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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토스’의 보상 제도 및 조직문화

“10명 몫 하는 ‘10X 인재’ 선발하고 육성
신뢰-자율 등 非금전적 보상이 더 중요”

이규열 | 322호 (2021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IT 업계에서 연봉 인상 경쟁이 과열되며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토스는 최고의 인재를 뽑고 유지하기 위해 2019년부터 전 직장 대비 최대 1.5배 연봉 상승 등 높은 수준의 물질 보상 정책을 실행했다. 그 결과 월간 손익분기점 달성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현재까지도 이러한 보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문화와 복지, 신뢰에 기반한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권한 위임, 배울 점 많은 동료 등 토스의 조직적 특징은 유능한 직원들의 내재적 보상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기업들은 각자 기업의 핵심 가치에 맞춰 보상을 설계해야 한다.



A급 인재를 모시기 위한 IT 업체들의 ‘쩐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공급이 부족한 능력 있는 개발자를 채용하는 일에 혈안이 오른 IT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인상하고, 주식으로 보상하고 있다. 올 2월, 전 직원 연봉 800만 원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은 넥슨을 시작으로 넷마블,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등 게임 업체들이 도미노처럼 8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직원들의 연봉을 올렸다. 게임 업계의 불똥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포털 업계로 튀어 직원들의 처우 개선 요구로 이어졌다. 이에 네이버는 전 직원에게 앞으로 3년간 매년 10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카카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3년간 매년 1100만∼2200만 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이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보상의 수준을 높인 부작용은 업계 전반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보상 여력이 녹록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더더욱 인재를 구하기 힘들어졌다. 국내 게임 산업의 큰 형님 격인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21% 감소했는데 주요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2020년 최대 실적을 달성해 특별 인센티브로 전 직원에게 800만 원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한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77% 급감했다.1

유능한 IT 인재를 효과적으로 영입 및 유지하면서도 IT 업계의 생태계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타격을 주지 않는 효율적인 보상 전략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국내 대표 IT 기업들은 어떤 보상 규칙으로 국내 기업의 기존 보상 문화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됐을까. 또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보상의 함정은 없을까.

DBR는 국내 대표 IT 기업으로 급부상한 비바리퍼블리카를 찾아 이들이 운영하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의 보상 제도와 국내 IT 업계의 보상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박토니 People&Culture 리더, 김형진 Culture Evangelist(CE), 이용훈 C&B(Compensation&Benefits) 매니저는 토스 내에서 모두 HR를 담당하고 있지만 각기 경력과 담당 분야가 달라 다양한 관점이 제시됐다. 박 리더는 재미교포로 월트디즈니, 맥도날드 등 미국 기업 본사에서 HR 담당자, 캐나다 룰루레몬에선 HR 총괄로 일한 20년 경력의 글로벌 베테랑이다. 김 CE는 토스 조직문화의 기틀을 다진 토스의 첫 에반젤리스트(조직문화 담당자)이며, 이 매니저는 대기업과 컨설팅 업체 등을 거쳐 현재 토스의 보상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다.



DBR mini box
토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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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는 2015년 2월,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할 수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핀테크 벤처다. 2018년 ‘토스인슈어런스’, 2020년 ‘토스페이먼츠’, 2021년 3월 ‘토스증권’을 론칭해 보험, 결제, 증권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올 하반기 개시를 목표로 인터넷 전문 은행 ‘토스뱅크’를 준비 중이다. 2018년 12월, 핀테크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현재까지도 국내 핀테크 유니콘은 토스가 유일하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토스의 빠른 성공 비결로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한 토스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토스 조직문화의 특징은 ‘뛰어난 역량과 책임감을 지닌 인재’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적인 문화와 권한 위임’ ‘투명한 정보 공개’ ‘직급 및 직위 없이 역할만 있는 수평적 관계 지향’ 등이 있다. 올 1분기, 사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재 유치에 나서 3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현재 직원 수는 약 1000명이다.

토스는 파격적인 복지혜택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대표적으로 근속 3년마다 리프레시 휴가 1개월, 승인 없는 무제한 휴가, 1억 원 무이자 대출 등이 꼽힌다.

전 직장 대비 최대 1.5배 연봉 상승, 올해 1분기까지 입사한 전 직원 대상 1억 원 스톡옵션 지급 등 토스의 보상이 화제가 됐다.

