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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DEI’ 높이려면

팬데믹 이후 혼합형 근무 형태 일상화
DEI도 지속적 성과 관리 체계 도입을

추가영 | 351호 (2022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인적 구성이 다양해지고 팬데믹 이후 이전에 없던 근무 형태가 보편화되면서 조직 내에선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의미하는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많은 기업이 DE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결실을 거두진 못하고 있다. DEI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적 성과관리의 대안으로 등장한 지속적 성과관리(CPM)와 같은 접근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즉, 측정 가능한 지표를 기반으로 문제에 접근하며, 조직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목표이자 이정표로 제시해야 한다. 이 같은 방식은 DEI를 저해할 수 있는 편향을 줄이며, 다양성의 효과를 놓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또한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DEI를 개선할 수 있다.



오늘날 기업에서 기획, 개발, 디자인 등 특화된 기능을 지닌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는 ‘목적 조직’과 같은 혼합형 조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 연령, 성별,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것은 더욱 흔해졌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원격으로 연결돼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과 협업하는 조직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들이 조화를 이루며 협업해 성과를 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다양성, 특히 사고의 다양성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순히 다양한 인적 구성만으로 팀의 높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접근일 수 있다. 서로의 문화와 업무 성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동질적인 조직보다 ‘하나의 팀’으로 일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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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각기 다른 개인들이 모여 있는 팀에서는 용어 하나에 대해서도 이해의 깊이가 달라서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버그인 것 같다”란 말을 놓고도 개인마다 이해가 다를 수 있다. 비개발자는 클릭을 했는데 동작이 일어나지 않으면 ‘버그’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발자 입장에선 의도한 결과가 나왔는지가 중요하다. 클릭을 해도 동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도한 것이라면 이는 개발자 입장에선 버그가 아니다. 따라서 비개발자 직원이 무심코 이런 말을 던졌다면 개발자들은 버그라는 말로 자신의 실수를 지적받은 것 같아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또 연령이나 연차가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하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기획자인 PO(프로덕트 오너)가 경력이 본인보다 많은 엔지니어와 하나의 스쿼드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보자. 주니어 PO인 자신이 기능 제안을 할 땐 받아들여지지 않고 같은 아이디어를 시니어 PO가 제안하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들이 팀에서 목소리를 내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팀원들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차이가 장벽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서로 존중받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간극을 좁히기는 힘들 것이다. 역할과 기능, 인구통계학적 특성이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하나의 조직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다양성(Diversity)에 형평성(Equity)과 포용성(Inclusion)을 더한 ‘DEI’가 소속감의 토대가 된다는 주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2022년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 콘퍼런스에서도 ‘DEI와 소속감(Belonging)’이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팬데믹 이후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하면서 구성원들이 각자 놓여 있는 환경에 따라 더욱 다양한 조건에서 일을 하게 되다 보니 DEI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연성에 대한 니즈가 상대적으로 더 큰 구성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개별적인 상황에서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할 때 DEI가 높은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일터에서의 DEI를 높이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공개한다든지, 교육에 투자한다든지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DEI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변화를 피부로 느끼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이 글에선 DEI 문제를 실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이 과정에서 성과 관리 방식과의 비교도 해보고자 한다.

DEI와 소속감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은 DEI라고 한데 묶어서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미를 딱 잘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글에선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에서 제시한 정의1 와 더그 멜빌 리치몬트 북미 D&I 담당 부사장이 소개한 정의를 바탕으로 DEI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1. 다양성(Diversity)

성별, 연령 등 인구통계학적 차이와 각기 다른 고유한 특성을 가진 개인들과 공동체가 공존하는 조직의 특성. 다양성은 개인이 속한 인구통계학적 집단의 특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고유성에 초점을 맞춰 이해돼야 한다. 다양한 차이를 가진 개인들로 구성된 조직이라도, 즉 다양성을 갖춘 조직이라도 포용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2. 형평성(Equity)

사람들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 차이가 기회에 접근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한다면 장벽을 뛰어넘어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정한 관행과 정책을 만들고 유지하는 조직의 특성, 형평은 평등과 자주 비교된다. 평등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는 것과는 달리 형평은 각기 다른 요구사항을 충족함으로써 기회에 대한 공정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볼 때 달성될 수 있는 가치다.

