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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 기억해야 할 인재 채용 비법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 아라오즈 | 34호 (2009년 6월 Issue 1)
기업들은 경제 위기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거나 생존 자체에 매달려야 할 때 인력을 감축한다. 그러나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제난이 잠잠해진 후 몇 달만 지나면 인력 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이 많다.
 
2001년 9·11 사태 이후를 보자. 당시 세계 경제 전망은 암울하기 그지없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에 돌입했고, 엔론이 쌓아 올린 유리의 성은 무너져 내렸다. 다른 기업에서도 엔론과 비슷한 회계 부정 사건이 줄줄이 터졌다. 사스(SARS)의 공포는 아시아를 강타했다. 2003년에는 이라크 전쟁까지 발발했다. 세계 경제는 침체에 빠졌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가장 경쟁력 있는 인재들만을 회사에 남겨뒀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조직을 정비하고 자사의 인력 상황 점검을 마친 명민한 기업들은 인재 유치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이 기업들은 남들보다 앞서 미래에 대비한 인재 충원에 나섰다. 2003년 6월에 이르자 치열한 인재 쟁탈전이 벌어졌다. 이후 기업들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8년까지 인재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불황이 끝나지 않은 지금도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특히 신흥 시장에서 인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즉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 임원진을 대체할 젊고 유능한 관리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이 글에서 인재 고용과 기업의 장기 실적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우리의 조사 및 다른 권위 있는 조사 내용들을 바탕으로 최고위급 관리자를 고용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조사 소개 참조). 우리가 아는 한, 이 글은 인재 채용에 관한 일련의 실무 지식을 모두 기술한 최초의 글이다.
 
이 글에는 인력 채용의 전 과정이 7단계로 나눠져 있다. 바로 신규 채용 수요 예측 업무의 세부 내역 파악 채용 후보 풀 구성 후보자 평가 계약 체결 신규 채용자의 기업 내 융화 채용 과정의 상세한 검토 및 평가다.
 
우리의 조사는 상위 3등급에 해당하는 인재 즉 최고위급 경영자, 그의 직속 하위 경영자, 직속 하위 경영자의 직속 하위 관리자 채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최고 X 집단’이라 일컫는다. 이때 X는 기업 내 지도층 풀을 구성하는 고위 경영자의 수를 뜻한다. 이 풀의 규모는 다양하다. 중소기업에서는 2050명, 대규모 다국적 기업에서는 최대 1000명에 이른다. 우리의 조사는 내부 채용이 아니라 주로 외부 채용 인재에 관해 다루고 있다.
 
물론 현재 인력 감축이라는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방침을 고려해야 하는 경영자에게는 인재 채용 문제가 시급히 고려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 어떠한 상황이 펼쳐지건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인재를 채용하고 보유하는 법을 배운 기업만이 향후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인재 채용 현실은 ‘낙제점’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황이 절박해진 다음에야 인재 고용에 나선다. 때문에 그들은 제대로 된 인재 채용을 하지 못한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50명 및 다수의 경영자 채용 컨설턴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는 인재 채용이 놀랄 만큼 모호한 과정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파악했다. 응답자들은 주관적인 선호도나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조직의 전통에 크게 의존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조사에 응한 경영자들은 바람직한 신규 채용 인재상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내부 인재를 채용할 것인가,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것인가, 채용 과정에 누가 참여해야 하는가, 어떠한 평가 툴이 가장 적합한가, 성공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보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저마다 다른 의견을 털어놓았다.
 
경영자 채용 컨설턴트의 43%는 고객 회사들이 인재 채용의 최우선 조건으로 ‘관련 업무 경력’을 꼽았다고 답했다. 반면 다른 24%는 ‘팀 내에서 협업할 수 있는 능력’에 비슷한 비중을 뒀다고 답했다. 하지만 ‘채용 후보가 새로운 일을 습득할 준비가 돼 있는가’를 중점 고려했다는 답변은 11%에 불과했다. 이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및 경제 환경은 ‘과거조차 예측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안정하다. 때문에 이처럼 채용 후보자의 적응력을 간과하는 일은 실로 불합리하다.
 
채용 후보 평가 방법도 다양했다. 심지어 같은 기업 내에서조차 이러한 양상이 나타났다. 32%의 기업에서는 고위직 채용 후보들이 15단계의 면접을 거쳤다. 반면 12%의 기업에서는 고위직 채용 후보들이 무려 21번 이상의 면접을 거쳤다.
 
