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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Case: 현대모비스의 사업부제 구조 개편-조직 문화 변화

익명 소통으로 침묵하는 다수 의견 수렴
직원 눈높이에서 바꾸는 공감이 핵심

정흥준,김주희 | 342호 (2022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현대모비스가 추진한 사업부제 조직 구조 개편과 조직 문화 변화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변화를 실행하기 전에 변화 추진의 주체가 될 리더 층을 선별해 변화 리더십을 코칭했다. 둘째, 익명 게시판 운영을 통해 침묵하는 다수의 참여를 촉진했다. 셋째, 변화 추진 조직을 상설화하고 변화 에이전트 운영을 활성화했다. 넷째,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전문위원회 등 새로운 직무를 만듦으로써 변화에 따른 고용 불안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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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모비스의 조직 변화

자동차 부품 회사인 현대모비스(이하 모비스)는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역량 강화를 목표로 2019년부터 조직 변화를 추진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분야에서 벗어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존 경쟁력을 융합함으로써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서다. 또한 핵심 부품의 다각화를 통해 해외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고객을 확대하는 한편 미래 차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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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의 변화는 크게 조직 구조와 조직 문화의 변화 두 축으로 이뤄졌다. 먼저 2020년 6월, 조직 구조를 기능적 조직에서 사업부 조직으로 바꿨다. 과거 기능적 조직은 주 고객인 현대기아차의 요구에 대응하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부품 시장별로 세분화된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경쟁 전략을 세우기가 어려워 외국 OEM이나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모비스는 전장, 섀시 안전, 모듈, 램프 등 제품군 중심으로 사업부 조직을 구분하고 사업부별로 각 제품에 따른 시장 분석과 제조 및 연구개발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사업부별로 시장에 따라 차별화된 경쟁 방식과 다양한 전략적 대응 방향을 정함으로써 역동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비하도록 한 것이다. 6개 사업 부문은 부문별로 해당 제품의 생산 공장을 기반으로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결정한다. 이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미래 차 산업 지형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에 용이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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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 개편에 따라 원래 7단계로 나뉘었던 의사결정 단계도 3∼4단계로 축소됐다. 예컨대 연구개발 조직의 경우 기존에는 의사결정 중간 단계에 존재했던 담당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개별 연구소 조직을 폐지하고 제품 단위의 사업부 하부 조직으로 편입했다. 이로 인해 개별 제품에 특화된 연구를 진행해 유연하고 신속하게 제품 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조직의 구조와 더불어 조직 문화의 변화도 함께 추진했다. 구성원이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가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려면 우선 구성원부터가 위계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 변화 전략

조직 문화의 변화는 결코 만만한 도전 과제가 아니다. 게다가 현대모비스는 조직 구조와 조직 문화의 변화라는 만만치 않은 두 개의 과제를 함께 달성하고자 했다. 2015년 실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 변화를 시도한 기업들 중 오직 25%만이 성공했으며 60%는 변화를 시행하기 전에 충분한 준비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한다.1 반면 현대모비스의 경우 준비하는 데 들인 시간이 실행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었다. 가시적인 조직 변화는 2020년과 2021년에 마무리됐지만 리더들이 변화를 수용하고 이후 변화 추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은 2017년부터였다. 2018년에 조직 변화를 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과 조직 진단을 실시했으며 실질적인 조직 구조 개편을 위한 준비 작업은 2018년 말부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조직 변화를 준비하는 데만 최소 2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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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세운 큰 틀에서의 이행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 변화를 빠르게 실행하고자 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 변화를 완성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5년으로 조직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2 그러나 모비스는 2019∼2020년의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를 압축적으로 진행했다. 조직 변화를 빠르게 진행하지 않으면 ‘조직 중력(Organizational Gravity)’3 으로 인해 변화가 지연되고 구성원들의 조직 변화 체감도와 효능감이 반감돼 구성원의 조직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 있다. 모비스는 속도감 있는 조직 변화를 진행해 구성원이 조직 변화를 체감하고 변화의 효능감을 높이면서 관성 탓에 일어나는 변화 저항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둘째,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직원의 참여를 통한 조직 변화를 추진했다. 변화로 인한 직원들의 다양한 심리적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서다. 특히 불안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직원은 소수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침묵하는 다수의 요구, 숨겨진 불만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애썼다.