3. 포용성(Inclusion)

포용성은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조직의 특성. 그래서 조직에 속한 모든 사람이 소속감을 느끼면서 조직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느낄 때 포용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포용성이 있으나 형평성은 갖추지 못한 조직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창의적리더십센터(CCL)는 형평성의 중요성을 강조해 DEI를 EDI로 부르기도 한다.

구성원 입장에서 조직 내에서 DEI를 느낄 때 가질 수 있는 감정이 바로 ‘소속감’이다. 회사에 각기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면서 기회에 접근할 수 있고 존중받는다고 느낀다면 특정인 혹은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소외되고 배제당한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속감의 가시적인 효과도 연구됐다. 미국 코칭 기업 베터업(Betterup)에 따르면 구성원이 소속감을 느낄 경우 업무 성과가 56% 높아지고, 이직 위험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2

하지만 이런 DEI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투자가 아직은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의 아이리스 보넷 교수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DEI 교육에 연간 약 8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지만 성과는 저조하다. 무려 40%의 구성원이 직장에서 고립돼 있다고 느끼고 그 결과 몰입도와 참여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의 몰입도는 생산성과 성과에 직결된다. 갤럽은 몰입도가 높은 팀이 21%나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몰입도, 참여도, 보유율 등에 영향을 미치는 DEI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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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I를 향상시키는 방법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연구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성 보고서가 발행되기 시작했으나 단순히 인력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3 이미 살펴봤듯이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으로도 부족했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기업에 매출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것만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DEI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주로 두 가지 접근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다. (1) 측정 가능한 지표 기반의 접근 방식(metrics-based approach)과 (2) 가치 기반의 접근 방식(value-based approach)이다. 지표 기반의 접근은 결과 지표와 과정 지표를 함께 주시하고 이 과정에서 문제를 식별하고 기준선을 설정한 뒤 진행 상황을 측정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보는 방식이다.4 가치 기반의 접근은 DEI가 추구하는 가치를 정의하고 이 가치가 조직에서 실현되고 있는지를 구성원 서베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5

DEI를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는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지속적인 성과 관리(Continuous Performance Management, CPM)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CPM이란 (1) 단기(주로 분기) 목표를 측정 가능한 지표로 설정하고 (2) 더 짧은 주기로 체크인(목표 달성에 대한 진척도 확인)하고 (3)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앞서 설명한 지표 기반의 접근은 DEI를 지표로 설정해 측정•추적하면서 조기에 문제를 감지하고 다양한 시도를 반복(iteration)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골자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가치 기반의 접근은 가치를 정의한 뒤 구성원 참여를 통해 가치라는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단순화한다면 CPM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CPM 역시 측정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진척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면서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반복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아울러 피드백을 중심으로 구성원의 참여와 소통을 근간으로 하는 성과관리 방식이라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DEI 향상을 위한 방안 역시 비즈니스 성과 지표와 마찬가지로 지표를 찾고, 추적하고, 개선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이고 반복적(iterative)으로 하는 방향으로 고안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직장 내 DEI를 연구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 로스쿨 교수는 SHRM을 통해 “DEI 향상을 위해서는 다른 비즈니스 문제 해결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측정 가능한 지표 기반의 접근 방식

지표 기반의 접근 방식(metrics-based approach)을 시도하기 위해선 첫째, 비즈니스 성과 지표와 마찬가지로 결과 지표(outcome metrics)와 과정 지표(process metrics)를 설정하고 추적해야 한다. DEI 결과 지표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전체 구성원의 성별 비율, 특정 대학 졸업자 수 등을 들 수 있다. DEI의 과정 지표는 채용, 평가, 보상, 승진 등 인사결정의 전반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 직무에서의 성별에 따른 급여 차이, 유색인종의 승진 속도 등이 지표가 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지표를 측정해 각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핵심이다.6 DEI를 개선하기 위해선 우선 편향을 인식하는 것부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인사결정권자의 주관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을 내리고 있지 않은지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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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적인 성과 관리(CPM)를 선택한 기업의 91%가 승진 결정에 있어서의 편향을 제거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표 1)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수시로 성과에 대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구성원 개인의 성과에 초점을 맞춰서 승진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신성 편향(recency bias)도 방지할 수 있다. 평가 기간과 가까운 시점에 관찰한 행동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위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 평가 역시 관리자가 작성한 하향 평가 결과와 비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하향 평가만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주관적 편향을 인지할 수 있도록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둘째, DEI가 비즈니스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례를 찾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7 예를 들어, 소비재 기업에선 조직에서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때, 다양한 고객과 더 쉽게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조직의 다양성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P&G, 유니레버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DEI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P&G의 경우 전사적으로 ‘#평등을보다(#WeSeeEqual)’란 캠페인을 펼치면서 성평등과 성별 다양성의 중요성을 교육한다. 관리자들은 해당 부서의 여성 임직원 목표 비율을 달성해야 한다. 니야지 발라카 한국P&G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성평등은 비즈니스 전략의 일부”라고 밝히기도 했다.