놀라운 일은 채용된 최고 X 관리자의 절반만이 그 회사의 최고위급 경영자와 면접했다는 점이다. 절반 정도의 기업들은 채용 담당자의 직관에 따라 ‘어떤 업무를 맡겨도 잘해낼 것’으로 보이는 후보자를 뽑았다. 기업들은 채용 결정 시 주로 면접을 중시했다. 반면 상세한 인물 조회나 평판 조회에는 상대적으로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조사 결과는 기업들의 인재 채용에 어떤 기준이나 일관성도 없음을 잘 보여준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의 인재 채용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유능한 신규 채용자의 3분의 1이 ‘입사 후 3년 이내에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우리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 사실은 대다수 CEO들이 자사의 인재 채용 현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부 경영자들은 은퇴를 앞둔 관리자들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재 채용이 시급한 자사의 인력 상황도 파악하지 못했다. 인력 부족 문제가 닥쳐오리라는 점을 알고 있는 경영자들도 이에 적절히 대비하지는 못했다.
 
조사 결과로 다음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업들은 훌륭한 인재 채용이 자사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재 채용의 7가지 절차 중 하나라도 훌륭히 해내는 기업은 얼마 없었다. 인재 채용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 사우스웨스트 항공, 맥킨지, 인튜이트, TCS 등 그야말로 소수에 불과했다. 고위급 인재를 채용할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칙도, 인재 채용 각각의 단계에서 탁월한 처리를 보여주는 기업도 없었다.
 
기업은 이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 인재 채용을 깜짝 행사로 여기면 안 된다. 엄중하고 전략적이며 객관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최고의 인재 채용 방법을 구축해야 한다. 즉 현재의 채용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기업들은 관리자 교육을 통해 효과적인 인재 채용 방안을 마련하고, HR 관리자들이 이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부터 인재를 채용할 때 생기는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살펴보자.
 
1단계 수요 예측
우리는 50대 주요 글로벌 기업의 CEO들에게 향후 3년간의 매출 전망을 물었다. 대부분은 이 질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답했고, 일부 응답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품과 각 지역별 예상 매출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고위급 X 집단의 규모와 구성에 대해 질문하자 CEO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HR 책임자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은 X 집단에 관한 답변을 하는 데 힘들어했다. 대부분의 CEO들은 자사의 고위 관리자를 다양한 국적, 성별, 업무 경력을 가진 이들로 구성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포부를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채용 계획으로 옮긴 CEO는 거의 없었다. 자사의 비즈니스 실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재 유치 전략을 세운 경영자도 소수에 불과했다.
 
우수한 채용 방식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는 자사의 기존 최고위급 X 집단 풀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부터 인지하는 일이다. 회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최고위급 인재들 중 회사를 떠나는 이들은 분명히 나온다. 신흥 시장에서 풍부한 경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 힘들듯이, 좀처럼 쓸 만한 인재를 구하기 힘들 때도 있다. 따라서 유망한 사람들을 채용한 후 그들을 최고 인재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최소 2, 3년에 한 번씩 고위 지도층 인재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 다음 문제들에 관한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계획도 세워야 한다. 향후 몇 년간 얼마나 많은 인력이, 어떠한 직위에 필요할 것인가? 그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그런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향후 조직 구조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내일의 지도자를 찾고, 개발하고,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퀵북스와 터보택스 등으로 잘 알려진 소프트웨어 업체 인튜이트는 직원 채용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3년 5월 호에 실린 ‘데이터 광산의 다이아몬드(Diamonds in the Data Mine)’를 인용해보자. 인튜이트는 최고위급 경영자를 포함한 조직 전체의 연간 인력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 사내 인사이동 데이터, 직원 조회 프로그램, 외부 채용 현황, 인원 감소 예측 수치 등 다양한 HR 데이터들을 사업별 예산에 대한 부수 자료와 결합한 자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했다. 이 방법으로 인튜이트는 인재 수요의 90%를 정확히 예측해 채용 비용을 크게 줄였고, 직원들의 인사이동 및 교체 과정도 훨씬 수월해졌다.
 
2단계 상세 업무 내역 파악
대부분의 기업들은 리더십 역량 모형을 통해 관리자들에게 회사가 바라는 자질을 제시한다. 이 모형은 통상 전략적 사고, 명확한 비전 제시 등 일반적인 리더십 기술과 용기, 겸양, 진취성 등 인간적 특성을 강조한다. 이처럼 이상적인 인성, 업계 경력, 검증된 실적을 갖추고 있다면 그가 바로 완벽한 리더다.
 
