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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순간’과 그 대응 방안

‘몰입의 순간’을 놓치지 말라

한광모 | 33호 (2009년 5월 Issue 2)
직원들의 몰입도가 높아질수록 기업의 성과가 좋아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습니다. 문제는 ‘몰입의 딜레마’로 불리는 현상입니다.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직원 몰입도가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직원들이 정서적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몰입도가 낮아집니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몰입 수준 향상을 위한 실전형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한광모 한국왓슨와이어트 상무는 경력 단계별로 몰입도 향상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또 박형철 머서 공동대표는 직원 설문조사(EOS) 데이터 해석 및 활용 방안을 보여줬습니다. 장인의 경지에 오른 데이터 요리 기술을 접해보실 수 있습니다. 해미시 디어리 타워스페린-ISR 아시아태평양 지역 글로벌 사장은 몰입의 정의와 중요성, 주요 동인 및 기업의 대응 방안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권모 기자가 몰입도 향상을 위한 SC제일은행의 역할극 프로그램을 현장 취재해 전해드립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직원 몰입도 향상의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 과장과 박△△ 대리는 5년 전 □□무역에 공채 동기로 입사했다. 두 사람 모두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영어 성적 등 ‘스펙’도 비슷했다. 그들은 ‘기대 이상으로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난히 직장 생활을 했다.
 
차이는 입사 3년 차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김 과장은 새로 맡은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1년 후에는 동기들보다 훨씬 빨리 승진했다. 그는 “일요일 밤이면 업무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렌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반면 박 대리는 현재 회사를 옮길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그는 “정말 일할 맛 안 난다”는 말로 하루를 시작한다. 업무에 소홀한 것은 물론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헤드헌팅 회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한다.
 
처음에는 비슷하던 두 사람이 이렇게 다른 모습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업무 몰입도’의 차이 때문이다. 

왓슨와이어트는 업무 몰입을 ‘조직에 대한 헌신(commitment)’과 ‘업무 명확성(line of sight)’의 결합으로 정의한다.(그림1) 조직에 대한 헌신은 조직원이 자신의 직장과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그 직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다. 업무 명확성은 조직원이 회사의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상태다. 즉 몰입(engagement)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자세가 돼 있는 사람이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적합한 일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몰입 수준이 높은 직원들은 자신이 조직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것을 하고자 하는 동기와 의지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일은 경영자와 관리자의 최우선 관심사가 돼야 한다. 특히 업무 몰입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조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기업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필수 요소가 된다.
 
지속적 몰입 제고를 위한 방안
왓슨와이어트의 ‘2008/2009 직원 몰입도 조사(WorkAsiaTM)’ 결과에 따르면, 직원 몰입도 제고를 위한 한국 기업의 전략 방향은 ①명확한 전략 방향 및 강력한 리더십 ②고객에 대한 헌신 ③정당한 보상 ④효과적인 의사소통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표1) 

하지만 필자는 직원들의 몰입도 향상 방안에는 위의 전략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바로 ‘몰입의 순간(moment of engagement)’이다. 몰입의 순간은 직원들의 몰입 수준을 높이고 유지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나 기회를 뜻한다.
 
왓슨와이어트 직원 몰입도 조사에 따르면, 기업 구성원들은 재직 기간 동안 여러 번 몰입의 순간을 맞이한다. 직원의 성과와 업무 몰입도는 이런 몰입의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회사와 경영진은 직원들이 제대로 된 몰입의 순간을 경험하도록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구체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즉 결정적인 몰입의 시점에 적합한 행동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사 제도나 일상적인 조직 생활과 관련한 몰입의 순간들은 <표2>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한국 직장인들에게 특히 중요한 몰입의 순간은 입사와 직장 생활 초기, 성과 관리 관련 활동, 경력 개발 관련 활동에 집중돼 나타난다.
 
(1) 입사와 직장 생활 초기 직장인의 업무 몰입도는 입사 후 1년간 가장 높고, 2∼5년 차에 급격히 낮아진다. 입사 초기 직원들은 업무 수행을 위한 교육에 참여하고, 상사(또는 선배)로부터 일대일 코칭을 받는다. 이런 활동으로 신입사원들의 몰입도는 입사 후 1년까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이후 교육과 코칭의 시간이 짧아지면서 업무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표3>을 보면 재직 2∼5년 차 직원들이 다른 그룹보다 상사와 회사에 더 냉소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상사와 조직에 대한 냉소는 업무 몰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점은 실제로 2∼5년 차 직원들의 이직률이 다른 직급에 비해 훨씬 높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이것은 대부분의 직장 상사들이 입사 후 1년 정도가 지난 직원들에 대해서는 지원을 줄이기 때문이다. 많은 상사들이 ‘1년 동안 가르칠 대로 가르쳤으니 제 앞가림은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거나, 별도의 교육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2∼5년 차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실무 최전선 담당자’ 역할을 하며, 이후 실무의 중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직원들이 조직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잃는다면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의 몰입 수준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
 
선진 기업들은 체계적인 인재 교육을 입사 연차별로 계속 공백 없이 실시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도 입사 2∼5년 차 직원들의 사기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새 부서로 옮긴 김 대리의 하루하루는 주변의 격려와 새로운 기회로 가득 차 있었다. 김 대리가 상사에게 새로운 시장 창출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상사는 그에게 사업 계획서를 직접 작성해보라고 격려했다. 김 대리는 임원 회의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해 임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반면 박 대리의 상사는 그가 업무에 대해 질문을 할 때마다 “아직 그런 것도 몰라?”라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박 대리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 지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으나 끝내 상사에게 말하지 못했다. 상사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성과 관리 과정 성과 관리 과정에서의 효과적 피드백은 단순한 수치 확인이 아닌, 리더와 부하 직원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수많은 ‘몰입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는 신입사원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전 직급에 해당한다.
 