IT 기업에서도 역시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들이 모여 있을 때 인공지능(AI)의 편견과 같은 위험 요소를 찾아 제거하기에 더 유리하다. 학위가 아닌 스킬 중심의 채용과 성과 관리도 DEI 개선에 도움이 된다. 지니 로메티 전 IBM CEO는 ‘스킬 최우선(Skills First)’을 강조했다.

다양성이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넘쳐난다. 딜로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인구통계학적 다양성과 학력, 문제해결 방식, 기능 등 인지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고의 다양성은 창의성의 원천이 되며 혁신을 20% 향상시켰다. 또 이러한 사고의 다양성을 갖춘 조직은 위험을 감지해 3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CG의 연구에서는 경영진의 다양성과 혁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진의 다양성이 평균 이상인 기업의 혁신 수익(innovation revenue)이 평균 이하의 기업보다 19%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 수익은 3년 내 개발한 신제품 혹은 서비스에서 거둔 수익을 의미한다. 재무 성과 역시 더 좋았다. 영업이익(EBIT) 마진이 9%포인트 더 높게 집계됐다.

2017년 맥킨지의 연구에서도 경영진의 다양성과 재무 성과 간에 유사한 관계가 나타났다. 성별 다양성이 상위 4분위에 속하는 기업이 평균 이상의 수익성을 기록할 가능성이 하위 4분위 기업보다 2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인종 및 문화적 다양성의 경우 영업이익(EBIT) 마진이 평균보다 높을 가능성이 33%였다.

가치 기반의 접근 방식

가치 기반 접근 방식(value-based approach)은 조직이 DEI를 통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목표이자 이정표로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안셀름 비치 미 육군 부차관보와 알버트 시가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키넌플래글러경영대 교수는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에서 가치 기반의 접근 방식을 통해 구성원 모두에게 DEI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조직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편향을 줄이는 것 이상의 목표다. DEI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서 가치를 제시할 뿐 아니라 이를 기준으로 한 평가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관점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치 부차관보와 시가스 교수는 글래스도어, 포브스, 포천 등 다수의 기관으로부터 DEI를 인정받은 17개 기업에 대한 수년간의 현장 연구를 거쳐 4가지 가치를 도출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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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에서 17개 조직의 350명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해당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4가지 가치를 동시에 달성했을 때 직장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즉, 하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른 가치를 희생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각각의 가치가 실현된 상태를 살펴보면 (1) 대표성이 갖춰진 조직에선 가시적인 배경, 즉 인구통계학적 특성뿐 아니라 스킬 등 비가시적인 배경 측면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목소리가 조직에 지속적으로 추가된다. (2)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양적으로 늘어나더라도 조직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장애물이 있다면 여전히 소외됐다고 느낄 수 있다. 참여의 가치를 추구하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3) 조직의 운영에 DEI가 적용되면 인간 중심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 이때 인간 중심적인 조직의 특징으로는 직함이 위계상의 지위가 되지 않고, 성과는 외모나 여타의 다른 기준이 아니라 실제 각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측정된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4) 감사는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 감사 역시도 어떤 다른 배경이 아니라 성과에 대한 기여, 문제해결 능력 등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감사와 인정이 돼야 한다. 따라서 업무 연관성이 높은 팀에서나 함께 일하는 동료의 인정과 감사가 더 효과적이다.