문제는 이 이상적 리더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특정한 업무 기술을 정의한 후, 그에 따라 채용 후보자들을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HBR 2006년 5월 호에 실린 ‘리더는 휴대용인가?(Are Leaders Portable?)’라는 글은 고위직 업무에 필요한 일련의 기술, 이른바 ‘인적 자원의 포트폴리오 모델’을 고려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우리는 기업들이 이 모형의 기본 원칙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인재 채용 과정을 크게 개선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업무에 근거한 역량 해당 업무에서 향후 수년간 필요한 특정 능력은 무엇인가? 성장에 주력할 것인가, 흑자 전환에 주력할 것인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는 기업가형인가, 관리자형인가, 지도자형인가? 만약 우리 회사가 확장 기회를 맞았다면 채용 후보는 그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채용 후보가 향후에 맡을 업무와 그 직위에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팀에 근거한 역량 채용 후보는 향후 그가 맡을 팀을 이끌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가? 채용 후보가 보유한 기술 중 팀 내 다른 구성원도 갖고 있는 기술은 없는가? 후보는 팀 내 저항이나 정치적 역학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채용 후보가 팀을 꾸리기 위해 추가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가? 그래야 한다면 이 후보는 다른 유능한 경영자를 영입해 올 수 있는가?
 
회사에 근거한 역량 채용 후보가 우리의 조직 문화에 얼마나 잘 적응할 것인가? 회사가 제공하는 자원을 충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가? 후보가 우리 회사보다 풍부한 자원을 갖춘 기업에서 왔다면 우리는 비슷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가? 제공하지 못한다면 채용 후보는 현재 주어진 자원에서 자신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가?
 
3단계 후보 풀 구성
더 많은 채용 후보를 확보할수록 업무에 적합한 인재를 찾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기업의 인재 채용 과정에서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리더십 전문 교육기관인 창조적 리더십 센터(Creative Leadership Center) 조사에 따르면, 경영자 채용의 25%가 단 하나의 후보만을 고려 대상으로 삼았다. 많은 후보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수록 기업은 더욱 가치 있는 정보를 손에 넣고, 해당 업무에 정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도 다시 인식할 수 있다.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후보 풀을 확보할 때는 HBR 2007년 11월 호에 실린 조셉 바우어의 글을 참고하라. 그는 ‘사내 외부자’라고 명명한 집단을 채용 과정에 포함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내 외부자들은 기업의 전통과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있지 않아 자신의 조직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해외 지사에서 근무하거나 회사의 주력 분야가 아닌 부문을 경영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한 다국적 은행의 CEO는 자신이 조직에서 ‘잊혀진’ 일부 해외 주재원들을 승진시킨 일에 특히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채용 후보에 꼭 포함시켜야 할 집단은 ‘사외 내부자’들이다. 즉 고객, 공급업체, 사외 고문, 핵심 내부자와 긴밀하게 협조해 일해온 외부 인사 등을 말한다. 최고위급 X 후보 집단에는 내부자, 사내 외부자, 사외 내부자, 완전한 외부자가 다양하게 섞여 있어야 한다.
 
인재를 채용할 때 그 인재에 관해 가장 효과적인 정보를 입수하려면 채용 후보뿐 아니라 최고의 인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 즉 관련이 없는 사람들과 통화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당신이 원하는 자질을 갖춘 적합한 후보를 추천해줄 만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라. 공급업체, 고객, 임원진, 전문 서비스 업체 등이 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미국 생명공학업체 암젠의 CEO 케빈 셰어러는 고위급 인재를 구할 때마다 인력 관리 회사, 과거 함께 일했던 컨설턴트, 업계 동료, 임원진 등을 모두 활용한다. 이 전략은 훌륭한 후보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새로운 추가 후보들과 CEO를 연결시켜줄 인맥도 찾아준다. 하지만 셰어러처럼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체계적인 통로로 채용 후보들과 만나는 고위 경영진은 극소수다.
 
이 인맥 활용 전략은 내부 후보를 물색할 때도 큰 힘을 발휘한다. 포천 100대 기업 중간 관리자들의 경력 조사 결과를 보자. 동료들에게 잠재력 면에서 상위 30% 안에 든다고 꼽힌 사람의 14%가 임원 자리에 올랐다. 반면 하위 70%에 속한다고 평가받은 사람들 중에서는 불과 2%만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즉 동료들로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고위직에 오른 비율이 무려 7배나 높다.
 
우리는 기업들이 전 사업 부문에 걸쳐 잠재력이 높은 후보들을 두루두루 승진시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는 경영자들이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유능한 사내 외부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조직 내 장벽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경영진은 이 장벽을 부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채용 후보 물색을 끝내야 할 시점은 언제일까? 아무리 많은 후보가 있어도 10명 정도만 만나보면 충분하다. 이는 경험적, 이론적으로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신중한 검토 끝에 1012명의 우수한 후보자들을 추려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다.
 
