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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혁신의 비결

박광서 | 23호 (2008년 12월 Issue 2)
전 세계에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고민과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많은 기업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원가와 경비를 줄이고 사업 계획과 성장 플랜 자체를 재검토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10여 년 전 외환 위기가 우리 기업의 많은 부분을 바꾼 것처럼 이번 위기도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에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은 어느 때보다 큰 화두다.
 
오늘날 기업이 성장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혁신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창의성 또는 신제품 출시와 동일시하면서 ‘발명’ 개념으로 의미를 좁게 해석하는 경영자도 적지 않다.
 
혁신은 지속적인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기업은 관리 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 기업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 살펴본다. 

혁신의 3단계
타워스페린은 혁신을 ‘경영 활동의 일부’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what it takes to ensure sustainability)’이란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직원 개인의 업무 처리 방식에서부터 수익 창출 방식, 조직 구조 및 운영 방식에 이르는 기업의 모든 부분이 혁신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혁신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생성(creation),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투자 우선 순위를 정하는 선택(selection), 제반 자원을 동원하여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적용(implementation)의 3단계를 거쳐 달성된다고 본다.
 
혁신 3단계는 과연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효과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타워스페린은 최근 미주 지역 1200여 명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생성, 선택, 적용의 혁신 3단계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를 조사했다. 결론을 간단히 말하면 많은 경영자는 혁신 3단계 가운데 ‘적용’ 단계의 운영이 가장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곧 적용 단계가 혁신 기업과 비혁신 기업을 가르는 결정적인 단계라는 것이다.
 
1. 생성 단계: 직속 상사의 혁신 리더십이 중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생성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아이디어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일반 직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타워스페린은 일반 직원들이 생성 단계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와 직속 상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 문화 측면에서는 기존 전통에 반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독창적 아이디어를 허용하는 개방적인 문화, 다양한 사고와 의견을 수용하는 조직 분위기가 혁신 성공에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직속 상사가 가이드 라인과 피드백을 제공하고 업무 조정을 통해 혁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지 여부가 기업 간 혁신의 격차를 만들어 내는 요인이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혁신을 위한 조직 문화는 꽤 잘 구축되어 있다고 보는 반면에 직속 상사가 지속적으로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낮은 점수를 줬다.(그림2) GIGO(Garbage In, Garbage Out)의 원칙은 바로 이 단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원찮은 아이디어는 이 단계에서 걸러져야 하며, 직원들의 아이디어 도출과 발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직속 상사가 적극적이고 전문적으로 리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2. 선택 단계: 체계적인 협력이 성공의 관건
선택 단계에서는 도출된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모습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할 아이디어를 평가해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은 ‘성숙한’ 아이디어가 풍부할 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협업’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선택 단계에 대한 타워스페린의 조사에 따르면 협업에 대한 평가는 상충적인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그림3)
 
개인적 협력(직원 개인이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협동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혁신을 위한 조직 간 협력, 자원 공유, 연령 및 직급 간 협업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다. 즉 혁신을 조직적으로 체계화해 관리하는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타워스페린은 이런 조사 결과에 입각해 선택 단계에서 두 가지 방안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조직 간 협력, 자원 공유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비공식적 차원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제도화를 통해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중간 관리자가 초점을 둬야 할 부분은 조직 간의 활발한 정보 공유 및 고도의 협력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협력 또는 갈등 상황에서 중간 관리자가 조정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수많은 성숙한 아이디어가 개발될 것이다.
     
3. 적용 단계: 혁신 성공 여부의 결정적 단계
적용 단계는 기업들이 추구하는 혁신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적용이 생성-선택에서 이어지는 혁신의 최종 단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경영자가 적용 단계의 중요한 요인들에 대해 자기 기업의 수준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적용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이런 핵심 요인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유지할 수 있는가에 따라 혁신 성공 기업과 혁신 실패 기업으로 명암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그림4, 중요 요인 중 동의한다는 응답이 50%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임)
 
그런데 적용 단계의 중요한 요인들은 조직 전체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신속하게 아이디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산,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조직이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행될 수 있도록 책임을 유기적으로 분담해야 한다.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보상이나 평가 제도의 변화 또한 조직 구성원 개인 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지향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갖추기 위해 평가가 일관성을 가지고 체계적이며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혁신 성과를 명확히 측정할 수 있을 때 보상과 연계해 구성원의 혁신 의지를 북돋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신속하게 아이디어를 적용하기 위해 민첩하게 실행하고 장벽을 과감하게 돌파해 나가는 경영자의 행동 지향적 자세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아이디어가 적용될 시장에 대한 정보나 경쟁에 대한 정보가 확보돼 있을 때 아이디어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선택-적용을 넘어선 혁신
지금까지 생성, 선택, 적용으로 이어지는 혁신의 각 단계에 대한 내용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 3단계 중 ‘적용’ 단계가 기업 간 성과 차이를 나타내게 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점과 더불어 단계마다 어떤 요인이 혁신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타워스페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기업들이 혁신 지속성(Innovation Sustain -ability)을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혁신 지속성은 혁신 과정과 결과물을 더욱 구조화된 방법으로 제도화하고 공식화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는 생성-선택-적용의 혁신 프로세스를 전략적 차원에서 재해석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혁신 지속성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 관리해야 할 전략적 차원의 접근은 다음의 3가지다.
 
첫 번째, 외부 시장 관점에서 내부적 구조와 프로세스를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해야 한다. 혁신에 실패하는 상당수 기업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외부 시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이었다. 이들 기업은 변화하는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 변화에 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혁신의 기제를 만드는 데 필수 불가결한 내부적 측면에 대한 고려는 많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외부는 외부대로, 내부는 내부대로 필요한 역량을 구축하고 이를 정렬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 경영자는 선언적 차원이 아니라 좀 더 구체화되고 명확하며 공개적인 방식으로 혁신에 몰입해야 한다. 경영자가 혁신 기제를 구축하고 유지하고자 한다면 조직의 민첩성에 더욱 주안점을 둬야 한다. 특히 경영자는 조직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야 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는 ‘성향’을 보여야 한다. 조직 문화 차원에서의 건전한 논쟁 역시 중요하다. 내부 혁신은 위험을 숨기지 않고 기꺼이 감수하는 공개성의 원칙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 경영자는 체계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효과적이지 않은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는 혁신을 가로 막고 가치를 저하하는 최강 최대의 적이다.
 
마지막으로 혁신은 언제나 단일한 최적의 방안 아래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비록 혁신에 생성-선택-적용의 프로세스와 정렬 및 몰입의 전략이 필요하지만, 혁신은 다양한 시점에 다양한 방식, 다양한 역량을 바탕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역량’이 강조된다면 영업 분야에서는 ‘아이디어가 활용될 수 있는 신속성과 효율성’이 강조돼야 한다.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팀 또는 프로세스별로 혁신을 위한 차별적 핵심 요소를 찾아내고 관리해야 한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때때로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의 ‘본능적으로’ 이루어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은 ‘성장을 위한 열정’ ‘위험 감수에 대한 보상’ ‘실패에 관대한 기업 문화’ 등 공통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에 대한 엄격하고 체계적인 관리에 의한 이뤄진 것이다.
 
내년 역시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009년은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참신한 아이디어 도출, 엄격한 아이디어 선택, 체계적인 아이디어 적용을 통해 가치 창출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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