이용훈 최근 IT 업계 분위기 때문에 토스의 보상 조건도 파격적으로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저 자극적인 유인책으로 관심을 끌기 위해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인재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안할 뿐이다. 토스에서는 열 사람 몫을 할 수 있는 ‘텐엑스(10X)’인재를 선발하고자 한다. ‘텐엑스 피플’이란 10배의 역량을 가진 인재라는 뜻으로 업무에 대한 남다른 몰입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보다 10배 이상의 성과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채용 계획을 짤 때부터 보상 수준을 함께 고려하기에 재무적 부담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김형진 IT 업계에서 연봉 관련 이슈가 대두되기 이전인 2019년부터 인재에 과감하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전 직장 대비 최대 1.5배 연봉 상승 조건을 내건 것도 이때다. 보상을 확대한 동시에 비즈니스적으로도 많은 성공 사례를 낸 게 사실이다. 계열사들도 많이 확장됐고, MAU(월간 순 사용자)도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났다. 그리고 2020년 4월, 2015년 서비스 출시 이후 첫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 2 높은 보상 정책으로 좋은 인재들을 유인한 전략이 성과로 이어져 회사도 눈에 띄게 성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IT 업계의 연봉 인상 트렌드가 오히려 부담이 돼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지 못하거나 우수한 인재가 퇴사하는 사례는 없었나?

업계에서 보상 경쟁이 과열됐다는 걸 체감한다. 우리가 제안한 처우와 지원자들의 요구 수준이 맞지 않아 채용이 결렬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고민이 많다. 이전까지 이런 문제는 없었다. ‘토스만큼 카운터 오퍼(원래의 오퍼 조건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조항을 추가해 다시 제시하는 오퍼)를 해주겠다’는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퇴사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특히 개발 직군의 이탈률은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3 다른 회사에서는 개발자들도 관리자가 되면 평가 업무를 해야 하고, 관련 보고서도 써야 하는데 토스는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코드를 짜는 등 개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보상 측면에서도 직원들의 역량이 올라가면 상시 연봉 재조정을 통해 언제든지 역량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자 한다. 업무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직원들 스스로도 이러한 처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성장 경험으로 여겨 더욱 열심히 업무 및 본인의 역량 개발에 힘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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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루트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0여 년 전만 해도 직장인들이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30.5%)이었다. 복리후생•근무환경(11.0%)은 4위에 그쳤다. 그런데 올해 진행된 같은 설문을 살펴보면 복리후생•근무환경(35.2%)이 1위로 올라오고, 연봉(30.9%)이 2위로 내려갔다. (그림 1) 연봉이 여전히 중요한 리텐션(retention) 요소는 맞지만 그 이상으로 조직문화가 직장인들에게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신규 입사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토스로 이직하면서 가장 만족하는 것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조직문화라는 응답이 많았다.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이런 조직문화가 잘 맞다고 느끼게 되기에 좋은 오퍼가 와도 이직하기 어렵다는 직원들도 있다.

박토니 우수한 인재들을 조직에 유입시키고 유지시키는 일은 당연히 미국 기업들에도 중요한 과제다. 약 10년 전, 실리콘밸리의 모든 기업에는 탁구대가 있었다.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이 재밌는 사무실을 꾸미는 게 당시 실리콘밸리의 트렌드였다. 탁구대는 ‘재밌는 회사’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아무도 탁구 게임을 하러 이 탁구대에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들은 왜 재밌는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하지 않은 채 하드웨어만 그럴듯하게 꾸미려 했고, 직원들을 위해 이처럼 회사가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직원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그 현장을 목격한 뒤 직원 수백 명을 대상으로 회사에 진짜 바라는 게 무엇인지 물었던 경험이 있다. 직원들은 탁구가 아니라 일을 하러 회사에 왔고, 자신의 능력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했다. 세상을 바꿀 만큼 임팩트 있는 업무, 업무를 적극 지원해줄 수 있는 보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독려하는 조직문화가 직원들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토스 역시 기업 미션에 공감하는 인재를 선발하고, 애자일하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직원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준다. 토스에는 업무를 적극 지원해주는 리더가 있고,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돕는 커뮤니티팀이 있다.

토스의 각 HR 파트에서는 직원들에게 일하는 즐거움, 즉 내재적 보상을 주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가.

우선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토스에서도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 리크루팅 과정에서 ‘컬처 인터뷰’를 진행해 문화적 적합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토스에서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이때부터 후보자들도 토스의 업무 방식과 환경을 체감하기 시작한다. 이 인터뷰를 포함해 모든 인터뷰가 까다롭게 진행되는 만큼 더욱 신속하게 프로세스를 진행해 후보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한다. 인터뷰를 보기로 하면 되도록 일주일 내에 진행하고, 인터뷰 직후 오퍼를 제안한다. 또한 리크루터들은 후보자들이 토스에서 만나는 첫 번째 사람이고, 토스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최고의 리크루터들을 영입하는 일도 따라서 매우 중요하다.