셋째,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즉, 변화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구성원들이 변화 내용을 공유했는지 확인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존에 조직 변화를 추진할 때 동의서를 받거나 뉴스레터나 임원들의 e메일 발송 등 한 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던 방식과 달랐다. 예컨대, 제도 개편에 대한 설명회 개최 직후 각 사업부의 기획팀들은 직원들이 추가 정보를 요구하거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 경우 소규모 혹은 개별적인 미팅을 진행했다. 특히 직원들은 평가제도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컸는데 개별 면담을 통해 의문점을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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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들이 변화 동기, 변화 준비 단계, 조직 변화, 변화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모비스 조직 변화의 핵심은 [그림 3]과 같다. 모비스 구성원들의 조직 변화에 대한 이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2021년 5월17일부터 일주일간 전 직원인 2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직원들은 자동차 부품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기에 ‘조직 변화는 불가피하며(85%)’, ‘추후 필요한 기술 및 지식을 습득(61.77%)’하면서 ‘변화한 조직 및 업무에 충분히 적응할 것이고(76%)’ ‘궁극적으로 더 성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67.65%)’한다고 응답했다.


3. 조직 변화의 준비

1) 변화의 객관화: 변화를 위한 준비 상태 파악

변화를 시행하기 전,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태도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를 예측하면 이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비스는 사전에 리더십 효과성과 조직 효과성을 중심으로 향후 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몰입 정도와 저항의 가능성 정도를 진단했다. 리더십 효과성은 변화를 추동할 리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 수준, 조직 효과성은 자신이 속한 부서의 혁신성 수준으로 파악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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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전 직원 중에서도 임원 그룹과 책임 매니저 그룹이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주요 주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4) 특히 책임 매니저는 자동차 산업의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조직 변화의 필요성을 임원 다음으로 가장 깊게 공감하고 있어 변화의 주체 그룹으로 타당하다고 판단됐다. 반면 연구원과 매니저 그룹은 조직 변화 과정에서 침묵하는 다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모비스는 임원과 책임 매니저를 대상으로 변화 리더십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변화에 소극적인 직원들이 변화에 몰입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맡겼다. 조직 변화에 수동적일 가능성이 높은 연구원과 매니저 그룹을 대상으로는 변화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부서 리더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2) 공감의 리더십: 직원의 눈높이에서 변화를 바라보기

성공적인 변화를 결정 짓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변화 리더십이다.5 변화를 이행하는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나기 마련이어서 변화 과정을 항상 세세하게 관리하고 이행 경과를 모니터링해 제때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비스는 변화 과정에서 직원과의 공감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변화는 개별 직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될 것이며 반응도 제각기 다를 것이다. 이런 직원들의 다양한 수용 태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개별 직원의 변화에 대한 수용 수준을 ‘차이’가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예컨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대할 때 “왜 적응하지 못하지”라고 바라보는 게 아니라 “무엇이 이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나? 내가 이들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게 뭔가?”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모비스는 리더들에게 ‘경청’의 자세를 견지하도록 함으로써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리더는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들이 없는지 살피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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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리더십을 육성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도 진행했다. 모비스는 리더십 교육을 3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1단계는 개인 수준에서 조직 변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 변화가 본격적으로 실행되기 2년 전인 2017년부터 실장급 이상의 간부 11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교육 목표는 최상위 리더들이 ‘나로부터 시작하는 변화’를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조직 변화의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 이수 후 부서원들의 리더 평가를 통해 리더 자신이 목표로 한 리더십 변화를 객관적으로 평가, 진단한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임원들은 교육 마지막 세션에서 자신의 리더십 실천 변화 목표를 비디오로 녹화하고 6개월 후 부서원들의 평가 피드백을 받아 목표대로 변화 리더십을 실천했는지 스스로 진단했다. 부서원들의 평가 내용은 다음 단계의 교육 과정인 맞춤형 리더십 교육에 반영했다.