이때 주의할 점이 성과에 대한 보상 결정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DEI를 떨어뜨리는 무신경한 농담을 해도 포상을 받는다면 DEI 향상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모범 사례로 2017년 글로벌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면서 포용성을 기업문화적인 가치로 문서(culture deck)에 추가한 넷플릭스는 이듬해 인종차별적인 언어를 회의에서 두 차례 반복해 사용한 고위 임원에 대해 해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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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과 리더의 포용성은 펄스 서베이(짧은 주기로 시행하는 사내 설문 조사) 혹은 360도 피드백을 통한 구성원 인식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는 ‘가트너 포용성 지수(Gartner Inclusion Index)’를 개발하고 7가지 항목에 대한 펄스 서베이를 진행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표 2)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고 혼란이 가중된 환경에선 자주 조사를 하는 것이 변화를 감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가트너는 30명 이상의 DEI 담당 임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비롯, 학술 문헌과 기존의 지수들을 검토해 포용성의 요소를 7가지 항목으로 도출했다. 공정한 대우, 차이의 통합, 의사결정, 심리적 안전감, 신뢰, 소속감, 다양성 등이다. 다양성이 포용성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지수 항목에 다양성을 포함해 다양성과 포용성이 결합될 때만 강력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8 .

가트너 포용성 지수는 이 같은 7가지 항목에 대해 45개의 문항을 구성, 이에 동의하는 정도를 설문 조사를 통해 확인한다. 동의하는 수준이 높을수록 조직이 포괄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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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는 표용성에 대해 4100명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매우 포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구성원을 인터뷰하고 리더십과 관련한 학술 문헌을 검토해 포용적인 리더의 6가지 행동 특성을 찾았다. (표 3) 그리고 이러한 특성이 해당 리더에게서 나타나는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수집할 수 있는 360도 평가 도구도 개발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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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인 리더십은 팀의 성과와 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딜로이트의 연구10 에 따르면 포용성이 있는 리더가 있는 팀의 성과가 높을 가능성이 17%에 달했다.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과 팀의 협업이 원활히 이뤄질 가능성이 각각 20%, 2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반대로 DEI가 낮은 팀에선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 전문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면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만든 것이 목적 조직인데 DEI가 부족해서 서로 이해가 다른 용어에 대해서조차 제때 묻지 못한다면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소속감의 기본인데 서로의 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관심도 줄고 피드백도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DEI가 높은 조직에서는 논의 초반에 동기화가 될 수 있도록 충분히 토론을 거친다든지, 각자가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용어사전 같은 것을 만들어서 비교적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정 과업(태스크)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팀을 꾸릴 경우 관리자(PM)에게서 자신과 유사한 배경을 가진, 즉 특정 학교나 기업 출신의 구성원과 함께 일하려는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TF에 소속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는 구성원이 조직 안에 있을 수 있고, 반대로 해당 팀에 소속된 구성원의 경우에도 특정 리더와 주로 일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험을 쌓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도 있다. 앞서 살펴본 지표 기반의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면 팀 내 출신 학교별 구성원 수와 같은 지표를 측정해 관리할 수도 있고 가치 기반의 접근 방식으로 리더십을 평가할 수도 있다.

딜로이트의 조사에서 포용적인 리더십은 어떤 거창한 움직임이 아니라 규칙적이고 사소한 행동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이를테면, 리더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질문한다든지, 구성원의 수가 많은 큰 규모의 조직이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이름을 부르려고 노력한다든지 등의 행동에서 구성원들은 포용성을 느낀다. 달리 말해, 이 같은 리더의 규칙적이고 사소한 행동에서 느낄 수 있는 포용성은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낀다’는 포용성의 정의에서도 드러나듯이 포용성은 행동 주체의 의도보다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리더는 피드백을 통해서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행동이 포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인식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리더가 포용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편향을 인식하고 피드백을 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란 의미다. 정기적인 체크인(1대1 미팅)을 통해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지의 여부와 소속감을 느끼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묻는 것도 DEI를 개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추가영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 gaby@lemonbase.com
필자는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스타트업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에 합류하기 전엔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창업 정책,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담은 『파워풀』을 번역했으며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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