간 반을 넘지 않도록 한다.
- 회의 기록은 한 장으로 정리한다.
 
③7가지 지침은 앞의 3가지 사고와 3가지 원칙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회의 방법론이다.
- 시간을 엄수하라. 정시에 회의에 참석하고, 끝나는 시간을 정해 시간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 모든 회의에는 기회비용이 지출됨을 기억하고 인지하라.
- 회의에는 꼭 필요한 적임자나 담당자만 들어오도록 해 참석자를 최소화한다.
- 쓸데없는 토론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의사결정, 정보 공유 등 회의 목적을 명확히 한다.
- 회의 자료를 미리 나눠줘 참석 전에 의제를 검토하도록 한다.
- 참석자 전원이 발언하고, 발표된 의견은 서로 존중한다.
- 결정 사항은 반드시 최대한 요약해 기록한다.
 
(4) 한국도로공사의 회의 문화
일반적으로 공공 부문의 변화와 혁신은 사기업보다 훨씬 더디고 힘들다. 수직적 위계질서와 규정을 기본으로 한 공공 부문의 조직 특성상 변화의 속도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일은 쉽지 않다. 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공 부문에 민간 기업의 효율성을 도입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는 GE의 워크아웃-타운미팅을 공사의 특성에 맞게 수정한 ‘이노미팅’을 개발해냈다.
 
이노미팅은 ‘성과를 창출하는 혁신이 일어나는 만남(innovation+meeting)’이라는 뜻으로,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의 한 방식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일상적인 회의나 워크숍 외에도 학습 조직(community of practice) 운영, 교육 프로그램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노미팅이 GE의 타운미팅과 다른 점은 2가지다. 하나는 스폰서의 의사결정 과정이 회의 과정과 분리돼 별도로 운영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내 퍼실리테이터(이노미팅에서는 ‘이노코디’로 칭한다)가 회의를 이끈다는 점이다.
 
한국도로공사가 공기업 혁신 업무를 추진하면서 수년간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은, 혁신에는 ‘전문가’와 ‘도구’ 그리고 ‘활동의 장(場)’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이노미팅은 이러한 요구에 따라 도구(문제 해결 방법론)를 만들고, 전문가(이노코디)를 육성했으며, 혁신 활동의 장을 제공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노미팅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함께 책임진다.
이노미팅은 참석자 모두 함께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자세를 기본 철학으로 한다. 참석자 모두가 함께하는 협력적 회의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또 상사의 권한이나 파워에 의해 팀의 의사결정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 참가자들은 이노미팅을 통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행동 계획을 실행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강한 책임감을 부여하게 된다.
 
②누구나 쉽게 프로세스와 도구를 배워 참여할 수 있다. 보통 회의와 워크숍에서는 채워야 할 질문과 양식만 있을 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제시돼 있지 않은 사례가 많다. 이노미팅은 논리적 사고에 따른 정확한 문제 해결 방법론을 갖고 회의 프로세스 전문가인 이노코디가 함께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배우고 참여할 수 있다.
 
③회의 결과물은 학습 조직을 통해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모든 회의의 문제점인 결과 없는 회의를 피하기 위해 이노미팅에서는 실행 계획까지 포함해 회의를 설계하고, 회의에서 나온 결과물은 학습 조직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연계시켰다. 그리고 그 성과물을 내부 경진대회를 통해 평가 보상함으로써 회의를 통한 직접적인 성과 향상을 유도했다.
 
④도전과 창의의 가치를 전파하는 장으로 회의를 활용한다. 대부분의 회의는 상사의 일방적인 지시로 진행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창의적인 가치를 발휘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이노미팅은 사내 퍼실리테이터인 이노코디를 회의 전문가로 기용함으로써 일방적 지시나 명령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거침없는 소통의 기회를 주어 함께 만들어가는 회의 문화를 가능케 했다.
 
회의에도 방법이 있다
이 4개 기업들의 회의 문화를 살펴보면, 각 조직의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개념이 있다. 바로 회의의 프로세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회의를 위한 준비’ ‘효과적인 회의 진행’ ‘결과에 대한 공유 및 현장 실행과 리뷰를 통한 성과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회의를 위한 사전 준비다. 이는 회의 진행을 위한 계획이나 예산 등의 좁은 의미뿐 아니라, 넓게는 회의에 대한 회사의 철학을 공유하고 회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효율적, 합리적 회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단계를 뜻한다. 이후의 효과적인 회의 진행 단계와 성과 창출을 위한 출발점이자, 그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회의 문화의 종착점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 단계에서는 회의가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회의의 목적과 얻고자 하는 결과물은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주제를 공유해야 한다.
 
다음은 실질적인 회의 진행 단계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요소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회의 목표 의식, 자유로운 의사 표현,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회의 시간의 준수, 적절한 의사결정을 들 수 있다.
 