컬처 인터뷰를 잘 통과했더라도 막상 회사에서 들어와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토스에서는 이렇게 조직에 적응시키기 위한 온보딩을 조직문화팀에서 진행한다. 입사 후 3개월 동안 토스의 핵심 가치에 따라 일하는 방식 및 속도, 기대하는 결과물의 완성도까지 알려주며 입사자들이 ‘토며들(토스에 스며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력직 포함 모든 직원은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친다. 입사 후 동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기대했던 바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걸치고, 그 결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검증된 인재만이 토스에 최종 합류한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자신이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가 돼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 직원 개개인이 마치 작은 스타트업의 CEO처럼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다. 커리어에 욕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특권이다. DRI가 된 순간 대표도 업무에 간섭할 수 없다. 이때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모든 정보에 접근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토스에서는 인사 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가 직원들에게 오픈돼 있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정보가 권력화되는 일을 방지하고 있다. 위클리 미팅에서도 각 계열사의 리더들이 투자, 재무, 전략 등 모든 정보를 전사 직원에게 공개한다. 팀원 누구나 토스의 리더(이승건 대표)에게 1대1로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리더 Q&A 시간도 진행된다. 사내 업무 협업 툴인 슬랙에서도 되도록 비공개 채널을 쓰지 않도록 권고한다.

C&B 차원에서 내재적 보상을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일지만 결국 회사가 비전이나 커리어를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나의 미래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저 무능한 부장인가’ 하는 직장인들의 한탄 섞인 농담이 있다.

그런데 토스에서는 일에 몰두하는 유능한 동료들이 많은 만큼 옆자리 동료들과 함께 일을 진행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특히 개발자들에게 ‘배울 수 있는 동료’는 회사를 고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개발자들은 대개 혼자 오지 않는다. 유능한 개발자를 주축으로 몇 명이 같이 오거나, 혹은 이미 토스 내부에 있는 믿을 만한 개발자를 따라온다. 개발자는 늘 공부하는 직업이다. 월, 화, 수, 목, 금을 일하고, 빠른 속도로 변하는 개발 언어 및 서비스 트렌드를 좇기 위해 토, 일은 스터디를 꾸려 공부하는 게 개발자들의 일상이다. 따라서 믿고 의지하며 배울 수 있는 개발자 동료가 있는 게 중요하다. 이런 동료가 있어야 일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즉 ‘유능한 동료’라는 중요한 자산을 지키는 게 인재들이 조직에 남고 싶어 하는 이유가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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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은 물론 IT 업계도 성과급 이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스에서는 직원들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는가?

6개월마다 전체 구성원이 합의한 전사 성과에 따라 연봉의 최소 5%에서 최대 190%까지 성과급이 지급된다. 개인의 성과가 아닌 회사 전체의 성과로 성과급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다. 입사 후 3개월간은 동료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개인의 업무 역량과 문화적 적합성을 점검하지만, 이후에는 보상과 직접 연동되는 개인 고과 평가는 없다. 이것이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이 아닐까 한다.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해마다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고 중간 평가를 한다. 그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스스로를 셀링해야 하고 어필을 위해 사내 정치가 개입될 때도 있다. 회사에도, 직원에게도 많은 에너지 투입이 필요한 일이다. 토스에서는 이처럼 평가 자체에 드는 시간을 아껴 더 큰 가치를 만들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결국 자신도 수혜자가 되는 구조로 성과 평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성과라는 것은 사실 각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외부 요인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예컨대 직원의 역량과 관계없이 시장 자체가 호황이면 평가도 잘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혁신을 위해선 실패가 수반되는 건 당연하다. 평가 제도가 있으면 실패를 꺼린다. 소수의 한두 팀이 힘을 발휘해 전사 단위로 설정한 성장 목표를 달성해버린 사례도 있었다. 혁신적인 결과였지만 그 팀들에게만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지는 않았다. 이 팀에 속한 팀원들도 큰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설사 그다음 분기에 이 팀이 전 분기 대비 저조한 성과를 내더라도 이런 성공을 재현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고, 또 회사 전체의 성과가 좋다면 자신들도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성과급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도 경험했다. 2017년에는 6개월 정도 다른 기업들처럼 개인이나 팀별 평가를 진행한 적도 있었다. 당시 슬랙에는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간 낭비다’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후 이 같은 평가 프로세스를 중단했다.

