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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의 통로를 확보하라. 톡톡 튀는 제품이 따라온다

한상엽 | 2호 (2008년 2월 Issue 1)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지식 경제(knowledge economy)가 창의력 경제(creative economy)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보다 먼저 독창적인 제품·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은 기업은 높은 수익과 성장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성공적인 혁신 기업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고, 이를 혁신으로 연결시킬까. 그리고 창의적 기업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시스템
혁신과 창의의 출발점은 새로운 아이디어다. 따라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논의되는 것은 필수적이다.
 
GE는 ‘아이디어 거래소(Imagination Market)’라는 독특한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이 거래소는 아이디어를 주식처럼 사고파는 ‘가상 주식 시장’이다. 직원들은 사업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질문을 거래소 시스템에 올린다. 질문에 대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를 게시판에 적어 내게 되고, 각각의 아이디어는 하나의 주식처럼 거래된다.
 
참가자들은 사업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할 것으로 생각되는 아이디어 주식을 사고, 비현실적이거나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 주식을 판다. 아이디어 거래소는 약 3∼4주 동안 열리는데 마지막 5일 동안 가장 높은 평균 주가를 가진 아이디어가 승자가 된다.
 
직원들은 시장이 열리는 동안 별도의 블로그를 통해 각각의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새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가 다시 나타나게 된다.
 
IBM에서는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이라는 온라인 토론장이 아이디어가 모이고 발전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2006년 열린 첫 토론에는 전 세계 IBM 직원, 사업 파트너, 고객 등 약 33만 명이 참여해 IBM의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분야가 무엇일지에 대해 토론했다. 팔미사노 최고경영자(CEO)는 토론에서 얻어진 아이디어 중 가장 뛰어난 10개를 골라 투자를 시작했다.
 
아이디어가 전달되는 통로
애플의 메가 히트 제품인 아이팟(iPod)과 아이튠즈(iTunes)의 원형을 생각해 낸 사람은 토니 페델 현 아이팟 사업부 대표다. 그는 애플 이전에 다른 회사에 근무하면서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나 승인을 얻지 못했다.
 
페델은 독립해 회사를 세우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투자를 해줄 대기업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그는 애플을 만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거절을 당했으며 대개의 경우 최고 경영자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한다.
 
‘왜 우리 회사에서는 쓸 만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하고 한탄하는 경영인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괜찮은 아이디어가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만한 위치의 경영진까지 전달되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많은 회사에서 경쟁사가 신제품·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나면 ‘우리 회사에도 저런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었는데…’라고 뒤늦은 후회를 한다. 진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기업은 일선 현장에서 나오는 제안들이 상위 관리층에게까지 여과되지 않고 충실히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혁신적인 기업은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최고 경영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둔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의 구성원이라면 직급이나 근무하는 나라에 상관없이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제안을 작성해 빌 게이츠 회장에게 보낼 수 있다.
 
빌 게이츠는 이 제안서들을 ‘생각 주간(Think Week)’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휴가 동안 읽어 본다. 이런 그의 노력은 매출 3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회사가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실험 메커니즘
아무런 좋은 아이디어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창의성과 혁신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지만,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현실에서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실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랩(Idealab)이란 회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용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데 매우 뛰어나다. 인터넷 쇼핑몰이 보편화된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보이겠지만, 자동차를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실행에 옮긴 곳이 바로 이 회사다.
 
아이디어랩의 창업자이자 CEO인 빌 그로스는 처음 ‘온라인 자동차 판매’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책임자 한 명을 90일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고용해 그 기간동안 자동차 한대를 파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테스트 판매’를 통해 가능성을 보고자 한 것이다. 시험용 웹사이트 개설 첫 날 페이지 조회 수는 1000회를 넘어섰으며 4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판매라는 아이디어의 사업성이 증명되자, 빌 그로스는 이를 바로 사업화해 세계 최초의 인터넷 자동차 판매 회사인 카다이렉트닷컴(www.CarsDirect.com)을 설립했다.
 
발상의 전환
창의성이나 혁신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완전히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창의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진다.
 
하지만 기존 제품을 가지고도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화장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클리넥스’는 킴벌리클락이 애초에 여성들이 화장하면서 콜드크림을 닦아내는 ‘화장솜’ 용도로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사람들이 이 제품을 코 푸는 데 사용하는 것을 보고, 클리넥스를 ‘일회용 손수건’이란 개념으로 재포장해 내놓았다.
 
화학 업체인 W.R. 그레이스(Grace)는 기존 제품의 새로운 사용처를 발굴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은 별 짓을 다 한다(Custo-mers Do the Darndest Things)’는 독특한 아이디어 경진 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 대회는 말 그대로 고객들이 자사의 제품을 가지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례들을 모아서 발표하는 것이다. 이 대회를 통해 그레이스는 약 300만 달러의 매출 증대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외부와의 연결
미국의 과학사학자 겸 철학자 토머스 쿤은 “특정 패러다임에 몰입돼 있을수록 그 패러다임의 지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다 보면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다. 과거의 경험과 지식이 창의적 사고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새로운 것들이 자주 발현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신선하고 참신한 생각이 유입돼야 한다

이런 점을 잘 알기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베네통은 ‘파브리카(Fabrica)’라는 독특한 연구 조직을 두고 있다. 파브리카는 일러스트레이션, 비쥬얼커뮤니케이션, 음악, 비디오 등 8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각 부문은 전 세계의 창의적인 예술가 및 전문가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애플은 ‘애플 스토어’ 매장을 통해 고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애플 스토어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가게가 아니다. 모두에게 개방된 즐거운 만남의 장소이며, 신제품을 발견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애플 스토어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니어스 바(Genius Bar)’에는 항시 R&D 전 문가 2명이 고객들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뛰어난 전문가들과 직접 이야기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경험(wow experience)’을 얻는 셈이다.
 
애플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칫 고객으로부터 멀어지기 쉬운 R&D 전문가들이 직접 고객을 만남으로써 고객의 니즈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연구실로 돌아가 새로운 관점에서 제품 개발을 하게 된다. 즉, 애플스토어의 가치는 판매되는 제품의 매출액보다는 고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통로라는 데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실제 사업에서 성공을 일궈내는 것은 쉽지 않다. 끝까지 집념을 가지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는 기업에게만 성공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네모파트너스 컨설턴트를 거쳐 현재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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