2단계 교육은 임원, 실장뿐 아니라 팀장, 셀 리더까지로 대상을 확대해 개인의 조직 변화 역량이 조직 전체로 확장되도록 했다. 팀장과 셀 리더 대상 교육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교육 대상자들과 ‘100일 전략’ 목표를 세워 학습한 내용을 100일 안에 적용하도록 하는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함께 실행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개별 리더들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했다. 그리고 일대일 상시 리더십 코칭을 통해 리더들에게 개별화된 리더십 스킬 클리닉을 제공했다. 예컨대 팀원들의 직무 수행 성과가 낮게 나타난 리더의 경우, 팀원이나 다른 부서에서 그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보다 팀원들과 타 부서의 협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포용적 리더십 역량 함양을 목표로 교육을 진행했다. 또 안정적인 학습을 위해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리더들을 포함한 직원들이 일주일 2시간, 한 달에 총 8시간을 본인의 학습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4. 조직 변화의 실행과 결과

조직 문화의 변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직급 통합과 정보 공유를 통해 위계적인 조직 문화를 탈피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유연한 근무 제도를 통한 일-생활의 균형 등 MZ세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우선 직급을 통합해 서열화를 완화했다. 일부 직원은 승진 기회가 줄어드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서열 문화가 미래 사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결정했다. 회사는 직급 통합을 통해 수평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위계적인 업무 보고를 줄이고자 했다. 또 셀(cell) 조직의 활성화도 위계적인 분위기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구성원들로부터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받아 그중에서 혁신적 아이템을 선정해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셀을 10명 미만의 멤버로 유연하게 구성했다. 셀은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과 권한을 갖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셀 조직이 활성화되자 자연스럽게 구성원 간 정보 공유가 활성화되면서 위계에 따른 정보의 독점이 사라졌다. 또 기술 및 기능별로 셀 조직이 운영됨에 따라 해당 기능에 따른 책임 운영이 가능해지고 성과 측정도 명확해졌다.

조직 변화의 준비 단계에서 유연근무제를 적극 검토한 덕분에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제도 신속하게 안착했다. 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스마트 업무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직원들에게 일은 꼭 사무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직원들이 이에 크게 호응하면서 습관적 야근이나 상사 눈치를 보면서 일하던 분위기가 줄었고, 늦게 퇴근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업무 시간에 집중해 일하고 정상적으로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제도 시행 1년 후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출퇴근 시간과 지출이 줄었고(57%), 재택근무가 매우 효율적(40%)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연속 재택근무 정착 등 확대 시행(61%)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다수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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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가 추진한 조직 변화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2018년 이후 시행하고 있는 조직 진단과 설문 조사 결과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자율성과 권한 부여에 대한 구성원의 긍정적인 인식 비율이 2019년에는 68.4%였는데 변화가 본격적으로 실행된 2020년 말에는 76.5%로 전년 대비 약 8.1%포인트가 증가했다. 2021년에는 78.9%로 전년 대비 2.4%포인트로 상승 추세가 이어졌다.(그림 5) 선택 근무제와 재택근무제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해 직원 개개인이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본인이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장소와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게 한 결과다. 또 실험 정신과 실패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관행에 대한 구성원들의 긍정적 인식이 변화가 도입되기 직전인 2019년엔 56%에 그쳤으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실행된 2020년에는 68.1%, 그리고 2021년에는 71.5%로 크게 상승했다.(그림 6) 이외에도 과감한 실행 장려, 혁신 아이디어 추구 관행, 사항 간 정보 공유 관행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 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정도가 2020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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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의 인식과 태도 변화는 직무 만족 향상으로 이어졌다.(그림 7) 변화에 대한 높은 만족과 이에 비례한 낮은 저항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직 변화에 대한 만족도는 48.0%가 만족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반면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조직 변화가 필요 없다’는 응답은 5.7%에 불과했으며 대부분(74.4%)은 조직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이런 결과는 조직 외부적으로는 직원들이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등 환경 변화에 의해 조직 변화가 불가피함을 공감한 까닭으로 해석되며 조직 내부적으로는 변화를 통해 조직의 효과성을 높이는 데 직원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직 변화는 개인 구성원의 심리적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조직 변화가 진행되면 구성원들은 고용 안정 또는 경력 개발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모비스 구성원들은 조직 변화 이후 경력 개발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낮은 수준(9.9%)으로 나타났으며 다수(64.8%)는 경력 개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오히려 응답자들은 높은 수준의 효능감을 보였다. 자기효능감은 자신이 보유한 지식, 기술, 능력 등에 대한 자신감을 의미하는데 조직 변화가 이뤄질 때 구성원의 자기 효능감이 높을수록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르고 효과적이다. 설문 조사 결과 ‘조직 변화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78.2%로 매우 높은 데 비해 ‘조직 변화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응답은 4.0%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는 조직 변화가 이뤄지는 동안 변화에 대한 피드백이 충실하게 이뤄졌으며 구성원들의 변화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5. 조직 변화의 성공 요인

