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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연민이 빚는 건강한 혁신

김현진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사무실 안의 사람들은 언제나 통증을 호소했다.”

일터에 ‘연민(compassion)’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학자 중 하나인 피터 프로스트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오늘날 일터가 가진 한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업무를 둘러싼 환경과 사람들, 그리고 이를 매개로 발생되는 스트레스는 나 스스로 또는 동료에 대한 ‘연민’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그가 이러한 연대 의식을 강조한 이유는 일터는 ‘유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독성을 거두는 데는 심적인 지지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현대의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요소로 연민을 꼽는 것은 일터가 그만큼 성장지향적이고 경쟁적이라서 개인의 ‘정신 승리’가 당연히 요구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불안을 호소하면 주어진 일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한 약한 사람으로 들리기에 직장인들은 자신의 감정 가운데 불안에 대한 언급을 가장 아끼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누구나 불안한 오늘날의 직장인들은 코로나 사태라는 불확실성의 끝판왕을 만나 더 큰 불안감을 호소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불안과 불확실성이란 최악의 듀오가 결합하면 여러 사람이 함께 부정적 감정이나 패닉에 빠지게 되는 ‘감정적 감염’으로 이어진다고 저드슨 브루어 브라운대 의대 교수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지적합니다. 약 10년 전부터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과 이를 조직 차원에서 지원하려는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미국에선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마음 챙김(mindfulness)’, 명상 등을 키워드로 한 연구가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불안과 불확실성은 개인의 번아웃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성 저하를 일으킬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팬데믹으로 급격히 달라진 업무 환경에서 일하게 된 조직원들의 번아웃 관리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번아웃은 2019년 갤럽이 전 세계 1만2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 ‘글로벌 직업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번아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오랫동안 노출되며 자포자기 상태가 됐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기업들은 조직원들이 개인의 심리적 이슈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이와 관련해 상담을 받는 것을 터부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우울감과 번아웃을 부채질하는 원흉이면서도 과거의 관행을 멈추고 새로운 리셋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조직원들의 멘탈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사실을 조직이 인식하고, 기업의 성장판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꼭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 상담 서비스 플랫폼인 ‘트로스트’에선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심리 상담 시장에선 주 고객이 아니었던 30, 40대 남성들이 분노, 트라우마, 상실감 등을 호소하며 새로운 고객군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또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자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사업장 기반 프로그램’을 뜻하는 EAP는 직무상 문제 또는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가족 문제, 약물중독 등 조직원들이 접하게 되는 각종 개인적 이유에 대해서도 최대한의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구글, 세일즈포스 등 선진 기업들은 이미 직원들에게 이러한 상담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사내에 명상실을 도입하는 등 멘탈 관리와 관련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 결과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조직원을 위한 멘탈 케어 관리 체제의 도입은 코로나 시대가 아이러니하게 빚은 ‘좋은 혁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이번 스페셜 리포트 아티클 가운데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구성원들의 심리 방역을 세심히 챙겨야 할 때’라는 대목이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

연민의 연관어는 공감입니다. 어려운 시기, 개인과 조직을 위한 공감이란 연대 의식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결실을 맺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가을을 앞두고 본격적인 하반기를 준비하는 때, DBR 역시 독자 여러분들의 ‘건강한 일상’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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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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