많은 회사가 성과를 늘리기 위해 인재를 관리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직원들 개개인의 OKR 4 를 설정해 성과를 측정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토스는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 전년도에 무얼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무얼 할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원들의 개별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지만 무임승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동료들의 ‘상시 피드백’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같이 일하고 싶지 않는 동료로 지적되면 해당 직원에게 피드백이 전달되고 추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주어진다. 세 차례 스트라이크를 받으면 퇴사를 권고받는다. 하지만 그때까지 약 1년 정도의 시간을 주고 팀 이동 등 직원 개인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히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에 더욱 힘쓰게 만들기 위한 보상으로 주식을 적극 활용한다. 실리콘밸리에는 ‘일한 회사 10곳 중 1곳만 대박 나면 40세에 퇴직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직원들이 주식 보상을 현금성 보상만큼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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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평가가 없다면 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어떻게 받나?

팀별 OKR가 있지만 달성 여부가 고과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기성 기업에서 상사와 주고받게 되는 피드백을 대체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토스에서는 성장하기를 바라는 직원들 개개인이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다들 바쁘다 보니 피드백을 받는 일이 쉽지 않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슬랙과 연동된 ‘피드백 매칭’ 시스템을 개발했다. 1주일 동안 슬랙에서 댓글, 캘린더 미팅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가장 상호작용이 많았던 동료 10명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시스템상에서 15분 정도의 스케줄을 잡아 주는데 이 스케줄에 따라 동료와 티타임을 갖도록 회사가 독려한다. 이 시간이 자신의 퍼포먼스가 어땠는지 묻고 조언을 구하는 등 이른바 피드의 장이다. 매주 100명 정도의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또한 6개월에 한 번씩 성과 발표회 개념의 ‘얼라인먼트 데이’를 진행한다. 이날은 모두 일을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세션에 참여해 각자의 성과를 발표한다. 토스는 반기별 전사 목표와 팀별 OKR를 매우 높게 설정하기에 대부분의 팀이 실패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6개월간 업무를 하며 어떤 실수가 있었고, 어떤 부분은 잘했고, 어떤 점들을 배웠는지 공유한다.

자기 스스로가 업무의 의사결정권자다. 업무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조언을 얻고 회의를 하면서 일상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익숙하다. 회사에서 피드백은 보통 각 팀의 팀장이나 중간관리자들의 역할이다. 동료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팀장 입맛에 딱 맞는 게 중요하다. 사실상 피드백이라 해도 큰 의미가 없을 때도 많다. 토스에서는 여러 동료의 의견을 종합할 수 있기에 본인이 이 피드백을 직접 업무에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담당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스스로도 이런 피드백을 구하는 게 절실한 만큼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게 된다.

사실 어느 조직이든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사람 중 하나가 리더다.5 리더들을 위해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베터 업(Better up)’이라는 코칭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재 토스와 계열사의 팀 리더 약 20명이 참여하고 있다. 리더들이 성과 향상과 리더십 증진뿐 아니라 소속감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의 정서적 효과를 얻고 있다.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 대상자를 점진적으로 2배 이상 늘려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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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과급 이슈의 핵심이 ‘공정성’ 문제다. IT 업계에서는 개발자들과 비개발자들의 보상 차이가 상당한 편이다.

토스는 개발자들에게만 특별 보상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일부 IT 기업의 경우 새로 입사하는 개발자들에게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도 하는데 토스는 그런 기회가 있다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해왔다. 성과급 제도도 서로 돕고 함께 나눠 갖도록 설계돼 있다. ‘아이디어’라는 슬랙 채널에서는 누구든 서비스의 버그를 신고하거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타당한 의견이면 개발팀에서도 적극 반영한다. 다 같이 개선된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협업 정신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또한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전사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높다 보니 업무 자체가 도전적이다. 상대적으로 루틴한 직군일지라도 벤치마킹할 만한 다른 조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토스답게, 토스에 맞는’ 제도를 새로 기획해야 하는데 그 과정 역시 개발자들의 업무만큼 도전적이다. 개발자만 차별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회사는 개발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300달러짜리 헤드셋을 지급했다. 사무실도 칸막이가 없는 오픈 스페이스였는데 직원들은 헤드셋만 보고 누가 엔지니어인지, 아닌지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다른 회사에서는 임원들이 빨간 줄이 그어진 배지를 달고 다니며 임원 전용 라운지를 누비고 다닌다. 다른 직원들이 개발자들 혹은 리더들만이 특권을 누리고 그들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개발자들의 연봉이 높다는 건 IT 업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토스는 현장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어떤 포지션이든 상관없이 본인이 이끄는 사업의 주인이 되는 DRI로서 직원 개개인의 가치와 권한을 인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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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IT 업계는 복지를 차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토스에서는 복지 시스템을 어떻게 기획하는가?