4단계 후보자 평가
10년 전 많은 소비재 기업들은 투입한 광고비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수학 모형을 사용했다. 이것은 채용 절차의 효과를 평가할 때도 쓸 수 있다. 이 모형은 더욱 많은 후보들을 찾아내고, 후보 평가 방법을 개선하고, 채용한 후보에게 지급할 보수를 줄이며, 채용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비용을 투자할 때 투자의 기대 수익을 산출하도록 도와준다.
 
이 모형을 통해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후보 평가 방식을 개선하는 일이 후보 풀의 규모를 늘리는 일보다 3배 이상 수익성이 높다는 점이다. 선발된 후보에게 낮은 보수를 책정하는 일보다는 무려 6배나 수익성이 높았다.
 
훌륭한 인재 평가 방식은 훌륭한 후보를 선발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실제로 회사의 재무 상태와 시장 가치를 크게 향상시킨다. 회사는 CEO 후보를 체계적으로 물색하고 평가함으로써 연간 수익과 시장 가치를 30%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통상적인 인재 채용 비용은 후보 평가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투자수익률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시가총액 1억 달러 정도인 한 회사를 보자. 이 회사가 채용 절차의 질을 10%만 개선하면 1년 안에 200만 달러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시장 가치로 평가하면 30004000만 달러의 시가총액이 늘어남을 뜻한다.
 
물론 어떤 사람을 정확히 판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쉬운 일이었다면 경영자 구인 컨설턴트나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번성할 이유가 없다. 복잡한 직책에 적격인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는 일은 해당 업무가 갖는 독특성 및 가변성, 무형의 자질을 평가해야 하는 어려움, 후보 및 평가자들의 시간 제약과 같은 여러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보통 ‘평가 절차’라고 불리는 과정은 3가지 별개 과제로 이뤄진다. 후보들을 평가하고, 해당 직책과 자신의 회사를 우수한 후보자들에게 홍보하며, 새로운 후보의 적격성에 대한 조직 내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다. 세 번째 과제는 채용 후보가 외부 인사일 때 더욱 중요하다.
 
각각의 목적은 다른 목적과 충돌할 수 있다. 지나치게 엄격한 평가에 집중하면, 후보자는 자신이 난도질 당한다는 느낌을 받고 그 회사에 냉담해질 수 있다. 반면 후보에게 직책과 기업을 지나치게 홍보하면, 후보자는 그 회사가 절박한 입장이라고 느껴 자신의 몸값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내 합의 도출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정치 공작이 판을 칠 수 있다. 비밀리에 이직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다릴 수 없는 후보들을 제외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과오를 피하려면 다음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HBR TIP] 최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할 일
 
1. 미래의 인력 수요를 생각하라
많은 회사들은 새로운 자리가 났을 때만 고위 관리자들을 물색한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들은 최소한 2, 3년에 한 번씩 지도층 인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최고위급 관리자에 대한 인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례: 소프트웨어 회사 인튜이트는 조직 전반의 인력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 채용, 인원 감소, 사업 부문 예산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다. 그 결과 수년간 회사에 필요한 인력 수요의 90% 이상을 정확히 예측해왔다.
 
2. 큰 규모의 인력 풀을 구축하라
훌륭한 요건을 갖춘 채용 후보들을 알고 있을 만한 이들과 꾸준히 연락하라. 다만 일반적으로 유력한 사람들만을 고려하지 말라. 해외 지사 등에 있는 ‘내부 후보’, 회사에 대해 객관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사내 외부자’, 그리고 신뢰할 만한 전 직원, 고객, 공급업체, 기업 고문 등을 포괄하는 ‘사외 내부자’도 살펴라.
 
사례: 생명공학업체 암젠의 CEO 케빈 셰어러는 고위급 인재를 구할 때마다 인력 관리 회사, 과거 같이 일했던 컨설턴트, 업계 동료, 임원진 등을 모두 활용한다. 이 전략은 훌륭한 후보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새로운 후보들과 CEO를 연결해주는 추가 인맥도 확보해준다.
 
3. 후보 평가를 실시하라
부적합한 사람이 면접관이 되면 잘못된 사람을 뽑을 위험도 커진다. 최고의 면접관은 해당 직위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채용 후보의 인사 정보 조회에도 능한 사람이다.
 