회의 진행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일관된 생각을 갖고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 저항과 두려움을 없애줌으로써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드는 데 리더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책임감과 참여 동기를 유발하려면 리더는 자신이 가진 정보, 권한, 책임감을 그들과 공유하고, 조직에 그들을 깊이 관여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활발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앞장서야 한다. GE처럼 리더가 실제 회의에서 빠지고 외부의 전문 진행자(facilitator)가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회의는 <그림2>와 <그림3>처럼 참여자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중 참여적 리더와 진행자는 회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참여자들을 독려(facilitative behavior)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풀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회의 참석자 모두에게 심어주고, 특히 회의(會議) 회의(懷疑)론자들에게 ‘집단 의사결정은 개인의 의사결정보다 우수하다(1+1>2)’는 기본 전제 아래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또 진행자는 회의 내용이나 절차가 예정된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회의 방향이 잘못돼가고 있을 때 이를 바로잡아줘야 한다. 진행자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도록 독려하며, 평등한 발언권이 주어지도록 하고, 회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발언권을 독점하는 사람을 통제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회의 시간 내에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회의 시간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팀 구성원들은 회의의 목적과 내용을 잘 알고 참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 단계에서 회의의 목적과 의제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고 준비해둬야 한다. 회의를 주어진 시간에 효율적으로 마치는 것은 리더나 진행자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전 구성원이 제 역할을 다할 때 가능하다. 인텔의 회의실 슬로건은 참여하는 팀 구성원의 역할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
당신은 회의 목적을 알고 있습니까?
- 회의의 안건이 있습니까?
- 당신의 역할을 알고 있습니까?

회의 참가자들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동일 언어권 안에서는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는 회의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사결정 혹은 집행으로 직접적인 비용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사전에 설정된 안건 중심으로 시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들으려고 노력하고(listening), 자신의 의견 또한 정확하게 전달하는(conveying)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상대방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그 자리에서 바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tracking). 
 

구글은 “각자의 고유한 경험과 가정, 신념, 지식 등을 반영하는 인식의 차이는 오해와 혼란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비용으로 직결된다”는 인식 아래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다.
 
마지막은 회의 결과 정리 및 공유, 현장 실행과 리뷰를 통한 성과 창출이다. 많은 기업에서 회의는 회의 그 자체로서 마무리되곤 한다. 그러나 선도기업들은 회의를 성과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실행으로 옮겨져 성과로 연결돼야 한다. 합의된 결과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조직 자원의 낭비일 뿐이다. ‘우리가 만난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는 목적을 달성했는가? 다음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3가지 요소는 회의 결과를 정리할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할 사항이다. 특히 실행 계획과 관련해 누가, 언제, 무엇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명시해 주요 이해관계자 모두가 실행 계획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회의의 목적은 실행 그 자체가 아니라 목표 달성이다. 따라서 회의 이후 계획된 목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review)하는 절차를 정하고, 목표 수준을 관리해야 한다. 회의 결과를 실행에 옮기고 목표 달성 수준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리더의 일관된 입장을 보여주는 일종의 시그널로 작용해, 추진 목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구성원들을 함께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회의 문화와 혁신, 창조 경영
조직 문화와 조직 효과성에 관한 연구(박순애 외, 2006)에 따르면, 창의적이고 참여적인 회의 문화는 조직 효과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효과성을 직무 만족, 직무 몰입, 조직 몰입의 형태로 나눠 각 항목 간 인과관계를 분석한 이 연구에서 구성원들은 회의를 통해 창의적인 의견들이 많이 제시되고,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면서 회의가 원래 의도했던 목적을 이뤘을 때 업무에 대한 성취감을 느꼈다. 이는 직무 만족도와 조직 몰입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결국 우리가 살펴본 효율적인 회의 문화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효율적인 회의 진행 프로세스를 통해 회의가 단순히 정보 전달이나 신변잡기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참여하게 함으로써 집단 의사결정에 따른 조직 성과를 더욱 높이며, 의사결정 과정에 조직원 스스로가 참여하게 함으로써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문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쌍방향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지식 공유를 위한 ‘열린 기업 문화’ 및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하는 ‘학습 문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 열린 기업 문화와 학습 문화는 기업의 자기 혁신을 바탕으로 한 창조 경영에 필수적인 요소다. 결국 올바른 회의 문화 구축은 곧 창조 경영을 위한 엔진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패트릭 렌시오니는 저서 <Death by Meeting>에서 회의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회의가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회의를 통해 우리가 내린 결정들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영향을 미친다.
 
작은 회의 방식의 변화는 나비 효과를 일으키며 기업 전체를 변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기업의 미래를 바꾸는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제품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조직 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무수한 아이디어들을 발굴하고 발전시킴으로써 탄생했다. 우리는 이미 조직 내에 있을지 모르는 혁신의 아이디어들을 지루한 회의로 묻어버리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MBA를 졸업하고,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도로공사 경영&서비스 아카데미 팀장을 맡고 있으며, <창조경영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 Inno-Meeting> 등의 저서가 있다.

참고 문헌
김영안 외, <회의가 경쟁력이다>, 도서출판 새빛, 2008.
김영한 외, <삼성처럼 회의하라>, 청년정신, 2004.
김한얼, ‘닌텐도의 파괴형 혁신과 산업 리더십’, 동아비지니스리뷰 26호, 2009.
박순애 외, ‘성과 지향적 조직 문화와 조직 효과성’, 한국행정학보 제40권 제4호, 225∼25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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