1) 변화에 대한 공감 만들기

모비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직 변화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설명회6 를 개최했다. 직급별, 리더별, 사업장별로 변화가 각 부서 및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을 각 주제별로 직원들과 공유했다. 조직 변화의 과정에서 정보 불일치는 크게는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거나 작게는 조직 변화를 그냥 관망하는 수동적인 태도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모비스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다양한 의사소통을 추진했다. 과거부터 진행돼왔던 분기별 임원들의 레터 발송을 통해서 조직 전략, 조직 현황, 제도 변경 사항, 경영층의 철학을 공유했으며 CEO/부문장과 내부 직원 간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간담회도 자주 개최했다. 한편 직급 축소나 평가제도 변경 등 개별 구성원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은 제도 변경 및 조직 변화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설명회 이후 직원들이 변화를 수용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했다. 특히 조직 변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2020년에는 구성원의 조직 변화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인사제도 개편안 마련에 참여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2020년 연구원의 인사개편안은 각 사업부 추천을 통해 1명씩 선발된 연구원 등 현업 인원들이 TFT를 구성해 직접 기획했다. 이 TFT는 2021년 공식 조직으로 발전해 인사제도 개편에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경력 개발 체계, 동기 부여 방안, 평가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고 2022년 2월 직원 대상 설명회를 진행했다.

또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customized communication) 방식의 의사소통을 실시했다. 특히 사업부제 개편처럼 조직 변화의 규모가 클 때는 직원들이 변화에 의한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측면에 집중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등 부정적 감정이 앞서는 경향이 있다. 모비스는 변화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전달자와 직원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팀장 이상의 책임 매니저와 책임 연구원들인 리더들이 직원들의 상담 요청에 적극 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특히 리더들이 관찰, 공감, 칭찬,지지 획득의 피드백 방법론을 활용해 개별 직원들의 조직 변화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고 그들에게 성장 전망을 제시하도록 코칭했다. 이런 리더들의 피드백은 직원들의 입장에서 변화로 인한 이익과 불이익의 정도가 어떤지 면밀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전달받은 정보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써 정보 자체뿐 아니라 정보를 제공하는 대상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몰입을 촉진할 수 있었다.