사례: 명민한 관리자들은 행동 사건 면접(BEI) 방법을 습득한다. 이 방법을 익힌 면접관들은 채용 후보들에게 입사 후 후보들이 처할 상황, 그와 비슷한 과거의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도록 만든다. 급박한 일정으로 일했던 경험이나 이해관계 상충 문제를 조정했던 상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면접관은 후보가 그 당시 취한 정확한 행동과 논리가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후보자의 정보 조회를 맡은 면접관들은 후보의 행동, 전술, 성과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탐색해야 한다.
 
적합한 면접관 바람직한 후보 평가 절차에는 일련의 단계가 필요하다. 첫 번째 단계는 면접 진행과 후보 조회를 위해 소수의 면접관을 선정하는 단계다. 이때 면접관들은 주로 채용할 후보의 상사, 그 상사의 상사, HR 책임자일 때가 많다.
 
기업은 후보 평가 방법보다 적절한 면접관을 선정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채용 과정에 부적절한 면접관을 참여시키면 적절하지 않은 후보를 채용할 위험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훌륭한 후보를 알아보지 못할 위험까지 커진다. 최악의 면접관이 추천한 사람을 뽑으면 단순히 무작위로 아무나 채용할 때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왜 그럴까. 수많은 이유가 있다. 일단 면접관들이 잘못된 동기를 갖고 면접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어떤 면접관은 잠재력이 뛰어나고 실력이 우수한 동료와 일하기를 원치 않는다. 다른 면접관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선호하는 등 심리적 편견에 사로잡힌다. 실제로 카리스마가 약한 관리자들은 자신처럼 카리스마가 약한 후보들을 높게 평가하고,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후보는 낮게 평가한다.
 
최고의 면접관은 해당 직위가 요구하는 경험과 기술에 정통하며, 자신보다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최선의 후보를 찾아낼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높은 감성을 지니고 있으며, 무언의 행동을 분석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자기 통제의 달인이자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 물론 이 모든 조건에 맞는 면접관을 찾아내기란 어렵다.
 
때문에 기업은 다음과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 해당 직위가 요구하는 기술을 경험했으며, 후보 평가 훈련도 받은 면접관들에게 채용 권한을 주는 일이다. 회사가 채용 권한을 가진 이들을 교육시킬 수도 있다. 즉 고위 관리자들이 훌륭한 인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적합한 면접관 수 후보 평가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감안하면 자연히 많은 수의 면접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전략이다. 면접 과정에서 후보자를 걸러내는 여과 장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특히 각각의 면접관이 후보를 탈락시킬 권한을 지닐수록 적합한 사람을 거부할 위험성도 커진다. 통계 분석에 따르면 최고위급 인재 면접에는 3명의 면접관만 기용해도 충분하다. 적절한 경험만 있다면 우수한 인재를 놓칠 가능성은 줄이면서 평가의 정확도는 높일 수 있다.
 
적합한 테크닉 올바른 면접 절차와 후보 조회는 안정적인 평가를 하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행동 사건 면접(Behavioral Event Interview·BEI)’이라 불리는 면접 방식과 철저한 후보 조회를 동시에 진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행동 사건 면접은 후보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본 면접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또 훈련과 연습을 거치면 초보자도 쉽게 시행할 수 있다. 이 면접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면접관들은 후보들에게 입사 후 후보들이 부딪힐 상황 및 그와 비슷한 과거의 경험을 얘기하라고 주문한다. 예를 들면 “매우 빡빡한 일정 속에서 일해야 했던 경험에 대해 말해보라” “동료들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당신은 어떻게 이를 조정했는가” “어떻게 신제품 생산을 완수했는지 설명하라”는 식이다.
 
면접관은 당시 후보가 정확히 어떤 행동을 했으며, 그 행동의 배경에는 어떤 논리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후보가 사실이 아닌 가정에 기초해 말하거나, “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했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답변하면 그 후보는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그 후보의 과거 경험에서 회사가 찾고 있는 자질이 담겨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일이 행동 사건 면접의 목적이다.
 
평가가 끝나면 면접관들은 반드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의견 교환이 후보의 전반적인 인상을 평가하거나, 후보와 얼마나 잘 교감했는지를 논의하는 식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 인재 채용에 탁월한 기업들은 모든 면접관들에게 특정 자질에 대한 후보의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 면접관들은 자료를 표로 만들어 통합 등급을 평가하고, 각각의 평가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을 확인하며, 이후 누구를 최종 후보에 포함시킬지 합의한다. 이는 면접관들의 합의를 얻지 못한 후보가 최종 후보에 포함되는 일을 막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업적을 과장한다. 때문에 소수의 최종 후보들을 추려내면 후보들에 대한 공식 조회를 해야 한다. 후보 조회는 여러 사람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전 직장의 상사는 그 후보의 사고 능력과 실제 결과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해줄 수 있다. 전 직장의 동료는 동료들에게 자극을 주고 협력하는 그 후보의 능력이 어떤지를 말해주며, 직속 부하는 그 후보의 리더십이 어떤지 알려줄 수 있다.
 