왓슨와이어트의 ‘2008/2009 직원 몰입도 조사’에서 성과에 대한 논의는 그 빈도(양)와 수준(질)이 모두 직원의 몰입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입도가 높은 직원들은 그렇지 못한 직원들보다 2배 이상 자주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그 빈도는 매일 또는 매주 단위로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들은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단위로 성과 피드백과 코칭을 받고 있는 직원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표4>에서 볼 수 있듯이, 직원 몰입 수준은 리더들이 명확한 업무 목표와 그에 따른 성과 피드백을 제공할 때 향상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몰입 수준이 높은 직원은 남보다 높은 성과를 낸다. 왓슨와이어트 조사 결과에서는 고성과 직원의 42%가 성과 관리 면담을 통해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다만 리더는 부정적인 내용을 피드백할 때는 적절한 요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부정적인 사실(fact)만을 피드백할 때는 직원의 감정적 반발로 인해 몰입에 부정적 영향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 피드백을 적절한 설명과 함께 전달하면 직원들의 몰입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박 대리는 자신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사는 그의 성과에 대해 정확한 피드백을 주지 않았고, 가끔 얼굴만 찌푸렸다. 간혹 동료들을 통해 들려오는 그에 대한 상사의 평가는 정말 황당했다. ‘방향을 잘 못 잡는다’나 ‘해당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일할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반면 김 대리의 상사는 정기적으로 성과 피드백을 진행했으며, 자신이 김 대리에게 원하는 바를 명확히 제시했다. 또 김 대리의 장단점과 업무 성과를 더욱 높일 방안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3) 경력 개발 과정 지식 정보사회가 되고, 개인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력 개발은 모든 직장인의 관심사가 됐다. 오늘날의 기업 조직원들은 회사가 가능한 많은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들은 회사가 이런 미래 지향적 니즈를 충족해줘야 직장에 대한 높은 충성심과 몰입 수준을 유지한다. 

경력 개발에는 제도와 커뮤니케이션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훌륭한 제도는 경력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기반이다. 그러나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훌륭한 제도도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직원 몰입 수준을 유지하려는 기업은 직원 개개인이 가능한 경력 경로를 명확히 알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일을 인식하도록 도와줘야 한다.(표5)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직원 개인의 몰입 정도에 따라 경력 개발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몰입도가 높은 직원들은 주로 상사나 회사 내 네트워크를 통해 경력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반면 몰입도가 낮은 직원들은 인터넷이나 회사 외의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삼는다.
 
김 과장(과거의 김 대리)은 수시로 자신에게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를 묻는 상사에게 무척 고마움을 느낀다. 상사는 그가 원하는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과 경력 경로가 필요한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김 과장은 상사와 자신이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돕고 있다고 확신한다.
 
박 대리는 자신이 지금의 회사에서 5년 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그는 현재 직장은 업무 스트레스가 높지만 급여는 낮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전혀 없다고 불평한다. 현재 그의 몰입 수준은 완전 제로 상태다. 박 대리는 헤드헌팅 회사와 친구들을 통해 새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2008/2009 직원 몰입도 조사’에서 드러난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빠른 성장만을 추구해온 기업 리더들이 직원들의 ‘몰입의 순간’에 적절히 대처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몰입의 순간’ 대처와 관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더들의 평균 역량은 57%(긍정 답변 평균) 수준이었으나, 한국 리더들은 47%에 불과했다.
 
사실 기업이 몰입 수준이 높은 인재만을 구분해 채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기존 직원들의 몰입 수준을 관리하고 높여 나가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다. 여기서 관리란 ‘몰입의 순간’을 최대한 활용해 높은 몰입 수준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뜻한다.
 
몰입도 관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현장 리더들의 리더십에 있다. 앞서 지적한 사항들도 결국 모두가 현장 리더십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현장 리더가 자기 역할만 충실히 수행해도 웬만한 몰입의 순간은 다 커버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무엇보다도 현장 리더들의 리더십 신장과 행동 양식의 개선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SC제일은행 케이스 스터디 기사 참조)
 
필자는 현재 한국왓슨와이어트에서 휴먼캐피털그룹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엘테크 신뢰경영연구소(수석연구원)와 액센츄어(컨설턴트), 삼성물산을 거쳤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일본 히토츠바시대 상학부를 졸업했다. 저서로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 Place)>이 있다.
  • 한광모 | - (현) 한국왓슨와이어트 상무
    - 엘테크 신뢰경영연구소(수석연구원)
    - 액센츄어(컨설턴트)
    -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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