2) 침묵하는 다수의 참여를 유도하기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위해선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직원을 배려해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비스는 조직 변화와 관련된 직원들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익명 게시판인 ‘공감’을 2019년 5월부터 운영했다. 모비스와 같은 대기업에서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는 것은 실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익명이 보장된 온라인 토론장을 운영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 예컨대 근거 없는 비난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갈등이 집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비스는 침묵하는 다수의 불만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 모험을 시도했다. 익명 게시판에 게시된 의견들을 개편 시점인 2019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의 기간을 1차 기간으로 삼고, 이후부터 2020년 4월까지 6개월간을 2차 기간으로 삼아 조직원들의 조직 변화에 대한 평가 추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2차 기간에는 1차 기간(2019년 5∼10월)에 비해 일일 평균 접속 횟수가 약 85% 증가한 1만2958명으로 나타났다. 게시글 및 댓글 작성 건수도 늘어나서 1차 기간에 비해 게시글의 경우 일일 평균 13건, 댓글 건수는 19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게시된 의견들을 단어의 의미에 따라서 분류를 하고 척도로 나눠 적극적 지지 발언/수동적 지지 발언 행동과 변화 지지/비지지에 따른 네 가지의 발언 행동으로 묶어 분류했다. 1차 시기에는 적극적인 변화 거부가 주를 이뤘던 반면 6개월 후에는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변화 수용의 발언이 주를 이뤄 직원들의 태도가 변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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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모비스 직원의 변화에 대한 태도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의 적극적인 대응의 효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모비스는 불만이나 부정적인 의견 혹은 긍정적인 제안들이 게시판에 게재되자마자 관련 부서와 실시간으로 논의해 개선 방향과 정확한 정보를 제시했다. 또 연 1회 진행하는 워크숍을 통해 게시된 의견들과 관련해 관계된 부서들의 대응을 평가하고 선제적이고 모범적인 소통 방식을 찾고자 노력했다. 사내 익명 게시판의 또 다른 순기능은 직원 스스로가 개선안을 내고 토론하는 공론의 장을 제공한 점이다. 익명 게시판에 다양한 이슈에 대한 논의, 특히 혁신적인 제안들이 자유롭게 오가면서 아이디어가 확대, 발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해외 출장 개선안, 아이디어 제안대회 개최, 해피 셰어링7 등의 아이디어는 익명 게시판에서 제안돼 실행됐다.

3) 변화 조직의 상설화

보통 조직 변화를 시작하면 대기업들은 변화 프로젝트를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고 그 과정에 핵심 조직 구성원들이 참여해 조직 변화의 준비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비스는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변화를 기획하고 준비하지 않고 변화를 담당하는 부서인 문화팀이 2018년, 2019년에 걸쳐 조직 변화의 준비 정도를 파악하고 기획 및 실행, 변화의 성과 측정과 이후 변화 안정화 등 모든 단계를 담당했다. 외부 컨설팅 업체의 조력이나 단기 프로젝트 팀이 아닌 변화를 전담하는 상설 팀을 운영함으로써 조직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또 조직 변화를 계획하면서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화 과정에 대한 탐구와 학습을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모비스만의 조직 변화 과정과 전략을 수립하는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 문화 팀은 조직 변화의 측정 도구와 조직 변화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조직 변화의 성패를 판단할 준거 자료와 모범 사례 조사 등을 직접 수행하면서 모비스만의 변화 경로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회사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높은 구성원들에게 직접 변화를 기획하도록 해 가장 현실적으로 조직 변화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4) 아래로부터 변화의 주체 형성

모비스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이른바 변화 에이전트(Change Agent)를 구성했다. 변화 에이전트는 팀장의 추천 및 자발적인 지원으로 선발돼 변화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다른 직원들이 조직 변화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예를 들어 대면 보고를 줄이고 e메일이나 비대면 보고를 확산하는 과정에서 개별 구성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원격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그리고 개별 지원 요청에 대한 지원 활동을 했다. 예를 들어 원격 디지털 협업 툴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개별 직원에게 좋은 팁을 제공하거나 온라인 회의를 위한 회의 운영 방법을 지원했다. 또 변화 에이전트들은 조직 변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을 최소화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변화 에이전트들은 제도의 개편이나 도입에 대해 설명하고 조직 변화에 따른 업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이와 같은 변화 에이전트의 활동에는 보상 같은 외적인 동기보다는 조직에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기반으로 한 내적 동기가 크게 작동했다. 회사는 CA 활동 중에서 개별 직원의 업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례를 전사적으로 공유했으며 우수 CA를 선발해 CEO가 직접 그 중요성을 알리고 포상했다. 전 직원 대상 설문 조사 결과, 다수의 직원(61.8%)은 조직 변화가 일방적이지 않으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격려한다고 응답했다.