이때 사람들에게 그 후보가 한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그 후보의 특성과 업적을 일일 업무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 최종 후보자들의 양해를 얻어 그 외에도 후보에 대해 객관적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이때 후보자의 친구는 제외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후보의 전 직장 상사나 동료들은 일반적으로 그 후보를 폄하하는 발언을 꺼린다. 때문에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특정 상황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방법도 좋다. 또 정보를 주는 사람에게 ‘당신이 솔직한 말을 해주지 않으면 그 후보가 채용된 후 회사 생활에 실패할 수도 있다. 이는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결과’라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이때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나는 다만 그 후보가 업무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 때문에 당신의 진솔한 대답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이면 좋다. 후보자가 오를 직위가 고위직이고, 정보 조회를 해준 사람이 비판적인 말을 한다면, CEO는 그 정보 조회자를 반드시 직접 만나봐야 한다.
 
기업의 적합한 지원 충분한 자격을 갖춘 후보를 13명으로 줄였다면 소수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최종 후보들을 선보여야 한다. 이때 이해관계자들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부딪히지 않으며 후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부당한 이유로 적합한 후보가 제외되지 않도록 각 후보의 능력과 인성을 상세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 평가는 어떻게 이뤄질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학력이 화려하거나 대기업 고위직에서 오래 근무한 후보에 대해 호의적이며, 이들의 성공은 보장된 사안이라 여긴다. GE는 인재 사관학교로 유명하다. 때문에 GE 출신들은 어떤 회사를 가도 CEO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그들은 모두 훌륭한 학력과 경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특정 업무에 필요한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지 않다면 GE 출신이라도 실패할 수 있다. GE 인사 가운데 다른 회사의 CEO가 된 후 기업 가치를 손상시킨 이들은 매우 많다.
 
사람들은 첫인상에서 받은 선입견이나 순간적인 판단으로 후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너무 일찍 결정한다. 몇 초 만에 결정하는 면접관들도 많다. 그 결과 그들은 면접 내내 열린 마음을 지니지 못하고, 후보의 이력에서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할 만한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택한다. 때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후보에 대한 올바른 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때도 있다.
 
적절한 이유로 최종 후보들을 추려냈다면 3명의 주요 인사권자들(후보의 상사, 그 상사의 상사, HR 책임자)이 합의해 누가 최선인지 가려내야 한다. 이때 궁극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은 해당 후보의 직속 상사다. 모든 관리자들은 인재 채용 및 해고의 권한을 지닌다. 물론 결정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5단계 계약 체결
많은 기업들은 이상적인 후보를 찾아낸 후에도 계약 체결에 실패한다. 당신이 최고 인재를 영입하려 하면 적어도 20%는 제안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인재 풀 증가 속도가 더딘 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때는 회사가 아니라 후보들이 선택권을 갖는다. 그렇다면 후보들이 당신의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조직의 사명감 우리 조사에서 많은 경영자들은 채용을 결정짓는 요소로 경제적 보상을 꼽았다. 그러나 계약 성사에서 돈만 중요하지는 않다. 조직은 후보들에게 높은 수준의 경제적 보상만 제시하려 해서는 안 되며, 조직 전체가 성공에 대한 사명감으로 충만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뛰어난 인재는 강등, 해고, 조직의 곤경 속에서 몸부림치는 일 등을 바라지 않는다.
 
CEO부터 자신의 사명감을 보여줘야 한다. 회사와 후보가 맡을 직위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보여주고, 후보 개인과 그의 업무에 관심을 표하라. CEO는 후보에게 자신을 포함한 회사 전체가 그 후보를 진정으로 아낀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업무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마음이 앞서 많은 관리자들은 후보가 맡을 업무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는데, 이는 큰 실수다. 해당 업무의 기회와 도전이라는 양면을 모두 보여줄 때 후보가 채용 제안을 수락할 확률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높았다. 전자가 후자보다 채용 후 만족할 확률 또한 높았다. 당연히 전자의 이직률도 더 낮았다.
 
후보들은 자신이 부딪혀야 할 문제에 대처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싶어 한다. 물론 그렇다고 부정적인 측면만 줄줄 늘어놓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업무의 긍정적인 측면을 알려주면서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케네디의 명언을 빌려보자. 훌륭한 면접관은 후보자에게 ‘이 업무가 당신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줄지가 아니라, 당신이 이 업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묻는다.
 