조직문화를 디자인할 때 ‘일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없애고, 집중을 돕는 요소는 늘린다’는 대원칙이 있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최근 ‘두 에브리싱 사일로(Do Everything Silo)’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업무 외적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다 해준다. 예컨대 내일이 배우자의 생일인데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다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이럴 때 커뮤니티 팀에 요청하면 선물도 골라주고, 구입도 직접 해준다. 또한 토스의 핵심 가치를 잘 지킨 동료를 칭찬하는 ‘토스다운 행동’ 프로그램이 있다. 슬랙을 통해 직원들끼리 추천을 하게 하고, 이후 투표를 통해 다수의 동료로부터 인정받은 직원에게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포인트를 배우자의 선물을 사는 데 쓸 수도 있고, 휴가지원금으로도 바꿔 갈 수 있다.

오피스 시설도 매우 중요하다. 커피 타임이 직원들의 교류를 늘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내 카페라도 보통 몇백 원이라도 받고 커피를 파는 게 일반적인데 토스의 사내 카페 ‘커피 사일로(Coffee Silo)’에서는 전문 바리스타들이 내린 커피를 무료로 준다. 적은 비용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토스의 직원들도 최고의 복지로 ‘커피사일로’를 꼽는다.

자신이 쓰고 싶은 장비가 따로 있다면 다 지원해준다. 특히 개발자들의 경우 키보드나 마우스에 굉장히 민감할 수 있다. 업무에 도움이 되고 본인이 원한다면 다 지원해준다. 컴퓨터도 쓰다가 바꾸고 싶으면 바로 바꿔도 된다.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좋은 복지 제도들이 있어도 ‘신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새로운 장비를 요청했는데 결재도 받아야 하고, 내부 평가도 있으면 ‘이거 정말 신청해도 괜찮은 건가’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토스에서는 자유와 신뢰를 기반으로 어떠한 승인도 필요 없다. 편하게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출퇴근 시간도 없고, 휴가 제도도 자유롭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협의하고 슬랙에 미리 알리기만 하면 된다.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재충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은 키보드의 ‘새로 고침’에서 이름을 따온 ‘F5 데이(F5 Day)’다. 편히 집에서 쉬고 싶은 직원들은 쉬면 되고, 인당 5만 원 선에서 동료들과 함께하는 활동은 무엇이든 지원해준다. 겨울에는 일주일 정도의 방학도 있다.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도 회사 업무는 중단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 이메일도 계속 확인하게 되고, 슬랙 알람도 받게 된다. 이 기간엔 직원 모두 완전히 ‘OFF 모드’가 될 수 있게 셧다운 수준으로 회사 전체가 문을 닫고 함께 쉰다.

마치며

최근 많은 기업이 금전적 보상에 대한 조직원들의 불만족을 고민하지만 ‘우수한 IT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동기를 자극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보상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토스 HR 담당자들은 모두 비(非)금전적 요소를 꼽았다. 이 매니저는 ‘성장의 기회’를, 김 CE는 ‘의사결정 권한’을 꼽았다. 박 리더는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도전적인 업무’와 동시에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조직문화’를 성공 비결로 꼽는 기업인 만큼 이해가 가는 답변이지만 다소 이상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한편으론 토스의 조직문화나 보상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시선도 간과할 수 없을 듯했다. 열 사람 몫을 하는 ‘텐엑스’ 인재들이 혁신을 주도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다 보니 ‘워라밸은 찾아볼 수 없는 회사’ ‘성과 압박이 심한 회사’라고 보는 시선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리더는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높은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채용 단계에서부터 가감 없이 이야기해왔다. 강력한 문화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니 이에 동의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인재상인 셈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토스의 HR 담당자들은 토스의 문화는 절대로 “단 하나의 정답”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다른 기업들에 주는 교훈은 명확했다.

“토스의 보상 시스템은 결국 여러 가지 ‘일하는 방식’ 중 하나다. 회사의 핵심 가치에 따라 각 기업만의 독자적인 보상과 문화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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