변화 에이전트는 초기 100여 명에 불과했던 인원이 2021년 5월 기준 300여 명으로까지 늘어났다. 규모가 커지자 조직 변화에 대한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칭찬 릴레이 등의 문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거나 서로 기탄없이 고민과 고충을 토론하는 등 활동이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변화 에이전트들은 두 달에 한 번 정기회의를 열어 변화 활동을 점검하고, 변화 적응 모범 사례를 공유하면서,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거쳤다. 변화 에이전트의 경험과 노하우는 우수 변화 리더십 사례 발굴, 모범 사례의 확산 등 조직 변화 역량의 강화로 이어졌다.

5) 불안 없는 변화 추진

조직 변화 시 불만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불만이 없어서가 아니라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만을 표출할 경우 이후의 불이익 때문에 적극적으로 불만을 개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비스는 특히 ‘조직 변화는 고용 불안’이라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통해 직원들의 변화 수용성을 높이고자 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직 변화로 인해 고용 불안을 느끼는 조직원은 전체 응답자 중 약 5.8%에 불과했다. 또 변화 때문에 현재의 지위를 잃을까 봐 걱정한다는 응답도 11.9%로 매우 낮았다. 사업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임원이나 중간관리자가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저항할 가능성도 컸다. 모비스는 조직 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직무 재배치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해당 직무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중간관리자나 임원들이 새로운 직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조직 구조 변동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축소되거나 없어진 조직의 간부들은 새로운 전문위원회의 인사전문위원이나 기술전문위원으로 배치해 본인이 가진 전문 역량을 실무에 전파하는 주요 역할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인원의 구조 조정 없이, 즉 조직 변동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조직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었다.

6. 앞으로의 과제

모비스가 추진한 조직 변화는 향후 조직이 외부 환경의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선 현재의 가솔린 차량을 모두 전기 또는 수소 자동차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엔진 자동차 대신 전기 자동차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며 온라인 판매, 스마트 자동차 시장 확대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른 자동차 산업의 변화도 예상된다. 다른 한편, 감염병으로 인해 공장 폐쇄 등 부품 조달이 원활하지 않는 등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할 필요도 커진다. 앞으로 모비스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변화 과정에 대한 평가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기업은 변화 자체에 집착해 변화 과정에 대한 평가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변화라는 목적도 중요하지만 조직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변화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변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가 무엇인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궁극적으로 조직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외부의 요구에 의한 변화가 아닌 기업 스스로 변화 전략을 수립하고 로드맵을 짜야 한다. 모비스 역시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는 전기 자동차의 대중화와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응이었다. 외부의 요구에 의한 변화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경쟁 우위를 이용한 끊임없는 지속적 변화 전략으로의 발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변화를 위한 역량 개발이 전제돼야 하며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할 수 있는 조직 내부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셋째, 여전히 사업부 조직별로 남아 있는 서로 다른 문화를 통일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면접 조사에 따르면 A 사업부는 젊은 세대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개방적인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나 B 사업부의 경우 여전히 위계적 문화가 존재하고 있어 사업부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기업 전체적으로 핵심적인 기업 문화를 전 사업부가 통일적으로 따르도록 해야 하며 사업부 간 고유한 문화는 협의를 통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hjunjung@seoultech.ac.kr 
정흥준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지냈다. 노사관계, 인사관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비정규직, 탄소중립 전환(Just trasition) 등 노동 관련 다양한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김주희 멕시코 몬떼레이대 경영학과 교수 jooheekim@tec.mx
김주희 교수는 고려대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연구교수를 지낸 후 멕시코로 건너갔다. 멕시코의 경영 환경의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자문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정흥준 |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hjunjung@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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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희 | (현) 몬테레이 공과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
    (현) 고려대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공동
    (전) 고려대 노동연구원 연구교수

    jooheekim@tec.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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