CEO는 채용 후보가 해당 업무를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무엇이든 거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CEO가 후보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가치 제안은 융통성 있는 업무 설계 및 업무 순환, 비금전적 혜택, 기업 문화의 장점, 성장과 개발 기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상사 사람들은 일이 아니라 그들의 관리자 때문에 회사를 떠난다. 이는 주지의 사실이다. 무능한 관리자는 업무 능력도 변변치 못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업무 성과 및 잠재력까지 해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제프리 페퍼와 로버트 서튼 교수는 공저 <증거 경영(Hard Facts, Dangerous Half-Truths & Total Nonsense)>에서 이 점을 언급했다. 조사 결과 지역, 세대, 산업에 관계없이 응답자의 6075%는 자신의 업무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 바로 직속 상관이라고 답했다.
 
페퍼와 서튼은 “소모적이고 무능한 경영은 매년 수십억 달러의 생산성 하락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거듭된 연구 끝에 “무능한 리더는 부하 직원들의 건강, 행복, 충성심, 생산성을 모두 파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사권을 가진 고위 관리자는 채용 절차의 최종 단계를 HR 담당자에게만 위임하지 말고 적극 관여해야 한다.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이 인재 채용 업무에 사명감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야 한다.
 
보상 최고의 후보를 영입하려면 얼마를 투자해야 할까. 해당 직위에 대한 업계의 보상 수준, 채용 후보가 전 직장에서 받은 연봉은 물론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중요한 기준이 있다. 바로 우리 기업의 사내 처우 수준이다. 외부 영입 인사에게 기존 임금 수준을 대폭 넘어서는 금액을 지급했다고 가정하자. 이 액수가 사내에 알려진다면 기존 직원들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들의 업무 의욕은 저하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약화된다. 때문에 신규 채용자가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임금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는 연봉, 보너스, 제한부 주식이나 스톡옵션 간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6단계 신규 채용자의 기업 내 융화
대부분의 기업들은 계약이 체결되는 순간 채용 절차가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 조사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직원이 기업 문화에 잘 융화되는지 전혀 살피지 않고 있다. 경영진은 신규 채용자가 입사 즉시 바로 일할 것을 기대하며 경력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채용한다.
 
기업들이 실시하는 융화 전략은 사실상 전무하다. 기업들은 유능한 후보와 계약을 체결하고 필요한 사항을 알려준 후,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는 일을 융화 전략이라고 착각한다. 신규 채용자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채용자 자신의 몫으로 남겨두면 절대 안 된다. 이때 신규 채용자의 실패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입사 후 2년 내에 회사를 떠난 관리자급 신규 채용자의 40%는 ‘기존 조직과의 융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신규 채용자의 업무에서 차지하는 융화의 비중이 클수록 이직률이 높았다. 예를 들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고기술책임자(CTO)나 최고재무책임자(CFO)보다 사내 관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2007년 가을 2000명의 HR 및 교육 부문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노베이션 그룹의 조사 결과, 신규 채용을 한 기업의 3분의 1이 ‘전체 신규 채용자의 1025%가 1년 내에 회사를 떠났다’고 답했다. 순서별로 나열한 이직 요인은 회사의 비현실적인 기대 조직의 업무 처리 방식을 파악 못함 직속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소속감과 목표 의식 부재 부적합한 기술 자신의 업무와 조직의 연계성을 이해하지 못함 주요 직원들과의 관계 형성 실패 등이었다.
 
신규 채용자를 자사 조직 문화에 체계적으로 융합시킨 기업은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다. 신규 채용자들의 사명감이나 업무 만족도 또한 타사에 비해 높다. 성공한 기업들은 신규 채용자들이 그들의 부서 및 회사 내 다른 부문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발 앞선 조치를 취한다. 즉 신규 채용자가 아직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인 면접 과정에서부터 융화 작업을 시작한다.
 
이런 기업은 신규 채용자가 입사한 후 처음 몇 개월 동안, 신규 채용자의 직속 상사와 HR 관리자가 신규 채용자의 적응 상태를 정기 점검한다. 일부는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사용하는 세밀한 융화 계획을 세운다. 이는 정해진 수순에 따라 이뤄지며, 정기적으로 관리자에게 보고된다.
 
특히 최고의 기업들은 조직 내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신규 채용자의 멘토로 지명한다. 기업 문화에 정통한 이들 멘토는 신규 채용자가 조직 문화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도와준다. 우리는 신규 채용자가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멘토를 만나게 해주라고 기업들에 강력히 권하고 있다. 멘토가 일시적인 친구가 아닌 지속적인 보호자 역할을 수행해야 신규 채용자가 조직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신규 채용자의 업무 성과에 관계없이 입사 첫해에는 반드시 멘토, 직속 상사, HR 담당자와 정기적으로 만나게 해도 좋다. 이를 위해 기업은 다음 4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신규 채용자는 적절한 지원을 받고 있는가? 그는 조직 내에서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가? 신규 관리자는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있는가? 업무 성과에서 진전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가?
 
이와 같은 정기 점검이 없다면 신규 채용자는 체면이 깎일까 두려워 도움 요청을 망설일 수 있다. 따라서 치어리더가 아닌 코치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회사가 멘토를 교육시켜야 한다.
 
[HBR TIP] 우리의 조사
 
우리의 조사는 2가지 주요 연구에 근거하고 있다. 2007년에 이뤄진 첫 번째 연구는 글로벌 기업의 CE0 50명 및 HR 관리자들에 대한 면접과 현행 HR 업무 관행에 대한 정량 조사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이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의 채용 인원을 합하면 300만 명에 달한다. 합산 연간 수익과 시가총액은 각각 1조 달러와 2조 달러 이상이었다. 업종별로는 산업, 첨단 기술, 생명과학, 금융 서비스, 소비재, 서비스업 등 주요 업종이 모두 참여했다. 지역적으로도 북미, 중남미, 영국, 독일, 프랑스, 중동, 인도, 중국, 호주 등 거의 모든 지역이 조사에 참여했다.
 
두 번째 연구는 2008년 가을에 이뤄진 경영자 구인 컨설턴트 대상 조사다. 응답자들은 500여 기업들의 인재 관리 현황에 대해 답했다. 응답자의 67%가 채용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았으며, 59%는 10년 이상 특정 산업의 인재 채용에 관한 전문성을 키워왔다. 설문 조사는 후보 선정, 채용, 융화, 인재 관리 등 현행 채용 방식에 대한 광범위한 시각을 도출하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 글을 쓰면서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 아라오즈가 저서 <위대한 인사 결정>을 위해 실시한 조사를 참고했다. 마찬가지로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앤드류 맥린, 니틴 노리아가 HBR 2006년 5월 호에 게재한 ‘리더는 휴대용인가?’를 위해 실시한 조사도 참고했다. 우리는 인재 채용 및 후보자 선정에 관한 주요 학술 문건들도 검토했다.
 
7단계 채용 과정의 검토 및 평가
훌륭한 채용 및 융화 과정은 부적합한 사람을 채용할 가능성을 줄여준다. 하지만 가능성을 최소화한다고 해서 그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부적절한 사람을 채용했을 때 현명한 기업들은 그들을 신속하게 해고한다. 최소 1년 이내에는 해고해야 한다. 1년은 새로운 관리자가 커다란 성공을 이뤄내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무능함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채용 성공률’을 높이려면 자사의 채용 과정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해야 한다. 인포시스, TCS, 위프로 등 인도 정보기술(IT) 회사들은 자사의 금융 체계를 감독할 때와 같은 수준으로 채용 절차를 검토하고 평가한다.
 
신규 채용자를 평가하는 일 외에도, 최종 선택까지 물망에 올랐던 다른 사내외 후보들의 행보를 파악해야 한다. 채용되지 않은 후보들이 회사에 입사했다면 어떨지를 가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를 차지한 후보와 최종 선택에 올랐던 후보들이 각각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비교하는 일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비교가 신규 채용자에 대한 확신을 주는지, 잠시 머뭇거리게 하는지를 살펴보라.
 
정기적인 평가는 조직 내에서 인재 평가에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발견하도록 해준다. 면접관들에게 평가 결과에 대해 포상하거나 책임을 묻겠다고 공표하라. 이는 그들에게 다음번에는 반드시 더 나은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고위 경영자 채용을 앞두고 있는 기업은 과거보다 더 나은 인재 채용 결과를 거둘 수 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우리는 기업들이 이 글을 통해 채용 과정의 전반적인 질을 높이고, 자사의 채용 절차를 재평가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인재 경영’이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 아라오즈(Claudio.fernandez.araoz@ezi.net)는 경영자 전문 인크루트 회사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의 상임 고문이자, <위대한 인사 결정(Great People Decisions)>의 저자다.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groysberg@hbs.edu)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영학 부교수, 니틴 노리아(nnohria@hbs.edu)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월 호에 실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교수와 니틴 노리아 교수,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의 상임 고문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 아라오즈의 글 ‘The Definitive Guide to Recruiting in Good Times and Bad’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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